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그렇겠지, 그렇겠지. 대충 안다는 듯이 답하던 미하엘이 네 말에 두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 모양새가 제법 순해 보인다.
“엥? 덜 자란 수인?”
이윽고 미하엘은 아하학, 웃음을 터뜨렸다. 꼬맹이라는 말이나 덜 자랐다는 말 보다도 수인이라는 말이 그토록 웃겼을까 싶다. 뭐가 그리 웃긴지 주변 시선 하나 신경 안 쓰고 웃는 모습이 이어지다가 미하엘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눈가에 맺힌 눈물 한 번 닦아내고는 너를 바라본다.
“오해가 있는 거 같은데—. 난······.”
무어라 말하려던 미하엘이 말끝을 흐렸다. 문득 든 생각 때문이다. 머리 위 동물의 귀가 까딱, 엉덩이께에 달린 꼬리가 흔들. 모르는 이가 봐도 수인과 닮았는데, 굳이 아니라고 정정할 필요는? ······음, 없지. 미하엘은 대충 알아들었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네 이름을 입 안으로 두어 번 되뇌이다 다시금 뒤를 돌았다.
“그래, 윈터. 난 미하엘이야. 윈터가 해줄 일은 사실 별 거 아니거든. 일단 따라와.”
미하엘이 먼저 세 걸음 앞서고 다시 뒤를 힐끔 돌아본다. 그 행동은 꼭 네가 따라오는가, 따라오지 않는가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하얀 존재의 반복된 물음에 소녀는 잠깐이나마 몸을 움찔 떤다. 내 이름이, 뭐였더라? 오랜 은둔 생활은 스스로에게 붙인 이름마저 망각하게끔 했다. 창조신, 조물주, 최초의 신... 다른 신들이 자신을 불렀던 별칭은 많았으나. 그럼에도 기억나는 단어가 딱 하나 있었으니 그 단어를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면,
"...알레프."
라고 할 수 있겠다. 간신히 대답을 마친 소녀, 알레프는 라클레시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주저앉은 자세를 툭툭 털고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는데...
"...으음..."
문제는, 소녀가 보기엔 뭐가 식당이고 음식점인지 알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간판에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림만 그려져 있으니. 분명 게임에선 무슨 가게인지 전부 글로 적혀있었는데... 현실이니까 다를 수밖에 없는가 보다.
"모르겠어..."
한참이나 주위 기웃대던 소녀가 풀 죽은 목소리로 웅얼인다. 애초에 원래 있던 곳에서도 직접 식당을 가본 적이 없으니 식당이 있었어도 못 알아차렸을 듯.
"치킨이나 피자 파는 곳은 없어? 햄버거는?"
제 발치만 내려다보며 줄곧 고민하던 소녀, 하얀 존재를 올려다보며 묻는다. 그도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했지만 자신보다는 아는 게 많겠지.
헤아릴 수 없는 미지의 세상, 무엇도 명확히 알 수 없는 이 상황에서도 단 하나 분명하게 깨달은 사실이 있었으니. 미하엘이 제 말을 못 알아들었다는 것만은 알겠다. 그리고 때마침 새로 생긴 문제가 하나 더 있다. 그도 미하엘의 말을 못 알아들은 상황이었다. ……종족 차별자가 뭐지. 보통은 불명예스러운 오해를 산 순간부터 격렬한 반응을 보였겠지만 생경한 단어에 반응이 느렸다. 그는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조금 더 곰곰이 생각해 보니 까마득한 기억 너머에 방금 그 단어에 관한 대략적인 감상이 남아 있는 듯도 하다. ……잘은 모르겠지만 좋은 의미는 아닌 듯했다. 일단 부정하고 봐야 할 것 같다는 직감도 느껴지고.
하지만 대화로 오해를 해결하기엔 지금은 목이 문제라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였고, 글을 쓸 수 있는 수단도 없는 상태. 필사적인 바디랭귀지로 부정을 하기에도…… 기본적인 제스처조차 잊어버려 어떻게 부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한 상황에, 웅성거리는 소음과 존재감은 그칠 줄 모르고 정도를 더해가기만 한다. 옷감이 스치는 소리, 쉴 새 없이 오가는 숨소리와 딱딱한 바닥을 짓밟아 대는 둔중한 군중의 발걸음, 때때로 외치는 고성, 숨죽인 속삭임들마저 모두 귀를 찌르는 것만 같다. 정말 귀가 나간대도 괴로워하지 않을 처지면서도 머릿속을 때리는 듯한 자극엔 약해 빠져서. 아, 이건, 너무 버거운데. 불안 섞인 시선 연신 주변을 향하다 이내 눈을 질끈 감는다. 그리고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설명을 할 수도 없었겠지만─ 돌연 뒤돌아 달렸다. 우선은 이 자리를 떠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하여 뒷일은 고려할 겨를이 없었다.
지치지도 않는지 숨소리조차 흐트러지지 않는 도주가 한참이나 이어진다. 조금이나마 한산한 곳에 도착하고 나서야 뜀박질이 멈추었으리라. 문득 한쪽 손에 이질감이 느껴져 확인해 보니, 거기엔 미하엘의 손이. 먼저 붙잡은 쪽은 자기면서 이번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을 놓았다. ……여기까지 끌고 올 생각은 없었는데. 무의식적으로 붙잡은 그대로 달려 버린 모양이다.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이곳까지 안내를 해 준 사람을 쌩하니 버리고 왔더라도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됐을 테다. 그는 여전히 꽉 막힌 듯한 입을 조금 달싹거리다 발 뒤꿈치를 세워 신발로 땅을 그었다. 손으로 쓰는 글씨보다는 투박할 수밖에 없었지만, 짧은 한 단어만 쓸 뿐이니 큰 불편은 없었다.
최소 수십미터는 족히 되어보이는 하늘에서 추락하였고, 마법이나 신성력의 도움도 없었는데 상처 하나 없이 말끔하게 살아 남았다
이것은 아무리 튼튼한 제 육신이더라도 불가능에 가까운 사건이며, 그리고 애당초 어째서 하늘에서 추락하였는가. 그것에 대해서 그는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오르니 시작하였다. 그것은...
"망할 마법사 자식아!!! 나를 놀려 먹는게 그렇게 즐겁더냐!?"
바로 자신의 동료중 한 명인 대마법사가 자신을 가지고 놀았다는 것. 물론 그녀 본인은 굳이 그런 장난을 즐기는 성격이 아니였기에 분명, 또다른 동료이자 어린 정령과 맞먹는 장난꾸러기인 엘프 궁수의 의견이 잔뜩 들어가있었다— 라고 확신을 내렸던 그였으나
"...어이, 이제 장난은 그만치고 나오라고? 지금 나오면 머리 한 번 쥐어박는 걸로 용서해줄 테니까! ...이래도 안 나와? 그럼 그냥 용서해줄게! 나 이거 진짜 재미 없다? 농담 아니야!!!"
아무리 제 동료들을 불러봐도 돌아 오는 대답은 없었으니, 그제야 그는 또다른 가능성을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마법에 의한 공간 이동은 아닐거다. 싸가지가 조금 없어도 나름 대마법사 딱지 달고있는 그녀가 결계로 막아둔 저택에서 머물고 있었는데, 그 어떤 마법사가 나를 눈치 챌 사이도 없이 공간이동 시키겠어? 이미 진작에 뼛조각 하나 하나 확실하게 정화시킨, 나와 동료가 토벌한 마경의 마왕 중 하나였던 리치왕이 기어코 여신의 심판장에서 빠져나와 우리에게 복수를 위해 찾아왔다 하더라도 불가능하다.'
공간 이동 마법은 아닐거라 확정짓자, 그의 생각은 더더욱 복잡해진다
'그럼 혹시 환술? 이렇게 감각까지 완벽하게 재현하는 환술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알고있지만, 망할 몽마왕이라면 불가능은 아니겠지. 아니, 하지만 그놈은 마경 사이에 쳐둔 신성 결계 때문에 나오지도 못하고 애당초 이런 환영을 보여주지 않을 텐데? 이상하다는 것을 뻔히 눈치 챌 수 있는 환영 따위를 그 사람의 생명력이나 빨아먹는 모기 같은 몽마 주제에 자존감 하나는 더럽게 높은 녀석이 사용할리가.'
그러니 이것은 환각도 아니다. 그렇다면 대관절 이 상황은 무어란 말인가?
.....
"아, 몰라! 모르겠다! 애초에 내가 이런 걸 생각하는 것 자체가 안 어울려! 이런 건 마법사나 용사 녀석이 하던 일이라고!"
이내 자신은 원래 생각 같은거 안 하는 타입이라며 일단 주변을 둘러보기로 결정한 그였다
'일단 하늘에서 봤듯이 이곳은 숲속이군. 하지만 그렇게 깊지도 않고 사람의 흔적도 있는 것이 방향만 잘 찾으면 마을이나 도시가 나오겠어.'
이윽고 능숙하게 주변을 파악하고 나아갈 방향을 정한다
"가기 전에...그래, 이 바위가 그나마 튼튼해 보이는군."
그리고 자신의 능력으로 튼튼해 보이는 바위와 같은 제질의 창을 만들어내는 그였으나...
"으왁!? 히, 힘이...?"
평소와는 다르게 엄청난 탈력감이 전신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뭐, 뭐냐 이거. 설마 능력 때문에...? 아니 설마, 지금 까지 그런적 없었는데!"
그리고 다시 한 번 창을 만들었고, 아니나 다를까 또다시 체력이 떨어졌다
"젠장, 이 능력을 여태까지 쓰면서 이런 패널티 따위는 경험해 본적도 없는데 갑자기 뭐냐고!"
그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으며, 평생을 같이 지내왔던 능력에 살아 생전 처음 겪어보는 패널티가 생긴 것에 점점 더 당황하며 분노하기 시작했다
"하...이게 도대체가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뭐라도 해봐야겠군."
오늘따라 유달리 무겁게 느껴지는 두 자루의 창을 들고 사람의 흔적이 보이는 곳을 향해 간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그는 도시와 그 도시를 지키는 성벽을 발견했다
'꽤나 커다란 도시로군. 그리고...젠장할, 한 번도 본적 없는 방식의 성벽이잖아!'
이름 높은 모험가로서 위대한 귀족의 저택이나 제국의 황성, 시골 영지의 성벽과 마경 바로 앞에서 인류를 수호하는 성벽을 봐왔고, 심지어는 마경의 마왕성에도 몇 번이고 들어가고, 직접 부서봤던 그였지만 당장 제 앞에 있던 성벽은 그가 전혀 모르는 방식의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게 분명하였다
"점점 머리가 아파지는데...여기는 도대체 어디인거야? 주점이나 무대에서 음유시인들이 노래하는 시에서나 나오던 또다른 대륙에라도 와버린거냐 나는?"
그는 다시 한 번 골머리를 앓고 성벽으로 들어간다
'으윽...!? 뭐냐 이 감각은. 마치 마경에 처음 들어갔을 때 느꼈던 본능 단위의 거부감이...! ...? 뭐야. 바로 사라졌잖아? 착각, 이었나? 일단은 주의할 필요는 있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