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시즌에 나를 처음으로 이곳에 데리고 와서 견학시켜준 사람. 나의 담당으로 사바캔부터 마구로 기념, 그리고 시니어 시즌까지 함께했던 트레이너. 시니어 시즌 겨울에 아무런 말도 없이 편지만 남기고 떠나버린 사람.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 situplay>1597038191>1 히다이 유우가 situplay>1597038191>2 메이사 프로키온 situplay>1597038191> situplay>1597039238> situplay>1597041174> situplay>1597044204> situplay>1597046156> situplay>1597046776>
히히 반면에 유우가는 멧쨔의 키스하고 싶은 얼굴 바로바로 알아보고 꼬리까지 살핀 다음에 🙄 위험하군... 싶으면 으슥한 데에 먼저 데려가는 거겠죠 😏 멧쨔는 유우가 말고는 다른 사람 얼굴은 모를테니까 으히히히... 유우가가 아닌데? 그냥 웃는 거 못생겨서 봤는데? 하면 속아버릴 거 같아...😇 음침한 생각만 자꾸 하게 되네요...
>>239 그리고 이건... 무조건... 무조건 긁히겠네요 술김에라도 화해해버리는 건 역시 이런 긁힘이 누적돼서 유우가도 조급했던 거겠지 싶어졌습니다...😇 아 행복해...
헉... 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멧쨔가 남기고 간 편지는 유우가가 썼던 거랑 다르지 않은데 딱 한 마디 추가돼있을 거 같다고...🙄 사랑한다고 적어놓았지 않았을까 그런 상상해버렸어요 그래서 유우가도 만났을 때 마음놓고 냅다 입술 박은 게 아닐까요 🫠 으헤... 뇌 순애농도가 너무 높아..
>>244 🫠 히히... 너무 좋아... 맨션 엘리베이터에서 츄츄해버리는 거 봤습니다 경비아저씨가 종이 붙여두겠네... 공공장소에서 스킨십 자제하라고...🤭
>>245 헉 공식이라니 저 성불...😇 히히... 그러면 오늘은 일찍 들어가보겠습니다 😌 작업을 못해서... 뭐라도 해놔야겠어요 하하하하... 썰 너무 재밌어서 이렇게 끊질 않으면 개인작 전혀 못할 거 같네요 🫠... 멧쨔주 푹 주무시고 좋은 꿈 꾸세요 😊 내일 뵈어요 앵바앵밤입니다~👋
여름지아 너무 귀여운 거 아냐?!????!!!?!?!? 무한 나데나데를 참을 수가 없네요 완전커여운wwwwwwwwwwwwww 우린 이걸 느낌 살리기가 어렵다가 아니라 존잘이 되었다고 표현하기로 했어요...😇😇😇😇 정말이지 멧쨔주 짧은 시간동안 멧쟈멧쟈 존잘이 되셨습니다... 아니 근데 저 이 낙서wwwwwwwwwwwww 너무 좋아요wwwwwwwwwwwwwwwwww
평소처럼 언쟁을 한다. 아니, 평소처럼은 아니다. 메이사는 내가 꼴도 보기 싫고 나는 메이사에게 괜한 말을 할까봐 입을 꾹 다물고 냉전으로 이어지는 평소와는 다르다. 이번에는 서로가 서로의 역겨운 부분을 고함쳐가며 말한다. 욕실에서.
"넌 결국 나한테 기대는가 싶다가도 다가가지는 못하게 하잖아!" - 당연하지, 너랑 가까워져서 내가 이 꼴이 됐는데! "그럼 기대지도 말라고 사람 착각하니까!"
타일벽에 고함이 쨍쨍 부딪혀가며 귀울림을 만든다. 욕조 안에 서있는 메이사. 그게 자기 유일한 영역이라도 된다는 양, 낮고 미끄러운 벽을 사이에 두고는 욕조에 서서 나와 대치한다. 욕조 안에는 질퍽거리는 크림과 체르탄이 범벅이 되어있다. 언제 처박았던 거지.
- 착각? - 아니지 히다이. 똑바로 말해. 넌 내가 기대오는 게 좋잖아~ - 뭣도 아닌 네가 꼭 제대로 된 인간 같아서. 내가 이 모양 이 꼴이 돼선 도쿄로 온 게 좋잖아. - 집도 없고 헤프기까지 하니까 좋아 죽겠지? 근데 내가 같이 살면서 주지는 않으니까 맨날 화가 난 거 아냐. 틀려?
"야, 너는 말을 무슨 그렇게..."
메이사가 욕조 벽 위로 발을 쿵 딛었다. 유지방으로 미끌거리는 발바닥이 딛는 곳마다 번들거린다.
- 그럼 왜 맨날 내가 너한테 기댈 때마다 그런 식으로 날 만지는 건데. - 너도 내심 나랑 잘 해보고 싶은 거 아냐? 너 그런 사람이잖아.
...틀린 말은 아니다. 나는 대답하지 못한다. 다만 그걸 메이사에게 듣는 게 열받아서 이를 꽉 깨물었다.
"내가 너랑 잘 해보고 싶었으면 상경하지도 않았어." "오히려 너랑 너무 잘 되어가고 있으니까, 난 널 그런 식으로 보기도 싫었으니까 떠나온 거라고! 편지에도 다 적어뒀던 얘기잖아!" "날 그렇게 호도해서 뭘 하고 싶은 건데 넌?"
메이사가 입을 달싹거린다. 그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어쩐지 옛날 누군가를 닮았다.
- 그건 다 사탕발림이지, 히다이. 말로는 누가 못해. 너 뿐이고, 네가 너무 소중하고, 그래서 떠난다고 누가 말을 못 하겠어. 나도 할 수 있어, 그런 거는. "그럼 말하고 떠나던가." - 그냥 너도 내 성격이 지겨워진 거 뿐이지. 다들 그래. 다 똑같아. 다 처음에는 나를 위해주는 척하면서 온갖 아첨을 떨다가 내가 몸이고 마음이고 다 주고 나면 버린다고. - 죽을 거야, 유우가. 너 때문에 죽는 거야. 너 때문에 손목 박박 긋고 죽을래. 아, 나 죽어. 유서에 네 이름 쓸 거야. 그러면 경찰이 너 찾아가서 귀찮게 굴고 너도 죽고싶게 만들겠지?
...이질감. 차마 눈을 보고 험한 말을 뱉을 수 없어서 바닥만 보고 있었는데. 불길한 느낌. 시야를 살짝 들어올리자, 피가 뚝뚝 흐르는 손을 보고는 귀 뒤가 싸하게 식는다. 피는 울걱거리며 나와서 손끝을 타고 떨어져, 체르탄 머리 위를 검붉게 물들인다.
보기만 해도 싫은 광경. 본 적도 없지만 상상해버리는 풍경. 눈을 질끈 감고 털어낸다.
"―메이사는 그런 식으로 말 안 해." "비록 긋기도 하고 좀 정신도... 그렇기는 하지만, 너처럼 모든 걸 내 탓으로는 안 돌려." "꿈이지?"
그렇게 물으며 고개를 들었다. 거긴 이미 기억도 안 나는, 입술에 구멍이 뚫려있던 녀석의 흐릿한 인상만이 남아있다.
눈을 떴다. 뜨자마자 보이는 건 날 내려다보는 메이사. 악몽으로 끙끙거리던 내 이마 위에 손을 올려뒀다. 차갑다. 밖에 나갔다 왔는지.
"손 치워... 땀나서 더러워." - 그래.
순순히 손을 치운다. 침대에 걸터앉아있다가 아예 안에 들어와 앉았다. 찬 손으로 내 팔을 훑는다. 땀나서 더럽다고 하는데도 말을 안 듣네.
"더럽다니깐." - 안 더러워, 아까 씻었잖아. - 악몽 꿨어? 엄청 소리내더라. 그만해 그만해 하면서. 그래서 깨웠는데, 괜히 깨웠어?
차가운 손이 팔을 넘어 옆구리를 타고 오른다. 소름이 끼칠 거 같아서 몸을 살짝 떨었다. 가뜩이나 체온이 떨어져서 추운데 왜 이러나.
"괜히 깨운 건 아닌데... 손 치우라니까. 나 추워." - 나보단 안 추울걸. "추워." - 아니라니깐. "...그래, 만져라 만져." - 더럽지도 않고 춥지도 않아― 그도 그럴 게 - 시체보다는 안 더럽지. - 아무래도. "뭔 소리야... 시체?"
옆구리를 타넘은 손이 배를 스치고 반대편 쪽으로 간다. 메이사의 상체도 기운다. 자연스레 다리가 내 몸을 건너갔다. 어느새 내 위에 걸터앉은 메이사를 난 무력하게 보고 있었다. 이렇게 느끼고 있자니, 온몸이 굳고 찬 게 느껴진다. 마치 시체처럼.
- 유우가 때문에 나 죽었잖아.
무슨 소리인가 싶어 몸을 일으킨다. 일으켜서 뒤로 물린 만큼 무릎으로 걸어서 다가왔다. 메이사가 가까웠다.
- 유우가가 내 마음을 하나도 이해 못해줘서. - 생일 때까지 내 마음을 넝마짝으로 만드니까, 그래서 슬퍼서 죽기로 했잖아. 기억 안 나? - 사람이 이만큼 그었는데 안 죽을 리가 없잖아. 약도 저만큼 먹었는데.
히히 웃으며 문턱 바깥을 가리키는 메이사. 그 손목은 너덜너덜했다. 분명 침실은 거실에서 안 보이는 구조일텐데, 커피 테이블 위로 수북이 쌓인 제약회사의 패키지들이 보였다.
"우리 이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지 않았나?" - 아니, 그 때 죽었다니까. 유우가 정말로 내 마음을 못 알아주는구나. - ...하긴 그래, 유우가는 늘 자기중심적이니까. 멋대로 잘해주고 멋대로 선 긋고... 그 부분이 좋았었는데.
"...좋아?"
- 응, 좋았어. - 정말... 좋아했지. - 하지만 도쿄에 와서 완전 바뀌었잖아. 맨날 나 토하게 만들고. 윽박지르기만 하고. 웃어주지도 않으니까... - 내가 악몽에서 깨워주기까지 했는데 이러니까 서운하다.
이질감. 하지만 구체적으로 잡아낼 수 없는 묘한 이질감.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건 정말 메이사의 목소리였으니까. 메이사가 은근히 할 법한 말과 내가 '어쩌면, 어쩌면 그럴지도 몰라' 하며 혼자 생각했던 것들이 뒤엉킨 모습이었으니까. 내가 거짓말 할 때의 방식과 같으니까 나는 속는 거다. 반은 진짜고 반은 거짓인 방식에 슬슬 넘어가는 거다. 좋아한다는 감언이설까지 곁들이니까 어쩔 수 없다.
- 이제 유우가가 싫어졌어. - 있지, 토하는 게 얼마나 괴로운지는 알아? 날 토하게 만드는 사람이 좋아했던 사람인 기분은? - 그 사람이 연인과의 커플링을 끼고 날 토하게 만드는 기분이 얼마나 비참한지 유우가는 알까?
메이사는 향이 물씬 끼칠 정도로 가깝게 다가와 묻는다. 얼굴은 평소와 같았지만 '슬프다'고,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다. 메이사가 너덜거리는 손을 뻗어 내 볼을 훑었다.
- 모르지? 유우가.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날 바라보면서. 그 눈을 똑바로 보기가 쉽지 않아서, 난 고개를 돌렸다.
"...몰라." "그래도 난 그게..."
대답하는 내 입술을 손으로 문지르는 메이사. 말이 끊겼다. 엄지를 슬쩍 입 안에 집어넣어서 그렇다.
- 잘못했다는 소리가 아냐.
엄지로 볼살을 문지르던 메이사가 손가락을 더 집어넣었다.
- 느껴보라는 소리지.
입에 작은 손이 통째로 들어가는 기분. 그리고 손끝으로 구토반사를 일으키는 기분. 목 안을 네 손가락으로 매만져 아래에서부터 울컥거리는 걸 베시시 웃으며 보고 있는... 좋아하는 사람. 그런 기분을 느끼라는 건가?
"하, 하이아. 욱, 윽,으, 으안...!"
너덜거리는 손을 깨물 수도 없어서 애써 목에 힘을 주고 참지만 그게 쉽지는 않았다. 거진 손목까지 집어넣고 집요하게 연구개를 문질러댔으니까. 메이사를 밀어내던 나는 결국 꼴사납게 토해냈다. 메이사의 차가운 손을 온통 뜨끈할 정도의 토사물로 더럽혀버렸다.
"욱, 커헉... 우욱. 하아, 씹, 하......" - 기분이 어때?
살살 웃으며 묻는 메이사. 온통 찡그린 채로 노려보자 더 히죽 웃는다. 아주 만족스러워 보이신다. 젠장.
"좆같아." - 이히히. - 나도 좋아하는 사람을 토하게 만드는 기분은 처음 느껴봐.
메이사가 날 내려다본다.
- 유우가, 늘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괴로웠겠네. "안 그랬어. 뭔 헛소리야 씨발...!" - 도와줄까? 지금이라도. "필요 없어! 나한테 손 대지마." - 괴로워보이는데. "토하면 당연히 괴롭지, 이 미친..." - 봐봐.
메이사가 가리킨 건. 아, 좀. 이러지 마. 그럴 리가 없잖아. 이거 꿈이라고. 꿈이라니까. 내가 이렇게 역겨운 놈일 리가...
- 꿈 아냐. "닥쳐!"
고함치는 날 아랑곳않고 더 가까이 온다. 토사물로 범벅인데 그것도 아랑곳 않고, 곧이라도, 곧이라도 입맞출 것처럼... 아니, 착각이 아니다. 턱을 붙잡는 손이 확신을 준다.
"그만, 아, 제발. 좀. 그만!" - 이것도 안 돼? "당연히 안 되지! 넌 상식이란 게 없어? 하지 믑...!!"
당했다. 턱을 붙잡고 당기는 손은 시체인데도 힘이 장사였다. 하지만 입 안은 역시 시체 아니랄까봐, 변온동물이 입 안을 헤집는 것처럼 역겨운 기분이었다. 온통 나는 쓰고 떫은 위액의 맛도 그렇고. 최악의 키스.
힘을 줘서 밀어내지만 밀어내지지 않는다. 그렇게 메이사 좋을 대로 헤집어지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메이사가 떨어질 때까지 붙어있었다.정말, 정말 최악이야.
"...이제 만족했지. 그만해 진짜." - 싫었어? "어, 최악이야.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이제 꺼져. 너 한마디만 더 하면 한 대 갈겨버린다." - 그럴 용기도 없으면서 센 척은... "진짜 할 거라고!"
이제 싫다. 정말로 싫어. 이건 꿈이어야만 한다고. 비상식적인 일 뿐이잖아. 메이사가 나 때문에 죽었다고 해도 이건 아냐. 이건 아니라고. 내 토로 메이사를 더럽히다니 이건 속죄도 아니고 그저...
- ...알았어. 유우가는 내가 싫구나.
메이사가 귀를 한껏 축 늘어뜨린 채 말한다. 이제야 말뜻이 좀 통하는구나 반색하는데, 메이사의 얼굴이 아래로 내려간다. 손으로 내 허벅지를 짚고 짙게 훑는다. 그 제스처의 함의에 눈썹을 질끈 찡그렸다. 하... 씹... 그만...
- 그러면 어쩔 수 없네...
허벅지를 훑던 손이 무릎에서 멈췄다. 몸이 섬찟 굳는다.
- 내 소중한 거 다 줬는데도 싫다고 하니까, - 나도 유우가의 소중한 걸 받아갈 수밖에 없잖아.
한참을 끙끙거리던 네가 눈을 떴다. 걱정스레 들여다보는 내 얼굴에 내던져진 말은 욕설이 섞인 애원이었다. ...유우가랑 똑같이 얼굴을 찡그리고 말없이 손으로 이마를 한번 더 쓰다듬었다. 식은땀으로 범벅이 됐네.
"...악몽 꿨어? 엄청 소리내더라. 그만해 그만해 하면서. 그래서 깨웠는데."
무슨 꿈이었을지는 짐작도 안 간다. 내 꿈도 자고 일어나면 흐릿해지는데 남의 꿈까지 들여다볼 여력이 있을리가. 애초에 들여다볼 방법도 없고. 하지만 내내 그만해 그만해 하다가 깨고나서도, 내 얼굴을 보고서도 그렇게 말을 할 정도면... 하나 정도는 유추할 수 있지. 아니. 두 개로 하자. 하나는 내가 꿈에 나왔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꿈에 나온 내가 '그만해'라고 들을만한 짓을 했다는 것이겠지. 네 안에 있는 나는 무슨 짓을 했길래, 네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걸까.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알았어, 그만할게. 나 참 걱정해서 깨워줬더니...." "그대로 있으면 찝찝할테니까, 일단 일어나. 그리고 샤워 좀 해. 냄새나니까."
끙끙거리길래 깨워줬는데 다짜고짜 면전에 욕이 박히면, 뭐, 상대를 이해는 하더라도 나도 인간인지라 화는 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괜히 퉁명스럽게 쏘아붙이고, 두손을 들어 손바닥을 보이며 앉아있던 침대에서 휙 일어섰다. 나 참. 안 만진다 안 만져. 됐냐?
...뭐, 좀 열받는 것도 있고, 꿈에서까지 시달릴 정도인데 그런 녀석이 옆에 있으면 잠이 오겠어? 그냥 소파에 나가서 잠이나 자야지. ...열받아서 잠은 안 올 것 같지만. 대충 영화 한 편 틀어놓고 있다보면 자겠지.
/브금은... 퇴근 후에 다시 들으면서 읽어보는걸로...🫠 현생이 프리지아를 방해해서 너무 슬퍼요 따흐흑...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말을 하는 메이사. 나도 모르게 이마를 쓰다듬는 손을 뿌리치고 손으로 급하게 입을 가렸다. 실제로는 구토는 커녕 키스도 안 했을 텐데 어쩐지 입 안이 쓰고 텁텁했다. 목도 많이 탔다. 악몽을 꾸고 난 다음이 다 그렇듯이,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두려운 기분에 그러고 날을 세우다가, 꿈과는 전혀 다른 네 반응에 가드를 느슨히 했다.
꿈이 아닌가. 설마. 손바닥을 보이며 꿍얼거리곤 침대에서 일어서는 메이사를 나도 모르게 붙잡았다. 손목을 붙잡아버린 것도, 붙잡은 손이 차가운 것도 무서워서 손이 벌벌 떨린다. 한심한 꼬라지지만 그걸 갈무리할 여유도 없었다. 죽은 메이사를 두 번이나 마주한 탓에 어쩐지, 지금 메이사를 나가게 두면 또 피범벅으로 죽어있을 거 같았다.
“가지마.” “…가지 마… 여기 있어. 기다려줘.”
메이사를 당겨서 침대에 앉혀놓고는 멋대로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나가서 일단 입을 잔뜩 헹구고 물로 머리칼이 다 젖을 정도로 세수를 했다. 목덜미까지 끈적거리는 꼴이라 어쩔 수 없었다. 메이사는 샤워하라고 했지만… …욕실에 오래 있고 싶지 않았다. 뇌가 쪼그라드는 기분이라.
그리고 부엌에 가서 술을 꺼내들었다. 큼직한 병에 담긴 사케를 머그잔에 가득 채우고 좀 흐를 때까지 갖다붓고 바로 마신다. 그렇게 또 한 잔. 속이 화끈거리는데 또 한 잔 크게 따르고서야 병뚜껑을 닫았다. 잔을 들고 돌아오는데 발 아래가 울렁거린다. 빈속으로 독한 걸 마셔서 어쩔 수 없다. 안주라도 있으면 나았겠지만 지금은 취하는 게 목적이라 일부러 먹지 않았다. 뭘 먹을 기분도 아니었고.
”이제 됐어… 괘안타.”
웅얼거리며 협탁에 잔을 내려놓았다. 어질한 머리를 축 늘어뜨렸다가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리고 잔에 있는 술을 한 모금. 기분 좋게 올라오는 취기가 다시 깊게 재워줄 거 같았다. 휘청거리는 허리, 까딱거리는 머리를 메이사에게 기댔다.
“…미안. 아까 욕하고 안 씻어가.” “거지같은 꿈을 꿨거든… 이대로 오늘만 잘게. 그래도 괘안나? 괘안체?“ ”니 몸이 와 이리 찹나. 죽은 사람 같게…“
이것도 다 꿈이라 메이사가 다시 돌변할지도 모르지. 그런 불안감과 함께 메이사를 꾹 품안에 눌러 안았다. 아직도 빠르게 뛰는 심장이랑 떨리는 몸이 그런다고 가라앉기라도 할 것처럼. 마찬가지로 식은 내 몸에서 금방 온기를 받아서 따듯해질 것 마냥.
손까지 뿌리치고, 그만하라고 하길래 그만두고서 자리라도 피해줄까 했더니 이번엔 또 가지 말란다. 나 참. 뭔 꿈을 꿨길래 그러는 거야.... 뭐라는거냐며 뿌리치고 나가서 자는 것 정도야 쉬운 일이지만, 유우가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는 게 마음에 걸려서 결국 이끄는대로 침대에 다시 앉았다. 정작 그래놓고 자기는 또 나가네. 거 참.
뭐 기다리라고 했으니 금방 들어오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귀를 쫑긋 세운다. 물소리가 나는 걸 보니 샤워하러 간 건가. 하지만 샤워치고는 금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는 주방쪽으로 가서... ......물 마시는 건가?
"으, 술냄새..... 뭐야, 물이 아니라 술?"
그리고 웅얼거리면서 들어오는데, 우왓 술냄새.... 땀냄새 씻어내라고 샤워하랬더니 샤워는 안 하고 술냄새를 더해오네. 협탁에 내려둔 잔에서도, 나한테 기댄 유우가한테서도 알코올 냄새가 훅 풍긴다.
"—괜찮아. 자고 일어나서 씻으면 되니까." "알았어 알았어. 이제 자자.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자다 깨면 원래 이런 거 아냐...?"
죽은 사람 같다니 실례네. ....라고 말하기엔 욕실에서 그런 시도를 했던 전적이 있어서 딱히 반박할 수 없군..... 근데 자다 깨면 다들 이런 거 아냐? 좀 차가워지잖아. 잠이란건 죽음의 체험판 같은 거라고 누가 그랬던 거 같은데.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보면 유우가가 나를 장아찌마냥 꾹꾹 눌러서는 품에 담는다. 키가 줄어든다고 불평이라도 해줄까 싶었지만, 전력질주라도 한 것처럼 뛰는 유우가의 심장과 아직도 떨리는 몸이 신경쓰여서 그만두기로 했다. 대신 팔을 뻗어 유우가의 등에 두르고 천천히 토닥인다.
"괜찮아, 괜찮아...." "그냥 꿈이잖아. 원래 꿈은 반대래. 그러니까 너무 신경쓰지마."
무슨 꿈인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반대니까 괜찮다고 말해도 되려나. 그래도 뭐, 악몽이라면 반대인 편이 좋겠지. 그렇게 토닥이다보면 나도 졸려와서, 스르르 눈을 감게 된다... 아직 잠들진 않았지만.
곧잘 듣던 말이다. 그렇게 이상할 건 없다. 하지만 왤까, 이런 꿈은 반대인 게 좋은데. 네가 죽고 날 괴롭히는 꿈 같은 건 하나도 안 이뤄지는 편이 좋은데. 목에 티끌 하나가 걸린 것처럼 불편했다. 그런 꿈은 하나도 좋을 게 없는데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도닥거리는 손길에 안심이 되다가도 그런 작은 불편함 하나에 골몰하게 된다.
눈을 감은 널 내려다보다가 조용히 속닥였다.
“내 꿈에 니가 나왔다.”
떠올리면 심장이 꾸득거리며 쪼그라드는 것만 같다. 진짜 물리적으로 아픈 것 같다는 착각도 든다. 어쩌면 정말로, 정말로 아플지도. 그야 죽기 직전인 사람을 보는 건 그 때가 처음이었으니까. 피에 떡이 되도록 맞아도 사람이 쉽게 죽지는 않는데, 넌 약으로 속부터 바깥까지 조져놨으니 정말 죽을 거 같았다. 만졌을 때도 정말 싸늘했고. 처음에는 기도에 토가 고여서 숨도 잘 못 쉬고 있어서 정말로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어지간히 충격으로 다가왔던 모양이지. 결국 그런 꼴인 메이사가 꿈에 나와서… 떠올리니 얼굴이 빨개진다. 아니, 이런 거 절대 못 말하지. 미친 사람 취급이겠지. 나도 꾸고 나서 당황스러웠는데 듣는 입장은 어떨까. ‘네가 내 꿈에 나와서 이거도 하고 저거도 강제로 해버렸어’ 라고 듣는다면. 이대로 내 목 졸라도 할 말 없다.
아 젠장, 역시 안되겠어. 생각이 너무 많다. 갖고 왔던 술도 그냥 마셔버렸다.
”…근데 꿈에서 니가 죽어있었다이가. 그때처럼.“ “왜 그딴 꿈을 꾸는지 내도 모르겠다. 근데 꾸니까 참말로 무서운 거야. 니가, 그렇게…”
다시 메이사를 꼭 껴안고 내려다 보고 있노라면, 아까 불편했던 게 뭔지 알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이젠 머리가 멍해서 생각이 안 되는데. 그렇게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가 고개를 떨궈 곧이라도 입맞출 것처럼 가까이 갔다.
그래, 반대라니까. 그렇게 말하려다가 속닥이는 목소리에 잠시 멈췄다. 내가 나왔다고, 아니 뭐. 그야...
"그래, 내가 나왔겠지. 깨자마자 면전에 욕부터 박아서 싫어도 알겠더라." "대체 꿈속의 내가 뭔 일을 했길래."
깨자마자 욕과 함께 제발 그만하라고 애원하는 걸 보면 누구라도 알아챈다니까. 오히려 모르는 쪽이 이상한 거라고. 눈은 감은 채로 작게 코웃음쳤다. 뭐 그것도 그 뒤에 이어진 말에 뚝 그쳐버렸지만.
".....흐음."
아, 그렇구나. 얼마 전에 있던 그 일 때문인가. 될대로 되라고, 이제 나도 모르겠다고 자포자기하고 네 소원대로 더는 엮이지 않게 해주겠다는 생각으로. 하지만 마지막으로 너한테도 끔찍한 기억 하나는 남겨주겠다는 못된 심보도 한 티스푼 넣어서 충동적으로 해버렸던 그거 때문이네. 본래 목적은 훌륭하게 실패해버린 주제에, 끔찍한 기억 하나는 제대로 남긴 모양이다.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네.
".........면목이 없네." "결국 나때문이잖아....."
꼭 껴안아오는 유우가의 등을 느릿하게 쓸었다. 면목은 없지만 그래도 어쩐지, 고개를 들어 유우가를 봤다. 유우가도 나를 보고 있었다. 시선 사이의 거리가 점점 좁아지고, 유우가의 얼굴은 한층 더 가까워진다.
…그래. 내 꿈의 메이사와 현실의 메이사는 이런 느낌으로 다르다. 좀 더, 뭐랄까. 그래.
자기 탓을 하지. 꿈에서의 메이사는 결국 내가 메이사의 탈을 쓰고 하는 말. 타인에게 들었던 비난과 내가 스스로에게 하는 비난을 모두 모아 예쁘게 빚어놓으면 그런 메이사가 된다. 창백한 낯빛을 하고서 실실 웃는 메이사.
덕분에 여기가 현실이라고 제대로 알았다. 그래서 안심했다. 현실의 메이사가 내 등을 쓸어줘서. 미워 죽겠어도 차마 안쓰러운 사람을 밀어내지는 못하는, 다정한 녀석이어서. 그래서 조금 더 이 다정함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꿈에서의 내가 말했던 것처럼, 다시는 느끼지 못할 무조건적인 애정을. 넌 어차피 내 최악인 부분을 다 겪고 봤는데 이제와서 자존심 한 번 상한다고 뭐 대수인가.
고개를 떨궈 이마를 맞댔다. 식은땀에 잔뜩 적셔졌던 이마와 메이사의 이마가 맞닿아 이도 저도 아닌 미묘한 체온의 교환만이 이뤄지고 있다. 따듯하지도 차갑지도 않지만, 닿아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서 느긋하게 눈을 감았다.
그렇게 조금 있다보니 메이사도 눈을 감은 채고, 나도 아까보다는 한참 상태가 좋아졌다. 취기는 여전하지만 심장도 편안하게 뛰고 체온도 따듯해졌다. 무릎은 여전히 시큰거리지만 견딜 만 하다.
메이사와 나는 닮았다. 남 앞에서는 입을 꾹 다물다가 그 울분은 다 자기자신에게 향하고. 허용량을 초과하면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 다치게 만드는 그런 종족들이다. 어쩌면 네 꿈 속에서는 실실 웃는 내가 널 비난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지. 그 놈에게 네 엄마한테나 가서 말하라며 무시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넌 그러지 못할 거야. 착하고 다정한 애니까.
이제야 티끌처럼 거슬리던 부분을 알았다. 난 차라리 메이사가 내 탓을 해주길 바란 거다. 꿈에서처럼 매섭게. 클래식 시즌의 맹랑하던 너처럼. 내가 망치기 이전의 너로 돌아가줬으면 한 거지. 살아있는 채로.
”내는 니를 이렇게까지 망칠 생각이 없었는데…“ ”메이사 니가 행복했으면 해서, 그래서 상경한 건데.“
손끝으로 머리칼을 건드려본다. 예전과는 달리 푸석거리고 갈라진 짐승같은 머릿결. 몸의 온갖 고생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증거 중 하나. 이런 거라도 만질 수 있어서 좋지만, 그냥 매끄럽고 좋은 결인 채로 츠나지에 있을 수는 없었던 걸까.
“왜 따라온 거야?”
내가 메이사를 더럽혔다. 망쳐버렸다. 당당하고, 멋있게 달리고, 답지 않게 어른스러우면서도 순진한 구석이 있던, 그런 일등성을. 내가.
”왜 안 돌아가는 거야.” “나랑 있는 게 죽을만큼 싫으면서…”
목소리가 취기로 떨렸다.
“내는 니가 있어서 좋은데. 다시 이렇게 안을 수도 있고 같이 있을 수 있어서 좋은데.” “내가 행복하면 니가 힘든 거 같다.”
이마와 이마가 맞닿는다. 물기가 가득한 네 앞머리가 축축해서 그렇게 툭 중얼거렸다. 하지만 떼어내고 싶진 않아서, 뭐랄까... 그냥 이대로 있어도 좋으니까. 미지근한 체온을 나누며 너도, 나도 눈을 감았다. 전력질주를 하던 것 같던 심음도 많이 가라앉았고, 혹시 이대로 잠든 건가 싶었는데.... 갑자기 영문을 모를 소리를 꺼내서. 슬쩍 눈을 뜨고 유우가를 봤다.
그러다보면 서슴없이 물음이 날아든다. 왜 따라온 거냐고. 왜 안 돌아가는 거냐고. 같이 있는 게 죽을만큼 싫으면서 왜냐고.
.....느릿하게 눈을 꿈뻑였다. 내가 행복했으면 해서 상경했다고 했다. ...바보같아. 나는 유우가만 있으면, 그러면 충분히 행복했는데. 너야말로 내가 싫어서, 지긋지긋해져서 떠났던 거 아니냐고.....
".......유우가랑 같이 있고 싶으니까." "유우가랑 같이 있는 거... ....싫어한 적 없어...."
"....유우가야말로, 내가 싫어서 떠난 줄 알았는데."
정말로 좋아했는데, 항상 밀어내고, 선을 긋고. 그러다 마지막엔 편지만 두고 가버렸으니까. 말도 없이 사라졌으니까 분명, 나 같은 건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다. 지긋지긋해서, 나도 츠나지도 지긋지긋해져서 떠나버린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앙에서 마주친 첫날부터, 전부 네탓이라고, 네가 날 이렇게 만들었다고 비아냥거렸는데 갑자기 집에 끌려오고. 같이 살게 돼서 어리둥절했었고.....
"나 같은 거, 지긋지긋해서 떠났는데." "중앙까지 찾아와서 귀찮게 구니까 분명, 더 싫어졌겠지...하고....."
하지만 내가 있어서 좋다고, 다시 안을 수도 있고 같이 있을 수 있어서 좋다고 해서... ......어쩌면 술기운에 그냥 하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래도 좋아.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자는 줄 알아서 취기 섞인 말을 아무렇게나 뱉었는데 답이 돌아와서.
"자."
순식간에 홍당무처럼 빨개진 얼굴이 화끈거리고 맞댄 이마가 불타다시피 뜨겁다. 목까지 새빨개져서 목덜미의 핏줄이 두쿵거리는 게 느껴진다.
"자는 거." "아니었어......?"
나는 자는 줄로만 알고 말했는데. 맨정신이었으면 절대로 하지 않을 말이었지. 메, 메이사가 있어서 좋다니... 아니 거짓말은 아니고 마음에 없는 소리도 아니긴 하지만. 그. 그게. 부끄럽잖아. 다 큰 어른이 애 껴안고 하는 이야기가 그런 거라니까.
"아니. 나는, 그, 그게."
그러고 나니 얼굴이 가까운 것도 느껴져서 이마를 떼고 거리를 확보한다. 그래도 충분히 가깝다. 몸은 이미 포옹으로 맞닿아있고 서로의 심박까지 집중하면 들릴 정도였으니. 나는 생전 느껴본 적도 없는 수치심에 입을 벙긋거리다가 가까스로 눈만 들어 메이사를 마주본다. 술이 확 깬다. 젠장. 젠장. 난 정말이지 입이 방정이야.
"......싫... 은 건 아니야. 그, 근데."
좋아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했던 이야기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건 진심이니까. 어쩐지 메이사의 분위기도 누그러진 느낌이었고.
"......안 자는 줄 알았으면 안 말했지..."
젠장. 마음에도 없는 좋아한단 말을 하는 것보다 이게 더 부끄럽다. 어쩌면 조카보다 더 마음을 할애했을,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애한테 같이 있어서 좋다고. 행복... 하... 행복하다고 말을... 어떻게 하냐고.
잠잠해졌던 유우가의 가슴께가 다시 전력질주라도 하듯 뛰는 소리가 들려서 귀를 한 번 파다닥 털었다. 얼굴도 완전 새빨개져선, 갑자기 뜨거워지기 시작한 이마도 팟하고 떨어져서 거리를 벌리지만... 글쎄, 이미 심장소리가 들릴만큼 붙어있어서 의미 없을 것 같은데. 그나저나 자는 줄 알고 말했다고? 그럼 깨있을 땐 절대 말 안하려고 했단거야? 그렇게 생각하기가 무섭게
- 안 자는 줄 알았으면 안 말했지....
라는 말이 들렸다. .....하아? 불만 가득담아서 유우가를 노려본다.
"뭐야 그게. 자는 척 안 했으면 평생 못 들었겠네?" "근데 어쩌나? 이미 다 들었는데~"
뭐, 그것도 잠시였고. 예전처럼 히죽 웃으면서 놀리듯 말했다. 아니, 놀리듯이 아니라 놀리는 게 맞다.
"얼굴도 완전 새빨개졌잖아💕 허접이네, 유우가. 중앙에 와선 완전히 달라져서—"
맞아, 완전히 달라져선. 계속 화만 내고, 억지로 토하게 하고 소리지르고, 잘 웃지도 않았고. 익숙하던 담배냄새도 없어졌고, 집은 말끔해지고, 왼손엔 못 보던 반지도 생겨있고. 그래서.... ....츠나지에 있을 때의 흔적은 전부 없어졌다고... ...내가 아는 유우가는 이제 없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요란한 츳코미. 마치 츠나센 시절로 돌아간 듯 하다. 거의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린 메이사가 그런 말을 하니까 어쩐지, 나도 조금은 변했지. 응, 조금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억울해진다. 아니, 아무리 봐도 네가 더 변했잖아!
"너야말로 이제 사이드테일도 안 하고 귀도 맨날 축 처져있고 눈도 죽은 생―" - 그럼 됐어, 그걸로.
라며 내 품에 머리를 콩 박는 메이사. 고개를 틀어 이마를 부비면 목덜미까지 머리카락이 간지럽혀온다. ...이거에는 아무리 나여도 츳코미를 걸 수 없었다. 시니어 시즌의 메이사랑 똑같았으니까. 예전의 메이사도 츠나지 쓰레기통 어딘가에 버려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제대로 남아있었다.
뭐랄까. 지금만큼은, 메이사가 하는 말의 의미를 딜레이 없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됐어, 그걸로. 그렇게 말한 의미를. 어떤 기분으로 말했는지를. 나도 그럼 됐다는 기분이니까. 부끄러워서 죽고 싶기야 하지만 이런 순간이 내 품에 안겨들어온 것만으로... 그래, 아무래도 좋다는 기분. 이거로 충분하다는 느낌.
......행복하다. 부끄러운 이야기를 해서 이런 순간을 선물받을 수 있다면 몇번이고 하겠다. 남는 장사라는 생각까지 든다.
"......안 달라졌어." "나, 나는 네가... 그때나 지금이나 제일 소, 소중하고... 가족보다 더 가족같고. 필요하면 늘 네 편일 거라고." "토하게 만드는 것도... 밥 먹으라고 잔소리 하는 것도. 그냥, 다른 것들도 다. 다 너랑, 그, 읏... 너랑오래같이있으면좋겠어서! 그, 그래서 그런 거란 말이야." "츠나지를 떠난 것도 그래서였다고......" "메이사 네가 나랑 있으면서 너무 목매는 거 같고, 안 좋은 영향을 받고 그러는 거 같아서..."
얼굴을 볼 수 없게 위를 보면서 말한다. 지금 내 목덜미도 가슴팍도 분명 엄청 화끈거리겠지. 꼴불견으로.
"......네가 그런식으로 날 잡아두려고 하는 게 싫으니까. 널 위해서 사라져준 거라고." "난 전부 너를 위해서... 그랬던 거야." "난 변한 거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