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아무래도 내가 자고 있는줄 알았는지 내가 말을 걸자마자 놀라는 기색이 보였다. 하긴 나 같아도 자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말을 걸면 놀라서 제자리에서 점프할지도 모른다. 예전부터 누군가 놀래키는거엔 무척 약했으니까. 하지만 그는 특이하게도 필담으로 대화를 했다. 듣는 것은 다 알아듣는것 같은데 말하는게 되지 않는걸까.
" 엘프는 적게 자도 괜찮으니까요. "
물론 거짓말이다. 엘프가 무슨 초인도 아니고 충분한 수면이 있어야 다음날의 생활이 가능한 법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자야한다고하면 분명 내가 잠들때까지 기다렸다가 나갈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니까 여기선 적당히 블러핑을 하고 같이 나갈 궁리를 한다. 그리고 내 물음에 대한 대답은 곧 들을 수 있었다. 이 시간에 산책을 나간다니.
" 도시가 아무리 평화로워보여도 혼자 돌아다니면 무슨 일을 겪을지 몰라요. "
어디 끌려가면 우리는 어디로 갔는지 알 방도가 없다. 그러니까 이런 낯선 곳에선 혼자 다니는 일이 가급적 없어야한다. 낮이야 사람도 많고 밝으니까 어느정도는 괜찮지만 밤은 더욱 조심해야하는 법이거늘. 그가 살던 곳은 치안이 상당히 좋았던 곳인가?
" 저도 바람이나 좀 쐬게 같이 가시죠. "
이미 나갈 채비는 끝났다. 그가 무어라 더 말을 하기 전에 나는 기지개를 한번 펴고 그대로 방문을 나섰다. 방 안보다 더더욱 서늘한 복도의 공기가 몸 곳곳을 스쳐지나간다.
어, 그런 거였나? 조금 덜 자도 괜찮다면 다행이다. 그 말에 화들짝 놀랐던 것도 잊고 고개를 끄덕였다. 엘프라는 종에 대한 무지와 거짓을 의심하지 못하는 기질 탓에 그는 쉽게도 넘어가고 말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 갸웃 기우는 고개. ……그런가? 생각해 보니 그랬던 것도 같다. 윈터와 처음 만났을 때도 그런 일이 벌어졌으니. 당연한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은 점만 봐도 그가 조심성이 없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긴, 모두가 죽어 버린 세상에서 다른 존재를 경계해야 할 필요가 어디 있었겠는가. 그렇게 납득했다가도 몇 초 쯤 지나자 또 다른 의문이 반짝 고개를 쳐들었다. 아니지, 그때는 윈터랑 같이 있었는데도 싸움이 벌어졌었는데?
[ 같이 돌아다녀도 무슨 일 생기지 않을까? ]
제법 그럴싸한 말 던져봤자 이미 늦었다. 무어라 더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먼저 나가버린 라클레시아를 쫓아 그도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걸음을 따라잡았을 무렵엔 슬그머니 눈치를 살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온 탓이었다. 이렇게 되면 내가 가려던 곳으로 가야 할까, 아니면 이 사람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야 할까? 생전 누군가와 나란히 걸어 본 적이 없어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산책이라 하기는 했지만 그리 멀리 벗어날 생각은 없었기에, 그는 여관의 입구로 나설 때쯤 잠시 멈추어 섰다.
[ 그냥 여기까지만 나오려고 했어. ]
그런 글자 보여주며 그가 앞을 가리켰다. 여관 바로 앞의 길목, 마땅히 걸터 앉을 곳이라고는 연석 역할을 하는 야트막한 벽돌 몇 개 뿐이다. 이 자리 근처에서 가만 죽치고 있을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화창한 햇빛 내리쬐는 오후, 소녀는 오늘도 여관을 나와 도시 구경을 시작한다. 처음 떨어졌던 그날보다 훨씬 가벼운 마음이다. 이제 사람이 많아도, 환경이 낯설어도 무섭지 않다. 돌아갈 곳이 있으니까. 아무튼 소녀는 맨발로 뽈뽈뽈, 거리를 돌아다닌다. 머리 없는 상점 주인으로부터 받았던 이용권으로 이것저것 사먹기도 했고. 빵집에서 산 샌드위치를 앙 베어물며 길을 걷는데, 돌연 누군가가 소녀를 붙잡았다.
"웅?"
소녀는 입을 우물대면서도 그 누군가를 돌아본다. 인간이라기엔 굉장히 이질적으로 생긴 존재였다. 마치 이파리와 줄기를 닮은 듯한... 이윽고 그가 말하길 먹어봐도 되나며.
"뭐 말이야? 이거?"
소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손에 든 샌드위치를 그에게로 내밀었다. 깨작깨작 아껴먹고 있던 터라 꽤 많은 양이 남아있었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먹어도 돼. 맛있어!" 하며 덧붙이는 소녀. 이파리 인간의 물음을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