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라클레시아와 함께 있었던 장소에서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던 소녀는 마침내 그와, 그의 일행을 만날 수 있었다. 다만 라클레시아의 동행이 다른 이를 데려왔기에 결과적으론 한 사람이 더 늘은 셈이었고. 어쨌든 시간도 늦어가기에 그들은 라클레시아가 잡아둔 여관으로 서둘러 향했다─ 그리고 지금, 야심한 밤 시각. 소녀는 여관 내부를 어슬렁거리고 있다. 왜 잠도 안 자고 이러고 있느냐면 잠을 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시간을 때워보려 했지만 방에는 컴퓨터나 게임기조차 없었다! (있을 리가 없잖아!) 소녀는 그동안 침대 위를 데굴데굴 구르기도 하고 창문 밖을 관찰하기도 하고 하여튼 별 짓을 다 했다. 컴퓨터도 없던 시절에 살던 인간들은 도대체 심심해서 어떻게 살았대?
"심심해─!"
그래서 힘껏 소리 질렀다가, 손님들 다 깨겠다며 여관 주인으로부터 주의까지 들어버렸다. 소녀가 끝내 당도한 곳은 여관 내부 식당이었다. 물론 지금은 텅 비어있다. 지금도 먹을 거 달라고 말하면 좀 주려나? 아냐, 그만두자... 꿍얼대며 식당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웠다. 집에 가고 싶어...
왠지, 나를 놀리는 것 같은데... 그런 기분이 들어 조금 언짢은 표정을 짓자 아이리는 '그걸 이제야 알았느냐' 라는 듯 킥킥 웃어댔다. 메구무가 휙 째려보니 입 싹 씻고 모르는 척 하며 시치미를 뚝 뗐지만.
꼭 뭔가에 취한 것 같이 가볍고 희한하다가도 이럴땐 현실적이고 예리하다니깐. 메구무는 그녀의 지적에 달리 할 말이 없다는 듯 입을 꾹 다물었다. 동전이 든 주머니가 짤그랑거리는 소리가 오늘따라 덧없이 느껴졌다. 평소엔 꽤 기분 좋은 소리였는데.
코우를 뒤따르며 그녀의 노래를 듣던 메구무는 가사 한 번 살벌하다고 생각했다. 이건 그녀의 세계에 전해지는 동요인가. 그러나 동요라기엔 아이들이 듣고 부를만한 노래가 아니어 보였고, 아니라기엔 그녀가 너무나 발랄... 아, 그래. 저 여자는 지금껏 항상 발랄했지. 그냥 입 다물고 있자. 메구무는 그녀를 뒤따르는 내내 침묵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니 이런거, 한두번 해본거 아이제?"
아무렇지 않게 시원스레 자물쇠를 부수는 코우의 모습을 보며, 메구무는 조금 당혹스럽다는 듯 그녀를 보며 물었다. 몇번도 아니고 한방에 부수는 그녀의 힘도 범상치 않았다. 그는 여러모로 대단한 인물이군. 이라고 짧은 평을 남겼다.
"그래. 드가자."
코우가 먼저 문을 열고 걸어들어가자 자신도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이래도 되는거 맞나? 이러다 다음날엔 유치장에서 묵게 되는거 아이가...? 어떻게든 빨리 돈을 얻어 여관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는 메구무였지만 마음 속 한켠으론 코우에 대한 걱정이 들어 그녀에게 물었다.
상당히 낯을 많이 가리는 모양인지 아까부터 취하는 모든 자세가 어색하기 그지 없었다. 자리가 싫다기보단 그냥 낯을 가리는 것 같은데 이런 소녀가 어떻게 홀에서 서빙을 하고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낯 가리는 것과 별개로 멘탈은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하며 나는 악수를 할때도 삐걱이는 소리가 나는 것 같은 소녀의 움직임에 웃을 수 밖에 없었다.
" 맞아요. 제 종족? 이라고 하면 될까요. "
아무래도 이 소녀는 엘프 자체를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엘프라는 종족은 없는 세계에서 건너온 것일까. 아니면 비슷한 종족이 있는데 엘프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일까. 특징인 뾰족한 귀를 보고도 모르는 뉘앙스인 것을 보면 아무래도 전자 같아 보인다.
" 편하게 라크라고 불러줘요. "
테시어씨라니 정말 옛날에나 들었던 명칭이다. 약간 향수에 젖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나는 기억이 없다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기억이 없다라? 추락의 후유증에는 아무래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 모양이다. 기억이 없다면 상당히 불편할텐데 이렇게 일까지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 멘탈도 대단한것 같다,
" 나도 갑자기 하늘로 옮겨지더니 뚝 하고 떨어졌어요. 나 말고도 몇명 더 그런 사람들을 알고. "
그러니까 여기에 그렇게 떨어진건 니아 당신뿐만이 아니라는 사실. 나는 말을 덧붙이며 장난스럽게 윙크를 보여주었다.
약속이 생긴 이상 별달리 갈 곳도 없었던 그는 지정했던 위치에서 가만히 대기하고만 있었다. 그렇게 해가 질 무렵이 되자 집합한 사람의 수는 그 자신을 제외하고 3명. 여관에 들어서자 더욱 북적이게 늘어난 주변의 머릿수에 경황이 없어져, 그는 저녁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심경을 가다듬었을 즈음엔 모두가 잠든 이후의 새벽이 되어 있었다. 들리는 것이라곤 규칙적으로 들락거리는 작은 숨소리, 때로 뒤척거리며 나는 미미한 소음 뿐. 그제야 마음이 확연히 편해졌다. 그도 적당히 눈치를 보아 가만 누워 부동은 해 보았지만─ 당연하게도 잠들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한 적막과 무엇도 없던 황무지를 걷던 때를 떠올려 보자면 이 정도 시간은 그리 괴롭지도 않은지라. 다시금 해가 뜨고 모두가 눈을 뜰 때까지 그는 이 잔잔한 시간을 감심할 생각이었다. 무거운 야음을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쩌렁쩌렁한 외침 뒤에는 그를 나무라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 들리다 그쳤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무언가 분주하게 서성거리는 인기척은 계속되었다. ……왜 다른 사람들처럼 잠들지 않고 있지? 호기심이 동한 그는 방을 나왔다. 그라고 해서 어둠 속을 잘 꿰뚫어보는 재주는 없었지만, 청각만은 제법 예민했기에 어렵잖게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로 향하는 사이에도 인기척은 쉴 새 없이 본인의 존재감을 선명하게 피력하고 있었다. ……바닥에서.
그는 인기척 곁의 바닥에 조용히 앉아, 그 누군가의 어깨 즈음을 톡톡 건드리려 했다. 문제가 있다면 그는 현재 목부터 발끝까지 시커먼 옷을 입어 어둠 속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으며, 소리를 내지 못해 말을 할 수 없고, 오랜 단독 생활로 인해 이런 상황에 제대로 기척을 내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놀란다는 사실조차도 잊은 상황이었다.
주변은 촛불 따위도 켜지 않아 어두컴컴하기 그지없다. 소녀는 바닥에 드러누워선 가만히 천장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말똥말똥한 눈을 데굴 굴리며 천장 대들보 갯수를 세어본다. "하나... 둘... 셋..." 목소리까지 내면서 셀 필요는 없었지만 아무튼...
"흐갸악!"
그리고 돌연 어깨로 전해져오는 감촉에, 소녀는 드러누운 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른다. 개구리 뜀뛰는 것 마냥. 이번엔 진짜 놀랐다. 라클레시아가 갑자기 말을 걸어왔을 때보다도 더 놀랐다. 정체 모를 뭔가가 어깨를 툭툭 건드리는데, 놀라지 않을 자 없다! 펄쩍 뛰어오른 뒤 그대로 땅에 발 딛고 선 소녀는, 제 몸을 감싸안으며 주변을 휘휘 둘러본다. 그러다 시야에 들어온... 하얀 무언가.
"뭐, 뭐야!"
소녀는 당장에 기겁하며 소리 지른다. 자세히 보니 그건 사람 머리였는데, 몸도 없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그냥 옷이 시꺼매서 보이지 않은 것 뿐이다.)
"...머리귀신이다!!"
다시금 비명에 가까운 외침이 터져나온다. 그리고서 당장에 몸을 돌려 도망치려고 했...는데. 극도의 공포를 느끼면 도망도 못 친다는 게 이런 건가?! 소녀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선 차마 움직이지 못한다. 울상 짓던 소녀의 표정이 점차 공포로 물들어간다.
"...으힉... 살려주세요... 착하게 살게요..."
그러더니 하는 말이란 게... 신인 주제에 같은 신 자 들어가는 귀신은 왜 그리 무서워하는 건지.
그렇게 입장한 지하수로 안 쪽은... 일단 냄새가 났다 전형적인 물이끼의 피부에 들러붙어 오는듯한 눅눅한 냄새였다 터널처럼 뚫린 공간의 수로로 물이 끊임없이 흐르고 물이 흐르는 소리에 섞여서 저벅거리는 발걸음은 이리저리 튀며 울렸다 천장에서 새어들어오는 달빛은 조명이 할 일을 대신해주고 있었는데 그 덕인지, 들어와선 안 되는 곳에 들어와버린 것도 같은 기분이 물씬 났다 그리고 또... 아무튼 냄새가 났다
"이걸로 공범이네."
여자는 고개를 돌려 뒤에 따라오고 있을 메구무를 곁눈질 하며 슬쩍 그렇게 말한다 당혹스럽다는 듯 묻는 말에도 '비-밀' 이라며 얼버무리고는 앞만 보며 걸을 뿐 마치 그의 불안감을 일찍이 눈치채고서는 거기에 기름을 붓는 것 같았다 그런 와중에도 여자의 발걸음은 한 없이 가벼우니, 더욱 그럴 것이다
"으음, 꼭 그렇지도 않을 거야."
그러면서, 건네어져 오는 물음에 짧은 시간 생각하던 여자는 무슨 근거인지 자신만만히도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나름의 요령이라도 있는 것일까
"메구무쨩이 방 얻어주면 노숙 금방 그만 둘 수 있을지도."
-라고 생각하면 곧바로 농인지 진인지 모를 한 마디도 붙어서 따라온다
얼마 걷지 않아서 벽 한복판에 나있는 코너를 돈다 그러면 마침 아늑하게 하루 정도 드러누워 자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 둘 앞에 타났다 원래는 안 쓰이는 자재같은 걸 보관하는 창고로 쓰이는 공간 같았으나 습기 가득한 공간에 굳이 보관해야 할 이유 있는 물건은 없을 것이다 즉, 잉여 공간이다
커다란 비명소리에 그도 덩달아 소스라치게 놀랐다. 헉, 작은 숨 새었지만 비명소리에 묻혀 들리지는 않았을 테다. 몇 초쯤 지난 뒤가 되어서야 머리가 빠릿빠릿하게 돌았다. 아, 그랬지. 어두운 곳이라 보이지 않았겠구나. 그도 갑작스레 몸을 잡히면 놀라곤 하는 처지라 상대의 심정이 어떨지도 짐작이 되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불쑥 다가가려다 상황을 깨닫고 멈추었다. 아, 옷 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는구나…….
“…….”
미안한 마음은 커져 가건만 당장 닥친 문제가 왜 이리도 많은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이었더라면 아니라 말하는 것만으로도 어찌 설득을 시도할 수 있었겠지만, 그는 지금 소리를 낼 수 없는 상태였다. 그렇다 해서 무턱대고 접근했다간 더 놀랄 것만 같고. 우선은 불을 켜야 무어라 말이라도 전할 수 있을 듯싶다. 불을 켤 만한 도구를 찾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쿵!
마음이 급해 벌떡 일어나려다 그만 뒤편에 놓인 테이블에 머리를 박아버렸다. 식탁 위에 놓여 있던 자질구레한 물건들도 덩달아 넘어지고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들을 내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을 꼽자면,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서는 떨어지는 물건들을 주우며 허둥거리는 귀신은 아마 없을 거라는 점 아닐까? ……소녀도 부디 그렇게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창황히 이곳저곳을 오가던 붕대 감은 손길이 문득 멈추었다. 그는 물건을 줍다가, 상대방의 눈치를 보다가, 무언갈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목 끝까지 덮인 옷자락을 조금 끌어당겨 내렸다. 둘레를 따라 이곳저곳 파이고 긁힌 상처 자국 있는 목이 드러났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냄새가 난다. 지극히 당연하다. 여긴 지하수로니까. 눅눅하고, 습하고, 아무튼 뭐. 하룻밤 묵는 건 괜찮은데 쭉 지내는 건 이쪽에서 거부하고 싶다.
"윽..."
공범... 이러다 다음날엔 진짜 유치장에서 하룻밤 신세 지게 생겼네. 곤란하다는 얼굴로 저벅저벅 걷던 메구무는 코우의 말에 '뭔가 비전이라도 있나?'라고 생각하다가, "메구무쨩이 방 잡아주면—"라는 말이 이어지자 힘이 탁 풀린 듯 어깨를 축 늘어뜨리곤 말했다.
"미안타. 약이 하나도 안 팔리ㄱ... 아니, 내가 미안할게 아이제. 마, 니 방은 니 스스로 잡아라."
「그래놓곤 쫌 벌리면 저 가시나 몫까지 잡을거면서.」 아이리가 정곡을 쿡 찌르는 말을 하자 메구무는 피곤해서 반박할 힘도 없다는 듯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싸물어라..." 마침 코우가 하룻밤 지내기 적절한 공간을 발견하자 그녀의 안목이 꽤 괜찮다는 생각과, '아무래도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닌데...'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쥐새끼나 악어는 귀여운 수준이지...'
요괴 때려잡다 왔는데 악어가 뭔 대수라고. 그렇게 속으로만 퉁명스럽게 중얼이던 메구무는 털썩 앉더니 벽에 몸을 기대었다. 그는 익숙하다는 듯이 아이리를 품에 끌어앉았다.
"베게로 쓸만한 건 없다. 하오리라도 잘 접으믄 되긴 할텐데. 그건 이불로 써야할테니깐..."
아쉽게도 메구무의 가방은 각진데다 목재로 만들어져 많이 딱딱했다. 그는 벽에 기대에 눈을 감았다. 추락한지 하루째.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다. 어지간히 피곤했는지 앉자마자 정신이 몽롱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