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047117> [1:1] FREESIA - 7 :: 1001

멧쨔주

2024-05-15 16:07:25 - 2024-06-01 00:10:28

0 멧쨔주 (bqbcVPtuAk)

2024-05-15 (水) 16:07:25

클래식 시즌에 나를 처음으로 이곳에 데리고 와서 견학시켜준 사람.
나의 담당으로 사바캔부터 마구로 기념, 그리고 시니어 시즌까지 함께했던 트레이너.
시니어 시즌 겨울에 아무런 말도 없이 편지만 남기고 떠나버린 사람.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


situplay>1597038191>1 히다이 유우가
situplay>1597038191>2 메이사 프로키온


situplay>1597038191>
situplay>1597039238>
situplay>1597041174>
situplay>1597044204>
situplay>1597046156>
situplay>1597046776>

563 히다이 - 메이사 (bNEGZEKft.)

2024-05-25 (파란날) 12:14:09

>>562

무표정. 꿈이라는 말에 무표정으로 메이사를 내려다본다.

"...싫어?"

그래, 눈이. 토하게 만들어놓고서도 괴롭게, 복잡한 심경을 애써 갈무리하던 눈이 아니다. 메이사의 눈과 얼굴을 마주보는 눈이 아니라, 지금의 유우가는― 더 아래를 지그시 보고 있다.

"오늘은 기분이 좀 아닌가? 메이사가."
"그날이던가?"

밀착했던 게 거짓말이라는 듯이 포옹이 풀린다. 팔베개도 매끄럽게 빠진다. 비스듬히 누워있던 유우가는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아 다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아까 다정해서 그런지 매정하게까지 느껴진다.

"그날이면 어쩔 수 없지― 나도 처리하는 거 귀찮고 이해해."

재떨이 옆에 놓인 건... 본 적 있던 물건. 아까의 다정함은 이걸 위해서였나, 갑자기 꿈결같던 것들이 설명된다. 그래, 유우가는 그런 사람이니까. 이런 목적이라면 나한테 호혜적으로 구는 게 완전 허황된 일은 아니다. 이렇게 사탕발림하는 말을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자주 했을까. 유우가는 마치 자기가 호의를 베푼다는 것마냥 이해한다면서 빙긋 웃었다.

"그럼 내가 알아서 할게. 메이사는 간단하게만 도와주라."

"자, 손."

손을 달라면서 내민 손. 내밀 때까지 그대로 기다리고 있는 태도. 마치 개에게 명령이라도 하는 듯한 말투.
악몽이다. 정말이지 유우가가 할 법한 것들로 이뤄진 악몽.

564 히다이주 (bNEGZEKft.)

2024-05-25 (파란날) 12:15:36

🙄 쓰남 시동 걸린다... 부릉부릉...

그럼 저는 슬슬 식사하고 작업할 카페를 찾으러 다녀오겠습니다 👋 에어컨 바람과 함께 뵈어요... 멧쨔주도 맛점하시길~💕

565 히다이주 (bNEGZEKft.)

2024-05-25 (파란날) 12:17:46

*오타수정
호혜가 아니라 시혜로...
뭔가 요즘 오타도 잦고 오용도 잦네요 🙄 뇌에 힘 빡 줘야만,,

566 메이사-히다이 (W1z6LHbDlk)

2024-05-25 (파란날) 12:33:52


아까까지의 다정함이 전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유우가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진다.
....그래. 이것도... 현실의 유우가와는 다르다. 억지로 토하게 만든 후의 유우가는 좀 더, 복잡한 느낌의 표정이었고... 이런 얼굴은 아니었다.
이런 눈은 아니었고.. 시선도.... 내 눈이나 얼굴을 봤지, 그 아래로는....

"그게, 아니라—"
"—윽..."

아까 전까지 그런 다정함이 전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맞닿아 있던 몸이 떨어진다. 매정함까지 느껴지는 모습으로 뒤돌아 또 담배에 불을 붙인다. ....담배냄새가 또 매캐하게, 퍼진다.
무심코 돌린 고개는 자연스레 유우가의 반대편으로, 협탁 쪽으로 향한다. 그리고 재와 꽁초가 수북히 쌓인 재떨이 옆에 놓인 그것을, 이제야 발견했다.

아아, 그런가.
이건 그런 꿈인거다.... 결국 악몽이다.
지금 내 앞에서, 침대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유우가의 목적은 이거였던거야. 영문모를 다정함도, 결국은 이걸 위해서였다.
길에서 갈 곳이 없어 벤치에 앉아 있으면, 좋은 사람인 척하면서 웃으며 다가오는 그 녀석들처럼.
배고프지 않냐고, 무슨 일이 있는 거냐고, 오늘 잘 곳은 있냐고 상냥한 물음과 함께 호의를 베푸는 척하면서 시선으로 내 몸을 징그럽게 핥아대는 녀석들처럼.

그래. 지금 빙긋 웃고 있는 유우가의 표정이랑, 똑같은 웃음을 짓는 녀석들처럼.....

"........"

간단하게 도와만 달라는 말과 다르게, 개에게 명령이라도 하는 듯한 말투.
그리고 그 안에 숨어있는, 내가 알아서 쓸테니 손만 내밀라고 하는 말에 숨은... 마치 도구라도 되는 양 취급하는 그...것들이....

괴롭다.
아까 전에는 신체적으로 괴로웠다면, 지금은 정신적으로 괴롭다.
나는... 이런 다정함을 원한 게 아냐.. 이런 유우가를 원하는 게 아닌데.. 왜 이런 게 꿈에 나오는 거야.
유우가에게 내미는 대신, 손으로 옆구리를 가린다. 아까 꿈에서 걷어차인 그 부분이다.

"......싫어...."
"이런 건.. 싫어......"

도리질을 치면서 뒤로 슬쩍 물러선다. 꿈이겠지, 이건 꿈일거야. 꿈이어야한다. 제발, 꿈이니까 빨리 깨줘....

567 멧쨔주 (W1z6LHbDlk)

2024-05-25 (파란날) 12:34:43

너무 고자극이 쉴새없이 몰아쳐서 뇌에 힘이 풀리는 것도 당연...
하지만 힘을 줘야합니다.. 상어아가미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저도 힘낼게요.....

맛점하세요 히다이주~ 나중에 봬요😸

568 히다이 - 메이사 (AbAb.XLsKY)

2024-05-25 (파란날) 14:44:47

>>566

내밀었던 손을 접는다. 얼굴은 옥상 바닥만큼이나 싸늘한 무표정이다. 이렇게 보면, 히다이 유우가가 메이사 앞에서는 얼마나 표정을 열심히 관리해왔는지가 보인다. 실실 웃고 다니던 건 그늘진 눈을 무디게 보이기 위함이었다.

심란할 때. 참았던 한숨을 푹 내쉴 때. 그럴 때 포착했던 힘빠진 눈초리가 꿈에서 재현된다. 유우가는 그러고서는 눈을 질끈 감고 얼굴을 다시 만들었지만, 이 남자는 그러지 않는다. 싫다고 확실히 거부의사를 표현한 메이사를 무감각하게 내려다볼 뿐이다. 그리고 두 손을 얼굴 위에 포개 삭삭 마른 세수를 한다. 주욱 끌어당기는 얼굴에 흰자가 훤히 보였다. 아래로 당겨지는 붉은 눈살도.

"내가 싫다네."
"그럴 수 있지, 어. 뭐."
"하루 이틀도 아니었고."

침대에 걸터앉아있던 유우가는 일어선다.

"하긴 내가 요즘 너무 봐줬지."

담배를 문 채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며, 협탁 아래에서 뭐 하나를 꺼낸다. 반듯하게 반 접힌 종이다. 한쪽을 잡으면 대롱대롱 나머지 쪽이 아래로 늘어지며 그 안의 내용이 보였다.

혼인신고서.

그게 재떨이 위로 떨어졌다.

"그럼 이렇게 하자."

물고 있던 담배를 집어들고, 어떤 불길한 예감이 메이사를 감싼다. 꿈인 걸 알면서도 당한다. 협탁 아래에는 상비약만 있었다가 이젠 그마저도 없단 거, 아는데.
아는데.
구타당하면서도 애타게 떠올렸던, 유우가가 없을 때 집안을 살피며 찾아나 보던, 아직도 어떻게 쓰였는지를 똑똑히 기억하는. 메이사의 허벅지 위에 볼펜으로 꾹꾹 눌러 쓰고 서명했던 그 혼인신고서니까.

그 위에 담뱃불이 내려꽂혔다. 하필이면 메이사 프로키온이라는 이름 위였다. 담뱃불은 종이 위를 밍기는 손짓과 함께 꺼지고, 남은 건 직립한 꽁초와 그 주변의 검게 그을린 자국 뿐. 불타진 않았다.

"메이사."

유우가는 손을 내민다.

"다음은 없어."

569 히다이주 (AbAb.XLsKY)

2024-05-25 (파란날) 14:48:26

손 해도 그런 전개는 아니니까요 🙄
메이사 자존심 부수기에 들어간대요 대신..

570 멧쨔주 (W1z6LHbDlk)

2024-05-25 (파란날) 15:06:44

헉... 멧쨔 고민되는...🙄
.dice 1 2. = 2

571 메이사-히다이 (W1z6LHbDlk)

2024-05-25 (파란날) 15:40:50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꿈이 아닌 현실에서도 종종 보이던— 그것도 일부러 속을 긁어놓거나 심란하게 만들 때마다 나오던 힘빠진 눈초리가 그대로 나왔으니까. 너무 현실적이라서, 어쩌면 이거 꿈이 아니라 현실 아니야? 라는 생각이 잠시나마 들 정도였다.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옆구리를 감싼 손에 힘을 주었다. 어쩐지 정말로, 아직도, 욱신거리고 아파...

"...엣... 뭘...."

중얼거리는 혼잣말에 귀가 바르르 떨렸다. 뭐, 뭘... 봐줬다니....
중앙에 와서 지금까지 했던 일들을 저도 모르게 되짚고 있다보면, 유우가는 무언가를 꺼낸다. 한쪽을 잡아 늘어트린 그것은...... 혼인신고서였다.

재떨이 위로 팔랑이며 떨어진 그것 위로, 유우가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빼서...

"아......."

담뱃불에 종이가 타들어가는 냄새가 났다. 그렇다고 전부 불타지는 않았고, 으레 꽁초를 비벼서 껐을 때처럼 그을렸을 뿐이다. .......내 이름이, 적힌 곳에.
내 이름을 완벽하게 지워버리듯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흠칫 떨면서 고개를 올린다. 눈이 마주친다. 내가 아는 것 같기도, 모르는 것 같기도 한 유우가의 눈과.

"......"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는 걸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 손을 내밀면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른다. 하지만 내밀지 않으면 혼인신고서가.....
다시 쓰면 된다지만, 이제 다시 써줄 리가 없다.
그렇게나 귀찮고 성가시게 굴었으니 있던 정도 다 떨어졌겠지. 우리 사이를 간신히 이어주고 있는 건 애정도 호감도 아닌 그저....
....그저.... 뭐지....?
얄팍한 죄책감? 지극히 수동적으로만 하고 있는 복수?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우리의 관계를 곱씹어본다.
여전히 손은 내밀지 않은 채로.

572 히다이 - 메이사 (AbAb.XLsKY)

2024-05-25 (파란날) 16:13:24

>>571

"씁... 그래."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종이를 다시 집어들었다. 꽁초를 손으로 튕겨 치우고, 종이를 접고 접고 접어... 한손으로 집어들기 편한 사이즈로 만든다. 그러는 동안 다시 묻지도 않았다. 이 혼인신고서에 미련을 가지고 있던 건 메이사 뿐인 것 마냥. 담배로 지질 때도 일말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었지. 그러면서 이런 능청을 떤다.

"네가 협조해주지 않으니까 이렇게 되는 거야."

칙, 칙. 값싼 라이터의 부싯돌이 당겨진다. 불이 치솟아 닿는 곳은 종이의 끝. 우글거리며 일그러지던 혼인신고서는 어느 새 불이 붙어 잘 타오른다. 유우가는 그걸 들고 새 담배 끝에 갖다대는 장난기를 보여준다. 유명한 영화의 패러디를 하는 거다. 혼인신고서로. 그건 가짜 돈이기라도 했는데 이건 부정할 도리 없는 진짜다.

"손만 주면 되는 일이었잖아, 메이사."
"어떡해. 니가 자존심 하나 못 굽혀가 이래 됐다이가~ 그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뻗대냐, 너는."

불붙은 담배를 쪼옵 맛있게 빨고 짧게 연기를 몇 번 뱉다가, 어느새 금방 타버린 종이에 '앗뜨뜨, 씨바.'하며 종이를 재떨이에 내려놓았다.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일까. 꽁초와 함께 잘만 탔다.

"이제 어떡할 거야? 너 나랑 가족되긴 멀었네."
"이거 내놓기만 하면 금방 되는 거였는데 니가 마다해가지고. 이제 생판 남이잖아."
"가족이 되려거든 이제 방법은 하나밖에 없을텐데..."

가족이 되는 유일한 방법. 뇌리에 팍 떠오르는 네글자. 유우가가 싫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담아뒀던 복수 방식.

"기정사실 만드는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생각해? 메이사."

유우가는 느물거리는 웃음을 지었다. 꿈이라면 참 못된 꿈이다. 한 조각 순정까지 끌고와 더럽혀버리니까. 어쩌면 현실인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정떨구고 나와버릴 수 있을 테니.

573 메이사-히다이 (W1z6LHbDlk)

2024-05-25 (파란날) 16:31:31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서야 퍼뜩 고개를 들고 깊고 깊은 생각에서 빠져나왔다.
뭐라 말릴 새도 없이 종이에 불이 붙는다. 무어라 말하려고 벌렸던 입은 이내 경악만을 호소하며,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불이 붙은 혼인신고서를 가지고 새 담배에 불을 붙이는 유우가를 본다. ....혼인신고서에 미련이 있는 것은 나뿐이었다고, 애초에 그건 너에게 아무 의미도 가지지 못했던, 정말로 종잇조각 하나에 불과했다고 말하듯이.

아니...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쉽게 서명해줄 리가 없었으니까... 그냥 질질 짜는 애가 귀찮아서 달래려고 적당히 아무렇게나 적어버린 거였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쉬이 가시질 않았다. 남이 떠들어댄 것도 아니라 스스로가 떠올린 것이라서 더더욱.
툭, 투욱. 손등으로 눈물이 떨어졌다.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기도 전에 유우가가 느물거리는 웃음과 함께 말했다.

".....으, 으으...."

생각을 안 해봤던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많이 했다고 할 수 있다. 시니어 시즌에도, 버려진 이후에도....
혼인신고서는 재가 되어 재떨이에 담겨져 있고, 새로 써달라고 해도 도저히 적어줄 것 같지가 않아. 그렇다면 이제, 유우가랑 가족이 되기 위해선, 이제, 이젠 그것밖에....

"......하, 하면...."
"기정사실... 만들면.... 같이 있어줄거야....? 계속...?"

이미 정상적으로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꿈일텐데, 분명 꿈이어야 하는데. 지독하게도 깨지 않아서.
....어쩌면 현실이고, 혼인신고서도 진짜로 없어져버렸고, 이제 남은 게 이것뿐일지도 모르니까.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는 더 이상 판단이 불가능했다.

아니, 이제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지쳐버려서, 이젠 도저히 아무것도....

574 히다이주 (AbAb.XLsKY)

2024-05-25 (파란날) 16:44:48

이거 보고 이빨 만개했다가
같이 작업하던 친구가 뭘 보고 쪼개냐고 해서 황급히 표정관리했습니다
아행복해
이게순애지
순순히내애를낳아라 줄여서 순애..

575 멧쨔주 (W1z6LHbDlk)

2024-05-25 (파란날) 16:48:53

역시 순애잘알...☺️
히히히.. 표정관리 화이팅입니다😏

576 히다이 - 메이사 (AbAb.XLsKY)

2024-05-25 (파란날) 17:19:12

>>573

"음~"

"글쎄."

눈물을 떨구는 메이사를 가엾게 보지도, 난감해하지도 않고 그 느물거리는 웃음 그대로 말한다. 어쩐지 그 웃음이 더 짓궂어진 기분이 든다. 그런 게 와닿을 정신도 아니지만.

"메이사 너 성가시거든~"
"약 먹지 말라고 해도 안 들어, 집 나가서 굴러먹고 오는데다, 이 집에 얹혀 살면서 은혜를 갚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다고 내 말을 잘 들어주냐 하면, 손 빌려달라는 거 하나 못 들어주고."

유우가는 어깨를 으쓱인다.

"이런 상황에서 기정사실을 만든대도 내가 믿을 수 있을까― 싶어져서."
"왜 그런 얼굴을 해. 어쩔 수 없어 이건. 다 네 행실 때문이잖아."
"그러니까 계속... 이라고 해도 장담을 못하겠단 거지."

당연한 사실을 말하는 듯한 억양이다. 네가 어리고 세상물정을 몰라서 그런다고 어르듯이 하는 말. 아까는 너저분한 목적으로 쏘삭거리더니 왜 지금은 그거로 안된다고 말하는 걸까. 기정사실을 자기 입으로 꺼냈으면 빨리 해버릴 것이지 왜 이런 말로 사람 마음을 졸여대는 건가.

나는 왜 이런 쓰레기같은 남자를 좋아해버리고, 심한 짓을 당하는데도 이렇게 굴 수밖에 없나...

"그러니까 일단 믿음이 필요하다, 그런 이야기야 메이사."
"내 말 잘 듣고 군말없이 잘 따를 수 있나, 그런 믿음부터. 이해되지?"
"내가 큰 거 바라는 것도 아니잖아."

또 다시, 메이사 눈 앞에 손이 내밀어진다.

"메이사, 손."

내 몸이 아닌 것처럼 손이 겹쳐진다. 그러자 부드럽게 잡아오는 유우가의 손은, 따듯하고 다정해서 가슴이 쥐어짜일 것만 같다.

"잘했어."

아버지도 어머니도, 고향마저도 저버리고 와서 결국엔 좋아하는 사람에게 애완동물 취급받는 인생이라니. 손을 달래서 손을 올려놓고, 이마에 입맞춤받아 기쁘다. 그런 자신이 역겹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

"빙글 돌아."
"앉아."
"엎드려."
"기다려."

메이사의 인격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명령들의 연속. 그 마지막에 유우가는... 클래식 시즌 때처럼 웃어주며 팔을 벌렸다.

"이리와."

577 히다이주 (AbAb.XLsKY)

2024-05-25 (파란날) 17:23:05

너무 쓰레기 같으면 언제든지 당근을....🙄

578 메이사-히다이 (W1z6LHbDlk)

2024-05-25 (파란날) 17:57:12


손을 내미는 걸 시작으로, 애완동물 취급하는 듯한 명령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척척 해낸다. 내 몸인데도 내가 아닌 누군가가 움직이는 것처럼.
진짜 가족도, 고향도, 친구들도 전부 저버리고 중앙으로 와서 하는 일이 이런 애완동물 취급이라니. 그런데도 보상으로 받는 입맞춤이 기뻐서 꼬리가 떨어져라 흔들리고, 그런 스스로가 역겨워서, 웃으면서도 찡그린 기묘한 표정이 되어 계속해서 울었다. 목줄만 차지 않았지 완전히... 아니, 어쩌면 목줄조차 없는데도 스스로 이러고 있으니 개만도 못한 게 틀림없지. 하하. 한심해서 또 눈물이 나는데.
그런데도 클래식 시즌 때처럼, 웃어주면서 팔을 벌리는 유우가가 좋아서.
저 품에 안기면 지금까지의 일은 모두 사라지고, 클래식 때로 돌아갈 것만 같아서.
당장이라도 뛰어들려고 했는데,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유, 유우가. 나, 나 다리가...."

누가 단단하게 붙여두기라도 한 것처럼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어서, 다급하게 유우가를 부른다.

"아, 안 움직여. 진짜야. 우, 움직일 수가 없어... 가고 싶은데...."

뻣뻣하게 굳어서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손으로라도 잡아서 끌어보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다급하게 고개를 들어 유우가를 보면, 또 다시 웃음기가 사라진 유우가의 얼굴이—
안돼. 이러다간, 이러다간....

——또 버려지고 만다.

그렇게 떠올린 순간 엄청난 공포가 엄습했다. 온몸의 털이 거꾸로 서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나, 나 열심히 할테니까... 이제 유우가가 하라는 대로 다 할테니까...! 야, 약도 이제 안 먹을게. 나가서 자고 오는 것도 안 할게, 마, 말도 잘 들을게!! 아까도, 아까도 하라는 대로 다 했잖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제발 버리지 말아줘.....!"
"또, 또 나만 두고 가지 말아줘...... 봐, 봐봐아. 나, 어떻게든 해볼게... 노, 노력하고 있다고.... 제발...."
"제발.... 가지마아......"

울음섞인 애원을 토해내며, 맨다리를 쥐어뜯듯이 잡아당겨서 어떻게든 움직이려고 했다. 어떻게든 유우가의 곁으로 가려고 했다.
그렇게 한참을 잡아당겨서 다리도 손도 전부 피투성이가 되도록, 성한 부분이 없을 정도로 긁히고 찢긴 상처가 가득해질 정도인데도 여전히 움직이지 않아서.
피투성이가 된 손과 다리를 보며 무력감을 느끼면서 고개를 든다. 거기엔 이미 유우가는 없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하지만 낯익은 편지가 한 장 놓여 있었다.
손을 뻗는다. 못을 박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 다리 때문에 꼴사납게 엎어지면서, 간신히 손끝에 닿은 편지를 질질 끌어와서 펼쳐보면.

거기엔———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을 번쩍 떴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다리. 다리는 움직이나? 허겁지겁 무릎을 굽혀보면, 움직인다. 그걸 확인하고 다급하게 고개를 돌리면, 거기엔 유우가가 있었다. 아직도 초점이 흐릿한 시야로 다급하게 유우가의 안색을 살핀다. 화, 화났나? 아니, 어떻게 된 거지...? 아까, 이리 오라고 했던 것 같은데 왜 유우가가 여기에, 이렇게 가까이....

"—유, 우가..."

아, 담배냄새가 난다. .....떨면서 협탁 쪽을 돌아본다. ...재떨이는 없었다. 그럼, 어디서 나는 거지. 잔뜩 확장된 동공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살핀다. 보이진 않지만, 냄새는 계속해서 난다. 가까이에서.... ....유우가한테서.
몸을 움츠렸다. 담뱃불에 지져졌던 귀가 다시 아파오는 것 같았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귀를 잡아 감춘다. 아, 그치만. 분명 이렇게 감춰도 소용없겠지. 그때도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당했으니까.
아, 하지만...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또 버려진다. 그건, 그것도 싫어..... 어떻게 해야할지 혼란스럽다.

"으, 흑... 우읏...."

아픈 건 싫어. 하지만 또 나만 남겨지는 것도 싫어.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덜덜 떨면서 눈을 질끈 감고 우는 수밖에 없었다. 유우가가 어떤 것을 할지 두려움에 떨면서.

579 멧쨔주 (W1z6LHbDlk)

2024-05-25 (파란날) 17:59:45

🙄💦편지 내용을 몰라서(생각 안해놔서) 그냥 얼렁뚱땅 넘겨버렸네요...

580 히다이주 (AbAb.XLsKY)

2024-05-25 (파란날) 18:00:17




아...악...
메이사......🥺🥺🥺🥺🥺

581 히다이 - 메이사 (AbAb.XLsKY)

2024-05-25 (파란날) 18:24:54

>>578

애를 쓰는 메이사를 남자는 무표정으로 본다. 활짝 열려있던 품은 서서히 닫히고, 결국 남자는 다시 팔짱을 끼고 못마땅하게 말한다.

"거짓말."




그냥 그런 날이 있다. 연초가 존나 땡기는 날. 아니 이게, 아주, 무척, 되게― 이런 말로는 표현이 안 된다. 존나. 그렇게밖에 말이 안 돼. 아무튼 그래서, 새벽에 깨서는 뒤척거리는 메이사 몰래 걔 추리닝 주머니에 있던 담배를 쌔볐다...는 거죠. 한심해? 그래, 나도 내가 한심해. 하지만 후회없었다.

아니 그게, 바다에서 메이사 담배를 10연타 하고 나니까 앓아눕긴 했는데 진짜 맛있더라고. 그 이후로 연초 금단증상이 생겨서 어쩔 수가...
...다시 끊을 거야. 진짜로. 이번만. 생각하며 베란다에서 필터 앞까지 꼼꼼히 아껴피리라 다짐했는데. 닫아놓은 문 너머로도 들리는 메이사의 소리에 결국 담배를 끄고 베란다에서 안방으로 들어왔다.

무슨 꿈을 꾸는지 온몸을 움찔거리면서 식은땀으로 범벅이 돼있었는데, 뭐랄까 누가 칼들고 쫓아오나 싶을 정도로 불안해하는 모양새였다. 그래서 메이사의 손을 잡고 주무르며 깨웠다. 이거 잘 듣거든, 손 주무르는 거. 그러더니 귀를 쫑긋하며 깨더니 두리번거리더라고.

"내가 깨웠..."

깼으니까 안심하겠지 했는데 나를 보고선 화들짝 놀란다. 그리고는 겁먹은 소동물처럼 부들부들 떨면서 몸을 웅크리고는 귀를 닫고 훌쩍거렸다.

...당황스럽다. 그걸 넘어서 좀 난처하다. 대체 왜지? 왜 날 보고.

"왜 그래. 왜 울어."
"응? 메이사, 여기 봐봐."

일단 침대 위에 앉아 메이사 근처로 슬슬 다가가며 손을 뻗었다. 그리고 찡그린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찔끔 흐르는 수준이 아니어서 손등으로 닦아내지만 그런다고 닦일 리가. 어쩐지 내가 닿을 때마다 흠칫거리면서 무서워하는 거 같은 기분도 들고.

"에구, 울지 마아..."

난감하네 진짜. 일단 협탁에서 곽티슈를 가져와 벅벅 뽑았다. 그리고 메이사 턱 밑도 닦고, 코 밑도 문질러 닦는다. 아니, 대체 뭔 꿈을 꿨길래 그 메이사가 이렇게 서럼게 우나.

"무서운 꿈이라도 꾼 거야? 대체 어땠길래... 으휴."

이렇게 울어대는 메이사의 모습을 보자니, 시니어 시즌 때 레이스를 족친 메이사가 떠올라 마음이 안 좋았다. 메이사를 껴안고 등을 다독여줄 심산으로 팔을 뻗었다.

582 메이사-히다이 (W1z6LHbDlk)

2024-05-25 (파란날) 18:47:43

여기 보라는 말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시야 가득히 들어오는 것은 점점 이쪽으로 다가오는 유우가의 손이었다.
머리를 잡아서 거칠게 흔들고, 머리채를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던 그 모습이 떠올라서, 몸이 굳어버린다. 그대로 눈을 질끈 감고서 곧 덮쳐올 충격을 대비했다.

....하지만 예상했던 그런 게 아니라, 눈물로 범벅이 된 눈가를 닦아낼 뿐이었다. 그런데도 아까의 그 기억이 채 가시지 않아서 자꾸만 흠칫거리며 떨게 된다. 눈물을 닦아내는 게 손이 아니라 티슈로 바뀌었어도 여전히 그랬다. ....쉽게 잊혀지지가 않았다. 아직도 배랑 옆구리가 아픈 것 같고, 귀도.... ....담배냄새가 나니까 금방이라도 귀가, 그렇게 될까봐.....

"흐그, 으..."

무섭고 아프다, 어쩌면 이것도 아직 꿈일지도 모른다. 지금 내 눈물을 닦아주는 유우가도 언제 돌변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도저히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무서운 꿈이라도 꿨냐는 말에도 고개 하나 끄덕이지 못할 정도로.
여전히 떨리는 몸을, 유난히 욱신거리는 듯한 옆구리를 감싸고 있다보면 유우가가 팔을 뻗어온다.

"—히이익, 싫어엇!!"

엄청난 공포가 되살아난다. 또, 또다. 이번엔 어디지. 머리? 팔? 귀?? 도망, 도망을, 도망쳐야하는데, 무서운데
나도 모르게 유우가의 팔을 막으려고 버둥거렸다. 팔을 쳐내고 몸을 돌리고 웅크리는 과정에서 무언가 딱딱한걸 쳐낸 느낌이 들었다.
질끈 감은 눈을 조심스럽게 떠서 보면, 유우가의 안경이 저만치 날아가 있었다. .....내, 내가... 내가 무슨 짓을...... 큰일났다...

"아, 아.... 으...... 미, 미안.. 잘못, 잘못했어요....."

너무 무서워서 숨이 막혀버릴 것 같았다. 억지로 내쉬고 들이쉬느라 끅끅거리는 소리가 섞인 사과를 연신 입에 올리며 그 자리에 납작 엎드렸다. 엎드렸다고 해야할지, 웅크렸다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귀도 있는대로 납작하게 뒤로 붙이고, 꼬리는 다리 사이로 바짝 감추고...

"다, 다시는 안 그럴테니까아... 제발, 제바알....... 버리지 마......"

583 히다이주 (AbAb.XLsKY)

2024-05-25 (파란날) 19:14:39

🥹 답레는 킵하고 일단 저녁 먹고 컨디션을 보겠습니다...
히히... 오늘 진도 많이 빼서 너무 행복하네요 🙄 정말이지 저는 축복받았다니까요 이런거 다 받아주시는 분과 일대일을 하게 되고..
저 정말 여한이 없습니다 이런 거... 어디 커뮤를 가도 못한다고...😇...........
메이사... 종종 이 악몽을 떠올려줘...😇 내가 진짜 300년전통종갓집맏며느리 손맛으로 담갔으니까...😇

584 멧쨔주 (W1z6LHbDlk)

2024-05-25 (파란날) 19:21:59

😸답레는 언제든 편하실때 주세요~

히히히... 저도..😏이런 거 혼자서 망상만 하지 어디서 할 생각은 엄두도 못냈는데
이렇게 하게 되다니... 정말 감동이 엄청 크네요....🥹
이 악몽 꾸고나서 멧쟈는 종종 유우가가 한숨 개크게 쉬고 그러면 움찔하고 눈치보고 하지 않았을까요🙄
비맞고 쉬어가던 그때도 이거 생각하고 쭈굴했을지도 모르죠.. 으히힉......

585 멧쨔주 (W1z6LHbDlk)

2024-05-25 (파란날) 19:26:53

아니 근데 진짜로.. 악몽 한 번으로 신체적DV와 정신적DV 둘 다 맛보다니 너무 최고야아아아.....🥹
유우가가 손내밀면 움찔하는 멧쨔를 자주 내보내고 싶어졌어요 으헤헤..헤헤헤헤....
화해할 때도 이 악몽 생각나서 조금 울었겠지.. 유우가 무서워😿하고 바들바들했겠지..🙄으히힉......

586 히다이주 (bNEGZEKft.)

2024-05-25 (파란날) 20:19:10

뿌듯하네요...🤤🤤🤤🤤🤤😇
저도 두가지맛 백탕 홍탕 DV 모두 담궈서 행복했어요 😇 그리고 멍멍쨔는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솔직히 좀 쫄았었는데 잘 받아주셔서 정말 압도적 감사한...🥰 근데정말이지... 극상의 행복이었어요...😚 다음주는 이 일상만으로 세끼 밥에 도시락까지 싸서 버틸 수 있어요

>>585 이거 진짜 고자극이네요 🙄... 하지만 오히려 역으로 멧쨔가 내민 손에 유우가가 손 올려놔서 얼떨떨하게 만들어버리고 싶단 생각이 들어요 😏 유우가는 멍다이가 공식이니까 히히...

화해할 때도 우는구나...😏😏😏😏😏 이히히
저 근데 악몽에서 딥키스가 안 나온 건 멧쨔의 경험부족도 있지만 시니어 시즌 막날의 기억을 자기도 모르게 회피해서라는 생각이 들어요...🫠

587 멧쨔주 (W1z6LHbDlk)

2024-05-25 (파란날) 20:33:26

히히...🫠
전...사실... 앵웨 초반부터 목줄 멧쨔 낙서를 했었는걸요...🙄
지금 핸드폰으로 옮겨오면서 유실된건지 찾을 수 없게 됐지만
조만간 예전 폰을 켜보려고 합니다..😏 남아있으면 좋겠네...

...그리고 저..
옥상에서 멧쨔 등에 유우가가 올라탔을때 말이죠🙄
...아니 사실 그 전부터 말이죠... 아니..악... 이걸....
...마 말해도 될지 모르겠어요.. 지금 위험센서가 맛이 가있어서 상어아가미 감지가 어려운...윽...으윽🙄💦

딥키스 안 나온건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회피와 데이터부족이 겹쳤을거라 생각해요..

588 히다이주 (hleiO4si7c)

2024-05-26 (내일 월요일) 05:47:41

>>587 자고 일어나자마자 이 엄청 궁금해지는 말 뭐죠?! 아니 진짜 뭐죠?!???! 우아아아악 엄청 궁금해졌어 젠장...........

589 히다이 - 메이사 (hleiO4si7c)

2024-05-26 (내일 월요일) 06:22:13

>>582

나는 메이사를 껴안아 달래주려 했고, 거부당했다. 그것도 꽤나 요란하게. 팔이 쳐내진 건 물론이고 그 과정에서 메이사의 손끝이 내 안경을 치고 지나갔다. 툭 어디론가 떨어진 건 알겠는데 보이질 않는다. 그야 난 안경 없으면 눈뜬 장님이니까. 실루엣만 보이지 다른 건 전혀 보이지 않다시피한다. 어릴 때 싸움질 하다가 눈을 요란하게 얻어맞은 것 때문에 그렇다.

그 기억 때문에 인상을 확 찡그려버린다. 그 상태로 주변을 더듬어보지만 안경으로 보이는 건 전혀 찾아지지 않고, 메이사는 엎드려선 훌쩍훌쩍 끅끅하며 연신 사과만 하고 있다. 난 딱히 사과를 바란 적도 없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하지. 안경부터 좀 찾아? 아니면 달래놓고 생각해?

...결국 나는 엎드린 메이사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일으키고 껴안는대도 아까같은 일만 생길 거 같아서. 마치 강아지를 달래는 것처럼 그렇게 쓰다듬었다.

"...뭘 버려, 네가 물건도 아니고."
"네가 버린다고 버려질 녀석도 아니잖아."

츠나지에 남겨두고 왔더니 기어코 라이센스를 따와서 내 집에 눌러앉아버리지 않았나. 그런 녀석이 버려진다고 말해도 농담인가 싶을 뿐이다. 비록 웃진 않았지만.

"일단... 이거라도 껴안고 진정해. 나 안경 좀 찾을라니까."

옆에 있던 내 베개를 메이사의 웅크린 틈 아래에 끼워넣어본다. 틈이 너무 좁아서 제대로 들어가지도 못했지만 필요하면 알아서 껴안겠지 싶다. 그리고 더듬더듬 안경을 찾다가 바닥에 떨어진 안경을 들어올렸다.
...안경테가 나갔네. 테만 새로 하나 사야겠다. 일단 없는 대로 비뚜름히 안경을 쓰고는 메이사의 동태를 살핀다. 여전히 대화하기엔 좀 그래보여 안방을 나간다.

왜 이럴 땐 캐모마일 차 같은 게 효과가 좋다잖아. 우리 집에 그런 건 없지만. 없는대로 따뜻한 우롱차를 끓여 위스키 약간을 타서 내왔다. 겸사겸사 나도 작은 잔으로 한 잔 쭉 마시고. 만든 우롱차도 한 모금 마셔서 온도도 체크했다. 뜨끈하니 속 풀린다. 우롱차인 척 하는 우롱하이 완성이오.

"메이사, 차 마실래?"

꿈에서 봤듯이 침대에 걸터앉아 협탁 위에 머그잔을 툭 올려놓는다. 식기 전에 마시면 좋으련만.

"따뜻하니까 기분이 풀릴 거야. 마시고 다시 자."

따뜻한 몸에 알콜기운이 돌아 푹 자겠지. 나도 메이사의 베개를 품에 넣고는 침대에 상체를 푹 기댔다. 껴안을 수도 없으니 해줄 수 있는 게 이런 거밖에 없네.

역시 남 챙겨주는 건 전공이 아니야...

590 메이사-히다이 (GpaK9S5Qo2)

2024-05-26 (내일 월요일) 11:19:22

- 네가 버린다고 버려질 녀석도 아니잖아.

- 이러니까 도쿄까지 따라오는 거지.
- 민폐라고, 포기 좀 해주면 안 되나....
- 하........

"—힉, 그,마안...."

들었던 그 말이 선명하게 되살아나서, 서러운 것보다도 먼저 두려움이 불쑥 솟았다.
이 말을 들은 다음에 명치랑 옆구리를 맞았었다. 이번엔 머리 쪽으로 손이 오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몸을 더 웅크리고, 머리를 더 아래로 피하고, 혀가 바짝 타들어간다. 이를 꽉 물고 언제 찾아올지 모를 통증을 두려워하며 떨고 있으면—

—머리에 닿은 손은 머리채를 우악스럽게 쥐어잡지도, 머리를 쥐고 마구 흔들지도 않았다. 그냥 부드럽게 쓰다듬을 뿐이었다. 클래식 시즌에, 시니어 시즌에 그랬던 것처럼. 눈물이 또 왈칵 쏟아진다. 버릇대로 머리를 부비기 전에 손은 떨어졌고, 대신하듯 옆에 베개가 놓인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면... 유우가는 방에 없었다. 여전히 이게 꿈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구분이 안 된다. 그래도 훌쩍거리면서 끌어안은 베개엔 유우가의 향이 가득해서.
옥상에서 발로 채일 때도, 그 뒤에 방에서 밀착했을 때도 느껴지지 않던 게 지금은 느껴지니까, 어쩌면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게 베개를 안고 있다보면 유우가가 방으로 들어왔다. 손에는 머그잔을 들고서.
협탁 위에 올려진 머그잔에서는 우롱차와 약간의 알코올향이 났다.

"....응..."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머그잔을 가지고 온다. 한 입 마셔보면... 혀가 데일 정도는 아니지만 속이 풀릴 정도로는 따끈했다. 하도 울어서 따갑고 아픈 목도 진정이 좀 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동안 말없이 잔을 기울이다가 슬쩍 유우가 쪽을 살핀다.
내 베개를 안고서 침대에 기대고 있었다. .....꿈에서와 다르게 조금 비뚜름한 안경을 쓰고.

다 마신 컵을 협탁에 내려두고 슬그머니 유우가의 옆으로 향했다. 똑같이 베개를 끌어안고, 침대에 기댔다.

".....꿈을 꿨는데, 엄청 아프고 무서운 꿈이어서..."
"그러다가 깼는데도, 또 다시 꿈이었어. ...그래서 지금도, 꿈일까봐 무서워...."

그렇게 중얼거리고 베개에 얼굴을 푹 파묻었다. 마음같아서는 바로 옆에 있는 유우가를 끌어안고 싶지만, 혹시라도 또 꿈일까봐, 아직 현실이 아닐까봐 두려운 마음이 사라지질 않았다.

591 멧쨔주 (GpaK9S5Qo2)

2024-05-26 (내일 월요일) 11:20:27

앵하입니다... 일찍 잤는데도 엄청 늦게 일어나버린www

>>588 🙄그게... 그...... 으....
말해도 될진 모르겠는데....

592 히다이주 (hx4kp3NhFQ)

2024-05-26 (내일 월요일) 11:36:47

저도 어제는 침대에 머리 대자마자 잠들어서www 옷도 못갈아입고 잠들었더라구요 🫠 멧쨔주 푹 주무신 거 같아 다행입니다 😌 뭔가 깨자마자 너무 미안했어요 요즘 이렇게 자꾸 말없이 기절해버려서 🥺

음... 제가 숨참을 수 있을때 여쭤보면 답해주시나요? 🙄

593 멧쨔주 (GpaK9S5Qo2)

2024-05-26 (내일 월요일) 11:41:08

괜찮아요🤭 저도 어젠 이상하게 너무 피곤해서..
자러 간다는 말도 못 남기고 그냥 기절해버렸어요..🫠

...지 지금 가능하신가요..🙄 확인하시면 바로 하이드할게요...
너무 추잡한 생각이라 바로바로 하이드해야만.....

594 히다이주 (a0SKxCgXyk)

2024-05-26 (내일 월요일) 11:51:46

저 지금 가능합니다...

596 히다이주 (a0SKxCgXyk)

2024-05-26 (내일 월요일) 11:55:04

확인

597 멧쨔주 (GpaK9S5Qo2)

2024-05-26 (내일 월요일) 11:55:33

🙄
🫠뇌세척을 빡세게 하고 올게요..

598 히다이주 (a0SKxCgXyk)

2024-05-26 (내일 월요일) 11:59:47

아 행복해...😇😇😇😇😇😇😇
사실 전 진짜로 화해할때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단 말이죠 좋아하는 애가 우는 건 행복한 일이에요...🤤 시끄럽다고 머리 베개에 처박히고 훌쩍훌쩍 하는 거까지 보였다구요
그러니까 일주일 정도 멧쨔한테 도게자 하는 거야...🤤

599 멧쨔주 (GpaK9S5Qo2)

2024-05-26 (내일 월요일) 12:06:51

히히히....🫠 아프고 무서운데 그렇게 베개에 처박히기까지....
만회 찬스가 와도 🥺무서워어 하는 게 당연하잖아 으히히힉...

뇌세척은 또 실패했네요..🫠 그냥 이대로 살아야지..(?)

600 히다이주 (hleiO4si7c)

2024-05-26 (내일 월요일) 12:09:05

🙄 대체 내가 뭘 했길래 그래...
😿 (훌쩍훌쩍 소곤소곤 중얼중얼)
🫨 엥?!
😧 거짓말이지?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
라고 해샤 멧쨔 속 두배로 터지는 것도 봤다구요 🤤

601 멧쨔주 (GpaK9S5Qo2)

2024-05-26 (내일 월요일) 12:14:55

😿 거짓말 아니야...
😿 유우가 무서워어...
하고 또 훌쩍훌쩍 우는 멧쨔를 본wwwwww
유우가가 술 마시는 날엔 후히히를 필사적으로 피하려고 하는 멧쨔도 본 거 같아요 으히힉

602 히다이주 (hleiO4si7c)

2024-05-26 (내일 월요일) 12:21:58

만회했어도 술마시면 피하는 거wwww 유우가 엄청 마음에 걸려하겠네요 자기의 그런 부분이 유우가한텐 꽤 콤플렉스니까 😏

히히... 화해한 다음날은 분명 화해했는데 분위기가 묘하게 쎄할 거 같단 점이 좋네요 😚 손목 깨물거린 자국도 남아있겠지 분명...

나중엔 유우가가 그렇게 되는 건 필름은 끊겼지만 몸은 가눌 수 있을 정도라는 걸 알게된 멧쨔가 유우가가 약한 술만 먹여서 몸도 못 가누게 만드는 거구나 😏

603 멧쨔주 (GpaK9S5Qo2)

2024-05-26 (내일 월요일) 12:25:17

화해한 다음날 아침에 유우가가 얼타다가 멧쨔한테 손 내밀면 멧쨔가 움찔하고 움츠리는 게 보였다구요😏
여기저기 붕대랑 밴드도 하면 좋겠다.. 으히힉.....

나중에는 아예 몸도 못가누게 만들고 멧쨔 혼자서 다 해버리는거구나...🤤이녀석....

604 히다이주 (hleiO4si7c)

2024-05-26 (내일 월요일) 12:29:28

멧쨔가 그걸 참아준 건 무서워서 몸이 얼어붙은 것도 있겠지만 유우가가 좋아해 🥺 해줘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유우가가 좋으면 나도 좋아... 하고 무서운 거 꾹 참았다고 생각하니까...🙄

못참겠다 메이사 쨔무 실시!!!!!!!!

다음날에 메이사가 하도 아파해서 유우가가 뒤에서 😔 안마해줄까? 하고 허리에 손 댔다가 걷어차였을지도요 😏

605 멧쨔주 (GpaK9S5Qo2)

2024-05-26 (내일 월요일) 12:36:55


히히히...
베개에 얼굴 처박혀서 훌쩍훌쩍 하다가도 좋아한다고 말해주면 말랑쨔 된다니...
이게 순애지....🥹

멧쨔가 대답하기도 전에 반사적으로 발부터 나가버리겠네요 그건wwwwww
😿 윳 유 유우가아 미안해... 하고 안절부절하겠네에😏
일주일동안 유우가를 많이 부려먹는 멧쨔도 상상해봤어요🤭

.....그렇게 마구마구 부려먹다가 나중에 업보를 돌려받는 것도...🙄 이힉힉...

606 히다이주 (hleiO4si7c)

2024-05-26 (내일 월요일) 16:28:22

유우가 멧쨔한테 의도하지않게 배O당한다 생각하니까 웃긴데요wwwwwwwwww

그나저나 속도위반 세계선의 멧쨔는 악몽을 안꾼 멧쨔려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꼬옥 껴안을 수 있던 거겠지 거기서...🫠 으히히...

오늘 비온다 하던데 아직 안 오고 선선해서 그런가 딱 놀기 좋응 날씨더라구요www 리프레시했으니 밥먹고 답레 잇겠습니다...😌

607 멧쨔주 (GpaK9S5Qo2)

2024-05-26 (내일 월요일) 16:40:44

느긋하게 주세요🤭
그리고 저.... 순애콘을 가져왔어요...🙄

608 히다이주 (hleiO4si7c)

2024-05-26 (내일 월요일) 17:04:09

으학wwwwwwwww뭐야이순애메이사콘wwwwwwwwwwww완전순애미친순애사랑고백하고있잖아어이 저 얼굴 완전 그거라고 그거...
유우가가 진짜 좋구나 멧쨔는......😇😇😇😇😇
유우가도 멧쨔를 좋아해.....🥰🥰🥰🥰🥰🥰

609 멧쨔주 (GpaK9S5Qo2)

2024-05-26 (내일 월요일) 17:09:10

이런 순애도 있어요😏
히히히...

610 히다이주 (hleiO4si7c)

2024-05-26 (내일 월요일) 17:13:35

>>609 사랑고백 받아달라고 하는 중이네요

😬💦 "이 이러지 않아도 받아준다고 메이사;;"
😺🔪 "유우가 그래놓고 통수친 게 하루 이틀이 아니라 확실히 하고 싶었어"
😺🔪 "지장 찍어💕"

하는 게 들려요wwwwwww

611 멧쨔주 (GpaK9S5Qo2)

2024-05-26 (내일 월요일) 17:17:00

wwwwwwwwwww
혼인신고서 제출하고 오면 또 칼 들고서
😸🔪 "이제 기정사실 만들까💕" 할 것 같은데요😏

612 히다이주 (hleiO4si7c)

2024-05-26 (내일 월요일) 17:23:43

유우히가 "아빠엄마는 사랑해서 결혼한 거지?" 할 때 동공이 흔들리는 유우가와 부엌으로 향하는 멧쨔가 보여요...😌

히메이는 왜 이렇게 서로를 사랑하는 걸까...
윳삐는 멧쨔를 좋아하지만 남중생정도의 정서라서 내 마음도 잘 몰?루요 상태고
멧쨔는 그런 유우가에게 어른이자 보호자이자 아빠이자 좋아하는 사람 깍지를 끼고 보기 때문에 유우가가 자기 기분에서 회피하는 걸 모름
👆여기서 동거지아의 온갖 해프닝들이 나온다는 게 진심 룽합니다
결국 둘다 자기 마음 볼 수밖에 없고 멧쨔도 유우가의 미성숙함을 직시할 때 바로 결혼으로 직진되는 거...
아 룽해...
아 행복해........🙄🙄🙄🙄🙄🙄🙄

613 멧쨔주 (GpaK9S5Qo2)

2024-05-26 (내일 월요일) 17:27:29

으히히히....
이게 순애지...🙄

그 외 이것저것도 업로드 해놨습니다 히히히
끝.

Powered by lightuna v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