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은, 이라고. 신은 대답하지 않되, 조금 쓴 듯이 웃으며 대답 대신 눈을 내리감았다. 지네신을 누이로 둔 것은 엄연히 제 의지였지만, 인연과 인과가 묶이지 않은 채로 당신을 재차 봤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당신과 나는 꽤나 잘 맞았을지도 모르는데. 물길이 갈라지는 모습이라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보아왔지만 그 사실이 지금만은 다소 애석했다. 그런 동시에 그리 갈라지지 않았다면 당신과 내가 이 자리에서 마주보게 될 일조차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자못 우스워지기도 했다. 여덟 개의 계곡 몹시나 긴 구렁이 몹시나 몹시나 긴 구렁이가 갈기갈기 갈라졌으되 곧... 연으로 묶인다는 일은 그러한 것이다. 형성된 순간에 대한 기억조차 없이, 부모나 형제 되는 신을 둔 적도 없어서, 그 복판에 자기 자신이라는 말을 둔다는 것은 새삼스럽게도 사뭇 낯선 감각이었다. 허나 은일한 이래 언제 어느 때보다도 신으로서 있었다... 이대로 어디로 떨어지려나.
"싫다, 불을 사용하지 않는 요리로, 랬더니 전혀 못 알아들었지 않아요? 이대로 받아들일 리가."
종이부채를 꺼내 휙 펼쳐버리면서 연극적인 태도로 새초롬하게 얼굴 하관을 가렸다. 노려보는 눈빛은 차가우면서, 인간 아이가 내보이는 반응을 마치 찬찬히 훑어 삼키다시피 아랑곳없다.
"삼가 바쳐 올린다는 자각 없이 그저 버릇이라서 어쩔 수 없다는 듯 던진다는 듯한 그 말투도 영 별로─예요. .....................................뭐, 「이대로」 받아들일 때의 이야기지만."
손목을 털어 팩, 접은 부채를 탁자 가장자리에 내려두었다. 굳게 닫힌 부채는, 책상 안쪽과 바깥쪽을 경계로서 구분한다. 경계를 지었기 때문에, 경계 바깥쪽에서 함부로 불에 댄 적 있는 요리라고 해도 안쪽에서는 모르는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아무리 사토 가의 아이를 상대하는 일이라 해도 전례 없는 굉장한 자비라고 생각하며 신은 오만한 양 자세를 정돈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인간이었지만,
"각별한 날이기 때문에, 이번만은 특별히 자비를 베풀어 용서해 드리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경계를 지었기에 요리가 불에 대지 않은 것이 된 지금이라면, 공물이라며 받아드는 일에 과연 아무러한 지장이 없겠군요..."
안쪽은 신인 존재가 그렇게 말을 맺어두고선, 고개를 숙여 삼가 바쳐 올린 공물을 흠향했다. 빵을 절제된 손길로 부러트리고는 작은 쪽의 조각부터 느릿하니 입에 넣은 것이다. 넓은 소매로 하관을 가려버리는 모습까지, 단순히 요리를 즐기고 있다 하기엔 신성한 제의祭儀의 한 순간처럼 여겨질 지경이었다.
접시를 깔끔히 비운 신이 다시 입을 연 것은 살짝 녹아 물기가 어린 음료로 입가심까지 마친 뒤의 일이었다.
"정성 어린 대접, 정말로 잘 받았습니다. 누군가 봐줘서 된 일 같지만─ 뭐어, 알 게 뭐야... 한 가지를 받았으니, 저 또한 한 가지를 돌려드릴 차례로군요? 맞아, 마침 가지고 있는 게 있거든요..."
방금 생각났다는 양 살랑살랑 능청을 떨면서 신이 소매 안쪽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왼손으로 소년에게 건네려 했다. 확인한다면 부적お守り마저 연상하는 꽤나 화식和式의 주머니로, 안쪽을 들여다본다면 맥락을 알 수 없게도, 손잡이가 청동으로 된, 낡은 제조법의 부시와 부싯돌을 확인할 수 있지 않았을까.
"불이란 건 정말로 위험해서요, 함부로 다루려고 생각하면 으레 화가 되어 돌아오는 법이거든요. 무엇보다 공물이랍시고 아무 불이나 좋다고 쓰면 정말 안 좋아요? 세상에 저 같은 자비로운 자만 있다는 법도 아니니까요."
"특히 맞불을 놓고자 생각한다면 말입니다."
"샷코赤口¹의 날마다 가장 좋은 바닷고기와 새고기를 구해 직접 그 목을 끊고, 유의 각酉ノ刻²이 온 때 부싯돌을 쳐 쇠바구니篝에 지핀 불을 그 고기를 익히는 일에 사용해 삼방三方³에 담고 씨신氏神인 화문제천께 제사를 지내십시오. 불은 언제나 토사로 덮어 진화하며 일절 물을 대지 않고, 공물은 언제나 신께서 전부 흠향하며 남은 것은 씨자氏子가 음복할지어다. 제를 마치고 사방이 고요해지면 수석과 수금은 만물의 눈을 피해 자신의 손조차 닿지 않는 매우 깊은 곳에 숨겨두십시오. 입을 부정과 부를 영험은 아무쪼록 염려하지 마소서, 굽어보는 분께서 따로 계시니."
쿠사나기의 검과 부싯돌로 맞불을 질러 복종하지 않는 자들을 평정한 야마토타케루는 이부키 산의 신의 분노를 입어 물로 그 목숨을 잃었으나, 너는 내가 여즉 저버리지 않은 연고 어떤 길을 걸을지는 알 수 없을 일이다.
수석과 수금으로 맞불을 쳐 신성한 불로 정화하거든 그릇된 화기火氣는 물러날 때를 알 것이요,
신사神事의 신의 보살핌을 받아 씨자氏子로서 씨신氏神께 제사를 지내는즉 신사의 경계가 공고하게 되어 그 얼마나 위세를 떨치는 신이라 해도 신역을 침범할 수는 없게 될 것은 무론,
태양에서 새를, 바다에서 고기를 앗아오는즉, 씨자氏子로서 가진 정욕情欲은 신의 일神事로 승화되어 신사神事가 있지 않은 사사로운 날ケの日에 번민하는 일 잠잠해질 것이다.
그러한 함의를 담아, 신은 영민한 자라면 금방이라도, 어리석은 자라면 차차 알게 되리라고 말하듯 담담한 말투로 전했다.
"제법 걱정하신 것 같은데, 이것으로 그 번민에 대한 답은 구하셨으려나요. 화문제천의 아이여."
가뿐하게 말을 맺으며, 아카가네 아오이는, 아메노아오아카가네노미코토는 양손을 포개며 생긋이 웃어보였다.
¹ 육요六曜의 하나. 양력 기준 1달에 약 5번 정도 있다. ² 18시 전후 ( 17시~19시 ) ³ 일본에서 제사 지낼 때 음식 받치는 그거 ( 적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