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시즌에 나를 처음으로 이곳에 데리고 와서 견학시켜준 사람. 나의 담당으로 사바캔부터 마구로 기념, 그리고 시니어 시즌까지 함께했던 트레이너. 시니어 시즌 겨울에 아무런 말도 없이 편지만 남기고 떠나버린 사람.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 situplay>1597038191>1 히다이 유우가 situplay>1597038191>2 메이사 프로키온 situplay>1597038191> situplay>1597039238> situplay>1597041174> situplay>1597044204> situplay>1597046156> situplay>1597046776>
그렇게 유우가가 무릎 위에 멧쨔 앉혔다가 멧쨔가 뺙! 튀어오르면서 우당탕탕해서 엣치치스케베 해버리면 좋겠다......🫠 같은 생각을.... 멧쨔 얼굴 새빨개져서 터지기 직전이 되고 😳💦💦💦💦"긋 그 그게에 교복 아래에 수영복 입고 바로 와서 그... 그...까먹어서...우웃..." 하고 변명하는 것까지 보고 왔습니다
엄청 요란한 소리가 났다. 소리가 너무 커서 난 순간 내 배에서 나온 줄 알았는데, 얼굴이 새빨개져선 배를 슬쩍 가리는 아내를 보아하니 행복주머니에서 나온 소리인 모양이다. 저 작고 말랑한 데에서 이런 우렁찬 소리가 나오다니 신기하구만. 난 산제물을 원하는 쇼거스의 목소리인 줄 알았어 참나.
픽 웃고는 와이프를 따라나선다. 가장 가까이 있는 바다의 집에서는 엄청 좋은 냄새가 났다. 시장이 반찬이라지. 야키소바는 물론 오징어먹물 파스타라던가 오징어버터구이라던가 회오리 감자같은, 완전 여행지 음식들이 잔뜩이다. 저거 탕후루인가?
"음~ 일단 나는 관자먹물파스타. 오, 그리고 이거도 맛있어보이는데 어때? 왕문어다리찜이래."
- 식감 엄청 부드럽다리~
"아. 오! 이거도 맛있어보여. 해물야키소바 매콤한 맛. 매운 거 좋지~ 아, 근데 너무 면류 뿐인가? 다른 거 다른 거... 새우볶음밥도 있고. 여기는 꽤 본격적인 편이네. 소시지라던가 옥수수라던가도 있고~ 마실 거도 볼까?"
생맥은 아사히랑 기네스흑맥주 정도인가. 아내한테 술 먹여도 되는 걸까나... 일단 좋아할 만한 거 좀 더 뒤적거려보다가 이거다, 싶은 걸 찾았다. 그래서 아내의 의견까지 수렴해 이것저것 잔뜩 시키고, "부족하지 않겠어? 아까 소리 엄청났는데." 하면서 놀려도 먹고. 기다리면서 발로 종아리를 훑으며 장난치다가... 푸짐하게 나와버렸다. 우와, 이거 다 먹을 수 있으려나. 나도 꽤 먹는 편이긴 한데 이건......
어쨌든 메론소다가 아내랑 잘 어울리니까 된 걸지도. 귀여워. 유치한 색감이 완전 와이프 거다. 빨대가 하트 모양인 것도 귀엽고. 어라, 근데 이거 빨대가 두개... ......... 하나는 아내가 못 본 사이 바닥에 내팽겨쳤다.
새빨개진 얼굴로 말해도 별로 효과는 없겠지만, 아무튼 고개를 푹 숙인 채 대답했다. 그, 그래도.... 그런 대답이 무색하게 맛있는 냄새를 맡을 때부터 배가 더 꼬르륵 거리는 것 같아서 신경쓰여.... 이것저것 주문하는 유우가씨에게 "저, 저기 소세지도 맛있어 보여요" 라던가 "앗 유부우동도 맛있을 것 같은데요!"하고 은근슬쩍 주문도 추가하고, 앉아서 기다리는 사이 종아리를 훑는 느낌에 끼뺫!하고 작게 비명도 지르고 하다보면 주문한 것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아, 아와와... 전부 맛있어보여!!
"와아, 맛있겠다~ 앗, 이 메론소다 귀엽네요. 맞다 사진 사진!"
그렇게 핸드폰을 챙기려고 잠깐 시선을 돌린 사이에 뭔가 하나 달라진 것 같은데, 뭐, 뭐지? ....음식 가짓수는 똑같은데? 뭔가 위화감을 느꼈지만, 음~ 음식만 다 나왔으면 됐지 뭐! 항공샷도 찍고, 하나하나 근접샷도 찍고. 그렇게 잔뜩 찍고나서야 젓가락을 들었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음! 마힛다!!!"
입에 넣자마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아, 너무 버릇없어 보였나...? 하지만 이 볶음밥 진짜 맛있어서 나도 모르게 그만. 게다가 여긴 휴양지고, 바다의 집이고, 바다니까. 레스토랑이나 요정에서 식사할 때랑은 다르게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기도 하고, 좀 들떠있기도 하고... 아무튼 그래서 그런 거야. 근데 여기 여행지인거 치고 꽤 맛집이네. 직원은 좀 이상한 말투긴 하지만.. 컨셉인가? 그렇게 하나하나 맛보면서 먹다가, 슬슬 목이 좀 막혀서 메론소다로 쓱 내려야지 싶어서 마시려고 하면 유우가씨가 한 입 달라는 말을 했다. 에... 메론소다 마시는 야쿠자라니 상상이 안 돼.... 하지만 의외로 귀엽네~
"메론소다요? 네, 여기요~"
그렇게 유우가씨 쪽으로 잔을 내밀었다. ....어라? 빨대가 하나네? 엣, 빨대 원래 하나였나...? 하, 하나 더 달라고 할까? 잠시 멈칫하고 직원을 부를지 말지 고민하던 사이에 이미 유우가씨가 빨대를 입에 물었다. 엣, 에에.....
"앗, 그, 근데 빨대가... 하, 하나 더 달라고 하면 되니까요! 편하게 드세요, 헤헤..."
그래~ 어차피 하나 더 달라고 하면 되니까! 일단 유우가씨가 드시는 게 중요하지. 걱정말라는 뜻으로 헤헤 웃어보였다.
찰칵 찰칵 사진을 찍어대는 걸 보면 딱 그 나잇대 여자애답다 싶어서 그냥 잠자코 어울려줬다. 음식 식는 걸 보는 건 좋아하지 않지만... 들떠서 저렇게 찍고 있는데 거기다가 "어허." 하기도 그렇고. 나부터가 버르장머리 그렇게 따지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보는 수밖에.
그렇게 한참을 찍다가 왁왁 먹는 걸 보자니 실실 웃음이 샌다. 나 본지 3일 밖에 안 된 여자애한테 너무 물러진 거 아냐? 그런 위기감이 얼핏 들 정도로. ...하지만 앞으로 평생 볼 사람이고(큰 일이 없다면) 결혼까지 한 사이에, 그렇게까지 방어적으로 굴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에 턱을 괴고는 이것저것 집어먹고, 메론 소다로 수작도 부리려고 하는데.
- 빨대가... 하나 더 달라고 하면 되니까요! 편하게 드세요, 헤헤...
지금 너 때문에 편하게 못 마시겠거든? 그걸 굳이 꼭 하나 더 받아와야 하나... 눈이 세모로 뜨이려는 걸 꾹 참는다. ......나는 중학교 2학년 때 할 거 다 하고 간접키스같은 건 초등학생 장난 같았는데. 요즘 애들은 좀 몸을 아끼나? 성인 돼서까지 간접키스에 신경 쓰나? ...뭔가 내가 너무 방탕하게 산 거 같아서 좀 그렇네. 꼴받아.
그래, 총체적으로 꼴받는다고.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행동이 나왔다. "여보." 하고 불러서 얼타게 만들고서는 냅다 입술을 처박는다. 제대로 문댔으면 슥 쓸고 뗀다. 가벼운 프렌치 정도였지만 뭐 제대로 할 건 했단 거지.
뭐랄까, 우마무스메는 일반적인 사람과는 조금 다르다. 일단 대표적인건 다리가 빠르다는게 있고, 힘도 더 세고, 감각도 좀 더 예민한 편이다. 그리고....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직감?같은 것도 조금 더. 천둥번개가 몰려오는 걸 좀 더 일찍 알아채거나 하는 그런 느낌? 아니면 생명의 위기같은걸 좀 더 빨리 알아채는 거라고 할까.... 그래서일까, 뭔가, 뭔가가 느껴졌다.... 메론소다를 물끄러미 보는 유우가씨의 표정이.. 아니, 보고 있는 건 메론소다가 아니라 나인가...? 나, 나, 뭔가 실수했나...? 사진을 너무 오래 찍어서 음식이 식었나? 면은 일단 불진 않은 것 같은데(그리고 솔직히 바다의 집에서 먹는 면은 내오는 시점에서 반 정도는 불어있다고 생각한다) 귀를 뒤로 젖힌 채로 슬쩍 눈치를 봤다. 대, 대체 제가 무슨 짓을 해버린거죠....?
"저, 저기이.... 제가 뭔가 자, 잘못—흐븝?!"
여보, 라는 부름에 흠칫 놀랐다. 뭐, 뭔가 잘못했나? 다급하게 물어보는 도중에 입술이 틀어막혔다. 손이 아니라 입술로. 그러니까, 그게..... ....키, 키스.....?
"———?!?!?!?!?"
귀도 삐죽, 꼬리도 삐죽 서버렸다. 하, 하필 직전에 기름진 야키소바를 먹고 있었는데, 야, 양치는 커녕 음식먹던 도중에!? 그, 그야 결혼했고... 결혼한 사이니까 키, 키스 정도야 얼마든지...!하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그렇지만..... 이, 이, 이럴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아니 그치만 나 일단 첫키스고, 진짜로 이, 이런 장소에서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완전 패닉에 빠져서 흠칫 떨다가 입술이 떨어진 뒤에야 멍하니 중얼거렸다. 화끈거리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식히면서.
"에...으.... 처, 처음이었는데에......"
첫키스를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해버린데다, 야키소바 맛이라고 알려지기까지 했어.......... 죽고싶다...... ...................시집은 다 갔어..... 이미 결혼했지만....
"히에에..... 네에...."
그리고 내밀어지는건 유우가씨가 마시던 빨대. ...빨대 하나만 써도 되긴 하는데, 근데.... 완전 새빨개진 얼굴로 빨대에 입을 댔다. 그게, 지금 마시라고 하는 이 말은 권유가 아니라 강제라는 느낌이라서... 여, 역시 야쿠자 무서워어어......
아내가 빨대를 물고 메론소다를 쪽 빨아들인다. 그렇게 직접키스에 이어 간접키스까지 시키고 나니까 흡족한 미소가 지어진다. 응, 이거지. 이게 부부지.
"키스는 맛 없었어?"
그리고 능글거리며 묻는 말. 딱히 대답을 바라고 묻는 건 아니다. 그야 맛 없을 리가 없으니까. 내가 말은 좀 띠껍게 해도 키스는 잘 한다.
"난 맛있었는데. 좋아하거든~ 야키소바."
아내 얼굴을 보다보니 입맛이 돋궈져서 이것저것 더 집어먹었다. 메이사의 첫 키스는 내 거라고 생각하니까 꽤 기분이 좋았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원래 내 거라고. 일반적인 결혼식이라면 그 때 첫키스를 받아갔겠지만 이쪽이 웬 엄숙한 신사 결혼식 같은 걸 고집하니까 못 했을 뿐이지. 그건 원래 내 거다. 다른 것도... 그런 욕심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일단은 식욕으로 눌러놓는다. 그건 와이프가 선택할 거니까. 내가 강요하긴 좀 뭣하지.
"키스는 언제든 해줄 수 있으니까 하고 싶으면 조르라고. 원래 한 번에 5만엔인데 아내한테는 무료야."
키스하다가 분위기가 좋아져서 아내가 선택한다면? 뭐 그건... 사양 않고 받을 생각이다. ...아무리 그래도 만난 지 사흘 됐는데 그거까진 바라지 않지만. 아. 그러고 보니.
"―그러고보니 우리 아이 계획 말인데." "...표정 보게. 너무 그렇게 의식하지 마. 이건 집안 이야기라고. 아무튼."
"우리 결혼은 무조건 애를 봐야 하는데― 3년 뒤 쯤은 어때? 그 때쯤 애 가지면 집안 사람들 다 안심할 거 같은데. 우리도 애한테 묶이지 않고 좋은 시간 가질 수 있고 말이지."
물론 좋은 시간에는 바람 피는 것도 포함된다만... 그건 꼬붕이 뜯어말렸으니까 일단 함구한다.
🫠 그리고 저는 슬슬... 들어가보겠습니다 사실 깨어있는지 24시간이 가까워져 오니까 슬슬 머리가 띵해요 내일은 친구랑 카페에서 작업하기로 약속도 했고 말이죠...🫠 내일은 눈치보다가 친구 몰래 답레 쓰게 되겠군요 🤭 이히히... 느긋하게 잘 부탁드려요 멧쨔주도 푹 주무시고 좋은 꿈 꾸시길...💕 앵바앵밤입니다 👋
으아아아아아!!! 마, 맛?! 사실 엄청 긴장하고 놀라고 당황해서 맛은 잘 몰랐는...아니.. 야키소바 맛이었다고 그랬잖아요!! 라는 답은 차마 하지 못한 채 그냥 새빨개졌다.... 머, 머리에서 연기가 날 것 같아... 지금이라면 내 얼굴의 온도로 모닥불까지 피울 수 있을 것 같다. 차, 차가운 걸로 식혀야해..... 일단 메론소다를 쭉쭉 마시고는 있는데 자꾸 아까 생각이 나서 역효과인거 같기도 하고오오오....
"아, 아으.... .....도, 돈 받는 거예요?!"
나는 무료로 쓴다고 해도 애초에 5만엔씩 내고 받는 거야 그거?! 무, 무서운 세계다... 저어기 어디 도시 유흥가 호스트바의 호스트도 그렇게는 안 받을 것 같은데.. 가본 적 없어서 모르지만. ...아, 아무튼! 괜히 부끄러움이라던가 이런저런걸 감추기 위해서 음식도 팍팍 먹고, 음료도 쭉쭉 들이키고 있었다. ...술.. 술을 마시면 다 잊을 수 있을지도... 힐끔힐끔 메뉴판의 맥주 쪽을 보다가, 그리고 마침 먹물파스타를 먹고 있었는데
하필 그 타이밍에 그, 그으 아이 계획 이야기가 들려서
"——케흡, 콜록콜록.... 에...에우우...."
그만 사레 들려서 먹물 코팅이 된 새까만 파스타(이었던것)의 일부분을 내뱉어 버렸다는 것이다. ..................죽고싶다......
"...죄, 죄송...콜록.... 사레가... 쿨럭쿨럭...." "...그, 아, 아이 말이죠오... 네....."
아, 너무 기겁한 표정이었나... 일단 티슈로 뒷처리를 하며 입가도 닦고, 테이블도 닦고 하며 들어본다. 사실 그래, 아이를 무조건 봐야하는 건 맞다. 이 결혼은 우리 집안과 상대 집안의 계약...같은 거고, 아이가 생기는 건 그 계약이 완전히 성사되는 거나 다름이 없으니까.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첫날밤에도 부부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각오도 했었고. 그게 무색해질 정도로 정말 건전하게 잠만 자서 문제였지만.
근데... 3년 뒤라니, 예상 외네.... 당장 오늘 밤부터—라고 하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랄지 각오랄지.. 아무튼 그런 걸 생각했는데. 3년이면... 꽤 뒤잖아? 너, 너무 늦는 건 아니려나.... 아, 하지만 애한테 묶이지 않고 좋은 시간을 가진다는건, 음... 하긴. 아이가 생기면 육아에 전념해야하니까. 둘이서만 보내는 시간은 줄어들기 마련이지. 그런 것까지 고려해서 3년 뒤라면, 응,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저, 저는 괜찮다고 생각해요. 앗, 근데... 저기...."
...나 이런 말 해도 되는 걸까? 하,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확실하게 해두는 것도 피, 필요할 것 같고.... 잠깐 주변 눈치를 보다가 역시 당당하게? 크게? 말하긴 좀 부끄러워서. 유우가씨에게 손짓을 해서 몸을 숙여 가까이 와 달라고 했다. 그리고 귓가에 대고 조심스럽게 소곤소곤.
"그, 그 전에 생겨도... 괘, 괜찮은...거죠...?"
그, 그러니까 꼭 3년 뒤에 생긴다!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으, 으으... 뭔가 부끄럽다. 오늘 하루종일 얼굴이 뜨거운 상태야아.....
"그, 그게 아니라!! 그, 그건 마음대로 되는 문제가 아니니까아.... 더, 더 늦게 생기거나 일찍 생기거나 할 수도 있으니까아...." "그리고, 그리고 만난 지 사흘이지만 그래도, 부, 부부잖아요 우리....."
허둥지둥 변명을 해보지만, 응 이미 틀렸어..... 이미 유우가씨 엄청 웃고 있다고... ....나, 난 입이 재앙인가봐. 입을 틀어막고 지내야겠다. 새빨개진 얼굴을 또 푹 숙였다. 크으으으..... 입을 막기 위해 빨대를 물고 메론소다를 마신다. ....메론소다의 양은 당연히 무한하지 않아서, 금새 전부 다 마셔버렸다는게 문제지만.
혈연을 중요시한다는건 잘 알겠지만,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결혼도 안 한 다른 사람의 아이를 가질 리가 없는데 말이지... ....이상하지 않아? 식이 끝난 뒤엔 바람 피워도 돼~ 하더니 지금은 또 그러지 말라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고. 아닌가, 그냥 아이만 자기 아이면 되고 다른 건 신경 안 쓴다는 뜻인가... 으, 으으.. 모르겠어... 야쿠자의 사고방식..!
"엣?!"
그, 근데 묶었다니 뭘... .....엣 노, 농담이죠? 라고 하려고 했지만 이때만큼은 유우가씨의 얼굴이 엄청 진지했다. 조금 전까지 날 놀리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정말 다른 사람인 것 같은 얼굴. 뭐랄까... 조금 무섭네... 그보다 그, 수, 수술을 했다는 거겠지...? 그 이유는 이해가 갈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가지 않았다. 뭐 그래도 이미 해버린 이상.... 아니, 그치만 이제 결혼도 했고 그냥...
"....지, 진짜요....?" "그럼, 이제 결혼했으니까 그냥 그... 보, 복원해도 되지 않을까요...? ...그, 이, 이상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이제 그, 결혼도 하셨으니까 그런 사고도 안 치실..."
"....안 치실 거죠?"
...말하다 보니 또 떠올랐어. 식 직후에 그런 말도 했겠다, 사고를 아예 안 치겠거니~ 하고 생각하긴 좀 힘들지도 몰라. 나도 조금 진지한 얼굴이 돼서 물어봤다. 텅 빈 메론소다 잔을 조심스레 내려놓으면서.
바람은 돼도 탁란은 안 된다. 이 이야기에 머리가 어질어질해보이는 와이프.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인가? 서열의식이 강한 로직 안에서는 당연하지만, 서열이란 걸 신경 쓸 일이 없던 아가씨한테는 또 다른가보다. 그래도 말로 하면 가오 상하니까 그냥 놀려먹기로 한다. 이런 이야기 또 꺼냈다가 시무룩해지는 것도 싫고.
"...알겠어. 그렇게 유우가씨의 아이를 가지고 싶다면 말리진 않겠는데. 이런 거는 느긋하게 생각해도 좋을걸. 이건 진심 충고."
포크를 허공에 휘적거리며 말한다.
"너 지금은 갓 성인 되고 네가 어른같을지 몰라도, 내가 보기엔 아직 한~참 어린애라고. 그 나이에는 놀기부터 해야지 애한테 청춘 다 바쳐서 쓰나. 애 키우는 거 진~짜 번거롭다. 맨날 울고. 밥달라고 하고. 밥 다 맥여놓으면 쑥쑥 커서 놀아달래고."
어쩌면 집안 사람들이랑만 깊게 교류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왜, 부자아이들은 또 그런 소외감이 있잖아. 다들 아가씨네 뭐네 추켜세워주니까 부담스러워서 깊은 이야기는 안 하고 입 딱 다물게 되는 거. ...그래서 부담감에 애를 만들게 되는 건 이쪽이 싫다.
"사고는... 모르지. 지금까지는 예방을 해뒀으니까네 아무 문제 없었다만 이게 습관이란 게 무서우니까―"
반쯤은 진심이지만 반은 겁주려고 하는 말이다. 시무룩해지겠지만 어쩔 수 없나. 난 젊은애 인생 벌써부터 애 가지고 저당잡기 싫다. 일찍 낳아도 또래 학부모들이랑 겉돌텐데.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랑 애 만드는 건 가급적 피하고 싶긴 한데, 나도 날 잘 못 믿어서 어떨런지. 복원은 신중하게 하고 싶어."
시무룩해졌다.... 그야 성인이 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그래도오... 아니, 그래. 아이는 느긋하게 생각해도 된다. 여기엔 동의하지만, 그 뒤에 나온 말이 충격이란 말이지.... 습관이란게 무섭다니 대체 무슨 습관을 가지신 거냐고요.... 그렇네, 다짜고짜 바람 피워도 된단 이야기를 했을 정도니까...... 기대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은연중에 기대해버린걸까. 스스로가 조금 한심해졌다.
"...알겠습니다. 제가 좀 그, 조급했나봐요." "복원은 유우가씨가 원하실 때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그냥, 편하게 생각하셔도 되니까..."
애써 웃어보이려고 노력했지만, 꼬리가 축 처지는 건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이거 은근히 불편하다니까.... 그리고는 이제 남은 음식들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많이 시키긴 했지만 성인 남성 한 명, 그리고 우마무스메 한 명의 위장으로는 거뜬히 먹어치울 수 있는 양. 바다의 집에 오기 전에 운동 생각했던게 거짓말인 것처럼 한 접시, 또 한 접시 비워갔다. 그, 그치만 맛있고.. ...먹는 걸로 스트레스도 좀 풀리니까.....
"——하아, 잘 먹었습니다."
모든 접시를 깔끔하게 비워내는 데엔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앗, 나 중간부터 완전히 먹는 데에만 열중해버렸잖아. 유우가씨 것까지 내가 다 먹어버린 건 아니겠지...?
습니다?! 방금 습니다체를 쓴 거야!??! 여보!? 우리 부부라고?! 부부사이에 그런 벽 세우는 어미 나는 싫다고 젠장!! 아! 괜히 겁줬어 진짜! 젠―장―! 이, 이런 기분으로는 셔츠만 입어도 전혀 ... 전혀 좋은 느낌이 안 된단 말이다. 만회, 만회를 해야만...!
그렇게 내가 두뇌풀가동을 하는 동안 아내는 위장풀가동. 엄청났던 음식을 다 해치웠다. ...잘 먹네. 입맛이 여전한 거 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큰 문제는 아니...었...
꼬리!! 꼬리 아직도 축 늘어져 있다고! 큰 문제 맞잖아 젠장...!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내는 또 말을 걸어오는데. 맛...? 몰라. 초반엔 맛있었던 거 같은데 중반부터는 아내 놀려먹느라 맛을 신경 안 썼고. 후반에는 무슨 맛이었는지도 모르고 집어먹기만 했다. "어, 어어. 괜찮더라." 라고 대답은 했지만 이거 어딜봐도 마음의 벽을 느낀 사람의 대답이잖아...
결국 한참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말했다.
"...여보. 애 이야기 말인데." "너무 신경쓰지 마. 실수는 둘째치고 나도 애 만드는 건 싫지 않으니까. 사실은 그냥 당신이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이랑 결혼 당해가지고, 쫓기듯이 애 만드는 게 싫어서 그랬어." "나 그렇게까지 쓰레기는 아냐..."
젠장, 이런 말 하는 건 내 전공이 아니라고.
"......그래도 진짜 사람 일 모르는 거니까. 실수하고 싶지 않은 것도 조금은 있지. 있는데, 안 하려고 노력은 할 거야." 안 껴버릇하던 걸 끼라니 싫기도 하고. 술 꼴으면 습관적으로 안 챙길 게 뻔하고. "어쨌든 우리 앞으로 계속 같이 살 거고, 지내다 보면 또 모르지, 사랑해서 진짜 사랑의 결실을... 아 젠장, 아무튼 그걸 만들고 싶을지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떨떠름한 느낌의 대답이 돌아와서 살짝 쓰게 웃었다. 뭐어, 어쩔 수 없나. 그러면 다 먹었겠다, 슬슬 일어나서 바다로— 아니, 어쩐지 놀 기분이 전혀 아니게 됐으니까 그냥 숙소로 가자고 할까. 으음... 그치만 수영복도 샀고 바다에 가자고 해서 일부러 유우가씨도 쉬시려다 나오셨으니까... 바다에 발이라도 담그러 가야하는 거 아닐까.... 그렇게 잠시 고민에 빠져 입을 다물고 있다보면, 유우가씨의 말이 들렸다.
"네...?" "...아, 그 그게...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너무 성급하게 말을 꺼낸 것 같고, 그, 조급했던 것 같고...."
그, 그냥... 막연하게 부부니까,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도 있고. 이런저런 사정 생각도 안하고 그냥 조급해졌던 건 확실히 내 잘못이고 하니까. 근데, 사랑의 결실이란 말 꺼내기 힘들어하는 건 좀 신선한 모습이네. 부끄러워하는 걸까, 아니면... 아, 아니. 전자로 생각하자.. 긍정적으로!
"...후후, 지금 뭔가 엄청 드라마에 나올 법한 장면 같았어요." "알겠어요. 저도 노력할게요."
유우가씨를 정말로 좋아하게 되도록. 그리고 유우가씨도 나를 좋아하게 되도록? 서로를 잘 모르는 상태로 부부가 되었으니까, 좀 더 노력해야겠지.
"그럼— 이제 어떡할까요? 놀기에는 시간이 좀 늦어진 것 같은데... 아쉽긴 하지만요..."
음~ 해는 아직 떠있지만 꽤 기울었고, 바람도 말이지. 꽤 선선해진 느낌이 든다. ...묘하게 구름이 좀 많아진 걸 보면..... 내일은 비가 올지도 모르겠는데. 오키나와는 은근히 날씨가 변덕이 심하다고 했으니까, 걱정되는걸....
드라마라니 젠장. 고개를 돌려서 부끄러운 속내를 감춘다. 아가씨한테 드라마 압수해야지 안 되겠어. 요즘은 TV뿐만 아니라 OTP다 뭐다 하는 거 때문에 드라마 너무 많이 보게 된다고. 남은 진지한데 드라마래. 아내만 아니었어도 핵꿀밤이었어 이건.
...애초에 아내 아니었으면 이런 말을 할 일도 없었겠지만. 계약 결혼의 존재를 알게 되기 전까지는 팔자에도 없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되다니. 이런 말을 내가 하게 될 날이 오다니...
- 그럼 이제 어떡할까요?
내 신세를 한탄하고 있으려니 아내가 질문해온다. 하늘을 보면 이제 슬슬 해가 '퇴근시간 30분 전이다 아자~' 하고 있고. 훅 불어오는 바람이 아까보단 싸늘하다. 기분 딱 좋을 온도긴 하지만.
"바다에 발이라도 담그고 갈까? 기껏 예쁘게 수영복까지 입었는데 그냥 들어가면 섭섭하잖아." "그러고보니 우리 숙소 밖에도 수영장 있더라고. 3분 걸으면 스파도 있댔고. 거기 가도 괜찮긴 해."
그래도 역시 바다지? 생각하며 셔츠 소매를 접어올린다. 슥슥 올리다가, 팔뚝의 거뭇한 문신이 보일듯 하자 한쪽은 약간 내려놓았다. 일단 신발도 벗어둘까. 바지도 좀 걷고. 구두랑 양말을 벗어 손 한쪽에 들고는 아내 뒤를 따라 모래사장을 사박사박 걸었다. 발가락 사이로 모래가 들어오는 게 신선한 기분이었고, 앞서 걷는 아내의 꼬리가 아까보다는 살랑거리는 게 보기도 좋았다.
...좋은 느낌의 저녁이네.
"물에도 한 번 들어가볼래?"
...그렇게 말한 걸 후회하게 될 줄은 몰랐지. 슬슬 밀물 때고 파도의 수위도 높아져서 쫄딱 젖은 월남쌈 야쿠자가 될 줄 누가 알았겠어.
들어가기 아쉬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사실 귀랑 꼬리 때문에 눈치채긴 쉽겠지...슬프다) 바다에 발이라도 담그고 가잔 말을 해주는 유우가씨. 그런 유우가씨를 보며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앞장서서 가벼운 걸음으로 모래사장을 걸었다. 샌들 사이로 모래가 사락사락 들어왔다가 나가기를 반복한다.
"좋네요~ 숙소 수영장도 꼭 가보죠! 스파도! 그러고보니 안 간지 꽤 됐구나아~"
그렇게 신나고 들뜬 걸음으로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거기엔 구두와 양말을 벗고 소매도 걷어올려서 바다 모드가 된 유우가씨가 보였다. ...사실 바다 모드라고 하기엔 좀 그런가. 일하다가 잠시 바다로 도망쳐온(...?)직장인 같기도 하고. 아무튼, 같이 모래사장을 걸으며 어울려준다는게 조금 기뻐서, 잠시 멈춰서 기다렸다가 발을 맞춰서 걷는다.
"음~ 살짝 추울 것 같지만.... 숙소도 가까우니까 괜찮겠죠. 안 들어가면 좀 아쉬울 것 같고." "유우가씨는 발만 담그실거죠? 어디... 이쯤이면 파도도 발까지만 올 것 같은데요——으왓?!"
츠나지 해변가를 놀이터 삼아서 자랐으니, 이 정도는 보기만 해도 안다고. 그렇게 혼자 속으로 자랑스러워하고 있는데. ....맞다. 밀물 때구나. 그리고 오키나와는 츠나지보다 파도가 높은가...? 그것까진 모르겠지만 일단, 일단... 예상보다 파도가 높고 거세서, 발이 아니라 전신을 흠뻑 적실 정도의 파도가 우리를 덮쳤다.
아니 진짜로, 예상 외의 사태야 이거.... 정말 쫄딱 젖어서, 앞머리가 푹 가라앉아 시야를 다 가려버린 상태가 되어버렸다. ....어깨에 얹힌 이건.... ....다시마 조각인가... 이름모를 해초 조각이..... 전혀 대비하지 못하고 젖어버린 것도 있고, 바람도 선선해진 것도 있고... ....앗, 조, 조금 덜덜 떨어버릴지도...
"...........유, 유우가씨이... 괜찮으세요...?" "....햣......"
엉겨붙는 앞머리와 이름모를 해초를 치우고 유우가씨 쪽을 보자, 거기엔..... 물에 젖어 달라붙은 셔츠.. 우왓, 분위기 야바.... 어쩐지 두근두근해버릴거 같아...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눈길을 사로잡는 셔츠 아래의 거뭇한 무, 무, 문신........ 두근두근(부정적)해버릴거같아.... 내적비명이 금방이라도 입으로 튀어나와버릴 것 같아......
내, 내가 그런 눈으로 봤다고! 황급하게 눈을 가리고(손가락 사이를 살짝 벌려두긴 했지만) 후다닥 변명을 꺼냈다. 그리고 남편이 알면 슬퍼하겠다니! 당신이 그 남편이잖아요!!! 근데 손가락 사이로 보던 것도 들켜버렸다. 그래서 그냥 손을 내리고.. 다시마를 치우면서 당당하게 보기로 했다. 햣!!! 셔츠 벗었어!!!
...그, 근데.... 문신이 조금 끊겨 있는 구간이 꽤 많다. 옆구리랑 배에 난... 흉터 같은 것들이다. 저렇게 흉이 질 정도면 꽤 깊거나, 심하게 다쳤던 거 아닐..까....
"....흉터가... ....많이 아프셨겠어요...."
물론 문신도 아프긴 하겠지만(안 해봐서 잘은 모른다) 바늘로 찌르는 것보다 칼에 베이고 썰리는 쪽이 더 많이 아프고 회복도 오래 걸릴테니까. 으, 보다보니까 내 배라던가 옆구리도 아픈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배를 감싸고 살짝 찡그린 표정을 지어버렸다. 사실 이미 다 나아서 새 살이 돋은 거겠지만, 그래도 어쩐지 말이지.
"....평소에도 그렇게, 그, 자주 다치시나요?"
평소에도 그렇다면 나, 응급처치법이라도 배워두는 게 좋을까.... 병원을 가는 게 우선이겠지만, 배워둬서 나쁠 건 없겠지. 현역이던 시절에도 나름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배워둔 건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마무스메의 부상은 자상과는 거리가 좀 멀어서. 보통은 염좌, 탈구, 골절, 타박상 같은 경우가 많으니까. 날카로운걸로 베이는 건.... ....음.... 그다지 없지? 역시 좀 배워둘까.... 옆구리에 있는 흉터를 한번 더 슥 보고서, 바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셔츠를 들추고 내려다보면 꽤 이것저것 있긴 하다. 고등학생 때부터 문신이 있었고, 성인 되자마자 야쿠자로 구르고 살았다보니 그렇다. 두목의 아들이라 비교적 유한 일만 맡아왔는데도... 아니, 오히려 두목의 아들이라서 더 당한 걸지도.
"아냐 아냐~ 이거 다 젊을 때 당했던 거고, 이제는 와카가시라니까 이런 고생 할 필요 없지. 이것도 막상 아프지 않았어. 뭐냐. 아레드날렌? 인지 뭔지. 그거 나와서 그런가."
"걱정해주는 거야~?"
자기가 아픈 것마냥 배를 꼭 잡고 찡그리고 있다. 그게 좀 기특했다. 가족들은 그런 게 일상이니까 의외로 전혀 걱정해주지 않는다. 내가 중환자실에 실려가도 "그래서 죽었대?" 부터 물을 작자들이지. 가족이 죽는 것도 일상이라 그래. 나도 아마 그럴 거라 이해는 하지만, 그래서 섭섭한 부분이 있었는데.
흉터 좀 봤다고 이렇게 구는 내 가족이 있다니 좀 기쁘다. 바다를 보고 있는 아내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여기 좀 봐, 여보."
아내의 손을 잡고 가슴팍 위에 올려놓는다. 손을 겹친 채로 천천히 밀고 내려갔다. 짧은 시간인데도 손이 빠르게 화끈거리는 게 느껴진다.
"자, 만져보니까 알겠지? 하나도 안 아프고 한참 옛날 것들이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이제 험한 일이라곤 우리 와이프 입에서 군말 안 나오게 하는 거밖에 없으니까 말이지. 걱정하지 마."
역시 귀여워. 새빨개진 아내를 꼬옥 껴안고는 머리에 쪽 입맞췄다. 이렇게 착한 아가씨한테서 불만이 나오면 죽어야지. 응.
"당연하죠. 보기만 해도 아플 것 같은 흉터니까...." "그리고, 저어... ...이제 가족이니까요.... 당연히 걱정한다구요."
그래. 생판 남이라면 그냥 잠깐 찡그리고 '저런...' 하고 말고, 적당히 아는 사이라면 '아프겠다' 까지는 생각하겠지. 하지만 진짜 내가 다친 것처럼 배를 잡고 찡그리고까지 하는 건, 알게 된 시간은 짧아도 유우가씨가 아는 사이가 아닌 가족이란 카테고리에 들어가있어가 아닐까. ...어쩐지 부끄러워서 고개를 돌리고, 그렇게 바다를 보다가 여기 좀 보라는 말에 고개를 돌렸다. 조심스럽게 잡아오던 손은 어느새 내 손을 이끌어 가슴팍 위에 놓고 있었다. 엣, 헷, 자 잠깐?!
손을 겹친 채로 쭈우욱 아래로 천천히 내려간다. 자신의 것과는 전혀 다른, 단단함이 느껴지는 촉감에 머, 머리가 과부화 될 것 같아아아아!!! 완전히 새빨개졌다. 조금 전에 젖었던 게 바싹 말라버리는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얼굴이, 아니 전신이 화끈거리는 것 같아. 으, 으으으.....
"으, 으으... 네에...."
새로 돋아나서 조금 우둘투둘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흉터자국들은 이미 아문지 오래. 만져보니까 확실히 알겠다. 사실 만져보지 않아도 알긴 알지만. 전부 옛날 것들이니까, 앞으로는 이런 상처가 생길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역시 가족이 다치는 건 마음이 아프니까.
"저기, 이제 슬슬 들어갈까요..? 몸이 너무 식어도 안 좋을 것 같고, 더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옷이 마를 때까지 밖에 있으면 분명 감기에 걸릴 테니까. 슬슬 돌아가는 게 좋을지도. 슬쩍 유우가씨의 손을 잡고서 돌아가자는 말을 꺼내본다.
역시 아내를 놀리는 게 제일 재밌어. 응. 최고다. 인생 만족도 120%가 드러나는 상쾌한 미소를 지었다. 와이프는 이미 따끈따끈하고 걸친 옷도 좀 마른 상태지만, 나는 아직 축축해서... 바닷바람이 불어오면 좀 춥다. 티는 안 내지만. 해도 슬슬 져서 어두워지고 있고.
"좋아, 들어가자." "저녁밥은 안 먹어도 돼? 아까처럼 엄청 큰 소리 나기 전에 미리 먹어두지 그래."
하면서 놀리기도 하고.
"아니면 남편의 수제 요리는 어때?" "컵누들이지만."
라면서 기대감 줬다가 뺏기도 하고. 그렇게 장난치면서 숙소로 들어왔다. 그러고 나니 아내가 긴장이 풀렸는지 좀 피곤한 눈치여서... 어쩔 수 없지, 아까 셔츠가 젖어버렸으니까 이번뿐입니다. 하고서는 벌칙은 내일로 미루기로 했다.
내일은 셔츠만 입은 와이프 껴안고 잔뜩 놀려야지. 비도 올 거 같으니까 흉터가 쑤신다고 구라도 치고 간호나 좀 받아볼까나. 그런 응큼한 계획을 세우는 저녁이었다.
(*막레입니다~ 😌 지금까지 일상중에 메이사를 가장 많이 놀려댄 일상 아닐까 싶네요... 메슥가키 역전 세계선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