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울먹이면서도 중얼중얼, 하고 싶은 건 전부 말해보는 소녀. 그런 소녀에게 다가오는 하얀 인영...? 이윽고 하얀 존재가 말 걸어오자,
"히야악!"
소녀는 괴상한 단말마를 내뱉으며 뒤로 물러난다. 하얀 존재는 친절하게 목소리까지 낮춰주었지만, 그럼에도 소녀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복잡한 시장바닥에서 누군가 제게 말을 걸어올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녀는 눈 앞의 존재와 시선 맞추기는 커녕 애먼 땅바닥만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여간 소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달달 떨리는 몸, 퉁퉁 부은 눈가, 새빨개진 낯빛, 눈물과 콧물로 뒤범벅된 얼굴. 소녀의 눈길이 존재의 발치 언저리를 방황한다. 줄곧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내 말을 꺼내는데.
"...누, 누구...?"
혹시 나쁜 사람? 게임에서 나온 것처럼 마을 사람들을 습격하고 돈을 빼앗는 도적이라든가, 가엾은 아이들을 납치 감금해서 팔아넘기는 인신매매범이라든가!! 퍽이나 그럴싸한 상상을 이어나가는 소녀였다.
다소 천진하기까지 느껴지는 미소다. 뭐 때문에 웃는 거람. 미하엘은 입술을 비죽거리다가 네 손을 이끌고 도시로 향한다. 걷는 걸음은 빠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느린 것은 아니었다. 나붓나붓 흔들리는 풀을 헤치고 걷는 사이에 조용함도 없었다.
“통증을 느끼던 느끼지 않던, 몸은 아껴야 해.”
“알아? 상처 같은 게 누적 되면 너도 힘들지만 주변 사람도 힘들다니까?”
돌아올만한 대답(이 추락자는 말하는 데에 문제가 있어 보이니까)은 없었지만, 재잘재잘 말을 이어가는 소리는 사실 잔소리에 가까웠다. 혹자는 미하엘이 처음 만난 이에게 이유도 없이 왜 그리 오지랖을 부리는 거냐고 생각할 테지만, 생각해 보면 이유랄 건 있었다. 그야 저와 너는 같은 신세의 추락자니까. 그것만으로 이유는 충분했다.
“일단 가서 붕대랑, 연고랑······. 맞다, 펜과 종이도 있어야겠네.”
필요한 물품을 소리내어 정리하던 미하엘은 도시로 들어가는 입구가 가까워지자 잠깐 너를 돌아본다. 혹여 네가 지쳐 보인다거나 하면 속도를 좀 더 늦출 요량인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는 덧붙였다.
“깜빡했는데 난 미하엘이야. 네 이름은 내가 펜을 구해온 후에 들을게.”
이건 어쩌면, 네가 도시에 들어가자마자 도망치기나 하는 건 아닌지 싶어 하는 말 같기도 했다.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튀면 안 된다’ 같은 게 내포되어 있는 그런 말 말이다.
"우리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거구나. 그러는 너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거야?"
앞머리를 쓸어올려 이마를 드러내고 있던 윈터는 눈앞의 수인 소녀가 반창고를 붙여주자 앞머리를 다시 내려 반창고를 가렸다. 낮추었던 자세를 바로하고 손끝으로 반창고 옆을 긁적이며 잠시 생각했다. '우리 세계를 침략했던 마수들도 대부분 다른 세계로부터 불러들인 것이었으니,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내가 다른 세계에 말 그대로 '떨어지게' 된 건가.'
"좋아. 알려준 정보의 대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치를 수 있게 할게."
처음엔 같은 처지인 라크를 만났고, 이번엔 이런 일에 꽤 적응한 것으로 보이는 수인 소녀를 만났다. 이런 경험에 꽤 적응한 것 같아 보이는 그녀를 만난 것은 어쩌면 행운일지도 모르겠다. 소녀에게 다른 속내가 있는 것 같진 않아 보였으나 혹시라도 있을 불편한 상황을 경계하며 당당한 걸음을 옮겨놓는 소녀를 뒤따랐다.
아, 놀래켰다. 인기척을 내면서 다가가긴 했는데 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눈치를 못챈것 같았다. 그나마 파묻고 있던 고개를 들어서 눈을 잠깐 마주친 덕분에 상태는 볼 수 있었는데 말이 아니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퉁퉁 부어버린 눈가에 얼굴엔 눈물 콧물이 잔뜩이었다. 여전히 쪼그리고 앉아서 소녀를 바라보던 나는 일단 옷소매로 얼굴을 닦아주려하면서 말했다.
" 내 이름은 라클레시아 테시어, 라크라고 부르면 된답니다. "
엘프라고 알아요? 나의 뾰족한 귀를 가리키며 말한 나는 소녀가 진정될때까지 옆에 있어주기로 했다. 먹을게 있었다면 조금이라도 줬을텐데 아직까지 그럴 정도로 이곳에 적응한 것도 아니었기에 아쉬운 부분이었다. 옷이 좀 얇아보였는데 내가 입고 있던 외투는 윈터에게 덮어준 뒤라 딱히 덮어줄 것도 없었다.
" 길을 잃었어요? 아니면 다른 이유? "
어쨌든 이렇게 울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야 해결이라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고보니 이름도 안물어봤네.
아…… 그랬던가? 화가 나지 않았다 하면서도 어째서 격양된 반응을 보이나 했었는데, 의문 하나가 풀렸다. 어쩌면 저 상대가 소리를 쳤던 것도 그것이 당연한 반응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요컨대 서로의 당연함이 달랐던 모양이지. 이어지는 말만 들어 봐도 그렇다. 하지만 그런 걸 쓰더라도 아마 낫지 않을 텐데……. 무용한 짓에 자원을 낭비하는 게 아닐까 싶어 손가락만 꼼지락거려 보지만, 이번에도 끝내 손을 떨쳐내는 일은 없었다. 그는 양순한 가축이라도 되는 것처럼 졸졸 잘도 끌려갔다. 지친 듯한 기색은 조금도 엿보이지 않는다.
출발하기도 전부터 멀리에서 본 도시의 위치는 그리 멀지 않았다. 쉬지 않고 걷자 관문이 어느덧 코앞이다. 어언간 주변도 점차 북적여 간다. 도시에 들어갈 요량으로 몰려든 사람의 무리와 인공의 힘으로 빚어진 건축물, 벽 너머 안쪽에부터 생생히 전해지는 왁자한 활기가 가득하여……. 그것들을 맞닥뜨리자 줄곧 머뭇거린 적 없던 걸음이 우뚝 멈추었다. 지금껏 대답만 하지 못했을 뿐 천진한 활기가 느껴지던 면에 기대와 불안이 얽혀들기 시작했다. 낯선 양식의 높은 벽 위로, 익숙한 기억 속의 풍경이 덧씌워져─ ……왜 전부 나만 남겨두고 떠나는 건데. ……남겨진 빈 자리를 좇아 한때의 흔적만 더듬으며 고독을 되새기는 짓도 이젠 질렸다. 시선이 곁으로, 그리고 조금 아래를 향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는 것 무엇 하나 없지만, 그래도. 이 순간 누군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다. 그러니 이걸로 된 일 아닐까. 생각은 스스로 정리했으므로 지체는 짧았을 테다. 생긴 모습은 다 큰 어른에 실 연령도 많을 양반이 문 하나 통과하는 데 무슨 다짐이 그리도 필요하느냐 싶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어찌 잘 해결이 됐으니 상관없겠다.
문을 통과한 그는 애초에 쉬지도 않았던 숨을 한계까지 참기라도 한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드넓게 펼쳐진 도시의 경관과 인파를 눈에 담을 때가 되자, 그 표정 이번에는 왜인지 조마조마한 얼굴로 바뀌어서는. 웬일로 제 쪽에서 미하엘의 손을 끌어와 손바닥에 무어라 글씨를 쓰려 했다. 지금까지는 소통이 안 될지라도 잘 참았던 모습을 생각하면 어지간히도 급했던 모양이다. 그 와중에도 그는 미하엘이 상할대로 상한 손을 쓰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은 잊지 않았다. 흉하게 상한 손끝을 대는 대신, 주먹을 쥐고 튀어나온 마디뼈─이 부위부터는 장갑에 가려진 상태였다─를 손가락 대신으로 하여 획을 그었다.
손을 달달 떠느라 획이 어긋난 것까지 시각적으로 반영한다면, 대충 이 정도 쯤 되는 문장이었겠다.
슬그머니 다가오는 하얀 존재의 손. 무시무시한 악의 품은 것 같은(아니다) 그 손아귀를 보며 소녀는 눈을 질끈 감는데...
"...으긱."
돌연 얼굴로 와닿는 감촉에 맥빠진 소리 내어버린다. 하얀 존재의 손길은 아프거나 무서운 게 아니었다. 오히려 소매로 눈물 훔쳐주는 행동은 상냥하기 그지없었다. 그런데도 소녀는 겁먹은 것처럼 빳빳이 굳어있는 채다.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이 말을 걸어온 것도 모자라 이런 신체 접촉(?)까지! 이,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인터넷에도 그런 건 안 나와 있었는데... 머리가 핑핑 돈다.
"라, 라클레시아...?"
모르는 이름이다. 엘프란 종족은 게임에 자주 나왔으니 알지만. 잠깐, 그럼 여기는 게임 속 세계인가? 어쨌건 소녀는 여전히 하얀 존재와 시선 마주하지 못한 채 침묵 유지한다.
"...그, 그게... 방금 전까진 집에 있었는데, 갑자기 뚝, 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어떻게든 상황을 설명해보려 하지만, 어딘가 엉성하다. 훌쩍, 훌쩍. 소녀는 아직도 잦아들지 않은 울음기를 애써 참아내려 한다.
"...이, 이름...? 나?"
그러다 이름을 묻는 하얀 존재의 물음에 온 몸을 쭈뼛대고. "......" 결국 제 이름을 알려주긴 커녕 침묵으로 답해버린다. 소녀에겐 모든 게 낯서니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 그런가. 이 소녀도 저 위에서 '추락'해버린 것이 분명했다. 고공에서 추락하는 그 느낌은 처음 겪는 누구나 낯설 것이 분명했고 거기에 이 도시는 더더욱 낯선 장소일테니까 말이다. 나조차도 소녀에겐 저기 지나다니는 낯선 사람들 중에 한명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여기에 혼자 두고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못봤다면 모를까.
" 나도 하늘에서 떨어졌어요. "
어쩌다가 떨어졌는지는 굳이 설명해줄 필요 없겠지. 그나저나 이렇게 경계가 심하면 어떻게 해줄 수가 없는데. 그렇다고 마냥 여기서 하루종일 쪼그려 앉아있을 수는 없다. 이름도 말을 해주지 않는 소녀를 어떻게할까 고민하던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 일단 여기 앉아있으면 엉덩이도 아프고 그러니까 뭐라도 먹으러가요. 간단한 심부름만 해주면 음식은 주니까. "
그렇게 울어댔으면 배고플 수 밖에 없다. 우는 것도 에너지 소모가 심하니까. 하지만 소녀가 날 따라오냐 안따라오냐에 달렸다. 안따라온다면 더 난처해질것 같은데 ... 그렇다면 음식을 포장해와야하는데 그 사이에 소녀가 사라질 가능성도 있었기에 함부로 자리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이걸 어쩐담.
" 아니면 여기 꼭 앉아있는다 약속하면 내가 음식을 가져올께요. "
대신 꼭 약속해야해요? 나는 검지 손가락을 살짝 굽어서 보여주며 말했다. 아, 근데 이게 이 소녀한텐 약속의 제스처일까?
[자요. 대신에 이거라도 읽어드릴게요.] [응? 이게 뭐냐구요?] [아, 이건... 아주 먼 옛날에 찾은 책이에요. 누군가의 일생을 담은 책이죠.] [네? 얼마나 할일이 없으면 그 사람의 일생을 조사해서 자서전을 내는거냐구요?]
그는 당신을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런 사람은 없을게 당연하잖아요? [자, 대충 50년 남짓 살았다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면, 50년 동안이나 그 사람의 행적이 전부 보고될 일이 있을리가 없겠죠?] [혹여나 자세한 조사가 이루어져서 사실인 내용이 많이 있더라도, 중간중간에 각색된 내용이 있을거라는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하지만 이건 달라요. 그 사람의 '모든 인생' 이 진실되게 기록되어있는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