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그리 이야기하면서 사내는 나직이 숨 내쉬는 소리, 고개 끄덕이는 소리를 들었다. 자신은 더이상 기사가 아니었다. 왕국을 멸망시킨 대역죄인. 그게 자신이었다. 그렇기에 사내는 부러 소개하지 않았다. 자신의 긴 이름도.
"페일 경은, 방랑기사이십니까?"
그리 짧게 물었다. 주군을 섬기지 않고 방랑하는, 자유 기사. 실제로 몇몇 만나보기도 하였다. 성향이 용병에 가까운 자도 있었고, 성기사에 가까운 이들도 있었다. 단순한 모험가인 경우도 있었지. 그들에 대한 인식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그들 중 악인을 만난 경우는 단 한번에 불과했으니. 같은 처지라 함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사내는 일부러, 자신은 더이상 기사가 아니라며 넌지시 이야기를 흘렸다. 단순히 이 사내 역시도 방랑할 지도 모른다. 허나, 내게서 무언가를 느꼈을지도 모르지. 어느 쪽일까. 사내는 호기심 동한 채로 대답을 기다렸고.
"그럴까요. 잘 부탁드립니다, 페일 씨."
가벼이 다시금 고개를 숙인 뒤에, 이어지는 한숨에 사내는 귀를 기울인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 세계에서 페일 씨가 오셨는지 궁금해지는군요. 마경에서라도 오셨습니까."
사내는 퍽 익숙한듯 보였다. 작금의 부조리한 행태에. 사내가 온 세계가 그다지 평화롭지는 않은 세계이리라. 그리 어림짐작하면서 그는 물었다. 이 사내가 마경에서 온 이라면. 악인이라면 베어야 하는가. 자신은 어찌해야 할 지 알 수 없는데. 몸의 컨디션 역시 만전이 아니기에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정말 악인이란 무엇인가. 신이시여, 제게 어찌하여 이런 만남들을 주십니까. 저는 고뇌하고 또 고뇌하며 기약없는 대답만을 기다려야 합니까. 사내는 짧게 숨을 뱉는다. 표정이 무거워진다. 그리고, 그는 미하엘이라는 이름을 다시 되짚는다.
"죄송합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터라, 인상 착의는 잘 모르겠으나..."
"어여쁜 여인입니다. 스스로도 그것을 잘 알고 있고. 아아, 수인이더군요. 허나 확실한 것은, 평범한 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까? 하긴, 다른 세계에서 왔으니. 그래도 반갑군요. 익숙한 종족을 만나는 것은 오랜만입니다."
그리 말하면서, 사내는 이어지는 설명을 들었다. 다 들은 뒤에는, 대답 대신 천천히 내어온 식사를 한 술 떠먹었고, 조심스럽게 씹어 삼킨 뒤에야 말을 이었다.
"하이 엘프와 가까운 분이셨는줄은 몰랐군요. 그렇다면 필히 오랜 시간을 살아오셨으리라 생각됩니다."
"마법과 활, 자연과 정령 같은것에 익숙하시겠군요... 언제나 엘프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즐겁습니다. 지혜로운 속삭임엔 배울 점이 많았으니."
사내는 다시금 싱긋 웃어보였다. 새하얀 빛무리 같은 사람이겠군.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가끔 눈이 보였으면 하고 장난스레 생각할 때가 있었다. 오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고 싶듯, 제 앞의 새하얀 사내를 바라보고 싶었다. 아쉽게 된 일, 그 뿐이지만.
"그렇습니다. 덕분에 제 한 몸 지킬 정도의 실력은 갖추고 있지요."
"일상 생활에도, 크게 불편함 없답니다. 지팡이 하나 있으면 더할나위 없지요. 길가의 돌멩이마저 훤하게 들을 수 있으니."
살며시 미소 짓다가, 이어지는 말에는 조금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어쩌다 다쳤는가. 하아. 사내는 짧게 숨을 뱉었고.
미하엘은 낮은 침음을 흘렸다. 지금으로서는 중앙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 거의 70퍼센트 정도 확실했지만, 나머지 30퍼센트가 불분명했다. 중앙이 아니라면 누가? 왜? 어째서? 무엇 때문에? 그야말로 알고 싶은 상황이다. 그래서 미하엘은 말을 아끼기로 했다. 보지 못할 네게 미소 짓고 다른 말로 대화를 돌렸다.
“아휴, 애써 비막이가 있음 뭐해. 다 젖어버렸는데.”
“알았어, 알았다구. 농담두 못해?”
농담이라고 하지만 진심이었을지도 모른다. 미하엘이라는 추락자는 그런 사람이니까. 미하엘은 네게서 천을 도로 받아 들었다. 이미 젖은 마당에 뒤집어쓰는 것은 의미가 없었으니, 그냥 잘 접어 들고 있기로 했다.
“이렇게 비 맞는 건, 내가 살던 세계에선 생각보다 위험한 일이었는데.”
느릿하게 중얼거리다가 네 질문에 응? 하고 되묻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나도 모르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그냥 영원이 신이라면 제법 쓸쓸했겠다 싶었을 뿐이야.”
미하엘이 다시금 낮게 웃는 소리를 냈다. 네 웃음과 섞여 울리는 게 썩 나쁘진 않았더랬다.
“위로 정도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구. 내 위로는 생각보다 비싸지 않거든. 다음에도 필요하면 또 찾아와.”
그런 말. 가벼운 것 같으면서도 아닌 듯한 말, 그 끝에서. 네 말에 미하엘이 고개를 기울인다.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별 건 아닌데······. 악인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구분하는 거야? 그런 티가 나나?”
“아, 왜 그렇게 악인을 베는 것에 몰두하는지도 궁금한데.”
“그리고.”
미하엘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웃는지, 웃지 않는지, 아니면 다른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너는 모를 터다. 그러다,
세계를 유랑하는ー 낯선 사내가 잔잔히 읊는 진실은 막연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우리'가 감히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적어도 본래의 세계에서 쫓겨난 아아루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 하나 없다.
"그렇군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감사를."
그러니 그리 조용히. 담담해 보이기까지 하는 어조로 아아루는 답했다. 추락사들은 계속해서 추락한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히도 열 명이 조금 넘는 듯한 추락사(어쩌면 동료가 될 수도 있겠다...) 또한 존재한다. 알아낸 사실은 많지 않았지만 지금 당장의 갈증 늘 해소하기엔 충분하다. 영문 모른 채로 남겨지고 다음 세계로 추락하는 것보다야 이런 정보라도 있는 것이 훨씬 나으니...
"...악인 말입니까."
악인이라. 돌아온 질문에 아아루는 단번에 대답하지 않는다. 무엇을 악인이라 부를 수 있는가? 그가 말하는 악인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람과 그 세상에 따라 선과 악을 나누는 방법은 각자 다를 터인데...
"그렇다고 할 수 있겠군요."신을 사칭한 악녀를 죽여라!! 그 목을 매달아 비참한 최후를 모두가 알게 하여라!!! "본래 있었던 세계에서는 가장 무쓸모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간절히 원하는 존재인 척 시치미를 떼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녀는 낮은 침음을 흘린다. 중앙과 관련이 되어 있지 않은건가. 아니면, 아직 내게 말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인가. 어쩌면 그녀가 무엇을 숨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허나, 말하지 않는다면 지금은 그것으로 되었다. 사내는 느릿하게 숨을 뱉는다. 그녀가 말을 아낀다면, 분명 이유가 있으리라.
"그러게 말입니다."
사내는 살며시 미소지었다. 그녀는 다시 내게서 도로 천을 받아들었고, 자신은 젖은 머리카락을 다시금 뒤로 쓸어넘겼다. 쏴아아, 비 내리는 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결국 둘다 젖어버렸군요..."
후후. 짧게 웃고서는, 이어지는 느릿한 중얼거림에 흐응, 하며 소리내다가.
"제가 있던 세계에서도, 그런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비에 독을 담아 내리는 위험한 마법이 있었지요. 혹여, 그런 비가 내리던 세계였습니까."
사내는 가벼이 물었다. 그러다, 이어지는 말에는.
"...그렇겠지요."
분명 그럴 터다. 쓸쓸했으리라. 고독, 얼마나 두려운 단어인가. 아무도 없는 세계에서 홀로 존재한다는것은 죽음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 분 께서는 얼마나 긴 시간동안. 내가 알지 못하는 상처를 받아오셨을까. 그렇기에 나를 용서하셨을까. 사내의 침묵이 깊어지고. 곧이어 섞여 울리는 웃음 소리. 나쁘지 않은, 단란한 웃음 소리에, 사내는 기분 좋은 숨을 뱉었다.
"고맙습니다."
"미하엘 양 께서도, 위로가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기꺼이. 부디 말씀해주시기를."
"노래와 술에는 일가견이 있으니, 훌훌 털어버릴 수 있으실 겁니다."
분명 그럴 터다. 위로의 말을 건네고, 따스하게 노래 부르며, 술 한잔 기울이며 밤을 지새다 보면 어느덧 걱정거리도 사라지리라. 자신은 그랬다. 사람이 좋았고 사람의 온기가 좋았다. 믿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상처 투성이에 모순 투성이인 그런 사람. 미하엘 양은 나의 그런 점을 파악한듯, 이번에는 그쪽에서 날카로운 질문으로 나를 찔러온다.
"악인이란 무엇일까요."
"어쩌면, 자신이 악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말로, 저와 같이... 악인일지도 모릅니다."
"악인을 베어야 하는 이유는."
"마땅히, 그래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내는 단호한 말투로 그리 이야기했다. 악인은 베어야 한다. 어째서? 그야-
질끈, 감은 눈. 아파오는 머리. 그리고.
"미하엘 양은 심장이 뛰고 영혼이 있습니다. 저는 그런 이들을 악인이라 생각지 않습니다."
"입에 담기도 어려운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저는 그들에게 갱생의 가능성이 있다고 믿습니다.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질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대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많은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우선 저것이 아아루를 향해 다가오던 것이 아님부터 시작해 이름 모를 이가 이름 모를 숲속에 둘이나 있다는 것도. 쉬이 볼 수 없는 무장을 한 거구의 사나이도, 한때 여신 취급을 받았던 무언가도 서로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다! 어두운 밤인데도 불구하고 아아루에게는 이것보다 더한 희소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 자가 자신의 품속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꺼내고자 하는 행동을 하는 도중에도 아아루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차분히 그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가 한때 어딘가의 기사로써 살았을지도 모르는다는 자그마한 생각이 이어지고... 곧 낮은 음성에 사그라든다.
"이 어두운 밤에 여인 혼자 숲속에서 있는 것을 보신다면 쉬이 짐작하실 수 있겠지만... 당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입니다."
누구인지 묻는 것이 이 상황에서 단순히 통성명을 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저 짙은 경계심이 아아루에게 그리 속삭인다.
"그리고 남을 상처 입힐 수 있는 기술도, 제 몸을 지킬 무언가도 없지요. 오로지 타인만을 치료할 수 있는 기이한 능력은 가지고 있지만 말입니다."
어쩌면 손을 들어 자그마한 빛무리 하나 만들 수 있지만 그리하지 않았다. 아아루가 지금 저 상아색 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도 모르는 것 마냥, 페일이 작은 빛무리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가능성이 높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