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상담 센터로 커리큘럼을 하러 가 보니 결국 사이코메트리 장비는 이전과 같은 방침대로 개발한다는 모양이었다. 이제 와 최대치의 연산을 구현하려다간 이전까지 썼던 비용이 홀라당 날아가고 앞으로 비용이 얼마나 더 들지 모르니 감당이 안 된다는 결론이었단다. 어느 쪽이건 나로선 상관없다. 내 머리를 장비에 연결한 채 사이코메트리 쓰긴 똑같으니까.
근데 상담 시간엔 말문을 트기가 껄끄러웠다. 그 싸이코에 대한 생각이 잘 정리가 안 돼서였다. 이해할 여지라곤 없게 극악무도한 자를 사람으로 여기려면 어째야 하나? 한참 버벅거리다 저번에 사이코메트리로 접했던 사기꾼 상담 사례로 투덜거렸다. 사람들한테서 십수억 원이나 뜯어먹었으면서 자기 처벌받은 것만 억울해하는 내담자를 어떻게 참냐고.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무지 전형적이고 흔한 것이었다.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는 마음으로 대한다고. 납득이 안 됐다. 죄는 사람의 행위 중에서 나쁜 걸 분류하는 기준일 뿐이잖아? 나쁜 짓한 사람이 잘못인데 그 분류를 왜 탓한담??
나도 모르게 따지듯 말이 나갔는데도 센터장님은 차분했다. 잘못된 행동은 당연히 잘못됐다고 얘기한단다. 다만 사람은 누구든 잘못을 고쳐 나갈 가능성이 있는 존재임을 믿는 것이란다. 그 믿음을 굳히기 위해 온갖 세세한 걸 캐물어 가며 내담자의 입장과 상황을 이성적으로 납득하고자 노력하고, 내담자와의 소통을 위한 수단으로 공감을 표현한단다. 그 과정에서 내담자 역시 본인이 완전히 망해 버린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발견하길 바라면서. 무슨 말씀이신지 알 것 같으면서도 내 표정이 썩어 가는 게 느껴졌다. 센터장님, 이상주의자야!!!!!!!!!
너무 노골적으로 썩은 표정이었는지, 센터장님이 호탕하게 웃으며 그렇다고 선이 없는 건 아니라더라. 오히려 내담자를 바꿀 수 있는 존재는 결코 상담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단다. 내담자를 바꿀 수 있는 존재는 내담자 자신뿐이라고, 그럴 기회가 아직 있음을 내담자가 실감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상담사는 제 역할을 차고 넘치게 한 것이라고. 그 점을 잊었다간 상담사가 내담자에게 매몰돼서 같이 망가지고 만단다. 사기 전과자를 내담자로 대한 상담사도 그런 마음가짐이었을 거란다.
어떤 잘못을 저질렀든 사람인 이상 그 잘못을 고쳐나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은 당사자의 몫이다? 그렇게 정리하며 그 싸이코에 대해 곱씹어 보았다. 재미만을 위해 사람을 죽이고 고문한 건 생각할 것도 없이 개노답이고, 마음 고쳐먹으리라는 기대도 솔직히 전혀 안 된다. 하지만, 그런 자일지라도 자기 삶을 바꾸어 나갈 기회 혹은 바꾸어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을 기회를 아예 박탈당해선 안 된다. 끔찍하게 혐오스러운 자도 인간임을 유념하기? 암만 내가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로선 이 정도가 한계다.
태오는 이제 대답도 하기 싫은지 눈을 감아버렸다. 시원은 그러든 말든 종알종알 이야기를 이어갔다. 새하얀 손에 쥔 의료기기는 한 회사가 파나케이아 덕분에 어지간한 자상 정도는 집에서도 쉽게 나을 수 있노라며, 이는 혁신이 될 거라고 연구소에 샘플로 나눠준 것이었다. 버튼만 누르고 상처에 대면 금세 아문다니.
"파나케이아 말이야, 영락의 역작."
이 어찌나 끝없이 가지고 놀기 좋은 도구인가. 태오는 눈을 가늘게 뜨며 아물어가는 팔뚝에 시선을 꽂았다. 어째서 파나케이아의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듯.
"실은 알아, 너랑 가족놀이 하는 거. 그런데 그게, 아무리 가족놀음이라 해도 고작 연고도 없는 이시미 하나랑 놀았다고 눈이 뒤집힐까?" "……." "능력을 보니까 나를 바싹 말려 죽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초콜릿 좋아하는 지팡이 할머니처럼.
태오는 들려오는 속내가 대체 뭔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면 파나케이아는 날 죽여서 전쟁 병기의 값어치를 할까? 그건 첫 살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음, 있잖아, 이시미야." "큭……!" "눈 깔아." "흐, 으흐윽……." "사실 너도 생각하고 있잖아. 파나케이아가 사실은 첫 살인이 아니면 어떡하지? 아니면 마지막 살인이 아니면 어쩌지? 만약 파나케이아가 재미를 들리면? 너는 어떻게든 그것을 위로 올리고 싶어하는데, 그 애는 계속 떨어지네. 너 때문에." "……아냐." "아니, 맞아. 이시미야. 그건 너 때문에 끝없이 떨어지고 있어." ─ 나는 다 알아. 너에게 매달려서 울고 미안하다 했는걸? 오빠 잘못은 하나도 없다면서 너를 어찌나 소중히 품던지. 널 위해서라면 살인도 고사할 것 같던데…… 이미 거기에서 추락을 각오했던 거야, 으응, 어쩌면 좋아. 이것도 대충 보아하니 평생 파나케이아를 위해 헌신했는데, 결국 존재 자체로 이렇게 떨어져버리겠네. 재밌겠다.
태오는 팔뚝에서 흐르는 피에 집중하며 애써 눈을 마주하지 않고자 했다.
"제발 닥쳐줄래요……?" "싫어. 파나케이아에게 말해버릴까? 네 오빠 때문에 너는 떨어지고, 그것 때문에 이시미가 더 망가지는 거라고? 그러면 그 아이는 어떻게 반응할까, 으응, 날 죽이려나. 역시 그렇겠지, 너희같은 모르모트들은 가진 것을 난폭하게 휘두르는 법밖에 모르니까. 아, 아닌가?"
시원은 말갛게 웃었다.
"너 때문에 죽으려나. 역시 내가 방해물이라고 영영 잠들어서 오빠 앞에서 눈도 안 뜰까, 오빠가 미안해, 하고 울어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까, 그렇게 너는 삶을 살아가고, 너는 평생이고 품을까. 재밌겠네에, 응." "……."
태오의 머리가 아득해진다. 영악한 것을 상대하고 역린을 찔리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진다. 차라리 이대로 순응하여 부소장님께 무한한 경애와 찬사를 보내고…….
"……소용, 없어요."
태오는 팔뚝에 힘을 주며 애써 웃었다. 피가 순간 울컥 쏟아졌지만 상관 없다. 하마터면 휘둘릴 뻔했다는 사실이, 하물며 동생으로 자극한단 사실이 더 중요하되 많은 단서가 됐다. 태오는 뺨을 후려치는 손길에 고개를 그대로 이끌리며 바르르 떨었다. 이 정도 처맞는 것이야 상관없다.
"……등 돌릴 만큼 팔자 좋나봐."
더 중한 정보를 손에 얻었으니.
제사장이 바즈라에 온전히 속했다. 계획이 망했구나 싶었지만 무엇보다 극적인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하였다. 태오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도, 다가올 고통에 대비하듯 눈을 질끈 감았다.
>>221 이론적으로는 그렇긴 한데... 다들 알다시피 능력자의 대우가 대우다보니.. 걍 씹고 무시하는 경우도 꽤 있답니다. 물론 커리큘럼 연구실이 더 규모가 크고 파워가 세다면 어림도 없지만요. 그런데 혜우는 레벨5 능력자니까 어지간하면 상대 연구소가 알아서 꿇을 거예요!
설마 진짜 가겠냐며 당황하던 당신이 결국 또 장난에 걸려들었다는걸 깨닫자 그제서야 밀크를 대동해서라도 해결하겠다는 타개책을 꺼내놓으니, 그녀는 꽤나 그럴싸하다는듯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과연... 토끼는 토끼로 해결하는 것임까... 2:2니까 어느쪽이 밀리는건 아닐지두..."
물론 철통방어를 해야 할 정도라면 애초에 자유롭게 드나들게 해줄 일이 없었겠지만,
"흐으으으으으음... 그런거 치곤 누가 위험하면 몸부터 나가는거 같든데여?"
묘하게 날카로워진 지적, 다만 이 문제는 그녀 역시 통용되는 것이니만큼 '내가 이런 전적이 있으니 비슷한 이 사람도 그러겠지.' 라는 방식의 추측일 뿐이었다.
"머, 솔직히 우리가 하는걸 모르는 것두 아니구 말임다~ 그런거 가지고 머라 할 정도믄 진즉에 머라구 했겠져."
게다가 이전에도 확실하게 약속했듯, 죽거나 실종되지는 않겠단 말은 확실하게 지키는 당신이었으니까. ...물론 그 둘만 빼곤 다 하는 것 같지만...
"그거 먼가 되게... '진짜 맛집은 나 혼자만 간다.' 로 들리는데여..."
물론 자신을 위험한 곳에 보낼 수는 없단 당신 나름대로의 걱정이겠지만, 그리고 정말 그렇다면 그런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운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그녀 역시 자주 다치면서도 결국엔 멀쩡할만큼 그런 일들에 익숙해졌단 것까진 부정할수 없었을 테다.
"음믐... 머, 사실 그게 가장 큰 것 중에 하나긴 하져. 애초에 즈가 그런 사람이란걸 아는건 슨배임이나 부쟝넴이라던가... 머 대충 그정도니까여?"
그녀에게 있어선 딱히 말 못할 비밀까진 아니었지만, 해도 되는 말이 있고 누군가에게 꺼내기엔 다소 과한 말도 있는 법이었다.
"......"
아주 잠깐이었지만, 생각에 잠긴듯 눈가에 옅은 빛이 선을 길게 그으며 지나가 사라졌다. 아직은 그 '과한 말'에 속하는 거려나? 무의식적으로 그런 간격을 재는 자신에게 약간의 자괴감이 드는 그녀였다. 거짓말은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진실을 제대로 드러내기엔 평범한 사람들만큼 조리있게 말할 수도 없었기에... 어떻게 해서든지 예시를 들며 상대방이 정답에 가깝도록 추측하게 만들 뿐.
"머, 그거야 졸업앨범 같은 거라두 보믄... 멈까? 갑자기 왜그래여."
뭔가 궁금하다고 말했으면서 별안간 얼굴이 보이지 않게 가리는 당신을 보며 그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아아~ 남정네도 귀여울 수 있슴다~ 반박은 안받슴다~ 크던 작던 멸치던 곰탱이던 다 귀여운 검다~"
...좌우간 이리저리 피하는 한이 있더라도 결국엔 얌전해지는 당신이었던만큼 부상 치료를 놓고 이런 약간의 실랑이를 벌이는건 익숙하다못해 일상이 되어버린지라 오히려 피하지 않는 모습이 더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뎃."
그리고 당연하다면 당연한 건지, 다친곳 이곳저곳을 확인하며 점점 시선이 내려가던 차에 '날뛰라고 편하게 해주는 것이다.' 라는 역설을 꺼내며 당신이 확 안아들었다가 천천히 힘을 풀며 자신을 쓰다듬자 그녀는 어느정도 해방이 된 뒤에서야 눈을 깜박이며 말없는 의문을 표했다. 더욱이 그렇게 안고서 하는 말이 '미안하다'로 시작하니 더더욱 당혹스러울 뿐... 다만 그 미안하다는 것이 당신이 무언가를 저질러서 하는 사과가 아니란건 뒤이어진 말로 어렴풋이 알게 되었을테다.
"...그냥 미안하다는 말 같은거, 평범한 여자애들한테 하믄 더 혼날지두 모른다구여? '이 사람 또 사고 쳤구나.' 하는 느낌으루 말임다."
귀찮게 한다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걱정하게 만드는건 애초에 이 도시에선 평범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중에서도 유독 위험한 것들에 제발로 걸어들어갈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두가지나 겹쳐져있으니까,
"......"
부드럽게 휘어진 입가와 눈매, 똑바로 맞물린 시선에서 차분하게 꺼내지는 말들을 듣던 그녀는 아주 약간 비죽이면서도 결국엔 확실하게 미소를 지으며 당신이 한 말을 돌려주었다.
"머, 슨배임두 그릏게까지 벽창호인건 아닌가 보네여?
...아마 그럴 거야. 확신하지 못하는 말이어서 어떻게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이게 '내 나름대로의 방식'이니까. 나는 남들처럼 기쁠 때 웃고, 슬플 때 울지 못해. 물론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겠지만 어쩌다가 이렇게 된건지도 모르게 되어버렸으니까. 그러니 사랑이란건 또 오죽할까... 애초에 그 '사랑'이란걸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는데 알고 있을 리가 없잖아? 그래서 최대한 찾아봤었어. 당신도 잘 알고 있듯이, 정보탐색은 내 주특기니까.
...그치만 사람의 감정이란건 코드로 짜여진게 아니라서 어느 것 하나 확신할 수가 없었어.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게 당신에겐 아닐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저 계속 반복할 뿐이야. 그렇게 제대로 익히고나면... 더이상 겉으로만 흉내내는게 아니게 될지도 모르는걸. 내가 느끼는 모든 것들이 그저 최적의 정답을 도출하고 짜여진 선택지로 흘러가는게 아닌 스스로 판단할줄 아는... 온전히 내것이 될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언젠간 합일점에 도달할거라고 생각했어. 무작위로 뿌려져도 결국엔 알아서 걸러지는... '알고리즘'이란게 그런 거니까."
얌전히 당신의 손길을 받아들이면서도 조용히 말하던 그녀는 잠깐 눈을 감고서 머리에 향해있던 손을 조심스레 잡아 자신의 뺨에 가져다 대었고, 다시 눈을 뜨자 그때서야 당신이 언젠가 한번 보았던 옅은 분홍빛이 보라빛 동공에 스며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