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조잘조잘할 법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라는 것 정도는 압니다. 여선은 이런 무거운 분위기가 어색하다는 듯 움찔거리긴 했지만. 무거운 분위기도.. 있을 수 있죠. 그리고 긴 길을 걸어 적당히 앉을 자리에 도착한 다음 나온 말은.
아 이런. 엄청나게 눈치없다시피한 분이 들어도 님 실력만 쌓고 실적은? 같은 뉘앙스가 가능한 말이지요.
"음.. 오랜만이긴 해요. 복귀한 지.. 얼마나 되었는가와는 별개로 말이에요." 어유 제가 이런 데 오는데 뭐 제주도 기념품도 안가져오고 뭐했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오랜만이라는 것을 받은 다음 한 말을 듣고... 조금 놀란 표정을 짓습니다.
"실력이 보기에 많이 올랐다. 라는 평을 들을 정도였나요?" "저는 어휴 레벨이랑 수술랭크가 이따위 차이여서야.. 정도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어.. 놀란표정도 일부분 사실이긴 합니다. 치료랑 수술 랭크차이 어떡하냐.. 실전부족인가봐... 같은 거에서 기인한 거였을까.
>>856 누군가는 이 벽을 뛰어넘듯이 넘겠고. 누군가는 이 벽을 우회하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내겠지.
답답하게도 나는 이 벽의 이름을 카티야 지마라고 정했다.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모든 것을 불태우고만 싶었던 어린 시절의 나는, 그렇게 죽든 말든 내 행동 속에 더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기를 바랐다. 내 행동이 누군가의 상처가 된다 한들, 그들이 방관하고 무시했던 나의 상처와 고통은 누구도 해소해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어떻게 보면 운이 좋은 행동이었다. 성장하고 본 나의 행동은 단지 가디언 한 사람이 나타나는 것만으로 정리할 수도 있었으며, 각성의 증폭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폭주하듯 그 힘을 끌어낸 것도 있었고. 죽어도 괜찮다는 생각에서 나타난 발악에 가까웠다. 두려움. 나는 그것의 문장을 두려움이라고 표현했다. 썩은 빵을 갉아먹는 것이라도 했다면 나는 충분히 괜찮은 하루를 보냈다고 할 수 있었고 어머니 러시아의 추위를 피하기 위해 맨홀 뚜껑을 열고 그 안에 들어가, 역겨운 냄새에서 풍겨오는 악취와 쥐들의 찍찍거리는 소리와 함께 잠에 들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살고 싶었고, 그것이 바로 곧 두려움이었다.
툭. 벽을 두드려본다. 벽은 견고하게 그 자리를 지킨다.
내게 넘어갈 것을 허락하지 않는 듯, 마치 자신에게 증명을 하라는 것처럼 물어오는 것이다. 이 벽을 넘고 싶다면 너의 검을 말하라, 너의 검을 증명하라. 그때마다 나는 나의 검을 카티야 지마의 것에서 해답을 얻으려 했다.
그건 나의 답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나는 나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흐릿한 빛과 함께 시야가 가라앉습니다. 다시금, 알렌은 검을 잡고 자세를 잡습니다.
캉!!!
검이 반탄력과 함께 울림을 이어옵니다. 그때마다 알렌은 한 걸음을 물러나게 됩니다.
캉, 카가가가강!!!!!!
짧은 순간에 수 번의 검격이 이어지고, 목이 메여오고, 숨이 막혀옴에도 알렌은 검을 휘두릅니다. 그것에 목적은 '없음'입니다. 말 그대로 그녀를 편하게 해야한다는 말도, 그녀를 구하고 싶다는 마음도. 천천히 비워야만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야 하는 길.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
이제 당신은.
이제 나는 나아가야만 했다. 그녀의 검이 부딪힐 때마다, 나는 단지 힘을 따라 그 검을 휘두르려 한다. 편하게 해줘야만 한다는 이유만으로. 편하게 해주겠다는 집착만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러니 검은 닿지 않는다.
듣고 있습니다.
저렇게 선명하게 들리지 않습니까. 저렇게 올곧게 대답하고 있지 않습니까.
' 여전히 알렌의 검은 무거워. ' ' 상대방에게 거칠게, 마치 그 힘을 다해서 부수려고 하는 것처럼. ' ' 하지만 알렌의 검은 그런 것에 어울리는 검이 아니야. 작은 힘으로 거대한 힘을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휘두름이 이어질 뿐이야. ' ' 알렌. ' ' 알렌! '
나를 따라해서는 안 된다.
아, 이 지독하고. 이 단순한 언어를 지금까지 나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단 말이냐. 대체, 얼마나 무모하게 검을 휘두르고 있었단 말이냐.
거대한 벽. 그 끝을 알 수 없는 벽 앞에 서서, 알렌은 두 주먹을 말아 쥡니다. 온 몸의 힘을 끌어내고, 오른손을 그대로 벽을 후려칩니다. 벽은 조금의 미동조차 없고, 고통은 여전히 당신을 괴롭게 합니다.
하지만 이어갑니다.
한 손으로 안 된다면 두 손으로. 할 수만 있다면 두 발도 같이 나아가며. 그것도 안 된다면 몸 전체를 사용해서.
온 몸이 박살나 부러지더라도. 내가 이 벽을 넘지 못하고 부서지고 말지라도.
나는 발 아래를 바라봅니다.
나의 길이 이곳을 향하라고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검객은, 단지 나에게 같이 달려보는 것은 어떻냐고 했다. 그를 따라 산과, 나무와, 벚꽃이 피어난 수많은 경치를 보면서 숨이 터질 때까지 한참을 뛰었을 때. 쓰러진 채로 하늘을 바라볼 때가 있었다.
구름은 단지 흘러가고 있었고, 그 풍경을 따라. 느리지만 무언가가 바뀌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그 옆에서 따라 누운 채로, 휘바람을 불던 이는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 한참을 내달리다 보면 잠시 쉬어가야만 볼 수 있는 것도 생기지. "
웃으면서, 모를 노래를 부르는 그는.
" 급하게 찾지 말고, 천천히. 네 길을 더듬으며 나아가면 돼. "
그 말을. 나에게 남겼다.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되고 부러지기 시작합니다. 그와 동시에 아주 거대해만 보였던 벽에, 작고 작은 균열이 나타납니다.
그것을, 치고, 부수고, 부수며.
마침내. 그 균열이 박살나 작은 구멍이 뚫렸을 때.
나는 볼 수 있었다.
나에겐 아직. 나아갈 수 있는 수천의 길이 있었다는 사실을.
무기술 - 검의 숙련도가 A에 도달합니다.
무기술 - 검(A) 육체와 기술을 체화하여, 충분한 경지에 도달한 자만이 이를 수 있는 경지. 의념과 검, 사용자의 구분이 흐릿해지기 시작하는 진정한 경지의 경계라고 할 수 있다. 검과 관련된 기술들의 숙련도 상승치가 증가한다. 검에 한정하여 '게이트 클리어' 등의 조건이 붙은 아이템 효과를 무시한다.
온 몸이 끓어오르는 듯한 감각이 느껴집니다. 이 감각으로 인해, 조금 더 위협적으로 의념을 휘두를 수 있을겁니다.
기술 의념 발화(F)를 획득합니다.
의념 발화(F) 의념이란 폭력적이지 않은 힘이다. 인간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힘을 부여하고, 육신을 두드리며 지혜의 지평선을 열어낼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의념은 그 자체로 폭력적인 힘을 띄지는 않는다. 그런 의념을 사용자의 숙련도로 승화하여, 자신의 의념 자체를 채찍질하여 폭력적인 성향을 발현시킨다. 공격력과 파괴력이 증가하며 물리적인 공격이 불가능한 적에게도 일부 대미지를 가할 수 있다. 사용 시 망념 증가량이 60% 증가한다.
알렌. 손을 뻗으십시오.
그리고, 청하십시오. 당신이 기꺼이 기다렸던 것에게 말입니다.
알렌의 신속이 1 상승합니다. 알렌의 현재 신속은... 160!
허공을 가르고, 한 자루의 검이 지면에 박혀 떨어집니다!
- 오랜만이구나.
친구.
검혼을 통해. 히지가사아메가 말을 걸어옵니다.
- 어서.
그는,
- 날 잡아!!!!!!
선명히. 그 념을 전해오고 있습니다.
알렌은 새로운 행동 태그를 획득합니다.
념念 - 특정 행동에 대응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본인의 의지를 무기와 공명시켜, 불가능에 가까울 행동을 일시적을 발현시킵니다. 특정 깨달음을 통해 념의 힘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그 눈이, 어딘가로 이어지고. 마치 고위의 존재가 라비를 바라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어옵니다.
그 눈은 라비를 주목합니다. 아니, 라디로비엔이라는 존재의 기억을 주시합니다. 그것의 존재는 어디에서 오고 있습니까. 과거의 풍경 속 지나가듯 누군가가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기억은 마치 이상하게, 당연하다는 것처럼 자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현재에도 그는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라비는 이것이 미래에도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언가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것은 지독히도 오래된 존재이며 이 땅에 이전부터 존재한 것이고, 때론 누군가의 모심을 받기도 했으며 잊혀지기도 했고, 다시금 그것을 세움을 받아 이 땅을 주시하는 존재입니다.
"아무래도 서로간에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UHN측에서 뭘 해줬는지 까먹은 모양이고 말입니더."
여기서 일부러 UHN측에선.. 하며 그쪽의 오해를 말하지 않았다. 확실히 UHN측에선 해준 것이 많이 있다. 미리내고의 특별반이라는 이름으로 얻은 혜택들이 당연시 여겨져서 그렇지. 흠... 여기선 카드 한 장을.. 뽑을 때가 온 것 같다.
"놀라지예. 놀라고 말고. 미리내고 미리내고 하다보니 고등학생처럼 사춘기가 왔다고 내는 생각한데이. 근디, 그 사춘기도 이제 끝무렵이고... 우린 값어치를 한다. 라는 걸 이제 슬 증명할 때 되지 않았습니까?" "여 오기 전에 자오 한. 천자 금마랑 친분을 쌓았고... 다음엔 사자왕도 한 번 만나서 친분을 쌓을 생각입니데이." "윤시윤, 금마한테 길드화 허락을 해줬다고 들었는데, 천자와 사자왕과 친분이 있는 길드가 나온다! 라고 하믄, 값어치는 쪼까 하지 않을랑가 모르겠습니다."
통할지 안 통할지는.... 도박이다. 천자는 몰라도 사자왕의 이름을 파는 건 불확실한데... 하지만, 해봐야지. 우리가 값어치를 하는 녀석이다. 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
나는 그의 손길을 쓰다듬으면서, 조금 생각에 잠긴다. 야속하다. 내 주변에서 함께 시간을 공유했던, 내가 좋아하는 어른들은 왜 이렇게도 빨리 떠나고 싶어하는가. 그러나 나는 안다. 그것이 '살아가는 길'로 결정되었다면. 함부로 참견하는 것은, 각오를 짓밟는 무례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