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세계의 첫번째 주시자, 라클레시아 테시어는 단 한번도 깊은 잠을 자본적이 없었다. 그는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을 신들에게 선물 받았다. 기억이란 바닷가의 모래사장과 같아서 밀려온 파도에 쓸려가는 모래들처럼 조금씩 침잠되어 가는 법이다. 허나 그의 기억은 바다는 존재하지않는 메마른 사막과도 같아서 가라앉은 기억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 ... 죽겠네요. "
그가 있는 연구소는 외형만 연구소일뿐 사실 주시자들이 세계를 지켜보는 장소였다. 세계의 멸망에 대한 인과는 전혀 적용 받지 않는 그들만을 위한 공간. 그곳에도 밤은 찾아오기 마련이고 그때만큼은 모두가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다. 라클레시아는 휴식때마다 수면을 취하고 있었지만 수시로 깨어나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잠깐 앉아있다가 다시 잠들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의 고향은 대륙 최북단의 침엽수림. 그가 주시자가 되고나선 한동안 그의 가족들을 자주 바라보았다. 세계의 곳곳을 바라보다가도 한번씩 가족들을 지켜보며 그리움을 달랬다. 비록 그들의 기억에 자신이 존재하지 않아도. 사실 그는 본래 연구원이었던만큼 자신에게 주어진 이 기억력에 만족했다. 한번 배웠던 것, 읽었던 것을 전부 잊어버리지 않을수 있으니까. 잊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자세하게 생각해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세계는 항상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문명은 마법공학이라는 것을 발전 시켜나갔다. 마력을 주 에너지원으로 하여 물리법칙을 어느 정도 무시까지 할 수 있는 그런 학문. 허나 마력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어딘가에 저장하는 것이 필수였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광석이 바로 매저리(Maggery)였다. 광석이라는 말에서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이것을 채굴할 수 있는 광산은 당연하게 한정적이었고 그것을 차지하기 위한 열강들의 다툼은 대부분 전쟁이라는 결과로 나아갔다. 허나 기술의 발전은 대부분 군사 기술이 주도하는 법이다. 전쟁이 벌어질때마다 그 규모는 커져만 갔고 그 여파가 그의 고향까지 닿았다.
열핵무기가 그가 살았던 침엽수림 근처로 떨어졌다. 모든 것은 녹아 없어지고 남아있는 것들은 금방 불에 타 없어졌다. 아마 북쪽에 숨겨두었던 연구소를 노린 공격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그가 처음 목도한 죽음이었다. 그렇게 세계는 전쟁의 화마에 소멸했다.
북극의 빙하가 빠르게 녹고 만년설이 순식간에 녹아 폭포처럼 쏟아졌다. 산발적인 국지전이 불러온 전 세계적인 기후이상은 그가 살던 침엽수림을 강타했다. 유사 이래 존재하지 않았던 강력한 태풍, 바다가 높아짐에 따라 섬이 잠기고 전염병이 창궐하기 시작했다. 그의 가족들은, 그의 연인은 그렇게 죽어갔다.
어느 세계에선 갑자기 들이닥친 군부대가 그들을 학살했다. 어느 세계에선 침엽수림은 존재조차 할 수 없었다. 또 다른 세계에선 엘프들이 모두 학살 당했다. 그나마 몇몇의 세계에선 행복하게 살았던 경우도 있었다. 라클레시아는 모든 것을 기억했다. 아니, 기억해야만 했다. 단 하나도 잊을 수 없었으니까. 그들의 처절한 죽음을, 외침을, 세계가 죽어가는 모든 광경을. 그렇게 잠에서 깼다.
" 괜찮으신가요? "
미간을 누른채 가만히 앉아있던 그의 앞에서 한 명의 수인이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주시자가 되고나서 한참 뒤에 들어온 두번째 주시자였다. 마침 그가 세계의 모든 것을 기록하는 것에 슬슬 힘이 부치고 있을쯤이었다. 그녀도 마찬가지로 연구소에서 무언가 일이 생겼을때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고 했다. 그녀는 인문학이라는 분야만 완벽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마침 원래 연구하던 분야도 그쪽이었다고 했었다.
" 괜찮아요. 전쟁의 양상은 어떻죠? "
밤새 이어진 전쟁은 대부분의 역사에서 분기점이 되고 있었다. 승자는 그때그때 달랐지만 누가 이기냐에 따라 멸망의 순간이 뒤로 미뤄질수도 있었다. 다 식어버린 커피를 손에 든채 그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가 자고 일어난 자리 옆에 놓여진 수첩에는 휘갈겨진 글씨로 무언가 쓰여있었다.
관문을 지나 도시에 들어서니 책에서도 읽어본 적 없는―평소에 책을 자주 읽지는 않았지만―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상당히 구시대적인 디자인의 건축물들. 일직선으로 넓게 이어진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 현실에선 감히 상상할 수 없는 평화로운 모습이다. 스쳐가는 행인들의 발걸음 소리, 사방에서 들려오는 웅성거림, 쇠를 탕탕 두드리는 소리, 맛있는 음식 냄새. 이곳의 분위기는 어릴 적에 보았던 마켓의 것을 닮았다.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이 너무나 생경하고 생생해서 작금의 상황이 더욱이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저기..."
마켓 초입에 가만히 서있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며 조심히 말을 붙여보려 했으나, 그는 딱 일 초간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홱 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허공에 내민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너덜너덜하게 찢어진 구속복 소매가 아래로 축 늘어져있다. 아무리 꿈이래도 이런 꼴을 하고서 평범한 대우를 바라긴 어렵겠지 싶다. 그제야 드는 섬뜩한 위화감에 어깨가 떨려왔다. 여태 스쳐간 수많은 행인들 중에서 나를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이 단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관문을 넘어올 때의 위병들처럼 나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어 보였다. 마치 투명 인간이 된 기분이었다.
"젠장."
한숨을 쉬며 마켓 너머의 도시 중앙을 올려보려 했다. 이유 없이 머리가 지끈거렸다. 꿈인데도 괜히 피로감이 밀려오는 듯해, 인적 드문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관문에 들어서서 오른쪽, 그러니까 북쪽을 향해 성벽을 따라 죽 걸었다. 돌벽에 손바닥을 대고 있으면 차갑고 거친 감촉이 선명하게 팔을 타고 올라온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다.
얼마나 걸었을까, 어느 엘프가 나무그늘에 앉아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 와서는 처음 보는 낯설지 않은 인종이다. 그들은 대부분 대륙을 떠나갔기에 실제로도 보기 드문 인종이기도 했고 말이다. 무심결에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도 똑바로 눈을 맞춰왔다. 일 초가 지났다. 내가 그에게로 걸어가는 동안 그도 나도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나는 허리를 숙여 그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건드려보려 했다.
밖에서 보았을때부터 예상했지만 내부도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엄청 북적이는 분위기였다. 다양한 종족이 이렇게 한 도시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돌아다니는 풍경 자체가 나에겐 이질적이었지만 투쟁으로 점철된 사회보단 이렇게 평화로운 분위기가 더 좋지 않겠는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닌다면 한두명쯤 이방인이 섞인다해도 알아채지 못할 것 같았다. 실제로 도시로 진입할때의 위병들은 내가 통과하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도 가지지 않았으니까.
" 중앙으론 들어가지 못하는것 같지만. "
보통 도시의 중앙으로 갈수록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도시에 들어와선 자연스럽게 중앙으로 향했다. 허나 가는 길에 들려온 중앙으로 가는 통행이 막혔다는 소식에 미련없이 몸을 돌려서 외곽으로 빠져나왔다. 이런 도시의 중앙엔 분명 도시를 컨트롤하는 조직이 있을 것이고 그들이 자신들에게 오는 길을 막았다는 것은 필시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원래 좋은 일엔 어떻게든 끼고 좋지 않은 일엔 어떻게든 몸을 빼라고 했었다. 괜히 휘말리는 것은 가뜩이나 초행인 이 도시에서 절대 사절이다.
" 여기가 도시의 끝인가. "
외곽으로 나오다보니 도시를 감싸고 있는 성벽에 도착했다. 이만하게 거대한 도시를 지키려면 성벽의 높이도 상당해야할터. 실제로 성벽의 망루는 까마득하게 높이에 위치해있는듯 했다. 성벽은 방어하기에 아주 중요한 시설이니 아무나 출입 시켜주진 않겠지. 그래도 저기 올라서서 도시를 볼 수 있다면 한눈에 지형을 알 수 있을텐데 그것은 좀 아쉬웠다.
조금 쉬었다가 다른 곳으로 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았다. 서늘한 바람이 피부를 스쳐지나간다. 원래 살았던 침엽수림은 바람 한줄기마다 전부 칼바람이라 이런식으로 바람을 쐰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힘들었다. 그때 누군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누구지, 시선이 느껴지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한 명의 수인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인이야 이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족이었지만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구속복이라고 부르던가, 자신이 일하던 연구소에서도 몇번 본 적이 있었다.
" 안녕하세요? "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이목을 확 끌어당기는 분홍빛의 눈이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너무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도 실례겠지. 살짝 시선을 내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키는 나와 거의 비슷해보이는데 쫑긋 선 귀가 있어서 신장의 한계는 나보다 더 위에 있을 것 같았다. 이런 흔하지 않은 복장을 보건데 ... 아마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 혹시 위에서 떨어지셨나요? "
푸른 하늘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아무런 준비 없이 고공낙하를 하는 체험은 다신 하고 싶지 않다. 어떻게든 동작 시키려던 장비들도 땅에 내려오자마자 다 버려버렸다.
아무래도 내 예상이 맞았나보다. 나와 마찬가지로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말한 그녀는 대뜸 자신을 아냐고 물어왔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기억 속에 넣고 있는 나는 혹여 이전 세계에서 나와 마주쳤던 사람인가 싶었지만 내가 있던 세계에선 일반적인 사람들이 날 인식하는 것은 불가능했으니 그것은 아닌듯 했다.
" 제 이름은 라클레시아 테시어, 노던 엘프입니다. 라크 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
그래도 비슷한 처지니까 어느정도 대화는 통하지 않을까 싶어 먼저 통성명을 해본다. 애초에 내가 누구냐고 물어봤으니 이상한 대답은 아닐 것이다.
" 내 기억 속에 당신은 없으니 아마 우리는 초면이겠지요. "
내가 잊어버리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웃으며 바라보던 나는 그녀가 목을 감싸고 있던 부분을 손가락으로 잡아내리자 보인 주사자국과 핏자국을 보고선 살짝 놀랐다. 구속복을 입었다는 시점부터 조금 생각하고 있던건데 아무래도 그녀가 있던 세계에서 취급은 별로 좋지 않았던것 같았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치료를 해주려 손을 뻗었지만 이제 내가 기억하고 있는 능력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선 멋쩍은듯 닿을뻔한 손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 일단 치료가 필요해보이네요. 옷도 갈아입어야할 것 같고. "
그래도 멀쩡해보이긴 했다. 내가 있던 세계에서의 수인은 육체적인 강함만큼은 다른 종족과 뒤처지지 않을 정도였으니 눈 앞의 이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싶었다. 하지만 저런 자국들은 감염의 위험도 있으니 치료를 하는게 좋고, 옷은 너무 눈에 띄니까 갈아입는 것이 좋아보였다.
// 언급 대신 손을 뻗었다는걸로! 라크는 원래 세계에선 모든 마법을 다 다룰줄 알았으니까.
나는 게슴츠레 뜨고 있던 눈을 동그랗게 만들었다. 지금 꾸고 있는 꿈에도 나름의 시나리오가 있는 것인지, 혹은 정말로 가상현실 같은 공간에 갇혀버린 것인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지만 이것이 현실이라고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사람은 분명히 진짜다. 그 어떠한 인공지능도 이처럼 정교하게 인격체를 모방할 수 없다. 그런 기술은 우리에게 아직 없다. 단지 꿈으로 치부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나는 그다지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노던 엘프라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가 애먼 꿈에서 절대로 나올 리 없단 말이다.
"윈터라고 불러. 보다시피 수인이야."
아마도 우리는 초면일 것이라는 어쩌면 당연한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사이 그가 대뜸 손을 뻗어오기에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붙들고 있던 넥을 위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연이은 그의 말과 행동에 오해라는 것을 깨닫고는 다시 눈빛을 누그러뜨렸다. 치료라면 목덜미의 주사 자국을 말하는 듯했다. 그렇게까지 고통스럽진 않았는데, 이게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상처가 심했던가 의문이다. 그보다 미간이 찌푸려질 정도로 욱신거리기도 하고. 꿈이라는 것이 현실에서의 일을 이렇게 정교하게 반영할 수 있는 것이던가? 꿈인지 현실인지 어느 한쪽이라고 단정 짓기 어려운 혼란스러움만이 머릿속을 가득 메울 뿐이다.
"그보다 돈은 있어? 저쪽이 마켓인 것 같긴 하던데."
나는 여태 걸어온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잠시 대화를 나눴을 뿐인데도 그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낯선 곳에서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커다란 의지가 되어준다. 덕분에 한결 마음이 놓였다.
"일단 어디든 가보자고."
어차피 돌아가지 않기로 마음먹은 거―마음대로 되진 않겠지만― 꿈이든 현실이든 둘 다 아닌 다른 무언가이든 이곳에서 살아가 보기로 결정했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지만 어째서인지 그 단어의 뜻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각자가 다른 언어를 사용할 이방인들을 위해 있는 특혜가 아닐까 싶었다. 그러고보니 이곳에 와서 단 한번도 의사소통에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었단걸 이제야 깨달았다. 말이 통한다는 사실이 너무 당연한거라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 제 고향은 상당히 추웠던 곳이라 마음에 들어요, 겨울, 윈터. "
그녀의 이름을 곱씹어보며 살짝 웃은 나는 떠오르려는 기억을 억지로 되삼켰다. 고향이 떠오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가족들, 그리고 그들의 최후까지. 메마른 사막의 바람은 살짝만 불어도 모래바람을 일으키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손을 뻗자 나를 경계하는 눈빛이 그 분홍색 눈동자에 서린다. 이것도 너무 익숙해져버린 행동이라 생각도 하기 전에 먼저 손이 나가버렸다. 그래도 금방 오해를 풀어주었는지 눈빛이 아까처럼 되돌아왔다. 이해심이 좋은 사람이라 다행이다.
" 음, 돈은 없어도 간단한 부탁만 들어주면 챙겨주더라구요. "
도시에 도착했을때 허기가 도져 뭐라도 먹을까했지만 가진게 아무 것도 없어서 그냥 굶어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을때 누군가가 간단한 부탁을 들어주면 먹을걸 주겠다는 제안을 했었다. 가치를 지불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주는 사회라니 이런게 유토피아인가 싶었다. 어쨌든 심부름 정도만 하고 밥을 얻어먹었으니 옷 같은 것들도 그 정도만 한다면 무리없이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마침 옷이 있던 곳을 여기 오는 길에 봤어요. 그곳으로 가면 될 것 같네요. "
스쳐지나가면서 본 것이라 해도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 그것이 나, 첫번째 주시자가 가진 특권이자 족쇄니까. 근데 이젠 주시자가 아니니까 없어졌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었지만 일단은 편리한 능력이기도 하니 없어진다면 당장은 아쉬울지 모른다.
" 아무튼 다시 한번 만나서 반가워요. "
뒷머리를 덮을 정도로 길어버린 뒷머리를 꽁지로 질끈 묶으며 말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미리 머리 잘라두는건데, 같은 시답잖은 생각이나 하면서.
// 캡틴이 알려준거 미리 해봤다고 설정 넣어놨다! 그래도 라크는 도시를 좀 돌아다녔다는 설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