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별로 그렇지 않은 모양이더군요. 가디언과 손을 잡으려 하거나, 우리 UHN을 적처럼 여기기도 하고. 우리와 상의 없이 UGN이 준 특수 의뢰를 진행하기도 하고, 심지어. 우리들이 내린 명령을 자의적으로 거부한 끝에 우리 입장을 불쾌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
곧 그는... 지금까지 특별반의 일들을 하인리히에게 설명해갑니다. 시간이 지나가고, 그는 미소를 지으면서 하인리히를 바라봅니다.
" 제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겠습니까? " - 라고 오늘 진행에서 나왔습니다. 다 들은듯?
나는 조금 감탄하면서 그의 쏟아지는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정곡에 제대로 찔렸나 보군. 다소는 부자연스럽던 예의가 시원스럽게 날아갔다.
"네 말이 맞아. 이해타산을 고려하는건 딱히 나쁜게 아니고, 사회 생활에서 당연히 필요한 기능이야. 어느 의미론 배려라고도 할 수 있지."
숟가락을 빙글빙글 허공을 젓다가 딱 하고 가리킨다.
"근데 배려라는 말을 꺼내는 것 치곤 상당히 채근거리는군. 배려라는건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이야. 지금의 '참 피곤해 보인다' '좋게 좋게 넘어간다' '1차원적이고 편리하지' '더 귀찮아보이는데' 에는 오로지 자기의 입장만을 담고 있지 않나."
그렇게 말하곤, 나는 조금 웃기다는듯 쿡 하고 소리를 낸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혹은 왜 그래야 되는지에 대해선 생각할 여유가 없는가보군. 첨언하자면, 정곡을 찔려서 다소 기분이 나빠보이기도 하고."
왜 웃는가 하면, 사실 나는 그 '반쩍거리는 이름에 대해 설명해주는 것' 에 대해 조금의 거리낌도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당장 미들네임과 하는김에 이명에 대해서 알려줘도 상관은 없다. 그러나 굳이 정곡을 찔러대는 이유는, 서투르게 숨겨대는 본성에 다소의 오지랖이라고 할까.
"예의바른 어조와 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사회에선 그걸 '무례' 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으니 조심하는 편이 좋아. 주로 요즘 세대에선 꼰대라고 불리는 오지랖이 넓은 족속들이 그리하지."
상대의 불편함을 느끼는 기색이 강해져서, 나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주 상식적인 친구인 것 같은데, 그런 만큼 오자마자 상황파악을 하곤 위통을 호소하는 모양이다.
"글쎄. 내가 무엇인가 책임을 지는 권한자가 아닌 만큼, 곤란할 부분은 없어. 다만 주어가 빠진만큼....굳이말한다면. 실망했을 때에 곤란한 쪽은 하인리히, 네 본인이 아닐까. 영리해보이니 스스로도 알고 있겠지만."
상대의 사정이 무엇인지는 하나도 모른다. 그러나 이 특별반에 들어온 사람들이란 대게의 깊은 사정을 가지고 있고(그렇지 않은 경우도 왕왕 있지만). 특히나 지금처럼 실망을 언급하는 경우는 더욱 그리하다.
"실망이란건 남아서 기대를 해야 할 때 하는 법이니까. 마음에 들지 않아 나갈 수 있었다면, 실망하지 않았겠지."
안 그런가? 하고 팔짱을 낀체 상대를 바라보며 덤덤히 묻곤
"....다만, 이게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곧은 눈동자로 마주하면서, 다만 단호하게 얘기한다.
"아이들이 주변 어른들이 보기에 멍청했을지언정, 치열하게 최선은 다했네. 그 결과가 이 꼴인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고, 사실 나도 만족하는건 아니지만. 다들 제 나름대로 노력한거야. 노력으로 모든걸 포장할 순 없는게 현실이지만, 반대로 그 모든 노력이 무의미 했던 것은 아니니까."
그러니까 나는 당당히 말했던 것이다. 우린 그냥 바보라고. 최선을 다했는데 생각이 닿지 않은 부분도 있었을 뿐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음....UHN 담당자께서 말씀하시길. 뭘 어떻게 해서든 강림한 신을 죽이라더군."
그의 말대로, 곤란한쪽은 자신이다. 특별반의 존폐에 아버지의 목숨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그것에 묶여 본성마저 버리려는 내가 미련하다고 할 수 있겠지.
" 부정 하진 않겠어 시윤 형씨. 마음에 들지 않아 나간다 라는건 매력적인 선택지지. "
팔짱을 낀체로 자신을 바라보는 소년을 마주본다. 나이와는 그다지 매치 되지 않는 발언들은, 기묘한... 이질감을 들게 하기도 했다. '유독 성숙한 사람이 있다고는 하지만, 느낌이 조금 다르군...' 그의 변호를 들으며 드는 위화감을 뇌리에 새겨두곤, 이어지는 말에 작게 웃음을 터트린다.
" 그래. 그정도는 되어야 출발선에는 설 수 있겠네. 외통수야. "
신살의 업이라. 일개 헌터에게 말한다면 그게 무슨 소리냐고 말할만한 황당한 것. 그렇지만 그것이 특별반에게 요구된다면... '배를 째라면 째야지. 별 수 없나.' 천천히 숨을 내뱉으며 자신의 관자놀이를 검지로 몇번 톡톡 두드린다.
" ...이래뵈도, 자현이보다 여기가 좋단 말이지? 앞으로 정치적인 뭔가가 있다면 꼭 상담하도록. " " 특별반을 나가지 않고 있는건 형씨도 마찬가지잖아. 정말 공중 분해가 되는 꼴을 보고 싶진 않을거라 믿어? "
추론이 맞다면, 필사적으로 특별반을 변호한건 이 소년이겠지. 직관에 가까운 추리. 그렇지만, 드높은 영성이 있다면 그것은 해답을 가리킬 수 있다.
" 늦었지만 마저 소개 하도록 할게. "
그렇게 말하며, 신한국식으로 상체를 살짝 숙여 말을 이어나간다.
" 특별반 소속 헌터. 하인리히 슈타인. 미숙하지만 마도의 길을 걷고 있고... " " 겨울의 심상을 가진, 별 볼일 없는 각성자야. "
윤성은 손에 생긴 의념탄을 가만히 관찰했다 진형붕괴 유도 효과를 지닌 의념탄이란 윤성에게 있어서 매우 귀찮은 것 이었다 당장 저것을 막아낸다 하여도 충격을 튕겨낼 수 있을지 확신 할 수 없었고 망념을 사용하여 막아내길 시도한다 한들 게이트에서 가지고 나온 코스트나 다름 없는 저것을 막을 자신이 없었다
"네 충분합니다"
'공격쳐내기로 쳐낸다면? 아니면 희열의 벤데타를 사용한다면?'
팔이나 다리 어디 하나 무조건 부러진체 파리 목숨을 연명하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지기에 윤성은 시뮬레이션을 멈췄다
방어를 내리고 공격에 버티며 강산을 살피는 윤성의 시선이 이 쪽을 향했을 때, 마찬가지로 윤성을 살피다가 시선을 돌리는 강산의 눈이 짧은 순간 마주쳤다가, 강산의 회피로 엇갈린다.
"너무 무리하진 마라. 싸울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도 의념이 드니까."
말리거나 괜찮냐고 묻는 대신 그리 말해둔다. 강산은 넓고 얕고 지식으로 세상에 오만 기술과 전투방식이 다 있다는 것을 대강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방패를 쓰는 윤성의 전투방식으로 보건대 그의 그런 행동에는 의도가 있다, 즉 그에게 위력이 입은 데미지량에 비례하는 반격기가 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가능했다. 그렇기에 나오는 반응이다.
그리고 역시나, 데미지가 축적되자 윤성의 방패에 의념이 모여 일렁이고, 윤성이 그에게 신호를 보내자...
"그러면 이 무대는 네게 맡기지."
◆ 의념기 : 너의 무대 ■ 그 순간의 주연을 위해 연주함으로써, 그 대상에게 힘을 실어준다. 자신을 포함한 아군 중에서, 단일 대상을 지정한다. 대상은 1~3턴간 상황에 따른 버프를 받는다. 버프의 효과는 시전자가 직접 결정할 수 없다. 최대 3턴까지 자신의 행동권을 사용해서 버프를 유지할 수 있다. 발동 시 망념이 90 증가한다. 유지 시 매 턴 망념 30을 추가로 증가시키며, 1턴당 도기코인 3개를 지불하여 추가로 누적되는 망념을 면제할 수 있다.
...강산이 의념을 방출하며 즉흥 연주를 시작한다. 어느 새 울리기 시작한 가야금 소리에, 강산이 양손을 모아 휘파람을 부는 소리도 섞여들고. 조명은 윤성을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