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미하엘은 이 미묘한 괴리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비단 이 도시 안으로 들어왔을 때 느낀 저항감 때문은 아니었다. 아마 그건 도시를 지키기 위해 건 마법과 추락자라는 이질감이 부딪쳤기에 생긴 느낌이었을 테니까. 그보다 이 괴리감은 ‘저항감’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많은 추락자가 한 세계에 몰리는 일이 있었나?”
생각해 보건대, 없다. 적어도 미하엘이 경험한 바로는 없었다. 자신이 며칠 사이 두 명의 추락자를 만났고, 그 중 한 명은 다른 추락자와 마주친 것 같았지. 미하엘과 다윈, 그리고 윈터와 영원이, 윈터가 만난 또 다른 추락자······. 가볍게 생각해도 최소 다섯의 추락자가 이 세계에 모인 셈이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 아닌가.
그리고 지금. 미하엘은 또 처음 보는 추락자를 발견했다.
잿빛털을 지닌 늑대. ······늑대가 맞겠지? 미하엘이 너를 빤히 바라본다. 두 발로 걸어다니는 늑대인간을 본 적 없는 건 아니었다. 그게 추락자라는 건 좀 다른 얘기지만.
저 추락자가 윈터와 마주친 사람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이곳이 어딘지 잘은 모르는 눈치다. 그렇다면 새로운 추락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 뭐 깊이 생각할 게 있나. 미하엘이 성큼성큼 다가가 저보다 머리 한 개 이상 큰 너를 쿡 찌르며 말을 붙였다.
>>425 이곳은 도대체 뭐하는 장소인가? 일단 사람의 흔적을 쫒아 숲속에서 도시로 온 것 까지는 좋았다.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고 스스로 칭찬하고 싶을 정도였다. 아마 근래 자신이 하였던 선택 중에서는 가장 뛰어나지 않았을까?
하지만 좋은 선택이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와주지는 않는다. 지금 자신은 사람이 많은 도시로 오는 것까지는 성공하였지만, 여전히 이곳이 어디인지도 모르겠으며 무슨 상황에 처해진건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아무에게나 말을 걸고 물어볼까 생각하였지만. 솔직히 자신의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존재에게 자신의 외모는 좀 객관적으로...꽤 무서운 편이었다.
한 성격하게 생긴 늑대 수인이 평범한 시민에게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니 네가 아는 뭐든걸 말하라 한다면...적어도 그다지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거라는 것은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자신의 등이 쿡 찔리는 느낌과 함께 들려오는 목소리
“안녕, 추락자. 여긴 처음이야?”
다리와 허리를 숙여도 내려봐야 할 것 같은 키, 살아생전 처음보는 분홍색 머리카락, 자신과 비슷한 색깔의 눈동자. 그리고...고양이 귀와 꼬리? 짐승의 특징이 도드라지지 않았는데 하프나 쿼터 수인인가?
그보다 추락자? 확실히 자신은 허공에서 추락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을 추락자라 부르는 것은 크게 이상하지 않으며 또한 자신은 이 주변에 어울어지지 못하고 한참을 멍때리고 있으니 초행길이라는 것을 눈치채는 것도 어렵지 않겠지. 하지만...
경계하는 것 같은 모습에 미하엘이 키득키득 웃는 소리를 냈다. 그럴 수도 있지. 대뜸 처음 보는 사람이 자신의 상황을 아는 듯이 이야기한다면 누구라도 수상하게 여겨질 법했다.
“왜 몰라~? 같은 추락자니까 알지. 그리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가만히 있으면 몰라도 알 수 있을 걸.”
미하엘은 양 허리에 손을 얹은 채 당당하게 말하더니 곧 엄지를 세워 저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내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대답해 주는 것이 인지상정! 난 미하엘이야. 추락자, 넌?”
상황을 보아하니, 이 추락자는 아마 첫 추락인 것 같았다. 사실 거의 95퍼센트 정도 확신하는 부분이다. 나머지 5퍼센트라고 해봤자, 두 번째 추락이거나, 상황 파악이 매우 느린 사람······ 정도인데. 그다지 중요한 사실은 아니었기에 미하엘은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너와 눈을 마주할 뿐이다. 저와 비슷한 색의 눈동자에 어떠한 공포나 악의가 담겨 있는 것 같진 않았다.
그런 것과 비교(?)했는데도 화내지 않는 걸 보면 적응 자체는 빠르게 하는 모양이다. 미하엘은 알겠다는 듯이 다시금 고개를 끄덕끄덕 흔들다가 아, 하고 짧게 소리쳤다.
“뭐, 내가 물어본 걸로 눈치챘을 수도 있지만 말이야? 추락자나 추락자가 추락하는 세계는 각각 달라. 그러니까 혹시라도 차별 발언은 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좋아.”
여기든, 다른 곳이든. 물론 네가 다른 이들을 쉽게 차별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모르는 일이다. 특히나 마물 같은 얘기를 한 걸로 보면, 혹시 모르잖은가. 제 세계에서의 마물로 착각하고 공격하거나 경계하게 될지.
“그럼 그 외로 궁금한 거 더 있어?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잖아. 내가 아는 거라면 얘기해줄 수 있거든.”
미하엘은 방실방실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하더니 널 보던 시선을 돌려 바쁘게 돌아다니는 다른 사람들을 바라봤다. 별 의미 없이 시선을 돌린 거였지만, 때마침 맞은 편에는 켄타우로스처럼 사족보행을 하는 사람이 무거운 짐을 옮기는 것과 평범해 보이는 인간들이 간이 창고인지 집인지 모를 것을 만드는 게 보였다.
일단 미하엘이 이 도시를 둘러본 바론, 이곳엔 다양한 종족이 섞여 있는 곳이긴 했다. 이 도시가 유별난 건지, 아니면 세계 전부가 이렇게 평화로운 건진 알 수 없었지만.
“뭐 지내다 보면 생각날 거라고 생각해.”
윈터와 영원처럼 이것저것 묻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닌 사람도 있다. 로시테아가 그런 것처럼. 좀 더 상황을 파악하고 정리하고 난 뒤에 생각나는 것도 있을 거다.
“한동안은 너나 나나 이 세계에 머무를 테니까 궁금한 건 나중에라도 물어보면 되고—.”
무어라 더 덧붙이려던 미하엘의 말은 갑작스레 울리는 큰 소리에 잘려나갔다. 깜짝 놀라 소리가 들린 쪽으로 시선을 돌린 미하엘은 방금까지 눈앞에서 만들어지고 있던 작은 건물이 사라진 것에 두 눈을 꿈뻑거렸다.
건물이 있던 곳 바닥이 무너졌다.
지반이 약해 무너졌다고 하기엔 그 크기가 제법 크다. 짐을 옮기던 켄타우로스나 몇 명의 사람들이 무너진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소리가 들렸다. 음. 눈동자를 굴려 하늘을 쳐다보다가 다시 사람들이 모인 곳을 바라보던 미하엘이 짧게 한숨 쉬었다. 그리고는 네 등을 툭 밀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