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불만 있는, 꿍꿍이 있는 눈이었다가 후드집업을 던져주자 눈이 변했다. 모르는 건 아닌데... 그래도 좀 그렇지, 내 옷에다가 코를 박고 꼬옥 껴안고 잠든다고 당사자가 아는 건 좀 낯간지럽잖아. 그러니까 모른 척 해주고 있었는데. 이렇게 화색이 돌 정도로 좋아하니까 반은 좋기도 하고, 반은 멋쩍기도 하고 그렇다.
근데 그거 입고 운동 갔었던 거 같은데... 지금이라도 다른 거 줘야 하나? 하지만 이미 자기 옷처럼 입어버렸다. 핏은 전혀 자기 옷이 아니었지만.
"아이스크림 좋지. 뭐 먹을 거야? 난 가리가리군."
메이사의 손을 잡았다. 내 집업의 소매가 줄줄 흘러서 잡는데 방해되길래 소매를 잡아다 두번 접어줬다. 그래도 기네. 키가 얼마나 작은 거야? 자기 말로는 좀 컸다고 하던데...
"너 키가 이제 몇이더라? 컸다는데 왜 큰 거 같지가 않냐. 내가 볼 땐 평생 애기란 말이지."
메이사가 20대 후반 결혼적령기가 되어도 애기처럼 보일지도. 소매를 다 접어주고는 메이사의 손을 잡고 걸었다. 늦여름도 끝자락이라 확실히 선선하다. 습기는 아직 좀 있지만.
"에!? 그, 그렇지 않은데!? 아아 정말💕 너무 아저씨 냄새난다구💕 나한테까지 냄새 배어버릴거같아💕"
그, 그렇게 보였나? 허겁지겁 매도를 곁들여보지만 음, 이거 역효과일지도.... 그나저나 이렇게 소매 접어주는거 뭔가 두근거리잖아... ....아니, 뭔가 아빠랑 딸이란 느낌이니까 두근거림하고 거리가 멀다고 해야하나. 우웃.... 아니야 두근거리는 걸로 할래.... 소매를 다 접을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다가, 유우가의 손을 꼭 쥐고서 대답했다. 아이스크림 말이지~ 뭐가 좋을... 하!?
"나도 가리가리군 먹을까나, 소다맛——하아? 애기라니! 나 이제 어른이라니까!!" "2센치나 커졌다고. 그러니까.. 143cm인가. 으으.... 유우가처럼 길쭉해지려면 위아래로 잡고 늘려야겠는데~"
흥, 애라니. 이제 다 큰 어른이거든요? 키는 조금씩 더 크고 있지만. 아무튼 그새 143이 되었으니까, 150 찍는 것도 금방인 거 아냐? 마구로 기념이 끝나고, 또 한해가 저물고 다음해가 오면 분명 더 자라있을거라니까. 유우가만큼 커지는 건... 조금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역시 좀 커지고는 싶지이. 유우가랑 15센치 정도만 차이나는 키가 되면 좋겠다아. 하지만 그만큼 큰 키로 지낸 적이 한번도 없으니까, 어떤 느낌일지 상상이 잘 안되는걸.
"...좀 더 굽이 있는 신발을 신는 게 좋을라나. 운동화도 약간 그런 느낌이긴 하지만, 좀 더 높은 걸로."
그래도 유우가만큼 커지려면 신발이 아니라 계단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면 금새 편의점에 도착한다. 시골 편의점답게 이런 시간엔 엄청 조용하고, 손님도 별로 없네. 조금 건성인 알바의 인사를 받으며 안쪽에 있는 냉장고로 걸어간다. 음음~ 가리가리군~
내가 무릎 문제로 작아진 게 3센치인데. 뭔가 웃음이 나올 거 같지만 이러다가 터지면 돌이킬 수 없을 거 같아서 볼을 깨물고 꾹 참았다.
"뭐? 굽~? 그러다가 발목나간다. 발이 편안한 게 최고야."
난 여자 신발을 잘 모르니까, 굽이 있는 신발이라고 하니 힐이라던가 통굽샌들 같은 걸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그런 건 어쩐지 어른 여자의 특권 같은 거라, 메이사에게 어울릴까 머릿속으로 매치시켜보면... 영 아닌 거 같다. 메이사 30대쯤 되면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당장은 그래.
에어컨을 틀어서 서늘한 편의점 안에 들어간다. 뭐가 있나 하고 둘러보다 보면 갑자기 내 눈을 잡아 끄는 게 있었으니.
"억."
죽은 눈으로 폰을 토독거리며 인사하는 토네이도 대쉬였다. 내가 할 말을 잃고 바라보자 토네이도도 고개를 들어 이쪽을 바라보더니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렸다.
- 뭐야. 알바하는 학생 처음 봐? "...그 ... 건 아니고." - 내가 불법적인 알바라도 할 줄 알았나 보지?
식은땀이 흘렀다. 사실 완전 아니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주니어 때는 평범하게 꾸미는 타입이었다가 시니어 들어서 한껏 불량해졌다고 들었다. 그러면 다들 '그거 할지도 모르겠네.' 라고 생각하면서도 선생된 도리로 입에 올리지는 않는 거지. 하지만 언젠가 보호자 신분으로 불려갈지도 모른다고 마음의 준비만 살짝 해놓는 거다.
근데 건전했다! 다행이구만 어이! ...하지만 대상경주 한 날에도 알바를 빼지 못하고 그것도 야간에 하고 있다니, 뭔가 좀 사정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녀석, 메이사만큼이나 다루기 까다로운 여자애라 땀만 뻘뻘 흘리며 멍청하게 대치하고 있던 때.
뭐 먹을 건지 하도 대답이 없던 나를 메이사가 보러왔고, 둘이 마주쳤다. 상상도 못한 일에 나는 뇌세포 한톨까지 얼어붙어선,
왜 불러도 답이 없어? 가리가리군 소다맛인지 포도맛인지 콜라맛인지 빨리 고르라니까! 통통 소리가 날 것처럼 가볍게 뛰어서 유우가 쪽으로 향하니, 카운터에 있는 알바를 보고 있었다. 하? 뭐야? 무슨 일이라도 있나? 하고 카운터 쪽을 보면, 거기엔....
- 이, 인사해. 토네이도 대쉬가 여기 있네... ".......하?"
아니 딱히 말 안해도 알거든? 하고 말할 생각도 못하고 나도 유우가처럼 얼어붙어 버렸다. 저, 저녀석이 여기 왜.. 아니 알바하고 있는 건 물구나무 서서 봐도 알겠지만... 왜? 오늘은 대상경주였고, 저 녀석은 날 제치고 1착까지 했는데... 그런 날에도 여기서 알바하는거야? 으음.....
"......빨리 사서 가자."
...뭐, 사정이 있겠지. 그리고 그 사정에 깊게 발을 들이기엔— 내가 뭐하러? 라는 느낌이고. 알 게 뭐람. 그리고 저 녀석 아까 대기실에서 나한테 트로피 가지고 티배깅까지 했다고. 곱게 보일 리가 없잖아. 마음 같아선 3만엔어치를 계산대로 가져가서 전부 10엔 동전으로 던지는 걸로 계산하고 싶을 지경이다. 물론 그만한 양의 동전은 없으니까 절대 무리고, 있어도 하진 않았겠지만.
"그래서, 소다맛이랑 포도맛이랑 콜라맛 중에서 어떤 걸로 할래?"
그래서, 토네이도 대쉬 쪽은 신경도 안 쓰고 유우가를 보면서 다시 물어봤다. 그래서 어떤 맛으로 하는 건데? 대답하지 않으면 멋대로 소다맛 두 개 골라와버린다고?
메이사는 현명하게도 토네이도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방침을 택했다. 아니, 그게 맞지. 괜히 사석에서 싸움나서 일이 복잡해지는 것보단 훨씬 낫다. 애초에 메이사부터도 호감도가 일정 이상 내려가면 오히려 열도 안 내고 싸늘해지는 타입이고. 그나저나 토네이도 녀석, 거의 그런 취급이구만...
"그럼 내가 계산하고 있을게. 갖고 와주라." "가리가리군 두개 계산해줘."
- 흐음~ 네~ 가리가리군 두개요. 150엔 받았습니다~ 10엔 드리겠습니다~
건성건성으로 계산하는 토네이도. 그러다가 지나가듯이 하는 이야기.
- 좋은 시간 보냈나보네? "응?" - 아니~ 그냥~ 둘이 그 소문이 사실이구나 생각했을 뿐이야.
먹이를 주지 말았어야 했는데, 평판을 신경쓰는 나의 역린을 쿡 찔러오는 토네이도 때문에 나는 어그로가 끌려버렸다. 내 가슴팍을 검지로 누르...밀어서 몸을 틀게 만들었다. 그대로 돌려서 가판대를 쳐다보면 거기 놓인 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도 대놓고 입에 올려주지 않아서 다행이네!
...마음이 엄청 불편해지는데, 상대가 그 토네이도 대쉬여서 이게 거짓말인지 진짜인지 분간이 안 간다. 토네이도라면 거짓말을 하고도 남을 녀석이지만, 우리가 오늘만 해도 대기실에서 한 짓이 있지 않나.
메이사는 그야말로 내 역린이었다. 키스도 한 적 있고, 늘 그런 미묘한 기류가 오며가며하는데 애써 모른 척 마음속에 묻어만 두고, 그런데 혼인 신고서까지 써 놓은 사이. 어쩌면 내 평판을 망칠 유일무이한 요소. 토네이도 대쉬의 가늘게 뜬 눈이 마음을 전부 파헤치는 기분이었다.
- 저거 사러 온 거 아니야? "아 니 거 든!"
"있지, 뭔 소문이 도는지 모르겠지만 나랑 메이사는 전―혀 아무 사이 아니니까...!!" - 어머.
- 들었어, 메이사? - 아무 사이 아니래~ - 어떡해, 불쌍해서. - 역시 이것도 내가 넘겨받을까? 아, 농담~
그래, 난 토네이도 대쉬와 상성이 안 좋다. 보기좋게 이용당해서, 이젠 내 쪽을 보지도 않는 토네이도의 시선을 좇아 뒤돌았다. 거기엔.
애써서 무시하려고 했다. 사실 성질같아선 동전뿌리기로 엿먹이거나 가리가리군으로 저 얼굴을 두들겨패거나 정강이를 걷어차서 다시는 달리지 못하게 만들거나 뭐 그렇게 해버리고 싶었지만. ....그렇지만, 유우가 앞이기도 하고, 그렇게 했다간 더 귀찮게 굴 것도 뻔하고. 저런 녀석은 먹이를 덜 줘야 내가 편해. 잠깐만 참는거야... 그냥... 그래.. 저건 귀찮게 날아다니는 날파리다... 손으로 때려잡는 것보단 그냥 먹이가 될만한 걸 치워버리는게 박멸하기 편한 부류. 그래서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무시했다. 소다맛 가리가리군을 집어서 계산대로 가져가면서도 평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거의 마인드 컨트롤 수준으로 (속으로)중얼거리고 있었는데.
....그랬는데. 어차피 계산대 앞이 아니더라도, 냉장고 앞에서 미적거렸어도 이런 좁은 시골 편의점 안에서는 들리기 마련이었겠지만. 그래도 그냥 좀 더 미적거리다 올 걸. 왜 이런 최악의 타이밍에, 그런 말을.
"......"
잠시 말없이 가만히 있다가, 손에 쥐고 있던 가리가리군 두 개를 토네이도 대쉬의 대가리를 향해 던졌다. 맞든 피하든 크게 신경은 안 쓰고. 그리고 그냥, 그대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나서자마자 그대로 뛰어서 집으로 향했다. 히또미미는 절대 따라잡을 수 없을 속도로, 마침 밤이라 길도 텅 비어있겠다. 마음껏 달려도 되겠지.
그렇게 달려서 집에 도착했을 땐, 아까 유우가가 접어준 소매도 어느새 풀려서 손을 덮고 있었다.
히히... 막레입니다...🫠 이번 일상 약간 긴장이 잡혔다가 풀렸다가 다시 잡히는 밀당이 장난 아니었네요 멧쨔 재밌었던wwwwww 그리고 멧쨔랑 혐관애증관계 짠 기분이라??? 엄청 짜릿했습니다... 싫어하면 투명인간 취급하는 멧쨔에게 진심 적극경멸을 받아보고 싶어... 으... 으그극... 하지만 둘이 화해도 했으면 좋겠어... 하지만... 🫠🫠🫠🫠😇
그래서 또 양 뺨 잡고 볼에다가 츄... 하려다가 얼굴 새빨개져서 "...역시 다른 곳으로 하면 안 돼? 여기라던가, 이마라던가..." 하고 은근슬쩍 딜 걸고 있는 유우가... 뻔하네요 🫠 이 녀석 여지만 있으면 바로 발 뻗는 뺀질이니까 말이지... 그래서 멧쨔 이마에다가 츄츄하는 거구나 으히히히... 유우가도 엄청 두근대겠지...www
😼 나는 유우가 목에다가도 여유롭게 했는데? 유우가 허접이네~ 라고 도발해서 결국 할지도요... 이렇게 가랑비에 옷젖듯 엣치치 근처까지 갔다가 이성차리고 중앙튀하는 거구나... 납득가... 능지가 마비된다고요 이거... 으..으부..츄츄 조아... 이러고 그냥 메이사 말에 따라가게 되는데?!
😼히 히히 히 하면서 따라붙어서 꾸~욱 껴안아버려야만...🤭 떨어지라고 하면 🥺나 어제 일반전 때문에 너무 슬픈데 조금만 더 이러고 있을래...하면서 핑계대겠네요 히히히...😏
마구로때도 2착해버릴테니까... 또 시무룩하겠구나... ....🤔 저 갑 자기 마구로에서도 2착해서 중앙은 이제 못 갈거 같은데🥺 유우가 혼자 가버리면 안되니까 기정사실 만들어두려고 했다가 실패하고 그게 유우가가 '이제 진짜 안되겠다;;'하고 생각하고 중앙튀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면 무지 룽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지금 막 들었는데요.....
아니...유우가 그러고서 메이사를 집에 들인 거냐고 이녀석 학습능력 너무 없잖아wwwwwwwww 웃긴데 룽하고 좋아요 으힉... 이힉힉......... 멧쨔는 그렇게 최종대쉬했다가 차이는 걸 넘어서 도망쳐버리니까... 응... 멘헤라 오지...🙄 이건 그런 쪽으로 전혀 생각 못하는 유우가가 진짜 문제가 많네요... 이 새키...
중앙에서 다시 재회했을땐 멧쨔가 거의 정 다 떨어진 것처럼 굴고 있었고(실제로도 복수가 가장 큰 목적이었고🤔) 시간도 꽤 지났던 것 같으니까.... 집에 들이는 것도 이상...이상하...긴한데(???) 아무튼😏 이히히히히... 다음에 일반전 일상이랑 마구로 일상도 돌리면 좋겠네요....
안되겠다... 후히히 생각만 하다가 작업 전혀 못하고 자버려...🫠 저... 오늘은 들어가보겠습니다 너무 재밌었고 해피한 연휴였는데요...!!!!!!!!! 머리가 완전 엣치치범벅이돼버려서 진짜 위기입니다 🫠 뇌를 환기시키고 일 좀 하다 잘게요... 멧쨔주도 늦지 않게 쭘시고 좋은 꿈 꾸시길 😊 내일 뵈어요 👋 앵바앵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