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비누가 정확히 어떻게 생긴 건지 몰라도, 몸을 씻을 때 사용하는 도구라는 건 알고 있다. 향긋하니 부드러운 케이크 맛이 날 거 같았던 게 사실은 비누였다니! 소녀는 노점 앞에서 우물쭈물 서성이기만 하다가, 결국 하얀 존재를 터덜터덜 따른다. 허기 느끼는 몸은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먹고 싶었다. 소녀는 집에 남겨두고 왔을 컵라면을 떠올린다. 아, 가엾은 라면이여! 차갑게 식어가는 국물과 퉁퉁 불었을 면발 생각하니 마음이 미어져온다.
풀 죽은 표정으로 라클레시아의 뒤를 따르던 소녀, 확 들이쳐오는 먹음직스러운 냄새에 고개 퍼뜩 쳐든다.
"어? 음, 그런가?"
그럼에도 소녀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확실히 노릇노룻한 튀김옷을 입힌 게 치킨과 비슷하긴 하지만, 냄새와 생김새는 상당히 달랐으니. 양념 따위도 없었고. 그렇지만 치킨도, 피자도 햄버거도 없는 낯선 곳에서 음식 가리기나 할 처지가 아니다. 이대로라면 먹는 즐거움마저 잃어버린 채 말라비틀어지고 말 거다! 이내 소녀는 눈 앞의 고기완자 튀김을 덥석 집어먹는다.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
의심은 곧 확신이 된다. 바삭한 튀김옷, 사르르 녹는 고기! 소녀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음식물을 허겁지겁 씹어 삼킨다. 그리고 다시 한 개를 집어먹고, 먹고, 또 먹고... 이거, 말리지 않으면 여기 놓인 것들을 전부 먹어치울 기세다!
설마 비누를 처음 보는건가? 나는 처음으로 이 소녀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다. 바로 청결 상태에 대해서. 다만 가까이 있었어도 냄새 같은건 하나도 나지 않았는데. 뭔가 특수한 방법으로 청결을 유지하는건가 싶었다. 비누를 모르는 것치고 머리카락도 깔끔한 편이고. 살짝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튀김을 파는 가게로 데려갔다.
" 그래도 튀긴거니까 맛은 있을꺼 ... "
아, 이미 하나가 알레프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그거 좀 뜨거울 것 같은ㄷ.. 두개째다. 세개, 네개 순식간에 소녀의 입 안으로 들어가는 튀김의 종류가 늘어난다. 이거 공짜 아닌데? 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가게 주인장과 눈을 마주쳤다. 주인장도 이런 경우는 처음인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나와 알레프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 아 ... 그 ... 하하 그게 말이죠. "
어쩔 줄 몰라하는 사이에 알레프의 입으로 들어가는 튀김의 수는 늘어만 갔다. 다섯개, 여섯개, 일곱개까지 늘어나자 나는 순간 정신이 퍼뜩 들어 알레프를 뒤에서 끌어당겨 매대에서 멀찍이 떨어뜨려 놓았다. 이걸 어쩐담. 이미 나는 소녀의 보호자 같은 느낌으로 되어있는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나도 가진거 없다구요.
" 이건 ... 제가 지금은 가진게 없는데 어떻게하면 좋을까요. "
이럴땐 최대한 불쌍한 척을 해야한다. 나는 긍지 높은 노던 엘프의 라클레시아 테시어, 이럴때는 긍지가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내 불쌍한 척이 통했는지 쫄쫄 굶은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어른으로 봐주고선 다음에 부탁하는 일을 좀 해주는걸로 괜찮다는 답변을 들었다. 고개를 조아리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 나는 알레프를 바라보며 말했다.
주변 눈치도 보지 않고 튀김을 마구 집어먹던 소녀의 뒷덜미가 확 잡아채인다. 당연히 소녀의 무전취식도 뚝 멈추었고. 하얀 존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바둥대던 소녀, 잔뜩 뾰루퉁해져선 볼 부풀리는데.
"왜 방해해! 맛있는데."
그리고 자기 잘못한 것도 모른 채 라클레시아에게 항의한다. 물론 파는 것에 마땅한 대가 지불해야 하는 건 알고 있지만, 아까 그가 말했지 않았던가? 간단한 심부름만 해주면 음식도 준다고. 그럼 실컷 먹고 난 다음이라도 괜찮잖아! 그와 가게 주인 사이에 대화가 몇 번 오간다. 소녀는 여전히 심술난 표정 하고선 딴청 피운다. 저것 봐, 어떻게든 잘 해결되긴 했네. 그러다 라클레시아가 이쪽으로 주의 돌리자.
"...고마워, 아줌마."
마지못해 따라서 고개 꾸벅인다. 더 먹고 싶었는데! 소녀는 아쉬움으로 입맛만 다시다가 불쑥 주인장을 향해 묻는다. "그래서 무슨 일 하면 돼? 심부름 해오면 더 먹어도 돼?" ...정말 욕심이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