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알레프를 데리고 급히 여관에서 빠져나왔다. 갑작스러운 일에 제대로 생각할 겨를이 없어서 생각나는대로 행동을 했지만 지금 주민들의 행동은 어딘가 이상했다. 만약 추락자들에게 불만이 있었다면 그 이전부터 징조가 있었어야할 것이다. 하지만 징조 하나 없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은 ... 마치 누군가가 조종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의지를 빼앗는 식의 조종이 아니라 그냥 부추기는 느낌에 가까웠지만.
도시를 벗어나서 숲쪽으로 알레프를 데려간 나는 다른 사람들을 찾으러 간다고 얘기했다. 알레프를 혼자 두고 가는 것은 불안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신이라고 했으니 적어도 제 한 몸 정도는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숲은 넓어서 작은 체구의 소녀가 숨어있으면 찾기도 힘들테니. 알레프에게 잘 숨어있으라고 얘기한 나는 그대로 도시로 향했다. 다행히도 입구를 지키는 경비들에게 걸리지 않고 숨어드는데 성공한 나는 조용히 뒷골목으로 향했다. 대로변을 따라 여관으로 향하기엔 주민들의 시선이 절대 고울리는 없기 때문이다.
" 어이-, 거기! "
그리고 뒷골목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기분 나쁜 목소리를 들어야만했다. 목소리부터 느껴지는 경박함, 비열함 같은 것들은 얼굴을 보지 않아도 그들이 어떻게 생겼을지 가늠할 수 있게 해주었다. 도망 간다는 선택지도 있지만 그들이 주민들을 불러모으면 좁은 골목에서는 몸을 피하는 것도 여의치 않을 것이다. 결국 그들을 마주한 나는 생각한대로의 외모인 탓에 한번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엔 없었다.
" 웃는거냐! "
나의 웃음이 기분이 나빴는지 그들은 삽시간에 정색을 하더니 차근차근 나에게 다가왔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고금을 막론하고 항상 존재해왔다. 이런 혼란을 틈타 자신들의 검은 욕망을 분출하는 쓰레기라고 해도 부족할 정도의 존재들. 하지만 느껴지는 악의는 그냥 시정잡배들과는 달랐다.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것들이 어떤 것에 의해 증폭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그렇기에 눈치 없는 사람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짙은 악의가 되어 있었다.
" 그냥 보내주시면 안될까요? " " 너희 때문에 도시가 엉망인데 '자경단'인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 없잖아? "
자신들의 말이 웃기기라도 한지 깔깔 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아무래도 쉽사리 보내줄 생각은 아닌가보다. 점점 가까워지는 그들에게서 뒷걸음질 치며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상황은 내가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숫적으로도 그렇고 그들이 큰소리라도 내서 다른 이들을 불러오면 그것도 문제다. 그러니까 ... 여기서 어떻게든 끝내야했다.
" 나는 잘못 없어. "
윈터에게 사용해준 회복 마법말고도 하나 더 배워둔게 있었다. 그것은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 정확히는 어떤 물질을 내가 원하는 형태로 다시금 가공해주는 마법이었다. 생활하면서 쓸 곳이 있을 것 같아서 배워둔 것인데 이런 곳에서 쓸 줄은 상상도 못했다. 원래 세계에선 모든 마법과 검술을 섭렵하고 있었기에 이런 잡것들은 피라미나 다름 없었지만 여기선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들은 사용할 수 없었다.
" 나는 진짜로 잘못 없으니까. " " 쓰레기 잡것들이랑 나는 동격이 아니니까, 죽이는건 죄가 아니잖아? "
그래 나는 원래 이런 성격이다. 긴 시간동안 타성에 찌들고 잔뜩 마모가 되었을뿐. 숨겨둔 것은 누구나 존재하는 법이니까. 그들을 향해 씨익 웃어준 나는 근처의 벽을 손으로 짚어 벽돌을 몽둥이 형태로 만들어 손에 들었다. 뭣도 없을땐 둔기로 때리는게 가장 위력적이니까. 없던 무기가 생기니 그들은 당황하는듯 싶었고 나는 그 틈을 노려 순식간에 뛰어들어갔다. " 흐윽 ... 헉 ... "
손에서 몽둥이가 떨어지고 바스라진다. 머리에서 피가 흐르는지 한쪽 시야가 붉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았을때 서있는 존재는 나 하나뿐인듯 싶었다. 몇몇은 신음 소리를 내면서 누워있었는데 나는 그들이 떨어뜨린 날붙이를 한 곳에 모아놓고선 손으로 쥐고 하나의 큰 칼로 만들었다. 그러자마자 느껴지는 공허, 마치 머릿속에서 무언가 하나가 크게 빠져나가는 느낌에 나는 순간 균형을 잃고 쓰러질뻔했다. 이리저리 베이고 찔렸는데 쓰러지면 아마 다시 일어나긴 힘들 것이다. 그리고 나는 방금 느낀 그것이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 깨달았다. 내가 사용하는 마법에 대한 지식이 사라진 것이다. 망각과는 다르다. 존재는 알고 사용하는 법도 기억나지만 정작 사용하려는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 빌어먹을 ... "
그렇다면 회복 마법도 비슷할 것이다. 몸 곳곳에 상처가 있었지만 모든걸 회복마법을 사용한다면 정작 나중에 사용할 것이 없어질 것이다. 여관에서는 누군가 다쳤을지도 모르는데 그것에 대한 대비도 해야하니 일단 피가 많이 나는 곳에만 회복 마법을 사용했다.
" 자자, 그럼 복습 시간입니다. 숙제는 없어요. 그야 못해올테니까. "
만들어낸 칼은 다행히도 남아있었다. 크기는 크지 않았지만 어딘가에 깊숙히 찔러넣는데엔 유효했다. 나는 그것을 들고 쓰러져있는 것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신음소리는 짧은 숨소리를 끝으로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상처를 어느 정도 치료해서 그런지 걸을만 했다. 출혈도 그다지 심하지 않았기에 여관까지 가는 것은 충분해보였다. 뒷골목의 벽을 짚고서 걷는데 속도를 내본다. 고통이 찾아오지만 나름대로 참을만 하다. 그렇다면 나는 곧장 가야만한다. 평생을 약속한 그녀를 위해.
멀리서 보면 수목이 꼼꼼히 수놓아진 것 같은 울창한 숲은 낮에도 빛을 받아들이지 못해 어둡곤 하였는데, 지금과 같은 밤이라면 더더욱 말할 것이 없겠다. 그리고 아아루는 이런 어둠 속에 혼자 남겨지는 것이... 처음이었다. 놀랍게도. 어둠이 익숙지 않은 시야는 저 달빛이 나무 사이를 뚫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는데도 불구하고 제 일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지금 이 상황에서는 청력이 더욱 믿음직스러울 것이다. 그리고, 신경이 쏠려 그리 예민해진 청력에 들려오는 것은 규칙적인 사람의ー 그 자가 신고 있는 그리브의 강철이 맞부딪히며 나는 소리다. 점점 가까워져 온다.
"...누구십니까."
그것을 인식하자마자 아아루는 미간을 찌푸린다. 필사적으로 시야 안에 무언가를 붙잡기 위해서. 확실하진 않지만, 인간의 것이 아닌 것만 같은 거대한 무언가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더 이상 가까이 다가오시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경고를 담으려던 음성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철컥, 드르륵... 하고, 아까는 듣지 못했던 발을 끄는 소리가 작고 희미하게 들려왔기 때문이다.
"..."
수풀은 쉬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아아루가 앞으로 다가감을 알린다. 이것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ー 아주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움직임에 제약이 있을 정도로 다리를 다치셨군요.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이 자도 자기와 동류라는 기묘한 안도감을 느끼자 아아루는 그리 조용하고 차분히 이야기한다.
눈 앞의 청년은 썩 사나워보이는 인상의 추락자였다. 소녀도 무심코 겁 먹었을지 모를 정도로. 그럼에도 그는 괜찮다 하였고 이리로 손 뻗어왔다.
"으, 으응..."
얼빠진 목소리로 대답한 소녀는, 내밀어진 손을 멀거니 바라보기만 했다. 이 손의 의미는 무얼까? 처음엔 그저 단순한 악수 요청인 줄 알았다. 그치만 네차흐는 자신을 일으켜주기 위해 손을 뻗었다 했고. 이 추락자의 행동도 그와 같은 의미인가. 잠깐동안 골똘히 고민하던 소녀, 뻗어진 손을 조심스레 잡고 몸 일으켰다.
"고마워."
그리고 해맑게 웃으며 건네는 인사. 그건 충고에 대한 감사도, 사소한 호의에 대한 감사도 될 수 있었다. 잠시 동안 그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던 소녀, 무언가 말 붙여보려는 듯 운을 뗀다.
소녀가 간결히 대꾸한다. 이 세계에 떨어지고 나서, 라클레시아와 처음 만나고 나서, 소녀는 처음으로 외롭다는 감정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그를 따라가고자 했던 것이고. 닮은 것 같지 않느냐는 남자의 물음에, 소녀는 가만히 침묵할 뿐이다. 별다른 이유 있어서는 아니고 그냥 조금 어려운 말 같아서. 고개 갸웃이던 소녀는 곧 내밀어지는 손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 손길의 의미는 무엇인가? 소녀는 골똘히 생각하다가, 그 손 위에 제 손 올려놓는다. 그가 무엇을 의도한 건진 몰라도.
"뭐가?"
그리고 마냥 순진한 표정으로 되묻는다. 추락이 불안했냐는 걸까? 처음에야 조금 그랬긴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 다른 추락자들도 있으니까..."
같은 처지에 놓인 동료가 있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것 같았다. 그래도 역시 예전처럼 게임을 할 수 없는 건 아쉽다. 게다가 현재로썬 마을 주민들의 배척이라는 문제도 있고.
심란스러운 화두를 던진 당사자는 도리어 태평스러운 태도였다. 조금 전보다야 상태가 나아진 듯하니 이쯤 안심한 것이다. 실타래의 엉킨 부분을 잘라냈단들 헝클어진 매듭마저 풀어내지 못했다는 것까진 미처 알지 못하고.
“빛나는 것들이 했던 말과 연관이 있을 거야.”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한 반응에 그는 조금 웃었다. 모르기로는 저 역시 마찬가지라서. 모호한 은유로 점철된 그 말에 저만 모를 함의가 담겨 있었던 것은 아닌 모양이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물어보아야 할까? 이런저런 잡념은 금세 밀려났다. 이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주방에 가 식사거리를 챙겨 오기 위함이었다. 뒤돌아 방 밖으로 나가기 전, 들려오는 목소리에 싱긋 입꼬리를 올린다.
“그러면 낫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 나는 다른 사람의 몸은 잘 모르거든.”
스스로 꺼낸 말대로 공연한 빈말일지도 모른단 의심도 없이 그는 타인을 순순히 믿곤 했다. 피를 철철 흘릴 때까지만 해도 정말 죽는 게 아닐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금방 말끔해질 것 같다고 하는 걸 보니, 사람은 생각보다 튼튼한 생물이었던 걸까? 그러고 보면 지난번에도 그랬지 않았나. 피가 나더라도 보이는 것만큼 큰일은 아니라고. 그러니까 뭐랬더라. 피가 흘러도… ……닦으면 된다고?
아.
그런 일이 있었던가?
…….
……손끝에 걸렸던 우연한 파편은 인지함과 동시에 바스라지고 만다. 깨고 나면 금시에 잊히고 마는 짧은 꿈처럼.
곁에 자리한 누군가의 존재감이 상념에 잠겼던 그를 일깨웠다. 한참 넋을 놓고 있던 그는 조금 당황하여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곧 언제나의 안정을 되찾는다. 그는 손을 들고 괜스레 제 뺨이나 긁적였다. 늘 그러하듯 평온하고 나긋한 목소리로.
윈터랑 했던 일상에서 나온 말입니다! 지난번 일상에서 영이가 능력 페널티로 피를 흘리는 윈터를 걱정하자 최강상여자 윈터는 "어떻게 하긴. 닦으면 되지."라면서 쿨하게 대충 슥슥 닦고 치웠거든요. 그때도 윈터가 괜찮다고 하자마자 걱정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쉽게 믿기도 했고... 부활의 부작용으로 윈터+윈터와 관련된 일을 잊었다는 걸 표현해 보았슴다(・ω<)
오?해를 가만히 내버려두는 이유 : 정체에 관해서는 확실한 부분 외엔(예: 시체는 아니라고 확실하게 말함) 모든 가능성을 상정하고 있기에 신이라는 말에 강하게 부정하지는 않슴다 어쩌면 신짜로 신일 가능성이 0%는 아니니까? 자기도 신일 거라 확신은 못한다고 아델한테 이미 말해 두기도 했고요. 그리고 뭣보다 얘는 신에 관해서도 잘 모르고... 알레프한테 들었던 신에 관한 설명도 신은 안 죽고 초월함←이 정도였어서 신도 그냥 사람의 일종 정도라고 생각 중이네요
그래서 신이시여 하고 높여 불러도 뭐랄까… ㅎㅇ 인간아 밥 먹음? 엘프씨 오늘 날씨 좋네요 뭐 이 정도로밖에 안 느껴져서...🙄🙄
>>72 캡틴 수고하셨슴다~ 새콤한 거 그거 원래 그렇게 간이 된 거라고 말해주세요 혹시 원래는 안 새콤했던 거라면...!ː̗̀(ꙨꙨ)ː̖́
주인은 "어서오세요!" 라는 인사나, "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같은 상투적인 대답도 없이 그저 묵묵히 주문을 받았다. 왠지 고의로 무시하는게 아닌가하는 의심도 들었다. 그래도 주방에서 나는 소리를 보면 주문을 제대로 받긴 한 모양이다.
그렇게 아이리와 검들을 잠시 내려놓은 메구무는 코우의 웃음소리에 시선을 그녀에게로 돌렸고, 그대로 그 붉은 눈과 마주쳤다. 소용돌이 치는 눈. 갑자기 그것과 마주치자 메구무는 잠시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 피같은 붉음 때문일까, 소용돌이 치듯 빙글빙글 도는 동심원 때문일까. 잠시 뒤 코우의 물음에 정신을 차린 메구무는 딴청을 부리듯 기지개를 피며 말했다.
"좋아하제. 여기 오기 전까진 마이 마셨으니깐. 니도 좋아하나?"
그리고 그녀의 칼 쪽으로 시선을 옮긴 메구무. 그러고보니 저 검은 귀신이 들렸다고 했다. 그리고 마치 분신처럼 코우와 함께한다. 나와 아이리같은 관계처럼 보이지만 미세한 차이가 있는 것 같았다. 나와 아이리가 일방적인 헌신 관계라면(나는 아이리를 전투에 쓰지 않으니깐), 코우와 저 검은 마치 공생관계같은 느낌이었다. 그녀도 저 검을 삿된 것을 베는 것에 쓴걸까? 상념에 메구무는 또 다시 생각을 늘어놓았다.
똑바로 일어설 수 있도록 잡은 손에 힘을 준다. 당신이 일어난 뒤에는 잡았던 손을 놓았다. 이어진 질문에는 픽 웃는 소리를 낸다.
“예, 뭐. 그렇죠. 그쪽이 그렇듯이요.”
회귀자는 짧은 대답을 한다. 원래 말이 많지 않은 건지, 아니면 그냥 경계하는 건지 제법 단답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럼 이만, 따위의 말과 함께 갈 길을 가는 것도 아니다. 그저 물끄러미 당신을 바라본다. 잠시의 뜸을 들이던 회귀자가 다시금 질문하기까지 긴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그건 마냥 행동이 느려서, 혹은 단어를 고르기 위해 대화에 시간을 둔 것 같지는 않았다.
“그쪽은 이 도시가 첫 추락, 맞습니까?”
질문이었지만, 확신이 있는 투다. 첫 추락일 수밖에 없다는 그런 투. 물론 표정에 어떠한 티가 난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당신의 행동을 보고 첫 추락일 것이라 예상한 건지도 모르는 일이다.
375 자캐의_곁에는_자신의_감정을_가감없이_드러낼_수_있는_사람이_있는가 음... 특정한 상대에게만 예외를 두지 않고요 애초에 감정을 숨기는 편도 아니네요🤔
427 자캐는_일기를_쓰는가 과거에는 변하지 않고 늘 적막했던 세상에 자포자기해서 뭔가를 기록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주변의 환경도 수시로 달라지고 인간관계도 생겼다 보니... 윈터를 잊었다는 것까지 알게 되면 그때쯤 일지를 쓸 필요성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요🤔🤔
제 손 쥐며 노래부르는 남자. 그런 그의 모습에 소녀는 눈 동그랗게 떴다. 적잖이 놀란 눈치다. 그가 마치 제게 들려주듯─부모가 아이에게 자장가 불러주듯─노래하고 있음에. 인간들은 종종 노래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위로받기도 한다 하였다. 그는 제게 노래 불러줌으로써 어떤 것을 전하고 싶었던 걸까. 가족애를 그린 듯한 가사는, 솔직히 잘 이해하기 어려웠다만─ "따뜻한 노래네." 그런 감상 정도는 남길 수 있었다. 소녀가 두 손 제 무릎으로 가져다 올려놓고서 그를 바라본다.
"응, 그랬을지도."
혼자이기에, 외로움을 몰랐기에 견딜 수 있었다. 그러니 지금 다시 혼자가 되라 하면 결코 그리하지 못할 것이다. 곧 남자의 말이 이어진다. 선함을 잃지 않는 한, 목숨이 사그라들 때까지 옆에 있어주겠노라고. 소녀는 그 말에 별다른 뜻 두지 않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고마워."
그리고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에 감사하는 것. 소녀가 해사한 미소 지어보이며 소리 없이 웃는다. 그는 알아차리지 못했겠지만. 문득 소녀는 생각난 듯 덧붙인다. "참, 이름도 안 알려줬네."
그것들의 이름을 요정이라고 하는 걸까? 그는 그 또한 기억해 두기로 했다. 게다가 중앙에 들어가 보려 하기까지 했다고. 소문에는 어두운 편이었지만, 그곳에 관해 들려오는 이야기들은 늘 불안스럽고 어수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럴 거라고 생각해. 다른 사람들은 다들 못 본 것 같았으니까.”
지금까지의 그 모든 불온한 전조가 떠날 시기를 알려주는 신호였다면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로 그저 그뿐일까? 추락자가 세계를 떠나고 말 뿐이라면 이곳에 남은 사람들은? 추락자들도 과연 안전하게 이곳을 떠날 수 있을까? ……그러나 스스로 고하였듯, 그는 범우에 불과했다. 그러니 지금은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밖에.
“그건 다행이네. 그래도 쉬어야 더 빨리 나을 수 있을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잠시 멈칫했던 걸음 다시금 내딛어 문 근처에 다다랐을 때 쯤, 그가 뒤를 돌아보았다. 문득 떠오른 어리숙한 의문. 사람이 칼도 될 수 있는 거였나? ……이 양반, 심장이 뛰지 않아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의문스러워하는 기색 고스란히 드러나며 속으로 했던 엉뚱한 생각마저 모두 들켰을 테니.
그는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열었다. 어김없이 삐걱이는 소리 새는 한편으로 목소리가 함께 들린다. 신의 것이라기엔 지나치게 소박한 기쁨이 담긴 음성이.
소녀는 경탄하듯 들뜬 기색으로 눈을 빛내었다. 다수의 추락 경험이 있는 추락자는 처음 만나보는 거니까. 그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지만, 일단은 넣어두기로.
청년은 말한다. 추락자들이 서로 다른 세계로 갈 수도 있다고. 그 말에 소녀는 일순 풀 죽은 표정 짓는다. 그럼 자신은 또 다시 혼자가 되어버리는 걸까?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세계에서... 그럴 바에야 이곳에 계속 머무르는 게, 하지만 일행들은 떠나고 싶어할 수도 있는데.
내가 보고 있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주시자가 아니었다면 마주치지도 못했을 부류의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사실상 내가 괴로움을 느낀 것은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죽어갈때였지만 ... 그것도 긴 역사에선 한순간에 불과하기에 잠깐이면 됐다. 오히려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은 모든 것을 다 알았을때의 자괴감과 ... 그들에 대한 연민.
" 하지만 그 괴로움을 잊지 못한다는건 무척이나 힘든 일이죠. 시간이 지나면 그것도 무뎌져가기 마련인데 저에겐 그런 축복은 내려지지 않았으니까요. "
그렇기에 지금에 만족한다는 영의 말에 나도 동감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지금도 그것들을 잊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그곳에 있었다면 이런 기억은 쌓이고 쌓이고 ... 영원히 잊지도 못한채 그렇게 살았어야했을테니까. 추락의 조건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에 죽음의 위기가 그런 것이라면 나는 오히려 그들에게 감사.. 하지는 않을 것이다. 퉤.
" 저도 지금에 만족해요. 행복하잖아요. 저에겐 그런 기억 하나하나가 소중하답니다. 무한한 기억의 영역에는 좋지 않은 것보단 좋은게 많은 것이 더 좋으니까요. "
슬쩍 웃어보인 나는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이곳의 밤하늘은 딱히 바뀌는 것이 없었다. 날이 지나면 조금이라도 바뀌는 것이 있어야할텐데. 그것이 이 세상의 특징인 것일까.
" 이만 들어가는게 좋지 않을까요? 밤이 늦어지고 있어요. "
아마도 그는 잠을 잘 필요가 없어보였다. 하지만 나는 잠을 자야했고 마침 졸음이 몰려오고 있었다.
추락자란 홀로 걸어가야 하는 숙명인 걸까. 소녀는 입가에 손가락 갖다대고서 생각한다. 이번 세계의 경우엔 무척이나 드문 경우라고. 소녀는 여태껏 만난 추락자들을 생각한다. 그들을 다른 곳에서 다시 보기란 어려울까. 그의 말로 미루어보면, 추락할 수 있는 세계는 무수히 많은 것 같았으니까.
"그럼 있잖아, 추락은 왜 하는 거야?"
고뇌 끝에 튀어나온 물음은, 보다 근본적인 궁금증이다. 추락 경험이 많은 그라면 이에 대한 답도 알고 있을까? 소녀가 다윈을 흘깃 올려다본다.
라클레시아는 원랜 진짜 예민하고 성격 더러워서 일하던 연구소에선 알아주는 인성파탄자였다니깐 :3 그걸 주변인들한텐 잘 표출을 안했는데 혼자서 막 승질내고 짜증내고 건드리면 화내고 그래가지고 같이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
그게 이제 주시자가 되면서 세월이 엄청 오래 지나니까 둥글둥글해진건데 얘는 망각 자체가 없다보니까 수틀리면 그 성격이 튀어나와서 앞뒤 안가리는거고 ... 아마 싸우게 되면 종종 볼 수 있을것. 근데 앞뒤 안가리는 것치곤 상황판단은 빨라서 싸우면서 말리거나 그런 것도 없고!
알렢은 지금 모습으로도 상처를 입을 수 있나요? 상처를 입으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그러니까... 평범하게 상처가 생기나요? 아니면 겉만 소녀고 정체는 신이니까 평범한 공격으로는 상처입힐 수 없다거나? 상처 부위에서 피 대신 "두려워 말라"가 튀어나온다거나? 그런 의미에서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어요🙋🏻♀️
알렢이의 성격썰! 원래는 지금처럼 아방방... 찌질찌질...한 성격이 아니었서여. 인간사회에 막 올라왔던 때만 해도 인간들 사이의 규범이나 그런걸 몰랐으니까... 인간 몸 구조가 궁금하다고 끔살한 적도 있고() 암튼 그랬는데~ 방구석에서 히키짓하면서 모니터 너머로 인간성을 학습한 느낌? 그래서 지금의 성격이 되었어여~ 그렇다고 이 성격도 알렢이 본성은 아니고 그냥 인간이 친근하게 느낄 법한 성격을 흉내내는 것에 가깝고여? 너무 알아먹기 어려운 개떡같은 썰이긴 한데🙃
>>272 히히 그렇게 칭찬해주시면 다음에도 궁금한 거 생기면 열심히 물어볼게요~(・ω<)
앗 뭐지 궁금한데 물어봐주세요!!!!!!!!!
>>274 >인간 몸 구조가 궁금하다고 끔살< ㅋ 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 오마이갓........ . 하지만 인간을 모르는 그런 정서가 정말 신적 존재다워서 짜릿하네요~ 지금의 성격도 진심히키력이 아니라 흉내라는 것도 조금은 의미심장하고?🤔 그러면 언젠가 흉내를 그만두는 모습이 나오기도 할까요...🤔🤔
영이는 모두를 사랑하는 만큼, 동시에 모두에게 동등하게 무심한 면이 있어요. 모두를 같은 정도로 좋아한다는 건 특정한 상대에게 조금의 차등도 두지 않는 거라, 인간관계에도 전혀 미련을 두지 않슴다. 갈등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서로 싸우는 두 편을 똑같이 좋아하다보니 자기는 그 상황에 무엇도 선택하지 않거나 우유부단하게 굴기도 하고... 누가 죽거나 다치는 걸 안타까워하지만 그건 '목숨'의 '손실'을 아까워하는 것뿐이지, 생명 하나하나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아직 없어요. 모든 생물들과 비교해 '사람'을 더 특별하게 여기지도 않습니다. 누구 한 명이 죽어도 어차피 세상에는 동등한 다른 생물들이 무수히 많으니만큼 크게 안타까워하지도 않아요. 자기가 직접 타인을 해하지 않을 뿐 생물들이 서로를 해치는 건 신경도 쓰지 않고요. 사람을 죽이는 괴물이나 흉악범죄자를 상대로도 와~ 사랑해~ 할 자식이라.... 모두를 좋아할 뿐 본인에게는 도덕, 윤리, 인간성의 기준이 전혀 없다는 문제도 있네요🙄 지금의 일행에게도 먼저 같이 가겠냐 제안을 받았기 때문에 같이 있지만, 다른 사람이 이리 오라고 하면 그래!하고 홀랑 가버릴지도요....🤦🏻♀️ 맨 처음 윈터에게 말을 걸었던 것도 도망가는 불량배보다 윈터가 더 가까이에 있었다는 이유밖에 없기도 했고요.
박애는 박애인데... 인간이 생각하는 박애의 의미와는 어긋나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아델 어카지... 네가 만난 신?의 사랑이 좀 이상하다...👀
>>322 마스코트가 큐베라면 축하할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슬픈 일이네 ... 8-8 >>323 라크는 엘프 공용어를 쓰는데 노던 엘프라 발음에 강세가 좀 쌘 편이야. 너무 추운 곳에서 살아서 입이 얼었을때 정확한 발음을 위해 그렇게 강세가 강한 발음을 가졌다는게 학계의 정설
>>323 음~ 저는 알 수 없다는 설정이에요! 배경이 된 세계도 지구가 아닌 다른 세계이기 때문에? 뭐랄까... 이런 소소한 부분만큼은 다른 세상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달까...🤔 현대 지구인인 제 기준에서 상상할 수 있는 문화권은 지구 기준일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상상의 여지를 아예 두지않으려고 아예 미상으로 두었슴다. 영이의 이름이 하나의 언어로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각자의 해석에 따른다고 한 것도 그것 때문이고요!
시선이 닿는 느낌이 든다. 허나 사내는 여전히 감은 눈 뜨지 않았다. 그저 지팡이를 짚은 채로, 바닥을 몇번 두드리다 오른쪽 귀 뒤로 머리칼을 살며시 넘길 뿐. 오래전 멸망한 왕국의 예의, 몸에 밴 습관. 지팡이는 자신이 눈이 멀었음을 알리기 위해 들고 다니는 것이요, 머리칼을 오른쪽 귀 뒤로 넘기는 것은 듣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몸의 언어.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하겠지만, 사내는 습관처럼 행동했다. 허나 사내는 안다. 알아차리지 못할 것 임을. 추락한지 얼마 되지 않았더라면 더더욱이. 추락자, 라고 낯선 단어를 입 안에서 굴리듯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사내는 감정을 느낀다.
"그렇습니다. 저희같은 이들은 추락자라고 불리우며... 세계를 유랑한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편히 부르겠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아아루 양."
그리 말하며 사내는 오른손을 들어 가슴께에 대며 천천히 고개 숙였다. 그리고 다시금 고개를 들며, 그녀의 질문에 대답한다.
"그리 오랜 시간 되지 않았습니다. 몇 주 정도일까요... 당황스러우실테니 몇가지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저 역시 도움을 받았기에 베푸는 호의입니다. 거짓을 말하지 않을 테니, 조금은 믿어주셔도 괜찮습니다."
그리 말하며 사내는 미소지어보였다. 적의가 없음을 드러내며. 첫 대면은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렇기에 우선은, 안심시키는것이 먼저일까. 신뢰를 얻고 싶었다.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는 것은, 이제는 더 이상 사양이었다.
"첫번째로, 이곳엔 제법 많은 추락자들이 있습니다. 윈터 양, 알레프 양, 영 님, 미하엘 양, 코우 양, 칼 씨... 제가 만난 것 만으로도 여섯입니다. 더 많은 추락자가 있겠죠. 아마 열명이 조금 넘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번째로, 이곳이 처음이자 마지막 세계가 아닙니다. 첫번째 추락이 아닌 사람도 있지요."
"세번째로는, 적어도 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어째서 추락하는지, 다음 추락할 세계는 어딘지... 당신이 궁금해 할만한 거의 대부분의 의문들을, 저도 풀지 못한 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정도면 설명이 되었을까요. 그는 싱긋 웃으면서 말한 뒤에, 목을 가다듬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제가 질문드릴 차례군요."
"당신은, 악인이십니까?"
단순한 질문이었다. 이전과 다르게 살기 등등하지도 않았다. 그저, 담담한 질문일 뿐. 사내의 질문에서는, 제발 아니기를 바라는 심정마저 담겨있을 정도였다.
자신을 신이라고 자칭하는 소녀. 정말 신이어도 상관없었다. 단순한 소녀여도 상관없었다. 제 앞의 그것이 외로워한다면,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자신의 기사도에 반해서 같은 단순한 이유가 아니었다. 그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그런 것을 내버려 둘 수 없는 자신의 천성이, 그리 말하고 있기에.
이어지는 말에, 사내는 싱긋 미소지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알레프 양. 저는 아델라이데라고 합니다. 편하게 불러주십시오."
그리 말하고는, 느릿하게 숨을 뱉었다. 남은 것은 기다림일까. 안전하게 소녀의 일행이 돌아 올 때 까지.
125 사랑과_우정_둘_중에_자캐가_고르는_것은 > 라클레시아의 종족인 노던 엘프는 한번 고른 반려와는 평생을 같이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어. 그래서 결혼할 사람을 고르는 것도 꽤 오래 걸리는 편이야. 라크는 워낙 오래 살았으니 종족으로써의 정체성이 많이 옅어진 상태긴 하지만 사랑과 우정 중에서 고르라면 무조건 사랑이야.
475 자캐가_가장_버티기_힘들어_하는_것은_열등감_vs_외로움_vs_분노_vs_지루함_vs_죄책감 > 열등감에 가장 취약한데 일단 어릴때부터 세기의 천재 소리 들으면서 자랐으니까 자기 분야에 대해선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을 하고 있거든. 실제로 라크보다 뛰어난 학자가 그 세계에선 몇번의 리셋을 거듭해도 나오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그쪽에서 열등감을 느끼면 아마 못견딜꺼야. 다른건 뭐 쉽게 이겨낼 수 있지.
447 극한의_상황에서_죽음을_예감한_자캐가_가장_먼저_떠올리는_것은 > 드디어 나에게도 휴식이 찾아오는구나, 하고 만족하지 않을까. 하지만 지금처럼 약속한 사람이 있으면 먼저 가는 것에 대해서 조금 더 슬퍼할꺼야.
>>411 맥주잔에 거품 90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넘웃겨..... 일단 눈이 안보이니까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하고 잠깐 물음표 띄운다음에 '아 술을 잘 모르시는구나' 정도로만 생각하지 않을까요??? 황당... 어이없음... 이런 생각은 안할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넘 귀여워.... 생선튀김이 된 영주도.............
289 모두가_짜장면을_시켰는데_짬뽕이_먹고_싶은_자캐는_당당하게짬뽕시키는편_vs_그냥짜장면으로통일하는편 ▶너무 당연한 얘기 같지만 자기 먹고 싶은 거니까 짬뽕 시키는 편. 물론 가끔 눈치 봐야할 때는 짜장면을 시킬 때도 있지만, 보통은 짬뽕을 시키지. 근데 미하엘은 짬뽕보다 잡채파긴 함. (애초에 짜장도 아님)
268 자캐는_주변_사람들에게_어떤_사람이고_싶은가 ▶여러분!!! 진단 뒤에 사람 있어요!! 글쎄, 무해하지만 도움을 주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501 자캐가_더_선호하는_건_이미먹어봐서보장된맛_vs_새로생긴음식점의새로운맛 ▶미하엘은 새로운 맛을 선호할 듯. 실패하면 같이 간 사람에게 먹어줘, 할 듯.
미하엘, 이야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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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8 자캐는_비를_좋아하는가 ▶딱히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편. 센치해지기엔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라서.
427 자캐는_일기를_쓰는가 ▶놉. 쓰지 않음.
416 자캐가_좋아하는_드라마_장르 ▶ㅋㅋㅋㅋㅋㅋ 다윈, 드라마 보나? 본다 그러면 스릴러나 액션 아닐까? 막장 드라마는 주변에서 보니까 같이 보는 정도일 듯.
흠~ 지금은 키워드로만 써있긴 하지만 제대로 써놓긴 한 것 같네요~ 인간불신, 반사회적 - 과거 군에서 인간에게 이용만 당해옴 무미건조, 애정결여 - 살아오며 잃은 사람이 많아 타인과 가까워지길 꺼려함, 연애결여는 애정결핍 느낌이 아니라 아직은 이성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느낌
소녀는 짐짓 놀란 듯 말까지 더듬는다. 선배(?)라니까 어느 정도는 알 줄 알았는데, 결국 추락의 원인이며 의도는 아무도 모른다는 건가. 의문이 점점 깊어져가던 그때, 다윈이 궐련을 꺼내려다 마는 걸 소녀는 목격한다. 뭘 망설이는 걸까? 그의 매너나 배려를 알 리 없는 소녀는 그저 고개를 갸우뚱할 뿐이다.
"나? 자신은 없는데... 응, 알아내면 말해줄게."
잠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내더니 금세 비장한 표정 짓는다. 하지만 앞서 수 번의 추락을 겪은 그도 모른다 하거늘 자신이 그 답을 찾아낼 수나 있을까. 물론 상대는 진심으로 그런 말 한 것도 아니지만, 순진한 소녀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뒷골목에서의 싸움을 마무리한 나는 인파를 피해 여관으로 다가갔다. 골목에서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었기에 지금 가면 늦었을것 같다는 불안한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싸움의 여파로 이곳저곳엔 상처가 있었지만 거기서 느껴지는 고통보단 여관의 일행들이 어떻게 됐는지 봐야한다는 생각만하며 속도를 내서 여관에 도착한 나는 생각보다 조용하다는 것을 느꼈다.
' 무사히 도망친건가? '
추락자들이 있었다면 모여서 시위라도 하고 있을 것 같던 양반들이 어디 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몇명이 남아서 눈에 불을 켜고 여관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것 같았는데 나는 그들의 시선에 들기 전에 이미 장소를 벗어난 뒤였다. 알레프는 내가 숲으로 데리고 갔으니 남아있던건 영과 윈터, 그리고 다른 추락자들. 그들이 무사히 대피했기를 바라면서 나는 곧장 내가 쪽지에 써두었던 그 장소로 향했다. 그 나무 그늘은 다행히도 주민들은 없었다. 애초에 도시에 처음 왔을때 거기에 있던 것도 거의 사람들이 안오는 인적이 드문 장소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주홍빛 눈이 인상적인 그녀, 윈터를 볼 수 있었다. 멀리서 봤을때는 그저 반가운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지만 가까이 가자 보이는 그녀의 상처에 나는 당황해선 물었다.
" 그 상처 어떻게 된거에요? "
몰골로는 나도 그렇게 꿀리지는 않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나는 급하게 회복 마법을 사용해서 윈터의 상처 부위에 손을 가져가려했다. 아직 횟수는 남았으니 몇번 사용하면 아마 눈에 띄게 좋아지지 않을까 싶었다.
처음으로 맞이하는 홀로 남겨진 어둠 속, 가장 먼저 아아루가 맞닥뜨린 것은 어둠 속의 알지 못할 거대한 갑옷 입은 존재. 머리와 어깨에 돋은 날카로운 가시들은 밤을 처음으로 눈에 담아 어둠이 익숙지 않은 아아루의 눈에도 보일 만큼 서슬퍼렇게 번득이고, 눈이 있을 만한 곳에서 흐릿하게 빛나는 흉광은 서슬퍼렇기 그지없는데. 그래, 마치 스스로 지킬 준비가 되지 않은 사냥감 앞에 나타난 살인마나 이형의 괴물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그런 존재였는데─
그럼에도 그가 그렇게 꺼려지지 않음은, 첫째는 왜인지 모르게 아아루의 머리 한켠에 드는 이상한 믿음. 아아루의 누구십니까, 하고 묻는 말에 "그대는 누구인가." 하고 반대로 되묻는 목소리에서부터, 무엇을 찾아 이 숲속을 헤메이는지 모를 저자가 아아루와 같은 처지라는 분명하고 또렷한 믿음이 들고 있음이리라.
그리고 그 둘째는 그가 상처입히는 사냥꾼이 아니라 상처입은 짐승의 처지였음이라. 이것은 눈이 아니라 귀로 알 수 있었다. 부자연스럽게 질질 끄는 한쪽 발은 결코 정상적인 걸음걸이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아아루는, 이 낯선 이에게 한때 여신이었던 이의 자비를 베풀어주기로 결정했다.
"......"
그 거대한 이는 무언가 흉측한 흉기 따위를 꺼내들고 아아루를 습격해오는 게 아니라, 주위를 두리번두리번거리더니 품속에 손을 넣어서는 웬 횃불 하나를 꺼내어들어 보였다. 딱히 불을 키는 동작도 하지 않았는데 후르륵 하고 흐릿한 상아색의 불빛이 타올라 주변을 밝힌다. 불빛 아래로 그 흉측스러운 검은 갑옷의 실루엣이 드러났고, 왜인지 그것은 한때 저렇게 불길한 것이 아니라 좀더 잘 정비된, 더 경건하고 더 떳떳한 전사를 위한 것이었던 것이 저 꼴로 전락해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당신은 누구지."
한 손에 횃불을 들고, 그 기사는 아아루를 바라보고 있었다. 알 수 있었다. 아아루를 경계하고 있다. 마치 아아루가 그를 경계하고 있듯이.
>>545 응, 난다. 언데드라고는 하지만 심장도 제대로 뛰고 있고 생각보다 생명에 상당히 가까운 느낌이야. 과다출혈을 일으키면 그에 따른 부작용도 겪어 횃불을 가지고 떠나는 여행을 위해 생명의 개념 여기저기를 뒤틀었지만 너무 겁을 먹은 바람에 가장 간절한 부분만 뒤틀어서 불사자로 만들어놓고는 약점들은 잘 못 건드렸다는 듯해
원래는 과다출혈에도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부작용을 훨씬 적게 겪는다던가 피가 느리게 흘러 독도 잘 안 듣는다던가 이미 죽은 몸이나 다름없어 병에도 안 걸린다던가 할까 했는데 다키스트던전 고증(?) + 밸런스 눈치 보느라 이 부분은 생략했지
추락자의 존재를 강하게 배척하는 도시 주민들의 웅성거림으로 소란스럽던 거리가 일순 정적했다. 윈터가 부딪힌 것은 키가 2m는 족히 넘어 보이는 장신의 남성이었다. 옆구리가 불에 덴 것처럼 뜨거웠다. 날카로운 통증이 뒤늦게 찾아왔다. 다리에 힘이 풀려 뒤로 한걸음 물러난 윈터는 고개를 내려 제 옆구리의 상태를 확인했다. 찢어진 옷자락이 붉게 물들어있다. 날붙이를 든 주민과 저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솥뚜껑처럼 커다란 손이었다. 그가 막아주지 않았다면 꽤 심각한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남성의 위압감에 덜덜 떨고 있는 주민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상처를 손으로 덮고, 남성의 얼굴을 바라보려 고개를 드는 순간이었다.
"무슨 권리로 이 사람들을 해치고자 하는가!"
추락자의 일갈은 윈터가 두 귀를 막을 정도로 쩌렁쩌렁했다. 윈터는 그의 검은 눈동자를 잠시 응시했다. 이들과는 어디선가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고맙다는 인사는 하지 않았다. 천천히 고개를 내린 윈터는 아무 말 없이 그의 곁을 지나쳐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인간이라면 이제 지긋지긋하다.
희번득한 놀빛 눈동자에 감히 그녀의 앞을 막아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약속했던 나무 아래엔 라클레시아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 처음 떨어졌던 때가 떠오른다. 이번엔 그가 먼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헤어졌던 사이 그의 온몸에 창상이 몇 개나 생겨있었다.
"좀 긁혔어." "너야말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인간 놈들이 그렇게 만들었어?"
이마의 상처는 이미 딱지가 앉았고, 옆구리도 지혈을 해두어 움직임에 큰 불편은 없었다. 고개를 저어 보인 윈터는 제 상처에 손을 가까이하는 그의 손목을 붙들어 떼어놓으려 했다.
"난 괜찮으니까, 너 스스로를 치료해. 상처가 한둘이 아니잖아."
윈터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녀의 시선은 엘프의 새하얀 뺨을 길게 베어놓은 상처 부근에 머물러있었다.
그렇지만, 순간에 불과하다 할지언정 아무렇지도 않다는 뜻은 아니지 않나. 심지어 그것이 몇 번이고 반복되기까지 한다면. 그런 생각 쓰리게 스치나, 고개를 끄덕인다. 이미 많은 것들을 잃고 만 그도 그 길었던 옛 시간의 기억들만은 모두 잊을 수 없다. 어느 날이고 문득 덮쳐드는 괴로움을 덮어 가며 묵묵히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마음이라면 조금은 알 것 같아서.
[ 앞으로도 행복할 수 있을 거야. ]
자신이 이미 그러하듯. 라크의 시선을 따라 그도 하늘을 올려보았다. 매일같이 보아 온 하늘은 이제는 퍽 익숙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니 알 수 있었다. 이대로 몇 시간이 지난 뒤에는 서서히 저편에서부터 동이 터 오리라. 그는 새아침이 밝을 무렵까지 얼마든 기다릴 수 있었지만, 라크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차, 적게 자도 괜찮다 했을 뿐 자지 않아도 된다는 건 아니었지. 하늘은 이미 익숙할 만큼 보아 두었으니 여관에 미리 돌아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곁을 돌아보았다. 지난번 알레프에게 그랬듯, 자연스럽게 데려다 주는 듯한 구도가 되어서는.
거울 보면 처음에는 거울인거 몰라. 한번도 본적 없으니까. 유리창도 못봤고. ?뭐지 하고 기웃기웃 하다가 자기랑 똑같이 움직이는걸 보고 자신의 모습이 비치는거라는걸 금방 깨달음. 상이 비치는건 물 표면 정도는 본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제대로 비칠만큼 수면이 잔잔한적이 없어서 자기 모습을 제대로 모를것같아. 거울을 보고선 상이 비치니까 물인가 아닌데 뒤에 물이 갇혀있을 공간이 없는데. 그보다 물은 저렇게 깔끔하게 비치지 않는데. 저게뭐지. 할것같네
시비라기엔 좀 규모가 있었던것 같았지만 구구절절 말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그래도 시비를 걸어온 놈들은 다 죽여버렸다는게 다행이라는 것일까. 손속에 자비를 두었다면 아마 여기까지 쫓아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상관 없으나 윈터까지 들키게 된다면 일이 커진다. 어쨌든 나는 윈터의 상처를 보고 치료를 해주기 위해 손을 가져다 대었으나-,
" 저도 치명적인건 다 치료했어요. 그리고 횟수가 얼마 안남았으니까. "
옆구리에 난 상처는 딱봐도 얕은 상처는 아니었다. 아까 마법을 써봤을때의 느낌을 봤을때 지금 회복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건 두어번 정도가 한계일듯 싶었다. 윈터의 손이 내 손을 떼어냈지만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금 옆구리에 손을 가져가며 나는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윈터의 시선이 가있는 곳이 어딘지 알아챈 나는 멋쩍게 웃으며 다른 손으로 피를 훔쳐내며 말했다.
" 그래도 걱정마요, 다 죽여버렸으니까. "
쫓아올 걱정은 없을거에요. 그렇게 윈터가 거부하지 않는다면 옆구리의 상처에 치료마법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나머지 횟수는 어디서 치료 마법을 볼 수도 없으니 최대한 아껴놔야했다. 이런 상황에선 언제 비상상황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아까 전투로 체력이 다했는지 서있던 나는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았다.
" 이럴줄 알았으면 평소에 좀 더 운동할껄 그랬나봐요. "
안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격한 움직임을 상정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내 움직임은 대부분 마법의 보조가 있었으니 아무리 날뛰어도 체력이 괜찮았던 것이다.
>>667 나는 키보드가 너무 익숙해서 ... 일도 컴퓨터 앞에서 하는 일이고! 오히려 모바일 타자가 엄청 불편하더라구 ... 손에 들고 있으면 손가락도 아프고 ㅋㅋㅋ >>668 앗 윈터주도 모바일러구나 ... 확실히 모바일이 한눈에 보기 편하지 :3 >>672 (동질감의 하파)
>>712 불사자면서도 산 사람이 느낄 불편은 또 다 느끼는 몸이라 입맛은 없는 주제에 상한 음식의 악취는 적나라하게 느껴진다는 TMI 하나 더 추ㄱ 하 아아아아아아????? (납치당한 고슴도치) 아아루와 돌리고 있는 일상이 있으므로 먼저 레스 올라온 쪽 답레를 우선하게 되는 점 괜찮은지
사내는 지팡이를 짚으며 거리를 방랑한다. 마을 주민들은 갈수록 불친절해지고, 활동할 수 있는 범위도 좁아진다. 더이상 모닥불은 따듯하지 않았다. 노래 부르며 그들과 정답게 술 한잔 드리우던게 엊그제같은데.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걸까. 텅 비어버린 자그마한 주머니를, 재킷 안주머니에 넣으면서 짧게 숨을 뱉었다. 여윳돈 마저 없는가.
사실 여윳돈이 없는 것 정도는 익숙했다. 어차피 사라질 화폐다. 재산을 모으고자 하는 그릇된 욕심은 버린 지 오래였다. 마을 바깥의 숲으로 나가면 과실이 열려있을 테고, 호숫가에서 물을 떠 마시면 되는 일. 허나 동전 한잎 정도는 남겨두고 싶었거늘, 상황이 길어지며 결국 다 써버리고 말았다. 제 자신의 안위보다, 우연히 마주한 가난한 이에게 베풀어야 하는데. 사내는 그리 생각하며 아쉬워했다.
'여관에서 허드렛일을 도우면 조금 더 머무를 수 있을까.'
방값을 내는것도 골치아팠다. 이전처럼 노래하는것 만으로는 손님들이 즐거워 하지 않을 터. 달가워 하지 않는 손님도 있는 것 같으니... 아아, 그저 모든것을 내버려두고 방랑할까. 다른 세계로 떠나 갈 때 까지, 조금 정도는 숨을 돌려도 괜찮지 않을까. 노숙 생활은 익숙했다. 오랜 여행길로, 하늘을 지붕삼고 초원을 침대삼는 일에는 달관했으니. 허면 물품이 조금 필요할 터인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전에 만났던 장사치인 칼에게 조금 부탁을 해볼까. 아니면, 경비병들의 일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마수를 베는 일에는 자신이 있었다. 사람을 죽이지는 않을 것이나 가벼이 베며 제압하는것 역시 자신이 있었다. 자신의 능력은 노래하고, 춤추며, 칼을 휘두르는 것. 그것으로 벌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골똘히 생각하며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도심을 걷던 그때.
따악.
투둑, 투둑 하고 사내의 머리에서 피가 흐른다. 사내는 당황하지 않고, 천천히 행커치프를 뽑아 머리에 가져다댄다. 익숙한 피비린내가 코 끝을 찌른다. 피에 젖어 점점 무거워지는 손수건. 돌을 맞았는가. 사내는 부드러운 미소 띈 채로 주변의 소리를 듣는다.
소란스럽다. 당황. 초조. 즐거움. 가지 각색의 심음이 들려오고, 가쁜 숨 몰아쉬는 소리가 들린다. 사내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띈 채로, 그 쪽으로 얼굴을 돌린다.
"실례. 제가 앞이 보이지 않아, 그만 못 보고 맞아버린 것 같군요. 너무 신경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웅성거림. 조롱 섞인 비소. 사내는 이런 모욕에도 개의치 않고 축축해진 행커치프를 꾹 누르며, 발걸음을 재촉하다.
툭.
누군가와 부딪히고 말았다. 그리고, 또 다시 느껴지는 익숙한 감각. 추락자. 사내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다. 사내는 느릿하게 속삭인다.
283 자캐는_성격이_급한_편_vs_느긋한_편 느긋한 편! 시간 참 안 가는 곳에서 무료하게 보내는 생활에 익숙하다보니 기다리는 일을 특히 잘해요. 불멸자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기본적인 시간감각이 심하게 느린 편이고요. 누가 자리에서 가만히 기다리라고 하면 그 자리에서 기약 없이 며칠이고 서 있을 수도 있슴다...🙄 영: (・▿・)(안 지겨움!)
하지만 자기가 당장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곧바로 실행에 옮기곤 하는 성격이기도 해서(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일일 경우), 기본적으로는 느긋하지만 추진력은 강한 성격이라 할 수 있슴다!
120 자캐_손의_온도_감촉_크기 늘 일정하게 차가운 온도를 유지 중입니다. 정확하게 몇 도라고 정해놓지는 않았는데.... 뱀보다 차가운 정도? 겨울에 친구 목 뒤쪽에 손 넣으면 재미 쩔겠다(?) 크기는 평균 정도에 손가락과 뼈대가 가는 편이에요. 감촉은 말끔한 상태를 기준으로 아주 부드럽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진다면 금세 예전처럼 너덜너덜해질지도...
40 자캐의_요리실력 (요리치 설정 봄........) 독살당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말해주세요(・ω<)
영, 이야기해주세요! #자캐썰주세요 #shindanm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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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진단~만 돌리고... 아니 왜 벌써 이 시간이지??? 얼른 샤워 조지고 돌아오겠슴다🫨
점심 때부터 우중충하던 하늘은 저녁이 되자 한 방울씩 빗방울을 떨어뜨리더니, 한밤중이 되어선 와르륵 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비를 피하고자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거나 가게로 향하는 일이 많았고, 그건 대부분의 추락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굳이 다른 점이 있다면, 추락자 대부분은 여관에 있다는 거고, 주민들은 자신들의 공간이 있다는 거겠지.
그리고 미하엘은 ‘대부분’에 해당하지 않았다.
비가 온다는 건 자신들을 배척하는 사람이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다. 미하엘은 방수천 하나를 뒤집어쓴 채 여관을 나왔다. 돌아다니는 사람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지만, 천을 뒤집어쓴 탓에 미하엘이 추락자임을 알아차리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했다. 그렇게 대놓고 빠져나와 미하엘이 향한 곳은 여관이 잘 보이는 건물 쪽의 지붕이었다.
사람들이 변하면서 미하엘은 자주 이 자리를 고수하곤 했는데, 이유는 단순했다. 이곳이 가장 잘 보이니까.
추락자가 오가는 것도, 도시의 주민들이 드나드는 것도 이 위치만큼 잘 보이는 곳이 없었다. 비가 오는데도 자리를 잡은 건, 언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인데, 굳이 이유를 덧붙이자면 그래도 자신이 이런 일이 익숙하기에 대처하기가 쉽다는 점이리라.
“뭐······, 조금 춥지만.”
혼잣말을 중얼거린 미하엘은 방수천을 좀 더 웅크려 쥐었다. 그리고 그때, 익숙한 사람이 여관을 나오는 것이 보였다. 미하엘은 주변이 어두워도 저 추락자가 아는 얼굴이라는 걸 알았다. 아델라이데다. 미하엘은 가만히, 그를 바라본다. 꼭 무언가를 판단하는 것처럼.
"자꾸 어디로 손이 가는 거야, 이 파렴치 엘프. 그러니까 더 너한테 사용해야지. 나는 긁힌 것뿐이라고 했잖아. 아니면 일단 아껴두던가."
윈터는 다시금 제 상처로 손을 뻗어오는 라크의 손목을 꽉 잡아 멈춰세웠다. 그녀의 신체는 일반의 것이 아니어서 힘 조절을 했다 하더라도 엘프가 느끼기엔 꽤나 아프게 느껴졌을 수 있겠다. 윈터는 그의 뺨에 두었던 시선을 옮겨, 그와 눈을 맞추었다. 평소의 흐리멍덩함은 간데없고 퍽 수더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무감정하게 흘러나는 파렴치라는 말. 지난밤, 같은 객실에서 묵었던 알레프에게 들은 말을 그대로 인용한 것뿐이다.
"너는 죽였다는 말을 참 편하게 하네. 사람 하나 못 죽일 것처럼 생겨선."
오랜 시간을 죽고 죽이는 것밖에 모르고 살아온 그녀의 입에서 편히 나와도 되는 말은 아니었다. 잡았던 손목을 놓은 윈터는, 가늘게 뜬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의외라는 생각이었다. 지금은 저에게 상냥히 굴지만, 혹여라도 다른 속내가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의 눈초리였다.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다. 서있는 것이 불안해 보이던 그는, 체력이 다했는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운동은 무슨."
괜찮냐는 말은 하지 않았다. 옆에 쪼그려앉아 그의 겨드랑이 아래에 팔을 끼워 넣은 윈터는, 조심히 그를 일으켜 근처의 나무까지 부축했다. 그가 줄기에 기대일 수 있도록 앉혀놓고선 저도 그 옆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좀 쉬자."
나무에 머리를 기댄 윈터는 턱을 들어 하늘을 올려보았다. 성벽으로부터 저희를 향해 비스듬히 내리깔린 짙은 그림자. 시간이 갈수록 그늘보다 볕이 넓어온다.
날이 밝았다. 사내는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몇번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몸 상태를 살핀다.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최악인 컨디션도 아니다. 절반 정도는 돌아왔을까. 사내는 짧게 숨을 내뱉었다.
가지런히 침대를 정리하고 의복을 갖추어 입는다. 셔츠와 넥타이, 조끼와 재킷까지. 단정하게 차림새를 갖추는데에는 제법 시간이 들었다. 몇번이고 입은 의복이기에 익숙하다만,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데에는 정교함이 필요했다. 자신은 눈이 보이지 않아 어떤 지 알 수 없기에.
평범한 일상 생활, 검을 휘두르는 것 쯤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치장은 또 다른 영역이었다. 가지런히 머리칼을 정돈하고 나서야 사내는 익숙하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여관에서 아래로 내려오며 물 한컵을 부탁했다. 사내는 찌뿌둥한듯, 이마를 꾹꾹 눌렀다.
'나는,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여전히 고민은 먹구름처럼 사내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으니. 내어져 온 물을 천천히 들이키며 다시금 숨을 뱉는다. 우선은 마을 바깥으로 나가볼까. 폭포같은걸 맞으며 명상하다 보면 생각이 날 지도 모르는 일이지. 그렇게 사내는 여관의 테이블에 자리를 차지하며 조용히 앉아있었다.
임시 거처는 땅에 판 곰굴 꼴이나마 마련을 해두었고, 씻거나 마실 맑은 개울가가 있었으며, 덫 사냥이며 채집 활동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번 세계에서도 식용 가능한 최소한의 식량들을 마련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괄목할 만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오죽하면, 페일은 문득 자신이 '원래 자신이 살던 세상'에서 그렇게 멀어지지 않은 것 같다고 판단할 정도였다. 페일이 살던 세계는 이미 여러 세계가 뒤섞여있던 세계였고, 그 중 자신이 살던 세계와 이 세계의 시대상이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하루하루 멸망을 향해 황폐화되어가던 자신의 세계보다 훨씬 싱그럽고 풍성하게 살아 숨쉬는 이 세계에, 페일은 잠깐 횃불 기사들의 과업이 완료된 것이 아닌가 하고 가당찮은 어림짐작마저 해볼 정도였다.
하지만 횃불은 여전히 싸늘히 타오르고 있었다. 자신이 머금고 있는 희망이라는 그 개념을 조롱하는 것처럼. 그리고 이 세계에서도, 여전히 그 원인이 불명한, 그러나 그 현상이 분명한 변칙은 일어나고 있었다.
이대로 계속 주민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한 채로 「숲 속의 죽음의 기사」 괴담 취급을 당해가며 이 세계에 대해 독자적으로 조사하는 것도 가능한 선택지였다. 그러나 페일이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민가에 가까이 다가와 조사를 해보고자 한 계기가 있었다. 영과 윈터, 그리고 아아루와의- 추락자들과의 연속된 만남.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던 동질감. 횃불을 짊어진 불사자들 사이에서나 서로간에 느낄 만한 동질감, 그러나 그것과는 그 종류가 다른 동질감.
그것이 페일이 갑옷을 거두고 평복을 입은 채로 최대한 조심스레 사람들이 사는 도시에 접근한 이유였다. 자신의 평상복이 이 세계의 시대상과 그렇게 다르지 않으니 어쩌면 갑옷을 거두면 이들을 속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러나 영과 윈터와의 조우에서 느낀 것처럼, 녹록지 않다.
폐쇄적인 중세 마을 특유의 낯선 외지인에 대한 경각심에 더불어, 추락자들을 향한 그 원인을 모를 증오. 그것은 아무리 페일이 그들과 비슷한 옷을 입고 있다 하더라도 예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머리를 다른 사람들의 어깨 위에 두고 있는, 크다 못해 거대한 신장 때문에 은신하기도 글러먹은 것은 덤이고. 아무리 이모양 이 꼴로 전락했어도 그는 기사였지 도적은 아니었기에. 결국 페일도 거의 비슷한 신세가 되어, 자신을 향한 따가운 시선을 뒤로하고 페일은 빠른 걸음으로 마을을 벗어나는 중이었다.
그런 그 순간 마주친 것이 아델라이데였다.
처음 그 까만 눈을 마주친 순간, 페일의 시선은 가장 먼저 피가 흐르고 있는 아델라이데의 이마로 튀었다. 그리고 다음 아델라이데의 눈으로 향했다. 이 자도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이다. 아델라이데와 마찬가지로 페일은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페일이오. 제대로 통성명을 하기에는 자리가 좋지 않군."
지금까지 마주친 '기이한 동질감'을 느낀 이들 중 눈높이가 가장 가깝다- 그리 생각하며, 페일은 마을의 외곽으로 향하는 길로 아델라이데를 눈짓했다. 여기에서 더 이러고 있다간 저 자들이 종교사냥을 하러 나서는 미치광이 무지렁이들마냥 쇠스랑이며 괭이들을 치켜들고 떼지어 몰려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다.
─아델라이데가 그를 기사라고 판단한 이유는 아마 이것일 것이다. 평생을 무예를 갈고닦으며 함께 단련해왔음이 자명한, 옷가지 따위로는 숨길 수 없는 우락부락한 근육질 체격과 더불어서 페일이 서있는 자세가 무예에 능통한 이의 균형잡힌 자세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아델라이데가 페일을 똑바로 바라보았다면 또 다른 바를 느꼈을 것이다. 그가 살아온 세상은 아델라이데가 살아온 것처럼 낭만이 충만한 세계는 결코 아닐 것이라고. 그의 눈빛이며 태도는 궁중 예법을 갖춰 여유롭게 깍듯한 강대국의 준귀족의 그것이 아니라, 수많은 전장을 헤쳐나온 베테랑의 그것에 훨씬 가까웠으니.
" 윈터, 나는 본래 연구자였어요. 긁힌 상처와 아닌 상처 정도는 쉽게 구별할 수 있어요. "
하지만 이 이상 권하지는 않았다. 그녀에게 잡힌 손이 살짝 아팠던 것도 있고 이렇게까지 거부하는 이상 정말 괜찮을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녀도 일반적인 수인과는 다른 신체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그러다 윈터의 말이 들려와 나는 작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 위협이 되면 제거하는 것뿐이에요. 최대한 피하려하지만 필요할땐 주저 없어야하니까요. "
주저하다가 죽어간 주시자들도 몇몇 보았다. 죽어간 이들은 곧장 되살아나긴 했지만 '그들'에게 흥미를 주지 못한 몇몇의 주시자들은 그대로 죽어버리는 경우도 흔했다.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언제나 위협은 존재했고 그때마다 망설임 없이 제거해야 뒤탈이 없었다. 지금도 그 일의 연장선일뿐.
" 그들이 날 따라왔다가 당신에게 해를 입히면 어떡해요. 그럴 일은 절대 있으면 안되니까. "
그렇게 말하고선 주저 앉아버렸다. 사실 중간에 그렇게 거친 싸움을 하고 여관까지 갔다가 여기까지 온 것도 나로써는 엄청 선방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나는 윈터의 부축을 받아서 나무 줄기에 기대 앉을 수 있었고 옆에 같이 앉은 윈터의 얼궁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하늘을 향해 있었기에 나는 말했다.
" 알레프는 도시 바깥의 숲에 숨겨놨어요. 그곳이라면 주민들도 찾기 힘들테니까. "
여관 밖에서 떨고 있던 소녀는 자신이 곧장 챙겨서 도망 나왔다. 같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거기에 가만히 있는다는 것은 나에겐 불가능했다. 윈터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윈터를-.
"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여기에 온 것처럼 어느샌가 다른 세계로 가버릴 수도 있는거 아닌가하고. "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만약이다. 영원히 여기에 갇혀서 이런 범죄자 취급이나 받아야할 수도 있다.
" 그때도 같이 있어 .. 아니, 같이 있고싶어요. 같은 세계로 가게 된다면. "
둘이 아예 다른 세계로 가버릴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그녀와 내가 온 세계가 다르니까 마찬가지로 흩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아침이 밝았다. 여전히 도시는 평화롭고 같은 방을 사용하던 영은 어디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항상 걸치고 다니는 외투를 챙겨입은채 거울을 바라본다. 졸음이 가득한 얼굴이라 나는 볼을 두어번 때려서 정신을 차린 뒤에 방을 나섰다. 아침이라 그런지 여관은 어젯밤보다야 한산했다.
" 좋은 아침이에요, 마시. "
여관에서 머무는 대신 나는 마시의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요리를 할 줄 아니까 재료 손질을 도와준다거나 간단한 심부름을 한다거나 하는 등의 일이었다. 어젯밤에도 꽤나 바빠서 나는 다 떨어질 것 같은 재료들을 손질하고 식기들을 설거지 하는 등의 주방 잡일을 했다. 그래서인지 몸이 꽤나 뻐근했는데, 간만에 빡세게 운동했다고 생각하며 나는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 어제 다치셨던 분이네요.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
그렇게 내려가자 보랏빛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남자 하나가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어제 영의 손에 이끌려온 남자였는데 부상이 꽤나 심각해보였다. 내가 치료마법을 사용할줄 아는걸 어떻게 알았는지 기가 막히게 데려온 영의 눈 앞에서 나는 그를 치료해주고선 다시금 일을 하러 갔었다. 이렇게 멀쩡히 앉아있는 것을 보면 치료가 효과가 있었나보다.
" 제 치료마법은 완벽한게 아니라서 쉬어줘야 상처도 완벽하게 낫는답니다. 아, 어제 마시에게 말해둔게 있는데 잠시만요. "
나는 그를 치료해주고서 마시에게 말해둔게 있던걸 기억해냈다. 그대로 마시에게 향한 나는 어제 만들어둔걸 달라고했고 마시는 이미 데워놨다며 접시에 담아 죽 같은 것을 전달해주었다. 나는 테이블로 돌아와 그 남자의 앞에 접시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 속에 부담을 안주면서 열량은 높은 음식이에요. 맛은 ... 그렇게 자극적이진 않겠지만 당신은 환자니까 이걸 드세요. "
그는 맹렬한 기척을 느낌에, 질끈 감고 뜨지 않았던 탁한 눈을 잠시 천천히 떴다. 그리고는 어둠 뿐인 세계를 바라보다, 다시금 눈을 천천히 감았다.
"그렇습니다. 이해 해주셔서 기쁠 따름입니다."
사내는 그리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란을 피우는 것은 좋지 않았다. 지금 같은 때에 이곳에서 돌을 맞았노라고 분개하며 난리를 피운다면, 내게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닐 터이다. 확실한 일이었다. 두려움에 떠는 이들이 있다. 소녀의 모습으로 신이라고 자칭하는, 알레프 양은 분명히 떨고 있었다. 윈터 양 역시 힘의 폭주를 이야기하곤 했었다. 칼 녀석도 활동하기 쉽지 않아지리라. 첫 만남 때부터 경비병과 좋지 않게 엮였으니, 분명 주시하고 있으리라. 미하엘 양과 영 님, 코우 양은 괜찮겠다만... 아아, 코우 양은 어쩌면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베어도 되는 사람이 늘어날테니. 영 님께서는 조금 곤란해 하시겠지. 절대적인 아가페를 갖추고 계신다고 할 지언정 공격받는 일은 결코 유쾌하지 않은 일이리라. 그렇게 얽혀버린 이들이 있다.
그것들을 모두 내버려두고 이곳에서 고작 돌을 맞은 일로 날뛰기엔, 너무도 어리석은 일임이 명백했다.
그는 기척을 느낀다. 느릿하게 뛰는 심음. 지팡이로 바닥을 탁, 하고 치며 사내의 형태를 들어본다. 말소리로 보아헌데 키는 2미터가 넘는가. 나보다 큰 이는 오랜만이군. 북부 출신의 기사일까. 균형잡힌 자세. 쉬이 쓰러뜨리지 못할 상대임이 분명했다. 되돌아오는 파장이 거칠다. 숨길 수 없는, 단단한 근육이 자리잡고 있으리라. 그는 제 앞의 사내의 형태를 어림짐작하면서 차분히 미소지었다. 말투로 보아헌데 평범한 이가 아니다.
무엇보다, 나와 같은 이들에게서 나는 숨길 수 없는 피냄새가 그것을 증명한다.
"그럴까요. 앞장 서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터라, 하하."
짧은 농담을 건네듯, 옅은 웃음으로 적의가 없음을 알리며 사내는 천천히 그의 발걸음 소리를 따라 걸었다.
...
어느정도 마을을 빠져나오자 사내는 짧게 숨을 뱉으면서, 피로 젖어 무거워진 행커치프를 꾹, 하고 주먹 그러쥐어 피 짜내고서는, 돈을 담는, 비어버린 주머니에 넣고서는 재킷 안주머니에 넣었다. 주머니를 빨아야겠군. 그리 생각하면서 사내는 입을 열었다.
"실례, 아까는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이해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시 한번 제대로 소개하죠. 아델라이데라고 합니다. 편하게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페일 경."
사내는 오른손을 가슴께에 대고 고개를 꾸벅, 숙인 뒤 천천히 머리들었다. 싸우지도 않았으메, 경이라고 부르는 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였다. 북부 출신의 기사이리라. 사내는 그리 어림짐작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부러 어투까지 바꾸었는데도, 쉽게 눈치채는구나 싶다. 아니지, 애초에 장난스러워서 알아차린 걸지도 모르겠고. 미하엘은 웃는 당신을 보며 따라 웃어보인다. 비록 보이지는 않을 테지만, 이미 습관처럼 굳어진 행동이 바뀔 리는 없었다.
“으응~?”
잠시 고민하는 아델라이데를 보며 미하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내 생각을 끝낸 아델라이데의 말에 그렇구나, 하고 받아친 미하엘이다. 비오는 날의 개울가라. 식량을 잡으려는 건 아닐 테고, 빨래하거나 씻는 것 정도려나. 어쩌면 개울이 넘치지 않는지 살피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럴 필요 없는데도.
개울이야 넘치건 말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미 이 도시의 사람들은 추락자들을 배척하고 있는데. 그게 넘쳐서 어떤 문제가 생기든 생기지 않든, 그들은 추락자 탓을 할 텐데 말이다. 뭐, 아무래도 상관 없나. 미하엘은 이어진 네 물음에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
“나? 감시 중이지.”
아무렇지 않게 감시한다고 말하며 미하엘은 네가 펼친 손을 보았다. 잠깐 정도는 괜찮으려나. 여관과 저 멀리 짐을 정리하는 사람들을 보던 미하엘이 고심했다. 잠깐 없는 사이이 무슨 일이 터지겠냐마는, 또 생각하면 터질 수도 있는 게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서 참 오묘하다.
그 고민을 깨뜨린 건 네 말이었다. 제 쪽으로 와주겠냐는 말에 미하엘은 별 생각도, 망설임도 없이 지붕 위에서 풀쩍 뛰어내렸다. 빗물 흐르는 방수천이 한 번 풀럭거리는 소리를 냈다. 다행히도 바닥으로 내려온 미하엘이 중심을 잃고 땅을 뒹굴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이내 네게 가까이 다가온 미하엘이 빙긋 웃는 얼굴로 묻는다.
사내는 의아한 듯 되물었다. 감시라고 한다면 어떤 감시를 한단 말인가. 비 오는 날, 이 늦은 밤에 감시라. 거나하게 취한 사내의 얼굴에서 미소가 천천히 사라진다. 진중한, 평소대로의 얼굴이 되었다. 사내는 젖은 머리칼을 천천히 뒤로 넘겼고, 곧이어 뛰어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우비를 뒤집어 쓰고 있나. 펄럭 거리는 소리. 다시 빗방울 쏟아지는 소리.
"언제나 미하엘 양과 만나면 질문만 하는 것 같아 죄송스럽군요. 헌데, 언제나 미하엘 양은 그런 분이시지요."
"눈 앞에 있어도, 눈 앞에 없는 것 같은 사람."
사내는 그리 말하며, 감았던 눈을 떠 탁한 눈으로 미하엘 쪽을 바라본다. 의문스러운 사람이다, 당신은. 허나 그걸로 좋았다. 물어보면 대답해주니까.
"무엇을 감시하고 계셨습니까?"
"그리고... 왜 신이나 불사자, 마족같은 존재들이 추락자 속에 섞여 있다는 것을 말씀주시지 않았습니까?"
>>821 그건... 순전히 제가 지금까지 미뤄 왔기 때문에,,,,🙄 쓰으읍 요즘 글럼프가 왔는지 며칠 전만큼 뚝딱 써지지가 않네요... 미션 같이 하자고 해놓고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절대 두 분 글이 잇기 힘들어서가 아니고!!!!!! 집중력과 필력이 떨어진 상태라 시간이 걸릴 뿐입니다!!!!!(그랜절)
북부- 그의 세계에서 지역에 방위의 이름을 붙여 가리키는 것은 이미 매우 오래된 일이라 북부 출신이냐고 물으면 그는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그는 아델라이드의 세계와 비슷한 시대선상에 있는 세계들 중 가장 잘못된 축에 드는 세계에서 왔으니. 이 사실을 아델라이드가 알게 되는 것은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아델라이드에게 해줘도 괜찮겠다고 판단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이들은 이들 스스로를- 나를 포함해서 그렇게 부르는가. 그 소년도, 그 아이도, 그 여자도. 생각은 여기까지 하고, 페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제서야 페일은 아델라이드의 시력이 온전치 않음을 발견했다.
"그렇군."
그에 대한 감상은 거기서 끝났다. 시력에 문제가 있거나 시력을 상실한 동료도 여럿 봐왔기에, 이게 그에게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걸음을 조금 서둘러야 할 텐데 괜찮소?" 이런 이들을 많이 대해보기라도 한 것처럼, 페일은 부츠 소리를 분명히 내며 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그들이 마을을 빠져나가는 동안, 또다른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혹은 또다른 문제가 더 생기기 전에 그들은 마을을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마을 어귀가 내어다보이는 숲의 수목경계선에 서서, 페일은 주변이 괜찮은지 누군가 쫓아오는 이는 없는지 한 번 둘러보고는 "여기 앉는 게 좋겠소." 하고 잘려나간 나무등치를 툭툭 두드려 소리를 내어보였다. 그리고 자신은 허리를 피고 나무에 기대어섰다. 그리고 제대로 된 자기소개를 내어놓았다.
"그리프홀드의 횃불잡이 기사 페일이오."
들어본 적 없는 지명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통성명을 하자마자 질문부터 하는 무례에 양해를 청하오. 그 흉흉함 말인데."
분위기가 흉흉해졌더군요, 하는 말에 페일은 우선 인사치레를 내어놓았다. 사교성을 10점으로 치면 2점 위로 절대 올라가지 않을 양반이 바로 이 보복의 기사였으나, 그나마 0점이 아닌 것은 이런 예의치레 정도를 할 사회성은 남겨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인사치레 뒤에 바로 꺼낸 질문은 그것이었다.
"우선 두 가지 묻고 싶소- 아델라이드 경. 나를 추락자라고 불렀는데, 이 땅의 주민들이 추락자라 일컬어지는 이들을 비정상적으로 적대시하고 있는 듯한데 여기에 대해서 어떤 아는 바 있으시오?"
>>822 (스담스담스담스담) 머릿속에 그려지는 장면들이 글로 나오는 어딘가에서 교통체증이 오는 그 기분 그거 잘 알지 천천히 쓰는 것이다 내가 뭔가 도와줄 게 있다거나, 혹시 페일이 이런이런 행동을 하는 장면을 추가해줄 수 있냐거나 하는 게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봐달라구
짧은 감상이었다. 부러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사내와 자신은 닮아있었다. 특유의 무뚝뚝함도. 지워지지 않는 피비린내도.
"괜찮습니다."
사내 역시 짧게 대답하고는, "보이는 것 보다 더 잘 볼 수 있으니." 그리 덧붙이며 싱긋 미소지었다. 사내는 지팡이를 분명히 짚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분명하게 내어지는 부츠 소리. 자그마한 배려에는 고개를 꾸벅 숙여 예를 표하고. 얼마쯤 걸었을까. 사내는 문득 멈추어섰다. 그리고는 여기 앉는게 좋겠다는 말에, 사내가 소리 낸 나무등치에 천천히 앉았다.
하아.
짧게 숨을 뱉었다. 온전치 않은 몸으로 피를 흘렸더니 조금 어지러웠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리 말하면서 사내는 다시금 싱긋 웃어보였고.
"그리프홀드라."
들어본 적 없는 지명. 허나 분명한건, 자신의 생각대로, 그는 기사라는 것. 많은 전장을 겪은 베테랑인가. 그리 짐작하면서 사내는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보잘 것 없는 방랑자이니, 크게 신경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자신 역시 한 왕국의 기사단장이었노라고. 아델라이데 세인트 바울이라고. 그리 말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있어, 그것은 숨겨야 할 부끄러운 과거에 불과했으니. 자신의 실수로 왕국이 멸망했다. 제 분수를 모르고 앞뒤 가리지 않고 날뛰어 신에게 해를 입혔다. 죄 많은 인생이로다. 그리 생각하던 차에, 이어지는 질문.
"경이라는 딱딱한 호칭으로 불러주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페일 경. 저는 단순한 방랑자일 뿐입니다."
그리고 다시금 사내는 짧게 숨을 뱉고.
"첫번째로, 아는 바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째서 추락했는지. 왜 적대받고 있는지. 아마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겠지요."
"...미하엘 양은 알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얼굴을 사내 쪽으로 향한다. 그리고 오른쪽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긴다. 몸에 밴 예법이었다.
"저와 페일 경을 포함해서 아홉. 더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최 들었던 것만 해도 여섯이었으나, 이렇게 새로이 추락자 분들을 뵙곤 하니."
"제가 만나지 못한 추락자가 있을 수도 있지요. 혹은,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이 발을 딛는 추락자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아델라이데라 이 사람도 성이 없이 이름만 있는것 같았다. 그런데 눈이 보이지 않는다니 행동하는건 눈이 보이는 것과 비슷하게 행동하는 것 같은데. 근데 지금까지 보아온 눈이 안보이는 사람들은 다른 방식으로 물체를 인지하는 것 같았다. 이 사람도 그런 무언가가 있는 것이겠지.
" 어떤 분이라기엔 저는 엘프라는 것밖엔 없습니다. "
딱히 내세울건 없고 주시자라는걸 얘기해도 대부분이 그것이 뭔지 모르니까 설명하는데에 시간을 쏟게 된다. 한두번 그랬더니 더이상 그러고 싶진 않아서 엘프라는 것 정도만 간단하게 소개했다. 그나저나 이 사람은 인간인걸까, 딱히 특징이 보이지 않으면 대부분은 인간이었으니까 말이다.
" 앞이 보이지 않으시는데도 잘 인지하시는군요. "
청각이나 그런 것이 발달했다고 해도 사람이 어디있는지 확실하게 바라보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랬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그의 답변을 기다렸다.
자신은 본래 연구자였다고. 긁힌 것과 아닌 것쯤은 구분할 수 있다고. 위협이 되면 제거할 뿐이라고. 때로는 주저가 없어야 한다고. 혹여 당신이 해를 입으면 어떡하냐고. 그런 일은 절대 있으면 안 된다고. 부축하고 있는 엘프를 나무줄기에 앉힐 때까지, 윈터는 한마디 말이 없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매 순간 저를 먼저 생각하고 걱정하고 챙겨주었던 그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한순간이나마 그를 의심했던 자신이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알레프를 어딘가에 숨겨놓았다 말한 라크는, 분명히 함께 있었을 아이를 어째서 혼자 내버려두었냐고 추궁하지 않았다. 윈터는 등을 기대이고 있는 줄기에 제 뒤통수를 쿵 소리가 나게 찧었다. 제가 무책임하게 도시를 방황하는 사이, 그 혼자 소녀를 책임지고 있었단 말이다.
"알레프라고 하는구나. 꽤나 어려 보이던데, 혼자 둬도 괜찮겠어?"
딱히 소녀가 걱정되어 한 말은 아니었다. 그렇게라도 말해야 조금은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서 그랬을 뿐이다. 어느샌가 고개를 돌린 윈터는 한동안 라크와 눈을 맞추었다. 주홍의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녀의 입에서는 담담한 목소리가 흘렀다.
"네가 그러고 싶으면, 같이 있어줄게." "함께 있으면 같은 곳으로 갈 수 있겠지."
다시 정면을 바라본 윈터는, 아까와 같은 자세로 나무에 머리를 기대인 채 하늘을 올려보며 살며시 눈을 감았다.
"있지. 나, 처음 여기 떨어졌을 때는 계속 여기에서 살고 싶었다? 새파란 하늘, 흰 뭉게구름. 따듯한 햇살, 울창한 숲. 사슴과 토끼, 그리고 새들까지. 전부 내가 살던 곳에는 없는 것들이거든. 그렇게 도착한 이곳에서 너를 만나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죽고 죽이는 게 너무 지긋지긋해서. 이곳이 너무 평화로워서. 이대로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네."
사내는 싱긋 웃었다. 엘프라. "마지막으로 엘프 분을 뵈었던 때가.. 십년도 전이니까요. 정말 그립군요." 그리 말하면서 사내는 추억에 젖듯, 짧게 숨을 뱉었다. 엘프, 고명한 숲의 현자들. 하이 엘프는 영생을 산다고 들었다. 내 곁에 있던 이들중 몇몇은 하프엘프였으나, 그들은 크게 인간과 다르지 않았다. 제대로 된 엘프를 만난것은 십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그 역시도 하이 엘프 급은 아니었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 숲의 지식부터, 살아가는 방식중 일부분까지. 그립던 추억이구나.
"헌데, 노던 엘프라는 것은 처음 들어보는군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사내는 흥미로운듯, 여전히 미소 싱그럽게 띄우면서 말을 물었다. 그러다 이어지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이는 것 보다 더 잘 볼수 있습니다. 귀가 좋아서요. 두근거리는 심음, 테이블에 놓여지는 소리, 발 소리, 말 소리..."
"제 세계는 빛과 어둠 뿐이지만, 소리와 향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렇기에 불편함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보잘것없는 방랑자라는 아델라이데의 자기소개에, 페일은 나직이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랑이라. 죄를 저질러 방랑길에 오르는 이. 태어난 그 순간부터 세계를 유지하지 못한 원죄를 떠안고 방랑길에 오를 운명이 예정된 이. 어느 쪽이든 비슷한 비극이다. 그 시작이 어찌되었건 같은 처지라는 말 정도는 해도 될 테다.
"그러면 피차 경 자는 뗍시다. 무거우니."
기사라는 이유로 순례길에 얹기에 경 자는 무겁다. 짐은 가벼울수록 좋다. 나 역시 세계를 견디지 못한 죄인이요, 언젠가 봉화로 돌아갈 운명이 예정된 불사자이니. 그러나 이 운명에 대한 이야기는 접어두도록 하자. 먼 훗날에나 이야기해볼 만한 일이기에... 아델라이데가 차근차근 털어놓는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페일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까지 같은 처지일 필요는 없었건만..."
적대당하는 영문도 모른 채 사람을 피해다니는 일을 계속해야 하는가. 그 자체로는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정보의 제약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다못해 이 렐름이 마귀들이 사는 지옥이거나, 형용할 수 없는 자들이 사는 이계거나 해서 그 렐름에 존재하는 이들의 가치관 자체가 적대적이고 악한 것이라면 차라리 그들 사이로 뛰어들어 마음껏 도리깨를 휘둘러 좌로 치고 우로 꺾어지르련만, 이 땅에 사는 이들은 명백히 그나 아델라이데와 다를 바 없을 이들이었다. 그나마 단서가 하나 생겼다. 미하엘.
"미하엘."
페일은 그 이름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았다.
"그 추락자를 아는 모양인데, 혹시 미하엘이라는 사람의 인상착의가 어떻게 되오?"
그 은빛 단발머리의 여인은 나와 「추락」한 시점이 비슷한 듯하니 아닐 테다. 대신 페일은 회백색의 긴 머리카락의 중성적인 이와, 토끼 귀 달린 여인을 머릿속에 잠깐 떠올려보았다. 그들 중에 있을까?
사내는 다시금 날카롭게 질문했다. 이것으로 두번째 질문이리라. 자신도 그곳에 들어가보려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그때, 강행돌파를 하는것이 정답이었을까. 사내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우득, 하고 어금니 갈리는 소리 들린다. 몇번이고 자신의 부족을 실감하며 통탄한다. 어째서 나는 이다지도 약하단 말이냐.
그리고 손 젓는 소리가 들린다. 빗방울을 뚫고 헤집는 그 손에서 투둑거리며 젖어드는 소리. 사내는 조용히 방수포를 뒤집어 쓰지 않고, 받아줄때까지 이러고 있겠다는 듯 천 그러쥔 채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압박을 가하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같이 목욕은 정중히 거절하겠습니다. 조금 봐주십시오."
그리 농담도 곁들이며. 그러다, 영원이 신이란 말이지? 라는 말에는 의아한듯.
"신이, 아니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리 질문하고.
"제 판단 역시, 매번 옳을 수는 없지요."
"이것 역시 제 부덕으로 일어난 일입니다."
그리 말하며 달래짐에, 사내는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다. 쿡쿡거리며 주먹 말아 입을 가리고 웃는 소리가 빗소리 아래서 퍼진다.
"실례. 누군가에게 위로받을줄은, 생각지도 못한 탓에.."
"미하엘 양. 매번 질문만 했으니, 제 쪽에서도 질문 받아보고자 합니다. 무엇인가 궁금하신 점은 없으십니까."
실제로 인간이라기엔 수상한 구석이 많았으니 그녀 말대로 신일지도 모른다. 다만 위엄 같은게 없었으니 정말 신인지 의문이 가기도 하긴 했지만 말이다. 정말 인간 소녀였다면-니아처럼- 혼자서 두진 않고 다른 추락자를 만날때까진 같이 있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알레프에게 물어봤을때 가도 좋다고 했고 나도 그녀를 믿고 있으니 ... 아마 괜찮을 것이다.
" 어딜 가던 함께한다면 분명 좋을거에요. "
하지만 윈터는 나와 함께 있어서 좋을까? 그것에 대한 의구심은 항상 들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보면서 괴로운 기억을 하나도 떠올리지 않았기에 행복했다고 느꼈다. 그랬기에 같이 있고 싶어했다. 하지만 반대로 윈터는 나와 함께 있을때 비슷한 감정을 느낄까? 아니면 그냥 내가 불쌍해서 데리고 다니는 것일까?
" 좋은 곳이에요. 내가 살던 세계도 전쟁은 끊이지 않았으니까요. 나는 전쟁의 최전방에 있던 군인은 아니지만, 무기를 개발하던 연구원이었으니까요. "
그곳에 비하면 여기는 정말 좋은 곳이었다. 반복되는 역사에서 끊이지 않는 전쟁은 결국 환경의 변화를 가져왔다. 어느샌가 하늘은 푸르지 않았고 구름은 더럽혀지고 숲은 타올랐다. 동물들은 점점 사라지고 식량은 인공식품으로 대체 되어간다. 역사의 흐름은 매번 달랐지만 큰 줄기는 항상 비슷했다. 그랬기에 이런 푸른 하늘은 그에게도 정말 좋은 법이었다.
" 그래서 나도 당신처럼 이곳이 좋았어요. 아무런 생각 없이 살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안타깝네요. "
쓴웃음을 짓는다.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윈터는 인간이 별로라고 했다. 나도 그 말에는 동의한다. 내가 평범한 엘프일적에는 항상 인간과 전투를 벌였으니까.
" 확실히 그 말이 맞는 것 같네요. "
큰 한숨. 이곳은 처음 왔을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평화롭고 좋았다. 외투가 있었다면 윈터를 덮어주었을텐데 내 외투는 알레프에게 있었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윈터쪽에 있는 손을 살며시 내밀며 말했다.
살던 세계가 다르니 무조건 그럴 것이다. 다만 엘프라는 종족을 알고 있는 것을 봐선 특징도 어느정도 공유는 할 것 같았다. 노던 엘프에 대해 묻는 그를 보며 나는 어디서부터 설명해야할지 고민하다가 엘프라는 종족의 특성을 어느 정도 알 것 같다고 생각해 조금 정확한 설명을 해주기로 했다.
" 노던 엘프는 하이 엘프의 아종이에요. 엘프 제국은 대륙의 북동부를 전부 장악하고 있었는데, 제국의 최북단에 살던 엘프들은 추운 날씨에 적응하여 피부며 머리카락, 눈까지 전부 하얀색으로 물들어 있는게 특징이랍니다. "
아마 눈이 보이지 않을테니 내 머리카락이나 눈의 색깔까진 알지 못할 것이다. 하이 엘프들은 피부가 하얗다는 것까진 동일하지만 눈색이나 머리카락 색들이 다양한 것이 특징이었다. 사실 엘프 내부에서도 다수종이니 다양한 특징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 이외에도 제국의 초입부에 이 있는 울창한 정글에 살던 우드엘프, 지하 광산을 담당하던 다크 엘프들까지 다양한 아종들이 있는 곳이 엘프 제국이었다.
" 오감 중에 하나를 잃으면 다른 감각들이 발달한다고 하던데 아델라이데 씨는 청각과 후각이 발달하셨나보군요. "
나는 감각을 잃어본 경험이 없기에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보이지 않는 시각을 듣는 것과 냄새를 맡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니.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에겐 그저 헛소리로 치부할만한 얘기였다. 하지만 실제로 맹인들은 그런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어찌보면 미스테리라 할 수 있다.
" 그런데 어쩌다 그렇게 다치셨나요. 좀만 늦거나 더 다치셨어도 위험한 상황까지 갈뻔 했어요. "
이런 평화로운 도시에서 이 남자를 그만큼 다치게 할 존재가 있다면 그건 좀 다르게 봐야할 이야기였다. 평화로움 속에서 우릴 위협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소리니까 말이다.
그리 이야기하면서 사내는 나직이 숨 내쉬는 소리, 고개 끄덕이는 소리를 들었다. 자신은 더이상 기사가 아니었다. 왕국을 멸망시킨 대역죄인. 그게 자신이었다. 그렇기에 사내는 부러 소개하지 않았다. 자신의 긴 이름도.
"페일 경은, 방랑기사이십니까?"
그리 짧게 물었다. 주군을 섬기지 않고 방랑하는, 자유 기사. 실제로 몇몇 만나보기도 하였다. 성향이 용병에 가까운 자도 있었고, 성기사에 가까운 이들도 있었다. 단순한 모험가인 경우도 있었지. 그들에 대한 인식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그들 중 악인을 만난 경우는 단 한번에 불과했으니. 같은 처지라 함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사내는 일부러, 자신은 더이상 기사가 아니라며 넌지시 이야기를 흘렸다. 단순히 이 사내 역시도 방랑할 지도 모른다. 허나, 내게서 무언가를 느꼈을지도 모르지. 어느 쪽일까. 사내는 호기심 동한 채로 대답을 기다렸고.
"그럴까요. 잘 부탁드립니다, 페일 씨."
가벼이 다시금 고개를 숙인 뒤에, 이어지는 한숨에 사내는 귀를 기울인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 세계에서 페일 씨가 오셨는지 궁금해지는군요. 마경에서라도 오셨습니까."
사내는 퍽 익숙한듯 보였다. 작금의 부조리한 행태에. 사내가 온 세계가 그다지 평화롭지는 않은 세계이리라. 그리 어림짐작하면서 그는 물었다. 이 사내가 마경에서 온 이라면. 악인이라면 베어야 하는가. 자신은 어찌해야 할 지 알 수 없는데. 몸의 컨디션 역시 만전이 아니기에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정말 악인이란 무엇인가. 신이시여, 제게 어찌하여 이런 만남들을 주십니까. 저는 고뇌하고 또 고뇌하며 기약없는 대답만을 기다려야 합니까. 사내는 짧게 숨을 뱉는다. 표정이 무거워진다. 그리고, 그는 미하엘이라는 이름을 다시 되짚는다.
"죄송합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터라, 인상 착의는 잘 모르겠으나..."
"어여쁜 여인입니다. 스스로도 그것을 잘 알고 있고. 아아, 수인이더군요. 허나 확실한 것은, 평범한 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까? 하긴, 다른 세계에서 왔으니. 그래도 반갑군요. 익숙한 종족을 만나는 것은 오랜만입니다."
그리 말하면서, 사내는 이어지는 설명을 들었다. 다 들은 뒤에는, 대답 대신 천천히 내어온 식사를 한 술 떠먹었고, 조심스럽게 씹어 삼킨 뒤에야 말을 이었다.
"하이 엘프와 가까운 분이셨는줄은 몰랐군요. 그렇다면 필히 오랜 시간을 살아오셨으리라 생각됩니다."
"마법과 활, 자연과 정령 같은것에 익숙하시겠군요... 언제나 엘프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즐겁습니다. 지혜로운 속삭임엔 배울 점이 많았으니."
사내는 다시금 싱긋 웃어보였다. 새하얀 빛무리 같은 사람이겠군.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가끔 눈이 보였으면 하고 장난스레 생각할 때가 있었다. 오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고 싶듯, 제 앞의 새하얀 사내를 바라보고 싶었다. 아쉽게 된 일, 그 뿐이지만.
"그렇습니다. 덕분에 제 한 몸 지킬 정도의 실력은 갖추고 있지요."
"일상 생활에도, 크게 불편함 없답니다. 지팡이 하나 있으면 더할나위 없지요. 길가의 돌멩이마저 훤하게 들을 수 있으니."
살며시 미소 짓다가, 이어지는 말에는 조금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어쩌다 다쳤는가. 하아. 사내는 짧게 숨을 뱉었고.
미하엘은 낮은 침음을 흘렸다. 지금으로서는 중앙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 거의 70퍼센트 정도 확실했지만, 나머지 30퍼센트가 불분명했다. 중앙이 아니라면 누가? 왜? 어째서? 무엇 때문에? 그야말로 알고 싶은 상황이다. 그래서 미하엘은 말을 아끼기로 했다. 보지 못할 네게 미소 짓고 다른 말로 대화를 돌렸다.
“아휴, 애써 비막이가 있음 뭐해. 다 젖어버렸는데.”
“알았어, 알았다구. 농담두 못해?”
농담이라고 하지만 진심이었을지도 모른다. 미하엘이라는 추락자는 그런 사람이니까. 미하엘은 네게서 천을 도로 받아 들었다. 이미 젖은 마당에 뒤집어쓰는 것은 의미가 없었으니, 그냥 잘 접어 들고 있기로 했다.
“이렇게 비 맞는 건, 내가 살던 세계에선 생각보다 위험한 일이었는데.”
느릿하게 중얼거리다가 네 질문에 응? 하고 되묻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나도 모르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그냥 영원이 신이라면 제법 쓸쓸했겠다 싶었을 뿐이야.”
미하엘이 다시금 낮게 웃는 소리를 냈다. 네 웃음과 섞여 울리는 게 썩 나쁘진 않았더랬다.
“위로 정도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구. 내 위로는 생각보다 비싸지 않거든. 다음에도 필요하면 또 찾아와.”
그런 말. 가벼운 것 같으면서도 아닌 듯한 말, 그 끝에서. 네 말에 미하엘이 고개를 기울인다.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별 건 아닌데······. 악인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구분하는 거야? 그런 티가 나나?”
“아, 왜 그렇게 악인을 베는 것에 몰두하는지도 궁금한데.”
“그리고.”
미하엘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웃는지, 웃지 않는지, 아니면 다른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너는 모를 터다. 그러다,
세계를 유랑하는ー 낯선 사내가 잔잔히 읊는 진실은 막연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우리'가 감히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적어도 본래의 세계에서 쫓겨난 아아루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 하나 없다.
"그렇군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감사를."
그러니 그리 조용히. 담담해 보이기까지 하는 어조로 아아루는 답했다. 추락사들은 계속해서 추락한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히도 열 명이 조금 넘는 듯한 추락사(어쩌면 동료가 될 수도 있겠다...) 또한 존재한다. 알아낸 사실은 많지 않았지만 지금 당장의 갈증 늘 해소하기엔 충분하다. 영문 모른 채로 남겨지고 다음 세계로 추락하는 것보다야 이런 정보라도 있는 것이 훨씬 나으니...
"...악인 말입니까."
악인이라. 돌아온 질문에 아아루는 단번에 대답하지 않는다. 무엇을 악인이라 부를 수 있는가? 그가 말하는 악인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람과 그 세상에 따라 선과 악을 나누는 방법은 각자 다를 터인데...
"그렇다고 할 수 있겠군요."신을 사칭한 악녀를 죽여라!! 그 목을 매달아 비참한 최후를 모두가 알게 하여라!!! "본래 있었던 세계에서는 가장 무쓸모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간절히 원하는 존재인 척 시치미를 떼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녀는 낮은 침음을 흘린다. 중앙과 관련이 되어 있지 않은건가. 아니면, 아직 내게 말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인가. 어쩌면 그녀가 무엇을 숨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허나, 말하지 않는다면 지금은 그것으로 되었다. 사내는 느릿하게 숨을 뱉는다. 그녀가 말을 아낀다면, 분명 이유가 있으리라.
"그러게 말입니다."
사내는 살며시 미소지었다. 그녀는 다시 내게서 도로 천을 받아들었고, 자신은 젖은 머리카락을 다시금 뒤로 쓸어넘겼다. 쏴아아, 비 내리는 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결국 둘다 젖어버렸군요..."
후후. 짧게 웃고서는, 이어지는 느릿한 중얼거림에 흐응, 하며 소리내다가.
"제가 있던 세계에서도, 그런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비에 독을 담아 내리는 위험한 마법이 있었지요. 혹여, 그런 비가 내리던 세계였습니까."
사내는 가벼이 물었다. 그러다, 이어지는 말에는.
"...그렇겠지요."
분명 그럴 터다. 쓸쓸했으리라. 고독, 얼마나 두려운 단어인가. 아무도 없는 세계에서 홀로 존재한다는것은 죽음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 분 께서는 얼마나 긴 시간동안. 내가 알지 못하는 상처를 받아오셨을까. 그렇기에 나를 용서하셨을까. 사내의 침묵이 깊어지고. 곧이어 섞여 울리는 웃음 소리. 나쁘지 않은, 단란한 웃음 소리에, 사내는 기분 좋은 숨을 뱉었다.
"고맙습니다."
"미하엘 양 께서도, 위로가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기꺼이. 부디 말씀해주시기를."
"노래와 술에는 일가견이 있으니, 훌훌 털어버릴 수 있으실 겁니다."
분명 그럴 터다. 위로의 말을 건네고, 따스하게 노래 부르며, 술 한잔 기울이며 밤을 지새다 보면 어느덧 걱정거리도 사라지리라. 자신은 그랬다. 사람이 좋았고 사람의 온기가 좋았다. 믿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상처 투성이에 모순 투성이인 그런 사람. 미하엘 양은 나의 그런 점을 파악한듯, 이번에는 그쪽에서 날카로운 질문으로 나를 찔러온다.
"악인이란 무엇일까요."
"어쩌면, 자신이 악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말로, 저와 같이... 악인일지도 모릅니다."
"악인을 베어야 하는 이유는."
"마땅히, 그래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내는 단호한 말투로 그리 이야기했다. 악인은 베어야 한다. 어째서? 그야-
질끈, 감은 눈. 아파오는 머리. 그리고.
"미하엘 양은 심장이 뛰고 영혼이 있습니다. 저는 그런 이들을 악인이라 생각지 않습니다."
"입에 담기도 어려운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저는 그들에게 갱생의 가능성이 있다고 믿습니다.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질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대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많은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우선 저것이 아아루를 향해 다가오던 것이 아님부터 시작해 이름 모를 이가 이름 모를 숲속에 둘이나 있다는 것도. 쉬이 볼 수 없는 무장을 한 거구의 사나이도, 한때 여신 취급을 받았던 무언가도 서로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다! 어두운 밤인데도 불구하고 아아루에게는 이것보다 더한 희소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 자가 자신의 품속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꺼내고자 하는 행동을 하는 도중에도 아아루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차분히 그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가 한때 어딘가의 기사로써 살았을지도 모르는다는 자그마한 생각이 이어지고... 곧 낮은 음성에 사그라든다.
"이 어두운 밤에 여인 혼자 숲속에서 있는 것을 보신다면 쉬이 짐작하실 수 있겠지만... 당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입니다."
누구인지 묻는 것이 이 상황에서 단순히 통성명을 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저 짙은 경계심이 아아루에게 그리 속삭인다.
"그리고 남을 상처 입힐 수 있는 기술도, 제 몸을 지킬 무언가도 없지요. 오로지 타인만을 치료할 수 있는 기이한 능력은 가지고 있지만 말입니다."
어쩌면 손을 들어 자그마한 빛무리 하나 만들 수 있지만 그리하지 않았다. 아아루가 지금 저 상아색 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도 모르는 것 마냥, 페일이 작은 빛무리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가능성이 높으니.
사내는 그녀가 웃는 소리를 듣는다. 뭘 그리 심각해 하냐는 말에는, 미소로 대답한다. 그녀는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자신은 이런 상황이 닥칠때마다 조금씩 아쉬웠다. 표정을 볼 수 있더라면 좋았을 텐데. 때로 말로 전하지 못하는 것들은, 표정으로 드러난다고... 그리 전해들었기에.
"미하엘 양."
사내는 그녀를 부른다. 감은 눈 떠, 탁한 눈으로 바라보며.
"언젠가 저를 죽여야 할 때가 온다면, 망설이지 마십시오."
"신념이란 꺾이지 않는 것이기에 신념이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녀에게 하는 말일까. 스스로에게 하는 말일까. 뱉은 소리는 의미없이 빗소리에 섞여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곧이어 가벼운 터치가 이어지고.
그가 생각하는 엘프라는 종족은 아무래도 전통적인 엘프들을 상징하는듯 싶었다. 마법과 활, 자연과 정령이라는 키워드는 엘프들 중에서도 고리타분한 사람들이나 지키는 것으로 알려져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엘프라는 종족이 생길때는 그런 가치관이 주요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국가가 생기며 그런 것보단 다른 것들을 우선시하기 시작했으니까 말이다.
" 다른건 몰라도 마법엔 익숙하긴 합니다. "
다만 이 사람은 엘프를 우호적으로 보고 있는듯하니 그 환상을 깰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실제로 마법엔 상당히 익숙한 편이니까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활은 써본적이 없고 정령은 본적이 없으니까 ... 친숙하다고 하면 거짓말이 되지만 말이다.
" 맹인의 삶은 불편하기 그지 없는줄 알았는데 그렇지만도 않은것 같습니다. "
물론 일반인에 비해선 상당히 불편하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좀 덜한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누군가의 얼굴을 확실히 보지 못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닐까 싶다. 거기에 내 시야가 확실하지 않다면 ... 나는 내 기억에 잡아먹혀서 그대로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랬다면 애초에 '그들'의 눈에 들지도 않았겠지만.
" 아, 영에게? "
그에게 칼을 휘둘렀다니 어째서이지? 그가 누구에게도 적의를 드러내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갑자기 눈 앞의 남자에게 적의를 드러내고서 달려들었다곤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나저나 그래서 어제 머리카락이 길어져있었구나. 머리카락도 길고 몸에 가득했던 상처가 하나도 없길래 무슨 일 생겼나 싶었는데 이런 일이 있었나보다.
“마법사시군요. 이거, 지혜로운 분을 만나뵙게 되어 기쁩니다. 엘프 분들의 마법은 조예가 깊어, 보는 것 만으로도 그 대단함을 알 수 있었죠.“
사내는 그리 말하며 다시금 음식을 한 입 떠 먹었다. 다 삼킨뒤에야 말 하는것을 잊지 않았고. 어느새 절반정도 먹었기에, 재킷 앞주머니에서 행커치프를 뽑아 입가를 닦으며 말을 이어갔다.
”일반적으로는 불편하겠지요. 어느 날 갑자기 시력을 잃는다던지. 허나 저는 날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던 것도 있고, 감각이 잘 발달했기에... 다른 분들과는, 조금 다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반응에는 조금 곤란한듯 웃었다. 엘프 분들의 끝없는 지식욕에는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직접 마주하니 곤란하기 짝이 없었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까. 길게 말을 잇고 싶지는 않은 주제였다. 스스로가 너무도 부끄러웠기에. 허나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고.
”...예, 정확히 그렇습니다.“
심장을 꿰뚫고, 몇번이고 조각내어 베었음에도 그분은 쓰러지지 않았다. 털썩 하고 주저앉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태연히 내게 손 내밀어 주었다.
마법사라고 소개하기엔 지금 쓸 수 있는 마법은 치유마법이 전부라서 양심에 찔리는 것이었다. 본디 마법사라 함은 견습이라해도 여러가지의 마법을 다룰줄 알기 때문이다. 추락하기 전이라면 모든 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까 ... 혹여 마법사라고 했다가 뭐라도 보여달라고 하면 곤란해질 것이다.
" 선천적인 시각장애라 ... "
그런 연구자료는 흥미 삼아 몇번 읽어본적이 있었다. 선천적인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후천적인 장애를 갖게 된 사람보다 다른 감각이 발달하는 정도가 더 크다는 것이었다. 우리 세계에서의 정보니까 여기선 정말 그런지는 알 수 없겠지만 그가 얘기하는 것을 보면 딱히 다를 것도 없어보이긴 했다.
"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멀쩡했다라. "
그가 말했것 그대로 되었다. 아무래도 나에게 거짓말을 한 것 같지는 않은데 ...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니 상식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었지만 세계를 옮긴다는 것부터 말이 안되는 것이라 일단 믿기로 했다. 다음엔 본인에게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직접 물어보자고 생각하며 말했다.
" 근데 어째서 영을 공격하셨나요? 제가 알기로 그는 먼저 적대감을 가지는 경우가 없었습니다만. "
아까 생각했던 의문점을 물어보기로 했다. 내가 대화해보니 아델이라는 이 남자도 딱히 누군가를 먼저 공격할 것 같지는 않아보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행커치프를 사용하는 것이나 다른 행동들을 보면 상당히 고상한 것이 어딘가의 귀족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