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그 말은 나말고도 이 이상한 곳에 추락한 사람이 더 있다는 것인가? 하느님 맙소사,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정신나간 실험실에 팔린게 아니어서 다행이다. 적어도 나는 녀석에게 당한 게 아니었다는 사실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 만약 놈의 손에 처리 시설로 가게 되었다면 지금쯤 통속의 뇌 꼴이 되었겠지.
말을 이어가려던 도중 여인이 떨궈서 깨진 소리가 나자 나는 재빨리 유리조각들을 몰래 말로 밀어서 개수대 밑으로 넣어버렸다.
"이제 우리 공범이네요, 뭐 내 탓으로 여기 들어오게 된건데 있는 시간이 더 늘면 안되잖아요?"
여기서 죽치고 있는 것보다는 나보다도 먼저 떨어진 것 같이 말하는 이 사람에게 정보를 얻는 것이 더 중요했다. 다짜고짜 질문 공세를 퍼붓고 싶었지만 당장은 그것보다는 어느정도 친밀도를 올리는게 낫지 않을까 싶었던 나는 목구멍에서 솟아오르는 의구심을 집어삼키고는 간단한 질문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선생님께서도 저 위에서 떨어졌단 말입니까? 원래 어느 구역에서 사셨어요?"
여인의 행동을 보아하니 적어도 로열들이 사는 곳에서 온 사람 같진 않아보였다. 끽해봐야 일반 시민들이 사는 곳에서 이곳으로 떨어진 것 같은데...
윈터의 행복하냐는 물음에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처음 만난 나무 그늘로 향했다. 너무 빠르지도 않게, 너무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게 나아간다. 그렇게 처음 만난 곳에 도착한 나는 그녀가 손을 놓으며 하는 말을 들었다. 우리가 여기에 떨어진 이유, 그것은 그도 계속 생각하고 있던 것이었다. 아무 이유도 없이 이런 곳으로 오진 않았을테니까.
" 나는, 그저 신들의 유희를 위한 도구에 불과했어요. "
그들에 대한 진실을 알았을때 나는 크나큰 충격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주시자로써 살아온 삶을 송두리 부정당하는 느낌이었으니까.
" 무슨 큰 사명이 있는줄 알고 좋아라했던 내가 정말 바보 같았다니까요. 그리고 그걸 안 순간 심판을 딱! 받을뻔 했죠. "
바보라는 말은 정말로 순화한 말이다.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윈터를 바라보았다.
" 오랜 세월을 살다보니 몇가지 감정들은 점점 없어지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욕심이었어요. 딱히 내것이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하는게 점점 많아졌으니까요. 근데 여기 와서 윈터를 보자마자 딱 느껴버린거에요, 내가 잊어버린 그 감정을. "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좀 쑥쓰럽달까, 나는 얼굴이 조금씩 화끈해지는걸 느끼며 시선을 살짝 피했다. 이런 낯뜨거운 얘기를 하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라 부끄러운 것과는 별개로 기쁘기도 했다. 조금씩 멀어졌던 내가 다시금 가까워지는 것 같았으니까.
" 그래서 같이 있고 싶다고 한거에요. 이것도 내 욕심이긴한데 혹시 불쾌했다면 미안해요. "
뺨을 긁적이며 나는 윈터에게 얘기했다. 그래도 항상 옆에 있어주겠단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는 죽지 않으니까. 불로불사를 약속 받은 주시자니까 말이다. 윈터에게 예정된 이별 같은걸 상기시키지 않아도 되는 존재이기도 했다.
" 왜 여기에 떨어졌다고 생각하냐구요? 처음엔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원하는게 있는건가, 아니면 그들이 날 여기로 보낸건가. "
여러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보았지만 딱히 답이 될만한 것은 없었다. 도시는 거대했고 사람들은 평범했으니까. 무언가 원하는게 있었다기엔 딱히 큰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요정 같은 것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무언가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는 맞다.
" 근데 이젠 생각 안하기로 했어요. 내가 하고싶은대로 살려구요. 꼭두각시 같은 인생은 이제 질려요. "
그녀에겐 답이 안되었을지도 모른다. 이건 내가 내린 답이니까.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의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윈터를 잡고 있던 손을 내밀었다. 평소의 미소와 함께.
여관에서 나는 윈터가 데려온 사람과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알레프와 윈터는 여자고 이 사람은 ... 일단 겉으로 보기엔 남자였으니까. 근데 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무언가 위화감이 들었는데 이것은 같은 추락자를 마주했을때의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그 위화감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몰라 약간 경계를 하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경계는 자연스럽게 일상의 긴장감으로 이어졌고,
" 어디 가시는거에요? "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나 문이 삐걱이는 소리나 긴장한채 잠에 든 나를 깨우기엔 충분했다. 잠에서 방금 일어난 탓인지 목소리가 잔뜩 잠긴 상태가 되어서 평소와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그 의미는 충분히 전달 되었을 것이다.
" 밤에는 혼자 다니면 위험하니까요. "
알레프를 여관으로 데려오면서 상점가에서 입고 자기 편한 옷을 하나 받았다. 댓가는 내일 아침에 간단한 심부름 하나를 해주는 것으로 하고 말이다. 그리고 이곳의 날씨는 봄이나 가을쯤의 날씨라 밤에는 꽤 쌀쌀한 편이었다. 그렇기에 평소에 입고 다니는 외투를 위에 걸치는 것으로 마무리한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 어디 가시려는건진 모르겠지만 같이 가죠. "
도망갈까봐 감시한다기보단 윈터가 데려온 사람이니까 혹여 위험에 처하면 같은 방을 쓰는 내가 난처한 입장이 될까봐 그런 것도 있었다.
남녀와 노소의 개념을 잘 느끼지 못하는 편입니다. 구분하려면 구분을 전혀 하지 못하는 건 아닌데, 평상시의 인식 자체는‘구분하지 않음’이 기본 상태예요. 그러니까 같이 지내는 일행과도 ‘왜 그 어린 여자애 있잖아’라고 구체적으로 콕 집어서 말할 때가 되어야 아 맞다 알레프가 어리게 생긴 여자아이였지?하고 새삼스럽게 깨닫는 느낌?(어휘력 부족) 쉽게 말해 사람의 ‘분류’를 크게 의미 있게 여기지 않아요. 비슷하게 종족 역시도 크게 구분하지 않고요. 사람은 사람일 뿐이지 그 이상의 구분을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달까... 노인/어린아이/성별/여러 종족 가릴 것 없이 모든 사람을 ‘사람’이나 ’사람들’, ‘이름’ 정도로만 인식하고 지칭해요. 그래서 서술에서도 영이의 시점일 때는 타인을 누군가의 특성으로 지칭하지 않슴다. 가끔 묘사에서 성별이나 나이로 지칭하는 경우도 있긴 한데, 그건 영이의 시점이 아니라... 어휘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제가 임의로 한 3인칭 서술이기 때문에…🙄 그마저도 캐어필을 위해 되도록이면 묘사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고요.
+) Q. 그거랑 별개로 영을 ‘그’라고 서술하지 않느냐? A. 영을 지칭할 때의 ‘그’는 중성적인 의미로 쓰는 중이에요. 현대에는 ‘그’가 남성 지칭어로 쓰이는 경우가 더 많아졌지만, 본래는 중성적인 단어였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에도 중성적 용법으로 쓰는 경우가 틀린 사용이 아니라고 하고요. 청년 역시 마찬가지로 기본 의미로는 남성에게 쓰는 비율이 더 높지만, 남녀를 모두 포함해 한창 때 시기의 젊은이를 포괄해서 지칭하는 의미도 있으니까요. 설정이 설정인 만큼 되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편...이긴 합니다...!
최대한 조용히 열고 나가고자 했지만 노후의 영향만은 노력으로도 어찌할 수 없었나 보다. 조심스레 당긴 손길이 무색하게 끼익 소리가 울리고 만다. 그 탓이었나? 분명 자고 있는 줄 알았는데, 뒤편에서 들린 목소리에 그는 또 놀란 야생동물처럼 소리 없이 기겁을 하며 돌아보았다. 대단히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괜히 몹쓸 짓이라도 한 것처럼 찔려서는. 그는 대답을 하기 위해 방 한편에 두었던 종이와 펜이 있는 곳으로 가, 몇 마디 짧은 말을 썼다. 놀란 마음 여전히 남았는지 필체가 미묘하게 떨려 있었다. 불은 아직 켜지 않았지만 창가에 비친 달빛 덕에 희미하게는 읽을 수 있었을 테다.
[ 안 자도 괜찮아? ]
아니, 놀란 마음보다도 그가 지닌 고질적인 염려증 때문인 듯도 싶다. 그러니까…… 저나 알레프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을 자야 다음날에 무사히 활동할 수 있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수면은 절대 방해하고 싶지 않았는데! 잠이 깨다 못해 아예 나갈 채비까지 하는 라클레시아를 보며 그는 다른 의미로 당황하기 시작했다. 땀 흘릴 수 있는 몸이었더라면 삐질삐질 식은땀이라도 흘렸을 것 같은 기색이다. 수천 년만에 미안함과 무안함과 걱정과 기타 등등 온갖 자질구레하고 하찮은 감정의 복합을 겪은 그가 보인 반응은 아주 단순했다. 잘못하다 걸린 개처럼 슬그머니 눈길부터 피하는 것이다. 그럴수록 더 수상해 보인다는 사실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