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을 선택한 것은 어찌보면 그에게 있어서는 새로운 단계였다. 원래 그는 어지간하면 말을 놓지 않는 편이었으니까. 물론 상당히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에게는 편하게 말을 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는 항상 존대를 쓰며 어느 정도 선을 긋는 성향이 있었다. 물론 넘어오지 말라기보다는 마음을 터놓고 지낼 정도는 아니라는 일종의 선. 물론 항상 그런 규칙에 얽매이는 것은 아니었다. 확실한 것은 가볍게 만나기만 할 이에게 말을 놓을 생각은 그에겐 없었다.
그녀가 제안을 받아들이자 그는 고개를 조용히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말을 놓는다. 조금은 떨리는 감각이었다. 친구와 연인은 전혀 다른 느낌이지 않은가. 태연하게 말을 놓으면서 말을 놓으라고 한 그녀를 그는 말없이 조용히 바라봤다. 자신을 살며시 밀어내는 것에 맞춰 그는 아주 살짝 그녀의 허리에 감은 팔의 힘을 풀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을 놓진 않으며 덥썩 잡았고, 그녀 역시 자신의 손을 잡아당겼다. 자연히 그 속도에 맞춰 그는 제 발걸음을 손으로 정리했다. 그녀의 바로 옆을 걸어가며 그는 그녀의 물음에 대답했다.
"글쎄. 작년과 같은 장소에서 한다고 한다면... 잘 보이는 위치는 알아. 사람도 적고. 조금 언덕을 올라야 하는데 그곳으로 갈까?"
몇 번 여름축제를 즐기면서 알아낸 일종의 명당이라면 명당이었다. 언덕을 조금 오르면 보이는 곳에 위치한 작은 공터. 그곳에 올라가면 불꽃을 정말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이 언덕을 굳이 오르려고 하진 않기 때문에 사람도 적었다. 즉, 불꽃을 보겠다고 모여드는 사람들을 회피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여기보단 낫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는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혹시나 게타 때문에 언덕 오르기가 힘들 것 같으면 얘기해줘. 업고 갈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고 막 등산을 하는 정도는 아니고, 약간의 오름막만 오르면 바로 나와."
허리 아래로는 흥분을 참지 못한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뛰놀고, 노소를 가리지 않고 기대감에 찬 목소리는 한층 더 드높아진다. 흥성이는 소란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무렵 누군가가 하늘을 가리키며 외쳤다. 그것을 신호로 한 자리에 모인 수십 수백의 눈길이 동시에 하늘을 향하고, 이내.
────!
밤이 화려하게 밝았다. 별이 사라진 현세기의 하늘을 대신하기라도 하듯 형형색색의 불꽃이 명암한 하늘에 수놓인다. 말없이 하늘을 눈에 담는 무신의 눈동자에도 영롱한 빛 비쳐 일렁였다.
"……휘황이로세."
그러고 보면 불꽃놀이를 보는 것도 꽤 오랜만의 일이다. 하여 제법 새삼스러운 기분으로 화려한 폭발을 지켜보았으나…… 흥미는 오래 가지 못했다. 색색이 아로새겨지는 불꽃이 화려하다는 것만은 그도 알았다. 그러나 그 빛깔을 보며 경탄하기엔, 무엇이 아름다운 것인지 알 수가 없어서. 경각에 달한 목숨과 한껏 벼려진 살심 앞에 외적인 아름다움은 의미가 없다. 본디는 눈을 쓰지 않는 생물이기에 찬란함의 심미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인간은 어찌하여 불을 그토록 두려워하면서도 또 사랑하는가. 곁에서 물어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광원을 등져 눈에 비친 빛도 꺼지고 말았다. 악성과 살심과 잔혹성으로 빚어진 신에게는 무엇도 와닿지 않았다.
"아니."
시큰둥하게 콧바람이나 내면서도 어깨에 기대 오는 녀석 밀어내지 않았다. 여름은 무덥고, 인파 속의 거리는 열기로 가득했다. 왜인지 몸 느른해지는 것은 필시 그 후덥지근한 기운 탓이리라. 제 곁에 맞붙은 녀석에게 무신 역시 슬며시 머리를 기대며 중얼거렸다. 우렁찬 폭음 탓에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였으리라.
"아, 단맛이라면 괜찮습니다.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아무래도, 애늙은이인지라. 본연의 맛이라면 과연 낯설지만 강을 이룰 듯한 지금의 정취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잘 어울려서, 설탕이라면 더 보태도 좋겠다, 마저 생각했다니까요?"
인간의 아이는 자리를 비우고, 뱀과 같이 찢어진 눈이 이쪽을 향해온다. 짓궂게 애늙은이라는 불린 말을 빌려오며 농조에는 농조로 화답했지만, 그 말미에 첨언되는 것은 그렇더라도 마음 써주시는 호의만은 실로 감사드립니다 부인, 이라는 퍽 고리타분하게 예의를 차린 말씨였다. ...설탕이라면 미상불 약용으로 쓰일 적에도 콕 찍어 먹고선 부채로 가리며 시침을 뗄 정도로 좋아하던 것이긴 하지만, 설탕이라는 감미에 대한 장광설을 펼치기 위함으로 그런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니다.
테루가 손님들에게 돌맹이 흥미유발 및 호객행위를 하는 동안에도 아야카에루는??? 엄청난 수의 요괴들에게 프리 허그를 당하고 있었다. 육십 마리가 넘는 요괴들이 몰려왔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아마 이 프리허그가 끝나면 너덜너덜해져서 테루와 같이 집에 돌아가지 않을까??? 모든게 스스로 불러온 재앙과 같다.....
자, 그래서 한편으로 테루의 돌을 얼마나 많은 요괴들이 관심을 보이며 사갔냐면? .dice 0 42. = 14 마리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