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숨을 고르다 못해 기침을 하는 미하엘과는 달리 그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이다. 특질적으로 지치지 않는 몸인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지구력의 한계선 자체가 높은 편인 듯 보였다. ……아니.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달음박질을 멈추자마자 거센 숨을 몰아쉬는 미하엘을 보자, 그러잖아도 당황 서린 얼굴이 숫제 기겁하는 표정이 되었다. 왜 갑자기 기침을……? 머릿속 어렴풋이 남은 기억의 한구석으로부터 이 상황에 걸맞을 상식 하나가 툭 굴러나왔다. 기침은 병증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라는 것. 본인은 병에 걸리지도 숨이 차지도 않는 몸이니 이 판단이 틀렸음을 스스로 깨달을 수도 없었다. 군데군데 구멍이 난 상식과 인체에 대한 부족한 이해도가 겹쳐, 이번에 심각한 오해를 하게 된 쪽은 그다. 어디가 아프기라도 한가? ……죽나?
전전긍긍 안절부절 좌불안석, 마치 5초 안에 절명할 개복치를 보듯한 시선으로 허둥거리고 있기를 잠시. 마침내 미하엘의 호흡이 진정된 듯하자 그는 온몸에 바짝 들어갔던 힘을 겨우 빼며 어깨를 늘어뜨렸다. 안도하는 데 바빠 저를 노려보는 원망스러운 시선은 눈치채지도 못했다. 그 탓에 그사이 쌩하니 어디론가 달려가는 중병 환자(추정)를 말릴 새도 없었고. 언제 죽을지 모를 사람을 두고 볼 수 없었던 그는 당연히 가만 있지 않았다. 자리에 가만 있으란 당부를 단 1초도 되새기지 않는 행태로부터 범상치 않은 말썽꾼의 자질이 엿보였을지도……. 곧장 따라붙은 그는 기웃거리며 미하엘의 시선을 끈 뒤, 발 아래를 가리켜 보였을 테다.
[ 안죽어? ]
……. 발로 긴 문장을 쓰는 일은 번거로웠고, 마음이 급하기까지 했으며, 긴 시간 타인과의 소통이 부재했던 그는, 단 네 개의 문자로 처참한 의사소통 능력을 여실히 드러내고 마는데…….
상점(으로 여겨지는 곳)으로 향하던 미하엘은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따라붙은 널 보며 잠시 시선을 하늘로 돌렸다. 가만히 있으랬더니 따라오네······. 하지만 그런 네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자신이었어도 생판 모르는 곳에 덩그러니 남겨진다고 하면 움직였을 테니까.
하지만 그게 문제는 아니었다. 네가 바닥에 쓴 글씨를 보자마자 미하엘은 심각해졌다. 얘, 지금 나더러 죽으라고 한 거야? (아니다) 네가 쓴 [ 안죽어? ]가 미하엘에게는 ‘안 죽고 뭐하냐’ 같은 걸로 보이기라도 했는지.
“내가 왜 죽어야 하는데?”
너 웃긴 애다. 오해는 쌓이고 쌓인다. 입술을 비죽거린 미하엘이 다시 너를 붙잡았다.
“가만히 있기 싫은 건 알겠어. 근데 그렇다고 해서 그런 말을 하는 건 아니잖아.”
난 널 도와주려는 건데! 미하엘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 사이, 바깥이 소란스러운 것에 가게 주인이 밖으로 나왔다가 미하엘과 너를 발견했다. 어쩌면 너는 가게 주인의 모습에 놀랐을지도 모른다. 그야 가게 주인에겐 머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하엘은 놀라기는커녕 그 모습이 너무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러웠다. 가게 주인 또한 손끝에 분홍빛 불꽃을 피우더니 느낌표를 만들어 냈다. 분홍빛 불꽃은 다시 화살표가 되어 가게 안을 가리킨다. 아마 밖에서 이러지 말고 들어오라는 의미 같았다.
그는 즉시 두 손으로 제 머리를 싸맸다. 이 와중에도 당장 필요한 부정 표현은 끝끝내 안 떠오르건만, 환장하겠단 몸짓은 자연스럽게 취해지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잘못 쓴 글은 발로 박박 문질러 얼른 지워버렸다. 이제라도 말을 고쳐야 했다. 하지만 크게 당황한 탓에 문장은 빨리 떠오르지 않고, 시간이 더 지체되었다간 정정할 기회도 놓치게 될 판이니……. 위기 상황에 처하면 없던 능력도 솟아나는 현상은 불사신인 그에게도 통용되는 것이었던 모양이다. 앗, 생각났다! 마침내 기초적인 바디랭귀지를 일부 기억해 낸 그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어대었다. 부디 이 해명이 통하면 좋겠건만. 해명이 받아들여졌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야기가 끊긴 것은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손발로 쓰는 짧은 글이나 몸짓 정도로는 상황에 진척이 없을 게 뻔하니 말이다.
주인장을 바라보자, 조금쯤 크기가 키워진 두 눈이 두어 번 깜빡여진다. 그는 다소는 놀랐던 것 같다. 하지만 이내 주인의 외모보다는 이어지는 행동에 더욱 감탄했을 테다. 말 없이도 훌륭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니, 나도 저런 거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의미에서. 그랬다면 지금 이런 오해도 없었을 텐데. 그는 약간쯤 시무룩해진 기색으로 둘을 뒤따랐다.
>>396 잠자코 걷던 윈터는 옆에서 나란히 걷는 미하엘을 빤히 바라보았다.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제 얼굴을 조몰락거리는 것이 누군가의 인상을 흉내 내고자 하는 듯했다. 그러나 추락자는 맞지만 무표정하고 세상 풍파 다 겪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라크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그는 미소가 많은 상냥한 엘프였으니까. '아직 덜 자라기도 했거니와 하는 언행이 영락없는 어린아이구나. 이제 예닐곱 살쯤 되었을까.' 윈터는 무심코 제 세계의 수인의 특성을 떠올리며 소녀 몰래 미소 지었다.
"추락자는 맞는데, 네가 아는 사람은 아닌 것 같네. 그는 꽤 다정한 사람이거든."
소녀를 따라 도착한 곳은 어느 포목점이었다. 소녀의 재촉에, 색색이 물들어 네모반듯 널어진 천들을 지나 점포 안으로 들어섰다. 키가 보통 사람의 삼 분의 이 정도쯤 되어 보이는 주인장은 소녀와 안면이 꽤 있는 듯해 보였다. 가공된 직물과 새 옷 냄새, 베틀 따위의 나무 냄새. 알알함과 포근함 그 사이의 낯선 분위기 속에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으면, 어느새 곁에 다가온 소녀가 얄궂은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여온다.
"새 옷? 그게 무슨..."
윈터는 뜻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보았다. 정보를 알려주는 대가가 새 옷을 입어주는 거라고?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