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여관에서 나는 윈터가 데려온 사람과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알레프와 윈터는 여자고 이 사람은 ... 일단 겉으로 보기엔 남자였으니까. 근데 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무언가 위화감이 들었는데 이것은 같은 추락자를 마주했을때의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그 위화감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몰라 약간 경계를 하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경계는 자연스럽게 일상의 긴장감으로 이어졌고,
" 어디 가시는거에요? "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나 문이 삐걱이는 소리나 긴장한채 잠에 든 나를 깨우기엔 충분했다. 잠에서 방금 일어난 탓인지 목소리가 잔뜩 잠긴 상태가 되어서 평소와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그 의미는 충분히 전달 되었을 것이다.
" 밤에는 혼자 다니면 위험하니까요. "
알레프를 여관으로 데려오면서 상점가에서 입고 자기 편한 옷을 하나 받았다. 댓가는 내일 아침에 간단한 심부름 하나를 해주는 것으로 하고 말이다. 그리고 이곳의 날씨는 봄이나 가을쯤의 날씨라 밤에는 꽤 쌀쌀한 편이었다. 그렇기에 평소에 입고 다니는 외투를 위에 걸치는 것으로 마무리한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 어디 가시려는건진 모르겠지만 같이 가죠. "
도망갈까봐 감시한다기보단 윈터가 데려온 사람이니까 혹여 위험에 처하면 같은 방을 쓰는 내가 난처한 입장이 될까봐 그런 것도 있었다.
남녀와 노소의 개념을 잘 느끼지 못하는 편입니다. 구분하려면 구분을 전혀 하지 못하는 건 아닌데, 평상시의 인식 자체는‘구분하지 않음’이 기본 상태예요. 그러니까 같이 지내는 일행과도 ‘왜 그 어린 여자애 있잖아’라고 구체적으로 콕 집어서 말할 때가 되어야 아 맞다 알레프가 어리게 생긴 여자아이였지?하고 새삼스럽게 깨닫는 느낌?(어휘력 부족) 쉽게 말해 사람의 ‘분류’를 크게 의미 있게 여기지 않아요. 비슷하게 종족 역시도 크게 구분하지 않고요. 사람은 사람일 뿐이지 그 이상의 구분을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달까... 노인/어린아이/성별/여러 종족 가릴 것 없이 모든 사람을 ‘사람’이나 ’사람들’, ‘이름’ 정도로만 인식하고 지칭해요. 그래서 서술에서도 영이의 시점일 때는 타인을 누군가의 특성으로 지칭하지 않슴다. 가끔 묘사에서 성별이나 나이로 지칭하는 경우도 있긴 한데, 그건 영이의 시점이 아니라... 어휘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제가 임의로 한 3인칭 서술이기 때문에…🙄 그마저도 캐어필을 위해 되도록이면 묘사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고요.
+) Q. 그거랑 별개로 영을 ‘그’라고 서술하지 않느냐? A. 영을 지칭할 때의 ‘그’는 중성적인 의미로 쓰는 중이에요. 현대에는 ‘그’가 남성 지칭어로 쓰이는 경우가 더 많아졌지만, 본래는 중성적인 단어였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에도 중성적 용법으로 쓰는 경우가 틀린 사용이 아니라고 하고요. 청년 역시 마찬가지로 기본 의미로는 남성에게 쓰는 비율이 더 높지만, 남녀를 모두 포함해 한창 때 시기의 젊은이를 포괄해서 지칭하는 의미도 있으니까요. 설정이 설정인 만큼 되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편...이긴 합니다...!
최대한 조용히 열고 나가고자 했지만 노후의 영향만은 노력으로도 어찌할 수 없었나 보다. 조심스레 당긴 손길이 무색하게 끼익 소리가 울리고 만다. 그 탓이었나? 분명 자고 있는 줄 알았는데, 뒤편에서 들린 목소리에 그는 또 놀란 야생동물처럼 소리 없이 기겁을 하며 돌아보았다. 대단히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괜히 몹쓸 짓이라도 한 것처럼 찔려서는. 그는 대답을 하기 위해 방 한편에 두었던 종이와 펜이 있는 곳으로 가, 몇 마디 짧은 말을 썼다. 놀란 마음 여전히 남았는지 필체가 미묘하게 떨려 있었다. 불은 아직 켜지 않았지만 창가에 비친 달빛 덕에 희미하게는 읽을 수 있었을 테다.
[ 안 자도 괜찮아? ]
아니, 놀란 마음보다도 그가 지닌 고질적인 염려증 때문인 듯도 싶다. 그러니까…… 저나 알레프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을 자야 다음날에 무사히 활동할 수 있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수면은 절대 방해하고 싶지 않았는데! 잠이 깨다 못해 아예 나갈 채비까지 하는 라클레시아를 보며 그는 다른 의미로 당황하기 시작했다. 땀 흘릴 수 있는 몸이었더라면 삐질삐질 식은땀이라도 흘렸을 것 같은 기색이다. 수천 년만에 미안함과 무안함과 걱정과 기타 등등 온갖 자질구레하고 하찮은 감정의 복합을 겪은 그가 보인 반응은 아주 단순했다. 잘못하다 걸린 개처럼 슬그머니 눈길부터 피하는 것이다. 그럴수록 더 수상해 보인다는 사실도 모르고.
아무래도 내가 자고 있는줄 알았는지 내가 말을 걸자마자 놀라는 기색이 보였다. 하긴 나 같아도 자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말을 걸면 놀라서 제자리에서 점프할지도 모른다. 예전부터 누군가 놀래키는거엔 무척 약했으니까. 하지만 그는 특이하게도 필담으로 대화를 했다. 듣는 것은 다 알아듣는것 같은데 말하는게 되지 않는걸까.
" 엘프는 적게 자도 괜찮으니까요. "
물론 거짓말이다. 엘프가 무슨 초인도 아니고 충분한 수면이 있어야 다음날의 생활이 가능한 법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자야한다고하면 분명 내가 잠들때까지 기다렸다가 나갈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니까 여기선 적당히 블러핑을 하고 같이 나갈 궁리를 한다. 그리고 내 물음에 대한 대답은 곧 들을 수 있었다. 이 시간에 산책을 나간다니.
" 도시가 아무리 평화로워보여도 혼자 돌아다니면 무슨 일을 겪을지 몰라요. "
어디 끌려가면 우리는 어디로 갔는지 알 방도가 없다. 그러니까 이런 낯선 곳에선 혼자 다니는 일이 가급적 없어야한다. 낮이야 사람도 많고 밝으니까 어느정도는 괜찮지만 밤은 더욱 조심해야하는 법이거늘. 그가 살던 곳은 치안이 상당히 좋았던 곳인가?
" 저도 바람이나 좀 쐬게 같이 가시죠. "
이미 나갈 채비는 끝났다. 그가 무어라 더 말을 하기 전에 나는 기지개를 한번 펴고 그대로 방문을 나섰다. 방 안보다 더더욱 서늘한 복도의 공기가 몸 곳곳을 스쳐지나간다.
어, 그런 거였나? 조금 덜 자도 괜찮다면 다행이다. 그 말에 화들짝 놀랐던 것도 잊고 고개를 끄덕였다. 엘프라는 종에 대한 무지와 거짓을 의심하지 못하는 기질 탓에 그는 쉽게도 넘어가고 말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 갸웃 기우는 고개. ……그런가? 생각해 보니 그랬던 것도 같다. 윈터와 처음 만났을 때도 그런 일이 벌어졌으니. 당연한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은 점만 봐도 그가 조심성이 없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긴, 모두가 죽어 버린 세상에서 다른 존재를 경계해야 할 필요가 어디 있었겠는가. 그렇게 납득했다가도 몇 초 쯤 지나자 또 다른 의문이 반짝 고개를 쳐들었다. 아니지, 그때는 윈터랑 같이 있었는데도 싸움이 벌어졌었는데?
[ 같이 돌아다녀도 무슨 일 생기지 않을까? ]
제법 그럴싸한 말 던져봤자 이미 늦었다. 무어라 더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먼저 나가버린 라클레시아를 쫓아 그도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걸음을 따라잡았을 무렵엔 슬그머니 눈치를 살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온 탓이었다. 이렇게 되면 내가 가려던 곳으로 가야 할까, 아니면 이 사람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야 할까? 생전 누군가와 나란히 걸어 본 적이 없어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산책이라 하기는 했지만 그리 멀리 벗어날 생각은 없었기에, 그는 여관의 입구로 나설 때쯤 잠시 멈추어 섰다.
[ 그냥 여기까지만 나오려고 했어. ]
그런 글자 보여주며 그가 앞을 가리켰다. 여관 바로 앞의 길목, 마땅히 걸터 앉을 곳이라고는 연석 역할을 하는 야트막한 벽돌 몇 개 뿐이다. 이 자리 근처에서 가만 죽치고 있을 생각이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