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시즌에 나를 처음으로 이곳에 데리고 와서 견학시켜준 사람. 나의 담당으로 사바캔부터 마구로 기념, 그리고 시니어 시즌까지 함께했던 트레이너. 시니어 시즌 겨울에 아무런 말도 없이 편지만 남기고 떠나버린 사람.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 situplay>1597038191>1 히다이 유우가 situplay>1597038191>2 메이사 프로키온 situplay>1597038191> situplay>1597039238> situplay>1597041174> situplay>1597044204> situplay>1597046156> situplay>1597046776>
츠나지의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정확하게는, 츠나센의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츠나지의 전경이다. 펜스 너머로 보이는 등굣길을 쭉 눈으로 훑어가면, 저쪽엔 버스 정류장, 저기는 마-사바네 집, 저쪽은 사-미네 집이고, 그 옆으로 우리집. 하야나미라고 적힌 간판에서 그리움이 느껴진다. ....어라... 이상하네. 어째서 우리집인데 그리운거지.. 트레이닝만 마치면 바로 돌아갈 곳인데도.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에 잠시 방황하던 시선이 저 멀리 츠나지의 바다로 향한다. 이상하다. 매일 같이 지겹게 보는 바다인데도, 이것조차도 그런.... 그리움에 가까운 느낌이 든다. 그렇게 펜스를 붙잡고 한참을 멀리 내다보고 있으면 뒤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귀가 먼저 뒤를 향하고, 그 뒤를 이어 고개를 뒤로 돌리고, 몸까지도 돌리면—
—거기엔 네가 있었다. 언제나와 같은 검은색의 트레이닝복, 면도를 건너뛴 건지 조금 자라나 까슬까슬해 보이는 수염, 입에 물려있는 담배에선 이미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고, 살짝 떠있는 부스스한 머리카락까지, 내가 아는 모습 그대로의 네가 있었다. 환하게 웃으면서 너를 부르려다가 어쩐지, 정말 어째선지 모를 위화감이 얼핏 들어서 멈칫해버렸다.
"유우——가...?"
.....분명 그대로인데, 내가 아는 유우가인데. 어째선지 위화감이 느껴졌다. 분명 유우가가 맞는데....
어라, 유우가는 저렇게..... .....무서운 눈을 하고 있었던가... 잘못 본 거 아냐? 확인해보려고 슬쩍 시선을 올려 눈을 마주치면, 얼어붙을 것 같았다. 한겨울의 밤바다보다도 더 냉랭하고, 일말의 애정은 고사하고 호감조차 느껴지지 않는 듯한 그런 눈과 눈이 마주친다. 나도 모르게 숨을 집어삼켰다. 분명 유우가가 맞는데.... 왜지.....
"왜, 왜 그래...? 화났어.....?"
내가 뭔가 했던가. 하지만 오늘은 크게 장난쳤던 것도 없었는데. 수업시간에도 졸지 않았고. ...아니, 이제 수업도 안 듣고, 장난도 별로 안 치는 걸. ...이제..? 언제부터? .....아니, 나... 오늘 뭘 했더라...?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어서, 마치 무언가로 덧칠해버린 것처럼 기억이 나지 않아서 숙였던 고개를 다시 올리면, 순식간에 네가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소리조차 내지 않고서. 현실감이 없을 정도로 빠르게.
>>536 남자는 메이사를 내려다본다. 터진 입가는 싸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싸움? 그래, 클래식 시즌에 히다이 유우가는 싸웠었다, 다른 트레이너와. 그리고 그 때 어떤 말을 했더라?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메이사는 다른 트레이너에게 떠맡겨졌다. 걔 앞에서 어른 인 체 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든다.' 라고 했지. 어쩌면 성가신 짐짝을 마구로까지 맡아버려서 괴롭다고. 괜한 제안을 했다고도 말했던 것 같다. 떠올리면 눈물부터 나서 마음이 자기도 모르게 핸들을 틀어버린다. 가슴이 선득할 정도의 촌철이다.
남자는 메이사를 내려다보며 진득하게 담배를 한 모금 빨다가, 그 연기를 얼굴에 훅 내뱉었다. 그리고 말한다.
"아니, 아직도 붙어있구나 싶어서. 독하다 진짜."
그리고는 깊은 한숨을 푹 내쉰다. 그 숨에도 담뱃내가 묻어난다.
"지독하다. 메이사 프로키온."
마치 넌덜머리를 내는 억양으로 내뱉었다. 이름부르는 것조차 달랐다. 메이사 메이사 하던 애정어린 목소리가 아니라, 어쩐지, 한숨으로 짜증을 억누르고 겨우 내뱉는. 네 이런 행동이 지겹다는 듯한 호칭.
"프리지아는 이미 해체했잖아. 왜 아직까지 나한테 찰싹 붙어다니는 건지 나는 도대체가... 이해가 안 된다. 프로키온아. 어?"
목이 타서 물을 마치는 것처럼 담배를 또 한 모금 한다. 연기를 치우려고 손부채질을 하던 유우가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남자는 주머니에 찔러넣었던 손을 꺼내 메이사의 머리 위에 턱 얹었다. 쓰다듬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 머리통을 붙잡고 앞뒤로 흔들기 위함이다. 흔들리는 시야 위에서 말한다.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시야가 잔뜩 휘청거린다.
"내가." "귀찮게 굴지." "말랬잖아."
그리고 밀치듯이 놓는다. 어째서일까, 쓰다듬는다고 나도 모르게 기대했는데 배반당해서? 잔뜩 흔들린 머리가 어지러워서? 메이사는 자기도 모르게 옥상 바닥에 넘어졌다. 살갗에 닿는 석재타일이 가을바람을 맞아 아주 싸늘하다. 트레이너는 그 앞에 쭈그려 앉아 눈을 맞추고 으름장을 놓는다. 느껴진다. 유우가를 좋아하니까, 그래서 몇 번이고 말을 걸었고, 기색도 많이 살폈으니까. 이건 히다이 유우가가 주는 마지막 경고다.
얼굴에 바로 내뱉어지는 담배 연기에 진저리친다. 이미 들이마신 연기는 코도 목도 따갑게 해서 연신 기침이 나오게 만든다. 콜록거리면서 고개를 저으려다가 들리는 소리에, 가슴에서 뭔가가 쿵- 하고 아래로 떨어지는 느낌이 났다. 숨이 채 진정되지도 않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잖아....
"해, 해체라니 무슨 소리야..... 나, 나도 이해가 안 되는데?" "아니잖아....? 우리 마구로까지.. 아니.... 마구로가 끝나도, 쭉 같이 있자고 그랬—윽?!"
머리를 복복 쓰다듬기 위해 손을 올려둘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마치 아래에 있는 것이 무생물이라도 되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의 주인은 신경조차 쓰지 않고 턱 올려두어 머리가 살짝 울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붙잡아, 앞뒤로 흔든다. 시야가 마구 흔들리고, 어지러운 머리 위로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그래도 어떻게든 균형을 잡기 위해 애쓰면서, 흔들리는 시야로 너를 붙잡아 보지만.
"윽, 아, 잠깐" "그, 그게 무슨" "으긋— 아악!"
머리를 붙잡고 이리저리 휘두르던 손이 불시에 떼어지고 그대로 나는 바닥에 넘어졌다. 욱신거리는 등을 애써 무시하고, 가을 바람에 차게 식은 옥상 바닥을 짚고 상체를 일으키면 그 앞에 유우가가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아직도 어질어질한 머리를 한 손으로 짚고 유우가의 기색을 살피면....
.....무섭다. 어느새 눈물이 고여 시야가 뿌연데도, 유우가의 표정이 옥상의 바닥보다도 싸늘하다는 게 너무나도 잘 보여서.
"윽, 하, 하지만....." "왜 갑자기.. 이, 이상하다고. 우리 분명 정식 팀이 돼서, 부실도 생겼고... 마구로도 같이.."
하지만 역시 이상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무언가에 두려워하면서도 마지막 경고를 어겨버린다. 잔뜩 울먹이는 소리로 이상하다고, 뭔가 이상하다고 계속해서 호소하면서 조심스럽게 네게 손을 뻗어본다.
내민 손이 걷어차였다. 뿌리쳐진 것도 아니고 발로 걷어차였다는 사실이, 통증보다도 더 큰 충격을 주었다. 덜덜 떨리는 입술을 꽉 깨물고, 애써 너를 올려다보면 가슴을 깊게 후벼파는 말이 귀를 파고든다. 내가, 떼써서 얻어낸 그거. .....틀린 말이 아니다.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부정하고 싶었다. 믿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진실을 외면하고 싶은 건, 거짓 한 톨 없는데도 믿기 싫은 건 오랜만이다. ....오랜만? 처음이 아니라? 하지만 어쩐지, 지금 느껴지는 배신감과 슬픔이... ...처음이 아닌 것 같은 기시감이 느껴진다.
매번 이런 식이야. 나는 유우가를 좋아하니까, 전부 믿어주는데. 유우가는 매번 배신만 해. 분명 같이 있어준다고 했잖아. 우리 쭉 같이라고 했잖아. 마구로가 끝나도, 중앙에 가도 계속계속 같이 있자고 그랬잖아.
툭툭 떨어져 바닥을 적시던 눈물이, 세 방울 째가 떨어지기도 전에 몸이 뒤로 기울어진다. 자의가 아니라 타의로. 어깨를 밀어서 넘기는 유우가의 발에
짓밟혀서
"——윽!"
요란한 소리가 나며 뒤통수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머리도, 등도 아프다. 아까 전의 통증이 다 가시지도 않았는데 재차 찾아온 충격에 머리에선 경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싫어. 무서워. 아파. 도와줘 누가, 유우가....
"으, 아..." "————!!!!"
어깨를 짓누르던 발이 떨어져서 조금 안심하던 찰나, 귓가에 바로 큰 충격이, 파동이 내려꽂힌다. 천둥이 정수리를 정확하게 겨냥하고 친 것처럼,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니라 파동이 밀어닥치는 듯한 느낌에 소리도 내지 못하고 덜덜 떨었다. 갑작스럽게 충격을 받은 귀에서는 삐- 하는 단조로운 이명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유우가가 하는 말이 전부, 마치 머리에 직접 밀어넣는 것처럼 알 수 있어서....
"우, 으으으....." "유우가아..... 컥..."
무서워. 무서워. 아파. 귀도 머리도 등도 손목도 전부 아픈데, 제일 아픈 건 마음이라서.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린다. 히끅거리면서 어떻게든 숨을 들이쉬고 있었는데, 이번엔 목을 짓밟힌다. 간신이 들이쉬던 숨이 거의 끊겨서, 숨을 쉴 수가 없어서 덜덜 떨리는 손으로 유우가의 발목을 잡는다. 잡아 밀어내려고 하지만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서, 그저 바지를 잡고 매달리는 것에 가까운 동작이 되어버린다.
"끅... 으.....끄윽......" - 알겠으면 고개 끄덕여.
고개를 끄덕이면 이 발을 치워줄까. 뭐가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흐려진 시야로 유우가를 올려다본다.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고개를 끄덕이고 싶지 않았다. 그치만, 그치만 이미 우리 혼인신고서도 썼고, 나중에.. 나중에 분명 제출할 거라고...... 진짜.. 가족이 될...거라고.....
꺼져가는 숨을 내뱉으며, 바들바들 떨리는 고개를 천천히 움직인다. 좌우로, 천천히 젓는다.
메이사가 발목을 잡고 밀어낸다. 숨이 막혀 그마저도 제대로 밀리지 않고, 바지만 밍기는 꼴이 되는 걸 남자는 발에 힘을 빼지 않은 채 내려다봤다. 피가 내려오지 못해 밟힌 곳부터 이마까지 전부 시뻘개져 가면서도 죽어도 고개를 끄덕이진 않는다. 생존 본능 때문에 눈에 핏줄이 서고 눈물이 나지만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
아니, 기어코 고개를 옆으로 저어버렸다. 주제 파악따위는 평생 안 할 거라는 양. 그렇게 목을 부들부들 떨며 젓다가, 결국엔 눈을 까뒤집는다. 손에 힘이 탁 풀려 허공을 헤치고 떨어진다.
실신하기 직전까지 포기하지 않는 고집. 그제서야 발이 떨어진다. 의식 바깥으로 블러된 목소리가 들린다. 이건 진짜 유우가가 하는 말일까? 그게 아니면 환청일까?
"독하네..."
쌕쌕 숨쉬는 소리와 섞여 잘 들리진 않지만. "이러니까 도쿄까지 따라오는 거지." "민폐라고, 포기 좀 해주면 안 되나..." "하........."
담배를 내던진 남자가 기어코.
명치를 발로 내리찍었다. 욱 올라오는 구토감, 산소로 돌아오던 의식을 다시 파앗 날려버리는 고통. 늑골 깊숙이 뒷꿈치를 쑤셔넣어 위와 폐를 모두 콱 짓누르는 집요함.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새하얘진 머리가 어리둥절하는 사이,
뻑! 하고 옆구리가 걷어차인다. 운동화 앞코가 늑골을 제대로 때렸다. 축구공이라도 된 것처럼 매정하게 걷어차였다.
옆으로 새우처럼 말려서, 배를 움켜쥐고 신음한다. 삐이―――하는 이명이 어지럽게 울리고, 언제 또 추가타가 들어올지 몰라 몸이 바짝 긴장하고서 부들부들 떤다. 온몸에 닿는 옥상바닥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왜, 왜? 유우가가 왜 나한테 이런 일을 하는 거지. 열어젖힌 눈물샘에서 또 서러움이 왈칵 흘러나왔다.
남자는 메이사를 완전 무력화 시켜놓고 새 담배를 꺼내들었다. 불을 붙이고 한숨처럼 내뱉는다. 메이사에게서 시선을 두고 싶지 않은 듯이 하늘을 쳐다보며 빨아마시고, 머리를 헝클이며 내쉰다. 자기가 걷어차놓고 심란한 척에 열심이다. 그게 참 유우가답다.
숨에 연기가 닿으면 반사적으로 기침이 나고. 얻어맞은 폐가 욱신거리는 통증과 함께 또 수축한다. 기침할 때마다 명치가 욱신거린다. 뺨에 닿는 바닥은 눈물과 타액으로 축축해서 비참한 기분.
남자는 때리고 속이 시원해졌는지 더 이상 손 대지 않고 가만히 있다. 담배 한 대를 다 태우고 또 한 개피 입에 물고 태우고 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정리하는 걸까. 또 다른 곳을 때릴 궁리중인가?
그런 모양이다. 메이사에게 다가가 서더니, 버르적거리는 몸 위로 내려앉았으니까. 등 위에 얹히는 성인 남성의 무게가 불길하다. 코어가 다리로 잡혀버려 저항할 수가 없다. 엎드린 채라 하체의 저항도 마땅찮다. 그렇게 메이사를 제압하고 찍어누른 히다이가 말했다. 타르로 거칠해진 목소리로.
"내도 이렇게까지 하기 싫다." "누가 좋아서 아를 패겠어, 때리는 사람도 참 기분 나쁘다 이거. 알아?"
그러면서도 할 거 다 해놓고선 능청이다. 늘 그랬지. 메이사의 마음을 갈가리 찢어놓고는 자기가 제일 힘든 척.
"근데 니가 말을 안 듣잖아. 그러니까 어쩔 수가 없다. 알제?"
너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고 나면 니도 내가 미워죽겠지." "그래도 이제 엮이긴 싫을 거야. 그제?" "그니까 좀만 참아."
뒷머리에 손을 턱 올려놓는다. 뺨이 타액 웅덩이에 꾹 눌렸다. 불길한 기분. 근데 더이상 저항도 할 수 없는 예감. 두쿵거리는 심장과 들썩거리는 허리, 파닥거리는 다리가 아무 소용이 없다. 유우가는 잘 싸우니까. 남을 찍어누르는 법을 본능 단위로 알고 있으니까.
서서히. 서서히 담배 냄새가 가까워져온다......
"나도 너랑 엮이기 싫은 건 마찬가지니까."
얹힌 손이 머리채를 휘잡고 당겼다. 허리가 역으로 휘며 당겨졌다. 아까 밝혔던 목, 끈적거리는 뺨이 선연히 드러났다. 아까부터 멈추지 않는 눈물도.
거꾸로 된 시야로 유우가를 바라본다. 지치고 피곤한 유우가. 내 목젖을 맘대로 휘저어놓고 괴로워하던 유우가. 변해버린 유우가가 나에게―
(분량조절 실패!🫠) - 이러니까 도쿄까지 따라오는 거지. - 민폐라고, 포기 좀 해주면 안 되나.... - 하........
멀찍이 의식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의식이 점점 또렷해진다. 트인 숨통으로 바쁘게 공기를 들이마시며, 동시에 가슴에 푹푹 박히는 비수에 소리를 죽여 울었다. 늘 마음 속에 있었던 불안감을, 생각하기도 싫은 가정을, 애써 아래로 감추고 있던 것을 타코야키라도 뒤집는 양 따끔따끔한 가시돋힌 말로 찔러서 뒤집어 꺼낸다. 쌕쌕거리는 숨이 진정되기도 전에, 불안감이 큰 파도가 되어 덮쳐오는 것이 끝나기도 전에, 대자로 누워 숨을 몰아쉬던 내 위로
유우가의 발이 떨어졌다. 정확하게 명치를 내리찍었다.
"카학.....!!" "———끄흑, 악....!! 흐...악... 윽........."
들이마셨던 숨을 전부 내뱉어버리고, 또 다시 시야가 하얗게 샜다가 돌아온다. 갑자기 충격을 받은 위가 꿀렁거리기도 전에 또 발이 날아든다. 통증에 비명을 지르던 뇌가 도망가라는 신호를 열심히 보내는데도, 몸은 전혀 움직이지 않아서. 그대로 옆구리를 걷어차였다. 강제로 폐에서 바람이 빠지는 소리를 입으로 내보내며, 두어 바퀴를 굴러 옥상 바닥에 온몸을 뒹군 꼴이 되었다. 걷어차인 쪽이, 너무 아프다. 뼈가, 뼈가 부러졌을지도 몰라..
"힉... 으... 아..아아...." "우, 아.... 흑...... 으으..."
그만두라고 사정하고 싶은데, 입에서 나오는 거라곤 제대로 된 언어가 아니라 통증과 두려움에 헐떡이는 소리 뿐이었다. 연이어서 두번이나 큰 고통을 겪은 몸은 자연스럽게 급소를 보호하기 위해 둥글게 말리고, 언제 어디서 또 뭐가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언제든 도망칠 수 있도록 온몸을 긴장시킨다. 정작 도망도 못치고 옥상바닥에서 덜덜 떠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눈을 질끈 감고 부들부들 떤다. 무섭다. 무서워, 유우가,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유, 유우가는 이런 짓 안 하잖아.... 통증과 두려움에 헐떡이던 소리는 서러움이 섞인 오열로 변했다. 왜 나한테 이렇게 하는 거야? 난 그저 유우가가 좋아서... 유우가를 좋아할 뿐인데. 유우가는 왜 나를 속이고, 버리고 가더니, 이젠 이렇게 때리기까지....
"으, 으으, 유우가아 왜... 왜 날...... 힉...!!!"
담배냄새가 난다. 터질 것처럼 공기를 탐하던 폐가 다급하게 밖으로 다시 밀어내고, 명치와 옆구리에서 울리는 끔찍한 통증과 함께 기침이 난다. 옥상 바닥은 눈물이며 침으로 웅덩이가 생겨 있었고, 거기에서 얼굴을 치우는 것조차 하지 못해 얼굴은 온통 축축하고 끈적거렸다. 기침을 할 때마다 점점 나는 엉망진창이 되어간다. 그러다가 등을 묵직하게 누르는 느낌이 났다. 슬그머니 눈을 떠보면.... ....잘 보이지 않는다. 엎드린 상태에서 유우가가 올라탄 것 같은데, 고개를 돌려도 잘 보이지 않아서, 하지만 몸을 일으키려고 해도 잘 되지 않고, 다리를 버둥거려도 소용이 없는 걸 보면 그런 게 맞는 것 같다. 맞아. 유우가는 항상 이랬다. 억지로 끌고 가서, 내가 싫다고 깨물고 발로 차도 아무 소용없이 그냥 억지로 토하게 했으니까. 그때도 싫었어. 무서웠어. 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도 더 싫고, 무섭고.... 아파... 그만해.....
뒷머리에 또 유우가의 손이 턱 올려진다. 축축한 웅덩이에 뺨이 눌려진다. 불길하다. 당장 도망치라고 알 수 없는 예감이 경고를 보낸다. 지금까지 중에 가장 강력한 경고다. 하지만 아무리 일어서려고 해도, 다리를 버둥거려도 움직일 수 없었다. 머리채를 잡혀 몸이 역으로 휘어진다. 억지로 펴진 허리가, 아까 맞은 곳들이, 머리카락이 당겨지고 있는 두피가 너무 아프다.
하지만 그런 아픔들을 전부 '따위'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더 아픈 것이 찾아왔다. 매캐한 담배냄새에 지독한 냄새가 하나 더 섞인다. 머리카락이 타는 것 같은 냄새와—
"————아아아아아아악!!!!!!!!!"
살이 타들어가는 냄새. 뜨거워, 아파, 아파, 아파!! 아프다는 말로 표현이 안 될 정도로 아파!!!!!!!! 있는 힘껏 다리를 뻗대고, 몸을 뒤집으려고 하고, 머리채를 잡힌 채로 고개를 최대한 돌리고, 귀를 이리저리 젖히고 움직이면서 이 고통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제대로 닿지도 않을 걸 알면서도 손을 뻗어 어떻게든 하려고 하지만, 그 모든 노력을 비웃는 것처럼, 비참할 정도로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버둥거려도 아무 소용이 없다. 무력함을 느끼며 결국 고통에 순응해간다. 버둥대던 팔다리도, 힘주어 돌리려던 고개도, 이리저리 파닥거리던 귀도 전부 축 늘어진다. 온몸의 수분이 전부 얼굴로 나와버리는 것 같았다. 눈물도 침도 콧물도 멈추지 않아서, 웅덩이에 처박혔던 부분은 물론이고 얼굴 전체가 축축하고 끈적거리게 되었다.
"으... 끄윽....."
하하, 이거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그래. 어미에게 버림받고 악어에게 산채로 뒷다리부터 씹어 먹히고 있는 새끼 가젤 같은 거. 갓 태어난 주제에 삶을 전부 포기해버리고 저항조차 하지 못하는 그런 모습. 언젠가 봤던 다큐멘터리에 나온 그 장면이 고스란히 내 위로 오버랩된다. 완전히 변해버린 유우가에게 짓눌려서,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하고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나를 공중에 떠서 바라본다. 텅 비어버린 나의 눈과, 지켜보던 내 눈이 마주쳐서. 찢어지고 침범벅이 된 입술이 달싹이는 걸 바라보며——
"——윽!!! ........하아..."
눈을 번쩍 뜬다.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번쩍 뜨인 눈으로 사방을 재빠르게 살핀다. ....옥상이 아닌 침실이다. 차가운 타일 대신 푹신하고 조금 무거운 이불이 몸 아래에 깔려 있다. ...유우가의 집이다. 여긴 중앙이다. 츠나지도, 츠나센의 옥상도 아닌...... ......어쩌면 전부, 꿈이었을지도.... 그래.. 내 복장도 완전히 다른 걸. 체육복이 아닌 나시와 반바지. 예전하고 다르니까... 두리번거리던 불안한 시선이 그제야 옆에 있는 유우가를 발견했다. 담배 냄새가 짙게 난다. ...어라, 유우가..... 연초는 끊지 않았던가....
"힉.... .....유, 유우가....?"
선명하게 살아나는 꿈의 기억이, 유우가를 보자마자 다급하게 숨을 들이쉬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래. 그거 전부 꿈이었으니까. 이, 이제 아니니까. 괜찮겠지... 조심스레 유우가의 얼굴을 들여다보려고 하지만........ ....어째선지 잘 보이지 않는다. 역광이라서 그런가. 하지만, 그런 것 치고도....
>>552 (*별 건 없지만 그냥 스포를 걸었어요 🫠 모닝입니다 👋) 시끄럽고 길었던 시간이 지나, 머리채를 놓자 머리가 힘없이 바닥에 철퍽하고 떨어졌다. 남자는 제 귀를 만지작거린다. 하도 울어대서 귀가 아팠던 모양이다.
"...귀도 지지면 야키니쿠 냄새가 나는구나."
그리고 하는 말은 실없었다. 그게 정말이지 유우가다웠다.
"깼어?"
메이사에게 팔을 베주고는 남은 손으로 담배를 피고 있던 유우가. 담배를 입에 물더니 이마랑 뺨에 달라붙은 머리칼들을 떼어준다. 연인처럼 다정한 손길이다. 표정은... 뭐랄까. 히죽거린다. 머리칼을 매만지는 손길은 좋지만,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으면 깨워주면 안됐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한 태도.
그러고나자 다시 손에 담배를 쥐고는 훅 가까워진다. 그리고 손을 뻗어―
메이사 등 뒤의 협탁, 그 위에 놓인 재떨이에 재를 턴다. 그 위에는 제때 청소를 하지 않았는지 꽁초가 꽤 쌓여있다.
"...왜 그렇게 쫄아." "내가 담배 하루이틀 피는 것도 아니고― 재 안 떨궈. 좀 믿어달라구." "왜, 꿈에서 담배 피다가 손이라도 데였어? 하하."
시답잖은 농담을 하며 담배를 다시 무는 남자. 그리고 그걸 메이사 입가에 가져다 대고 집적거린다.
몇번인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면, 거기엔 히죽거리는 유우가의 얼굴이 있었다. ....화가 나거나, 성가시다는 표정은 아닌 것 같다. 그걸 확인하고 나서야 조금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그제서야 주변을 좀 자각할 여유도 생기고. 유우가의 팔을 베고 자고 있던 건가.... ....이마랑 뺨에 붙은 머리칼을 떼어주는 유우가의 손은 다정해서, 그래 역시 아까 그건 전부 꿈이었던거구나.... 그런데도, 담배를 쥔 채로 가까워지는 손에는 아까 전의 일을 생생하게 떠올려서——
"힉, 그, 그만....."
몸을 있는 힘껏 움츠리고 떨게 된다. ....하지만 담뱃불이 내 귀나 얼굴로 오는 일은 없었다. 조금 머쓱해져서, 하지만 그것보다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커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 그냥.. 안 좋은 꿈을 꿔서 좀, 놀랐어...." "에?"
담배를 내 입에 가져다대며 채근하는 유우가를 멍하니 봤다. 톡톡, 입술을 두드리는 손끝에서 위화감이....
"......유우가, 이제 연초 안 피우지 않았어...?" "전자담배로 바꿨잖아. 그리고...."
무심코 뒤를 돌아본다. 내 뒤쪽에는 협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재떨이가 놓여져 있고. 아까 손을 뻗은 건 여기에 재를 털기 위해서였나. 이것조차도 위화감이 든다. 그래. 유우가의 침실에 이런 건.... ....없었다. 있다고 해도, 이렇게 꽁초와 재가 수북히 쌓여있지 않아. 왜냐하면....
"....집도, 말끔해졌잖아." "....내가......."
아까 꿈에서는 유우가가 날카로운 말들로, 제일 듣고싶지 않은 말들로 내 마음을 도려냈다. 지금은...... ......내가, 그 말들을 꺼내고 있었다. 듣고싶지 않은, 하지만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마주하고 싶지 않은 말들.
"........내가 없으니까, 더 잘.... 지냈잖아........"
깔끔하게 관리된 집, 연초가 아닌 전자담배, 나아진 안색과 약지에 낀 반지, 새로운 담당과 새로운 팀. 내가 없으니까, 나 하나가 사라지니까..... 츠나지에 있을 때보다도 유우가는 더 나아지고, 더 잘 지내는 것 같았다. 같았다가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일 것이다. 마음이 시큰거린다. 그 모든 것들이 나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너는 진짜로 짐짝이고, 쓸모없는 혹이었다고. 유우가가 그동안 힘들었던 것은 네가 고집부렸기 때문이라고.
픽 웃으면서 메이사에게 권하던 담배를 다시 자기 입에 물었다. 그리고선 새는 발음으로 말한다.
"그게 안 좋은 꿈인 거야? 내가 뭐... 전담피고. 너 없어서 더 잘 지내는 거." "무슨 소리야. 너 없이 내가 잘 지낼 리가 없잖아."
그렇게 말하며 빙긋 웃는 유우가는 이런 말하는 게 제법 익숙해보인다. 어쩌면 여기서 메이사와 유우가는 동거하고 사귄 지 좀 시간이 지난 커플인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베개를 베주던 손이 슬쩍 어깨를 스치고 내려오는 거까지.
"메이사는 늘 그렇지. 으이그 이 바보."
거의 다 태운 담배를 쭉 마시더니, 메이사에게 다가온다. 목 아래를 받쳐주는 팔이 등을 밀며 유우가 쪽으로 메이사를 데려오는 게 느껴진다. 짙은 담배냄새에 코를 찡그리기도 전에 입술을 겹치고 연기를 잔뜩 먹였다. 입술만 문지르는 가벼운 키스지만 내용물은 발암물질들 뿐. 이런 애정인 걸까.
그렇게 숨결을 나누고 나서, 일부러 쪽 소리 나게 버드키스로 마무리한 유우가가 씩 웃었다. 껴안다시피한 팔 때문에 잔뜩 밀착된 상태. 어느새 다 태운 담배는 재떨이에 던져놓은 채로 옆구리를 더듬고 허리를 감았다.
"그래, 이제 좀 잠이 깨?"
뺨에도 가볍게 입술을 누르고, 껴안아 당기는 유우가. 상상만 해왔던 넘치는 애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오는 모습이, 아까는 정말 질 나쁜 꿈이라고 일러주는 듯 했다.
>>558 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진짜로요wwwwwwwwwwwwwwww 아 너무 웃겨서 함빡웃었어요 어떻게 이런 개그만화 같은 일이wwwwwwwww 코피가 난 건 걱정스럽지만 🥺 이런 개그만화 시추에이션은 너무 부럽단 말이죠 재밌어 보이고wwwwwwwwwwwwww 신선한 경험을 하셨네요...
>>560 저도 웃겨서 실실 웃었어요.. 어떻게 이런 일이 진짜로.. 이왜진wwwww 심하게 난 건 아니고 살짝 나다가 금방 멎었으니까요😌 사실 그래서 더 웃겼어요wwwwww 심하게 났으면 다른 원인을 의심해볼만도 한데 이건.. 진짜... 고자극 때문에 그런거구나 싶어서wwwwwwww
"아, 아니. 이건 꿈이 아니라 진짜였잖아." "꿈은 다른 내용이었는데, 으.... ....기분나쁘니까 말, 안 할래...."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잖아. 유우가가 날 집으로 데리고 온 첫날부터 느꼈는데. 무슨 소리냐며 부정하는 유우가를 의아한 눈으로 보다가, 베개를 베주던 손이 어깨를 스치고 내려오는 바람에 살짝 흠칫했다. 이런 스킨십은.... 원래 없었던 것 같은데...
"뭐야. 그게 무슨—읍..."
내려온 팔이 등을 밀고, 유우가의 얼굴이 가까워진다. 담배연기를 가득 머금은 입술이 겹쳐진다. 필사적으로 기침을 참으며 견딘다. 그러다 일부러 내는 것이 분명한 쪽 소리를 내며 떨어진 유우가를 살짝 흘겨봤다. ...매캐하다. 하지만 익숙한 담배냄새에 조금 마음이 놓이는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어. 지금 유우가는..... ....담배냄새가 나는 유우가는, 예전의 유우가를 떠올리게 하니까. 어쩐지 조금 울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그리움 때문인지, 뭐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앗, 잠깐만... 유우가...."
등을 밀던 손은 허리를 감고 옆구리를 더듬으며, 담배를 다 태우고 난 입술은 내 뺨에 와닿는다. 틈이라곤 보이지도 않게 밀착해서, 마치 연인처럼. 항상 바라던, 상상만 해오던 애정이 온몸에 쏟아져 내린다. 정말로 꿈만 같은 상황이다. 조금 전은 악몽이었다면, 지금은..... 깨고 싶지 않은 꿈일지도 모른다.
아까 전도, 지금도 현실이 아닌 것 같아. 유우가가 다정하게 할 수록 위화감은 점점 더 커져간다. 그렇지 않아. 유우가는.... 나한테 이렇게 해주지 않아. 그도 그럴게, 츠나지에서도 계속 피하고, 선을 그었고, 결국엔 도쿄로 도망쳤고. 악착같이 쫓아서 도쿄로 갔더니 소리지르고, 화내고, 억지로 토하게 하고, 비아냥거리기만 하는 걸. 아까 전엔 무섭고 무시무시한 악몽이었다면, 이건 그거다. 깨고나서가 더 비참해지는... 어떤 의미로는 악몽인 그거... ....그거일거야. 분명.
귀찮게 구는 짐짝을, 네가 이렇게 소중하게 대할 리가 없으니까. 그야... 그렇잖아. 넌 날 버리고 갔으니까. 내가... 지긋지긋해졌으니까.
"........이거..." "꿈이구나....."
기분 좀 나아졌냐는 말에, 지금 이게 꿈이라는 확신을 담은 말로 대답한다. 확신보다는 체념이 섞였다는 말이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건 꿈이고, 이렇게 다정한 유우가는 꿈에서만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