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왜 거짓을 말하지 않느냐고, 왜 죽이지 않느냐고, 왜 용서하느냐고. 그 모든 질문의 답은 한 가지 문장으로 귀결된다. 너를 사랑하고 세상의 모든 사람 역시 사랑하기에. 그저 그뿐이다. 하지만 그 사랑의 근본적인 이유를 풀어낸다면─ 기억 너머, 어느 세상의 풍광이 선연히 떠오른다. 모두가 주검조차 남기지 않고 떠나버렸다. 나만을 남겨두고서. 어느 때는 무엇일지라도 좋으니 산 것을 찾고자 했고, 또 어느 때는 하염없이 낙담했다. 언젠가는 차라리 사라지기를 원해 이루어질 리 없는 희망을 하염없이 바라기도 했다.
“……나는 아프지 않고, 아주 오랫동안 외로웠거든. 네가 날 상처입힌다고 해도 나는 그것마저 기뻐.”
따스한 사랑과 안락한 온정도, 지독한 악의와 서글픈 공포마저도. 진선과 추악 또한 결국 그것을 정의할 ‘타인’이 존재해야만 성립되는 개념이다. 선과 악마저 당신의 있음으로서 존립하리니, 그러니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상관없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한없이 사랑하리라고. 과거를 깊이 조명하던 심상에서 벗어나 현재를 돌이킨다. 낭자한 붉은 피가 역설적으로 생을 증명하는 것만 같아, 그가 설핏 웃었다.
“글쎄. 그건 확신 못 해.”
이번에도 신이라는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신이라는 존재가 모두 알레프와 같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신이라는 것이 확실한 알레프는 그와도 제법 닮은 점이 많으니 말이다. 이유 없는 적개심을 받아내고 칼에 베여 나갈 때까지도 마냥 평온했던 목소리에 어느덧 근심이 섞여들었다.
“많이 아파?”
그리 말을 걸어 봐도 돌아오는 반응이 조용했다. 자신은 결코 흘리지 못할 눈물. 여태까지도 사람의 생리에 어두운 그는 눈물의 의미 역시 알지 못했으나, 본능의 경종만은 예리하게 울렸다. 서둘러 도시로 돌아가야 했다. 환자를 엉성하게 끌던 것도 잠시.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그는 마침내 보다 효율적이고 적합한 자세를 찾아내었다. 짊어진 상대가 워낙 키가 컸기에 그러고도 다리가 바닥에 질질 끌리는 것만은 방도가 없었지만. 다른 신체능력은 평범할지언정 체력만은 손꼽히게 뛰어난 그다. 멈추지 않고 빠른 걸음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관문까지의 거리는 수월하게 좁혀졌으리라. 수상하게 난도질된 차림을 한 채 피투성이가 된 사람을 짊어지고 오느라 한 차례 소동이 일었으나──
아무래도 잎은 인간의 기호에도 맞아 떨어진 모양이다. 입으로는 조금 부족하다고 말했지만, 그가 어떤 식물인가. 싹을 튼 이후로 모든 계절을 짐승을 꾀어 사냥하던 덩굴이 아닌가. 그러니 제 향에 홀린 생물을 알아보지 못할리 없었다. 포식자의 감각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사실을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 인간이 제 잎에 가치를 어떻게 메기든 자신은 충분한 양분만 받아낸다면 그만이다.
인간은 줄기를 내밀었다.
"?"
식물은 인간이 무엇을 하는지 알수 없었다. 이어 인간의 설명이 이어졌다. 악수라, 인간은 줄기를 맞잡는 행위를 통해 신뢰를 확인하는 모양이었다. 식물은 인간의 줄기에 제 줄기를 올렸다.
그게 어떤 상상이냐 되묻는 엘프의 말에 윈터가 꾹 그러쥐고 있던 주먹이 결국 그의 가슴팍으로 향했다. '팍'하는 소리는 아랫입술을 아득 소리가 날 정도로 깨물었던 윈터의 표정과 달리 화난 고양이가 앞발로 툭 치는 것보다도 못한 가볍고 가벼운 충격이었는데. 엘프의 짓궂은 미소에 눈을 질끈 감은 윈터는, 끙- 하고 무언가의 감정을 참아내는 듯한 신음을 흘리더니, 이내 주먹을 한 번 더 내질렀다. 이번의 것은 나약한 인간이었다면 갈비가 두어 대쯤은 금이 갔을 법한, 엄밀히 말해, 감정을 실은 회심의 일격이었다.
"대체 내가 왜 좋은 건데. 내가 네 이상형 이기라도 해? 첫눈에 반해버렸다는 이야기는 그저 헛소리일 뿐이라고. 지금까지. 지금까지..."
분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윈터는 여기서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캄캄한 거리의 돌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런 상황에서 너무 짓궂게 굴었던 탓일까 처음에 가슴팍에 닿았던 손길은 그냥 얹어놓는 수준이었는데 그 다음으로 날아오는 것은 맞았다간 그대로 골로 갈 수준이었다. 몸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심상치 않아서 살짝 몸을 피한 것이 다행이었다.
" 이상형은 잊은지 오래에요. "
아니 잊을리 없다. 내가 무언가를 잊을리 만무하다. 하지만 이상형이라는 것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한순간에 빠져들곤 했다. 그들 사이에 공통점이라곤 생각나지 않기에 이상형을 무어라 정의하기도 힘들다.
" 나는 행복했어요. 하루도 안되는 시간이지만 ... 좋았어요.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지 않았거든요. 나는 모든걸 잊지 못해요. 그리고 떠올리지 않았으면 하는 기억들은 무진장 많아요. "
가족들이 죽는 모습, 전쟁에 휘말려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생화학 병기, 각종 전염병으로 스러져 가는 문명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그리고 지금도 떠올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기억들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사시나무처럼 떨리기 시작한 몸을 간신히 부여잡은채 나는 윈터에게 얘기했다.
" 그러니까 당신이랑 있으면 이런 기억들은 떠올리지 않아도 될 것 같았어요. 그게 너무 ... 좋았어요. "
내 이기심일지도 모른다. 원래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었으니까. 세월이 지나 묻혔을뿐 본래 그런 사람인 것이다. 나는 윈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맘대로 할 수 있는것은 내가 가진 몸뚱아리 그 이외엔 없는 법이다.
" 미안해요, 내가 이기적이라. 그래도 다행이에요, 마음만큼은 전달할 수 있어서. "
나는 구역질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내고선 힘겹게 쪼그려앉았다. 주저앉은 윈터의 앞에서 손을 뻗어 눈물을 닦아주려하며 말했다.
" 윈터의 눈은 아름답잖아요. 그러니까 이렇게 울린건 아무래도 내가 잘못한거 같아요. "
거절 당하긴 했으나 나는 그래도 자리를 지켰다. 이곳을 떠나가는 것은 그녀의 의지일터. 그리고 이 도시에 여관은 하나다. 방을 잡아놓고 위치도 아직 알려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