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시즌에 나를 처음으로 이곳에 데리고 와서 견학시켜준 사람. 나의 담당으로 사바캔부터 마구로 기념, 그리고 시니어 시즌까지 함께했던 트레이너. 시니어 시즌 겨울에 아무런 말도 없이 편지만 남기고 떠나버린 사람.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 situplay>1597038191>1 히다이 유우가 situplay>1597038191>2 메이사 프로키온 situplay>1597038191> situplay>1597039238> situplay>1597041174> situplay>1597044204> situplay>1597046156> situplay>1597046776>
>>713 으히 히힉 히히히히... 저 하치쿠지를 진짜진짜진짜진짜정말로다가 좋아한단 말이죠 그래서 하치쿠지 메이사 너무나 좋아요... 투사이드업이란 단어 읽자마자 떠올려버렸다고요 하치쿠지를 멧쨔주는 정말이지 신이고 나랑 일대일 스레에서 대화하고 계신다고...🥹
이번 일상도 정말이지 최고입니다........🥹🥹🥹🥹🥹🥹
>>715 그리고 하............. 이 보들보들 베이비파우더 냄시나는 코양이 대체 뭔데요 메이사 왜 이렇게 귀여운 꼬까옷 입고 다니는 건데?! 엄청 사랑받는 꼬맹이잖냐 너 잘못하면 나쁜 납치당해서 평생 엄마아빠 못 만날 수도 있다고! 어! 크윽... 못참겠다 애기메이쨔 배방구 실시!!!!!!!!!!!!!!!!!!!
"흥, 나도 아저씨처럼 나이든 사람은 관심 없거든요. 그보다 애한테 그렇게까지 말하다니 역시 변태잖아." "딸피주제에. 확 막타 쳐버릴까보다."
쪼그만 어린애한테 자신의 취향을 나불나불 말하는 아저씨를 한심하단 눈으로 보던 메이사가 그렇게 쏘아붙였다. 그러다가 왜 여기서 혼자 이러고 있냐는 말에 갑자기 입을 다물고, 당근 방범 부저를 만지작거린다.
"......전화 없는 걸." "오늘만 쪼금 늦는다고 해서, 친구들이랑 놀던 건데.... ...다들 집에 가버렸으니까."
그리고는 발끝으로 모래를 톡톡 차기 시작한다. 해변가 모래랑은 조금 다른, 좀 더 진한 색의 놀이터 모래가 점점 패여서 더 진한 색이 드러나고 있었다.
"그리고 수상한 사람 와도, 이거... 방범 부저 있으니까." "아니면 발로 차버릴거야. 마마가 수상한 사람은 발로 차도 된다고 했어."
그렇게 말하는 메이사의 꼬리에는 붉은색 리본이 살랑거리고 있었다. 아직 본격화도 오지 않은 꼬마지만, 리본을 달 정도면 이미 제법 무언가를 많이 걷어차봤다는 뜻이겠지. 그렇게 한참 발로 모래를 차고 땅을 파던 메이사의 배에서 꼬르르륵, 하고 배꼽시계가 울렸다. 신나게 놀고나서 저녁을 먹을 시간대라, 아무래도 배가 고픈 것 같다.
".....므으... 아, 아저씨는 왜 안 가? 집 없어? 노숙자야?"
부끄러움을 감추듯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린다. 유우가가 오빠라고 정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꿋꿋하게 아저씨라고 부르면서.
요즘 아이들의 단어에 정신을 못 차리겠군. 무슨 말인 건가? 딸피인 아저씨를 따버리고 싶다는 건가? 이녀석 탑 라이너의 자질이 있다.
아무튼, 빨간 리본을 살랑거리며 발끝으로 모래를 툭툭 차는 꼬맹이가 좀 외로워보였다. 이제 해도 내려가기 시작해서 어슴푸레하고. 보다못해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꼬맹이에게 던져줬다.
"노숙자는 무슨. 야, 전화 빌려줄 테니까 거 느이 어머니나 아버지께 전화 걸어가 '나 히다이 아저씨네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께' 해라. 그러면 아실 거니까." "오빠 저 편의점 다녀올 거니까 어디 가지말고 여기 딱 있어―"
하고, 편의점에서 담배 한 갑, 애 먹일 까까(죽순이다.)랑 아이스크림 두개 아무거나 사왔다. 내 거는 그냥 평범하게 가리가리군이고 이녀석은 먹다가 흘리지 않게 떠먹는 셔벗 아이스크림.
"전화했냐? 괜찮대?"
괜찮다고 하시겠지. 히다이 아저씨라고 하면 우리 아버지 생각하실 테니까. 그리고 이 시간이면 아버지도 슬슬 정리하고 오실테고... 설마하니 애 좀 데려왔다고 잔소리하진 않으시겠지. 그것도 고객네 고명딸인데.
"그럼 이거 먹으면서 가자."
애한테 아이스크림을 쥐여주고 나는 가리가리군을 까득까득 씹어가며 가다보면, 어느새 히다이가에 도착. 집안은 아직 조용하다. 어머니가 아직 안 들어오셨나.
'니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어.'
그렇게 속닥거리고는 살금살금 부엌으로 향하는 한심한 아저씨. 부엌에서 아저씨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쩐지 잔뜩 주눅이 들어있다.
"다녀왔습니다..."
"그... 엄마. 오늘 지가 누굴 데려왔는데요, 그 하야나밋네 따님이거든예 근데 듣자하니 아가 원래는..." "...그런데 오늘은 두분이 좀 늦는다캐서 아가 이시간에 혼자 있는 거 내버려 둘 수도 없고 데려왔거든요." "그래서 하야나밋네 분들이 때 되면은 일로 오신다꼬... 그, 그래가지고. 그, 괘안치예?"
답이 없다. 달그락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이후로 조용하다가, 히다이는 아까보다 확연히 기운이 없는 모습으로 부엌에서 나왔다. 그리곤 아까 아이스크림을 꺼냈던 비닐봉지에서 죽순과자를 꺼내 메이사에게 건넸다.
"이거 먹고 한 잠 자라, 그러면 금방 부모님 오시겠지."
좀 지친 기색으로 그렇게 말하는 사내. 그 뒤에서 웬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마찬가지로 좀 지쳐보이는 목소리. 그 주인은 꽤나 미인이었다.
- 밥먹기 전에 과자 먹으면 밥맛 떨어져, 손 씻고 오렴 애기야. - 아줌마가 맛있는 거 해줄 테니까 오빠랑 테레비 보고 있어, 알겠지?
상냥한 미소와 처진 눈이 매력적인 따뜻한 미인. 스물은 되어보이는 아들을 낳았는데도 처지지 않은 미모가 인상적이다. "어어, 그래. 손 씻고 오자." 하며 먼저 자리를 뜨는 소년과 동갑처럼도 보인다. 소년이 인상을 찡그리고 있어서 더 그런지도.
"...웅, 마마가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했어." "아저씨 우리 마마랑 파파하고 그거 있는거구나. 커넥션."
빌린 핸드폰으로 부모님에게 연락하고-히다이 아저씨네 집이라고 하니 흔쾌히 승낙하신듯 했다- 아이스크림도 받아든 메이사는 선뜻 유우가를 따라 나섰다. 괜찮대?라고 물어보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아까 전까지 경계했던 것이 거짓말이라도 되는 것처럼 따라간다. 그렇게 히다이가에 도착한 메이사는 유우가의 말대로 현관에서 얌전히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귀를 쫑긋 세워서 다 듣고는 있었지만. 그리고 기운없는 모습으로 나온 유우가를 유심히 보다가 따라 쪼르르 걸어간다. 과자를 받아들고,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돌아보곤 바로 고개를 꾸벅, 인사를 한다. 이렇게만 보면 그럭저럭 예의가 있긴 한 모양이다.
"아, 안녕하세요..." "맛있는 거! 네!!"
인상을 찡그린 유우가와 다르게, 활짝 웃으면서 세면대로 간다. 그리고 세면대 앞에서 멈춰섰다. 자기 집에서는 전용 받침대가 있어서 세면대가 높아도 손을 씻을 수 있었지만, 여기에선.... 잠시 고개를 두리번 거리면서 주변을 살피고, 결국 까치발을 들어서 해보기로 한 모양이다. 소매를 걷고, 발뒷꿈치를 들어 발끝으로 선다. 그리고 수도꼭지로 손을——
손을 씻고 수건에 복복 닦고 나오려는데, 까치발을 들고 낑낑거리던 애가 엎드려달라는 말을. 얼빠져서 으? 데? 하며 멍때리는 사이 농담이라는 수습이 들어온다. 장난 참 맹랑하게도 하는구만 이 녀석! 이 장난에 열받았는데 거기에 기름까지 붓는 꼬맹이의 발언.
...사실 꼬맹이 잘못은 아니다. 이 상황을 본다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걸 누군가에게 들킨 것도 싫고, 나보다 한참은 쬐끄만 꼬맹이에게 들킨 건 더 자존심이 상했다. 이걸 곧이곧대로 인정하고 싶지가 않았다. 사춘기를 제대로 보내지 못한 소년은 그래서 입안의 살을 꾹 깨물었다가,
"네 알 바 아냐. 혼자서 수도꼭지도 못 트는 게."
하며 꼬맹이의 허리를 잡아 들어올렸다. 한쪽 무릎에 무게가 실리지 않도록 하며 들어올리고는, 실실 악동같은 웃음을 지으며 깐족거렸다.
"자, 이대로 손 씻으면 되겠네." "미안하게 됐어~ 우리집 세면대가 높아서." "그치만 우리 집에는 너처럼 콩알만한 애는 없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그리고 바둥바둥대던 꼬맹이에게 명치를 팍 걷어차였다. 억, 크억... 화장실 바닥에 엎어져서 부들부들 떨고 있다보면 이거 뭔가 보복당한 거 같다는 생각이 좀 들어. 기, 기분 탓인 거 같지만...
"콜록 콜록... 젠장, 걷어차도 하필 여길... 이 쿠소가키가, 너 진짜 가만 안 둔다." "아이스 사주고 과자까지 사줬더니 배은망덕하긴. 내가 사준 아이스 도로 뱉어내 이 자식아."
그렇게 틱틱대면서 TV앞에 앉을 때까지 엄마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회피충이라.
얼핏보면 그냥 바둥바둥하다 찬 것 같지만, 사실은 자기가 손을 다 씻을 때까지는 발에 채이지 않을 정도로만 바둥거린 것이 포인트다. 유우가가 눈치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발차기를 날리고, 엎어진 유우가 옆에 멋지게 착지한 메이사는 흥!하고서 TV 앞으로 걸어갔다.
"에베베베~ 이미 다 먹어서 없지롱—"
아직 안 먹은 과자는 슬쩍 옆으로 치워두면서—물론 유우가 눈에는 다 보일, 어린애다운 얕은 꾀였다—참 얄밉게도 군다. 혀를 베- 내밀고선 TV 앞에 앉아 두리번거린다. 리모컨을 찾고 있는 걸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입은 한시도 가만히 있질 않았다.
"알았다. 아저씨 엄마랑 싸운 게 아니라 혼난 거구나?" "뭐했길래 혼났어? 밥 먹기 전에 아이스크림 먹어서?" "아니면— 밤에 안 자고 있다가 들켰어?"
그렇게 말하며 리모컨을 찾아 채널을 돌린다. 한참을 돌리다가 멈춘 채널은 그 나잇대 애들이 좋아할 법한 아동용 프로그램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채널이었다. 별이 가득 나오는 우주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가 나오는 중이었다.
"나도 밤에 별 보러 몰래 나갔다가 들키면 엄청 혼나거든. 그러니까 이해해. 응."
어린 것이 뭘 안다고 고개까지 끄덕이면서, 다~ 이해한다는 시선으로 유우가를 보고 있었다.
거실 다다미 위에 드러누워 뒹굴거린다. 미지근한 다다미가 볼에 들러붙었다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혼났지, 많이 혼났지. 하지만 츠나지에서부터 엄마가 나한테 취한 스탠스는...... ...그걸 혼이라고 말해도 되는 건가. 어쩌면 어머니는 나랑 가족이고 싶지 않은지도 모른다. 생각이 번져가면서 외면하던 곳으로 적셔지던 찰나―
"별 보러 나간다고?! 그야 혼나지 그건!"
벌떡 일어나며 요란하게 츳코미를 건다. 덕분에 다소 우울했던 생각이 가시긴 했다.
"너 말야, 겁이 너무 없는 거 아니냐? 세상 무섭다고? 당근부저만으로 다 해결되지 않는다 이 말이야."
와카루 와카루~ 라고 말하는 듯한 꼬맹이의 코를 꼬집어 당겼다. 촉감이 진짜 말랑말랑해서 기분이 좀 좋아졌다. 애들의 코는 이런 느낌이구나, 생각하며 내 코도 만져보지만... 꼬맹이만한 촉감이 안 나와서 실망스럽다. 그나저나 이해한다니, 이 녀석 나름 위로해주려고 하는 건가. 내 키의 반절도 안 되는 꼬맹이가 뭘 안다고. 뭔가 얄미워서 코를 괜히 잡아당겼다.
"나는 그런 거로 혼난 거 아냐. 난..." "..." "......엄마한테 큰 잘못을 좀 해서 그래. 더 묻지마. 알 거 없어. 테레비나 보라고."
떠올리니까 어쩐지 코가 시큰해져서, 나는 꼬맹이한테서 고개를 돌려 테레비에 시선을 고정했다. 평온하디 평온한 나레이션과 황량한 화성의 표면을 보다보니 가슴이 무겁게 뭉치는 기분이 든다.
- 다녀왔습니다아~! 엄마~!! 엄마! 나 고로케 사왔어!! 엥? 이거 뭐야? - 유우가 너 결국 납치범 된 거야?? 이 애기신발 뭔데?! 헉! 꺄! 너무 귀여워! 키우자! "시끄러. 손 씻고 와. 남의 딸한테 손대지 마 미친ㄴ... 누나야."
아무렇게나 신발을 벗어놓고 들어오는 누나. 팔에는 고로케 봉지를 대롱대롱 매단 채로 꼬맹이한테 달려들어서 와락 껴안았다가 쿵쾅거리며 부엌으로 들어간다. 나 때와는 다르게 엄마와 누나가 도란도란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내 표정, 분명 안 좋겠지.
또 누나가 장판을 뒷꿈치로 쾅쾅 찍으며 거실로 달려왔다.
- 메―이사아― 너네 아버지가 30분쯤 도착하신대애~ 저기 앞에 버스정류장에 차 세우신다고 전해달래. 고로케 먹고가! 따끈따끈하고 맛있다구~! - 정말? 저녁 먹이고 보내려고 했는데 일찍 오시네. - 애가 남의 집에 신세진다잖아~ 누가 연락한 거야? 그냥 납치해서 맥이고 보내주지. - 에구, 그렇게 됐네. 애기 맛있는 거 해줄랬는데 미안하게 됐어. 고로케랑... 뭐가 좋을까? 먹고 싶은 거 있어?
"에—?! 그치만 별 좋잖아? 그리구 난 발차기도 세니까 괜찮—으매앵!!! 코 잡지마아!!"
코를 꼬집어 당겨진 메이사가 불만스러운 소리를 높이지만, 므으응!!하는 소리라서 그다지 효과는 없는 것 같다. 도리질을 치면서 코를 잡고 있던 손에서 벗어난 메이사가 유우가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이어질 말을 기다리다가 테레비나 보라는 말에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 무어라 불평을 말하려던 찰나——
"먀아악?!" "앗! 아저씨 역시 납치범이었구나!"
와락 껴안긴 채로 유우가를 향해 그렇게 말하다가,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후엔 눈을 멍하니 깜빡인다. 좋지 않은 유우가의 표정을 보고 우물쭈물 하기도 하고, 모녀의 도란도란한 대화에 유우가가 말을 얹자 어색한 침묵이 감도는 것도 귀를 파닥거리면서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두 사람이 부엌으로 돌아가고, 다시 테레비 앞에는 유우가와 메이사만 남겨졌다. 어색하게 말을 돌리는 유우가를 가만히 보더니, 그리고 다가간다. 다다미를 위에 뒹굴고 있는 유우가에게 손을 뻗더니 그대로 머리를 싹싹 쓰다듬는다.
"—있잖아- 메이사도 많이 혼나는데-" "반성하고서 잘못했다고 하면 마마가 이렇게 해줘. 안아주기도 하고."
한참 쓰다듬던 손을 멈추고 메이사가 배시시 웃었다.
"엄—청 큰 잘못해서 그러는 거면, 엄—청 오래걸릴지도 모르겠지만. 아저씨네 가족들도 이렇게 해줄거야~" "엣, 체리로 뭐할건데???"
그러다가도 체리로 신기한 걸 보여준다는 말에 홀랑 넘어간 모양이다. 금새 눈을 빛내면서 기대하는 표정으로 물어온다.
/응애 멧쨔가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응애친구들은 자주 이러니까(???)
애들도 안다. 다른 가족들은 아니어도 어머니와 내 관계는 전혀 좋지 못하단 거. 아니, 어쩌면 좋지 못하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악화돼있는지도. 끔찍하게 둔한 내가 알아챌 정도니 말 다했지. 귀를 파닥거리면서 큰 눈을 데굴거리고 눈치를 보는 걸 보면, 이 영특한 애가 날 어떻게 생각할지도 알 만하다.
분명 누나한테는 납치범, 어머니한테는 투명인간 취급 받는 답없는 쓰―
쪼매난 손이 내 머리칼 위를 스치고 지나간다. 덥수룩하고 정돈 안 된 반곱슬이 부드러운 손 안에서 와삭거리는 소리를 내며 비벼진다. 두피로 오는 그 감촉이 너무 오랜만이다 못해 어색할 정도라 난 그대로 얼어붙어서, 애가 버르장머리 없이 쓰다듬는 걸 공벌레처럼 웅크린 채로 받아버렸다. 뭐하는 거냐고 물을 여유라던가도 없었다.
...잘못했다고 하면 용서해준다고. 엄청 오래 걸릴지도 모르지만.
그런 날이 오려나.
구제불능인 나도 인간구실 할 날이 올까. 난 모르겠는데.
하지만 왤까, 그렇게 반박하기보단 그냥 이 느낌을 즐기고 싶어서 잠깐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러고 나니 조금 견딜 만 해진 기분이 든다.
"...체리로 뭐할 거냐고?" "보면 알아."
누나가 이슬 맺힌 체리가 가득 담긴 보울을 들고 왔을 때, 꼭지 달린 체리를 하나 낼름 집어먹었다.
- 아― 유우가! 손님한테 먼저 권해야지! 네가 그러니까 엄마가 싫어하는 거야. 못 배운 티 난다고! "으쯜." - 검고 치라고 빨리~ "즐."
냠냠 체리를 다 먹고, 남은 꼭지를 입안에 넣었다. 그리고 이래저래저래이래오물오물 하고 나면 꼭지 묶음 완성.
"쨘." - 으아~; 너 지금 애한테 뭘 보여주는 거야~!!!! "냬 쟤걤 애햰태~" - 야. "미안."
입 안에서 완성된 체리 꼭지 묶음을 보고 메이사는 눈을 크게 떴다. 체리 꼭지는 입에 넣어본 적이 별로 없었고, 넣는다 해도 이렇게 묶을 생각은 안 해봤기 때문이리라. 입안에서 뜨개질도 할 수 있다는 말에 메이사의 눈은 더 커졌다. 그러면 이 아저씨는 입안에서 목도리도 만들고 스웨터도 만들 수 있다는 걸까, 메이사의 상상력이 최고치에 달했고, 결국은—
"나도! 나도 할래!""
서둘러 따라해보려고 체리를 집어 꼭지 채 입에 낼름 넣고, 한참을 우물거린다. ....하지만 잘 될리가 없지. 메이사가 뱉어낸 것은 깔끔하게 발라진 체리 씨와 멀쩡한 체리 꼭지였다. 실망해서는 한쪽에 조심스레 내려놓고, 다음 체리를 들고서 유우가를 본다.
"에... 어떻게 하는 거야 이거?" "응? 가르쳐줘 아저씨! 아니, 선생님!!!"
아직도 틀어진 채인 테레비에서 나오는 형형색색의 별들보다도 더 빛나는 눈으로, 그렇게 유우가를 보면서 말한다. 아저씨라고 부르던 것을 선생님이라고 바꾸기까지 하는 걸 보면 정말로 배우고 싶은 것 같다.
"아서라~ 너같은 꼬맹이가 안다고 따라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황새가 뱁새 따라하다 거시기 찢.. 반댄가?"
아니, 가랑이겠지. 유토리 세대 중졸의 멍청함을 여실히 과시하는 인용. 그러고서도 선생님이라 불리니까 금세 우쭐해져선 요령을 가르쳐주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X자를 만든 다음에 고리 안에 넣어서 이빨로 한쪽을 잡고 한쪽은 혀랑 흡입력을 이용해서... 아 이걸 못하네. 니 왜케 허접이야?"
그렇게 알려주면서 경쟁이라도 하듯 체리를 잔뜩 먹고 씨도 잔뜩 뱉고, 묶인 고리들을 다수 배출하는 히다이. 동생이 어린애랑 정신연령이 아주 똑같다고 생각하며, 유우나도 슬쩍 체리꼭지를 묶다가 실패한 것들을 여러개 생산한다. 이쪽도 만만찮은 철딱서니다. 그러다가 다섯개쯤 실패하자 눈을 가늘게 뜨더니 '꼭지가 전부는 아니라고.' 라고 샐쭉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계단 위로 올라가다... 난간에서 고개를 내밀고 말한다.
- 아 맞다, 깜빡할 뻔?! 아빠가 니더러 버정까지 데려다주래― "오케―"
그리고 시간을 확인해보니 어느새 20분. 슬슬 체리 좀 더 먹이고 고로케 쥐여주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생각하고 꼬맹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푸흡."
웃어버리고 말았다. 잔뜩 체리를 먹고 꼭지를 묶어보겠다고 애를 쓴 꼬맹이 입술이 검붉은 색으로 마치 비주얼계 가수처럼 되어있어서.
"풉... 아, 아무것도 아냐. 그냥 잘 먹어서 보기좋아가지고. 어, 보기 좋네."
이대로 냅둬서 골려먹어야지. 생각하고는 부엌으로 들어가 엄마 눈치를 살피며 고로케를 하나 꺼내 종이컵에 담아가려는데.
- 데펴서 줘.
하는 말에 눈을 크게 뜨고 어머니를 바라봤다.
- 식으면 무슨 맛이니.
"어... 어? 예."
얼떨떨하게 대답하고 전자레인지에 데피기까지 해서, 노릇노릇 모락모락 고로케를 꼬맹이한테 내밀었다. ...유우키의 기저귀를 갈아줘도, 잠 설치는 애 달래주고 분유 타 맥여도 듣지 못했던 이야기였는데. 무슨 차이지? 내가 뭘 다르게 한 거지? 음? 멍청한 표정으로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어느새 27분에 맞춰둔 알람이 울려 또 얼떨떨하게 애 가방을 챙기고 웃옷도 잊지 않게 챙겨주고 멍청하게 집을 나섰다. 입이 거무죽죽한 애를 데리고.
...뭘까. 뭐가 엄마의 마음에 들었던 걸까. 이 허접한 꼬맹이는 뭐가 다르다고. 뭐 행운의 토템이라도 되나? 생각하지만, 내 머리로는 답이 마땅치 않았다. 서늘한 저녁바람이 기분 좋을 뿐이다.
"...고마워." "뭔지는 모르겠는데... 뭔가 괜찮아진 느낌이라... 아니 내도 진짜 잘 모르겠는데, 이게 뭔가. 뭔가아... 그런 게 있다. 그냥, 고맙다고."
체리꼭지를 묶는 데에 집중하고 있어서 그런지, 메이사는 있는대로 인상을 쓰고 입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유우가가 내미는 따끈한 고로케를 받아드는 건 놓치지 않는 것이 어떤 의미로는 우마무스메 답다고 해야 할 지... 알람이 울리는 소리에 귀를 파닥거리고, 현관에서 가족들에게 다시 고개를 꾸벅하고 인사를 하고 나와서도, 유우가의 고맙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입은 계속 우물거리고 있었다. 비주얼계 가수마냥 검붉게 물든 입술이 달싹거리다가 열린다.
"머가?"
여전히 체리꼭지가 입 안에 있어서 발음은 이상했지만. 뭐가?하고 올려다보던 메이사가 갑자기 눈을 크게 뜨더니 활짝 웃었다.
"응! 선샌니!!" "바바!"
그리고는 혀를 쭉 내민다. 혀 위에는 엉성하게 묶여서 금방 풀릴 것 같은 체리꼭지가 있었다. 기어코 해낸 모양이다. 완벽한 성공이라기엔 멀었지만.
"메이사도 했어!! 에헤헤헤~"
번들거리는 매듭을 한손으로 들고 나서야 고로케를 먹는다. ...집까지 가지고 갈 생각인 것 같다. 그렇게 요 앞 버스정류장으로 가면 이미 차가 한 대 서 있었다. 메이사는 그 차를 보고선 한달음에 달려나갔다. 조그만 것도 우마무스메라고 제법 빠르다.
"파파!!" - 메이ㅅ- 아이고, 입술에 뭐가 이렇게 물들었어~
차에서 내린 하야나미의 사장님-메이사의 아버지는 검붉은색이 가득 물든 메이사의 입을 보고 깜짝 놀란듯,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닦아준다. 하지만 물들어서 손수건 정도로는 지워지지 않자 이내 작은 한숨과 함께 손수건을 집어넣고, 유우가를 보고선 가볍게 고개를 숙인다. 메이사와 비슷한 얼굴이지만 눈초리가 처져있고, 부드러운 웃음이 인상적이다.
잼민이와 드잡이질하는 성인이라니 추하다. 잼민이한테 발린다니 더 추하고... 잽싼 손을 잡는 걸 포기했을 무렵, 헤드라이트가 도로를 비추며 다가왔다. 비주얼계 가수가 된 딸의 입을 문대보지만 지워지지 않는다. 의아해하는 아버지께 "아, 체리를 먹어가지고 그럽니다." 라고 간략하게 말을 붙였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인사를 듣고 훈훈하게 끝나나 했더니.
-응! 입으로 체리꼭지 묶는 거 가르쳐줬으니까 선생님!
이라는 청천벽력에 아버지의 얼굴에 싸-한 기운이 감돌았다. 나는 식은 땀을 흘리며 슬쩍 뒷걸음질친다.
울먹거리는 유우가를 가리키며 웃는 메이사, 그리고 그 옆에서 미심쩍단 얼굴로 유우가를 응시하는 메이사 아버지. 이 대치 상황은 끝없이 이어질 것도 같았지만.... 의외로 끝은 금방 찾아왔다. 어느새 다 고로케를 다 먹어치우고 빈 종이컵 안에 체리꼭지를 넣어둔 메이사가 아버지의 옷자락을 당기며 보채기 시작했다.
"파파~ 왜 선생님한테 화내? 집에 언제가아? 나 배고픈데... 마마는?"
아이스크림에 과자, 체리, 고로케까지 먹었는데도 여전히 배가 고픈 메이사를 말없이 보던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유우가를 보는 눈빛은 다소 의심을 품고 있었지만...
- 그래, 메이사 일단... 일단 가서 얘기할까. - ......학생도 들어가봐요.
'물증이 없으니까 일단 참는다...'같은 눈으로 유우가를 보던 메이사 아버지도, 메이사도 차에 올라탄다. 시동이 걸린 차의 창문이 내려가고 메이사가 고개를 쏙 내밀었다.
"선생님 안녕—! 다음에 또 놀자!"
팔까지 내밀고 붕붕 흔든다. 제대로 앉으라는 말과 함께 차가 출발하고, 메이사가 흔드는 손도 점점 멀어진다. 한참 소란스러웠던 주변도 이제는 조용해진다. 폭풍이 한바탕 쓸고 지나간 것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