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중요하다. 자기 자신에게 빠져서 깊은 고찰을 하는 것은 인격적으로도 큰성장을 불러오니까. 언젠가 말했던가. 아니면 말하지 않았던가. 누구에게도 전하지 않은것 같았지만, 누군가는 알고 있을것이다.
부끄러움 많은 생애를 살고 있습니다.
나의 사색은 언제나 이 한마디로 시작한다.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고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위해 수치심을 먼저 알아버렸고 언제나 자신이 생가보다 강하지 않다는 것을 잊어버린채 그 지독한 감정에 매몰되어 한치앞을 알 수 없게 되는 것이 일종의 루틴이 되어버리기는 했으나 아직까지도 그 사색을 놓지 못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날이 될것이다. 그렇다면 모래는 내일보다 더욱 좋은 날이 되겠지. 눈에 보이지않는 무형적인 가치관을 추구하다 스스로의 목숨을 내던져버리는 짐승들과 달리 적어도 나방처럼 눈에보이는 불빛에 매료되어 타들어가는 삶이길 바란다. 대부분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어찌되든 좋지 않은가. 꿈이라던가 열정이라던가. 아주 청춘을 즐기는 학생같아서 조금은 질투까지 났었다.
나아갈 수 없음은 나아질 수 없음이라. 평생을 어두운 길위에서 살아가온 나는 어쩌면 태어난 순간과 지금이 그다지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라는 존재는 교육을 통해 배웠다. 위대한 태양이 몸을 숨겼을때 내 지성이 싹을 틔웠으니 그럴다면 나는 태양의 아이인가하고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았고 한때는 모두가 모이는 자리에서 딸임을 인지해달라 빌어도 보았고 실제로 몇 번 정도는 성공했지만, 이내 그 자리에 위치한 '무언가'가 나타나 나의 것을 빼앗아갈 뿐이었기에. 위대하신 태양께서는 나같은 어둠을 낳지 않음을 깨달을 뿐이었다.
나에게 사랑과 관심은 언제나 과할정도의 댓가를 지불해야만 돌아오는 것이었고 그마저도 얼마 가지 않아 닳아버린 배터리마냥 툭하고 끊겨서는 다시 불을 지필때쯤에는 아예 다른 것이 되어 있었다.
우연찮게도 나에겐 시간이 있었고 그렇게 허송세월을 보내도 무어라 하는 인맥이 없었으며 온전히 수백년정도를 자신의 안을 돌아보는데에 사용할만한 끈기도 없었다. 그렇다고 하기보다는 나 자신이라고 한들 내안의 무언가를 긁어내는 것 같은 느낌을 나 스스로 버티지 못했기에 하지 않으려 했던 것에 가까울까. 깊어지는 사색이 유의미한 결과를 내는 일은 없었고 언제나 어두운 사람 특유의 어두운 결과만을 영양가없이 곱씹어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랑하는 후배의 앞인데도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고 그저 괜찮다는 말만을 내뱉을 정도로.
괜찮다는 말은 얼핏 보면 남을 진정시키는 것 처럼 들리지만 결국은 자기만족을 위한 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랑, 그래 빌어먹을 사랑. 제어도 안되고 막을수도 없으며 나를 괴롭히는 이 포근하고 따뜻한 감정때문에 나는 그저 한마디밖에 하지 못했다. 괜찮아. 그래. 이 말을 믿어준다면. 그것만으로 나는 괜찮다.
"...내 기타."
필요한게 있으면 가져다주겠다는 말에 곧바로 언제나의 대답이 흘러나왔다. ...생각해보면 몇일 정도 있을 예정인데 그렇게까지 해봐야 의미는 없나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메이저 데뷔를 앞둔 지금같은 시기에 연습을 멈추는 것은 더더욱 있을 수 없으니까. 그래도 할 수 있는건 해야지. 곡의 마무리라던가. 딱 한 구간만 지나고 나면 나도 나름 한사람의 기타리스트로서 목적을 이룩할 수 있었다고 해도 되겠지.
"마키가 가져갔거든. 아마 집에 있을거라고 생각하는데..."
이미 닥터스톱이 와버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멈춰도 되는건 아니다. 의지가 육체의 한계를 넘은거라기보다는 일종의 광기에 가까운 집착. 솔직히 말해 히데미에게도 무척이나 크게 혼날것 같은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해내야 했다.
소녀의 파멸 한겨울보다도 차가운 현실. 무엇도 남지 않은 것에 대한 상실감 ETC.ETC.
뭐 그런 것들. 내가 경험해온 것들을 가사로 뱉어낸다는 것은 그런것을 의미했다. 중간과정이 아름답기라도 하면 모르겠지만 내가 겪어온 '삶'에 있어서 핍진성이라는 단어나 복선은 존재하지 않았기에. 투박한 날것 그대로의 고통으로 제살을 찢어발기며 써내려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다. 연료로 삼을 비관이 아직 남아있을때의 가사를 써내려가야했다.
아무것도 남지 않게되면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니까.
이대로 느껴지는 누군가의 온기를 경험하고 나서 어중간하게 달아오른 마음으로 써내린 곡은 '야요이'의 곡이 아니니까. 사랑은 가장 지독한 독이었다. 내 근간을 산산히 부숴버릴 수 있을정도로 지독한 독.
"...아, 그러면 이사갈 곳은 정했어?"
...그런걸 생각할때가 아니었구나. 지금의 맨션도... 솔직히 이름만 맨션인 아파트느낌이기는 하지만 위치적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고등학교를 다닐거라면 아쉬워도 감안 못할정도는 솔직히 아니겠지. 그런데도 이런걸 물어보는건 무슨 생각일까. 여름이 지나더니 부쩍 어른이 되어버린걸까. 아직 이르다고는 생각하는데. ...아니네. 생각해보니 애초에 도쿄로 가서 같이 살자고 하거나 내집에 살던가 하고 말했던건 나였구나. 어딘가에서 들켜버리면 이상한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는 수준이다. 안좋네 이건. 응 안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