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나는 지금 눈앞에 있는 소녀의 감정을 모른다.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말아 어느날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면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하지만 그것만 생각하면 어째서인지 묘한 쾌감이 몰려온다.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 백지 상태는 정말로 기분 좋을 것 같으니까. 어쩌면 나는 지금 니아라는 이름의 소녀를 부러워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입니다. "
아무래도 내 말이 도움이 된 것 같았다. 어두워지던 표정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는걸 보고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니아만큼은 딱 겉으로 보이는만큼의 소녀 같았다.
" 물론 자기가 직접 신이라고 얘기하는거고 니아가 생각하는 그런 신은 아닐꺼에요. "
좀 더 작고 귀엽고 아이 같은 이미지다. 흔히 신하면 생각하는 엄격하면서도 자애로운 그런 이미지는 절대 아니니까. 그렇다고 수많은 거짓말 중에 굳이 신을 고를 이유도 없고 거짓말하는 기색도 없었으니 아마도 알레프가 주장하는게 맞지 않을까?
" 우리가 머물 방이니까 우리가 직접 해야하는게 맞는건데 ... 도와주신다면 정말 고마울 것 같아요. "
안그래도 창고로 쓰던 방이라고 해서 청소를 한번 싹 할 예정이었는데 도와준다니 나로썬 반가운 일이다. 그래도 아예 일임하면 좀 미안하니까 나도 같이 도와주겠다 말하며 팔을 걷어붙였다.
" 니아는 언제쯤 떨어졌나요? 여기서 일하고 있을 정도면 나보단 먼저 떨어진 것 같은데. "
그래도 오래되진 않아보이는데 이렇게 엄연히 일자리를 구한 모습을 보면 생각보다 대단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의 미력함을 잘 알고 있었다. 무너진 것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지도 죽어나간 목숨들을 다시 만들어내지도 못한다. 그저 사라지지만 않을 뿐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던 신세, 살아감에 목적을 가지는 것조차 할 수 없어 그저 끝없이 표류하던 삶. 괴로운 심뇌의 끝은 언제나 도망으로 귀결되곤 했다. 망각은 종종 도피의 수단이 되기도 하므로. 그는 문득 그 사실이 우스워졌다. 늘 더는 디딜 곳 없는 벼랑까지 내쫓겨 달아난 끝에─ 기어이 그 세계로부터 도망친 셈이라.
[ 그래서 만약에, 언젠가 널 잊어버리게 된다면 ]
이 지점에서 잠시 손놀림이 멎었다. 그 뒤로 쓸 말이 잘 떠오르지 않아 머뭇거리는 시간이 다소 길었다. 자신에게는 지극히 당연했던 현상이 다른 이에겐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이 새삼 낯설었다.
[ 너무 놀라지는 말아줘. ]
그리 마치는 그의 기색도 그리 침중하지는 않았을 테다. 알레프의 늘어진 어깨 만큼이나 그의 표정도 안타까운 빛으로 조금쯤 시들어갔다.
[ 그걸 여기에 가져올 수는 없어? ] [ 아까 물건이 나타났던 것처럼 말이야. ]
그가 이곳에 떨어진 지는 아직 오래지 않았지만, 적어도 알레프가 보여주었던 수준의 라이터가 있을 만한 세상은 아니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게임도 어떻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알레프의 힘이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물론 적절한 망각이 도움될 때도 있으니 그의 말을 아주 부정할 순 없다. 하지만 자신이 누구인지마저 잊어버리는 건, 무척이나 괴로울 것 같다고. 소녀는 지레짐작한다.
"으응."
소녀의 목소리가 일순 내려앉는다. 내보여진 문장은 썩 유쾌하지 않은 내용이었다. 소녀가 상상하던 것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그러나 정작 글 쓴 당사자는 그리 무겁거나 어두운 기색도 아니었으니, "네차흐가 전부 잊어버려도 내가 알려줄게!" 소녀도 침울해하긴 커녕 되레 힘차게 단언한다.
"...아?" 뒤이은 필담에 문득 소녀가 탄식 내뱉는다. "그러네!" 하기야 그렇다, 방금 전 라이터도 만들어냈으니. 소녀는 앉은 자세를 퍼뜩 바로하곤 확인 차 주머니를 뒤져보았다. 주머니에 고이 넣어뒀던 라이터는... 온데간데 없었다!
"앗... 없어졌네, 라이터."
제한 시간이 있는 건지 아니면 모종의 이유로 사라진 건지. 소녀가 담담히 사실을 고한다. 그런데 알아서 사라진다고 해도, 그런 (이 세계 기준) 오버 테크놀로지같은 물건을 만들어도 되는 걸까? "음......" 고민하는 침음이 길다. 그치만 게임이라도 안 하면 정말 지루해서 쓰러질지도 몰라.
>>815 "동료는 당연히 있었지. 그것도 매우 뛰어난 녀석들로, 약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같이 있었어."
이제 다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말이야.
"전통...비스무리 한 거 때문에 이름은 말 못하지만. 언제나 전위에서 우리를 지켜주던 드워프, 장난기가 꼬마 정령에 버금가지만 사격 실력은 뛰어난 엘프 왕녀랑, 콧대 높지만 머리 하나는 좋던 마탑의 마녀, 드래곤 대ㅁ...가 아니라 여신에게 선택 받은 성녀랑 용사까지. 전부 나보다는 뛰어난 녀석들이지."
윈터의 능력은 아무래도 신체 강화 능력인것 같았다. 그렇게 단단해보이던 족쇄를 손으로 풀려고 시도했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힘을 쓰려고 했을때 피가 났다고 했다. 예전엔 경험하지 못했던 것처럼 얘기하는걸 보면 여기에 와서 생긴 일종의 패널티 같다. 아직 한명의 이야기만 들어서 확신하기는 힘들지만.
" 함부로 하는 얘기 아니라구요? "
슬쩍 웃어보인 나는 이젠 석양이 몰려오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내가 떨어진 곳, 그녀가 떨어진 곳, 모두가 떨어진 그곳. 무언가 얘기를 하려고 입을 열려고 했을때 나는 그녀에게 손목을 잡혔다. 상점가로 가자는 말과 함께 이끌려간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기다리는 알레프나, 윈터가 기다리는 그 사람이나 아직 돌아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잠깐 놀다 오는 것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상점가로 향하면서 나는 윈터에게 말했다.
" 나는 몇천년의 세계를 몇십번은 지켜봤어요. 수없이 멸망하는 세계를 지켜보는건 ... 너무 힘든 일이에요. 심지어 내가 본 모든 것들을 절대 잊을 수 없어요. "
지금도 눈을 감으면 다양한 상황이 생생하게 스쳐지나간다. 일부러 무시하지 않으면 더 자세한 내용이 떠올라 자연스럽게 날 괴롭힌다. 역사에 남는 굵직한 사건들은 결국 많은 이들에게 비극적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비명, 고통이 나를 잠식해가는 느낌은 더이상 느끼고 싶지 않다.
" 그래도 여기 와서 당신을 만나서 다행이에요. 당신의 눈은 내가 절대 잊을 수 없으니까요. 난 이런 기억들을 좋아해요. 아름답고 행복한 기억들. 그런 기억들을 차곡차곡 넣다보면 언젠가 안좋은 기억들보다 더 많이 떠올릴 수 있을테니까. "
하지만 이건 강요는 아니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 물론 윈터가 싫다면 그걸로 괜찮아요. 이 잠깐의 순간도 나에겐 가치가 크니까요. "
지금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만큼 아름답다는 이야기이다. 나는 그렇게 윈터의 손을 잡은채 상점가로 들어갔다. 미하엘, 윈터에게 옷을 선물해준 사람이라는 것 같다. 윈터와 비슷하게 수인인데 윈터가 말쪽에 가깝다면 미하엘이란 소녀는 영락없는 고양잇과의 수인이었다. 거기에 마법소녀라는 것 같은데, 복장은 딱히 그렇게 화려하진 않은 느낌인데. 모자라 보인다는 말에 흠칫하여 미하엘 쪽을 눈치를 보았지만 딱히 기분 나빠하진 않는 것 같아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 상자가 ... 큰데? "
이건 혼자서 들기엔 무리가 있어보였다. 거기에 윈터가 드는 것을 보면 무게도 꽤 나가는 것 같고. 이렇게 무거운데 크기까지 크면 자세가 나오질 않아서 드는 것부터 힘들다. 근데 윈터의 윙크가 나에게 보인다. 아, 도와달라는거구나. 말없이 다가가 반대쪽을 들어올렸다. 들자마자 헉, 하고 소리가 나온건 착각이다. 약도를 받았으니 길을 잘못 가진 않겠지만 뭔가 이상한 곳으로 가는 느낌이라 일단 쉬어가기로 했다. 무거워서 슬슬 팔에 힘이 없어질때도 되었고. 석양도 이젠 다 사라지고 밤하늘이 점점 몰려오는 그런 시간이다. 얼른 배달하고 돌아가야하는데 ... 그러던중 윈터가 상자를 열어보려고 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럼 안된다고 말하려는 순간 상자의 문이 열리고 무언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조각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근데 이 흩어지는 범위라는게 상자 근처가 아니라 그냥 하늘로 뻗어서 날아간 것들도 존재했다.
" ... 윈터 옆에 그거 뭐에요? "
그리고 어느새 날아온 분홍색의 불꽃이 빠직하는 마크를 띄운채 윈터의 옆에 떠있었다. 아무래도 상자를 열어서 화가 났다는 것 같은데, 분홍색인것을 보면 아까 그 미하엘이라는 소녀가 보낸건가 싶었다.
모든 것이 유실되어 버릴지라도 다시 쌓아올릴 수 있다는 말은 어찌나 멋진지. 그 모습 하염없이 지켜볼 할 사람의 마음은 그저 모르는 채로, 씩씩하게 외치는 말에 싱긋 입매가 오른다. ……참, 놀라지 말라 하니 알려 두어야 할 게 생각났다. 알레프뿐만 아니라 다른 일행들에게도. 다 쓴 종이를 한 장 넘기고는 잠시 뜸을 들인다. 조금 전의 소동 중 잠시 드러냈던 목 언저리는 다시 옷자락을 끌어올려 가린 채였다. 그 위로 손이 향했다.
[ 나중에 놀랄 수도 있으니까 이것도 미리 말할게 ] [ 시간이 좀 지나면 다시 목소리가 나올지도 몰라. ] [ 그냥── 목을 너무 안 써서 이렇게 된 것 같거든 ]
글을 쓰면서도 한 손으로는 피부를 덮은 천 위로 제 목을 연신 매만진다. 미하엘의 앞에서 사람 같지 않은 쇳소리를 낸 것이 발성의 마지막이긴 했지만, 특별히 망가지거나 상한 곳이 생기진 않은 듯싶다. 꾸준히 쓰다 보면 괜찮아지리란 직감이 막연하게 들었다. 언제 연습을 해야 할지가 문제이긴 하지만……. 지금은 제 발성보다도 중요한 일이 따로 있었다.
어쩌면 라이터가 사라진 것도 이곳에 맞지 않는 기술력 때문이었을까? 그도 진지한 기색으로 함께 고민을 해 보았으나, 그저 생각만 한다 해서 알아낼 수도 없는 종류의 상황이었다. 이럴 때는 몸으로 부딪쳐가며 알아내는 수밖에 없다. 기억하는 온 평생 모르는 것이 있다면 육신을 소모하고 부숴가며 알아내는 방법만 고수해 온 그다. 그는 당연하게도 정공법을 주장했다.
[ 일단은 다른 물건들부터 만들어 보는 거 어때? ] [ 그걸로 먼저 시험하면서 알아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