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사내는 의아한 듯 되물었다. 감시라고 한다면 어떤 감시를 한단 말인가. 비 오는 날, 이 늦은 밤에 감시라. 거나하게 취한 사내의 얼굴에서 미소가 천천히 사라진다. 진중한, 평소대로의 얼굴이 되었다. 사내는 젖은 머리칼을 천천히 뒤로 넘겼고, 곧이어 뛰어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우비를 뒤집어 쓰고 있나. 펄럭 거리는 소리. 다시 빗방울 쏟아지는 소리.
"언제나 미하엘 양과 만나면 질문만 하는 것 같아 죄송스럽군요. 헌데, 언제나 미하엘 양은 그런 분이시지요."
"눈 앞에 있어도, 눈 앞에 없는 것 같은 사람."
사내는 그리 말하며, 감았던 눈을 떠 탁한 눈으로 미하엘 쪽을 바라본다. 의문스러운 사람이다, 당신은. 허나 그걸로 좋았다. 물어보면 대답해주니까.
"무엇을 감시하고 계셨습니까?"
"그리고... 왜 신이나 불사자, 마족같은 존재들이 추락자 속에 섞여 있다는 것을 말씀주시지 않았습니까?"
>>821 그건... 순전히 제가 지금까지 미뤄 왔기 때문에,,,,🙄 쓰으읍 요즘 글럼프가 왔는지 며칠 전만큼 뚝딱 써지지가 않네요... 미션 같이 하자고 해놓고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절대 두 분 글이 잇기 힘들어서가 아니고!!!!!! 집중력과 필력이 떨어진 상태라 시간이 걸릴 뿐입니다!!!!!(그랜절)
북부- 그의 세계에서 지역에 방위의 이름을 붙여 가리키는 것은 이미 매우 오래된 일이라 북부 출신이냐고 물으면 그는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그는 아델라이드의 세계와 비슷한 시대선상에 있는 세계들 중 가장 잘못된 축에 드는 세계에서 왔으니. 이 사실을 아델라이드가 알게 되는 것은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아델라이드에게 해줘도 괜찮겠다고 판단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이들은 이들 스스로를- 나를 포함해서 그렇게 부르는가. 그 소년도, 그 아이도, 그 여자도. 생각은 여기까지 하고, 페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제서야 페일은 아델라이드의 시력이 온전치 않음을 발견했다.
"그렇군."
그에 대한 감상은 거기서 끝났다. 시력에 문제가 있거나 시력을 상실한 동료도 여럿 봐왔기에, 이게 그에게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걸음을 조금 서둘러야 할 텐데 괜찮소?" 이런 이들을 많이 대해보기라도 한 것처럼, 페일은 부츠 소리를 분명히 내며 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그들이 마을을 빠져나가는 동안, 또다른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혹은 또다른 문제가 더 생기기 전에 그들은 마을을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마을 어귀가 내어다보이는 숲의 수목경계선에 서서, 페일은 주변이 괜찮은지 누군가 쫓아오는 이는 없는지 한 번 둘러보고는 "여기 앉는 게 좋겠소." 하고 잘려나간 나무등치를 툭툭 두드려 소리를 내어보였다. 그리고 자신은 허리를 피고 나무에 기대어섰다. 그리고 제대로 된 자기소개를 내어놓았다.
"그리프홀드의 횃불잡이 기사 페일이오."
들어본 적 없는 지명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통성명을 하자마자 질문부터 하는 무례에 양해를 청하오. 그 흉흉함 말인데."
분위기가 흉흉해졌더군요, 하는 말에 페일은 우선 인사치레를 내어놓았다. 사교성을 10점으로 치면 2점 위로 절대 올라가지 않을 양반이 바로 이 보복의 기사였으나, 그나마 0점이 아닌 것은 이런 예의치레 정도를 할 사회성은 남겨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인사치레 뒤에 바로 꺼낸 질문은 그것이었다.
"우선 두 가지 묻고 싶소- 아델라이드 경. 나를 추락자라고 불렀는데, 이 땅의 주민들이 추락자라 일컬어지는 이들을 비정상적으로 적대시하고 있는 듯한데 여기에 대해서 어떤 아는 바 있으시오?"
>>822 (스담스담스담스담) 머릿속에 그려지는 장면들이 글로 나오는 어딘가에서 교통체증이 오는 그 기분 그거 잘 알지 천천히 쓰는 것이다 내가 뭔가 도와줄 게 있다거나, 혹시 페일이 이런이런 행동을 하는 장면을 추가해줄 수 있냐거나 하는 게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봐달라구
짧은 감상이었다. 부러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사내와 자신은 닮아있었다. 특유의 무뚝뚝함도. 지워지지 않는 피비린내도.
"괜찮습니다."
사내 역시 짧게 대답하고는, "보이는 것 보다 더 잘 볼 수 있으니." 그리 덧붙이며 싱긋 미소지었다. 사내는 지팡이를 분명히 짚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분명하게 내어지는 부츠 소리. 자그마한 배려에는 고개를 꾸벅 숙여 예를 표하고. 얼마쯤 걸었을까. 사내는 문득 멈추어섰다. 그리고는 여기 앉는게 좋겠다는 말에, 사내가 소리 낸 나무등치에 천천히 앉았다.
하아.
짧게 숨을 뱉었다. 온전치 않은 몸으로 피를 흘렸더니 조금 어지러웠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리 말하면서 사내는 다시금 싱긋 웃어보였고.
"그리프홀드라."
들어본 적 없는 지명. 허나 분명한건, 자신의 생각대로, 그는 기사라는 것. 많은 전장을 겪은 베테랑인가. 그리 짐작하면서 사내는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보잘 것 없는 방랑자이니, 크게 신경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자신 역시 한 왕국의 기사단장이었노라고. 아델라이데 세인트 바울이라고. 그리 말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있어, 그것은 숨겨야 할 부끄러운 과거에 불과했으니. 자신의 실수로 왕국이 멸망했다. 제 분수를 모르고 앞뒤 가리지 않고 날뛰어 신에게 해를 입혔다. 죄 많은 인생이로다. 그리 생각하던 차에, 이어지는 질문.
"경이라는 딱딱한 호칭으로 불러주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페일 경. 저는 단순한 방랑자일 뿐입니다."
그리고 다시금 사내는 짧게 숨을 뱉고.
"첫번째로, 아는 바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째서 추락했는지. 왜 적대받고 있는지. 아마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겠지요."
"...미하엘 양은 알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얼굴을 사내 쪽으로 향한다. 그리고 오른쪽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긴다. 몸에 밴 예법이었다.
"저와 페일 경을 포함해서 아홉. 더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최 들었던 것만 해도 여섯이었으나, 이렇게 새로이 추락자 분들을 뵙곤 하니."
"제가 만나지 못한 추락자가 있을 수도 있지요. 혹은,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이 발을 딛는 추락자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아델라이데라 이 사람도 성이 없이 이름만 있는것 같았다. 그런데 눈이 보이지 않는다니 행동하는건 눈이 보이는 것과 비슷하게 행동하는 것 같은데. 근데 지금까지 보아온 눈이 안보이는 사람들은 다른 방식으로 물체를 인지하는 것 같았다. 이 사람도 그런 무언가가 있는 것이겠지.
" 어떤 분이라기엔 저는 엘프라는 것밖엔 없습니다. "
딱히 내세울건 없고 주시자라는걸 얘기해도 대부분이 그것이 뭔지 모르니까 설명하는데에 시간을 쏟게 된다. 한두번 그랬더니 더이상 그러고 싶진 않아서 엘프라는 것 정도만 간단하게 소개했다. 그나저나 이 사람은 인간인걸까, 딱히 특징이 보이지 않으면 대부분은 인간이었으니까 말이다.
" 앞이 보이지 않으시는데도 잘 인지하시는군요. "
청각이나 그런 것이 발달했다고 해도 사람이 어디있는지 확실하게 바라보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랬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그의 답변을 기다렸다.
자신은 본래 연구자였다고. 긁힌 것과 아닌 것쯤은 구분할 수 있다고. 위협이 되면 제거할 뿐이라고. 때로는 주저가 없어야 한다고. 혹여 당신이 해를 입으면 어떡하냐고. 그런 일은 절대 있으면 안 된다고. 부축하고 있는 엘프를 나무줄기에 앉힐 때까지, 윈터는 한마디 말이 없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매 순간 저를 먼저 생각하고 걱정하고 챙겨주었던 그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한순간이나마 그를 의심했던 자신이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알레프를 어딘가에 숨겨놓았다 말한 라크는, 분명히 함께 있었을 아이를 어째서 혼자 내버려두었냐고 추궁하지 않았다. 윈터는 등을 기대이고 있는 줄기에 제 뒤통수를 쿵 소리가 나게 찧었다. 제가 무책임하게 도시를 방황하는 사이, 그 혼자 소녀를 책임지고 있었단 말이다.
"알레프라고 하는구나. 꽤나 어려 보이던데, 혼자 둬도 괜찮겠어?"
딱히 소녀가 걱정되어 한 말은 아니었다. 그렇게라도 말해야 조금은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서 그랬을 뿐이다. 어느샌가 고개를 돌린 윈터는 한동안 라크와 눈을 맞추었다. 주홍의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녀의 입에서는 담담한 목소리가 흘렀다.
"네가 그러고 싶으면, 같이 있어줄게." "함께 있으면 같은 곳으로 갈 수 있겠지."
다시 정면을 바라본 윈터는, 아까와 같은 자세로 나무에 머리를 기대인 채 하늘을 올려보며 살며시 눈을 감았다.
"있지. 나, 처음 여기 떨어졌을 때는 계속 여기에서 살고 싶었다? 새파란 하늘, 흰 뭉게구름. 따듯한 햇살, 울창한 숲. 사슴과 토끼, 그리고 새들까지. 전부 내가 살던 곳에는 없는 것들이거든. 그렇게 도착한 이곳에서 너를 만나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죽고 죽이는 게 너무 지긋지긋해서. 이곳이 너무 평화로워서. 이대로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네."
사내는 싱긋 웃었다. 엘프라. "마지막으로 엘프 분을 뵈었던 때가.. 십년도 전이니까요. 정말 그립군요." 그리 말하면서 사내는 추억에 젖듯, 짧게 숨을 뱉었다. 엘프, 고명한 숲의 현자들. 하이 엘프는 영생을 산다고 들었다. 내 곁에 있던 이들중 몇몇은 하프엘프였으나, 그들은 크게 인간과 다르지 않았다. 제대로 된 엘프를 만난것은 십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그 역시도 하이 엘프 급은 아니었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 숲의 지식부터, 살아가는 방식중 일부분까지. 그립던 추억이구나.
"헌데, 노던 엘프라는 것은 처음 들어보는군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사내는 흥미로운듯, 여전히 미소 싱그럽게 띄우면서 말을 물었다. 그러다 이어지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이는 것 보다 더 잘 볼수 있습니다. 귀가 좋아서요. 두근거리는 심음, 테이블에 놓여지는 소리, 발 소리, 말 소리..."
"제 세계는 빛과 어둠 뿐이지만, 소리와 향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렇기에 불편함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보잘것없는 방랑자라는 아델라이데의 자기소개에, 페일은 나직이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랑이라. 죄를 저질러 방랑길에 오르는 이. 태어난 그 순간부터 세계를 유지하지 못한 원죄를 떠안고 방랑길에 오를 운명이 예정된 이. 어느 쪽이든 비슷한 비극이다. 그 시작이 어찌되었건 같은 처지라는 말 정도는 해도 될 테다.
"그러면 피차 경 자는 뗍시다. 무거우니."
기사라는 이유로 순례길에 얹기에 경 자는 무겁다. 짐은 가벼울수록 좋다. 나 역시 세계를 견디지 못한 죄인이요, 언젠가 봉화로 돌아갈 운명이 예정된 불사자이니. 그러나 이 운명에 대한 이야기는 접어두도록 하자. 먼 훗날에나 이야기해볼 만한 일이기에... 아델라이데가 차근차근 털어놓는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페일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까지 같은 처지일 필요는 없었건만..."
적대당하는 영문도 모른 채 사람을 피해다니는 일을 계속해야 하는가. 그 자체로는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정보의 제약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다못해 이 렐름이 마귀들이 사는 지옥이거나, 형용할 수 없는 자들이 사는 이계거나 해서 그 렐름에 존재하는 이들의 가치관 자체가 적대적이고 악한 것이라면 차라리 그들 사이로 뛰어들어 마음껏 도리깨를 휘둘러 좌로 치고 우로 꺾어지르련만, 이 땅에 사는 이들은 명백히 그나 아델라이데와 다를 바 없을 이들이었다. 그나마 단서가 하나 생겼다. 미하엘.
"미하엘."
페일은 그 이름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았다.
"그 추락자를 아는 모양인데, 혹시 미하엘이라는 사람의 인상착의가 어떻게 되오?"
그 은빛 단발머리의 여인은 나와 「추락」한 시점이 비슷한 듯하니 아닐 테다. 대신 페일은 회백색의 긴 머리카락의 중성적인 이와, 토끼 귀 달린 여인을 머릿속에 잠깐 떠올려보았다. 그들 중에 있을까?
사내는 다시금 날카롭게 질문했다. 이것으로 두번째 질문이리라. 자신도 그곳에 들어가보려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그때, 강행돌파를 하는것이 정답이었을까. 사내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우득, 하고 어금니 갈리는 소리 들린다. 몇번이고 자신의 부족을 실감하며 통탄한다. 어째서 나는 이다지도 약하단 말이냐.
그리고 손 젓는 소리가 들린다. 빗방울을 뚫고 헤집는 그 손에서 투둑거리며 젖어드는 소리. 사내는 조용히 방수포를 뒤집어 쓰지 않고, 받아줄때까지 이러고 있겠다는 듯 천 그러쥔 채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압박을 가하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같이 목욕은 정중히 거절하겠습니다. 조금 봐주십시오."
그리 농담도 곁들이며. 그러다, 영원이 신이란 말이지? 라는 말에는 의아한듯.
"신이, 아니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리 질문하고.
"제 판단 역시, 매번 옳을 수는 없지요."
"이것 역시 제 부덕으로 일어난 일입니다."
그리 말하며 달래짐에, 사내는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다. 쿡쿡거리며 주먹 말아 입을 가리고 웃는 소리가 빗소리 아래서 퍼진다.
"실례. 누군가에게 위로받을줄은, 생각지도 못한 탓에.."
"미하엘 양. 매번 질문만 했으니, 제 쪽에서도 질문 받아보고자 합니다. 무엇인가 궁금하신 점은 없으십니까."
실제로 인간이라기엔 수상한 구석이 많았으니 그녀 말대로 신일지도 모른다. 다만 위엄 같은게 없었으니 정말 신인지 의문이 가기도 하긴 했지만 말이다. 정말 인간 소녀였다면-니아처럼- 혼자서 두진 않고 다른 추락자를 만날때까진 같이 있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알레프에게 물어봤을때 가도 좋다고 했고 나도 그녀를 믿고 있으니 ... 아마 괜찮을 것이다.
" 어딜 가던 함께한다면 분명 좋을거에요. "
하지만 윈터는 나와 함께 있어서 좋을까? 그것에 대한 의구심은 항상 들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보면서 괴로운 기억을 하나도 떠올리지 않았기에 행복했다고 느꼈다. 그랬기에 같이 있고 싶어했다. 하지만 반대로 윈터는 나와 함께 있을때 비슷한 감정을 느낄까? 아니면 그냥 내가 불쌍해서 데리고 다니는 것일까?
" 좋은 곳이에요. 내가 살던 세계도 전쟁은 끊이지 않았으니까요. 나는 전쟁의 최전방에 있던 군인은 아니지만, 무기를 개발하던 연구원이었으니까요. "
그곳에 비하면 여기는 정말 좋은 곳이었다. 반복되는 역사에서 끊이지 않는 전쟁은 결국 환경의 변화를 가져왔다. 어느샌가 하늘은 푸르지 않았고 구름은 더럽혀지고 숲은 타올랐다. 동물들은 점점 사라지고 식량은 인공식품으로 대체 되어간다. 역사의 흐름은 매번 달랐지만 큰 줄기는 항상 비슷했다. 그랬기에 이런 푸른 하늘은 그에게도 정말 좋은 법이었다.
" 그래서 나도 당신처럼 이곳이 좋았어요. 아무런 생각 없이 살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안타깝네요. "
쓴웃음을 짓는다.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윈터는 인간이 별로라고 했다. 나도 그 말에는 동의한다. 내가 평범한 엘프일적에는 항상 인간과 전투를 벌였으니까.
" 확실히 그 말이 맞는 것 같네요. "
큰 한숨. 이곳은 처음 왔을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평화롭고 좋았다. 외투가 있었다면 윈터를 덮어주었을텐데 내 외투는 알레프에게 있었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윈터쪽에 있는 손을 살며시 내밀며 말했다.
살던 세계가 다르니 무조건 그럴 것이다. 다만 엘프라는 종족을 알고 있는 것을 봐선 특징도 어느정도 공유는 할 것 같았다. 노던 엘프에 대해 묻는 그를 보며 나는 어디서부터 설명해야할지 고민하다가 엘프라는 종족의 특성을 어느 정도 알 것 같다고 생각해 조금 정확한 설명을 해주기로 했다.
" 노던 엘프는 하이 엘프의 아종이에요. 엘프 제국은 대륙의 북동부를 전부 장악하고 있었는데, 제국의 최북단에 살던 엘프들은 추운 날씨에 적응하여 피부며 머리카락, 눈까지 전부 하얀색으로 물들어 있는게 특징이랍니다. "
아마 눈이 보이지 않을테니 내 머리카락이나 눈의 색깔까진 알지 못할 것이다. 하이 엘프들은 피부가 하얗다는 것까진 동일하지만 눈색이나 머리카락 색들이 다양한 것이 특징이었다. 사실 엘프 내부에서도 다수종이니 다양한 특징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 이외에도 제국의 초입부에 이 있는 울창한 정글에 살던 우드엘프, 지하 광산을 담당하던 다크 엘프들까지 다양한 아종들이 있는 곳이 엘프 제국이었다.
" 오감 중에 하나를 잃으면 다른 감각들이 발달한다고 하던데 아델라이데 씨는 청각과 후각이 발달하셨나보군요. "
나는 감각을 잃어본 경험이 없기에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보이지 않는 시각을 듣는 것과 냄새를 맡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니.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에겐 그저 헛소리로 치부할만한 얘기였다. 하지만 실제로 맹인들은 그런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어찌보면 미스테리라 할 수 있다.
" 그런데 어쩌다 그렇게 다치셨나요. 좀만 늦거나 더 다치셨어도 위험한 상황까지 갈뻔 했어요. "
이런 평화로운 도시에서 이 남자를 그만큼 다치게 할 존재가 있다면 그건 좀 다르게 봐야할 이야기였다. 평화로움 속에서 우릴 위협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소리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