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뒤늦게 붙은 선배 소리에 순간 머리가 띵해진 서연이었다. 나... 1학년으로 보였던 거야?? 아연했지만 이제까지의 제 행적을 돌아보니 뿌린 대로 거둔 격이라 태클도 못 걸겠다. 할 수 없지~ 옅은 한숨을 내쉬고 마는데, 영희의 착각쯤은 사소하게 여겨지는 반응이 이어졌다.
" 어??? "
창문으로 안 넘어가면 어디로 가게? 리라처럼 문을 그려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 그런 물음을 던질 새도 없이 영희는 벽을 손으로 쓸어내리나 싶더니, 뒤로 물러나란다. 앞서의 터무니없는 질주가 떠올라 등골부터 오싹해졌다. 바로 토끼 메이드를 끌어안고 후다닥 뒷걸음질쳤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 ............. "
벽이 무너지는 통에 먼지와 연기가 모락모락인데도 서연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거 실화야? 개꿀잼 몰카 아니고?? 얘 분명히 자기 능력은 포톤 레이저랬는데. 이건 태진 선배 능력이래도 위화감이 없는데;;;;??? 뭐 어떻게 된 상황이야??!!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 차다 못해 머리 밖으로 비집고 나올 것만 같던 중, 서연 못지않게 얼이 빠져 있는 납치범들이 보였다. 그리고 영희가 부순 바로 그 벽 근처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 리라가 앉아 있었다. 무대 위에서도 지친 모습은커녕 생기발랄하게 뛰었던 그 애가.
" 리라야!!! "
울컥한 나머지 영희가 스킬아웃에게 으름장 놓거나 말거나는 제쳐 두고 리라에게로 달려가 앉았다.
그러고 보니 띨빵한 스킬아웃의 리라 납치 사건에서 서연이가 영희한테 하드캐리 받은 건이 정사가 되면~ 리라한테 매번 받기만 하던 서연이가 모처럼 리라를 도운 일이 생기는 거라 저로서는 매우 기껍네요~~ 헷헷헷! (영희한테 하드캐리받았으니 이래나 저래나 신세지고 다니는 캐라는 점은 그대로입니다만ㅋㅋ)
>>160 영희주 반응은 리라주께서 오마카세해 주시겠죠. 두통이 있다셨으니 그게 후딱 나아지시길 바래 봅니다. 그나저나 잇다 보니 일상스럽게 되어 버린 감도 있네요 ㅎㅎ 이거 선관(일상 돌리기 전에 오너끼리 정해 두는 캐들의 관계로 알고 있어요.)으로 굳혀도 괜찮을 거 같은데 말이에요. 서연이에겐 굉장히 임팩트 강한 첫 인상이라서요.
자전거를 타서 도착한 현장. 검은 항공점퍼와 검은 모자를 쓴 서한양. 얼굴에는 검은 마스크가 씌여져 있었다. 아무래도 레벨 5가 되어서 3학구에서 생각보다 유명인사가 된 한양이기에 자신의 모습을 가리고 습격하고자 했다. 그런데.. 저거는 메이드 토끼잖아? 빠져나온 건가? 그러면 임무완료 아니야? 하지만 이상해. 왜 안절부절하지 못한 채로 저 안으로 안내를 하려는 거지?
" 쓰읍.. 혹시 리라양이 안에 있나? "
그렇게 안으로 터벅터벅 걸어서 들어가기 시작했다. 안에는 조직원으로 보이는 세 명이 보였고, 한양은 그들에게 묻기 시작했다.
" 혹시 은발에 장발인.. "
" 침입자다-!!!! "
" 이런 ㅆ "
아, 여기서 능력을 쓰면 마틸다인 게 드러나는데 말이야. 어떡하지? 그냥 도망가서 다른 부원에게 부탁할까? 아니면.. 어떡하긴 뭘 어떡해. 내가 능력보다 훨씬 잘하는 거 있잖아. 그냥 맨몸으로 제압하지 뭐.
" 아니!! 왜 초장부터 주먹질이냐고! "
한 녀석이 한양의 왼쪽 턱을 향해서 오른쪽 주먹을 강하게 휘두른다. 무게중심이 완전히 앞쪽으로 쏠렸고, 주먹을 뒤쪽으로 당기며 힘을 모은 다음에 강하게 휘두르는 텔레폰 펀치. 녀석의 체격으로 보아, 파워에 자신이 있으며 한양을 한방에 보내겠다는 의도가 다분해보였다. 이런 주먹.. 맞으면 데미지가 크지. 주먹도 크고 묵직한 것이, 텔레폰펀치임에도 스피드도 빨라서 앵간한 녀석들은 쉽게 잡고 다녔겠네?
" 너 펀치 되게 멋있다. 못 맞춰서 문제지. "
예비동작이 길고 크다. 확실하게 들려있는 오른쪽 어깨와 팔, 한양의 안면을 향한 녀석의 시선...대놓고 주먹 한방으로 잠을 재우겠다는 사인이었다. 싸움이나 격투기에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저 기세와 체급에서 주는 위압감에 눌려서 그대로 당했겠는데? 서한양은 녀석의 오른쪽 주먹이 본인의 왼쪽 안면에 닿기 직전, 왼쪽 손등으로 녀석의 오른쪽 팔목을 쳐내면서 주먹의 궤적을 바꿔서 바깥 쪽으로 보내버린다. 마치 날아오는 야구공이 야구배트에 맞아서 날아가버린 것처럼 말이야. 그 다음에 녀석의 주먹을 쳐낸 왼손. 바로 주먹을 쥐어서 녀석의 오른쪽 눈을 노리려고 했겠다. 녀석이 궤도 밖으로 나간 자신의 오른쪽 주먹을 회수하기 전에 공격하려고 했겠지. 주먹을 궤도 밖으로 보낸 다음에, 그 막은 손을 방패에서 검으로 부드럽게 전환하여서 녀석이 대비를 하기 전에 찔러넣는 식으로. 왜 막은 손으로 공격을 하냐니, 왼손으로 막은 뒤에 오른손으로 녀석의 왼쪽 측면을 공격하려고 하니, 녀석의 왼손은 이미 왼쪽 측면을 가드하고 있었거든. 처음부터 힘이 들어간 것이 아닌, 가볍게 뻗어서 목표지점에 닿기 직전에 힘을 주어 스냅을 주어 임팩트가 생기는 서한양의 주먹. 묵직한 둔기나 탱크가 아닌, 마치 무엇이든 뚫을 수 있을 것 같은 창과 송곳 같았다. 하지만 상대 녀석..반응속도가 엄청나게 짐승같다. 허공을 가르고 날카롭게 뚫고 들어오는 한양의 왼쪽 주먹을 왼손바닥으로 막아내서 잡았다. 물론 충격이 있는지 녀석의 손은 주먹을 잡으면서도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녀석은 왼쪽을 가드하던 왼손을 오른쪽 측면으로 옮겨서 한양의 주먹을 잡아낸 것이었다. 그렇다면 오른쪽 안면이 비는데, 녀석이 왼손으로 막으면서 왼쪽 어깨가 들렸고, 그렇게 녀석의 어깨와 왼쪽 이두박근은 왼쪽 턱과 목을 보호하고 있었다. 한양은 녀석이 오른쪽 주먹으로 다시 공격을 하기 직전, 반박자 빠르게 녀석의 빈 왼쪽 관자놀이를 가격했다. 오른쪽 손날로 말이야. 몸의 탄력을 이용해서 스냅을 주며 파위와 스피드를 동시에 챙기며 오른쪽 손날로 녀석의 왼쪽 관자놀이를 가격했다. 맨주먹으로 머리를 치자니, 주먹이 다칠 것 같아서 말이지. 채찍 같으면서도 진짜로 칼날처럼 날카로움이 느껴지고, 한양의 손날을 맞은 상대는 충격과 동시에 어지러움을 느끼며 자세가 풀려버렸고, 한양은 왼쪽 주먹은 녀석의 그립이 느슨해진 왼쪽 손의 결박에서 빠져나왔다. 그대로 한양은 그로기 상태에 몰린 녀석의 오른쪽 턱에 레프트 훅을 꽂아서 완전히 쓰러뜨려버린다.
" 아이고 무서버라.. 연장질이네.. "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곧바로 다른 녀석이 오른손에 쥔 장도리로 한양의 머리를 향해 휘두른다. 장도리를 휘두르기 전, 팔을 살짝 뒤로 빼서 힘을 주는 예비동작.. 한양은 녀석이 장도리로 스윙을 할 것을 예상하고, 한 스텝 뒤로 물러남과 동시에 상체를 뒤로 흔들듯이 가볍게 당겨서 녀석의 스윙을 부드럽게 피해낸다. 녀석이 오른손에 쥔 장도리를 휘두름으로, 일시적으로 왼쪽 안면을 보호하는 수단이 사라지고, 동작을 회수하기 전에 왼쪽 발로 녀석의 왼쪽 안면에 헤드킥을 적중시킨다.
" ..아.. 힘이 못 실렸네.. "
하지만 제대로 쓰러지지는 않았다. 오소독스 스탠스 상태에서 스웨이로 녀석의 공격을 피한 다음에 앞발인 왼발로 녀석의 머리를 차려고 하니, 힘이 제대로 실리지가 않았다. 하지만 발차기는 발차기라고, 어느정도 충격이 있는지 녀석은 장도리를 바닥에 떨어뜨리면서 주춤했다. 녀석은 신속하게 장도리를 다시 주우려고 하지만 한양은 이리 기다려줄 만큼 친절하지가 않았다. 아, 잠시는 기다려줬겠다. 녀석이 장도리를 줍기 위해서 상체를 바닥으로 숙였을 때 말이야. 녀석이 상체를 숙일 때, 한양은 이를 놓치지 않고 오른쪽 무릎을 들어올리고, 들어올린 무릎의 다리를 앞쪽으로 세게 펴내며, 앞차기를 녀석의 턱 중앙에 꽂아서 기절시킨다.
" 저 녀석 뭐 하는 놈이야--!!!!! "
마지막 녀석이다. 방금 녀석들보다 훨씬 근육질이고 위협적인 체격과 몸을 가진 녀석이었다. 방금 전의 녀석들과는 다르게 이미 한양에게 바짝 붙어서 거리를 좁힌 상태. 체급이 더 가벼운 한양에게 썩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녀석은 두 손으로 한양의 상체를 잡기 위해 뻗고, 한양 역시 양손으로 녀석의 두 손을 맞잡는다.
" 크큭.. 나랑 힘싸움을 하자는 거야? "
" 당신이나 많이 하셔~ "
얼핏 보면 서한양이 힘에서 밀리고 있는 상태. 당연했다. 체급도 녀석이 훨씬 크면서도 한양이 근력은 저지먼트 내에서도 상위권이지만, 주력으로 삼을 정도는 아니니깐 말이야. 그래서 한양은 이 방법을 썼다. 녀석의 힘을 역으로 이용하기로. 녀석은 한양에게 힘싸움을 이기기 위해 중심이 앞으로 몰린 상태, 한양은 녀석에게 밀림과 동시에 힘의 방향을 앞이 아닌 뒤로 전환해서 밀고들어오는 녀석을 당겨버리려고 한다. 과도하게 앞으로 당겨진 움직임에 녀석의 중심이 무너진 틈이 생기고, 상체 역시 앞으로 숙여진다. 한양은 그 틈에 녀석의 숙여진 몸통, 그러니깐 명치에 니킥을 꽂아넣으면서 힘이 풀리게 만든다. 내장까지 뚫어버릴 정도로 살벌하고 묵직한 니킥에 녀석은 기침을 하면서 고통스러워하기 시작하고, 한양은 왼손으로 녀석의 머리카락을 잡고 오른쪽 팔꿈치로 왼쪽 턱을 가격하면서 완전히 기절시켜버렸다.
인적 드문 늦은 새벽, 큰 소리와 함께 차에 떨어진 청년을 본 것은 큰 행운이었다. 같이 길을 지나던 이름 모를 행인은 높은 비명을 지르더니 자리에 주저앉아 꺽꺽거리며 패닉에 빠졌고, 이내 아이처럼 울었지만 나는 달랐다. 이건 특종감이다! 아무리 보아도 특종이다! 나는 주변 눈치를 보다 청년이 떨어진 게 분명한 건물 안으로 후다닥 들어갔다. 신고는 저 사람이 알아서 해주겠지. 요즘엔 시민의식이 투철하니 말이다. 하물며 내게는 기자의 사명이 있고, 그 사명이 더 중요하다. 인첨공의 비밀을 파헤치고, 부조리한 일을 드러내는 것. 세간에서는 나를 황색 언론이니 찌라시나 만드는 얼간이니 하지만, 지금 미동도 없이 늘어져 시체가 될 존재가 과연 어떤 사연을 품고 있을지 드러나면 입을 싹 다물겠지.
옥상으로 도착하니 바람이 쌀쌀하다. 이런 추운 날씨에 바람을 맞고 떨어졌다니! 대체 무슨 생각으로 떨어졌을까? 이해가 안 간다. 그래도 뭐라도 있겠지? 옥상을 두리번거리며 걷다 보니 가지런히 놓인 신발이 보였다. 색도, 디자인도 날렵하니 잘 빠진 운동화는 동료 기자가 한때 오픈런을 위해 줄까지 섰지만 끝내 못 샀던 한정판이다. 꽤 비싼 걸로 알고 있는데, 집이 잘 사는 것 같다. 아니면 엘리트인가? 그렇다면 더 안타깝다! 대체 무슨 사정인지 가슴이 떨린다. 나는 그 신발 주변을 유심히 살폈고, 곱게 접힌 봉투를 보았다. 깔끔하고 정갈한 우편 봉투를 보니 감이 잡힌다. 유서다! 이 유서 안에 모든 진막이 담겨있을 것이다.
나는 옥상 저 멀리에서 구급차의 경광등이 번쩍이는 걸 발견하자 허겁지겁 유서를 집었고, 자리에서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내려온 건물 주변에 사람들이 구경을 위해 몰려있는 것을 발견한 나는 그 사이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숨어있다가 경찰이 모두 물러나라 제지할 때, 시민들과 함께 흩어지며 골목 속으로 숨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골목 깊은 곳 지리를 잘 알았다. 스킬아웃을 취재하며 그들과 친해진 덕분이다. 골목 깊은 곳 가로등이 쨍한 곳은 벽에 새겨진 스킬아웃의 표식 덕분에 이곳이 스트레인지 중심부임을 알 수 있었다. 성하제의 마무리로 지친 사람들이 모두 자러 들어간 덕분에 아무도 없었던 덕분일까, 나는 수월하게 품에 숨긴 편지 봉투를 꺼낼 수 있었다. 그 청년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투신했을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봉투를 뜯고 내용물을 확인했다. 세로로 뜯는 형식이 아니라 카드형 편지지를 넣을 수 있는 봉투라 유서 치고는 제법 깔끔하다 생각했는데, 막상 열어보니 접힌 종이가 아니라 빳빳한 재질의 종이 하나만 들어있었다. 나는 그 종이를 손가락 틈새로 끌어올렸고, 이내 눈을 크게 뜨며 희열에 가득 찬 표정을 짓고 말았다.
이건 특종감이다. 아니, 이 좁고도 넓은 인첨공을 발칵 뒤집을 수 있다! 아까 그 청년의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어서 돌아가서 기사를 작성해야겠다. 제목은 베일에 가려진 얼굴 없는 예술가의 죽음… 내가 골목을 빠져나가고자 뒤를 돌았을 때.
나는 도망쳤다. 태휘는 스트레인지 깊은 곳으로 향하며 욕을 짓씹었다. 깬지 얼마나 됐다고 이 직장은 사람을 이렇게 굴려대는지! 조그마한 애새끼, 그러니까 안희야의 피가 섞이지 않은 형제 일이 아니었더라면 거절했을 것이다. 두고보자, 나중에 민트초코 과자에, 끝장나는 휴가, 그리고 애새끼 볼 잡고 늘리기로 반드시 그 값을 받아내고 말 테다.
"불안한데."
어찌 되었든 희야의 형제는 성하제가 끝나기 무섭게 투신했다. 본인 말로는 외부의 개입 없이 스스로의 판단이라 했으니 그 건에 대해서는 수사가 종결됐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학생의 유서를 훔쳐간 사람. 유서야 흑역사로 생각하며 무시하고 새로운 삶을 살면 되겠지만, 자신은 안티스킬이라 무책임하게 나설 수 없을 뿐더러 그때 학생이 내가 적은 유서가 어디로 갔냐며 세로로 쭉 찢어진 동공으로 눈을 마주쳤을 적엔 도저히 넘길 수가 없었다. 희야와는 결이 다른 압도적인 눈빛은 아직도 떠올리면 몸이 부르르 떨렸다.
태휘는 덕분에 쉴 수 없었다. 불철주야 개처럼 주변을 탐문했고, 마침내 실마리를 잡았다. cctv를 몇 번이고 다시 돌려 끔찍한 장면을 마주한 것도 있지만 투신 장면을 목격한 행인이 제보를 한 덕분이다. 어떠한 사람이 있었노라, 아마 건물로 들어간 것 같다……. 인첨공의 발전은 범인의 얼굴을 선명하게 드러냈고, 안티스킬은 ID 카드를 통해 신원을 조회할 수 있었다. 태휘는 신원을 조회하기가 무섭게 이마를 쳤다. 자극적인 기사로 몇 번이고 논란이 되었던 기자였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걸려도 이 사람에게 걸렸다니!
심지어 더 큰 문제가 있으니, 이 사람은 오늘 긴급신고를 한 이후 연락이 끊겼다. 마지막으로 신고한 위치는 스트레인지 최심부였고, 태휘는 지금 이렇게 한때 머리가 깨졌던 장소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네온사인에 의지할 만큼 어두운 장소에 도착했을 때, 태휘는 결국 짓씹던 욕을 크게 뱉었다.
"당했네."
기자는 죽어있었고, 누군가 자신을 이쪽으로 유도한 게 분명했다. 상태는 참혹했다. 무릎을 꿇은 채 죽어있는 시체는 이미 부패가 시작됐고, 조악한 예술 작품을 보는 것 같았다. 특히 손 위에 고이 올려둔 머리도, 입에 물린 카드와 유서, 등을 기점으로 날개처럼 펼친 골격도 그렇고, 태휘는 금방이라도 구역질이 나올 것 같은 속을 겨우 진정시키며 심호흡을 했다. 가까이 다가서 시체를 살피니 고약한 시취가 진정시킨 속을 다시 울렁거리게 만들었다. 시체의 입에 물린 카드를 먼저 손가락으로 꺼내던 태휘의 눈이 커졌다.
─ 나의 포사에게. 태휘는 카페에서 태오를 마주했다. 유서를 돌려줘야 하는 것도 있지만, 물어볼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태휘는 양갈래로 머리를 땋은 점장이 직접 가져다 준 음료를 미심쩍게 노려봤다. 선라이즈를 기반으로 그레나딘 시럽과 오렌지 주스 대신 자몽과 오렌지를 적절히 블렌드한 시트러스 스무디는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였다. 태오 또한 스무디를 가만히 바라보다 먼저 고개를 들었다.
"제 유서를…… 찾으셨다고요."
나지막한 목소리는 여전히 힘이 없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기운을 차린 것 같았다. 태휘는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머뭇거렸다.
"저, 학생." "네." "유서에…… 피가 좀 많이 묻어있어서, 괜찮을까." "……."
태오는 태휘의 표정이 왜 착잡한지 알 것 같다는 듯 잔을 끌어당겨 제 앞에 두며 눈을 내리깔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는 표시였다.
"누군가 죽었나보군요." "그래. 유서를 훔친 사람을 발견했는데, 찾아가 보니 죽어있었어." "……누구였나요." "이 사람, 알아?"
태오는 태휘가 띄워준 홀로그램을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모르는 사람이에요. 대체 누구인지…." "장진혁, 인터넷 뉴스 기자." "초면이에요. 이런 분이…… 유서를 왜 가졌는지도……." "……이 사람, 자극적인 기사를 쓰기로 유명한 기자인데… 학생이 투신할 때 하필 그 현장을 지나고 있었다나봐." "…그래서, 나를 좋은 먹잇감으로 본 것이로군요." "그렇지. 이렇게 죽을 줄은 몰랐는데……. 일단은 줄게. 찾고 있었잖아." "읽었을까요……?" "아니, 읽지 않았어. 학생의 개인사잖아."
거짓은 느껴지지 않는다. 태오는 피가 마른 편지 봉투를 받았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겉면을 쓸어보다, 눈을 들어 태휘를 마주했다. 태오의 머리로 태휘의 속내가 모조리 들리고 있었다. 아무리 사건을 많이 겪은 저지먼트라도 이런 건 괜찮은 걸까, 그걸 얘기해줘야 하나……. 태오는 속이 타는 듯 스무디를 쭉 빨아마시던 태휘를 보다 입을 열었다.
"……숨기는 게 있군요." "……." "내 앞에서 거짓은 통하지 않는답니다." "……학생." "네에." "실은 시체 상태가 꽤 끔찍했어. 그리고…… 학생에게 미안하지만, 스트레인지에 대해 잘 아는 것 같던데. 희야한테 들었거든. 학생이 내가 스트레인지에 드나드는 걸 알고 있었다고." "……." "……부디 솔직하게 말해줘. 학생이 무언가 숨기는 게 있어도, 안티스킬을 믿어줬으면 해. 네 편이 되어줄 수 있으니까."
카페 점장이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태휘는 알고 있었다. 저 문신을 가진 사람들은 다들 '한때 유행했던 것'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알 수밖에 없다. 수용소에서 들어와 일 년도 채 안 되어 풀려나던 기이한 존재들을. 그리고 하나같이 큼직한 사건의 중심에 있었음을. 학생은 누구야? 태휘가 차마 뱉을 수 없는 말을 짓씹을 적, 태오는 봉투를 열며 유서를 꺼냈다. 카드에 간결히 적혔던 자신의 유언 밑에, 피로 쓴 것이 분명한 붉은 글씨가 있었다.
𝑅𝑎𝑣𝑒 𝒫ℴ𝓁𝒶𝓇𝓃𝒾ℊ𝒽𝓉
"푸흡."
태오는 상황에 맞지 않게 웃음 지었고, 태휘는 고개를 번쩍 들어 태오를 마주했다. 말갛게 웃는 모습에 팔에 소름이 돋았으나, 동시에 노련한 안티스킬의 감이 시체의 입에 물려있던 카드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사람을 좀 찾아야해요." "하지만 K씨랑 U씨는 지금 자리에 없는데...아지트에는 저랑 P씨밖에.." "K와 U의 도움까지는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Y, 당신이랑 P가 같이 가죠."
숨 들이키는 소리가 미약하게 들려온다. 마지막 문자를 받자마자 항상 지정복을 보관해두는 보관함에서 옷을 꺼내 갈아입은 혜성은 거리를 멀거니 응시하고 있었다. 감시 드론들이 움직이는 기계음, 스트레인지를 거니는 이름모를 스킬아웃들의 말소리, 멀리에서 들려오는 소음들을 엮는다. 붉은색, 푸른색, 노란색 등등 온갖 색채들이 범람하며 시야를 물들이고 소리는 멀어지고 색채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탐지를 목적으로 한 레이더망이 최대로 전개된다. 지끈거리는 둔한 두통에 혜성은 관자놀이를 손바닥으로 지그시 누르고 손목을 두번 두드려 인지저해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며 다른 손에 들고 있던 야차가면을 그 위에 덮어쓰고 그대로 아래로 뛰어내렸다.
색의 범람이 시끄러웠다.
"인상착의는 방금 보냈습니다. 아지트 근처에 도착했으니, 바로 합류하죠." "캡틴이 움직이는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우리는 자경단이고, 찾는 사람은 저지먼트 부원입니다. 이거면 충분히 설명이 되나요?" "합류하겠습니다."
가로등이 꺼지는 것처럼 넓게 퍼져 있는 색채의 향연이 조금씩 좁혀진다. 소리도 없이 야차가면을 쓴 새하얀 인영 둘이 혜성의 뒤에 따라붙었다. 혜성은 문득 걸음을 멈췄다. 익숙한, 그럼에도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 있다.
"찾았네요. 따라가죠."
혜성은 고저없이 단조로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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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차가면을 쓴 거구 한명과 부딪힌 스킬아웃이 우당탕 바닥을 나뒹굴었고, 그 뒤로 신음하는 스킬아웃들이 바닥에 드러누워있었다. 시퍼런 장식이 달랑거리는 야차가면을 쓴, 다른 야차가면들과는 조금 다른 옷차림을 한 이가 성큼 가까이 다가섰다.
>>192 컨디션은 무난~ 진행 참여할 정도는 된다! 아까 안경을 안 써서 더 두통 온 거 같기도 하고🤔 쓰니까 좀 낫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야말로 반응해줘서 고맙다!! 아무도 안왔으면 자력으로 줘패고 나오는 경우도 있긴 했는데(대신 다침) 많은 사람들이 와줘서 긁힌 데 하나 없이 나올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