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엄청난 소식에 놀라 하얘졌던 머릿속이 차차 돌아오니, 차근차근 생각이 정리되었다. 혜우가 실종되었다. 그리고 그 이전부터 1학년들이 9명이나 실종되고 있는 참이고. 솔직히 내 능력은 수색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그렇다고 무력이 강해서 아무나 잡아다 정보를 캘수 있냐면 그것도 아니고. 그런데, 나한테는 한가지 메리트가 있다. 나만 가지고 있는 메리트는 아니지만, 그래도 활용은 해볼 수 있지! 고민 끝에 결심이 섰다. 손님을 자리로 안내해드리고, 주문을 받은 뒤, 가면서 몰래 재빠르게 저지먼트 단톡방에 메세지를 남겼다.
@저지먼트 단톡방 [혹시 스트레인지나 위험한 곳 수색하실 때 1학년 필요하신 분 계세요?] [혜우까지 포함해서 실종자가 1학년이니까] [여럿이 가되 조금씩 거리를 두고, 저 혼자 앞장서서 가다가] [수상한 사람이 나타나면 한꺼번에 덮쳐버리면 어떨까 해서요.]
.dice 1 6.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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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안녕안녕~! 어서오고 다들 맛점하라구!
>>478 히히 좀이라도 마음이 편해졌다면 다행이구!>< 상판은 어디까지나 놀이니 즐거워야 한다구! 그런 의미에서 태오야 비록 너는 가버렸지만 새봄주는 금이든 곰이든 쓰고픈 글 맘껏 쓰며 살아갈게~(흰손수건 흔듬
업무가 제법 한가로워졌다. 성하제가 진행되면서 손님들이 줄어든 탓도 있고, 리라가 불러낸 토끼 메이드들이 워낙에 일을 잘해주는 덕이기도 했다. 손님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라, 이제 슬슬 부원들 사이에선 누군가 피켓을 들고 나가서 광고를 해보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피켓이야 첫날에 만들어둔 인쇄물이 있어 그걸 팻말에 붙이고 나가면 될 것 같지만, 그걸 누가 들고 나가냐는 또 별개 문제다. 한번 제비뽑기가 돌았고, 성운이 당첨되었다. 성운은 끄아앙! 하는 표정이 되었지만 제비뽑기는 절대적. 메이드복 차림을 하고 카페에서 일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피켓을 들고 저잣거리에까지 나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홍보는 잘 안됐다. 일단 올망졸망한 조그만 애가 눈에 띄는 피켓을 이리저리 흔드는 게 눈에 띄여 시선은 좀 끌린다만, 온통 빨개져서 쑥스러운 얼굴에, 낼 수 있는 목소리도 개미 기어들어가는 소리만큼이라. 메이드 앤 버틀러 카페 저지먼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같은 소리를 크게 지를 만한 배짱이 성운에게 있을 리 없다. 그런 그라도 이따금 기지를 발휘하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만 그게 지금은 아니다.
그렇게 피켓을 들고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성하제가 열리는 거리의 인파 사이로 성운의 눈에 보이는 게 있었다. 사정 모르는 이들이 보기에는 일련의 무리가 광장 한구석의 이상한 기념품 핸드카트 모여있는 것 그 이상으로도 이하로도 보이지 않았을 테지만, 성운의 눈에는 일군의 사람들이 두어 명의 사람을 구석에 몰아세워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학교생활을 거의 내팽개치고 반쯤 스킬아웃이 되다시피 한 불량학생들이 인첨공 밖의 사람을 불러세우고 조악한 기념품을 강매하고 있는 것이었다.
성운은 슬금슬금 다가가 그들 주변에서 맴돌았고, 잠깐 배회하는 것만으로 자신이 오해하고 있는 게 아니라 진짜로 인천 밖에서 온 여행객들이 불량배들에게 기념품을 강매당하고 있다는 증거로 삼기에 충분한 몇 마디를 녹음할 수 있었다. 증거도 확보했고. 성운은 주머니에서 호루라기를 꺼내 홱 불었다. 그리고 완장을 내어보이며, 아까의 개미 기어들어가는 소리와는 전혀 딴판으로 또랑또랑하게 호령을 쳤다.
“목화고 저지먼트입니다! 외부 관광객에게 강매행위는 그만두세요! 해산하세요!”
그러나, 움찔하는 표정으로 성운을 돌아본 불량학생들의 표정이 심상찮다. 성운에게는 퍽 익숙한 일이다. 144cm의 아담한 신장, 저지먼트 남성진 최단신을 자랑하는 성운은 이런 불량학생들과의 조우에서 어떤 구실로든 얕잡아보이는 게 아주 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오늘은 옷차림이··· 깜찍하기 그지없는 메이드복 차림이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이목구비의 특징이 여성적인 편인 성운이라, 그렇게 입고 있자니 영락없는 꼬마 메이드 아가씨였으니 위엄을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그들은 단체로 푸하하 폭소했다.
“뭐야, 귀엽네 꼬마 메이드씨.” “강매? 증거 있어? 우린 인천에 방문해주신 고마운 손님들께 기억에 남을 기념품을 권하는 것뿐인데···” “발뺌하지 마세요, 강매행위로 판단하기에 충분한 정황증거는 이미 다 확보했습니다!” “아, 아, 알았어알았어, 그만둘게. 그만둘 테니까, 대신에 오빠랑 데이트나 찐하게 할래? 많이 귀여워해줄게.” “추행까지 추가하기 전에 해산하세요, 강제해산 이전 마지막 권고입니다!”
성운은 눈을 가늘게 뜨고 째려보며 언성을 높였으나, 그런 성운이 귀엽게 보이기만 했는지 불량배들은 다시 한 번 푸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그중 가장 성운에게 가까이 서 있던 녀석은 아예 성운의 머리에 손을 올리려 했다. 성운은 팔을 탁 쳐냈다.
“아니, 왜 그러는 거야. 오늘 장사 접을 테니 대신 우리랑 좀 놀아달라니까?” “···해산하실 생각은 없으신 거죠?” “꼬마메이드랑 같이 성하제 잔뜩 즐기면 그게 해산이지~”
하면서 성운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다 팔이 튕겨난 녀석이 그럼에도 꿋꿋하게 성운의 손을 잡으려 다시 손을 내밀자, 성운은 얼굴에서 째려보는 표정을 지웠다. 그리고 한숨을 푹 쉬고는, 그놈의 손을 맞잡은 다음에─ 힘껏 소매를 확 잡아당기면서 깔끔하게 밭다리걸기를 걸어 그녀석을 쓰러뜨렸다. 철컥! 하는 소리가 났을 때에는 이미 그 녀석의 손에 수갑이 단단히 채워져있었다. 꼬꼬마 메이드의 허리에 장식품마냥 채워져 반짝이며 흔들리던 수갑이 장난감이 아니라 진짜 경찰용 수갑이라는 것을 발견한 불량배들의 표정에 당황이 뒤섞였다. 성운은 고개를 팍 흔들어서, 어깨넘어로 흘러내려온 꽁지머리를 등뒤로 넘기며 말했다.
“왜 표정이 그래. 메이드 컨셉이라고 저지먼트도 컨셉인 줄 알았어?”
얼결에 가장 먼저 걸려서 수갑을 차게 된 동료를 도와줄지 아니면 손절튀할지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불량배들을 보며, 성운은 딱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해산하랄 때 해산을 했어야지.”
그리고 성운은 바닥에 내려둔 피켓을 집어들고는, 패널을 떼어낸 다음에 손잡이를 반으로 뚝 분질러서는 한 손에 하나씩 들었다.
잠깐의 난리통이 끝난 이후, 예닐곱 명쯤 되는 불량배들은 전부 집타이 수갑에 손과 발이 묶인 채 바닥에 쓰러져있는 몰골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쓰러진 녀석에게 집타이를 채운 성운은, 아직도 떨고 있는 관광객들을 돌아보았다.
“많이 놀라셨죠··· 이제 괜찮아요. 안심하고 인첨공의 풍경을 즐겨주세요. 언제나 인첨공 통합 신고번호를 기억해주세요. 어디건 찾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SNS에선 어떤 영상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머리 두 개는 더 작아보이는 조그만 메이드가 하얀 꽁지머리와 치맛자락을 화려하게 나부끼며 예닐곱 명쯤 되는 불량배를 순식간에 제압하는, 초록색 완장이 또렷하게 잘 찍힌 동영상이었다. 싸우는 조그만 메이드라는 희소한 동영상에 반응은 뜨거웠고, 이내 목화고 저지먼트에서 메이드&버틀러 컨셉 카페 행사를 하는데 그걸 홍보하러 나온 대원인 것 같다는 정확한 추론까지 따라붙었다. 의도했건 그렇지 않았건, 성운은 저지먼트 홍보 및 카페 홍보라는 소기의 목적을 톡톡히 달성해버렸다.
다가오는 사람을 쳐내진 않지만, 반대로 다가오지 않는다면 먼저 다가갈 생각도 딱히 없는것. 적어도 상처를 주지 않고, 상처 입지도 않는 방법으로는 가장 최적의 조건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굴러가는게 아니니까. 평면적인 이야기들로만 이루어지지 않는 법이니까, 동월의 이야기대로, 그저 도망치는 것에 불과하니까...
그녀는 상처를 입고 입히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사람을 만나기로 했다. 볕이 들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는 자기소모를 하고서야 뒤늦게 깨달았다.
그렇기에, 호기심은 곧 저주다. 나 자신을 상처입게 만들고, 이윽고 다른 누군가 역시 상처입히게 되는 저주. 하지만 그러한 과정이 없이는 그 어떤 인연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애초에 같은 길을 걷는게 아니었다면 서로 엮일 일이 없던만큼, 서로 맞지 않는 일은 당연히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 공통점을 찾아도, 그것이 모든 차이점을 메울 수는 없었다. 인간이란건 그러했다. 누구보다도 그녀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에이~ 너무 단언하는 말은 하지 마십셔~ 그거야말로 플래그니까여?"
물론 그럴 리는 없는게 그녀와 동월이 있는 현실이겠지만, 얼마든지 그 결과를 비트는 것 또한 모든 이들이 존재하는 현실이었다.
"...쇄빙기를 에고웨폰 취급 하시믄 곤란함다."
동월은 가끔 이렇게 엉뚱한 말로 그녀를 벙찌게 만들곤 했지만, 그것 또한 익숙해지다보니 이젠 아무렇지 않게 받아칠수 있게 되었으려나.
"예를 들자믄... '나를 믿는 너를 믿어.' 같은 느낌이려나여?"
축약하자니 제대로 설명이 되진 않겠지만, 아마도 동월이 인지하고 있는 느낌에 가까울 것이다. 아직은 '너를 믿는 나를 믿어.' 까지 도달하진 못했지만... 언젠간 그녀도 당당하게 외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겠져. 감정이란건 어려우니까여. 그러니 받아들이기 힘들 때는 회피하는 것도 마냥 잘못된 건 아님다. 그치만... '차라리 처음부터 아무 것도 깨닫지 못했더라면 나았을까.'에 도달해도 여전히 답은 나오지 않슴다.
그 증거가 여기 있으니까,"
그녀는 가슴 위에 손을 얹으며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감정결여의 추악한 결과가 자신임을 시인했다.
사람이 내비치는 모든 빛깔을, 감정을 받아들이고 이해해도... 그것은 절대 자신의 것이 될 수 없었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결국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 수많은 결과들을 탐구하며 상황에 맞는 대안을 도출하는 것 뿐이었다. 마치 알고리즘을 배워가며 이윽고 자발적으로 결과를 제시하는 AI처럼... 겉으로는 웃고, 울고, 화내고, 즐거워해도 내면은 여전히 고요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런 자신이라 해도... 만들어진 감정이라 해도, 언젠간 자신의 것처럼 다룰수 있길 바라고 있었다.
그저 평범한 여자애가 되고 싶었으니까,
평범한 가정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자신 또한 경험해보고 싶었으니까,
본질은 결국 사람이듯, 사람답게 살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얄궂게도... 피어오르는 감정은 스스로를 움직이기엔 너무나도 부족했던만큼, 그러지 못한다는 것 또한 쉽게 인정해버리는 자신이 지금 이곳에 있었다.
"......"
자신이 이기적이라는 증거. 좋아하는 사람을 스스로 베어냄으로써 잃게 되었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멀리했지만... 결국 자신 역시 이기적인 사람이었던만큼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는걸, 동월은 그것을 좋아한다는 감정으로 표현해 그녀에게 전했다.
설령 그것이 저주라고 해도...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서로를 믿는 것이 사람의 의지로만은 흘러가지 않듯 원하지 않았던 일들, 예상하지 못한 것들로 인해 틀어진다 할지라도 결국 거짓말을 하지 않는단 길을 택했기에.
그녀를 그 '불행의 길'로 인도한 자신에 대해서 사과하고 있었다.
"...... 푸흡..."
무엇이 그렇게 우스웠던 걸까, 그녀는 결국 동월의 말에 참지 못하고 깔깔거리기 시작했다.
"이야~ 진짜 답답한 사람이네여. 슨배임두, 대체 세상 어디에 좋아한다고 고백해놓고서 바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사람이 있슴까? 거의 '나로는 안되는 걸까?' 라던가 '너를 좋아하는게 나라서 미안해.'랑 동급의 고백임다~
...머, 그 발언을 한 인물들하고 다르게 슨배임은 자기가 한 말에 흔들림이 없는거 같지만 말임다."
그녀는 천천히 다가가 검지를 뻗어 동월의 입을 막듯 살짝 눌렀다가 다시금 떼어내며 미소지었다.
"...NG, 2회."
뜬금없는 선언, 하지만 동월이 무슨 뜻인지를 고민하기도 전에 그녀가 먼저 해답을 제시했다.
"첫째, '자신이 좋아했던 사람이 불행한 일을 겪은적이 있는고로, 또 그런 일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자신이지만 그럼에도 스스로를 속일수 없어 고백하게 되었다. 그러니 너 역시 그런 일에 말려들게 해서 미안하다.'라... 후회하지 않는담서 아주그냥 후회막심이 맥시멈으루다가 뚝뚝 떨어짐다. 응, 맘에 들지 않아여. 뼛속부터 징크스에 사로잡혀 있잖슴까?"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내쉬는 그녀는 오히려 동월이 하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었기에 그러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둘째, 이런 인지를 초월한 규격의 실루엣을 가지고서 말하긴 뭐하지만... 슨배임, 지금 다섯살짜리한테 고백하신거나 마찬가지임다? 슨배임이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고백했듯, 즈도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할 수 없으니 허울뿐인 가짜 감정으로는 슨배임과 사귈수 없슴다.
그치만..."
그녀는 마치 게임이나 만화 속의 캐릭터가 그러하듯 정중한 인사와 함께 한층 더 밝은 빛을 흩뿌렸다.
"그것이 애정이든, 연모함이든, 사모함이든, 은애든 간에... 언젠가 그 감정을 오롯이 내것으로 만들어서 깨닫게 될 때까지, 깨닫고나서도 계속 옆에 있을 거란건 확실하니까."
애스트라, 스러지고 다시 태어나는 무수한 별들. 담담하게 나아가는 발걸음은 여럿이자 하나이며 하나이자 여럿인 의지. 비어있던 팔레트에 색을 입혀준 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초상. 이윽고 끝에 다다라 자신 또한 그 빛이 다할 때까지.
"그리고... 불행... 고작 그런걸로 미안해할 정도면 당신은 나에 대해서 더 알 필요가 있다는 거야. 애초에, 끝도 알수 없고 돌아올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불합리로 가득찬 마굴에 뛰어드는걸 권유했으면서... 그리고 더한 것도 겪어봤다는듯이 초연하게 승낙했던 나를 봐놓고, 이제와서 그깟 불행이 뭐라고 그렇게나 조심스러워하는 걸까~¿"
그녀의 폭주는 멈추는 법이 없었다. 마치 운전대를 잡은 토끼가 오로지 나아가는 것만 생각하듯, 초식동물이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만큼 그녀에게 혹사당하는 것은 각종 조리도구들과 기계들, 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 수시로 들어오는 주문량을 막힘없이 해소해내는것을 보면 분명 사람 여럿이 달려든다 해도 무리가 갈만 했다.
"토!!! 끼!!!"
그러면서도 틈만 나면 총총총 돌아다니는 토끼 메이드들을 들어올려 잔뜩 쓰다듬고선 다시 내려놓았을까,
처음 정인이 비단을 바라보았을 때, 그 눈에는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았다. 보아하니 저지먼트 부원도 아니고, 그렇다고 선생이나 연구원도 아닌 것 같으니 그의 입장에서 비단은 굳이 의견을 귀담아 들어야 할 필요도 말을 가려야 할 필요도 없는 사람이자 '당신과는 무관한 일이 아닙니까?' 같은 한마디로 일축할 수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적어도 비단의 말이 이어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
실로 오랜만에 말문이 막히는 느낌이었다. 말이 거칠지언정 거짓말로 둘러대는 건 잘난 자존심 탓에 어려워하는 성미를 가진 정인으로서 비단의 촌철살인은 반박의 여지조차도 앗아갔다. 그리고 그런 이상반응을 가장 먼저 감지한 건 리라였다. 그래. 마치 허를 찔린 것 같은—
"......진짜예요?" "......"
무응답. 리라는 비단과 정인을 번갈아 보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표정이 되어 입을 다물었다. 실로 어색하고도 팽팽한 공기가 세 사람 사이를 메운다. 제 3자의 단 한 마디가 일말의 신뢰마저 무너뜨리는 순간이었다.
"...뭡니까, 당신은. 대화 중에 느닷없이 끼어들어서 못 하는 소리가 없군요. 나에 대해 대체 뭘 안다고 넘겨짚고 조롱합니까?"
비단의 녹색과 금빛 섞인 눈동자를 말없이 노려보던 정인은 의외로 그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나?
- 연구소장님 쓰러지셨대요. "뭐?" - 왜? 갑자기? 어쩌다가? - 몰라. 구급차 왔던데... 수석 연구원님이 같이... - 어? 정인 씨! 어디 가! ... ... "인정 못 합니다." - 나가. "이따위로 할 거면 왜 소장직을 넘겨받은 겁니까? 전 소장님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딴 짓을 하면 안 되죠, 계속 이어나가야죠! 엄시현 소장님! 아니 선배!" -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냐? 이딴 것들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 ... 해당 페이지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이디를 찾을 수 없습니다. [ERROR]
이런저런 일이 있는 법이구나. 하긴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유명세를 얻었겠어. 사람이 실종되었단다. 강력범죄와 얽히는 게 솔직히 처음은 아니기는 하지만... 아니 그만두자. 위험에 몸을 던지지 않으면 출세도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가령 공사장에서 일을 하더라도 목숨값이 더 나오는 직업이 있는 반면 그런 위험한 곳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정도로 안전한 곳에서 적당한 수준의 돈을 얻어가는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다. 구태여 위험에 몸을 던지기보다는 보신이 우선이잖아. 이상한건 아니잖아.
1학년만 9명이다. 한 두사람도 아니고 연쇄실종이 9명. 세뇌에 뭐에 이런저런 일이 내가 이해하기엔 너무 확 튀어버린 기분이다. 게다가 고작해야 2레벨,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애초에 이 정도의 위험성은 안티스킬의 일이잖아? 반년을 넘겼다. 그러니 이곳의 멤버들이 서로에 대한 끈끈한 정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은 이해한다. 그리고 자부심이 있는 것 역시 알고 있다. 하지만 반드시 협력해야하는가는... 모르겠다. 모르겠어. 짱구를 아무리 굴려도 이 사건에서는 손을 떼는 편이 훨씬 안전하고 이득이다. 머리속으로 몇번이고 시뮬레이션을 해봐도 하지 말아야할 이유는 몇이고 찾을 수 있었지만 반드시 도와야 할 이유는, 솔직히 아무리 생각해도 잘 나지 않았다.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왜 그러는건지. 왜 그래야만 하는지. 목숨보다도 중요한것- 가령 우정이나 사랑을 모르는건 아니다. 그랬으면 이미 동생은 시체가 되어서 땅속에 있었을 것이고 할매도 그다지 좋은 꼴은 못봤을테니께.
근데, 과하다. 과해. 툭툭 하고 어깨를 배트로 살살 치면서 한숨을 쉬었다. 뭔가 좀 지치는 기분이다. 어디 좋은 온천이라도 가서 푹 녹이고 싶은데 아무래도 어렵겠지. 단톡을 확인하니 이곳저곳에서 수색에 들어간 저지먼트 선배들이 보였다. 혈기왕성하구만. 젊은기 좋기는 한갑네. 내도 그렇기는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