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장 먼저 뜨고, 가장 밝게 빛나고, 가장 마지막에 지는 별이 될 거야." "그 별이 뜨는 곳은... 유우가의 옆이었으면 좋겠어. 내가, 유우가만의 샛별이 되도록." situplay>1597038191>1 히다이 유우가 situplay>1597038191>2 메이사 프로키온 situplay>1597038191> situplay>1597039238> situplay>1597041174> situplay>1597044204>
해설 : 미스미는 자기가 사귀는 거로 알려졌던 남자가 다른 여자랑 결혼해서 직장을 활보하는 걸 봐야하며... 주변인들의 자와자와를 견딜 생각에 벌써부터 골치가 아픈 상태입니다 😅 미스미의 명예가 여러모로 실추되는 상황인데, 유우가는 미스미를 지인 이상이하로 생각하질 않아서 그 정도의 사려깊은 생각은 하지 못하는 상황이네요 🤔
사실 저도 크게 할 말 없지만요..... 그래도 이건 아니야... 이누키만큼 새파래진 얼굴로 미스미씨를 보다가 슬쩍 유우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보다 그렇게 아프게 맞았으면 그냥 다물고 있지 않나 보통.....
"상관없는 건 아니지. 그, 위장...이라고는 해도 일단 유우가랑 사귄다고 공표한 사이였잖아..." "근데 유우가가 나랑 결혼하면 주변은 어떻게 생각할지, 그, 알잖아...? 거기에 우마무스메들이 소문 퍼트리면 이상하게 꼬이고 와전되는거 츠나센에서도 겪었잖아 직접. 그렇게 되면 한 명 한 명 붙잡고 오늘처럼 사정 설명할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러니까아... 미스미씨도 상관이 있지...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 일에 휘말린 거고."
.........정리해서 말하고 나니까 더 면목이 없네.... 그야.. 그... 헤어져!라고 하면서 카페에 혼인신고서(사본)들고 갔던 녀석입니다만, 사정 설명하고 복수 계획도 말했더니 선뜻 도와주겠다고 한 사람을 어떻게 보면 뒤통수 쳐버린 거나 다름이 없게 되어버렸으니... 우물쭈물, 머뭇거리다가 미스미씨를 향해 고개를 푹 숙였다.
"...골치아픈 일에 휘말리게 해서 미안해요. 그게... 이렇게 될 줄은 정말로 몰랐지만, 그래도.... 주의하지 않은 건 잘못이니까."
아니 진짜로 몰랐긴 하지만. 진짜로 이럴 계획은 아니었지만. 진짜 계획은 좀 더 나중에... 아직 제대로 다듬지도 않았고 앞으로 미스미씨랑 다듬어 나가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어버렸다. 이게... 그... 네.... 나랑 유우가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지... 응....
"근데 진짜로 사고였다고 할까 경황이 없었다고 할까 결코 고의는 아니고요 미스미님이 도와주시겠다고 했던 거 정말로 감사하게 생각했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버려서 면목이 없고 하여간 그 죄송합니다아아아......"
그대로 땅에 납작 엎드릴 기세로 와다다다다 말을 쏟아냈다. 아니. 그치만.. 아까 유우가가 두들겨 맞는 거 보니까 무서워졌는걸(?)
둔감한 나 대신 쩔쩔매고 사과하는 메이사를 보다보니 마음이 안 좋다. 머리를 긁적거리다 맞은 곳을 추스리고 일단 일어나서 나도 같이 사과하기로 한다.
"내 생각이 짧았네. 일단 이 부분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술취해서 사고친 거 수습하느라 이래저래 경황이 없었어. 네 입장도 생각해봤어야 하는데... 이게 당장 어제 터진 일이라. 말실수 해서 정말 미안해."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미스미의 성격을 아는 내가 좀 정리해야 할 때다. 내가 미스미에게는 냉하게 구는 것도 그 특유의 성격 때문이니까. 극한의 실리주의에 소시오패스(*유우가의 편견입니다. 좀 맞말도 있지만), 그 성격에는 사과보다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빠르게 먹힌다.
"그러니까 문제는 내가 너한테서 메이사로 환승해서 바로 임신을 시켰다...는 게 와전되는 거에 따라 너한테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말인 거잖아. 다행이도 여기는 트레이너들의 가십에 큰 관심은 없지만, 그래도 와전 자체를 피하기는 어렵겠지..."
그렇다고 냅다 그만두고 우리가 츠나지로 다시 가기에는 부담이 크고.
"...메이사랑 내가 겨울학기까지만 근무했다가 육아휴직을 하면 되잖아. 나는 1년 하고 복귀하고 메이사는 애 조금 키우다가 시간차를 두고 복귀하면, 그 사이에 또 트레이너들 한번 싹 바뀌지 않겠어? 프리랜서들도 있고 담당따라 내려가는 녀석들도 있으니까."
애초에 중앙은 실적싸움 밥그릇싸움으로 피가 말라서, 우리같은 어중이떠중이들은 뭘하든 크게 신경 안 쓰기도 한다. 거진 몇명씩 패거리로나 몰려다니고(우리처럼) 저쪽 선생 무리의 누구가 육휴에서 복귀했다더라 정도는 들어도 남의 패거리에 굳이 말을 많이 얹지는 않는... 그래, 딱 관동 녀석들답달까.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메이사의 의견도 듣고 쓰러져 있는 이누키를 통행에 방해되지 않게 구석으로 치워도 놓고. 이래저래 설득을 하고 나니 미스미도 오랜 침묵에서 입을 떼었다.
휴우. 어떻게든 마무리된 느낌이다. 사과하고 나니 유우가도 뭔가 알았다는 듯이 나서서 착착 사과하고 정리를 했고, 걱정인지 뭔지 모를 말과 서명을 남기고 미스미 씨는 휭 가버렸다. 유우가가 해석해줬지만, 정말로 그 뜻이 맞아...? 나 무서워... 이누키도 마른 문어 내지는 마른 오징어가 된 느낌으로 훌쩍거리면서 서명해줬다. 너무 울어서 뭔가 엄청 미안할 정도네. 나중에 밥이라도 사줘야지.. 술은 이제 내가 못 마실테니까.
그렇게 미스미도 이누키도 가버린 후에 유우가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무책임한 녀석의 애는 좀 아닌가?라고. 하아? 뭐냐고 그게. 아까 그 말 신경쓰고 있던 거야? 바보 같아. 복어라도 된 것처럼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채로 유우가의 정강이를 가볍게 톡 찼다. 찼다기보단 건드렸다가 어울리겠다. 아까 미스미가 무진장 때렸으니(부위가 다르지만) 다리 아프겠지.
"흥, 됐네요. 유우가의 아이니까, 낳을 거야." "이제와서 무르려고 해도 소용없다구? 제대로 책임져."
그렇게 말하고, 조금 자조적인 웃음을 띄웠다. 뭐어, 무책임한 녀석이라고 한다면 말이지....
이 이야기를 들은 순간 뭐랄까, 약간, 그, 상식이 뵤와앗...하고 날아가버렸달까. 메이사가 뭐라뭐라 말하는 건 들리지만 막상 머리에 꽂히지가 않았다. 그러니까... 되짚어보자. 내 이름 유우가 맞지? 응, 히다이 유우가 맞지. 그러니까 유우가의 아이라는 건 내 아이라는 이야기인데. 메이사가 내 아이라서 키워준다고? 잘못 들은 게 아니고 내 아이라서?
그대로 얼어붙어버렸다. 멀뚱하게 우뚝 선 내 팔을 메이사가 잡아당겨도 꼼짝하지 않았다. 메이사가 얘 왜 이래? 하고 돌아볼 때가 되어서야 입술을 달싹여서 한 마디를 뱉었다.
"...내 아이라서?"
"그럼... 나 좋아해?"
오히려 이럴 때만 심장이 기이하리만치 뛰지 않았다. 이누키랑 미스미와 실랑이하느라 시간도 제법 잡아먹었고, 제출하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데 어쩐지 발을 절대 떼고 싶지 않아서, 메이사가 당기는 손길에도 그냥 미련하게 멈춰서는 대답만 기다린다.
아무리 잡아당겨도 꼼짝도 안하는 유우가를 돌아봤다. 대체 왜 이래? 서, 설마 '아니 역시 생각해봤는데 이거 아닌 거 같아'같은 말 하는 거 아니겠지...? 약간의 불안을 안고 돌아보자, 유우가는 어쩐지 얼어붙어 있었다. 아니 내가 무슨 이상한 말을 했나, 유우가를 죽여버리겠단 말을 했나. 전부 아닌데 대체 왜 이래.... 그리고 달싹이는 유우가의 입에서 나온 건, 이게 지금 나온다고?싶은 질문이었다.
그래서, 그, 아마 나도 좀 멍청한 표정이었을 것 같긴 한데. 눈을 깜빡이면서 유우가를 보다가 또 다시 복어가 되어버렸다. 하아? 이제와서 그게 무슨 소리냐고!!!
"바보 같아." "난 우리가 임시 팀이었을 때부터, 유우가가 날 두고 떠난 이후에도, 중앙에서 다시 만난 뒤에도... ...쭉 좋아했단 말이야." "애초에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의 집에 들어가서 지낼 리가 없잖아!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 그...것도 할 리가 없잖아!!"
새빨개진 얼굴로 빽 소리를 지르고서, 미련하게 멈춰선 유우가에게 가벼운 펀치를 날린다. 메이사 펀치! 메이사 펀치! 그래도 제대로 힘을 실어서 친 건 아니고, 그냥 툭툭 소리가 날 정도만. 바보냐고, 진짜 바보야. 조금 원망하던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난 유우가가 좋다고.
클래식 시즌 때부터 지금까지 안 좋아했던 적이 없다고. 비록 내 쓰레기 짓에 밉기도 했지만, 좋아하니까 내가 집에 데려올 때 눌러살았던 거라고. 정작 나는 이 녀석이 나 없더니 인생의 단맛 쓴맛 다 봐버렸구나 생각하고 이것저것 체념한 채로 지냈는데. 그거 다 센 척하는 거짓말이었던 거 이제는 알지만...
그렇게 좋아한다고 몇 번이고 듣고 나자 실실 웃음이 샜다. 그냥, 뭐랄까. 그런 생각도 했거든. 나는 메이사처럼 제대로 된 녀석이 아니니까, 좋아하지 않아도 남의 집 정도는 들어가서 살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그랬던 적도 있고). 관계를 맺는 것도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이겠냐고. 그러니까 어쩌면 메이사가 날 좋아하지는 않지만 죄책감 때문에 키우겠다고 하는지도 모른다고. 부부라곤 해도 애정없는 결혼생활을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내심 있었단 말이다. 그러다 해도 그 상대가 메이사라면 못할 게 있겠나 싶었으니 결혼하기로 한 거지만.
애정없어도 괜찮았던 사람이 사실 날 쭉 좋아해주고 있었고, 앞으로도 좋아해줄 거라고 생각하니까... 뭐랄까, 심장 엄청 두근거리네. 조금은 벅차오르기까지 했다. 이런 증상이라면 나도 어쩌면 메이사를 좋아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 어쩌면, 메이사 말마따나. 불쌍하다는 이유만으로 집안에 들여놓고. 속이란 속은 다 썩이고 집안 어지럽혀 놓고, 손 많이 가면서도 옆에 뒀던 게 좋아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제 가자며 채근하는 메이사의 팔을 역으로 휙 당긴다. 품에 들어온 메이사의 양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이마에 입술을 가볍게 눌렀다. 머리카락에서 은은히 올라오는 나와 같은 샴푸 냄새를 들이쉬고는 놓아주었다.
"...이제 됐어. 가자."
(*뭔가 이걸 막레로 하고 🤔 서류는 알아서 제출했다~ 이제 부부임~ 해도 좋을 거 같고 더 이어주셔도 괜찮습니다 히히... 너무 귀엽고 순애라 엄청 행복했네요 답레 쓰면서wwwwww)
시니어 시즌, 산마캔. 사카나 삼관의 마지막 경기. 시니어 이와시캔과 사바캔에서 1착을 달성한 나에게는 중앙으로의 관문까지 남은 딱 한 발짝이라고 할수도 있겠지. 패덕에 나가기 전, 대기실에서 한 번 심호흡을 한다. 긴장이 안 된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될 수밖에 없잖아 이건. 하지만 단순히 경주에 대한 긴장만은 아니었다. 대기실에 불쑥불쑥 찾아오곤 하는 불청객이 설마 오늘도? 하면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니까.
불청객의 이름은 토네이도 대쉬. 시니어 시즌 초부터 이상하게 시비를 걸어오더니, 유우가한테 꼬리도 치고 저번 사바캔때는 대기실까지 찾아와서 유우가한테 볼뽀뽀까지 하고 가버린 이상한 녀석이라고! 미친 거 아냐?! 내가 옆에서 두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진짜 빡쳐서 그대로 정강이를 박살내주고 싶었는데 유우가가 뒤에서 붙잡고 사정사정하면서 말리는 통에 그녀석의 정강이는 무사할 수 있었다. 당당하게 1착 하는 걸로 복수하긴 했지만, 솔직히 그 녀석 별로 분해보이지도 않았고. 아~ 역시 생각하면 할수록 열받아!!!! 이를 악물고 대기실 소파에 있던 쿠션을 쿠/션으로 만들 기세로 쥐어짰다. 뜨드드득하고 좀 위험한 소리가 나지만, 찢어지진 않은 것 같다.
- 아무렇지도 않게 기물파손 하고 있네. 폭력적~
그래. 이렇게 사람 열받게 옆에서 살살 긁는, 톤부터가 개킹받는 그 목소리! ...가 왜 내 옆에서 들리고 있는 건데!?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거기엔 당당하게 서있는 토네이도 대쉬가. ......왜 여기있는건데!?
"너, 너! 너 왜 여기 있는 건데!!!! 내 대기실에서 나가!" - 왜? 공용 대기실이잖아? 너 혼자 전세냈어? 돈도 많네. "아익!!!! 유우가!! 얘는 왜 들여보낸거야!!!"
킹받게 히죽거리면서 하는 말에 딱히 대꾸하긴 어려워서, 애꿎은 유우가를 향해 짜증을 낸다. ...그야 일단 다같이 쓰는 대기실인건 맞고, 딱히 저녀석이 잘못한 건 아니고.. 아무튼 맞긴 한데... 그래도! 저번 볼뽀뽀도 있었는데 그새 잊은거야!? 이 자식은 위험하다고??
우리 딸은 대단합니다. 얼마나 대단하냐면요, 이와시캔과 사바캔을 제패하고 사카나 삼관이 목전이라구요. 정말 잘하면 중앙 진출을 노려봄직한... 진짜 유망주라고.
물론 문제가 하나 있다면, 그렇게 진짜 목표 달성을 코앞에 둬서 그런가 조급해졌단 거. 메이사는 중요한 일을 앞에 두고는 은근히 날이 서는 느낌이 있는데, 그게 좀 더 심해졌달까 그런 생각이 든다.저 꽈배기처럼 꼬여버린 쿠션을 보아하니 또 혼자서 그 성격을 열심히 삭이신 모양인데...
...그 예민해진 원인은 짐작이 간다. 목표를 이루기 직전인데 귀찮게 구는 녀석이 오면 그야 예민해지지. 그게 토네이도 대쉬처럼 성격을 긁어대는 녀석이라면 더더욱이.
"...자자 메이사, 진정하고. 일단 쟤 말마따나 공용 대기실이니까 들여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메이사에게 꽈배기 쿠션을 품에 안겨주고 그 옆에 털썩 앉았다. 그러자 대기실 의자에 거꾸로 앉더니, 바퀴를 밀어 구루구루~ 하면서 이쪽으로 의자를 몰고오는 녀석. 체육복을 입어서 걱정없다곤 해도, 등받이를 끼고 다리를 벌리고 있으니 좀 낯부끄러웠다. 체구도 나만한 녀석이.
- 그래 메이사쨩~ 아빠 말은 잘 들어야지. 경주도 곧인데 우리 서로 너무 기운 빼지 말자구. 자, 악수 악수~
하면서 사람 좋은 척 손을 내밀고서는,
- 벌써 기운 빼놓으면 2착했을 때 엉엉 울지 못하잖아?
하면서 또 성격 안 좋은 발언을. 우와 이거 걷어차기 나가지 않으려나 하며 일단 메이사의 허리를 꽉 잡아 튀어나가지 못하게 했다. 엣치치한 터치 아니냐고요? 아니 그것보단 일단 안전! 안전 우선이라고!
진정이 되겠냐고!! 저렇게 속을 박박 긁고 있는데!!!! 씩씩거리면서 유우가 옆에 앉아서, 꽈배기 쿠션을 이번엔 반대로 쥐어짠다. 이걸로 좀 풀리나.. 아니 눈앞의 저녀석이 사라지지 않으면 이 기분은 풀리지 않아.. 그래도 좀 삭히긴 해야해.... 그러면서 진정하려고 애쓰고 있는데, 굳이 유우가를 '아빠'라고 하는 말이나 악수를 청해오는거나... 진짜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열받는다. 이렇게 불타고 있는 속에 항공유라도 쫙 끼얹는 것처럼, 2착했을 때 엉엉 울 기운은 남겨두라는 말에 반사적으로 쿠션을 집어던지고 발로 걷어차려고 했다. —유우가가 내 허리를 꽉 잡는 바람에 저 악수를 청하는 염치없는 손을 박살내지 못하고, 아슬아슬하게 몇 미리 차이로 공기만 팍 걷어차버렸지만.
"크아아아아악!! 죽여버린다 이 자식아!!!!!!" "유우가 이거 놔!!! 저 자식은 좀 맞아야 정신차린다고!!!"
그나마 아직 이성이 남아있어서, 나를 잡고 있는 유우가의 손은 힘줘서 뿌리치진 않고 있었다. 이러다 눈에 뵈는 게 없어지면 유우가건 뭐건 말딸 파워를 풀로 발휘해서 던져버릴지도 모르지만.... ...아니 그렇게까진 빡치지 않았다고 할까, 임계점 직전까진 와있지만 넘진 않았다고 할까...
- 살해협박 받았어~ 무서워 무서워~w "아오 진짜아아아!!"
몇 번이고 발을 휘두르지만 아슬아슬하게 다 빗겨나간다. 유우가도 유우가지만, 이 자식.... 내 다리가 안 닿을 정도의 거리에 절묘하게 주차(?)해놨다고!!!! 이게 더 빡쳐!!!!!!!
"니가 양심이 있으면 입을 다물던가 한 대 쳐맞던가 둘 중에 하나 골라라...." - 에~ 둘 다 싫은데? 내가 왜?
옆에 던져놨던 쿠션을 다시 집어서, 이번엔 토네이도 대쉬를 향해 집어던졌다. 아 진짜 꼴도 보기 싫어!!!!
아니나다를까 메이사의 발이 허공을 부욱하고 찢고, 조금만 더 가까웠으면 토네이도의 손톱도 손가락도 큰일날 뻔 했다. 그런데도 저 생글생글 웃는 얼굴은 꿈쩍을 안 한다. 어떤 의미로 이녀석도 무서운 구석이 있다니까... 마음이 검달까.
"아이고, 아이고 좀 참아바라 이것아...!! 토네이도 너도! 이쯤 하면 됐잖아 왜 가만있는 애한테 와서 성질을 건드려!?"
메이사의 허리를 껴안다시피 한 채로 남에게 호통을 쳐봤자 전혀 설득력 없는 비주얼이긴 하다만. 이쪽은 전혀 즐기고 있지 못하다고요. 토네이도는 나의 '갈' 에 어깨를 으쓱였다.
- 아니아니~ 건드릴 때마다 발끈하는 게 웃겨서 그만~
나한테도 한 마디를 안 지고, 메이사에게도 말대꾸하던 토네이도는 결국 얼굴에 직격으로 쿠션을 얻어맞고 말았다. 프헙, 하는 꼴사나운 소리를 내며. 다른 말딸들도 구경하다가 이를 꽉 깨물고 웃음을 참는 게 보인다... 아니 나도 솔직히 웃기긴 한데, 여기서 웃으면 아웃인 거 같아.
"...그러니까 내가 메이사 성격 그만 건들랬지. 자, 돌아가."
부루퉁한 표정이 된 토네이도의 의자를 발로 밀어, 돌돌돌 여기에서 멀리 떨어트렸다.
*
그리고 노심초사하며, 출발 대기중인 메이사와 그 옆의 토네이도를 지켜봤다. 토네이도 녀석 또 트래시 토크를 할 게 뻔하다. 출발 대기중인 지금 메이사가 동요하지 않아야할텐데...
내가 듣지 못한 그 말은 꽤 메이사를 흔들었던 모양이다.
*
- 메이사. - 네 아빠는 너한테 아무 느낌도 없어보이던데 어떡해? - 소프랜드 흉내를 내도 아무 소용이 없었네, 불쌍해라. - 그럴 거면 중앙 가도 소용 없지 않아? - 나한테 넘겨줄래?
하필 게이트도 나란히 옆 게이트를 발주받을게 뭐람.... 인생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구만 에휴. 그나마 쿠션을 제대로 맞아서 웃긴 꼴이 된 녀석을 보고 좀 풀리긴 했지만 이렇게 나란히 옆 게이트에 있으면 또 성질을 박박 긁는 말을 들을 게 분명한데. 그래서 평소보다 게이트에 들어가는 것도 좀 많이 미적거렸다. 좀 더 꾸물거리고 있으면 직원이 억지로 밀어서 넣을 기세로 보고 있길래 그냥 내 발로 들어오긴 했는데, 아무튼. 그렇게 게이트가 열리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예상대로 저 재앙의 주둥아리는 멈출 생각을 하질 않는다. 그것도 꽤나, 내가 신경쓰고 있는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서, 찌르지 않았으면 좋겠는 부분만 골라서 푹푹 찔러대니까.
"너 이자식 진짜...!!!!!!!!!"
듣자듣자하니 마지막 말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그자식이 있는 게이트 쪽으로 넘어가려고 옆쪽 벽을 짚고 몸을 끌어올리는 순간— 게이트가 열렸다. 아, 젠장. 순간 머리가 새하얗게 되어버렸고 다급하게 내려와서 뛰쳐나갔지만... ....이미 추입이라고 부르기도 힘들 정도로 격차가 벌어져버렸다. 젠장, 젠장...! 오늘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는 거야...!!!!
"진짜 죽여버릴거야...."
앞서나가는 녀석들을 따라잡기 위해서 힘껏 달린다. 간신히 따라잡아서 추입 포지션에 오긴 했지만... ....스태미나가 불안하다. 아니, 아니야. 할 수 있을 거야... 나, 나는, 2관이잖아.... 이번에 이겨서, 사카나 삼관을 따서 유우가랑 같이 중앙에 갈 거라고..... 초반 코스를 도는 시점에서 벌써 턱끝까지 숨이 차올랐다. 초반에 체력소모가 너무 심했지만, 그, 그래도 할 수 있어. 나 스태미나 만큼은 지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2착. 또 2착이다. 클래식 시즌의 그 기억이 되살아나는 느낌이 든다. 전광판을 볼 필요도 없었다. 그 녀석이 나보다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고, 나는 그 뒤에 들어왔으니까. 시니어 시즌에는, 이와시캔과 사바캔에서는 계속 1착이었으니까, 이제 2착을 할 일은 없지 않을까. 그런 막연한 생각도 있었는데.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늦은 출발과 페이스 배분의 실패는 불필요한 체력 소모와 2착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결승선을 두번째로 통과한 뒤, 그대로 두어걸음 걷다가 풀썩 주저앉았다. 폐가 터져라 숨을 들이쉬는데도 모자란 느낌. 한참을 그렇게 주저앉은채 바닥을 보며 헐떡거리며 숨을 고른다. 분하다. 진심으로 분했다. 게이트에서 바보같이 세 치 혀에 넘어가지만 않았어도, 사카나 삼관을.... 분한 마음에 입술을 꽉 깨물고, 꽤나 무리한 탓인지 아직도 후들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일어서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그 녀석이 다가와선 트로피를 내민다.
"......"
기만이 가득한 그 말과 행동에, 나는 말없이 그 녀석을 노려보다가 뒤돌았다. 그리고 조금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대기실로 향했다. 너무 화가 나다보니 오히려 한바퀴 돌아서 냉정해졌다는 느낌이랄까, 하여간 그런 거였다. 화가 나긴 나는데, 아까 대기실에서처럼 발로 차거나 뭘 던지거나 소리를 지를 기운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그냥... ...그냥...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
대기실로 들어와선 그대로 소파에 푹 쓰러지듯 누웠다. 다른 아이들의 눈길도, 다른 트레이너들의 눈길도 전혀 신경쓰지 않고서. 그래도 보는 눈이 많으니까 울고 싶진 않지만, 눈물 대신 뭔가.... ....눈물을 참는 대신 어쩐지 멍하게 되어버렸다. 아, 하지만... 2착이니까, 위닝라이브 준비는 해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