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시즌에 나를 처음으로 이곳에 데리고 와서 견학시켜준 사람. 나의 담당으로 사바캔부터 마구로 기념, 그리고 시니어 시즌까지 함께했던 트레이너. 시니어 시즌 겨울에 아무런 말도 없이 편지만 남기고 떠나버린 사람.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 situplay>1597038191>1 히다이 유우가 situplay>1597038191>2 메이사 프로키온 situplay>1597038191> situplay>1597039238> situplay>1597041174> situplay>1597044204> situplay>1597046156> situplay>1597046776>
습니다?! 방금 습니다체를 쓴 거야!??! 여보!? 우리 부부라고?! 부부사이에 그런 벽 세우는 어미 나는 싫다고 젠장!! 아! 괜히 겁줬어 진짜! 젠―장―! 이, 이런 기분으로는 셔츠만 입어도 전혀 ... 전혀 좋은 느낌이 안 된단 말이다. 만회, 만회를 해야만...!
그렇게 내가 두뇌풀가동을 하는 동안 아내는 위장풀가동. 엄청났던 음식을 다 해치웠다. ...잘 먹네. 입맛이 여전한 거 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큰 문제는 아니...었...
꼬리!! 꼬리 아직도 축 늘어져 있다고! 큰 문제 맞잖아 젠장...!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내는 또 말을 걸어오는데. 맛...? 몰라. 초반엔 맛있었던 거 같은데 중반부터는 아내 놀려먹느라 맛을 신경 안 썼고. 후반에는 무슨 맛이었는지도 모르고 집어먹기만 했다. "어, 어어. 괜찮더라." 라고 대답은 했지만 이거 어딜봐도 마음의 벽을 느낀 사람의 대답이잖아...
결국 한참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말했다.
"...여보. 애 이야기 말인데." "너무 신경쓰지 마. 실수는 둘째치고 나도 애 만드는 건 싫지 않으니까. 사실은 그냥 당신이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이랑 결혼 당해가지고, 쫓기듯이 애 만드는 게 싫어서 그랬어." "나 그렇게까지 쓰레기는 아냐..."
젠장, 이런 말 하는 건 내 전공이 아니라고.
"......그래도 진짜 사람 일 모르는 거니까. 실수하고 싶지 않은 것도 조금은 있지. 있는데, 안 하려고 노력은 할 거야." 안 껴버릇하던 걸 끼라니 싫기도 하고. 술 꼴으면 습관적으로 안 챙길 게 뻔하고. "어쨌든 우리 앞으로 계속 같이 살 거고, 지내다 보면 또 모르지, 사랑해서 진짜 사랑의 결실을... 아 젠장, 아무튼 그걸 만들고 싶을지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떨떠름한 느낌의 대답이 돌아와서 살짝 쓰게 웃었다. 뭐어, 어쩔 수 없나. 그러면 다 먹었겠다, 슬슬 일어나서 바다로— 아니, 어쩐지 놀 기분이 전혀 아니게 됐으니까 그냥 숙소로 가자고 할까. 으음... 그치만 수영복도 샀고 바다에 가자고 해서 일부러 유우가씨도 쉬시려다 나오셨으니까... 바다에 발이라도 담그러 가야하는 거 아닐까.... 그렇게 잠시 고민에 빠져 입을 다물고 있다보면, 유우가씨의 말이 들렸다.
"네...?" "...아, 그 그게...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너무 성급하게 말을 꺼낸 것 같고, 그, 조급했던 것 같고...."
그, 그냥... 막연하게 부부니까,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도 있고. 이런저런 사정 생각도 안하고 그냥 조급해졌던 건 확실히 내 잘못이고 하니까. 근데, 사랑의 결실이란 말 꺼내기 힘들어하는 건 좀 신선한 모습이네. 부끄러워하는 걸까, 아니면... 아, 아니. 전자로 생각하자.. 긍정적으로!
"...후후, 지금 뭔가 엄청 드라마에 나올 법한 장면 같았어요." "알겠어요. 저도 노력할게요."
유우가씨를 정말로 좋아하게 되도록. 그리고 유우가씨도 나를 좋아하게 되도록? 서로를 잘 모르는 상태로 부부가 되었으니까, 좀 더 노력해야겠지.
"그럼— 이제 어떡할까요? 놀기에는 시간이 좀 늦어진 것 같은데... 아쉽긴 하지만요..."
음~ 해는 아직 떠있지만 꽤 기울었고, 바람도 말이지. 꽤 선선해진 느낌이 든다. ...묘하게 구름이 좀 많아진 걸 보면..... 내일은 비가 올지도 모르겠는데. 오키나와는 은근히 날씨가 변덕이 심하다고 했으니까, 걱정되는걸....
드라마라니 젠장. 고개를 돌려서 부끄러운 속내를 감춘다. 아가씨한테 드라마 압수해야지 안 되겠어. 요즘은 TV뿐만 아니라 OTP다 뭐다 하는 거 때문에 드라마 너무 많이 보게 된다고. 남은 진지한데 드라마래. 아내만 아니었어도 핵꿀밤이었어 이건.
...애초에 아내 아니었으면 이런 말을 할 일도 없었겠지만. 계약 결혼의 존재를 알게 되기 전까지는 팔자에도 없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되다니. 이런 말을 내가 하게 될 날이 오다니...
- 그럼 이제 어떡할까요?
내 신세를 한탄하고 있으려니 아내가 질문해온다. 하늘을 보면 이제 슬슬 해가 '퇴근시간 30분 전이다 아자~' 하고 있고. 훅 불어오는 바람이 아까보단 싸늘하다. 기분 딱 좋을 온도긴 하지만.
"바다에 발이라도 담그고 갈까? 기껏 예쁘게 수영복까지 입었는데 그냥 들어가면 섭섭하잖아." "그러고보니 우리 숙소 밖에도 수영장 있더라고. 3분 걸으면 스파도 있댔고. 거기 가도 괜찮긴 해."
그래도 역시 바다지? 생각하며 셔츠 소매를 접어올린다. 슥슥 올리다가, 팔뚝의 거뭇한 문신이 보일듯 하자 한쪽은 약간 내려놓았다. 일단 신발도 벗어둘까. 바지도 좀 걷고. 구두랑 양말을 벗어 손 한쪽에 들고는 아내 뒤를 따라 모래사장을 사박사박 걸었다. 발가락 사이로 모래가 들어오는 게 신선한 기분이었고, 앞서 걷는 아내의 꼬리가 아까보다는 살랑거리는 게 보기도 좋았다.
...좋은 느낌의 저녁이네.
"물에도 한 번 들어가볼래?"
...그렇게 말한 걸 후회하게 될 줄은 몰랐지. 슬슬 밀물 때고 파도의 수위도 높아져서 쫄딱 젖은 월남쌈 야쿠자가 될 줄 누가 알았겠어.
들어가기 아쉬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사실 귀랑 꼬리 때문에 눈치채긴 쉽겠지...슬프다) 바다에 발이라도 담그고 가잔 말을 해주는 유우가씨. 그런 유우가씨를 보며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앞장서서 가벼운 걸음으로 모래사장을 걸었다. 샌들 사이로 모래가 사락사락 들어왔다가 나가기를 반복한다.
"좋네요~ 숙소 수영장도 꼭 가보죠! 스파도! 그러고보니 안 간지 꽤 됐구나아~"
그렇게 신나고 들뜬 걸음으로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거기엔 구두와 양말을 벗고 소매도 걷어올려서 바다 모드가 된 유우가씨가 보였다. ...사실 바다 모드라고 하기엔 좀 그런가. 일하다가 잠시 바다로 도망쳐온(...?)직장인 같기도 하고. 아무튼, 같이 모래사장을 걸으며 어울려준다는게 조금 기뻐서, 잠시 멈춰서 기다렸다가 발을 맞춰서 걷는다.
"음~ 살짝 추울 것 같지만.... 숙소도 가까우니까 괜찮겠죠. 안 들어가면 좀 아쉬울 것 같고." "유우가씨는 발만 담그실거죠? 어디... 이쯤이면 파도도 발까지만 올 것 같은데요——으왓?!"
츠나지 해변가를 놀이터 삼아서 자랐으니, 이 정도는 보기만 해도 안다고. 그렇게 혼자 속으로 자랑스러워하고 있는데. ....맞다. 밀물 때구나. 그리고 오키나와는 츠나지보다 파도가 높은가...? 그것까진 모르겠지만 일단, 일단... 예상보다 파도가 높고 거세서, 발이 아니라 전신을 흠뻑 적실 정도의 파도가 우리를 덮쳤다.
아니 진짜로, 예상 외의 사태야 이거.... 정말 쫄딱 젖어서, 앞머리가 푹 가라앉아 시야를 다 가려버린 상태가 되어버렸다. ....어깨에 얹힌 이건.... ....다시마 조각인가... 이름모를 해초 조각이..... 전혀 대비하지 못하고 젖어버린 것도 있고, 바람도 선선해진 것도 있고... ....앗, 조, 조금 덜덜 떨어버릴지도...
"...........유, 유우가씨이... 괜찮으세요...?" "....햣......"
엉겨붙는 앞머리와 이름모를 해초를 치우고 유우가씨 쪽을 보자, 거기엔..... 물에 젖어 달라붙은 셔츠.. 우왓, 분위기 야바.... 어쩐지 두근두근해버릴거 같아...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눈길을 사로잡는 셔츠 아래의 거뭇한 무, 무, 문신........ 두근두근(부정적)해버릴거같아.... 내적비명이 금방이라도 입으로 튀어나와버릴 것 같아......
내, 내가 그런 눈으로 봤다고! 황급하게 눈을 가리고(손가락 사이를 살짝 벌려두긴 했지만) 후다닥 변명을 꺼냈다. 그리고 남편이 알면 슬퍼하겠다니! 당신이 그 남편이잖아요!!! 근데 손가락 사이로 보던 것도 들켜버렸다. 그래서 그냥 손을 내리고.. 다시마를 치우면서 당당하게 보기로 했다. 햣!!! 셔츠 벗었어!!!
...그, 근데.... 문신이 조금 끊겨 있는 구간이 꽤 많다. 옆구리랑 배에 난... 흉터 같은 것들이다. 저렇게 흉이 질 정도면 꽤 깊거나, 심하게 다쳤던 거 아닐..까....
"....흉터가... ....많이 아프셨겠어요...."
물론 문신도 아프긴 하겠지만(안 해봐서 잘은 모른다) 바늘로 찌르는 것보다 칼에 베이고 썰리는 쪽이 더 많이 아프고 회복도 오래 걸릴테니까. 으, 보다보니까 내 배라던가 옆구리도 아픈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배를 감싸고 살짝 찡그린 표정을 지어버렸다. 사실 이미 다 나아서 새 살이 돋은 거겠지만, 그래도 어쩐지 말이지.
"....평소에도 그렇게, 그, 자주 다치시나요?"
평소에도 그렇다면 나, 응급처치법이라도 배워두는 게 좋을까.... 병원을 가는 게 우선이겠지만, 배워둬서 나쁠 건 없겠지. 현역이던 시절에도 나름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배워둔 건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마무스메의 부상은 자상과는 거리가 좀 멀어서. 보통은 염좌, 탈구, 골절, 타박상 같은 경우가 많으니까. 날카로운걸로 베이는 건.... ....음.... 그다지 없지? 역시 좀 배워둘까.... 옆구리에 있는 흉터를 한번 더 슥 보고서, 바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셔츠를 들추고 내려다보면 꽤 이것저것 있긴 하다. 고등학생 때부터 문신이 있었고, 성인 되자마자 야쿠자로 구르고 살았다보니 그렇다. 두목의 아들이라 비교적 유한 일만 맡아왔는데도... 아니, 오히려 두목의 아들이라서 더 당한 걸지도.
"아냐 아냐~ 이거 다 젊을 때 당했던 거고, 이제는 와카가시라니까 이런 고생 할 필요 없지. 이것도 막상 아프지 않았어. 뭐냐. 아레드날렌? 인지 뭔지. 그거 나와서 그런가."
"걱정해주는 거야~?"
자기가 아픈 것마냥 배를 꼭 잡고 찡그리고 있다. 그게 좀 기특했다. 가족들은 그런 게 일상이니까 의외로 전혀 걱정해주지 않는다. 내가 중환자실에 실려가도 "그래서 죽었대?" 부터 물을 작자들이지. 가족이 죽는 것도 일상이라 그래. 나도 아마 그럴 거라 이해는 하지만, 그래서 섭섭한 부분이 있었는데.
흉터 좀 봤다고 이렇게 구는 내 가족이 있다니 좀 기쁘다. 바다를 보고 있는 아내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여기 좀 봐, 여보."
아내의 손을 잡고 가슴팍 위에 올려놓는다. 손을 겹친 채로 천천히 밀고 내려갔다. 짧은 시간인데도 손이 빠르게 화끈거리는 게 느껴진다.
"자, 만져보니까 알겠지? 하나도 안 아프고 한참 옛날 것들이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이제 험한 일이라곤 우리 와이프 입에서 군말 안 나오게 하는 거밖에 없으니까 말이지. 걱정하지 마."
역시 귀여워. 새빨개진 아내를 꼬옥 껴안고는 머리에 쪽 입맞췄다. 이렇게 착한 아가씨한테서 불만이 나오면 죽어야지. 응.
"당연하죠. 보기만 해도 아플 것 같은 흉터니까...." "그리고, 저어... ...이제 가족이니까요.... 당연히 걱정한다구요."
그래. 생판 남이라면 그냥 잠깐 찡그리고 '저런...' 하고 말고, 적당히 아는 사이라면 '아프겠다' 까지는 생각하겠지. 하지만 진짜 내가 다친 것처럼 배를 잡고 찡그리고까지 하는 건, 알게 된 시간은 짧아도 유우가씨가 아는 사이가 아닌 가족이란 카테고리에 들어가있어가 아닐까. ...어쩐지 부끄러워서 고개를 돌리고, 그렇게 바다를 보다가 여기 좀 보라는 말에 고개를 돌렸다. 조심스럽게 잡아오던 손은 어느새 내 손을 이끌어 가슴팍 위에 놓고 있었다. 엣, 헷, 자 잠깐?!
손을 겹친 채로 쭈우욱 아래로 천천히 내려간다. 자신의 것과는 전혀 다른, 단단함이 느껴지는 촉감에 머, 머리가 과부화 될 것 같아아아아!!! 완전히 새빨개졌다. 조금 전에 젖었던 게 바싹 말라버리는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얼굴이, 아니 전신이 화끈거리는 것 같아. 으, 으으으.....
"으, 으으... 네에...."
새로 돋아나서 조금 우둘투둘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흉터자국들은 이미 아문지 오래. 만져보니까 확실히 알겠다. 사실 만져보지 않아도 알긴 알지만. 전부 옛날 것들이니까, 앞으로는 이런 상처가 생길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역시 가족이 다치는 건 마음이 아프니까.
"저기, 이제 슬슬 들어갈까요..? 몸이 너무 식어도 안 좋을 것 같고, 더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옷이 마를 때까지 밖에 있으면 분명 감기에 걸릴 테니까. 슬슬 돌아가는 게 좋을지도. 슬쩍 유우가씨의 손을 잡고서 돌아가자는 말을 꺼내본다.
역시 아내를 놀리는 게 제일 재밌어. 응. 최고다. 인생 만족도 120%가 드러나는 상쾌한 미소를 지었다. 와이프는 이미 따끈따끈하고 걸친 옷도 좀 마른 상태지만, 나는 아직 축축해서... 바닷바람이 불어오면 좀 춥다. 티는 안 내지만. 해도 슬슬 져서 어두워지고 있고.
"좋아, 들어가자." "저녁밥은 안 먹어도 돼? 아까처럼 엄청 큰 소리 나기 전에 미리 먹어두지 그래."
하면서 놀리기도 하고.
"아니면 남편의 수제 요리는 어때?" "컵누들이지만."
라면서 기대감 줬다가 뺏기도 하고. 그렇게 장난치면서 숙소로 들어왔다. 그러고 나니 아내가 긴장이 풀렸는지 좀 피곤한 눈치여서... 어쩔 수 없지, 아까 셔츠가 젖어버렸으니까 이번뿐입니다. 하고서는 벌칙은 내일로 미루기로 했다.
내일은 셔츠만 입은 와이프 껴안고 잔뜩 놀려야지. 비도 올 거 같으니까 흉터가 쑤신다고 구라도 치고 간호나 좀 받아볼까나. 그런 응큼한 계획을 세우는 저녁이었다.
(*막레입니다~ 😌 지금까지 일상중에 메이사를 가장 많이 놀려댄 일상 아닐까 싶네요... 메슥가키 역전 세계선일지도...)
🙄 "..." 🫠 "뭐~ 그렇지~" 😏 "저 녀석 어릴 때부터 나 따라하는 걸 좋아했거든. 저 넥타이도 봐, 본 기억 있지? 저번에 OO씨 결혼식에 내가 하고 갔잖아." 🙀 "어! 정말 그러네요?" 😏 "봐봐, 벨트도 똑같네." 🙀 "지... 진짜요." 😏 "그러니까 닮게 느낀게 착각이 아니야. 진짜 닮았거든. 여보는 눈썰미가 좋네~"
하면서 다 들리게 티배깅하겠네요 😌 이런 식으로 서열 찍어누르는 짓에 당해서 유우가에 대한 열등감이 깊겠지 생각했어요 멧쨔를 낼름낼름한 것도 메이사 앞에서 이런 망신을 당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메이사 생일마다 약혼자가 보내오는 의문의 선물들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신혼여행 끝나고 보니 메이사 생일이 근처라서 선물 고민하다가 원하는 거 있냐고 물어보는 유우가가 보였습니다 뭔가 부끄럽지만 스낵바 아가씨들 조언만 듣고 고르기보단 진짜 아내가 좋아하는 걸 사주고 싶어서...🤭 이히히...
야쿠자 에유... 순애력 진짜 크잖아...🙄 사실 일상하면서도 유우가가 진짜 멧쨔한테 헤롱헤롱 벌써부터 감겨있어서 완전 완전이었다구요... 근데 이제 가족보다 자길 소중하게 여겨주니까 유우가 인생 망해버렸어... 🙄🙄 아내가 죽어달라고 하면 죽어주는 수밖에 없는wwwwwwwww
중앙의 여름은 츠나지보다 덥고, 빠르게 찾아왔다. 6월 초인데도 벌써 습하고 후덥지근한 공기가 가득해서 숨이 막힐 지경이다. ...츠나지는 그래도 아직 선선할텐데. 탁 트인 해안가가 없어서 그런지 더 숨막히는 느낌이다. 그런데다가 새로 배우는 트레이너 일이라던가, 이런저런 것까지 해서 정신도 없고. 뭔가 지친단 말이지....
"...하아..... 죽겠네..."
교원 자격 없이 단순히 트레이너로만 일하는데다, 아직 제대로 된 담당도 없는 나는 유우가에 비하면 퇴근이 빠르다. 후덥지근한 공기, 따가운 햇볕을 이겨내며 먼저 돌아와서는 대충 손발 씻고 에어컨을 틀고 소파에 대자로 누워있었다. 움직이면 더우니까 최대한 에너지를 절약하는 거지.. 요즘은 더워서 담배 피우러 나가기도 힘들다. 의도치 않게 줄이게 된달까.... 아— 생각하니까 땡기네. 하지만 나가면 더워... 역시 그만두자...
그렇게 누워서 뒹굴뒹굴. 동거인이 있다면 한심하다는 눈빛을 받을 정도로 누워서 시간을 보내다보면 저 멀리서부터 가까워지는 발소리, 번호키 누르는 소리,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차례대로 난다. 아, 봉투가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장이라도 봐 왔나 보네. 냉장고가 비어있었던가.... ....여기 와서는 주방에도 잘 안 서고, 그냥 해주는 대로 먹고 자고 지낼 뿐이라서 몰랐지. 그리고 알았어도 오는 길에 장을 봐서 온다는 기특한 생각도 사실 안 했을 것 같고. 계속 누워있긴 좀 양심이 찔리니까,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인기척을 좇아 주방으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왔어? ....뭐야 이거."
정리중인 식재료들 사이에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다. 등을 돌린 채로 냉장고에 이것저것 넣고 있는 유우가를 향해 툭 던지듯 말했다. 감자, 양파, 당근 뭐 그런 야채들과 생활용품들 사이에 이질적으로 보이는, 딱 봐도 어디 베이커리에서 사온 것 같은... ....조각 케이크가 담겨있을법한 그런, 박스가.....
".....단 거 별로라고 하지 않았어?"
나도 모르게 한 손을 들어 입가를 더듬었다. ...그래. 케이크가 아니라 그냥 다른 디저트일수도 있지. 푸딩이라던가, 쿠키라던가. ..하지만 유우가는 단 거 별로 안 좋아했을텐데.
메이사는 어떻게 생각할런지 모르지만, 나는 메이사를 제법 좋아한다. 아니 이성적으로서가 아니고 인간적으로. 그야 그럴 게, 도쿄로 올라와서 혼자 지내는 1년이 제법 쓸쓸했으니까. 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고, 그런 소중한 것들이 다 모여있는 츠나지를 박차고 올라왔지만 마음의 준비는 전혀 안 돼있었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새 인연을 만들기엔... 이전의 실수를 되풀이할까봐 사리게 됐고. 그래서 의도치 않게 나는 관서녀석이라곤 보기 어려울 정도로 찬바람이 쌩쌩부는 캐릭터가 되어버렸다는 건데.
성가시고 손 많이 가긴 해도 마음 줄 곳이 생겼다. 속도 많이 썩었지만... 어쩐지 낡아빠진 메이사에게는 이전보다 더 마음 편하게 이거저거 챙겨줄 수 있었다. 저쪽도 날 좋아하지 않을 테니까 더욱이 그렇고.
둘이 물리적인 거리만 가까워져도 싫어 최악이야 너같은 거 이젠 보기도 싫어 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난 그런 메이사여도 마음을 쏟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싫어할 짓을 잔뜩 해버린 주제에 좋은 이야기는 바라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게 마음처럼 되는 일인가. 아닌 것 같아도 은근히 속으로는 어떤 보답이 오길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조각난 체르탄을 답지도 않게 꿰매고, 평생 가보지도 않을 디저트 맛집 카페에서 어느게 잘 나가느냐고 물어보기도 하면서,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오늘을 맞이했다.
메이사가 그 생일 케이크를 발견했을 때 이렇게 답한 건, 때가 됐을 때 좀 더 놀라줬으면 해서였다는 거다.
"......약간 바뀌었어. 땡길 때가 종종 있더라고."
빠르게 식재료 정리를 끝내고 문을 쾅 닫았다. 닫는 손에는 미스미랑 맞춘 커플링이 끼워져 있었고. 그걸 물끄러미 보는 시선을 의식하지 못한 채 서프라이즈를 위해 답지도 않게 둘러댔다.
"전에 한 번 갔는데 맛있더라고. 추천받았을 때는 그래도 단 거 별로다 싶었는데 너무 달지도 않고 과일도 신선해서. 전에 미... 누구랑 같이 갔을 때는 파운드 케이크였는데 그냥 케이크도 괜찮을 거 같았거든."
취향이 바뀌었다고 대답하는 유우가의 약지에서 빛을 반사하는 반지를, 미스미 트레이너와 맞췄다는 그 커플링을 물끄러미 보다가 슬쩍 시선을 돌렸다. 유우가가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아니지, 사실 감추려고 하는 건지 아예 말을 꺼낸 적도 없었지. 그래도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라. 내 귀에 들어오는 것도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그래. 미스미 트레이너랑 같이 가서 먹어보고 맘에 들어서 사왔다는 거네. ....기분이 그리 좋지 않다.
"...아, 그래." "됐어. 나 이제 케이크 잘 안 먹으니까. 맛있게 드셔."
저 포장 안에 있는 것은 다른 디저트가 아니라 케이크가 맞았구나. 조금 퉁명스럽게 들릴 말투로 됐다고 말하고는 다시 소파로 향했다.
시니어 시즌, 유우가의 생일에 직접 케이크를 만들었었지. 최대한 단맛을 줄였는데 좋아해줄까, 그렇게 기대하면서 찾아간 유우가의 집은 텅 비어있었다. 짐이 전부 빠지고 휑해진 방에는 편지와 담배 반 갑만이 남겨져 있었지. ....바보같이, 그냥 집으로 돌아갔으면 됐을 텐데. 미련하게 그대로 앉아서 기다리다가, 케이크에 초도 꽂아보고, 그래도 돌아오지 않아서 초에 불도 붙여보고.... 녹아내린 촛농이 케이크를 뒤덮고, 그대로 싸늘한 겨울 바람에 식어 굳어버릴 때까지도 가만히 그 자리에 앉아 멍하니 있었던 그 날.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눈 앞에 보이는 것 같았다. 소파로 걸어가는 그 몇 발자국 사이에 순식간에 기분은 저 아래로 깊숙히 가라앉아서.......
".......바보같아."
그 날 이후로는 케이크 자체를 피하게 돼서, 먹어본 지도 오래다. 내 생일 때도 일부러 케이크 없이 식사만 하고 방에 틀어박혔었지. ....왕코쨩이 사다줬을 때도 그냥 냉장고에 처박아둔채 내버려둬서, 결국 마마가 치웠던가... 어쩐지 스스로가 한심하고 바보같고... ...기분도 안 좋아져서, 바보같다고 중얼거리며 소파에 얼굴을 푹 파묻었다. 엉망진창으로 꿰매진 체르탄이 소파 아래로 툭 떨어졌지만, 주울 마음도 의욕도 들지 않았다.
아까까지는 기분이 그럭저럭 30점이라는 느낌이었는데, 나의 감이 지금은 10점 아래로 떨어졌다고 경고했다. 메이사가 워낙 예민하고 기분이 하루에도 열 번은 더 바뀐다지만. 아까 나 무슨 말실수라도 했나? 그게 아니면...
...뭐 생각 정도쯤이야. 생리일지도. 단 거 땡겨오는데 조건걸고 반만 주겠다고 해서 짜증났을지도 모른다.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당장 떠오르는 건 이 정도. 아예 말이 안 되는 소리도 아니고.
그렇게 생각하며 일단 식사를 만들었다. 잘게 썰은 당근과 갈은 돼지고기, 소고기를 한데 뭉쳐 만들어낸 햄버그스테이크와 밥 한 스쿱, 그리고 감자 샐러드와 자우어크라우트. 이번 자우어크라우트는 대성공이라고~ 고깃기름에 절은 혀를 싹 씻어주는 히다이씨의 역작이라고요. 나 요식업할까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식사를 준비하고, 메이사를 부르고, 깨작거리는 녀석과 말 없이 식사하고, 메이사의 잔반을 치우고(보통은 내 입으로 들어간다.) 메이사가 소파에 다시 들러붙었을 때쯤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자박자박 다가섰다.
"생일 축하해, 메이사."
소파 아래로 떨어진 체르탄을 주워 능청도 부려본다.
"체르탄도 축하한대."
웃어줬으면 좋겠다. 기뻐해줬으면 좋겠다. 네가 태어난 게 기쁜 나만큼 너도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