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situplay>1597044289>994 "아이고 그래 안돌리주도 되는데. 그라믄 감사히 잘 묵을게예~"
건내주는 간식거리를 다시 받아 가볍게 입에 넣는다. 무언가 조금 미숙해보이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모카고. 거의 전원이 이명을 가지고 있는 레벨4... 아직 잘 모를때는 방심하면 안된다.
"선배? 음... 모르겠네예. 내보다 예쁘고 잘나믄 다 선배아이겠심까. 내도 어데가서 한미모 한다고 아지매들이 이래저래 말해가 맨날 어? 내정도 하믄 괘안은거 아이가 하믄서 살았는데 여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그런 생각이 싹 들어갔다 아입니까! 아 화장품은 어데거 쓰시는데예? 언제 한번 알려주이소!"
...아니었나. 아직 제대로 다 외우지 않아서 그런지 가끔 정보가 뒤틀린다. 주요인물이라고 하면 역시 부장이겠지만. 그 이외의 인물들도 상당히 위험하니께. 친해지가 나쁠것 보다는 득이 더 많지.
"아, 내는 유승엽이라 캅니다. 그 국민타자 이승엽 선수 아십니까? 내 그 사람이랑 한자 한글자까지 똑같이 쓴다아닙니까! 껄룩스는 마음에 안들기는 하는데 선수 개인은 완전 이거 아입니까!"
엄지를 척 하고 들어보인다. 야구 잘 모르지만. 이런 이미지가 낫잖아.
"근데 생각해보이께 같은나이끼리 말도 높임말 쓰고 그라믄 쬐까 그른가. 말 편하게 해도 되제?"
"네! 저희 엄마들이거든요. 1년만에 보는 딸래미 염장을 지르시겠다구, 아주 그냥~" 우우 커플 타도!를 외치려다 참았다. 옆에 커플이 있고, 리라언니니까~ "그럼요, 그럼요! 공연은 꼭 볼거예요, 히히. 언니 댄스부 공연 엄~청 기대하고 있다구요! 태오 선배 나오시는거랑, 혜우랑 성운 선배 연주하는 것도요, 히히."
이번에 친해진 언니랑, 도와준 선배랑, 초등학교 동창인 동료랑, ...한번도 접점이 없었던 선배까지 구성이 알차네~. 엄마들 끌고 꼭 가야겠다! 그러고보니 혜우 이야기하는 건 중 2때 이후로 처음이겠네. ...뭐, 올 해도 잘 넘겨봐야지~! 그 와중에, 리라 언니가 다행이도 선뜻 말을 놔주셨다. 좀 더 편하게 부르고 싶다고 말해주시는 게 기뻤다. 후배 엄청 잘 챙겨주시는 언니구나!
"맞아요! 그리고 실은 저도 꽤 전부터 언니라고 부르고 싶었어요~ 히히."
수다떠는 동안 어느새 부실 바닥이 말끔해졌다. 모인 먼지와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마저 채워넣으니, 말랑떡 친구들이 돌아왔다. 쓰레기통에 새 비닐봉투를 끼워넣고서 겸사 "고생했어~" 라며 (생물이 아닌 걸 아는데도) 괜히 머리를 쓰다듬으려니, 언니가 피곤하면 먼저 가도 된다고 말씀하신다. 주방 마감조가 설거지는 해두고 갔다는 소식이 기꺼웠지만 언니 혼자 일하게 두고 퇴근이라니! ...근데, 아차. 곧 알바 가긴 해야 하네. 하필이면 오늘 빵꾸가 났담.
"앗... 그러면 부탁드려도 될까요? 실은 곧 알바 가봐야 해서요. 아! 대신 시간 나실 때, 저희 가게... 이름이 카페 블랑 엣 느와르인데-" 리라 언니가 지금 폰이 없으니 약도를..... 아, 나 사장님 명함 있지! 지갑에서 뒷면에 약도가 그려진 카페 사장님 명함을 꺼내 리라 언니에게 건넸다. "여기 오시면요, 제가 우리 가게 시그니처인 딸기 생크림 케이크하고, 음료 하나 쏠게요! "
// situplay>1597044289>900 히히 고맙다구!>< 우리 점례도 최고의 매콤감자걸이야!(?? situplay>1597044289>95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봄이 말린미역 가루 아직 갖고 있다? 그걸로 다음 빌런에게 사랑을 담은 말린미역 케이크를 만들어서 쳐맥이려구!!ㅇㅂㅇb
아이고, 벽돌이 반은 초코케이크가 되다가 말았네. 이거, 꽤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다. 그립네~ 실없는 생각을 하는데 연구원 선생님이 우는소리를 하신다.
"레벨도 올랐는데 왜 그래…. 선생님 퇴근 좀 하자~." "아이, 죄송해요~ 저 딱 10분만 쉬면 딱 될 거 같은데…."그 말에 선생님은 연구실 바닥에 크레이터를 만들 기세로 한숨을 쉬셨다.
"그래라, 딱 10분이다? 나도 좀 쉬어야겠다…."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라고 노래인지 넋두리인지 모를 소리를 흥얼거리며 터덜터덜 훈련실을 나서는 선생님의 축 처진 뒷모습에 무척 죄송해졌다. 아까 딴생각을 한 게 선생님하고 관계없지 않아서 더 그랬다. 방금 나가신 연구원 선생님이나 우리 연구원 선생님들에 대한 건 아니고, 다른 연구소 선생님들에 대한 거랑 우리 코뿔소들에 대한 거랑 그리고... 인첨공에서 사는 삶에 대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달까.
어저께 리라 언니네 연구소 선생님께서 카페에 오셨다. 운영시간은 아니었고, 마감하고 난 뒤였다. 정리를 마치고 집에 가다가 놓고 온 게 있어서 다시 올라갔다가 예기치 못하게 대화를 들어버렸다. 리라 언니가 커리큘럼을 깜빡해 버린 바람에 리라 언니의 연구원 선생님이 바람 맞아버리신 모양이었다. 아이고, 핸드폰을 두고 오셨다더니 이런 사달이 나고 말았구나, 탄식이 나오려던 걸 가까스로 억눌렀다. 경황이 없어 보이던 리라 언니가 재차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선생님은 단단히 노하신 모양이었다. 솔직히 화나실 만 했지. 훈련실 사용 시간 연장 신청서 제출에, 커리큘럼이 늦어져서 초과근무 하게 되신 셈이고. 정시 초과했을때 재끼고 칼퇴하실 수도 없었을 테니까.
그래도 선생님께서 더 뭐라고 안 하시려는지 따라오라고 재촉하시길래 나도 자리를 피하려는데, 리라 언니의 격앙된 목소리가 귓전을 후려쳤다. 아이고, 언니…. 그 강을 건너시면 안 되는데. 이제 겨우 혼내는 걸 멈추셨는데…. 이마를 '탁' 치고 싶은 걸 참고 들어보니, 언니도 쌓인 게 있는 듯했다. 사실, 언니가 원래 레벨 0이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반년간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었다는 것도. 그래서 연구소에서 찬밥 취급이었던 듯했다. 남 일 같진 않았다. 나도 인첨공에 온건 초딩초딩 때지만, 선하가 죽은 중2 학기 말에 겨우 능력을 개화했으니까. 아아, 거친 세월이었지. 언니에게도 그랬을 거다.
그렇지만, 이건 아니었다. 선생님께서 무섭게 화내시는 것도 있고, 언니가 울컥하게 된 다른 배경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때는 언니가 선생님께 화를 내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왜냐면 그 상황은 언니가 원한 상황이 아니었다 해도, 언니의 부주의로 인해 누군가가 피해를 봤고, 그게 연구원 선생님이시니까. 그래도 선생님께서 감정이 격앙되신 감은 있지만 나도 알아듣기 쉽게끔 입장을 설명하셨다. 그에 리라 언니도 다시 사과해서 상황이 일단락되려는 것 같았는데….아직 하교하지 않은 부원들이 한둘씩 부실 안으로 들어오더니,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을 들었는지, 다 같이 격앙된 태도로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른이고 연구원이라고는 해도, 일반인이고, 미성년자이고 일종의 착취를 당하는 처지라 해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맨손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저 선생님께서 직전에 하신 말씀이 심했다곤 해도, 이러면 안 되는 거다. 심지어 한 사람은 그 선생님을 죽일 듯이 위협하기까지 했다. 저지먼트라는 동아리는, 이런 경우를 저지하기 위해 있는 곳이 아니었나…? 다행히도, 그 상황은 그 이상 심각해지거나 더 길게 이어지진 않았다. 그래서 나도 부실이 비었을 때 물건도 찾고, 카페에 출근도 했고.
내 가치관까지 크게 흔들리는 경험을 하긴 했고, 계속 생각하고 생각하다 보니 점점 마음이 복잡해졌다. 나보다 더 오래 저지먼트 활동을 해왔고, 저지먼트로서의 의식도 확고한 사람들일 텐데, 왜 그랬을까. 각자 살아온 삶은 다 달라도 연구소에서 능력을 개발해 온 경험만은 다들 공유하니, 내가 생각하는 걸 그들이 생각하지 못할 리 없을 텐데. 물론 나 역시 선하가 죽었을 때, 연구원 선생님들이 악마로 보였었다. 리버티인가, 그런 사람들 같은 테러단체를 찾아 가입할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런 건 선하가 원하지 않을 것 같아서, 묵묵히 훈련받으며 졸업할 날만을 기다리면서 본 연구원 선생님들의 처지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 연구원 선생님께 혼이 나듯이, 연구원 선생님들도 실적이 나쁘면 소장님께 불려 가 질책을 받는다. 소장님도 실적이 나쁜 상황이 계속되면 연구소를 닫고 실직하시는 신세고. 그런 걸 계속 보다 보니 친구를 잃었는데도 연구원 선생님들을 미워하지는 못하게 됐었다.
하지만 만약에, 선하가 살아있고, 선하가 연구원 선생님께 심하게 질책당하는 걸 두 눈으로 보게 된다면?
그 가정이 스치자, 머리가 맑아졌다. 인첨공에서 훈련생이라면, 연구소에 억하심정을 안 갖기는 어렵다. 매일매일 고된 훈련과 수술의 연속이니까. 게다가 성과가 없으면 혼나기 일쑤고. 그러니 혼나는 리라 언니에게 자기 자신을 비추어보지 않을 수 없었을 거다. 나는 이제야 리라 언니와 대화를 텄는데,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나보다도 리라 언니와 오래 봤으니, 합리적으로 생각하기 더 어려웠을 테고.
그들이 왜 그랬을지, 짐작으로나마 조금은 이해했다. 하지만 또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신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이었으니까. 나 역시도, 감정으로 인해 시야가 흐려져 명백한 불의를 저지르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이제 막 레벨2고, 주변에 고레벨이 많아서 실감은 안 나지만, 나도 일반인에겐 얼마든지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으니ㄲ...
"새봄아, 10분 지났다. 얼른 끝내고 가자~." "네, 쌤~."
아이, 모처럼 각오 다지는데. 뭐 훈련도 위험한 존재 안 되기 위해서는 필요하고, 선생님도 정시퇴근...에 가깝게는 퇴근하셔야 하니까, 열심히 해야지~.
이건 뭐 말년병장의 모습도 아니었다. 이것은 전역을 앞둔 소대장이 짬 좀 먹은 상병장 앞에서 " 형이 안 보여줘서 그렇지, 한다면 하잖냐~ "라고 허세를 부리는 모습과 꽤나 유사했을 것이다.
" 오케이. 바로 연락할게. 그나저나 너.. "
한양은 태진과의 협조를 받아내고는 말을 이어가려고 했다.
" 내가 말한대로 무에타이는 배웠었냐? 이제 적응 좀 됐으면.. 진짜로 어울리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해서 말이야. "
사실 저번에 알려준 거는 진짜가 아니었단 말이지.
" 어차피 뭘 배워도 주먹으로 깨부수는 걸 선호할 거 같아서 말이지. 무에타이는 그냥 다양한 변수를 이해하라는 의미로 배우란 거였어. 너가 직접 배워봐야 상대가 그 기술을 써도 수월하게 대처할 수 있으니깐.. 좌우지간에.. 너 멕시칸 복싱라고 아냐? "
Hit and no get hit, 흔히 '치고 빠지기'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복싱에도 넉아웃이 있긴 하지만 많은 복서들은 안정적으로 이기려면 무리한 난타전보다는 흔히 말하는 '짤짤이'를 판정까지 더 많이 넣어서 승리를 가져가는 걸 선호한다. 그러려면 아무래도 자신의 타격은 칠 수 있을 만큼 치고, 이득을 다 봤다면 빠져나오면서 상대방의 리치 밖에서 다시 기회를 노리는 방법을 선호하겠지.
하지만 멕시칸 복싱은 달라. Seek and destroy, 찾아서 때려 부수는 스타일이지. 치고 빠지며 포인트를 쌓는 스타일과는 달라. 무조건 전진이야. 넉아웃을 유도하는 큰 주먹은 피해주거나 막으면서도, 약한 주먹들을 맞거나 흘려가면서 전진하는 스타일.
서한양은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턱을 숙이고 가드를 올린다. 뒷발은 들고 앞발은 지면에 붙인 스탠스. 무게중심은 상당히 앞으로 이동시켜놓은 스탠스였다. 서한양은 앞발을 전방으로 이동시키고 뒷발을 끌어당겨서 움직이는데, 전후좌우 없이 오로지 앞으로 이동만 하였다. 앞으로 전진함과 동시에 허공에 뻗어지는 묵직한 왼손 잽. 한양이 운동한 것을 보았다면, 이건 한양이 흔히 뻗는 상대의 흐름을 끊는 잽이나 거리를 재는 잽이 아니었다. 날카로움이나 간결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저 잽에서 느껴지는 것은 서늘한 묵직함과 살기였다. 저 잽에서 마저도 상대를 부수겠다는 의지가 느껴질 만큼. '견제'가 아닌 '압박'의 목적을 가진 파워 잽이었다. 몸 전체가 앞으로 움직이면서 잽을 던지기 때문에 이 마저도 묵직하고 위력적이지.
이렇게 묵직한 파워 잽을 던지며 압박을 하면서도, 잠시 안면의 가드를 단단히 올리거나 머리를 최소한으로 움직이는 모션을 보여준다. 자신이 맞고 쓰러질 만한 타격은 흘리거나 막아주는 모션이지. 중간에 서한양은 갑자기 앞발의 정강이를 바짝 들어주는데, 이것은 로우킥을 방어하는 자세였다. 그러자 한양은 앞발이 지면에 닿자마자 마치 킥을 회수하려는 상대에게 바짝 붙으려는 것마냥 순식간에 전진을 한다. 허공의 상대와 거리를 바짝 좁힌 한양.
" 이게 멕시칸 복싱의 꽃이지. "
한양은 왼쪽 주먹에 위력을 실어서 상대의 오른쪽 복부를 치는 모션을 부른다. '리버샷' '간장치기'라고 불리는 이 주먹. 상대의 간 부분을 타격하는 기술이었다. 엄청난 고통을 선사하면서 상대의 단단한 가드를 내리게 만들어주었다. 상대방이 안면에 가드를 안 하고, 손을 뻗어서 견제하고 있으면 펀치를 안면에 던져서 안면가드를 유도한 다음에 간을 치는 방법도 있지. 가드가 내려간 상대의 턱에 또 위력을 실은 라이트훅. 아직 안 쓰러졌다면 상대방의 복근의 힘이 풀린 틈을 타서 복부에 레프트 어퍼컷을 쑤셔넣는다. 상대가 복부를 맞고 가드가 완전히 풀려버린 틈을 타서 다시 라이트 훅으로 마무리. 빈틈이 보이면 치고 빠지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서 빈틈을 찾아서 부셔버리는 것.
" 이게 멕시칸 스타일이거든. 나중에 한번 찾아봐. 내가 가르치고 싶었던 건 이거라서. "
가족얘기를 하는 철현이 즐거워보인다고 생각한 서연이었다 하긴 정착한지 제법된 서연도 여기 첨단기술에 깜짝깜짝 놀랄때가 있으니 바깥에서 온 특히 아이들은 오죽할까 성하제말고도 또 언제 외부인이 올수있다고 들은거같은데......까먹었다;; 이 빈약한 기억력이란
그래도 효과는 굉장했다(???)!! 딴생각을 하다보니 울음을 애써 참을필요는 없어졌으니까 울면안된다 생각하는거보다 아예 다른걸하는게 울참챌에 낫다더니 과연 그러하다 그덕에 그쳐진것만은 아니다만
" 그럼 더더욱 제때제때 주무셔야죠!! 자기무섭다고 빽 우는 갓난쟁이도 아니고~~ "
했다가 서연의 머릿속이 물음표로 가득찼다 딜을 넣고 맞아주고 더 많이 때...어?? 본인한테 유리한 카드를 써먹을줄 모른다고 협상 못한다고 했는데 때리고 맞고가 왜 나오지???? 한동안 어리둥절하고서야 머릿속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었다 나는 거래라는 의미로 딜이라고 했는데 선배는 데미지넣는 딜로 이해하셨구나 그니까 물리적으로 진짜 쥐어패는 딜은 아닐거고 정신적인 딜이면 디스~~ 어이가 없으면서도 한편으론 그 딜이나 이 딜이나 묘하게 대화는 통하는것도 같아 픽 웃고만 서연이었다
" 전 수박이랑 진상들만 딜할건데요ㅋㅋ 그니까 선배한텐 딜 안해요~ "
쑥스러워 발부리로 시선을 고정하고는 있었지만 합격엿을 승낙하는 소리엔 함박웃음이 머금어졌다 그맘땐 엿이며 찹쌀떡 파는데 천지니까 둘러보면 되겠지? 우리 편의점에도 들어올까?
"하지만.. 저는 정말로 그런걸요." 라고 말을 하지만.. 그래도 예쁘다는 건 좋은 걸지도 모르잖아요? 다들 얼탱이 없다는 것에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웃음을 살짝 흘리고 마네요.
"야구는 알지만 실제로 본적이 없다..에 가까워요." "승엽 씨가 좋아한다면 조금은 볼 지도 모르지만요" 수경이는.. 드문드문 이기는 했지만, 야구장같은데에 가본 적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갈 시간이 있었으면 커리큘럼을 받거나... 비교적 최근은 저지먼트에 사건이 뻥뻥 터졌고 좀 더 과거라면 병원에서 살아만 있던 시기였으니까요. 그걸 딱히 말하지는 않고 실제로 본 적이 없다.. 같은 것으로 축약합니다.
그릇을 시원~~하게 깨먹은결과 설거지자리에서 쫓겨났다... 그나마 뒤치다꺼리는 리라의 토끼요정이 해준게 다행일까 어쨌거나 접객 및 서빙을 도로 시작하려니 이번엔 교복을 입긴했지만 상당히 앳된 초등학생에서 이제 막 중학생으로 넘어온것 같은 여학생들이 와는 홍차를 마시고싶은데 어떤차가 입에 맞을지 모르겠단다 메뉴의 홍차입문 페이지를 펼쳐서 선택지를 고르라고했으나 학생들도 뭘 고를지 갈등하고 나는 이 자리에 왜 있나 갈등하고................... 결국 스푼을 돌려서 스푼이 향한 방향의 음료를 시키더라 맛이 별로였는지 점수는 신통찮다
차갑고 축축한 감각에 강목은 불쾌하게 얼굴을 찌푸리며 잠에서 깼다. 그러나 강목이 잠에서 깨건 말건, 다시 뭔가 또 철썩! 하고 강목의 얼굴에 쏟아졌다. 강목은 앓아죽는 소리를 내며 팔을 들어올려 얼굴에서 물을 닦아내려 있으나, 팔이 들리지 않는다. 무언가 무겁거나 그러지 않은데 팔을 의자의 팔걸이에서 조금만 들어올려도 무언가에 부딪히거나 누가 찍어내리기라도 하듯이 다시 팔이 팔걸이에 메다꽂히는 것이다. 몸도 마찬가지 꼴이었다.
“아니, 뭐냐고 이거. 누구 없어요?”
강목은 뒤척대려 했지만 뒤척댈 수가 없었다. 뭐지? 하고 둘러봐도, 부딪히거나 팔을 찍어내릴 만한 무언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다행히 누굴 찾은 목소리에 누가 대답하기는 했다.
“깼어, 강목아?”
다행 중 불행이라면, 그 목소리가 강목에게 아주 끔찍한 기억- 자신이 의식을 잃기 직전의 기억을 다시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강목은 두통에 관자놀이를 싸쥐고 싶어 손을 들었다. 그러나 들어올릴 수 없었다. 대신에 강목은 온 얼굴을 구기고는 그 가증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오는 지점을 바라보았다.
성운이 거기에 편한 운동복 차림으로 앉아있었다.
“대체 뭐냐고···” 강목은 지연어를 입에서 흘리며, 주변 광경을 돌아보았다. 음, 어딘지도 모르겠다. 폐공장임은 분명하다. 스트레인지인지 밖인지는 불명이고. 하지만 주변의 풍경이 전혀 기억에 없는 것으로 보아 자신의 활동영역과도 퍽 떨어져있는 곳인 모양이다.
“뭔데, 뭐하자는 건데, 서성운. 너 저지먼트 아니었어?” “아니 뭐 별건 아니고··· 내가 너 불러냈을 때부터 말했잖아. 이야기 좀 하자고. 그런데 네가 도무지 뭘 이야기할 기분이 아닌 것 같아서. 일단 이야기할 환경을 좀 만들어보려고 했어.” “이게 미쳤나. 너 이거 내가 저지먼트에 찌르면 너 징계인 건 알지?” “강목아. 내가 근신이면 넌 퇴학에 바로 수용소행이야. 내가 나비머리 쓰고 스킬아웃 거처라던가 정오컴퍼니라던가 그 고생을 하며 돌아다니면서 뭘 손에 넣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너 진짜 무슨 생각으로 그따위로 살았냐? 네가 양아치인 건 내가 뭐라 할 생각 없는데 그 정도로 개■끼인 줄은 전혀 몰랐어.” “이런 씁─”
바닥에 널부러져 있던 벽돌이며 타일들이 둥실 떠올랐다. 그리고 그것들이 성운을 향해서─ 날아가지 않고, 중간에 방향을 바꿔 강목의 머리로 날아들어서는 충돌하기 바로 반 뼘쯤 전에 일제히 그 모서리를 강목을 향한 채로 멈춰섰다.
“강목아, 강목아··· 이야기를 하자니까··· 내가 무슨 양산형 중국 모바일게임에서 나는 천마관우 10성이니까 비켜! 같은 소리 하는 것 같아서 이 말만큼은 하기 싫었는데··· 이걸로 대결하면 너 진짜 본전도 못 건져.”
성운은 한숨을 푹 쉬었다. 타일들과 벽돌들이 강목의 머리 근처에서 물러나서는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아, ■발. 진짜 일진 ■같네. 그래 알았어, 그 ■시랄놈의 이야기 들어나 보자.” “강목아, 이게 왜 ■같은 거야. 너한테 엄청 이득되는 이야기 하려고 온 건데···”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할 거냐고.” “너 나랑 일 하나 같이 하자.”
이걸로는 투구도 손시리가 몬한다 개쓸모없다 아이가하고 조금 실망한 기색을 내비쳤다. 솔직히 말해 조금 유용하기는 한 편이다. 할매도 나이가 있으니까 여름에는 힘든데 그거는 괜찮지... 전기세도 쬐까 줄고.
"하이고 한번만 더 말하믄 내 속이 터지삐긋다. 고딩은 자신감아이가! 어깨도 딱 피고! 마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읎나! 하는 느낌으로다가 다니도 된다."
어 방금 웃었나? 음... 모르겠네. 그래도 아까보다는 쬐까 더 진전이 있는 것같으니까 괜찮겠는데.
"야구를...본적이 없다고? 아니아니 진짜 손해보고 있는기라니까. 내도 원래는 별로 안좋아했는데 아부지가 매주 끌고가가 자연스레 스며들어삣다니까?" "음 이런거는 역시 같이 가보는기 나을 것 같은데. 거는 완전 종합엔타테인멘트 존이라니까? 거 내가 함 풀코스로 데리가야긋네! 걱정말그라."
아마 진짜 있을 수 없을정도로 개떡같은 플레이로 조지지 않는다면 편하게 볼 수 있을테니까.
"아... 내 좋아하는데가 롯데라는 팀인데, 임마들은 그냥 이기지를 몬하는 팀이라 그렇다... 봄에는 쬐까 치는데."
situplay>1596986069>645 원래, 강목이가 성운이를 학교폭력 대상으로 삼는 관계였다 situplay>1597032450>780 재회했을 때, 강목보다 훨씬 강해져있던 성운 situplay>1597032487>11 그날 성운이 강목을 구해준 게, 어떤 일을 불러왔는가 situplay>1597032487>647 성운은 왜 다시 강목을 조사해보기로 결정했는가
situplay>1597041438>316 강목이랑 만나려고 situplay>1597041438>318 성운이가 저번에 한 일 situplay>1597042097>558 그리고 오늘 만남의 시작
>>63 혜우주만 괜찮다고 하시면요? (???) 다만 정말로 진지하게 고려하실경우 정하는 금교에 대해 다 알게 될 텐데 괜찮으신지
※ 금교 파이넌스 : 스트레인지에 위치한 제3금융 대부업체. 현실의 산와머니와 포지션이 비슷함. 짜증나는 노래와 조악한 캐릭터로 만든 쓸데없이 중독성강한 광고로 인첨튜브 광고를 도배해버리는 것으로 악명이 높음. 회사에 빚을 지고 갚지 못하는 스킬아웃들을 노예화시키고, 인신매매를 하거나 자살임무에 가까운 위험한 범죄 청부에 투입시켜 '소모' 해버리는 등 각종 막장짓거리를 자행중. 태오네 나으리에게 찍혔음.
음..이거 처음에는 농담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은 것 같은데? 어쨋든 본인도 농담인 걸 안다고 하니깐 넘어가도 좋았다.
" 우리 애들이 사고뭉치여도.. 본질적으로 나쁜 애들은 아니잖아? "
한양은 하하 웃으며 멋쩍게 말하였다. 애들이 코뿔소 기질이 다분해서 그렇지..그나저나 언제부터 목화고 저지먼트는 코뿔소 소리를 듣게 된 걸까.. 역사가 궁금해지는데? 처음부터 이러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
" 그냥 남은 학기 다 현장체험학습으로 내버려? 아니지.. 그러면 저지먼트에 내가 없으니깐..어... 없어도 잘 돌아가지 않을까? "
한번 질러봐? 질러어어어?!?!?!?!?! 하지만 곧바로 은우가 뒤에서 내 어깨를 잡을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깐 이 생각은 접기로 했다.
" 아, 그렇게 빡세지는 않아. 오히려 밖에서는 곱게 자랐는 걸. 아버지가..전직 군인이시긴 했지? 중령 못 달아서 옷을 벗긴 했지만. 어머니는 아직 군무원이시긴 한데.. 우리 집안은 군기가 강하지는 않았어~ "
전체적인 부분으로 군기가 강하다기 보다는.. 다른 것에는 프리한데, 유독 소수의 몇 부분만 예민하고 엄격한 그런 스타일이었어.
" 자자.. 여기. "
한양은 정하에게 자신의 인첨스타그램을 보여준다. 한양이 흰 믹스견인 설향을 안은 채로 함께 셀카를 찍은 모습을 보여줬겠지. 금랑이에 비해 덩치가 작은 강아지였다. 작은 덩치와 다르게 분위기는 차분하고 성숙해보였지만. 그러고보니깐 지금까지 정하랑 맞팔을 안 했네.. 얘 인첨스타그램은 하나? 내 계정은 프사도 없는 비공계 계정이라 못 알아볼 수도 있긴 해서..
" 핥고 버리지. 그거는 은우도 그럴 걸? 한번 지금 전화해서 물어볼까? "
휴대폰을 흔들면서 키킥 웃어보이는 한양이었다.
" ....크긴 크다. 이거 4명은 모여야 겨우 다 먹겠는데? 안 그래도 나 많이 먹지도 않는데.. 그래도 먹을 수 있는 만큼 먹어보자. "
아, 정정한다. 직사각형인데 왜 마름모라고 묘사했을까? 좌우지간에 중요한 건 피자가 엄청 컸다는 것이었다. 정하는 먼저 피자를 크게 한입 베어물고는.. 오.. 그렇게 맛있나? 과연 돈값을 하는지 볼까..
정하가 가리킨대로 갈릭새우 피자를 작게 한입 베어물어보았다.
" 와아 미힌 노는다 농아 "
와 미친 녹는다 녹아였다. 일단 입에 들어가자마자 굳이 씹지 않아도 입 안에 퍼지는 고소한 치즈향이 느껴진다. 갓 구운 피자라서 그런가? 배달로 먹는 피자와는 차원이 놀랐다. 치즈가 입에 들어가자마자 녹아. 진한 마늘향과 새우에 코팅된 버터향이 어우러졌고, 이는 곧 치즈의 고소함과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갓 구운 치즈의 쫄깃함과 오동통하면서도 부드러운 새우의 식감이 합쳐진 이 씹는 맛은 더 말할 것도 없었고.
거울에 비친 내게 말을 해 그래 믿을게 내 인생은 Beautiful 가끔 쓰러져도 Wonderful 구겨진 가슴을 펴고 걷는 거야 Smiley Smiley 라랄라 웃는 거야 언젠가 하나 될 그날 위해 움츠린 어깨를 펴고 가는 거야 Smiley Smiley with you
>>80 태오가 나으리에게 성운이 한번 도와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때 금교를 못마땅해하는 기색을 비친 게 조금 기억나네요. 물론 태오주께서 말씀해주시는 게 제일 정확할 거에요.
>>79 부연설명을 더 덧붙이자면... 윤강목이 금교의 사장과 같은 보육원에서 자랐기 때문에 서로 의형제 사이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강목이도 금교 일을 도와주면서 이런저런 범죄행위들을 진두지휘하다 보니 스킬아웃들 사이에선 이미 실명보다 윤실장이라는 별명이 더 유명할 지경이라네요. 지금은 학교 잘 다니는 평범한 학생인 것처럼 위장하면서 금교 일을 하고 있다고 해요.
리라 개인이벤트 당시, 금교에 빚을 진 스킬아웃 일당을 오즈의 부하로 빌려주고 리베이트를 쏠쏠하게 챙겼어요. 그런데 오즈가 너무 일찍 잡혀가버리는 바람에 스킬아웃 일당은 한 푼도 못 받았죠. 스킬아웃 일당은 우리 때문에 리베이트를 받아챙겼으니 이번달 빚은 그 리베이트로 받은 걸로 해달라, 하고 강목이를 찾아갔는데, 강목이는 그냥 거절했죠. 이건 내 돈이고 너희 빚은 너희가 갚아야지. 그런 의미에서 내가 좋은 연구소 알고 있는데 너희 중에서 쓸모없는 애 세 명만 넘겨줄래? 그러면 이번 달 빚은 없는 걸로 해줄게. 이딴 소리 했다가 스킬아웃 일당한테 집단폭행당할 뻔한 걸 지나가던 성운이가 멋도 모르고 구해줬었죠.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리라는 새봄의 장난스러운 불평 섞인 목소리에 마주 웃어버린다. 어머니들이 오신다니. 그리고 저렇게 친근하고 기쁘게 말할 수 있다니. 다정한 가정인가보다. 부디 새봄의 가족이 이곳에서의 축제를 행복하게 즐기고 돌아가길 바라며, 리라는 고개를 끄덕인다.
"잘됐다. 이야기 나눈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같은 저지먼트고, 나는 좀 두루두루 친해지고 싶어해서...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얘기해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어렵거나 궁금한 거 있으면 다 말해주고, 알았지?"
새봄이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자 말랑떡 북극여우는 특유의 맹한 얼굴로 귀를 까딱였다. 말을 어느정도 알아듣는 걸까. 내밀어진 손에 귀를 살짝 부비기도 했으니, 이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있는 오묘한 것은 의외로 생각보다 더 다재다능한 모양이다. 쓰레기 버리기를 위해 만들어진 존재였음에도 불구하고.
"응, 당연하지! 알바 있으면 더 서둘러야겠네! 블랑 엣 느와르라... 카페구나? 카페 알바라니 새봄이랑 잘 어울린다. 나중에는 직접 만든 디저트도 팔고 그러려나~ 꼭 갈게. 기대된다!"
명함을 받아들며 웃어보인 리라는 "아, 가기 전에 잠시만." 하고 저쪽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스케치북에 다시 다가갔다.
이후, 새봄이 먼저 부실을 떠날 즈음에는 검지손가락 정도 되는 크기의 말랑떡 북극여우가 손에 쥐여졌을 것이다.
/ 그럼 이렇게 막레를! 새봄주 일상 수고했어! 귀여운 아기딸기케이크 새봄이 만나게 되어서 좋았다~~ 후후 첫 일상부터 언니 소리 듣기 성공(리라=동생에 로망 있음) 즐거웠어! 놀아줘서 고마워~~
자고나면 자기전보다 더 나아져있는 상황이 반복되는 그런삶을 철현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막연히 스쳐갔다 내일은 오늘보다 낫기를...
어쩌면 굳이 바랄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서현이 철현을 맞으며 아웅다웅하다가 결국 승리하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그런 생각이 든다
아쉬워하는 선배와 깊이자면 잠꼬대도 안한다는 서현의 말에 솔직히 솔깃했으나 저기서 잠꼬대했다간 몽유병환자나 미친사람이라는 평판이 각인될게 너무쫄렸다 이건 서연이 크게 걸어 크게 따거나 잃는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소소하다못해 미미하게 얻더라도 손실의 위험을 최소화하는쪽을 선호하는 소심이인 탓도 없지않다 아직 카페일이 한창인데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운게 찝찝하기도하고
그래서 서연은 철현이 들어간뒤 서현에게 감정조절 잘할수있게 도와줘서 고마웠다고 인사했다
/이걸 막레로할게요 일상수고하셨어요 철현주 >< 궁금한거 좀 있는데 여쭤봐도되요? 다이스배틀 해야하나요? ㅋㅋㅋㅋ
생각보다 토끼 메이드가 수요가 좋다. 지금 데려가고 싶다는 사람만 하나 둘 셋... 리라는 제 다리 주변에 와글와글 몰린 토끼 메이드들을 내려다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손에는 작은 보라색 포션이 들려있었다. 이렇게까지 수요가 좋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서 하루 일하고 녹는 설정을 넣은 건데... 어쩐지 몇몇 사람들의 동심을 본의 아니게 부숴버린 거 같고... 그치만 안 녹으면 태워야 한단 말이다! 걸어다니기도 하는 애들을 내 손으로 태우긴 좀!
"휴."
와글와글 복슬복슬. 조그마한 토끼메이드 군단을 내려다보던 리라는 포션 뚜껑을 열었다.
"그래. 일도 했는데... 미안해... 다 끝나면 잘 씻겨서 좋은 집에 입양 보내줄게..."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런 감이 들었어. - 첫 눈에 알아볼 수 밖에 없었어. 너도 나랑 비슷하구나. - 나는 너랑은 달라. 그러니 가까이 하지 말자. - 그런데 왜 멀어지지? 닮음과 같음은 다르니까. - 너도 나랑 똑같아져야 해!
거리의 떠들썩함마저 수그러든 시간. 인적이라곤 멋모르고 취한 취객 혹은 지친 걸음을 이끌어 귀가하는 사람 뿐인 늦디 늦은 저녁 시간.
한 여학생이 흔들거리는 걸음으로 어느 공원에 들어갔다. 짧은 갈색 머리가 가을 밤바람에 살랑거리고 베이지색의 긴 니트 가디건이 나비의 날개인 양 하늘거렸다.
흔들, 흔들.
취했다기엔 너무 곧고, 멀쩡하다기엔 한 번씩 비틀거리니 어디 아픈 것 아닌가 싶은 모습이었다.
그런 여학생의 뒤로 검은 후드를 쓴 누군가 조용히 접근해 손에 든 것을 들이미는 순간,
턱!
하고, 내민 손목이 잡혔다. 방금 전까지 비틀거리던 여학생이 어느샌가 뒤돌아서 그 손목을 잡고 있었다.
"ㅁ, 뭐야?!"
손목을 잡힌 이는 당황한 소리를 내며 팔을 흔들었다. 그러나 쉽게 풀리지 않고 되려 잡힌 부분부터 근육이 찌릿하게 저려오기 시작했다. 더욱 당황해 악을 쓰는 누군가에게 여학생이 말했다.
"설마 했는데, 진짜 너였네."
그러자 상대 또한 발악을 멈추고 여학생을 보았다. 어둠 속에서 짙푸른 눈동자와 시뻘건 눈동자가 맞부딪혔다. 조용한 대치 속에 검은 후드가 말했다.
"너... 네가 왜 여깄지? '아직' 네 차례는 아닌데?" "왜긴, 차례 줄여주려고 왔지. 이틀 만에 아홉은 너무 날뛰었잖아?" "아홉? 아호옵? 아하하! 어떡하지, 셋은 더 있는데?" "아, 그래? 그럼 내가 열세번째인가? 딱 좋지 않아?" "그래, 배신자의 순번으로는 딱이네!"
검은 후드의 일갈과 함께 둔탁한 타격음이 나며 둘 사이에 제법 긴 거리가 생겼다. 갑작스러운 뒷걸음질로 비틀거린 검은 후드와 달리 강제로 떠밀린 푸른 눈의 그녀는 배를 감싸쥐며 허리를 숙였다. 고통스럽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것이, 타격음과 함께 맞은 모양이었다.
"ㄴ, 너 그거... 콜록!" "그걸 버텨? 징글징글하다. 아, 그게 레벨 4의 위엄이다 그런 건가?" "...그래, 그깟 충격 쯤은 이제 아프지도 않아." "아 그렇구나? 그럼 이것도 낫냐?" "ㅁ"
뭐, 라고, 말을 잇기 전에, 그녀를 꿰뚫었다. 어둠을 가르는 섬광 한 줄기가 정확히 배 한 가운데를 지나가고 그녀의 몸은 잠시 흔들거리다가 맥없이 쓰러졌다. 풀석, 엎어진 충격으로 단발머리 가발이 떨어지더니 길고 검푸른 머리카락이 바닥에 꽃 피듯 흐트러졌다.
배를 중심으로 서서히 피가 번지는 그녀의 곁으로 검은 후드가 다가와 쓰러진 몸을 걷어찼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ㅎ... 후욱, 후우... 야, 거기 있지."
숨이 찰 정도로 발길질을 해댄 후 허공에 대고 중얼거리니 가로등의 그림자로부터 한 사람의 실루엣이 걸어나왔다. 검은 후드는 그 실루엣을 보고 명령조로 말했다.
"이거 데려가." "...조금 더 나중, 이 아니었던지?"
그 물음이 끝나기 무섭게 짧은 섬광이 실루엣의 옆을 스쳤다. 아주 얇게 스친 팔뚝에서 피가 슬금 베어나오고 있었다.
"데려가라면 데려가. 받아처먹은 만큼 일도 못 하는게 X발 어디서 훈수질이야." "음, 알겠습니다. 고객님 원하시는 대로."
실루엣이 고분히 허리를 숙이자 검은 후드는 씨근대며 먼저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실루엣은 곧, 쓰러진 그녀를 안아들고 뒤따라 사라졌다.
"...초대장을, 보내야겠어-"
4일차, 밤. 긴급 소식으로 3명의 실종자가 추가된다. 추가된 실종자의 행적은 이전과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목화고 저지먼트 일원 [천혜우]의 현재 위치가 일시적으로 로스트. 그러나 [천혜우]의 폰과 ID카드는 발견되지 않고 기능 또한 완전히 정지하여 어떤 신호도 잡히지 않고 있다. (서성운과 이어진 위치 추적 팔찌 또한 일시적 기능 정지로 위치 파악 불가)
지금까지는 운이 좋아 어떻게든 살아나왔지만, 글쎄? 그 운이 언제까지 따라줄지는 모르는 일이다. 아무리 운에 풀스탯이 찍혀있다고 해도 단 한번의 비운으로 인해 죽을 수 있는게 지금의 상황이었으니까.
" 있겠냐. 적어도 지금까지는 한명도 없어. "
그 '지금까지'는 과거의 어떤 사건 이후부터 세는 말이었다.
" 악질이긴 해도, 싫어하진 않을거잖아? " " 누가 들으면 내가 죽일만큼 때린다는 소리로 들린다...? "
킥킥 거리며 어깨를 으쓱인 동월은, 정수리를 가리고 있는 애린의 손 위를 손가락으로 콕 누르려 했다.
" 그건 어쩔 수 없는 사고였어. 쇄빙기의 폭주였지. "
동월의 폭주였지만.
" 아무튼... 안생기는게 이상하지 않겠냐. " " 이런저런 일들이 있기도 했고, 겨우 그 정도로 내가 너에 대한 신뢰를 잃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야. "
하지만 애린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는걸 안다. 그런 것이 불안했다면 저런 비밀을 자기 입으로 이야기하는 일은 없었을테니까. 동월이 애린을 믿는 것 만큼, 애린도 자신을 믿고 있을 것이라는걸 안다.
" 내가 뭐 힘든게 뭔지 잘 알기야 하겠냐만은. " " 맞아. 힘든건 너뿐이 아니지. 지난 일을 곱씹어봤자 득이 되는 일이 없다는 것도 확실히 맞아. " " 다만 그건, 네가 힘들지 않을 이유가 될 수는 없지. " " 힘들어도 돼. 이미 닳아버린 감정을 다시 세울 수는 없겠지만, 그러니 지금 하는 말은 너무 뒤늦어버린 말이 될 수도 있겠지만. "
동월은 잠시 게임센터를 둘러본다. 시끌벅적하고, 불행이란 없을 것만 같은 장소였다. 그렇게 동월은 고개를 돌려 게임센터를 나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 네가 뒤늦게나마 그걸 말해준 것 만으로도, 넌 이해자를 하나 얻은 셈이잖아. " " 난 너의 상처에 공감할 수는 없지만, 이해할 수는 있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
자기 자신을 이해자라고 칭하는 것은 NG일까 아닐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 몇 년 정도 지난 일이니까. " " 후회하는 일은 아니거든. "
그래야만 했다.
" ...아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는 상황은 없어. " " 오로지 나의 선택이었어. 내가 칼을 빼들었고, 내가 칼을 휘둘렀고, "
잠시 걷다가 우뚝 멈춘 동월은, 뒤돌아 애린을 마주한다.
" 내가 그 목을 떨구었다. "
애린과 같이 공허한 하얀색 눈이 애린 너머의 누군가를 잠깐 응시하다가 다시 애린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어쩌면 애린과 자신 사이의 허공을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 내 첫사랑은 그렇게 스러졌지. 그렇게 그곳에 남겨졌고. " " 변명 할 생각 없어. "
어딘가에서 가을이 썩는 냄새가 나는 기분이었다.
" 가끔 내가 이상하게 행동하던거, 그래서 그런거야. " "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불행해지니까. 그래서, '그런 상황' 이 생기지 않게 조심한거지. " " 그래도 난, 꽤나 이기적인 사람이란 말이야. " " 무슨 뜻인지, 알겠냐? "
근데 뭔가... 뭔가 말이 안맞는것 같기도. 비유를 보면 그야말로 인첨공키즈스러움이 드러나지만 뭔가 아니다! 그기 아이란 말이다! 엑스트라, 뭐? 그기 뭐꼬 내는 모른다... 그기 뭐꼬... 어려운거... 모른다...
"공부 취미? 미친거 아이가?"
공부를... 취미로? 아니 그건 이해된다. 나도 한때 빛나는 출세로-드를 위해서 공부에 열심이었던 적이 없던건 아니니까. 물론 그렇게 하고 울면서 연구실 바닥을 뒹굴었더니 쌤도 공부에 한해서는 포기해버렸지. 본능적으로 능력을 쓰는기 훨씬 나을기라 했지. ...근데 그라믄 얼마 전에 게임기 부순거도 넘어가줘야하는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헉... 지금 내 걱정해주는기가?! 감동했다... 근디 뭐 어쩌겠노. 먼저 좋아한 사람이 진거아이가. 싫어도 이게 내 연고인갑다 해야제."
원래 연고팀은 운명이 정해주는거라고 했다. 괴로운 삶을 벗어나기 위해 타지 연고 팀을 응원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가 고생길이라고.
"...아이고 인자 가야긋다. 시간 거의 다되삣네. 미안하네 쬐까 시끄러웠제?" 슬슬 막레 해도 될까요?
>>119 (순간 머릿속으로 스킬아웃한명이 어이이거돈좀되겠는데 하고 톡기한마리 납치하고, 톡기 되찾으러 온 리라를 운좋게 기습해서 리라까지 납치했는데, 리라가 정신차려보니 스킬아웃 대장이 (뒤에 도열해있던 부하들도 일제히) 그랜절 박으면서 죄송합니다 이리라양 동생들에게 정중히모셔오랬는데 이짜슥들이 어젯밤에 느와르영화를 너무 많이봐서...!!! 같은 소리를 하기에 리라가 그래서 자신을 왜 데려왔냐고 물어보니 리라가 그린 토끼 사진찍어둔 걸 내보이면서 이건 됩니다! 백퍼센트 되는 사업이에요! 대박 캐릭터 프랜차이즈의 가능성을 봤어요! 저희와 같이 사업 하나만 해주십쇼! 저희 그늘속에서 깡패짓하면서 빌어먹는 생활에서 손 씻게 도와주십쇼!! 하면서 간청하는 스킬아웃 대장의 모습이 눈앞에 지나감.) (리라가 얼버무려 대답하고 일단 나가자고 문을 열었더니 문밖에서 서슬퍼런 얼굴로 도열해있는 랑이 한양이 은우 등 3학년즈를 위시한 중무장 저지먼트들이 눈을 시퍼렇게 빛내고 있는 모습도 눈앞에 지나감.)
>>147 1. 아마 그날 저녁에 잘 자라고 인사를 했는데 아무 반응이 없어서 자나...? 했다가, 최근 실종사건이 머리에 스쳐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어보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전화를 받지 않으면 유준씨한테 두번째로 전화해봤을 테고, 세번째로 비상연락망을 통해서 태오, 영락까지 훑어보고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혜우네 집으로 가면 그제서야 알아채지 않을까요. 올 것이 왔구나. 아마 그날 한밤중에.
>>0 "그러고보니 점례 너, 정말 성하제 끝나기 전까지 계속 그 차림으로 있을 거니?" "왜여? 재밌잖아여. 게다가 이런때 아님 언제 샤라방방한 차림으로 푸닥질을 하겠슴까."
이마를 짚은 여성의 물음에도 그녀는 한결같은 대답을 내놓을 뿐이었다. 일단 그녀는 '그 차림'의 문제를 전혀 느끼지 못했고, 어차피 즐긴다면 있는 진심을 담아 힘껏 즐기자는 주의였기에 스스로에게 기합을 불어넣기 위해서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기엔 잔뜩 붙잡히고 있거든...] "거 참 괜찮다니까 그르네여~ 더미한테 머리채 잡히는 것보다 옷자락 잡히는게 훨씬 더 낫슴다~" [...거 말이 씨가 되는 거거든.] "앜!!! 이런 우라질TV!!!"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그 어떤 불편한 복장을 입고 움직이던간에 그녀의 길고 긴 머리카락보다 불편하진 않을 것이다.
[머리카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일수 있는 능력 같은게 있었다면 차라리 편할거 같거든...] "오, 그럼 일단 머리카락을 옷처럼 입고 다닐래여. 짱 멋질거 같아여." [...아얘 안경도 쓰고 권총도 네자루씩 가지고 다니지 그래?] "오... 근데 총은 안됨다. 저지먼트 해야 하니까여." [저거 완전 세뇌된거 같거든...]
어 잠깐만 리스트에서 청윤이가 빠졌어... 태오한테는 말 안하냐고요? (태오주가 허락하신다면) 일단 유준씨한테 전화해보고 안되면 태오한테 전화해서 혹시 혜우 못봤냐고 혜우가 실종됐다고 혜우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어봐도 부재중이 아니라 아예 없는 번호라고 한다고 불안해할 예정이라, 저지먼트 중에서 가장 먼저 아는 게 태오가 되겠네요.
>>186 아, 그것도 언급할 거에요. 그리고... 성운이가 바로 며칠 전에 자신이 대항하지 못한 상대에게서 혜우가 끝없이 고통받다가 비참하게 죽길 바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전해줬다는 걸 잊지 마세요. 그들을 추적하기 위한 모든 시도가 실패했고, 절망할 뻔한 마음을 간신히 추스르고 있었다는 것까지도요.
>>239 아 그 내 레스가 강요적으로 보였구나 미안미안;; 성운주 레스 보자마자 성운이 눈 뒤집혀서 돌아다니는게 머릿속에 떠올라가지고... 성운이가 제일 먼저 알면 그래도 저지먼트에 연락을 먼저 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있었는데 이것도 없다는 줄 알았어서 내가 좀 강요하듯 말했나봐 미안해 우리 칠라칠라 (복복복복)
그리고 또 내심 기대?를 했던게 칼찌 조우 때 칼찌가 한 말이 있으니까 좀 침착하게 대응하지 않을까 하는게 없잖아 있었던... (꼼지락)
하나. 얼마 전에, 정확히는 누리랜드 방문을 전후해서, 천혜우에게서 일종의 세뇌 흔적이 발견되었었습니다. 이것은 영락의 박유준 박사님이 설명해주실 것입니다.
둘. 얼마 전에 천혜우가 신원불명의 괴한들에게 습격당하던 현장을 발견해 대응한 적이 있습니다. 해당 괴한이 말하길, 단단히 정신나간 자신의 의뢰주가 천혜우가 끝없이 고통받다 비참하게 죽길 바란다고 발언했었습니다. 해당 현장을 바디캠으로 녹화했으나 원인미상의 녹화방해로 인해 해당 괴한의 인상착의 및 육성이 녹음되지 않았습니다. 해당 동영상을 아래 링크에 걸어두었습니다.
(인첨튜브 링크.) (클릭할 시 확인할 수 있는 내용 ▼) (멀리서 누군가가 바닥에 쓰러진 누군가를 바라보는 듯한 실루엣. 카메라가 빠른 속도로 그들에게 다가간다. 다가가면, 바닥에 쓰러진 채로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는 혜우와, 혜우가 바라보고 있는··· 뭔지 모를 모자이크 덩어리가 보인다. 모자이크 덩어리는 이내 엄청난 속도로 뒷골목 여기저기로 내팽개쳐지고, 그 틈을 타 카메라는 빠르게 혜우에게 다가간다. 혜우에게 괜찮냐고 묻는 성운의 목소리와, 감사를 표하는 혜우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화면의 진동. 사물들이 두 사람에게 쏟아져내려온다. 카메라가 잠깐 하늘을 향해, 두 사람에게로 떨어져내려오는 물건들을 향한다. 그것들은 이내 공중에 뚝 멈춘다. 카메라는 다시 시점을 내린다. 모자이크 덩어리가 十자로 변해있는 게 보인다. 분노에 찬 성운의 목소리가 왜 이런 짓을 하느냐고 묻는 것이 보인다. 지직거리는 잡음이 들리다가 끊긴다. 지직거리는 잡음이 더 들리다가 끊긴다. 동영상 종료.)
셋. 지금, 천혜우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고 있으나 없는 번호라는 안내 메세지가 돌아오고 있습니다.
제 어림짐작이 몇 차례 일을 그르친 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일단은 저 혼자서 천혜우를 찾는 데에 전념하겠습니다. 특이사항 있다면 후속 보고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의 보고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성운은 차마 전송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게 또 바보같은 오해를 해버린 자신의 삽질이라면.
자신이 이 난리를 일으키고 공장을 비운 사이, 혜우가 성운아, 핸드폰을 바다에 빠뜨려버렸어, 하면서 공장을 떠났을 자신을 창가에서 하염없이 부르게 된다면.
또다시, 그때 일광고 저지먼트에게 했던 일과 같은 일을 해버린다면. 태오에게 해버린 짓과 같은 일을 해버린다면. 아무런 상관없는 기지국을 셧다운시켜버린 짓과 같은 일을 해버린다면.
은우, 태오, 혜성이 자신을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는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만 같았다.
서성운 <[ 하나. 얼마 전에, 정확히는 누리랜드 방문을 전후해서, 천혜우에게서 일종의 세뇌 흔적이 발견되었었습니다. 이것은 영락의 박유준 박사님이 설명해주실 것입니다. ]
서성운 <[ 둘. 얼마 전에 천혜우가 신원불명의 괴한들에게 습격당하던 현장을 발견해 대응한 적이 있습니다. 해당 괴한이 말하길, 단단히 정신나간 자신의 의뢰주가 천혜우가 끝없이 고통받다 비참하게 죽길 바란다고 발언했었습니다. 해당 현장을 바디캠으로 녹화했으나 원인미상의 녹화방해로 인해 해당 괴한의 인상착의 및 육성이 녹음되지 않았습니다. 해당 동영상을 아래 링크에 걸어두었습니다. ]
(인첨튜브 링크.) (클릭할 시 확인할 수 있는 내용 >>267)
서성운 <[ 셋. 천혜우의 행방을 알 만한 대부분의 연락처에 행방을 수소문해보았으나, 천혜우의 행방을 아는 이가 없습니다. ]
서성운 <[ 넷. 지금, 천혜우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고 있으나 없는 번호라는 안내 메세지가 돌아오고 있습니다. ]
서성운 <[ 단순 핸드폰의 파손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 어림짐작이 몇 차례 일을 그르친 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일단은 단독으로 천혜우를 찾는 데에 전념하겠습니다. 특이사항 있다면 후속 보고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의 보고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
눈물도 나지 않는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이 날을 기다려오기라도 한 것 같다. 성운은 하네스 위에 외투를 두르고, 폐공장을 나섰다.
" 사실 알바도 아니야. 다가오는 사람은 쳐내지 않지만, 다가오지 않는 사람에게 굳이 찾아가는 위인도 아니라서. "
그래, 둘은 사선을 넘어다니는 사람들이었다. 애린의 사선에, 동월의 사선이 겹친. 꽤나 특이한 케이스이기도 했지만 흔한 케이스이기도 하달지. 복잡한 관계였다. 그리고 그 사선에 신뢰가 얹어지면, 어디에서든 서로를 신뢰할 수 있다고 자부할만한 관계가 생기기도 한다.
" 걱정 마라, 만에 하나라도. 내가 뭔 세뇌를 당하더라도 너한테 그럴 일은 없을테니까. "
그런거다. 그야 동월도 애린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면야 신뢰가 깨질수도 있겠지만, 그럴 일이 없다는 것을 잘 아니까.
" 쇄빙기의 폭주는 일반적이야. 어쩌면 착용자를 세뇌하는 기능이... "
헛소리는 여기까지.
" 상대방의 신뢰가 더 상위... 말로만 들어선 잘 모르겠는걸. "
애린이 신뢰하는 것 보다, 상대방의 신뢰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일까?
" 감정은 어려워... 네 앞에서 이런 말을 하는게 좀 그럴진 몰라도 말이야. " " 그 때 말했던, '눈은 마음의 창이다' 라는 말만큼이나. "
동월은 아직 그 해답을 얻지 못했다. 뇌에서 시작된 감정이 눈을 향해 나타낸다. 라는 막연한 사실은 알아냈지만, 그 뿐이었다. 어려운 수수께끼를 푸는 것은 즐겁지만, 답답하기도 한 법이었다.
" 맞아. 굉장히 치사하지. " " 결국 도망친거니까. 과거에서, 그리고 내 감정에게서. "
그렇다고 그런 행동들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필요한 일이었다고 생각했으니까.
모른다는 말에, 동월은 미소지었다. 그래, 너라면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다. 그리고 애린이 들려주는 말에 귀기울이다가, 그녀의 선명한 빛을, 똑바로 응시했다.
" 그래, 그런 점이야. 그러니 내가 널 좋아하게 된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었고, " " 내가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증거가 되겠지. "
눈을 돌리고, 몸을 돌려도, 자신의 마음에는 거짓을 담을 수 없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점 흐트러짐 없다는 것 만은 말할 수 있겠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평소에는 조금 흐릿한 사람 같아도, 무엇이든 진심으로 임하는 사람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으니까. 그러니 지금 이렇게 말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라고. 그렇게 말할 수 있을테다.
" 나는 내가 이기적인 것을 숨기지 않아. " " 지금만 해도 그렇잖아? "
동월은 어깨를 으쓱인다. 무슨 뜻인지는 아마, 알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 저주여도 상관 없어. 내가 내 삶을 이렇게 살아가기로 정한거니까. 남들에게 거짓말하지 않는 것 처럼, 내 자신에게도 거짓말할 생각은 없어. " " 그러니, 너에게 사과를 해야겠지. " " 미안하다. "
당연하게도, 널 좋아한다고 고백한 것에 대한 사과입니다. 자신의 주변에서, 자신이 '그런 감정'을 가지면 그 사람은 불행해진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자기 이기심을 견디지 못하고, 또 자기 자신의 마음에 거짓말을 못하고 고백해버렸으니. 사과하는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요?
날아온 메세지를 읽고 또 읽는다. 현실감각이 없었다. 갑자기?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다같이 부실에서 주문을 받고 중간중간 일어나는 자잘한 사건사고를 처리하며 즐겁게, 아니, 생각해보면 섬찟한 전조는 계속 존재했다. 이 방대하고도 화려한 축제 기간에 실종 사건이라는 키워드부터가 꺼림칙하기 그지없었으므로.
하지만 불똥이 이쪽으로 튈 줄은 몰랐는데. 심지어는.
서성운 <[ 둘. 얼마 전에 천혜우가 신원불명의 괴한들에게 습격당하던 현장을 발견해 대응한 적이 있습니다. 해당 괴한이 말하길, 단단히 정신나간 자신의 의뢰주가 천혜우가 끝없이 고통받다 비참하게 죽길 바란다고 발언했었습니다. 해당 현장을 바디캠으로 녹화했으나 원인미상의 녹화방해로 인해 해당 괴한의 인상착의 및 육성이 녹음되지 않았습니다. 해당 동영상을 아래 링크에 걸어두었습니다. ]
링크를 누르면 기괴하게 뒤틀린 바디캠의 영상이 보인다. 이 와중에도 메세지는 계속 오고 있었으니, 리라는 동영상을 중단하고 다시 단톡방으로 돌아왔다.
서성운 <[ 단순 핸드폰의 파손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 어림짐작이 몇 차례 일을 그르친 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일단은 단독으로 천혜우를 찾는 데에 전념하겠습니다. 특이사항 있다면 후속 보고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의 보고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
- 그릉그릉, 그륵. 고로로롱. 고롱.
찡찡이가 곁에서 골골거리는 소리가 멍하던 정신을 깨웠다. 손가락이 빠르게 스마트폰 자판을 두드린다.
[ @서성운 ]> 이리라 [ 위험하게 왜 혼자 해 ]> 이리라 [ 너 어딘데? 주소 찍어줘 ]> 이리라 [ 안 보내주면 실종신고 두 명 한다 ]> 이리라
"찡찡아, 언니 잠깐만 나갔다 와야 할 것 같아. 자꾸 두고 가서 미안해. 주말에는 쭉 같이 있어줄게. 어디 보자..."
백팩에서 스케치북을 꺼낸 리라는 급히 단순한 형태의 곰돌이를 그려내 실체화 시킨다. 이런 일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 찡찡이는 갑작스레 나타난 곰돌이를 보고도 크게 놀란 기색 없이 몸을 뒹굴었다. 그런 찡찡이를 보던 리라는 급히 방으로 들어가 핸드크림을 꺼내와선 곰돌이에게 살짝 바르고 흡수시켜 그의 체향과 비슷한 향을 나게 만든다. 임시방편이지만 이거면 너무 외로워하진 않겠지.
- 옹. "응, 아메네 언니가 없어졌대. 큰일이지? 그래서 친구들이랑 가서 찾아오려고. 아메네 언니 무사히 돌아오면 또 아메랑 같이 놀자고 할까?" - 웅. "그래. 먼저 자고 있어, 금방 올게."
찡찡이의 이마에 입맞춤을 해준 뒤 펫캠을 켜고 창문을 열면 부쩍 서늘해진 밤공기가 그를 반긴다. 빗자루에 올라타기 전 저지먼트 단톡방에 메세지를 보낸 그는 등을 돌려 창문을 닫고 곧장 비행을 시작한다.
"춥다."
가을바람이 차갑다.
@저지먼트 단톡방
이리라 <[ 최근 들어온 실종 사건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니 인근 공원부터 돌아보겠습니다. 주기적으로 단톡방 확인할테니 특이사항 있으면 이야기 해주세요. ]
도저히 안되겠다!! 무려 리라가 준 사탕이라 간직하려고했는데 이대론 내가 돌겠어~~~ 오렌지맛 포도맛 사탕을 연달아 먹으니 마음이 좀 진정되어 다시 서빙에 들어갔다 이번손님들은 메뉴를 선뜻 고르질못하더라 그나마 고른 사람도 자꾸 바꾼다 홍차였다가 밀크티였다가 논카페인 아메였다가... 기다리는 일행도 지루해죽겠는 눈인데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사주카페 같은것도 있으니 손금이나 볼까? 물론 전혀 볼줄 모른다만 손이 맞닿은이상 능력으로 어느정도 알아낼수는 있으니 그래서 제안하고 풀이흉내 적당히냈더니 손님들이 메뉴주문은 아예 제끼고 더 봐달라더라 덕분에 점수도 제법 잘받았긴한데 정작 매상은 별로 못올렸네;;
새로 피어나다 사건 이후로 쬐끄만데 험한 집사...로 거듭나는 바람에 여전히 점수는 마이너스다. 뭐, 점수에 연연하진 않는다! 상품 중에 이거 갖고싶다 싶은게 딱히 없기도 하고. 만날 메이드복만 입다가 집사복도 입어봐서 좋으니까 하는거지. 아 물론... 좀 빡세긴 하다. 요즘 유행하는 못말리는 아가씨 춰달라는 아가씨가 계셔서 춰드렸는데 몸치박치라서 반응이 별로였거든. 어쩔 수 없지, 난 무대체질은 아닌걸~ /다들 안녕안녕~ 오늘도 화이팅이야!><
농담식으로 말했지만, 독해를 못할 만큼의 글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뭐 물론 띄엄띄엄 정주행을 하는 저로써는 태오 위키를 정독해야 이해를 할 수 있는 몸이 되었기는 하지만... 일련의 글들이 개연성이 없거나, 글의 가독성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느낌은 전혀 안받았거든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구, 지금 태오주가 하시는대로 편하게 쓰시면 될 것 같아요. 태오주가 말씀하신대로 질문을 받으면 해결되는 일이 대부분일테니까요!
바닥을 뽈뽈거리며 돌아다니는 메이드 토끼들. 아무래도 리라의 작품인 것 같다. 굉장히 뽀송한 저 토끼들은, 카페 직원들(저지먼트 부원들)이 귀찮아 할만한 일을 도맡아 부지런히도 움직이고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 줍기 하며, 손이 모자를 때는 저 작은 몸으로 서빙도 했다.
" 너희들, 밥은 안먹냐? "
잠시 손이 빈 타이밍에, 바닥에서 움직이는 녀석의 볼을 손가락으로 콕 찔러보았다. 그 녀석은 잠시 멈칫 하더니, 무서운 분위기로 동월을 향해 돌아선다.
" ...? 혹시 기분 나빴ㄴ "
콰앙!
마치 Eight ton truck(8t 트럭)에 부딪힌 것 같은 소리를 내며 뒤로 나자빠진 동월은, 바닥에 엎어져 혼이 나가버렸다.
와글와글
그 틈을 타 휴식을 위해 몰려든 메이드 토끼들이 동월의 등에 올라타서 귀여움을 뽐낸다. 밑에 있는 사람은 반쯤 죽었다는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귀여움이었다.
>>422 태오주 많이 뒷북인데요👀 전 독해력이 나쁘고 합류한지도 얼마 안되어서 태오주의 글을 이해못한적이 솔직히 많았지만^^;;; 글이 잘써지고 안써지고는 피로도에 굉장히 많이 좌우된다고 생각해요 두뇌활동이잖아요 그러니 피곤하실땐 쉬시면서 컨디션 끌어올리시면 괜찮지않을까요? 놀이이니까 작성하실때 즐거우신게 중요하고요 마음 편히가지셔도 될거같아요 ><
>>422 나도 태오주 글 읽다가 오독 한적이 있어서 무슨!말을 해줘야 할지 고민하다가 그만 뒷북이지만...@@a 서연주 말대로 피로 문제있으니 일단 잘 쉬어보는 건 어떨까! 훈련이나 이벤트도 간단하게 써도 괜찮으니까~>< 그리고 나같은 경우에는 훈련같은 거 올릴때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지, 어떤 반응을 받을지보단 내가 쓰고 싶은 글 쓰는거에 주로 의의를 두는 편이야! 그러니까 호응을 받으면 기쁜거랑 별개로 잘 써지든 안 써지든 맘이 편하더라구~ 물론 수위 문제도 있으니 아예 다른사람이 보는 걸 신경 안 쓸 수는 없으니깐... 그런 부분만 신경쓰되 다른 부분은 다 내려놔 보는건 어때? ...라고 오지랖을 부려봤다!>< >>433 아 앗 근데...... 난 어떻게 해도 곰손이니까 위처럼 말할 수 있었는데......88 태오 추락사해?ㅜㅜㅜㅜㅜㅜㅜㅜ
그렇게 랑은 홀을 돌아다니던 복실복실한 토끼 메이드를 꼭 안은 채로 신나 하는 표정의 학생을 카메라로 찍고 카메라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사진을 찍은 뒤긴 했지만 좀 더 토끼를 만지고 싶었는지 토끼 메이드를 쓰다듬던 학생이 실수로 잔을 치지만 않았다면 그대로 자리를 떴을 텐데, 잔이 넘어져 카메라에 음료가 쏟아질 뻔한 걸 감지한 랑은 잔을 낚아챘다.
리라의 재잘거림 덕분에 화영의 꿈은 커져갔다. 사랑하는 가족끼리 모두 모일 수 있다. 내년엔 꼭 만나서, 같이 추억을 쌓고 싶었다. 주제넘은 일일 수도 있다. 13년이라는 시간 동안 제대로 만나지도 못한 주제에 왜 이제야 가족 놀음을 하냐고 하면 어쩌지 싶은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용기를 내야 하는 순간이 있다. 마음을 열지 않아도 그것 또한 태오가 살아오며 할 수 있는 표현일 테니까. 화영은 생긋 웃으며 리라와 약속했다. 꼭 갈게, 그리고 네게도 좋은 이모가 되어주고, 태오에게도 좋은 엄마로 남길 바라. "……열 걸음?"
높은 굽으로도 잘 걸어 도착하니, 호랑이에게 바쳐진 뱀... 아니, 낙지는 도망칠 수 없었다. 그것보다 이모? 태오가 호칭에 희미한 의문을 가질 적, 철썩! 소리가 팔뚝에서 시작되더니 격통이 치밀었다. 자신도 모르게 악 소리를 내며 파드득 몸을 떤 태오는 놀란 고양이처럼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결국 신명나는 팔뚝 매타작이 시작됐다.
"허이익 엄마아 진짜, 진짜 아파, 엄마, 악!"
중섭은 멍한 리라를 보며 아련한(정확히는 자신도 맞아본 적이 있어 말릴 수 없다는 동질감에 가깝다.) 눈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고, 태오는 어떻게든 팔을 들어 매타작을 피해보려 했지만 통증이 등짝과 갈비뼈로 향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조신한 몸짓이다마는 몸 하나는 기가 막힌 녀석이 쩔쩔매며 연신 꿈틀대는 것이 우스웠는지 주변을 지나던 부원 몇이 입술을 악무는 것이 보였다.
"너, 너…… 이러려고 나를, 이해라뇨……." "얘가 리라한테 데려와줘서 고맙다고는 못 하고!" "아, 엄마, 진짜, 진짜 멍들겠어요. 엄마."
태오는 새삼 억울한 눈으로 리라를 쳐다보다 다시금 파드득 떨었고, 화영은 리라의 만류하는 손길에 낙지에게 소금 치기를 멈출 수 있었다. 눈에서는 여전히 너! 언제 그렇게 커서 그럴 수 있어! 싶은 충격과 부모의 착잡한 심정이 담겨있었지만, 태오만 맞아야 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는지 화영은 고이 손을 모으며 휴, 하고 심호흡을 했다. 태오는 화끈거리는 제 팔을 여전히 당황스러운 눈치로 삭삭 문지르고 있었다.
"나중에 엄마랑 따로 얘기해. 알겠지?" "……네." "리라도."
그리고 화영은 리라에게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래도 덕분에 거리가 좁혀진 것 같았으니까.
"좀 더 쉬다 가렴. 오래 걸어다니니 힘들 거 아니야. 케이크도 마저 먹고, 음료수도 마시고.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거란다."
"그게 네 수준이란 거야, 착각하지 마." "너는, 성장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레벨 0의 전담으로 꽂아놔야 할 만큼, 가능성이 없는 인간이라고."
"뭐 이해는 해 줄게, 레벨 0짜리 학생 붙잡고 몇 년 있어봐야 뭐가 되겠냐, 성과 없이 지내다가 은퇴해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살겠지." "네 말마따나 학생도 열등생 딱지 붙이고 살겠지, 그건 뭐 사실이니까." "근데 그게 이렇게 학생 갈굴 이유는 못 되거든, 위해주는 척 하지 마. 네 눈에 얘가 사람이냐? 노다지겠지."
"그런데 뭐? 더 열받게 하면 사람 취급을 못 받아?" "킥킥, 아 진짜 웃기네."
"왜 열받았지? 아니 진짜 이해를 못하겠네, 네가 생각하기에 너한테 아무런 도움도 안 되던 레벨 0이 레벨 4까지 올라왔는데 왜 열을 받지?"
깔깔대는 웃음소리.
"여유도 없는 게 욕심만 그득그득하네." "다 못 먹는 거 입에 쑤셔넣지 마라, 입 찢어질라."
"얘가 아직 어려서 다행인 줄 알아, ...진짜 존X 착하네, 바보 아니냐 얘?" "이 관계에서 누가 갑이고 을인지 보면 안다니까, 딱 봐도 니가 X나게 을이야."
"갑이 아직 착하게 굴 때 알아서 잘 해야 오래 산다? 니가 원하는 거 얻으려면 잘 구슬려야지, 나 능력있어요 하고 보여주려면 관계 잘 유지해야지~"
>>441 가독성이 떨어지는 편은 아니라서 다행이다...🥺 금주 따순 말 넘 고맙다구...(깜냥이 혀 수납시키기)(복복복)
>>448 허이잉 괜찮아 괜찮아 조언해줘서 오히려 난 고맙다구... 진짜 고마워...🥺 서연주도 맘 편히 즐겼다 갈 수 있음 좋겠다 히히
>>452 괜찮아 나도 자주 오독해!(대체) 피로 문제도 있을 테니까 응... 글구 가장 중요한 말 해준 것 같아서 넘 고맙다... 그치 내가 쓰고 싶은 게 중요하지... 진짜 고맙다구...🥺슬럼프 극복 아자아자~~~ 해볼게! >:3 아이고 태오 갔네(대체)(태오: 죽이지 마요 (험한말))
태오가 뛰었다. 무려 현태오가, 그 종이랑 싸우면 질 것 같은 창호지 같은 녀석이 뛰었다. 머리를 안으며 눈을 가리는 것이 퍽 자연스러운 걸 보니 이런 상황이 여러 번 있었던 듯싶다. 숨을 쉬는 모습이 바들바들 떨리는 걸 보면, 그 상황이 백이면 백 좋은 일은 아니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진짜, 아무런, 말……." "없었다니까."
태오는 눈을 들었다. 제 눈을 가린 손을 내린 남성은 창백한 안색의 태오와 달리 눈을 휘었다.
"그것보다 네 그리도 무관심한 건 알겠구나. 동생이 귀여운데 아껴주기라도 했어야지."
태오는 시선을 내려 붉은 눈동자를 마주하다, 이내 혜우를 쳐다보더니 무언가 자신만의 생각에 푹 빠진 듯 입을 다물어버렸다. 여기에서 할 말이 아니라는 걸 안다. 더 밝히고 싶지 않다. 아니, 밝히면 오히려 이 남성이 꽉 잡아채서 다시는 돌이킬 수 없음을 안다. 당신은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에서도. 내 동생의 신변을 잡았다고. 나한테.
"……씨* 새끼가….." "너 지금 그 말 나한테 한 거니?" "……."
태오는 남성을 휙 밀쳐내는 듯하며 자리를 떠나버렸다. 눈동자에 담긴 깊은 환멸을 채 숨기지 못하며 자리를 휙 박차고 나가버리는 모습에 남성은 불만이라는 듯 다시금 서비스 종이를 꺼냈다. 그러면서도 살가운 미소에, 마주 미소를 지으며 답했으리라. 아마 이것이 마지막 대답이었을 테지.
"……그래, 우리 혜우 학생은- 운이 좋다고 하려고 했어. 태오 동생인데다, 나랑 사이가 원만해질 것 같으니 말이야. 그러니 편히 먹다 가렴. 더 먹어도 좋고."
엄청난 소식에 놀라 하얘졌던 머릿속이 차차 돌아오니, 차근차근 생각이 정리되었다. 혜우가 실종되었다. 그리고 그 이전부터 1학년들이 9명이나 실종되고 있는 참이고. 솔직히 내 능력은 수색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그렇다고 무력이 강해서 아무나 잡아다 정보를 캘수 있냐면 그것도 아니고. 그런데, 나한테는 한가지 메리트가 있다. 나만 가지고 있는 메리트는 아니지만, 그래도 활용은 해볼 수 있지! 고민 끝에 결심이 섰다. 손님을 자리로 안내해드리고, 주문을 받은 뒤, 가면서 몰래 재빠르게 저지먼트 단톡방에 메세지를 남겼다.
@저지먼트 단톡방 [혹시 스트레인지나 위험한 곳 수색하실 때 1학년 필요하신 분 계세요?] [혜우까지 포함해서 실종자가 1학년이니까] [여럿이 가되 조금씩 거리를 두고, 저 혼자 앞장서서 가다가] [수상한 사람이 나타나면 한꺼번에 덮쳐버리면 어떨까 해서요.]
.dice 1 6. = 6
//
다들 안녕안녕~! 어서오고 다들 맛점하라구!
>>478 히히 좀이라도 마음이 편해졌다면 다행이구!>< 상판은 어디까지나 놀이니 즐거워야 한다구! 그런 의미에서 태오야 비록 너는 가버렸지만 새봄주는 금이든 곰이든 쓰고픈 글 맘껏 쓰며 살아갈게~(흰손수건 흔듬
업무가 제법 한가로워졌다. 성하제가 진행되면서 손님들이 줄어든 탓도 있고, 리라가 불러낸 토끼 메이드들이 워낙에 일을 잘해주는 덕이기도 했다. 손님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라, 이제 슬슬 부원들 사이에선 누군가 피켓을 들고 나가서 광고를 해보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피켓이야 첫날에 만들어둔 인쇄물이 있어 그걸 팻말에 붙이고 나가면 될 것 같지만, 그걸 누가 들고 나가냐는 또 별개 문제다. 한번 제비뽑기가 돌았고, 성운이 당첨되었다. 성운은 끄아앙! 하는 표정이 되었지만 제비뽑기는 절대적. 메이드복 차림을 하고 카페에서 일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피켓을 들고 저잣거리에까지 나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홍보는 잘 안됐다. 일단 올망졸망한 조그만 애가 눈에 띄는 피켓을 이리저리 흔드는 게 눈에 띄여 시선은 좀 끌린다만, 온통 빨개져서 쑥스러운 얼굴에, 낼 수 있는 목소리도 개미 기어들어가는 소리만큼이라. 메이드 앤 버틀러 카페 저지먼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같은 소리를 크게 지를 만한 배짱이 성운에게 있을 리 없다. 그런 그라도 이따금 기지를 발휘하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만 그게 지금은 아니다.
그렇게 피켓을 들고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성하제가 열리는 거리의 인파 사이로 성운의 눈에 보이는 게 있었다. 사정 모르는 이들이 보기에는 일련의 무리가 광장 한구석의 이상한 기념품 핸드카트 모여있는 것 그 이상으로도 이하로도 보이지 않았을 테지만, 성운의 눈에는 일군의 사람들이 두어 명의 사람을 구석에 몰아세워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학교생활을 거의 내팽개치고 반쯤 스킬아웃이 되다시피 한 불량학생들이 인첨공 밖의 사람을 불러세우고 조악한 기념품을 강매하고 있는 것이었다.
성운은 슬금슬금 다가가 그들 주변에서 맴돌았고, 잠깐 배회하는 것만으로 자신이 오해하고 있는 게 아니라 진짜로 인천 밖에서 온 여행객들이 불량배들에게 기념품을 강매당하고 있다는 증거로 삼기에 충분한 몇 마디를 녹음할 수 있었다. 증거도 확보했고. 성운은 주머니에서 호루라기를 꺼내 홱 불었다. 그리고 완장을 내어보이며, 아까의 개미 기어들어가는 소리와는 전혀 딴판으로 또랑또랑하게 호령을 쳤다.
“목화고 저지먼트입니다! 외부 관광객에게 강매행위는 그만두세요! 해산하세요!”
그러나, 움찔하는 표정으로 성운을 돌아본 불량학생들의 표정이 심상찮다. 성운에게는 퍽 익숙한 일이다. 144cm의 아담한 신장, 저지먼트 남성진 최단신을 자랑하는 성운은 이런 불량학생들과의 조우에서 어떤 구실로든 얕잡아보이는 게 아주 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오늘은 옷차림이··· 깜찍하기 그지없는 메이드복 차림이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이목구비의 특징이 여성적인 편인 성운이라, 그렇게 입고 있자니 영락없는 꼬마 메이드 아가씨였으니 위엄을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그들은 단체로 푸하하 폭소했다.
“뭐야, 귀엽네 꼬마 메이드씨.” “강매? 증거 있어? 우린 인천에 방문해주신 고마운 손님들께 기억에 남을 기념품을 권하는 것뿐인데···” “발뺌하지 마세요, 강매행위로 판단하기에 충분한 정황증거는 이미 다 확보했습니다!” “아, 아, 알았어알았어, 그만둘게. 그만둘 테니까, 대신에 오빠랑 데이트나 찐하게 할래? 많이 귀여워해줄게.” “추행까지 추가하기 전에 해산하세요, 강제해산 이전 마지막 권고입니다!”
성운은 눈을 가늘게 뜨고 째려보며 언성을 높였으나, 그런 성운이 귀엽게 보이기만 했는지 불량배들은 다시 한 번 푸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그중 가장 성운에게 가까이 서 있던 녀석은 아예 성운의 머리에 손을 올리려 했다. 성운은 팔을 탁 쳐냈다.
“아니, 왜 그러는 거야. 오늘 장사 접을 테니 대신 우리랑 좀 놀아달라니까?” “···해산하실 생각은 없으신 거죠?” “꼬마메이드랑 같이 성하제 잔뜩 즐기면 그게 해산이지~”
하면서 성운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다 팔이 튕겨난 녀석이 그럼에도 꿋꿋하게 성운의 손을 잡으려 다시 손을 내밀자, 성운은 얼굴에서 째려보는 표정을 지웠다. 그리고 한숨을 푹 쉬고는, 그놈의 손을 맞잡은 다음에─ 힘껏 소매를 확 잡아당기면서 깔끔하게 밭다리걸기를 걸어 그녀석을 쓰러뜨렸다. 철컥! 하는 소리가 났을 때에는 이미 그 녀석의 손에 수갑이 단단히 채워져있었다. 꼬꼬마 메이드의 허리에 장식품마냥 채워져 반짝이며 흔들리던 수갑이 장난감이 아니라 진짜 경찰용 수갑이라는 것을 발견한 불량배들의 표정에 당황이 뒤섞였다. 성운은 고개를 팍 흔들어서, 어깨넘어로 흘러내려온 꽁지머리를 등뒤로 넘기며 말했다.
“왜 표정이 그래. 메이드 컨셉이라고 저지먼트도 컨셉인 줄 알았어?”
얼결에 가장 먼저 걸려서 수갑을 차게 된 동료를 도와줄지 아니면 손절튀할지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불량배들을 보며, 성운은 딱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해산하랄 때 해산을 했어야지.”
그리고 성운은 바닥에 내려둔 피켓을 집어들고는, 패널을 떼어낸 다음에 손잡이를 반으로 뚝 분질러서는 한 손에 하나씩 들었다.
잠깐의 난리통이 끝난 이후, 예닐곱 명쯤 되는 불량배들은 전부 집타이 수갑에 손과 발이 묶인 채 바닥에 쓰러져있는 몰골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쓰러진 녀석에게 집타이를 채운 성운은, 아직도 떨고 있는 관광객들을 돌아보았다.
“많이 놀라셨죠··· 이제 괜찮아요. 안심하고 인첨공의 풍경을 즐겨주세요. 언제나 인첨공 통합 신고번호를 기억해주세요. 어디건 찾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SNS에선 어떤 영상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머리 두 개는 더 작아보이는 조그만 메이드가 하얀 꽁지머리와 치맛자락을 화려하게 나부끼며 예닐곱 명쯤 되는 불량배를 순식간에 제압하는, 초록색 완장이 또렷하게 잘 찍힌 동영상이었다. 싸우는 조그만 메이드라는 희소한 동영상에 반응은 뜨거웠고, 이내 목화고 저지먼트에서 메이드&버틀러 컨셉 카페 행사를 하는데 그걸 홍보하러 나온 대원인 것 같다는 정확한 추론까지 따라붙었다. 의도했건 그렇지 않았건, 성운은 저지먼트 홍보 및 카페 홍보라는 소기의 목적을 톡톡히 달성해버렸다.
다가오는 사람을 쳐내진 않지만, 반대로 다가오지 않는다면 먼저 다가갈 생각도 딱히 없는것. 적어도 상처를 주지 않고, 상처 입지도 않는 방법으로는 가장 최적의 조건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굴러가는게 아니니까. 평면적인 이야기들로만 이루어지지 않는 법이니까, 동월의 이야기대로, 그저 도망치는 것에 불과하니까...
그녀는 상처를 입고 입히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사람을 만나기로 했다. 볕이 들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는 자기소모를 하고서야 뒤늦게 깨달았다.
그렇기에, 호기심은 곧 저주다. 나 자신을 상처입게 만들고, 이윽고 다른 누군가 역시 상처입히게 되는 저주. 하지만 그러한 과정이 없이는 그 어떤 인연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애초에 같은 길을 걷는게 아니었다면 서로 엮일 일이 없던만큼, 서로 맞지 않는 일은 당연히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 공통점을 찾아도, 그것이 모든 차이점을 메울 수는 없었다. 인간이란건 그러했다. 누구보다도 그녀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에이~ 너무 단언하는 말은 하지 마십셔~ 그거야말로 플래그니까여?"
물론 그럴 리는 없는게 그녀와 동월이 있는 현실이겠지만, 얼마든지 그 결과를 비트는 것 또한 모든 이들이 존재하는 현실이었다.
"...쇄빙기를 에고웨폰 취급 하시믄 곤란함다."
동월은 가끔 이렇게 엉뚱한 말로 그녀를 벙찌게 만들곤 했지만, 그것 또한 익숙해지다보니 이젠 아무렇지 않게 받아칠수 있게 되었으려나.
"예를 들자믄... '나를 믿는 너를 믿어.' 같은 느낌이려나여?"
축약하자니 제대로 설명이 되진 않겠지만, 아마도 동월이 인지하고 있는 느낌에 가까울 것이다. 아직은 '너를 믿는 나를 믿어.' 까지 도달하진 못했지만... 언젠간 그녀도 당당하게 외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겠져. 감정이란건 어려우니까여. 그러니 받아들이기 힘들 때는 회피하는 것도 마냥 잘못된 건 아님다. 그치만... '차라리 처음부터 아무 것도 깨닫지 못했더라면 나았을까.'에 도달해도 여전히 답은 나오지 않슴다.
그 증거가 여기 있으니까,"
그녀는 가슴 위에 손을 얹으며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감정결여의 추악한 결과가 자신임을 시인했다.
사람이 내비치는 모든 빛깔을, 감정을 받아들이고 이해해도... 그것은 절대 자신의 것이 될 수 없었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결국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 수많은 결과들을 탐구하며 상황에 맞는 대안을 도출하는 것 뿐이었다. 마치 알고리즘을 배워가며 이윽고 자발적으로 결과를 제시하는 AI처럼... 겉으로는 웃고, 울고, 화내고, 즐거워해도 내면은 여전히 고요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런 자신이라 해도... 만들어진 감정이라 해도, 언젠간 자신의 것처럼 다룰수 있길 바라고 있었다.
그저 평범한 여자애가 되고 싶었으니까,
평범한 가정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자신 또한 경험해보고 싶었으니까,
본질은 결국 사람이듯, 사람답게 살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얄궂게도... 피어오르는 감정은 스스로를 움직이기엔 너무나도 부족했던만큼, 그러지 못한다는 것 또한 쉽게 인정해버리는 자신이 지금 이곳에 있었다.
"......"
자신이 이기적이라는 증거. 좋아하는 사람을 스스로 베어냄으로써 잃게 되었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멀리했지만... 결국 자신 역시 이기적인 사람이었던만큼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는걸, 동월은 그것을 좋아한다는 감정으로 표현해 그녀에게 전했다.
설령 그것이 저주라고 해도...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서로를 믿는 것이 사람의 의지로만은 흘러가지 않듯 원하지 않았던 일들, 예상하지 못한 것들로 인해 틀어진다 할지라도 결국 거짓말을 하지 않는단 길을 택했기에.
그녀를 그 '불행의 길'로 인도한 자신에 대해서 사과하고 있었다.
"...... 푸흡..."
무엇이 그렇게 우스웠던 걸까, 그녀는 결국 동월의 말에 참지 못하고 깔깔거리기 시작했다.
"이야~ 진짜 답답한 사람이네여. 슨배임두, 대체 세상 어디에 좋아한다고 고백해놓고서 바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사람이 있슴까? 거의 '나로는 안되는 걸까?' 라던가 '너를 좋아하는게 나라서 미안해.'랑 동급의 고백임다~
...머, 그 발언을 한 인물들하고 다르게 슨배임은 자기가 한 말에 흔들림이 없는거 같지만 말임다."
그녀는 천천히 다가가 검지를 뻗어 동월의 입을 막듯 살짝 눌렀다가 다시금 떼어내며 미소지었다.
"...NG, 2회."
뜬금없는 선언, 하지만 동월이 무슨 뜻인지를 고민하기도 전에 그녀가 먼저 해답을 제시했다.
"첫째, '자신이 좋아했던 사람이 불행한 일을 겪은적이 있는고로, 또 그런 일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자신이지만 그럼에도 스스로를 속일수 없어 고백하게 되었다. 그러니 너 역시 그런 일에 말려들게 해서 미안하다.'라... 후회하지 않는담서 아주그냥 후회막심이 맥시멈으루다가 뚝뚝 떨어짐다. 응, 맘에 들지 않아여. 뼛속부터 징크스에 사로잡혀 있잖슴까?"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내쉬는 그녀는 오히려 동월이 하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었기에 그러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둘째, 이런 인지를 초월한 규격의 실루엣을 가지고서 말하긴 뭐하지만... 슨배임, 지금 다섯살짜리한테 고백하신거나 마찬가지임다? 슨배임이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고백했듯, 즈도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할 수 없으니 허울뿐인 가짜 감정으로는 슨배임과 사귈수 없슴다.
그치만..."
그녀는 마치 게임이나 만화 속의 캐릭터가 그러하듯 정중한 인사와 함께 한층 더 밝은 빛을 흩뿌렸다.
"그것이 애정이든, 연모함이든, 사모함이든, 은애든 간에... 언젠가 그 감정을 오롯이 내것으로 만들어서 깨닫게 될 때까지, 깨닫고나서도 계속 옆에 있을 거란건 확실하니까."
애스트라, 스러지고 다시 태어나는 무수한 별들. 담담하게 나아가는 발걸음은 여럿이자 하나이며 하나이자 여럿인 의지. 비어있던 팔레트에 색을 입혀준 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초상. 이윽고 끝에 다다라 자신 또한 그 빛이 다할 때까지.
"그리고... 불행... 고작 그런걸로 미안해할 정도면 당신은 나에 대해서 더 알 필요가 있다는 거야. 애초에, 끝도 알수 없고 돌아올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불합리로 가득찬 마굴에 뛰어드는걸 권유했으면서... 그리고 더한 것도 겪어봤다는듯이 초연하게 승낙했던 나를 봐놓고, 이제와서 그깟 불행이 뭐라고 그렇게나 조심스러워하는 걸까~¿"
그녀의 폭주는 멈추는 법이 없었다. 마치 운전대를 잡은 토끼가 오로지 나아가는 것만 생각하듯, 초식동물이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만큼 그녀에게 혹사당하는 것은 각종 조리도구들과 기계들, 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 수시로 들어오는 주문량을 막힘없이 해소해내는것을 보면 분명 사람 여럿이 달려든다 해도 무리가 갈만 했다.
"토!!! 끼!!!"
그러면서도 틈만 나면 총총총 돌아다니는 토끼 메이드들을 들어올려 잔뜩 쓰다듬고선 다시 내려놓았을까,
처음 정인이 비단을 바라보았을 때, 그 눈에는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았다. 보아하니 저지먼트 부원도 아니고, 그렇다고 선생이나 연구원도 아닌 것 같으니 그의 입장에서 비단은 굳이 의견을 귀담아 들어야 할 필요도 말을 가려야 할 필요도 없는 사람이자 '당신과는 무관한 일이 아닙니까?' 같은 한마디로 일축할 수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적어도 비단의 말이 이어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
실로 오랜만에 말문이 막히는 느낌이었다. 말이 거칠지언정 거짓말로 둘러대는 건 잘난 자존심 탓에 어려워하는 성미를 가진 정인으로서 비단의 촌철살인은 반박의 여지조차도 앗아갔다. 그리고 그런 이상반응을 가장 먼저 감지한 건 리라였다. 그래. 마치 허를 찔린 것 같은—
"......진짜예요?" "......"
무응답. 리라는 비단과 정인을 번갈아 보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표정이 되어 입을 다물었다. 실로 어색하고도 팽팽한 공기가 세 사람 사이를 메운다. 제 3자의 단 한 마디가 일말의 신뢰마저 무너뜨리는 순간이었다.
"...뭡니까, 당신은. 대화 중에 느닷없이 끼어들어서 못 하는 소리가 없군요. 나에 대해 대체 뭘 안다고 넘겨짚고 조롱합니까?"
비단의 녹색과 금빛 섞인 눈동자를 말없이 노려보던 정인은 의외로 그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나?
- 연구소장님 쓰러지셨대요. "뭐?" - 왜? 갑자기? 어쩌다가? - 몰라. 구급차 왔던데... 수석 연구원님이 같이... - 어? 정인 씨! 어디 가! ... ... "인정 못 합니다." - 나가. "이따위로 할 거면 왜 소장직을 넘겨받은 겁니까? 전 소장님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딴 짓을 하면 안 되죠, 계속 이어나가야죠! 엄시현 소장님! 아니 선배!" -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냐? 이딴 것들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 ... 해당 페이지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이디를 찾을 수 없습니다. [ERROR]
이런저런 일이 있는 법이구나. 하긴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유명세를 얻었겠어. 사람이 실종되었단다. 강력범죄와 얽히는 게 솔직히 처음은 아니기는 하지만... 아니 그만두자. 위험에 몸을 던지지 않으면 출세도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가령 공사장에서 일을 하더라도 목숨값이 더 나오는 직업이 있는 반면 그런 위험한 곳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정도로 안전한 곳에서 적당한 수준의 돈을 얻어가는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다. 구태여 위험에 몸을 던지기보다는 보신이 우선이잖아. 이상한건 아니잖아.
1학년만 9명이다. 한 두사람도 아니고 연쇄실종이 9명. 세뇌에 뭐에 이런저런 일이 내가 이해하기엔 너무 확 튀어버린 기분이다. 게다가 고작해야 2레벨,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애초에 이 정도의 위험성은 안티스킬의 일이잖아? 반년을 넘겼다. 그러니 이곳의 멤버들이 서로에 대한 끈끈한 정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은 이해한다. 그리고 자부심이 있는 것 역시 알고 있다. 하지만 반드시 협력해야하는가는... 모르겠다. 모르겠어. 짱구를 아무리 굴려도 이 사건에서는 손을 떼는 편이 훨씬 안전하고 이득이다. 머리속으로 몇번이고 시뮬레이션을 해봐도 하지 말아야할 이유는 몇이고 찾을 수 있었지만 반드시 도와야 할 이유는, 솔직히 아무리 생각해도 잘 나지 않았다.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왜 그러는건지. 왜 그래야만 하는지. 목숨보다도 중요한것- 가령 우정이나 사랑을 모르는건 아니다. 그랬으면 이미 동생은 시체가 되어서 땅속에 있었을 것이고 할매도 그다지 좋은 꼴은 못봤을테니께.
근데, 과하다. 과해. 툭툭 하고 어깨를 배트로 살살 치면서 한숨을 쉬었다. 뭔가 좀 지치는 기분이다. 어디 좋은 온천이라도 가서 푹 녹이고 싶은데 아무래도 어렵겠지. 단톡을 확인하니 이곳저곳에서 수색에 들어간 저지먼트 선배들이 보였다. 혈기왕성하구만. 젊은기 좋기는 한갑네. 내도 그렇기는 한데.
태오는 눈을 떴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잠이 들었던 탓도 있으나 누군가 계속 연락을 보낸 잠이 깼기 때문이다. 이 시간에 연락할 사람은 있어도 계속 보낼 사람은 없었기에 부스스 일어난 태오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저지먼트 단톡방 알림을 꺼버린 지 오래지만, 개인 알림은 미처 끄지 못했다. 부재중 전화 서성운 약 2통 남짓, 안희야 7통, 저지먼트 톡방 메시지 약 30개, 안희야 개인 카톡 50개……. 그냥 읽음 처리를 해버릴까 싶었던 태오는 희야의 개인 카톡을 눌러보기로 했다.
<[너 당장 마레로 와] <[혜우가 실종됐다는데 계속 씹어?] <[어디야] <[어디냐고] <[대답하라고 씨*] <[너지] <[왜 안 받아] <[너지?]
머리에서 피가 식는다. 문 닫는 소리가 요란했다. 2학구는 끔찍하게 여겨 발도 들이지 않는 곳이다. 역겨운 곳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도 돌리지 않던 태오가 데 마레에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일 수밖에 없다. 태오의 상태는 엉망이었다. 급히 걸친 점퍼는 계절에 맞지 못했고, 머리는 뛰어왔는지 바람결에 엉망이 됐다. 식은땀과 함께 경호 인력을 밀치듯 들어온 태오는 입구 근처 라운지에서 희야가 누군가에게 연락을 계속하다 고개를 번쩍 드는 것을 마주했다.
"소장님은." "……영락." "……인사는 못 드릴 것 같군요." "누가 인사가 필요하대요? 이 상황에서?"
희야는 황당하다는 듯 핸드폰을 내팽개쳤다. 혜우에게 건 전화는 여전히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된다는 안내 메시지가 떴고, 삐 소리가 나며 녹음을 시작했다.
"너 솔직히 말해요, 연락 안 받고 뭐 했어?" "피로하여서 눈 붙였어요." "장난하지 말고, 또 스트레인지 다녀왔어요?" "기실이에요. 카페 일 끝나고 돌아오자마자, 피곤해서 씻고 눈 붙였-" "네 짓은 아니고?" "뭐?" "네가 하던 일이 그거였잖아, 누구 데려가서 쥐도 새도 모르게 만드는 거!!" "아니에요." "그렇지만, 그렇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네가 아니라고 해도, 돌아가는 길에 배웅이라도 해줄 수 있잖아, 그렇잖아! 같이 일을 해놓고 뭔가 이상하다는 것도 못 느꼈어요? 너 감 좋잖아요."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요? 서성운 걔가 어련히 같이 갔을 거라 믿었지." "성운이가 아니더라도 연락은 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너, 지금 많이 흥분한 것 같은데, 정신 좀 차ㄹ-" "그럴 사람이 아니면 왜 가족이라고 해? 데 마레 출신인 것도 부정하면서!"
안다. 희야는 단순히 탓할 사람이 필요한 것뿐이다. 조금이라도 더, 같이 위로를 주고받고 싶은 투정을 잘못된 방법으로 부리는 것이다. 태오는 그 사실을 이해한다. 희야는 자아를 찾는 동안, 어린 시절을 투영하며 미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까. 동시에 부정했다. 희야는 별생각 없이 탓할만한, 필요한 악을 찾았겠으나 태오는 자기 자신을 필요한 악으로 삼는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자신이 누군가에게 탓함 당할 만한 악인이라는 것을 인정하면, 그 이후로는 악한 자로 남기 때문이다. 연구원들은 희야가 소리를 높이자 저도 모르게 귀를 기울였고, 지나치는 연구원 중에서는 한결도 있었다.
"……." "혜우가, 혜우가 널 얼마나 걱정했는데, 너는 그것도 모르고, 그러면서 지금 상황에서 잠이나 잤다고 하고- 네가 진짜 가족은 맞아?! 지금이라도 같이 걱정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올 때 전화는 해봤어요? 아니면 부실 카톡은 확인했어요? 아니면, 아니면- 적어도- 으, 으윽-"
하물며 제 동생이 사라졌다는데, 그것이 자신의 탓이노라 인정하고 싶지 않다. 태오는 입을 벌리려다 다물었다. 네게만 가족이 아니다, 내 탓이 아니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 나도 찾겠다, 돕겠다, 나는……. 내가 그럴 자격이 어디 있다고? 연락도 하지 않고, 걱정만 하는 날 보아라.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나를. 아무리 투정이라 한들 현실이 내포됐지 않은가. 무의식적으로 탓할 사람을 찾지만 서로가 아니라 나를 집지 않던가. 내가 그리도 어리석다고 말해주지 않는가. 겉치레에 불과함을 깨닫게 하지 않던가. 결국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다. 2학구의 유일했던 안식처도, 이 바깥 또한. 사람들도 모두 같은 생각이겠지. 인간은 그런 존재니까.
"……네 말이 옳아요." "그러면 너-" "가족이 아니지. 그 사실을 진작 말했어야 하는데." "현태오!!!"
태오는 형용하기 어려운 눈으로 희야를 마주하더니 자리를 휙 떠났다. 희야는 태오를 붙잡으려다가도, 누군가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고개를 휙 돌렸다. 그리고 눈을 마주치자 씩씩대던 것을 천천히 줄여가더니 이내, 자신이 무슨 말을 뱉었는지 깨달았다는 듯 눈을 크게 홉떴다.
"아, 아니에요. 그러니까, 희야가 말하고 싶었던 건." - 제가 해결할게요. 혜우 학생을 찾는 것에 조금 더 신경을 써주세요.
고개를 다시 돌렸을 때, 태오는 이미 건물을 빠져나간지 오래였다.
태오는 스트레인지로 향하는 골목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핸드폰의 모든 연락을 확인했다. 다들 어떻게든 찾겠다며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레벨이 낮든 높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히고 있었다. 태오의 표정은 점차 차갑게 굳어갔다. 이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았으니까. 성운이 보낸 메시지와 영상까지 확인한 태오는 골목 초입에서 멈추더니,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댔다. 그리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으며 바닥에 시선을 고정했다. 난 무얼 할 수 있지? 뭘 할 자격은 있나? 태오는 손을 더듬거리며 자신의 얼굴을 덮어 가렸다. 그리고 손끝에 힘을 주었다. 이 얼굴을, 이 뻔뻔한 인두겁을 뜯어버리고 싶다.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않는 제 자신을 갈기갈기 찢고 싶었다. 구할 수 있는 대단한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악한 자로 남으라며 세상이 등을 떠밀기만 한다. 하물며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지금껏 피하기만 했다.
"……."
태오는 손가락 끝에 힘을 주며 눈을 감았다. 곱씹어 보니 나는 그간 대못만 박았지 아니한가. 안일하게 떠맡기지 않았나. 그래놓고 아직도 고민만 하고 있으니 이런 자신이 새삼 우습다. 심호흡 한 번에 부정적인 온갖 생각들이 치고 올라온다. 종착지는 차라리 올라오지 말 걸 그랬나 싶은 생각이다. 스트레인지에서 일했던 순간을 그리워할 줄은 몰랐는데. 차라리 내가 순응했어야 하는데. 어찌 되었든 내 인생은 내리막길임이 뻔했는데, 무엇하겠다고 내 죄를 피하고자 그런 도박을 해서, 내 운명을 걸었을까. 도박의 말로는 거듭되는 끔찍한 패퇴뿐인데.
누군가 근처로 다급하게 뛰어오는 소리에도 태오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고 무상하다. 언젠가는 흐려지고, 역사에 각인되는 자는 따로 존재하나 그것이 나는 아니다. 타인이 나로 인해 불행해진다면, 내가 떠나는 게 옳다. 째깍, 하고 멈춘 시간과 결심이 움직인다. 음중이 가고 잿빛 도심에 설국이 도래하는 날, 아니, 차라리 지금……. 모두 포기해버리자. 어차피 될 일 없으니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돌아가서…….
"……." - 찮, 아요. 괜찮아…….
태오는 품 속에 갇히자 몸을 가늘게 떨었다. 살갗을 찢는 것 같던 가을의 서늘한 바람이 몰아치던 골목 속의 공기가 낯선 심상의 소리를 가진 누군가의 품의 온기 덕분에 사라진다. 태오는 시선을 올리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한결은 태오를 어찌할 줄 몰라 하며 달래주려는 듯 연신 괜찮다 속삭였다.
대체 무엇이 괜찮다고?
동생이 사라졌다는데 눈물 하나 흘리지 못하는 주제에, 놀라지도 못하고 지금 이렇게 찾아다니려는 노력 하나 보이지 못하는 주제에 무엇이 괜찮다고, 이 이기적인 모습이 대체 왜 위로를 받아야 하느냐고. 차라리 대성통곡을 하는 희야를 달래주지, 어째서 내게 이렇게까지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태오는 혀 너머로 튀어나오려는 여러 단어를 간신히 삼켰다.
"……."
몇 번이고 등을 토닥일 적, 태오는 가늘게 떨리는 손을 천천히 내렸다. 손 너머로 드러난 초점을 잃은 눈은 골목 속 어둠만 가만히 노려볼 뿐이었다. 자신을 안은 품의 심장의 박동이 익숙하다. 병실에서 느꼈던 것과 온전히 같고, 상황도 어떻게 보면 비슷한 것 같다. 그렇게, 한참 인형처럼 품에 가만히 안겨 침묵하던 태오는 나지막이 입을 벌렸다.
"…소유하고자 하면 불행할 뿐입니다. 저는 놓고자 하는데 어찌 미련을 가지십니까."
태오는 대답을 듣고 싶지 않다는 듯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자신의 고개를 돌리는 부드러운 손길에 눈을 가늘게 뜨더니, 달싹이는 입술의 모양을 읽었다.
- 불행이 있기에 행운이 있기 때문이에요. "낙관적이군요." - 제발 희망을 놓지 말아요. "언제부터 희망이 있었다고 그리 말씀하십니까?"
태오는 시선을 피하듯 눈을 굴리며 한숨에 가까운 조소를 흘렸다.
"여기는 인첨공입니다." - 희망이 있을 수도 있죠. "어떻게 말입니까, 데 마레와 아니무스가 말하는 학생 친화적인 방법으로? 그 방법으로 내가 뭘 합니까. 어차피 나 하나 없아도 저지먼트가 알아서 할 텐데, 내가 희망 가져봤자 무엇 하냔 말입니다." "……."
한결은 까만 눈을 마주했다. 태오는 입을 다물었다. 점차 가까워지는 시선을 뒤로, 한결은 태오를 끌어안은 채 귓가에 입술을 달싹였다.
잠시 외면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예요. 내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 그러니까, 아무것도 하지 말아요.
태오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한결의 대답을 듣지 못했으나, 불어오는 싸늘한 가을바람과 스트레인지로 향하는 골목의 깊은 어둠에서 깨달을 수 있었다.
"……."
세상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이 사람의 속내를 읽을 수 없다는 걸 통해 다시금 뼈저리게 일깨우는구나.
>>551 이익 이익(고양이 복복복 해버리기) 헉 그랬구나 8ㅁ8 무슨 일 있었길래... 스트레스 받으면 입맛이 없지 그려 그래도 중간중간 수분보충은 잘하구 이따 배고파지면 뭐라도 꼭 먹고! 앗 맞아 아침에 지각했ㄷㅏ고 본거같다👀 그래도 졸립진 않다니 다행인것이야 그런날도 있는거지🫳🫳
" 혹시 모르지. 나 자신은 그렇게 살아왔다고 자부하지만, 주변에 좋은 놈들밖에 없는걸 보면 모순적인 행동을 했을지도. "
예컨대, 다가오는 사람 받아주고, 떠나는 사람을 붙잡지 않는다. 라는 자신만의 규칙을 어겼을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말이었다. 이기적인 사람이었기에. '이번건 예외다.' 같은 핑계를 대며 규칙을 어기고선, 누군가를 곁에 두려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 그렇지. 그리고 난, 플래그 브레이커기도 하고. "
모든 플래그를 부수고서 지금까지 살아있다. 그것은 운일지도, 동월의 실력일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수많은 플래그가 부숴져왔다는 것을 알기에, 동월은 당당히 자신을 플래그 브레이커라 자칭한다.
" 으음, 대충은, 알겠다고 해야하나. 여전히 어려운건 똑같지만 뭐... "
'상대가 나를 믿어주니 나도 상대를 믿는다' 라는 느낌이라면 알것 같기도 했다. 같은 저지먼트에서 굴러오던 사이라면 먼저 믿음을 주는 동월과는 또 다른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믿음은 상대적인 것일테니까.
" 처음부터 아무 것도 깨닫지 못했더라면, 인가. "
동월이 그걸 바라는 일은 아마 없겠지. 그는 언제나 달콤한 거짓보다 씁쓸한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이었으니까.
" 뭐... 대충 알고있긴 해. 내 고백이 최악이라는 것 쯤은. "
동월은 애린의 감정이 얼마나 결여되어있는지, 알지 못한다. 가끔씩 보여주는, 눈에서 퍼져나오는 은하수와도 같은 빛무리는 진실된 감정인지, 몇 번씩 보여주던 붉은색이나 노란색, 푸른색을 띄던 눈빛들은 거짓된 감정인지. 동월은 알 수 없었다. 그것이 진실된 감정이길 바라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걸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구태여 지금 말했다. 이기적인 마음은 알아주길 바래 제멋대로 입술을 열었고, 자신에게 거짓말 하지 못하는 성격은 성대를 울렸다. 하지만 역시, 이기적인 마음 이상으로 너를 좋아하는 마음이 컸던지도 모르겠다.
" 그건... 그래. 후회하지 않는다고는 했지만... 어쩌면 후회하고 있을지도. " " 그렇더라도 난 후회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 " " 다시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가도 난 칼을 휘두를테니까. "
모순된 말이자, 모순된 감정이다. 머릿속으로는 몇 번이나, 그 때 죽이지 않았다면. 칼을 휘두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이것을 후회일테다. 하지만 언제나, 결론은 하나였다. '그럼에도 나는 칼을 휘두른다.' 이것은 그 때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도출된다. 후회와 동시에 후회하지 않는, 굉장히 모순적인 감정이 동월의 마음 속에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렇기에 언제나 시야 한구석에 밟히는 그 아이는, 환하게 미소짓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은 괜찮다는 듯이, 이제는 자신을 떠나보내라는 듯이.
" 알지. 네 감정이 얼마나 가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꽤 많이' 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 "
다섯살 수준이라니. 그건 과연 어떨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그건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건 뒷전으로 물려두고서, '허울뿐인 가짜 감정으로는 사귈 수 없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른 두 가지의 감정에, 동월은 하마터면 자기 얼굴에 주먹을 휘두를 뻔 했다. 안도와 슬픔이 동시에 마음 속에 떠오르는건 별로 좋은 느낌이 아니었다. 자기 자신이 역겨워질 뻔 한것을 간신히 꾹 눌러담으며 애린의 이어지는 말을 듣는다.
" ....확신 하는거냐. "
애린이 확신하는 말에, 동월은 새삼스럽게 자신의 연정을 다시 한 번 자각한다. 그래, 그렇기에 내가 널 좋아했지. 이기적인걸 알면서도, 그러면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네가 나에게 심어준 그 확신으로 인해, 나는 널 좋아하게 되었다. 좋아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이어진 그녀의 말에 동월은, 애린이 그랬던 것 처럼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 너, 진짜 연애에 대해선 하나도 모르는구나. " " 응, 나도 잘 안다고는 못하지만, 확실히 너는 더 모르네. " " 확실히, 그 때는 널 좋아하기 전이었으니. 그저 네가 원하기에 괴이부에 추천했었지. " " 너에 대해 더 알 필요가 있다는 것도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
이제와서 발을 빼라고 하기에도 늦었다. 이미 두 사람이 쌓아온 것이 너무나 많았기에, 이제 와서 '없던 일로 하고 다른 것을 쫓으며 살아라' 따위는 절대로 말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 맞아. 이 정도야 그깟 불행이 되겠지. 지옥에 널 부른 것이나, 네가 지금까지 겪어온 모든 것들에 비하면 겨우 한 줌에 불과한 불행일지도 몰라. "
웃음짓는 표정 그대로, 동월은 손을 움직인다. 그녀가 거부하지 않았다면 동월은 손깍지를 끼고, 자신의 이마와 그녀의 이마를 살짝 부딪히려 했을 것이다.
" 하지만 세상 그 어떤 남자가, " " 좋아하는 사람에게 불행을 안겨주면서 미안해하지 않을거라 생각해? "
동월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마로, 손으로 하여금 애린의 온기를 느끼려 했다.
" 이미 너에겐 수많은 불행이 있었고, 또 앞으로도 있겠지만... " " 그럼에도 너의 불행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너를 좋아해. " " 그리고 또한, 너의 불행마저 함께 하고 싶다고도 생각하지. "
이마를 떼고 천천히 뜨여진 하얀 시선은, 전에 없이 분명하게 애린을 응시한다.
"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말했지? " " 이제 막, 더 이상 내 마음을 숨기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참이거든? " " 만약 그게 너의 불행이 될거라면 멈추겠지만... " " 내가 아는 류애린은, 그걸 불행으로 여길 사람이 아니란 말이지. "
어떻게 생각해? 오직 그녀만을 자신의 눈에, 세계에 담으며 나지막히 목소리를 흘린다.
" 감정을 모르는 사람과, "
손끝이 애린을 가리킨다.
" 감정이 언제나 넘치는 사람. "
손끝이 동월을 가리킨다.
" 나는 내 감정을 쏟을거야. " " 그곳이 바닥이 될지, 네가 될지는 알 수 없겠지. " " 하지만, 단지 낭비일 뿐이라도 쏟아낼 준비가 돼있어. "
나 모바일이라 태오 독백 읽는거 시간 좀 걸렸다 태오의 심성이 애초부터 약간 뒤틀렸다고 보기에는 다소 애매한 느낌이 갈수록 강해지는 느낌이다. 주변인이 태오를 보듬는다고 하긴 하는데 뭔가 겉만 쓰다듬어준다는 느낌이 많이 드는구만
그리고 태오는 겉과 속의 괴리가 상당히 강렬한 느낌인데 말이지, 스스로도 그런 괴리를 느끼고 있는 건가...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니까 주변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에서 오는 불편함에 가까울 뿐 스스로 내면에서 이건 나쁘다 문제 있다 끔찍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군. 전반적으로 먼 미래를 그린다기에는 여유가 없고, 그렇다고 해서 닥친 일을 어떻게 해결하고 싶다는 의지도 다소 약한 그런 느낌이 있구만.
어제 막 드러누우려는 차에 철현선배의 얘기가 떠올랐다 "잠꼬대는 얕은 잠을 잘 때 하는 거야. 잠꼬대를 자주 한다면 숙면을 제대로 못 취한다는 뜻이니 자기 전에 가벼운 운동을 하고 암막 커튼을 사 보는 것도 좋아." 진짠가? 밑져야 본전이라 밖에서 새천년체조를 하고 잤다 평소대로 헝겊물어서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만 오늘 룸메컨디션은 괜찮아보이긴 했다 안티스킬이 시킨 커리큘럼에서도 전기신호인지 뭔지가 더 뚜렷하게 측정됐대고 알바탐에 진상이 와도 저 머리에 비비탄샷건을 겨누는 상상을 하며 수월하게 넘겼다 정말로 푹자서 잠꼬대도 안했는지 선배동생의 능력효과가 여태 유지되는중인지가 헷갈리는게 흠이라면 흠이다
"학생이잖아요." "그리고 너를 여기서 꺼내려 한 배신자란다." "어리잖아요." "너 또한 어리지." "살려주시면 안 돼요?" "얘."
서휘는 학생의 머리채를 틀어잡고 웃었다.
"싹을 남기면 움트는 법이야.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으며 끝내 피어나지. 여기는 생각보다 더 깊은 곳임을 네 알면서 그리 굴면 위선이지. 이 아이도 살아남는다면 무슨 취급을 받겠니?" "제발요, 제발 그만……." "고양아."
서휘는 붉은 눈을 돌렸다.
"선지자와 솔리스는 네 혀로 잘도 휘둘러서 그렇게 조져놓고, 왜 이런 애들은 불쌍하다 하니?"
태오는 입을 다물었다. 학생은 벌벌 떨며 비명을 질렀지만 이내 단말마가 될 뿐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태오는 얼굴을 덮어 가렸다. 그러니까, 그게- 그러니까. 그게요, 좋아요. 그런데 이건 아니란 생각도 들어요, 그러니까- 사회적인 규범으로는 그게 안 되는 건데, 그러니까, 그게, 되는 건가? 안 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붓을 주세요." "세상에! 스트레인지 미친 새끼들이나 하는 발언이구나. 캔버스도 가져다주마."
이젠 나도 내가 뭔지 모르겠다. ─ 처음에는 무엇이든 두려워했다. 데 마레에서 살던 기억과 승환이 형성해준 자아는 태오의 양심을 자꾸만 건드렸다. 이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한편으로는 왜 해서는 안 되는 일인지 끝없이 의문을 품었다. 사회의 규범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하기 때문에? 하지만 여기는 사회와 다르지 않나? 살아갈수록 태오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태오가 사는 세상은 지나치게 어두웠기 때문이다. 살아가고자 한다면 이것도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며 합리화를 거듭했다. 태오는 이미 깊이 섞인지 오래였으며, 자신도 모르게 학습의 전, 무지한 상태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마 도박장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태오는 스스로의 성정을 깨닫고 익숙한 것으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폭력, 피, 죽음, 각종 어둠에 지나치게 익숙해진 탓에 마굿간에서 자란 고양이가 말처럼 걷듯, 서휘의 손에 다시 교정되기 시작하는 것은 돌이키기 어려운 법이었다.
이따금 양심이 자신을 찌를 때면 태오는 외면햤다. 삶을 갈망해본 적이야 당연히 있다. 그렇지만 여기가 어디라고 했더라? 태오는 피범벅이 된 바닥에 무릎을 꿇은 적이 수도 없이 많았다. 모두 내려놓고 순응하는 법과 외면하는 법을 일찍이 배울 수밖에 없었다. 태오는 편하다고 스스로의 마음을 놓고 살았으나, 바깥에서 지켜본 태오의 삶은 더 진창 구렁텅이에 처박히고 있는 것과 다름 없었다. 그리고 태오는 그 속에서 더 깊이 발 들였을 때 깨달았다.
두려움은 충동을 낳는다. 하지만 두려운 것은 두려운 것이다. 싫은 것이 있다면, 때로는 희생해야 하는 법이다. 타인의 죽음이 두렵다면 누군가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된다. 그 누군가를 찾아서 나는 살고 타인도 살린다. 어차피 내 사람만 아니면 된다. 태오의 가장 큰 사상이자 삶, 그리고 자신에게서 도망치고자 한 도피처다. 바라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잃지 않는다. 기껏 소장님이 만들어주신 나 자신마저.
아니... 흐음?... 한결씨가 좀더 광공적으로 무서운 거랑 별개로 서휘씨는 진짜 업보가 깊으시네요 바라지 않으면 잃지 않는다라............ 결국 저런 생각을 하게 된 게 메트로폴리스에서 살아가면서 겪은 일 때문에 생긴거니까 물론 메트로폴리스가 없었다면 태오가 어떻게 살았을지 감도 안 잡히긴 하지만(...) 복잡미묘하네...
태오는 당신의 팔을 붙잡으며 고개를 한 번 내려 시선을 마주하더니, 날카로운 손톱으로 팔뚝을 콱 찍어 긁어내릴 듯 거세게 쥐어 잡으려 하며 손의 위치를 어떻게든 옮기려 들었다. 손가락 하나라도 더, 확실하게 내 목을 틀어쥐란 말이다! 참을 수 없는 욕구가 들끓었다. 더없는 영감이 폭죽처럼 터질 것 같았다. 그 끝자락에서 마주할 수 있는 것은 카타르시스겠지! 욕구의 분출과 나 자신을 재료로 삼아 완성되는 걸작! 아, 지금 내 얼굴이 몹시도 추하겠지! 언제는 내 모습이 추하지 않은 적이 있었나? 재료로 쓸 수도 없을 만큼! 그렇지만 드디어 지금 빛을 발하겠구나!
"히힉- 히히히, 흐- 히익-"
나는 이대로 추악하게 몸을 뒤틀다 눈을 뒤집고 창백해질 것이다. 지금도 충분히 납 섞인 크림치즈 같은 안색이지만 이젠 온통 납색으로 덧칠될 것이다. 과연 그 뒤엔 어떻게 될까? 당신은 태연하게 시체를 숨길까? 아니면 자수할까? 자신의 주제를 깨닫고 끝없이 무너질까? 그것도 아니라면 다시 인간의 탈 허접하게 뒤집어쓰고 무엇이 잘못되었냐며 호소하다 끝내 인지하지 못하며 비참한 말로를 밟을까? 궁금하다, 그 모든 것이 알고 싶다. 그 감정을 표현하고 싶다, 이 자그마한 공간이란 캔버스에 내 시체라는 물감을, 당신이 남길 추잡한 감정을 칠해보고 싶다! 태오는 오히려 더 세게 조르라는 듯 고개를 휙 치켜 올리더니, 눈을 사르르 휘었다. 남은 숨의 바람까지 모조리 뱉어내듯 웃으며.
─ 태오, 시트캐 '유한'과의 일상 中
태오는 입을 다물었다. 학생은 벌벌 떨며 비명을 질렀지만 이내 단말마가 될 뿐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태오는 얼굴을 덮어 가렸다. 그러니까, 그게- 그러니까. 그게요, 좋아요. 그런데 이건 아니란 생각도 들어요, 그러니까- 사회적인 규범으로는 그게 안 되는 건데, 그러니까, 그게, 되는 건가? 안 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붓을 주세요."
─ 태오, 바닥에 스미는 피를 보며.
내가 이대로 내 본성을 인정하고 그 삶을 살게 된다면, 혜우가 사랑하던, 희야가 믿고 따르던, 소장님이 알고 있던, 바깥의 수많은 사람들이 아는 내가 아니게 되잖아. 겉껍질은 같으나, 막상 알맹이가 남들이 알던 내가 아닌 것을 과연 나라고 정의할 수 있는가? < 이거가 핵심
부모님마저 나를 잊기 위해 발악 한 번 없이 떠난 것 같은데 남은 이 사람들마저 날 외면하는 건 싫어. 떠나지 마, 그렇지만 내 곁에 오지 않았으면 해, 언젠가 나를 깨달을 거잖아? 그러면 멀어질 거잖아. 차라리 내가 멀리할게, 그게 나아. 나를 뒤집어 까느니 차라리 이 모습 이대로 내가 먼 발치에서 지켜보는 게 낫지 아니한가? < 이거가 세부적임
하지만 가끔은...(더보기) < 이거가 문제라서 거리 두는 힘이 더 강함
예술가 레이브의 작품은 퍽 자극적인 편이야. 가장 긍정적인 작품인 '해방'마저 결국 은유는 죽음이지.
태오는 자신이 어떤 성향인지 알고있고, 그 성향을 예술로 풀어가면서도, 충동은 자기파괴적인 표출되곤 해. 그리고 그 성향을 깨닫게 된 계기가 도망쳐 온 낙원, 죽은 것이 가득한(인간을 닮은!) 안드로이드 폐기장과 메트로폴리스지...😏
>>667 외부로부터 학습한 사회의 규범, 도덕 관념으로 인해 본래 파괴적이고 흥미 본위인 본성이 억눌러지는 상태 결국 자아 불안 상태에 빠져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레이브라는 예술가의 가면을 썼다...인가.
일단 레이브의 작품으로 보여지는 자아 실현의 모습은 승화에 가깝군. 사회 통념 상 받아들여지기 어려운(혹은 태오 자신이 그렇다고 생각하는) 욕구와 충동을,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만한, 예술의 범주 안에서 칭송받을 만한 결과물로 변환시켜 분출하는 거였구만...
근데 어디까지나 승화에 가까울 뿐이지 완벽한 승화는 아니고. 만약 승화가 잘 됐다면 태오는 다소 괴짜 면모는 있어도 자기파괴적이거나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 거니까 흠 결국 승화과정 자체도 자신의 본성을 사회의 시선으로 재단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억눌린다고 느끼는 모양이군
"…이름을 몰라?" "네…. 그런데, 어떤 맛인지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단서도 조금… 있고요."
내 표정이 너무 절망적이어서일까, 성규가 허둥지둥 말을 이었다. 내 능력은 레시피를 모르면 발동이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사실상 손을 쓰나 초능력을 쓰나에 차이일 뿐 요리는 요리다 이거지. 솔직히, 저 친구가 미식가라고 해도 맛과 식감만으로 짐작하는 건 한계가 있으니까. 가령 초코가 들어간 바삭바삭한 과자를 생각해 보자. 초코칩 쿠키, 그냥 초코맛 쿠키, 초콜릿이 들어간 크루아상, 뺑 오 쇼콜라, 초코 슈크림, 초콜릿 비스코티, 초콜릿 슈니발렌…. 끝이 없다. 종류나 맛을 안다고 해도 그걸 구현하는 건 다른 문제고. 그래도, 단서라고 말한 게 신경 쓰인다. 맛과, 먹었던 상황, 적어도 어떤 문화권의 과자같은 지랑, 그밖에 성규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 그런 걸 하나씩 캐다 보면 뭐라도 나오겠지.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가방에서 수첩과 볼펜을 꺼내 들었다.
"좋아, 그럼, 오늘 시간 돼?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저야 괜찮은데요, 누나는요? 그거 계속 실온에 둬도 괜찮아요?" "…아."
어쩌지? 당황해서 눈을 굴리는데, 성규가 씩 웃으며 제안했다.
"그럼 일단 그건 저한테 맡겨주시고요, 디저트 이야기는 인첨톡으로 계속할까요?" "헐, 그래도 돼? 음 그럼…. 대신이라긴 뭐하지만, 조각 케이크 테이크아웃으로 쏴도 될까? 내 부탁 먼저 들어주는데, 고맙고 미안해서." "진짜요? 그럼 두 개 얻어먹어도 돼요? 시그니처 케이크하고, 하나 궁금한 거 있어서." "두 개가 뭐야. 세 개 사, 세 개~." "아싸~ 무르시면 안 돼요."
…
그렇게 내 주머니는 한층 가벼웠지만, 내 마음도 가벼워졌다. 선뜻 내 부탁 먼저 들어주겠다고 한 성규의 호의 덕이다. 단풍이에게 상황을 보고할까 했지만, 그만뒀다. 아직 고쳐지지도 않았는데, 만에 하나 일이 잘못되거나 하면 두 번 상처 주는 짓이 될 테니까. 단풍이가 물어보면 그때 알려주자. 그렇게 생각하며, 카페를 나와 연구소로 향했다. 세상이 무너져도 훈련은 해야지~.
빗자루에 올라탄 채 알려진 공원이란 공원은 죄다 돌아다니던 중, 핸드폰이 울렸다. 혹시 뭔가 찾아낸 게 있나. 그런 기대가 앞서 화면을 켜면 기대와는 전혀 다른 무언가가 눈에 들어온다.
"아, 이쯤이면 기술발전에 좀 회의감이 느껴질 지경인데..."
너무 익숙하고 그래서 불길한 상황. 문득 시현의 수기 기록 집착을 떠올린 리라는 아. 이런 걸 심심하면 당할 수 있는 환경에서 거주하다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구나, 하고 뒤늦게야 그의 선생님을 이해하게 된다. 그래도 리라는 유령을 노려볼지언정 화면을 끄진 않았다. 초대장이라고 하는 걸 보니 이유야 어찌됐든 정보를 주려는 모양이고, 지금 당장 이렇다 할 정보라는 게 없는 이쪽에게는 작은 단서라도 절실했으니까.
기분이 나쁜 건 어쩔 수 없지만.
"답장은 못 보내는 건가...?"
화면을 몇 번 두드려 보던 리라는 답장 보내기가 불가능하다면 한숨을 내쉬며 우선 저지먼트 단톡방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저지먼트 단톡방
[ 저 지금 실종자 나왔던 공원 위에 있는데요 ] [ (지도 캡쳐 사진) ] [ 이거 다들 받으셨나요? ] [ 나눠서 가는 게 좋을 거 같기도 한데, 어떻게 할까요? ]
밤 11시었다. 서한양은 한 으슥한 골목 안에 있었고, 그의 주변에는 문신을 한 남성들이 쓰러져 있었다. 바닥에는 회칼과 야구배트들이 중구난방으로 어질러져 있었다. 흰 실크셔츠에 청바지를 입었으며,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양. 손수건으로 피가 묻은 자신의 손날을 닦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휴대폰의 알람이 울리고, 한양은 선글라스를 벗고 휴대폰을 보기 시작했다.
" .... "
마침 하나하나 부수면서 찾고 있었는데.. 이 녀석인가?
" 적이 제공해준 정보를 믿으면 안 된다지만.. 딱히 헛점을 찾을 틈도, 힌트를 얻을 만한 문장이나 단어도 없어. "
칫, 결국은 그 장소에 가야 된다는 말이잖아.
[다들 2번 포인트로]
[1번은 저 혼자 가고 싶어서요]
자만심? 부원들을 위한 희생정신?
아니.
한양은 지금 가슴이 묘하게 두근거리고 있었다. 본인도 모르는 옅은 흥분감. 공포에 잡아먹힌 긴장이 절대 아니었다. 자신의 부원이 실종됐음에도 말이지.
야심차게 미끼를 자청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지. 그럼 어쩐다, 혼자서라도 가봐야 하나. 아직 성운 선배한테 빌린 경찰봉은 있긴 한데... 라고 생각할 찰나, 인첨톡이 울려서 확인해보니, 낯선 아이콘이 메세지를 보내고 있었다. 무슨 파티의 초대장을 받으려면 지도에 표시된 곳으로 가서 힌트를 찾아야 한다는데...이거 그냥 스팸이 아닐 수도 있으려나? 마침 리라 언니가 단톡방에 공유했다. 이럴 땐 닥치고 선배말 듣기지~ ...아, 물론. 내 소신껏 판단해야 할 때도 있다는 걸 어저께 배웠지만, 지금은 부원들 말 들어서 나쁠건 없을 듯 하다.
[저도 나눠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전 첫번째 장소로 갈게요.]
리라 언니가 만든 전투용 물건들과 성운 선배한테 빌린 경찰봉, 마트에서 잔뜩 산 말린 미역을 분쇄한 가루가 담긴 지퍼백과, 능력 발현을 위한 잡동사니(주로 쓰레기)를 바리바리 챙겨 길을 나섰다.
태오는 골목에서 얼굴을 감싸쥔 채 반쯤 주저앉아 있었다. 한 번 크게 무력함을 느끼니 의지가 꺾여버린 상태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없거니와 내 희망을 굳이 갖지 않아도 남들이 알아서 할 텐데, 행해서 무엇하겠는가? 한결은 혼자 있고 싶다는 요청에 안 된다고 단호하게 선을 긋다가도 태오의 눈을 마주하고 지금은 굽혀야 할 때임을 깨달았는지 희야를 달래고자 데 마레로 돌아갔고, 태오는 그 이후로 차가운 골목에 홀로 있었다. 담배 하나 태울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좋지 못하다. 생각이 몇 번이고 꼬리를 물고, 종착하지 못한 채 뱅뱅 돈다.
어차피 포기하기로 했던 관계인데 굳이 찾아 무엇하는가, 찾아봤자 좋은 소리 들을 일 없는데, 인첨공에서 사람은 늘 사라지기 마련이고, 혜우도 아마 그 사람 중 하나였으리라. 태오는 눈을 감았다. 자신이 사라졌듯, 이번에는 혜우 차례인 것이다. 그러니 내가 신경 쓸 이유는 없다. 망막에 오렌지빛 신호가 맺히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그 생각을 반복했다.
그리고 메시지를 확인한 태오는 멍하니 화면을 보다 머리를 쓸어넘겼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주제에 이런 것에 넘어가려고? 저게 그냥 타이밍 좋게 나타난 다른 것이면 어쩌려고? 태오는 스스로의 속을 정리했다. 한 번이면 족하다.
생은 덧없다.
오늘 움직이는 것은 남들이 하기 때문이기에, 나는 그 틈에 섞이는 것일 뿐이다. 의미를 갖지 않아야 한다. 어차피 내가 할 것은 없으니. 착잡하던 표정이 사라지고 그러려니, 늘 짓던 무표정이 자리한다.
홧김에 보내고서 말풍선의 1을 보니 현타가 온다 이런거 보내봤자 소용없잖아 화풀이처럼 뒷머리만 헝클고 계속 가다가 멈칫했다 생각해보니 이쪽 스트레인지네 이런 수박!! 아까도 혼자 스트레인지는 도저히 못가겠어서 아무것도 못했는데 조명도 없으니 더 무섭네 가다가 습격이라도 당하는거 아니야? 폰전등이라도 켜서 앞을 밝혀야할지 그랬다간 누구 눈에띌지 모르니 어두컴컴하더라도 조심조심 가야할지 가늠이 안되는 서연이었다 고민끝에 폰전등을 포기하고 한걸음 한걸음 더듬어가며 능력을 사용해 사람이 오가지않은길을 고르면서 발소리를 죽여 이동했다
그렇게 2번 장소에 가까워지자 공터와 무너진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수박!! 아까까지도 무서웠는데 여긴 더 을씨년스럽네 그런데도 네비게이션은 더 안쪽으로 가야한다고 깜박인다 아 싫다 다른사람들은 도착했을까?
정보라도 캐볼 수 있으려나 하는 마음에 가는 길에 분위기도 맞춰서 톡을 보냈다. 그러다보니 도착한 곳은 일직선으로 뻗은 골목길. 꽤나 넓고, 고요하다. 내가 미끼가 되려고 생각했을 때 상상한 느낌보다 훨씬 조용하다. 어쩐다? 일단 선배들하고 수경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레벨 4인 혜우도 당했는데 내가 단독행동해봐라, 빤하지. 어느덧 하나둘 1번 포인트 멤버가 모였다. 그러고보니 부부장 선배가 1번은 혼자 가시겠다고 했었는데...
"죄송해요, 선배. 2번쪽으로 틀다가 늦을 것 같아서 그냥 여기 왔지 뭐예요."
그건 그렇고, 저 골목 안쪽으로 가야 하는 모양인데, 들어가는 건 확실하고, 어떻게 가야 하나? 골목끝을 바라보며 고민하는데 수경이가 먼저 어떻게 할 지를 묻는다.
"한 줄이나 두 줄로 들어가는 게 어떨까요? 혹시 적이 매복해있다거나 해서 교전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 공간은 확보해놓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799 척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는 곳. ...뭔가 너무 그림으로 그린 것 처럼 악당들이 나올 것 같은 곳이라 조금 불안한데. 빠따를 가볍게 돌리며 다른 사람들을 바라본다. 말하는걸 보니 몇 명 빼고 이쪽에는 다 커플인가보네. 데이트인가. 적어도 사람을 그렇게 납치해대는 놈이 정상일리는 없으니 나라도 몸조심해야지. 다른 사람들은 알아서 서로를 지켜줄거야. 아마.
뭐지? 유령 녀석이 웃으며 굴러다닌다. 생각보다 프로그래밍을 정교하게 해 둔 걸까? 이런 수상쩍은 스파이 앱(으로 추정되는)에 그만큼의 공을 들인다고? 혹시 이거, 이전에 성운이가 해줬던 말을 들었을 때도 느낀 거지만— 하루이틀 걸려 계획된 일이 아닌가?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이가 갈렸다.
"스토커 같은 놈들이 왜 이렇게 많아... 여름에 스토커 한놈 처참하게 수용소행 했는데 거기서 느낀 게 없나."
안다. 그네들은 그래도 자기들은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는 자신이 있는 거겠지. 걔가 같이 죽겠답시고 멍청하게 군 건 전 학구 사람이 다 아는 일이고... 한숨을 씹어삼킨 뒤 빗자루를 돌려 2번 포인트로 향하다 보면 어느새 그 포인트가 스트레인지의 어딘가라는 걸 깨닫게 된다. 여기서부터는 빗자루를 타면 안 되기에, 리라는 땅으로 내려와 빗자루를 도로 줄여서 겉옷 주머니에 넣는다.
"후."
미니원피스처럼 큰 오버핏 져지의 지퍼를 목끝까지 끌어올리면 마스크 없이도 대충 얼굴이 가려진다. 양쪽으로 땋아내린 머리는 움직임에 방해 되지 않는다. 짧은 심호흡 후, 왼쪽 손목에 찬 붉은 끈 팔찌 아래 코뿔소 방어 팔찌를 끼운 리라는 스트레인지 안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갔다.
도착한 곳은 공터. 리라는 잔해 더미가 어지럽게 늘어진 풍경을 바라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잘못하면 긁히겠는데. 게다가 포인트는 저 안쪽이고. 그나마 다행인 건—
"저 왔어요! 다들 잘 도착했네요."
근처에 오자 동료들이 보인다는 것. 리라는 2포인트로 온 부원들에게 다가간다. 그나마 아는 얼굴들이 보이니 마음이 놓인다.
"다들 팔찌 챙겨 왔어요? 아니면 이따가라도 저한테 말해줘요. 그려줄 테니까. 꼭 그거 아니더라도 필요하면 얘기하고요."
주머니에서 포스트잇을 꺼내 쥔 리라는 철근과 콘크리트 더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시선은 돌고 돌아 성운에게.
"성운아. 너... 아니ㅡ 괜찮냐는 말은 안 어울리겠다. ...그래도 다같이 찾고 있으니까, 조금만 힘내자."
어떤 놈들인지는 몰라도 깔끔히 치우고 혜우 후배님 웃는 얼굴로 봐야지, 분명 그럴 수 있을 거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건네며 성운의 등을 두드려 주려고 했다.
일단 지정된 위치 근처에 도착하고 보면, 스트레인지에서 흔하게 보이는 철거 이후의 공터가 보인다. 정확히는 철거되다 만 듯한 그런 느낌, 연약한 사람의 피부로 정신을 딴 곳에 팔았다간 상처가 남을 게 분명한 잔해들 틈, 랑은 포인트가 가리키는 공터 안 쪽으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일은 벌어졌다, 여기선 경계하면서 포인트로 이동하는 수밖에. 적어도 뭔가 일어나려는 낌새가 있다면 자신이 알아채지 못할 리는 없을 거다.
태오는 장소에 도착하고 노이즈로 얼굴을 가렸다. 습관적으로 담배를 물고 싶지만 저지먼트 앞이니 꾹 참으며 눈을 흘겼다. 스트레인지라, 하필이면 이 시기에 저지먼트가 스트레인지에 모인다, 라. 답장은 확인하지 않았다. 태오는 잔해에 아무렇게나 등을 기댔다. 이런 곳에서 기대는 건 익숙하다는 듯.
그리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뭔가 들릴까.
들리지 않아도 좋다. 차라리 그러지 않길 바랄 뿐이다. 뭔가 여기에 있다면 소란이 생길 거고, 소란이 생기면…….
>>799 금은 심히 불쾌하다는 기색으로 걸음을 옮긴다. 잔뜩 찌푸린 표정에서, 잰걸음에서 그 감정이 온전히 드러난다. 상황도, 장소도 모두 맘에 들지가 않다. 실종. 한차례 사건을 겪고 난 뒤라서 그런지, 더더욱 듣기 싫은 단어다. 대체 어떻게 모든 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한발 늦게 상황을 알게 되는 것일까. 너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연락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은 안 좋은 일이 네게 생겼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러니 지금 자신들에게 온 기분 나쁜 이 초대장은 네 실종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그리고 너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일 거라고. 콘크리트 잔해가 바닥에 굴러다니는 공터에 도착했을 때, 금은 더더욱 썩어가는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안쪽에 있을 포인트를 향해 걸음을 옮기며 혀를 쯧, 찼다.
성운은 무기질적으로 웃으며 정하를 돌아다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잠시 입을 다물고 침묵했다가, 2번 포인트를 향해온 사람들에게 입을 벌려 말을 이었다.
“저기, 나는 괜찮으니까, 다들 신경쓰지 않아도 좋아. 오히려 이렇게 함께 와줘서··· 고마워.”
짧게 숨을 고르고, 한 마디 더.
“우리는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거야······”
한다고 될까.
두려움과 절망이 스멀스멀 머리 위로 드리우는 것만 같다.
성운은 사방에 널부러져 있는 파괴된 건물 잔해 몇 개를 임의로 지목해서는, 역중력을 통해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리고 딱히 뭔가 없다고 판단되면, 자신과 동료들에게서 가까운 건물파편을 차례로 좌우로 치워내면서 지도의 포인트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직 여름더위가 다 식지는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밤인데다 쫄아있으니 추워죽겠다!! 오돌오돌 떨고있노라니 다른 부원들이 하나둘 도착했다 (사실 성운이를 봤을땐 방금 막 사람 몇 잡아먹고온 스킬아웃인줄 알고 주저앉을뻔했다) 그런 성운이를 1학년인데도 침착한 정하가 달랬고 엘사같은 승엽이는 위험을 직감한듯 배트를 들고왔다 이어 리라가 오면서 팔찌 챙겨왔냐더니 성운이를 다독였다 팔찌라니? 무슨 팔찌를 얘기하는걸까?
" 저 저... 리라야 그... 팔찌라는거 뭔진 모르지만 필요한거면... 나도 좀 얻을수있을까? "
신경이 곤두서 있던 와중, 오들오들 떠는 듯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그 자리엔 서연이 있다. 아차, 서연이는 팔찌가 없겠구나.
"응, 바로 줄게. 잠시만... 저지먼트 활동 하면서 다칠 일이 많아지니까 만들어서 나눠가진 팔찌야."
포스트잇을 주머니에 넣고 등에 맨 백팩에서 스케치북을 꺼낸 리라는 곧장 팔찌를 그려낸다. 코뿔소 모양의 참과 작은 구슬 3개가 달린 팔찌. 그것을 두 개 실체화 시켜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 서연과 승엽에게 건네본다.
@김서연 @유승엽
코뿔소 팔찌(업그레이드 버전): https://ibb.co/zSGg2qk 방어 아이템. 치명상에서 몸을 보호해준다. 형태는 이미지 하단 좌측 디자인 참고. 참은 은색. 줄은 검정색. 코뿔소의 눈 부분에 캐릭터들의 상징색이 담긴 보석이 박혀 있다. 참과 함께 작은 녹색 구슬 3개가 줄에 끼워져 있다. 공격 한번을 막아낼 때마다 구슬이 하나씩 검은색으로 변한다. 총 3번의 방어가 가능. 사용 후 달빛이 잘 드는 곳에 하룻밤 동안 놓아두면 구슬이 다시 녹색으로 돌아오며 방어 능력이 충전된다.
방어 계열 능력자가 아니라면 기습과 함정엔 누구나 취약하다. 천하의 퍼스트 클래스조차 보이지 않는 원거리에서 저격은 위험하다 말했으니까. 그렇다면 기습과 함정으로 누군가 한 명이 위험에 빠질 때, 그 사람을 살릴 확률이 가장 높은 상황은 무엇일까? 답은 다친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전력이 충분히 강할 때다.
전능하신아카라트여,영원한빛으로날보호하소서거룩하신지혜로날이끄시고내가는길어둠에싸 있어도신성한빛으로내영혼을이끄소서전능하신아카라트여,영원한빛으로날보호하소서거룩하신지혜로날이끄시고내가는길어둠에싸 있어도신성한빛으로내영혼을이끄소서전능하신아카라트여,영원한빛으로날보호하소서거룩하신지혜로날이끄시고내가는길어둠에싸 있어도신성한빛으로내영혼을이끄소서 머리가 멈추는 것 같은 기분이다. 입구부터 이런식으로 나온다고?
"으아아아 뭐야 미안해요!"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반응하지 못하고 본능적으로 보였던 거대한 무언가를 열리려 했다. 무언가라도 해야한다. 뭐라도. 해야한다.
>>926 의외로 서연이의 능력은 엄청나게 강력한 능력이랍니다. 쓰러진 적의 물건을 주워서 기억을 읽어보거나 하면 적의 약점이나 목표 같은 게 드러나기도 하니까요. 모카고 진행에서 정보계열 능력자들은 전투력은 아쉽더라도 저마다 상황을 뒤집어버릴 만한 분명하고 독보적인 활약상을 보여왔어요. 탐지가 제대로 성공해서 그대로 보스의 약점이 들통나거나 중요한 비밀이 들통나는 모습이 여러 번 나왔죠. 서연이의 능력도 예외는 아닐 거에요.
리라가 준, 카드 정도 크기의, 커지는 방패를 흔들어 보이며 뾰로통하니 대꾸하다, 청윤이 거들어주자 반색하며 격하게 끄덕였다.
"네! 어... 키 차이가 좀 있긴한데 방패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맞아요!! 우리가 서로서로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져도 부부장 선배 혼자 남으시면 안되잖아요."
라고 마저 떽떽거리는데, 골목 저편에서 거미같이 생긴 로봇들이 이쪽을 향해 달려들어왔다. 아이고, 하여간...! 방패를 키우려는데 수경이가 커버해주려는 모양이다. 살았다! 뒤가 막히는 게 난감했는데.
>>931 "고마워, 수경아! 신새 좀 질게~"
바로 수경이에게 향하면서 마침 가까이 있는 철형도 함께 끌어당기려 했다. 금방이라도 도망갈 수 있게 되니 마음의 여유가 생겨, 잡동사니 틈바구니에서 미리 물을 채워둔 물총을 꺼내 거미에게 쏘고, 그 물을 설탕시럽으로 바꾸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고장나거나, 최소한 움직임이라도 더뎌지도록.
>>900 금은 다른 이들이 하는 말을 묵묵히 듣기만 한다. 안으로 들어가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음에 짧게 한숨을 내쉰다. 법의 테두리 밖에 있을 스트레인지에 이런 장소로 부른 이유가 석연찮다. 마치 함정으로 유인한 것처럼.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에 그 예감은 현실이 된다. 적당히 입은 열 수 있을 정도만 불태우면 되겠지. 생각하면 성운의 공격에 맞춰 금은 상대들에게 폭발을 일으키려 한다.
지독한 정적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무언가가 숨어있다는 말이 들려온다. 그리고 곧이어 등장하는, 특수한 장비를 착용한 듯한 인영이 아홉.
그림은 그릴 때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많은 걸 그려두고 오는 편이긴 하지만 오늘은 갑작스럽기도 했고, 무엇보다 최근 커리큘럼 스케줄 변화로 드로잉 시간이 기존에 비해 줄어서 쌓아놓은 그림이 평소보다는 적었다. 그래도 괜찮다. 다른 사람들이 있으니.
>>911 @서성운
"응, 당연하지. 여기. 누르고 던지면 터져. 눈 조심하고."
간단한 별 모양의 삑삑이 같은 무언가가 성운에게 곧 건네진다. 언뜻 보면 강아지 장난감처럼 보이겠지만, 누르고 던진다면 이내 일정 높이의 공중에서 터지며 환한 빛을 내뿜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건넨 후 이리저리 제압당하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기묘한 점이 다시 한번 더 눈에 띈다. 몸에 찬 저 장비 같은 것은 뭘까.
"저 장비, 뭘까요? 단순 방어용구? 아니면..."
저것의 정보를 알아내고 싶은데. 리라는 잠시 뒤로 물러선 뒤 스케치북에 정사각형 모니터가 그려진 레이저건을 그려내 실체화 시킨다. 그리고 저들이 찬 특수한 장비에 레이저건을 정조준한 뒤, 쏜다. 데미지는 들어가지 않겠지만 레이저 포인트가 직격한다면 저게 무슨 재질로 만들어졌는지 정도는 읽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4학구 콘서트 때, 가연성 가스의 성분을 읽어냈던 것처럼.
위에서 넷, 아래에서 다섯. 움직임 자체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어둠 때문에 제대로 된 모습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공격을 가만히 받아줄 생각이 없는 건 자신 말고 다른 녀석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바로 주변에 물의 막이 생기기도 했고, 랑은 일단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서며 그것?들의 행동을 계속해서 경계했다. 이대로라면 위해를 가할 생각인 한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이리라, 물매랑 채찍 좀 부탁하마."
공터에 널린 돌멩이 하나를 집어 한 번 위로 던졌다 받아낸 랑은, 지면을 달리던 것 중 하나의 경로를 예측해 보려고 하면서 돌멩이를 강하게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