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그는 말 잘 듣는 학생처럼 질문의 답을 경청할 준비를 마쳤다. 그렇게 해서 나온 답변은, 그도 흔쾌히 승낙할 수 있는 종류의 제안이었다. 무엇보다도 ‘사람과 사람’ 간의 순환이라는 말이 그를 사로잡았다. 핏기 없는 새하얀 낯은 조금도 상기되지 않았지만, 어깨가 들썩거릴 정도로 거세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서 완연히 들뜬 기색 느껴졌을 테다. 왜 기분이 좋아졌는지까지는 보는 입장에서는 모르겠지만서도. 미하엘의 부탁이 아니었더라도 그라면 충분히 그랬을 테고 말이다. 조금 전만 해도 사실은 아프지 않았던 미하엘에게 착각을 해 오해할 만한 소리를 하지 않았던가. 다만 문제라면 하나 있었다. 상식이 모자란 그가 일반적인 기준의 도움을 줄 수 있을지가 관건인데……. 아직은 벌어지지 않은 상황이기도 했고, 진짜 초짜는 자신이 뭘 모르는지도 모르기 마련이다. 애석하게도 생각은 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도시에 들어와 붕대를 감았고, 쓸만한 필기구도 생겼다. 그러고 보면 도시에 들어온 뒤에 할일이 하나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곰곰이 생각하던 그가 앗, 소리 없이 무엇인가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당장 무엇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할말이 있다는 듯 펜을 들었지만, 종이에 대지는 않은 채 거친 지면(紙面)을 내려다보기만 하며 묵묵무언이다. 꽤 오래라고 해도 될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마침내 손이 움직였다. 깃펜이 아직도 손에 익지 않았는지 획을 써내려가는 동작은 느렸지만, 하나하나 공을 들여 천천히 써내려 간 글자는 그만큼 정갈했다.
[ 永이라고 해. 내 이름. ]
미하엘은 도시에 가면 이름을 듣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 그에겐 이름이 없었다. 그저 기억을 잃은 탓만은 아니었을 테다. 아주 오랫동안 누구도 불러 주지 않았던 이름을 누가 기억할 수 있었겠는가. 다만 불려야 할 명칭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자 선뜻 떠오른 말만은 하나 있어서. 永. 영원. 그 자신조차 온전히 기억하지 못할 기나긴 목숨을 함께해 준 유일한 것, 시간의 이름이다.
곧 소녀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골똘히 생각에 빠진다. 그럼 그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눈이 예쁘다고 인사하면 되겠네! 처음 만나는 사이엔 다소 뜬금없는 인사말이겠지만, 소녀가 그걸 알아차릴리 만무했다. 그래도 라클레시아의 일행이니까, 좋은 사람 아닐까?
"응? 인간 아니야."
그가 건넨 물건을 덥석 받아들고선 이어지는 질문에 답한다.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인간 모습이니까...
"그러니까... 뭐였더라. 신...?이라고 하는 거 같더라구."
소녀는 기억을 더듬듯 손가락을 꼼질대다가. 겨우내 생각해내곤 말을 마무리한다. 소녀에겐 아직 신이라는 단어가 생소했다. 그야 그건 인간이 만들어낸 말이었으니까. 소녀가 처음 태어났을 때는 정말 무無 뿐이었다. 그곳에서 그저 생각만 했을 뿐인데 우주가 생겼고, 별과 달과 태양과 행성이 생겨났었다.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생명들도 만들었었다. 그들이 바로 불멸성을 지닌 지성체, 데이dei였다.
"...그땐 친구들도 많았었는데."
그들의 배신은 소녀에겐 큰 충격이었다. 믿고 있었는데, 세상이 끝날 때까지 친구로 있어줄 줄 알았는데. 결국 그들은 서로 전쟁을 벌이다가 전부 소멸하고 말았다. 그 덕에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자신이 바깥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거지만, 그게 잘 된 일이었을까? 모르겠다. 소녀는 평소의 멍한 표정으로 생각을 거듭하다, 다시금 정신 차린다. 지난 일은 고민해봐야 머리만 아프지!
미하엘과 주인장이 알 수 없는 눈빛을 주고받는 동안, 윈터는 끝끝내 긴장을 풀어낼 수 없었다. 험난한 일을 수없이도 겪어온 윈터가 이토록 주저하고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날 때부터 군인의 삶을 살아왔으니까. 예쁜 옷을 입거나 몸을 치장하는 등 여성력을 어필하는 것에는 내성이 전혀 없단 말이다. 윈터는 이 상황이 마냥 부끄럽고 창피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다행히도 납득이 되었는지, 두 사람은 각각 엄지와 가위를 살벌하게 치켜세우며 빵긋 미소 지었다. 윈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지쳤다는 듯이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런 옷은 나랑 어울리지 않을 거야."
못내 아쉬워하는 소녀에게 윈터는 주눅 든 목소리로 그렇게 대꾸했다. 예쁘고 화려하고 멋지고 사랑스러운 옷. 살면서 눈으로 본 적도 드물뿐더러 제가 입는 것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그럼, 갈아입고 올게."
윈터는 손에 들고 있던 옷가지를 품에 안고서, 미하엘이 가져다준 장신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머뭇거리는 손길로 그것을 집어 들고선, 진열장을 이리저리 살피는 미하엘을 뒤로하고 종종걸음으로 탈의실에 들어섰다. 외투는 품이 넉넉해서 움직이기 편하고, 바지도 조금 짧은 감이 있지만 활동성이 좋았다. 거울을 어색하게 바라보며 미하엘이 제시한 장신구도 머리에 꽂았다. 갑갑했던 구속복을 벗어버리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윈터는 조심스럽게 탈의실을 빠져나왔다.
"저어..."
옷을 갈아입고 나온 윈터에게 두 사람의 시선이 닿자, 그녀는 옷들이 가득 걸린 행거 뒤로 황급히 몸을 숨겼다. 이럴 때엔 고맙다고 해야 할지, 그저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고개만 빠끔 내밀고서 두 사람을 바라보는 윈터의 얼굴이 발그레하게 달아있다.
다른건 몰라도 눈만큼은 선명하게 기억나니까 말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서 그것보다 아름다운 눈을 본적이 없을 정도로. 망각이 없어 할퀸 자리가 아물지 않는 기억의 바다에 간만에 생긴 아름다운 기억이다. 그런 기억이 있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살아있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치 사막 한가운데의 오아시스처럼.
" 신? "
순간 얼어붙듯이 걸음이 멈춘다. 신, 모든 생명체의 위에 군림하는 절대적인 존재. 그런 것들 마저 추락할 수 있는건가? 시종일관 옅은 미소를 짓고 있던 내 얼굴은 어느새 경직되어 무표정하게 바뀌었다. 그저 단 하나의 글자로 이루어진 단어일뿐인데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몰려온다. 이럴땐 아무리 제어를 하고싶어도 할 수가 없다. 손에 들려있던 것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비틀거리던 몸이 간신히 옆에 서있는 벽에 기대어진다.
" 그렇군요 ... 당신은 신이군요 ... "
애초부터 이 소녀가 신이라는걸 알았다면 아는체도 하지 않았을텐데. 이건 정말 농간이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했다. 당장 여기서 모든걸 내버리고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 길거리에서 울고 있던 그 모습이 겹쳐보여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최대한 다른 생각을 하면서 버텨낼뿐. 마치 드러난 진흙을 마른 모래로 덮어버리는 것처럼.
" 이제 돌아가면 될거에요. "
그래, 이젠 걸을만해졌다. 아직까지도 머리는 지끈거렸지만 말이다. 힘들게 평소처럼 미소를 지으려하지만 잘 지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심부름을 맡은게 있으니 돌아가야만한다. 나는 바닥에 떨어졌던 물건을 집어들고선 천천히 아까의 그 가게로 향했다.
어라, 기분이 좋아졌나? 미하엘이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라 싫어해도 할 말은 없었지만, 네 반응이 예상과는 달라 의아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런 갸웃거림도 잠시, 곧 네가 한 획 한 획 적어가는 글자에 시선을 둔다.
그리고 완성된 문장을 보았을 때, 미하엘은 어떠한 기이함을 느꼈다.
글자와 글자가 겹쳐진다. 제가 아는 글자부터, 모르던 글자 따위가 새겨지고 또 얹어졌다. 종이에 적힌 글자는 단순하되 단순하지 않다. 말로 인해 ‘힘’이 주어지듯이, ‘글자’도 마찬가지다. 그건 추락자가 된 지금 여실하게 깨달은 내용이었다.
영, 영원, 영원함, 영원불변한, 결코 절대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
단어의 의미는 알겠다. 그게 네 이름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러니까 지금 이 혼란스러울 정도로 자신을 영원하게 어필하는 글자는 추락자가 되면서 모든 언어에 불편함이 없기에 생긴 일이었다. 하지만 영원할 것만 같던 글자의 겹침은 어느새 수많은 영원을 남기다 서서히 사라지더니 하나의 글자로 남았다. 미하엘은 한참이나 말없이 글자를 노려보듯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통역 기능이라는 게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글자로 보이고 느껴진다는 것이.
“그러니까, ······영원이? 맞아? 그런 의미인 게? 아니, 이건 그냥 영인가?”
영원이. 어쩐지 친근한 느낌의 이름이다. 아마 제 말이 네게는 둘 다 같은 말로 들리던지, 아니면 미세하게 다른 말로 들릴지는 알 수 없었다. 어쨌든 미하엘에게는 영(원)이라고 보였으니까 말이다.
라클레시아의 몸이 휘청거린다. 들고 있던 것마저 떨어트리고, 경직된 얼굴로 내뱉는 몇 마디. '당신은 신이군요'. 소녀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사람이나 사회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눈치마저 없는 건 아니라. 소녀의 표정도 덩달아 굳는다. 무슨 사연 있는진 알 수 없으나 결코 유쾌한 내용은 아니리라. 게임에서도 으레 이런 일이 있곤 하잖은가. 호의적이라 생각했던 상대가 알고 보니 적이었다든가... 그는, 날 적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어디 아파? 내가 들까?"
그런 반응조차 애써 무시하고 걱정스레 말 붙여보지만, 이미 마음 속에 얹힌 돌덩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를 부축하려 다가가던 발걸음도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뚝 멈춘다.
"......"
불편한 침묵이 이어진다. 소녀는 말없이 그의 뒤를 따른다. 완자 튀김을 기대하던 마음도 식은 지 오래다. 지금이라면 뭘 먹어도 맛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있잖아, 아까 그 얘기..."
한껏 내리깐 시선처럼 목소리도 가라앉은 채다. 동행하는 거, 분명 불편하겠지.
"없던 걸로, 해도 될까..."
물론 내키지 않는다. 다시 혼자 남겨지는 건 싫다. 그렇지만 남에게 상처 입혀버릴지도 모르는 게 더 싫다. 게다가 제게 처음으로 호의 베풀어준 사람인데.
스스로 손을 움직이면서도 그것이 어떤 형상이 되어가는지 알지 못한다. 누군가가 손을 겹치고 움직임을 이끌듯, 그 자신이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어떠한 개념이 문자의 격 안에 욱여넣어진다. 인지로써 한정된 어휘가 아닌 ‘관념’을 써내려가는 행위였다.
그리하여 완성된 말은…… 하나가 아닌 독음에 그가 빙긋 웃었다.
[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면 돼. ]
어느 쪽도 틀린 방식은 아닐 테니까. 미하엘이 제 호칭에 관해 명확히 갈피를 잡지 못한 상황인데도 무엇이 그리 좋은지 헤실거리는 웃음이 좀처럼 그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이름이 불린 것이 아주 오랜만이라, 어쩌면 너무도 오래되어 처음인 것도 같아서 그랬다. 다시금 펜을 놀리면서도 싱거운 웃음 자꾸만 흘려댔을 테다.
[ 도와줘서 고마웠어. ] [ 그런데 하나 물어봐도 돼? ]
짐짓 어설픈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계속되던 웃음이 그나마 사그라든 것은 이 대목을 쓸 즈음부터였다.
[ 지금 내 상황이 어떤 건지 알고 있어? ] [ 모르는 곳에 온 거 말이야 ]
만나자마자 생긴 이런저런 문제로 인해 미뤄진 감은 있지만, 분명 미하엘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가 처한 상황에 관해 무언가 아는 듯한 말을 했었다. 소통 수단도, 이름도, 손의 처치까지 모두 준비된 지금이야말로 늦춰진 호기심을 꺼내 들 때가 아니겠는가.
예상치 못한 단어에 대비를 못했을뿐이다. 지금은 안다. 이 소녀와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은 그저 같은 신일뿐 본질부터 다르다는 것을. 하지만 심리에 깊이 박힌 트라우마는 대비하지 않았을때 가장 크게 다가오는 법이다. 알레프는 나에 대해 모른다. 그리고 난 지금 이 소녀를 상처 입히고 말았다.
" 난 당신이 싫은게 아니에요. "
그저 그 단어에 스위치가 들어왔을뿐이다. 자신과 같은 류의 존재가 신이라는 사실을 하나도 예상할 수 없었다. 그야 자신의 세상에서 전능한 신이라는 존재가 자신처럼 하늘에서 떨어질거라고 생각을 하겠는가.
" 이런 모습 보여줘서 미안해요. "
차마 시선을 마주치기 힘들다. 미소를 지어야하는데 아직까지도 힘들다. 잘못은 이 소녀가 한게 아닌데 마치 내가 그녀를 탓하는 것만 같다. 그렇기에 나는 입술을 꽉 깨물고 말했다.
" 내가 ... 극복해야하는 일이니까요. "
없었던 일로 해도 되냐는 말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건 내 욕심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알레프가 원해야만 되는 일이다. 또 나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하나 더 추가해버렸다. 오롯이 나의 실수 때문에.
부족한 재료를 사다 달라는 마시의 부탁으로 시장에 나온 날이었다. 적당히 따듯한 날씨, 비가 오거나 구름이 끼지 않아 화창하기만 하고. 저번처럼 또 거스름돈 이상하게 받아 오면 안 돼!거, 거, 걱정 마세요, 마시! 놀림 반, 걱정 반 섞인 배웅에 허둥지둥 대답하며 시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늘 낯설게만 느껴졌던 거리도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거나 사람을 잡고 묻지 않아도 알아서 갈 수 있을 만한 짬이 되었다.
가게에서 똑바로 걸어가면 늘 아이들이 몰려 시끌시끌한 작은 과자점이 하나 있고, 거기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좁은 골목을 따라 걸으면, 골목을 둘러싼 낮은 담장 위로 종종 볕 좋은 날에 꾸벅거리며 조는 늙은 고양이를 볼 수 있었다. 골목을 빠져나오면 여윳돈이 생겼을 때 들러보고 싶은 빵가게(그 중에서도 케이크라는 걸 꼭 먹어 보고 싶었다! 아직은 택도 없었지만.)가 있고, 그걸 지나쳐 계속 걸으면 다른 구역으로 가는 입구가 나오는데. 언제나처럼 수상한 사람들을 주시하려 눈을 부릅뜨고 있는 경비원들의 앞을 지나가면...
.... ..
지금, 마주치지 않았나? 눈이. 딱, 하고.
혹시 잘못 본 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 다시 슬쩍 경비원 쪽을 보면, 여전히 이 쪽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강렬하다. 시선에 물리적인 힘이 있어서 옆구리를 쿡 질린 것처럼 어깨를 작게 떨었다. 혹시 자신이 뭔가 잘못했나, 옷차림이 이상했나, 아니면 지나치면 안 될 곳을 지나쳐왔나. 괜히 위축되는 맘이 들어서 잘못된 게 있는지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전혀 떠오르는 것은 없다. 로브나 스커트에 특별한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일단은 이 세계 옷이랑 조금 다르게 생겼을 뿐인데. 망설임 가득한 눈으로 다시 마주친 시선은 강렬하기는 했지만, 일단은, '일단은' 해를 끼칠 마음은 없어 보여 소심한 발걸음으로 착착착. 최대한 무해한 몸동작으로 앞을 지나쳐왔을 뿐이다.
조금 찜찜한 일이 일어나긴 했지만, 주어진 심부름은 무사히 마쳐야 한다. 시장은 언제나 사람으로 바글바글했다. 과일 사세요! 오늘 아침에 낚은 싱싱한 생선이요! 한 손님이라도 더 들이려 목청껏 외치는 상인들의 소리, 빵이며 고기를 굽는 냄새, 지갑을 들고 이 가게 저 가판대를 쏘다니며 질 좋은 물건을 살피는 사람들. 평소대로였다면 작은 몸집과 잽싸고 조용한 발걸음으로 아무 신경도 쏠리지 않게 사람들 틈을 비집고 다닐 수 있었겠지만,
'⋯탈출⋯⋯ ■■■⋯⋯ 중앙에⋯' '⋯어쩌면⋯⋯ 아닌지⋯⋯ ■■■⋯⋯'
영문 모를 숙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기묘한 시선들이 이 쪽을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은.. 단순히 기분 탓일까?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시선을 향하면, 황급히 고개를 돌리는 사람들을 몇 번이고 발견하는 건 그저 우연일까.
마시가 부탁했던 물건의 대금을 치르고 돌아가는 길에, 어제 주점에 손님으로 왔던 사내가 자신을 보며 숙덕대는 걸 발견했을 때에는 조금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까지 들기 시작했다. 넉살 좋게 인사를 먼저 인사를 건네 주길래 좋은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일부러 고개를 푹 숙여 로브에 얼굴을 가리고 지나쳐왔던 길을 되돌아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1시가 넘었는데도 깨어 있는 분이 이렇게나 ː̗̀(ꙨꙨ)ː̖́...! 다들 안 주무시고 뭐 하시는 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 단기간에 이렇게까지 독백을 많이 써 본 적은 없거든요..... 근데 뭐랄까.. 저의 상황극판 전성기가 도래했는지(??) 뭔가 연속되는 상황이 던져지니까 상상도 잘? 되고?(??) 그렇습니다.. 저도 신기하네요 독백 쓰는 게 왤케 즐겁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