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그나저나 학원물 에유가 지나갔었구나. 식물이는 야생에서 살아와서 그렇지 오히려 머리가 좋고 학습이 빠른 편이라 처음부터 사회에서 자라왔으면 그냥 평범할걸. 근데 그럼 재미없으니 야생에서 잡아와서 학교에 넣은걸로 하겠습니다. 인간 사회의 지식이 없어서 상식이 필요한 영역은 다 조지고 그냥 단순 암기는 잘할것같아. 수학은 평범하고. 국어 언어쪽은 다맞고 문학쪽은 다틀리는 학생이 되지 않을까나... 야생에서 잡아왔으니까 야생성이 안빠져서 사람의 규칙을 잘 이해를 못해가지고 수업시간 잘 안지킬듯
그대로 난 사레에 들려 헛기침을 연신 해댔다. 사실 비슷한건 했지요, 인공장기를 싫어해서 이식을 원하는 로열들에게 좋은 양질의 물건을 전달하곤 했는데...
이 남자, 떠보는 솜씨가 장난 아니었다. 직업이 뭐였길래 이렇게 무서운 질문부터 하는걸까?
"하하... 그냥 만물상이었습니다요! 이것저것 다 받아주고 없는 사람들에게는 시민증만 받고도 돈이나 식량을 주기도 했습니다."
간신히 위험한 이야기를 피해갔다고 생각했는데 아델이라 자신을 소개한 남자의 입에서는 놀랄 이야기가 나왔다.
"아ㅡ 군 말씀이십니까?"
순간 트라우마가 발생할 것 같았다.
'사장님! 튀세요!'
'아니, 또 왜? 이번에 감시관한테 다 찔러줬잖아.'
'저번에 물건 사간 놈이 군에 있는 로열의 자식놈이었다고 합니다! 지금 적대조직부터 다 쓸려가고 있어요!'
'어머나, 세상에...'
결국 확인도 안하고 물건을 판 놈은 그대로 바다로 들어갔다. 그놈 하나로 간신히 조직은 유지가 되었지만 그때 쫒기던 경험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하수구까지 총을 들고 쫒아오는 그 미친놈들이란...!
"하하하... 그러셨군요? 역시 기품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평범하신 분은 아니라 생각했는데, 아주 대단하십니다!"
이 인간도 설마 한번 홰까닥하면 내 머리에 총질 하는거 아냐? 아니야, 그래도 정중한 태도를 보이는데 그렇게 막나가진 않겠지? 아니야, 저런 분류가 또 위법행위 같은걸 보면 못참는다고 총을 쏘는 타입이라고!!!
긴장이 잔뜩 되는 탓에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 이젠 미소만으로 어찌 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저야, 항상 정직하게 장사를 했답니다."
'매번 정직하게 뜯어먹었답니다.'
"덕분에 신뢰의 칼이라고 불렸을 정도였습죠!"
'덕분에 돈에 미친 칼이라고 불렸을 정도였습죠!'
나와 정 반대인 양지에서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을 만나니 여러 감정이 머릿 속을 뒤집는 것 같았다. 하지만 침착하자, 상대는 내가 뭘 했는지 모르잖아? 여기서는 세탁이 되니까 이 기회에 한번 줄 잘 잡아보자. 저런 주인공 같은 사람 옆은 위험하지만 잘만 버텨주면 출세 백프로 하는 타입이야!
"아델 형씨도 혹시 필요한게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주십시요, 제가 뭐든 구해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요! 헤헤"
그러다가 새까만 속내가 담긴 부탁을 하면 바로 잡아먹는거다. 항상 하던 것처럼 말이다.
//이제 종자가 생겼습니다! 가끔씩 발작하면 때려주시면서 교육하시면 회색에서 새하얀 색으로 바껴요!! 헤헤!!
더욱 머리가 아파왔다. 그래, 이 아가씨는 그냥 우리 세상에서 온 아가씨야... 그냥 패스트푸드 좋아하는 친구구만. 역으로 빼먹을 만한게 없다고 생각이 되서 허탈했지만 어떻게 보면 또 다행이었다. 나 같은 속내가 어두운 것들이 아니니까 맘 편히 말할 수 있겠지.
"흠... 대부분 노력을 하면 되겠지만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저희는 디저트 카페여서요."
하지만 너무 매몰차게 거절하면 또 정이 없지 않은가?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수제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며 이야기했다.
"아마... 화학조미료가 없어서 맛이 조금 심심하겠지만 대부분 만들려면 만들 수는 있겠군요. 저희가 최대한 고려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고생을 시킨 대가는 제대로 받아낼 생각이었다. 어디보자... 적당히 먹이고 직원으로 부려먹으면 되려나?
"그럼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손님께서는 이 세상 주민이 아니시죠? 이 세상에 오시기 전에는 무엇을 하고 계셨을까요?"
마지막 질문은 아마 대부분의 추락자에게 하려고 생각했던 질문이었다. 넌 이 곳에 어쩌다가 오게 된거니? 이유도 없이 신 같은 초월적인 존재가 죽어가던 사람들을 다른 세상으로 보내진 않았을 것이다. 이 세상에 오게 된 원인을 찾아내고 해결하다보면 언젠가는 우릴 이 세상에 보낸 놈도 만날 수 있고, 그러면 아마 돌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 종족이라는 말도 영 낯설다. 모든 것을 영원과 필멸만으로 이분하는 그의 특성 상 단번에 받아들이기엔 어려운 개념이었고. 하지만 아주 이해하지 못할 말은 아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지는 설명 역시도 일목요연해서, 들은 내용을 잠깐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대강이나마 알아들을 수 있었다.
[ 라클레시아는 친절하구나 ]
그리 쓰인 종이를 보여주며 눈으로는 감탄의 기색 투명하게 반짝인다. 그러다가 문득 드는 궁금증이 또 하나.
[ 라클레시아도 뜻이 있어? ]
윈터는 겨울, 알레프는 신. 미하엘은…… 아쉽게도 그때는 물어볼 생각을 못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을 봐선 미하엘이라는 이름에도 아마 의미가 있지 않을까. 잠시 본래의 용무도 잊고 대화에만 집중하던 중, 불쑥 질문이 들어왔다. 그는 곧장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시선을 돌린다. 하지만 그런다고 눈앞에 닥친 상황이 없던 일이 되지는 못하는 법. 결국 느릿느릿 답을 써내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 목소리 내는 연습 ] [ 하고 있었어 ]
그렇게 말하는 표정 왜인지 묘한 것이…… 본인은 이 감정이 무엇인지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듯싶지만, 아마도 조금 부끄러워하는 듯한 눈치였으리라.
풀 죽은 표정으로 시무룩하기도 잠시, 남자가 덧붙이는 말애 소녀가 환한 미소 되찾는다. "정말이지?!" 물론 고려해본다는 말은 확정이란 뜻도 아니지만, 순진하기 짝이 없는 소녀가 그걸 알 수 있을리 만무했다. 아무튼 착한 사람이다! 장사꾼은 원래 이득을 쫓는 게 당연하기에 선악의 구분 따윈 의미없거늘 소녀는 이 남자가 착한 사람이라고 확신했다. 그보다 이 사람은 치킨이나 피자가 뭔지 알고 있구나. 그럼 지구와 비슷한 기술력이 있는 세계에서 온 걸까? 추측해보기도 잠시 남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음... 게임?"
그 뿐이다. 떨어지기 전에 무엇을 하고 있었냐 묻는다면 정말 게임만 하고 있었고. 아, 막 컵라면을 먹으려고 하기도 했었다. 다소 빈약하고 싱거운 대답이지만 소녀에겐 그런 자각도 없다.
하지만 소녀의 눈은 거짓 한점 없는 순수한 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세상에 맙소사, 이 아이의 말이 사실이라면 우릴 여기로 끌고 온 놈은 뭔가 목적이 있어서 끌고 온게 아닌 것 같았다.
"진짜로? 시한부라던가? 부모님의 원수를 갚고 허탈해서 게임만 하다가 온거라던가?"
진짜 모르겠다. 대체 이 일을 꾸민 흑막 놈을 우리에게 뭘 원하는걸까? 하다못해 그냥 게임하던 평범한 여자애를 끌고왔다고? 아무 사연도 없는 애를? 좋아, 오늘부터 결심했다. 이 일을 꾸민 흑막 놈은 내가 꼭 잡아서 우리 부하놈들이 잠자고 있는 앞바다에 다이빙을 시켜버릴거다.
"하하... 좋아요, 뭐 게임하다 올 수도 있죠... 음식은 저희가 고려를 해볼게요, 대신 가격이 좀 비쌀 수도 있답니다?"
이젠 아무래도 좋아, 정말 우리에게 즐기라고 하는걸 수도 있잖아? 우선 진짜 장사나 열심히 해야할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허탈함에 무기력증이 올 것만 같아...!!
"그럼 간단한 구두 조사는 이쯤하구 서류 하나 작성해주시겠어요?"
그 곳에는 인적사항을 적는 칸들이 적혀있었다.
이름에서부터 나이, 종족, 좋아하는 메뉴, 싫어하는 메뉴, 못 먹는 것 등등... 다양한 종족들이 모인 추락자들의 정보를 빼내기 위한 서류였다.
헛기침을 하는 상대에게 의아한 듯, 괜찮으십니까? 하며 물었다. 어째서 갑자기 헛기침을 하는걸까. 노예상 특유의 시취같은건 전혀 나지 않는데, 인간적이지 못했던 일을 했던걸까. 사내가 경계하는 태도가 조금 커졌다. 흐음, 하며 탁한 눈으로, 그가 있는 쪽으로 시선을 던지고서는.
"만물상이라... 그거 신기한 직업이로군요. 제가 있던 곳에서도 비슷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있었습니다."
"헌데.."
사내는 조용히, 지팡이를 들어 심음이 들려오는쪽으로 망설임 없이 겨누었다.
"제가 착각한것이 아니라면, 시민증이라 함은, 시민으로써의 권리를 말씀하시는것입니까? 차라리 착각이었으면 좋겠군요. 없는 이들에게서 가장 기본적인 것 마저 빼앗아 고작 몇 푼의 돈과 식량으로 바꾸다니. 그것들을 좋은 일에 썼을 리는 없을테고요. 그렇지 않습니까?"
군 말씀입니까? 하며 물어오는 태연한 듯한 사내의 태도. 허나 알 수 있었다. 두근거리며 미친듯이 뛰는 심장소리. 사내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식은 땀 소리. 당황. 분노. 초조. 도주. 망설임 없는 가능성들. 그러면서도 머리가 회전하는 소리. 하하, 그는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거 아십니까?"
"저는 눈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 말하고는 천천히, 한 발자국 더 그에게 다가갔다.
"덕분에 많은 소리를 들을 수 있죠... 거짓말을, 하고 계시진 않습니까?"
허나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띈 채로, 사내는 말을 이어갔다.
"계약이 필요하겠군요."
"이전 세계에서의 위법을 처단할 정도로 저는 대단한 이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그저 약속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만. 그 전에 한가지."
망했다. 아무래도 내가 생각하던 그런 종류의 사람 같았다. 아니 그전에 사람은 맞아? 마치 속을 뻔히 꿰뚫어보는 듯한 모습은 평상시 같았다면 욱해서 네가 뭔데 하고 덤벼봤을 상황이었지만 절대 그럴 수가 없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소름돋는 위압감이 있었다.
"에이, 세상물정 너무 모르신다~! 우리 아델형씨!"
난 능청스럽게 이야기하면서 겨눠진 지팡이를 옆으로 살짝, 공손하게 두손으로 슬며시 밀어내려했다.
"잘 들어보세요, 아무래도 우리가 살던 세상이 달라서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저희 세상의 시민증은 그냥 별 것 아니에요. 그 사람의 데이터는 정부기관에 다 입력이 되어있기 때문에 그냥 시민증은 평범한 자료 조회를 도와주는 용도랍니다."
그러던 중 계약? 이상한 말들이 들려왔다. 아무래도 정신은 멀쩡한 사람이 허세로 저런 말을 하는건 아닐테니 뭔가 비장의 수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눈이 안보이는데 군인이었다고? 얼마나 사람을 잘 썰면 눈이 안보이는데 군인을 해!?
적어도 그의 검에 썰린 사람 중 한명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난 최대한 자세를 낮춰서 비굴한 말투와 능청맞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만약에 저희가 그런 보험도 없다면 돈을 어찌 돌려받겠습니까? 이 칼이 솔직하게 말씀드리는데 그랬다간 이자는 커녕, 원금도 돌려받지 못할 겁니다요! 그리고 시민증은 방금 말씀 드린 것처럼 조회용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합니다, 그저 위치나 조회 가능한 용도이지요 헤헤... 이제 오해가 좀 풀리셨습니까?"
물론 사는 곳이 확인되면 수금을 하러갔다. 이자를 못받았기 때문에 물건, 혹은 그들의 소중한 것들을 받아가긴 했다. 적어도 나에게 뺐어가던 양아치보단 나은 것 아닌가? 난 아무 것도 얻은게 없이 빼앗기기만 했지, 그들은 내 돈을 가져다 썼는데... 어떻게든 최대한 둘러대려고 했지만 나긋하게 들려오는 아델의 목소리에는 위압감이 실려있었다. 마치 예전에 내게 팔을 빼앗아간 그 로열 영감쟁이와도 같은 느낌의 목소리였다. 결국 난 긴장 속에서 그의 질문에 답을 했다.
"그런데 마가 뭡니까? 저는 그런거 모르는 평범한 인간이랍니다. 우리 형씨가 잘 모르는 것 같으니 이 칼이! 설명을 잠시 해드리자면... 저는 순수하게 작성한 계약서에 따라 장사하던 장사꾼이었답니다! 모두에게 도움이 되던 그런 도시 마스코트 같은 사람이 바로 저였답니다!"
통찰은 짧게 번쩍인 직후 다시금 빛을 잃었다. 그것이 그리도 중요하느냐 묻지 않은 것만이 최후의 분별이었으리라. 그는 속사정 제법 깊어 보이는 상대에게 무어라 말 더하지 못했다.
“미안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못 해. 나는 너도 정말 좋아하는걸.”
그 대신에 한 차례 소생한 몸을 끌어당겨 더욱 다가갔다. 낡아서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았던 마디도, 녹은 피부가 당기는 감촉도, 곳곳이 적출되어 균형이 어긋나 있던 감각도, 이제 더는 느껴지지 않는다. 불가피하게 죽게 된 것은 조금 아깝지만 그는 이런 점만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온전한 몸이란 게 이토록 개운한 상태였던가? 상쾌한 감각에 상황에 맞지 않게도 기분이 들떴다. 날아간 기억에 대한 염려마저도 미뤄둘 정도로.
“이제 좀 진정됐어?”
목소리는 여전하게도 천연스러운 웃음기 서려 있다. 곁까지 다가간 그는 쓰러진 상대를 앉은 채로 내려보았다. 이에 치렁치렁하게 내려오는 머리칼이 중상자의 위나 피 웅덩이 곁으로 마구 쏟아졌으리라. 그러나 그는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듯했다. 회색이었던 머리 끝이 붉게 물들어갔다.
“나는 ▒̴̨͖̥̣͍̠̓̇̍̍͒͊̅͊͊̿͟이라고 해. 추락자라는 건 너도 알 테고……. 너는 아까 소개했으니까 말 안 해도 돼.”
하나로 들리지 않는 말, 하나로 단정할 수 없는 광의의 언어. 대답은 제때 하지 못했지만 아델라이데의 말은 모두 제대로 들어 두었던 모양이다. 그리 말하고는 자리에서 몸 일으킨다. 도중에 제 머리카락을 밟아 비척거리긴 했지만서도. ……역시 머리카락은 거슬린다. 일이 다 해결되기만 한다면 얼른 잘라 버려야겠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닌 것 같으니까, 일단 움직이자. 치료 받아야지.”
태도가 마냥 태연했기에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그는 잠시 이 거구를 어떻게 옮겨야 할지 고민하다……. 마침내 시도한 방법이란 게 무식하기 짝이 없었다. 드러누운 부상자의 두 다리를 당겨서 질질 끌고 가려 한 것이다. 인체에 대한 부실한 이해도가 어김없이 빛을 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