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정말로 싫다고 하는데 억지로 가져갈 생각은 없어요. 뭐, 말은 이렇게 하지만 혹시 모르죠? 은근슬쩍 노리고 있을지도. 방금 말 나온 것처럼 허락을 하나하나 구하면서 가져갈 생각은 없거든요. 그런 것까지 허락을 구하는 거, 솔직히 너무 어색할 것 같아서요."
제 아무리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한들 '지금 키스해도 되나요?' 라는 질문이 나오게 되면 그 분위기가 와르르 무너지고 산산조각 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아직 온전히 포기하진 않았으나 그래도 그녀가 정말로 싫어하고 강력하게 거부한다고 한다면 그에 대해서는 조금 고려를 해볼 필요는 있다고 유우키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쨌든 지금은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 그렇게 결론을 내리며 유우키는 굳이 더 말을 꺼내진 않았다.
그녀와의 키 차이 때문일까. 그녀가 자신을 끌어안자 자연스럽게 그녀의 머리카락이 제 뺨을 간지럽히듯 사르륵 스치는 것을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코 끝을 살며시 지나가는 그 향이 묘하게 다른 것 같아 그는 물끄러미 그녀의 머리카락을 바라봤다. 사실 오늘 처음 만났을 때부터 향이 조금 다르다고는 생각하고 있긴 했지만, 이걸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아니. 애초에 표현하는 것이 맞을까 잠시 고민하다 그는 그녀의 다음 말에 또 다시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야 집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가는 거니까 오는 거죠. 아무튼 외박한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고요? 히나는 자취하고 있어요?"
부모가 같이 있다면 외박을 하는데 아무런 말도 안 할 리가 없지 않겠는가. 물론 정말로 자식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 그런 부모라면 신경을 안 쓸 수도 있겠지만 유우키로서는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가능성은 자취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자취를 하는 이들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렇다면 오늘은 정말로 온천에 데려가서 밤에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니 그는 절로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의 부모님에게는 어떻게 설명을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조금 생각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살며시 붉혔다. 천천히 익어가는 토마토마냥 그는 자신의 오른팔을 감은 그녀를 말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귀엽네. 차마 그 말은 꺼내지 못하고.
"제 친구 중에선 싫어하는 이가 있거든요. 저도 엄청 많이 달콤한 것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고요. 그렇다면 링고아메 말고 다른 걸로 사줄게요."
축제 음식은 생각보다 많았으며, 꼭 링고아메를 고집할 필요는 없었다. 물론 여름 축제의 상징이라고도 불리긴 하지만, 다른 것들도 많지 않겠는가. 게다를 신은 그녀의 발이 아프지 않도록 그는 평소보다 조금 더 보폭을 작게, 그리고 천천히 걸었다. 다른 사람에게 부딪치게 하기 싫었기에 괜히 자신 쪽으로 좀 더 끌어당기는 것은 덤이었다. 같은 반 친구나 아는 이가 보면 필시 이런저런 말이 나올 자세이긴 했으나 스스로에게 떳떳했기에 그는 딱히 눈치를 보지 않았다.
"저는 타코야끼나 야키소바를 좋아해요. 야키토리도 좋아하고요. 어릴 때부터 축제에 오면 이 3개는 꼭 먹었어요. 하지만 야키소바는 통을 정리하기 힘드니까, 오늘은 야키토리가 끌리네요."
아마 근처에서 팔고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가 그는 잠시 발걸음을 멈춰섰다. 여름 축제에서는 먹을 것만이 아니라 다른 다양한 것들을 팔기도 하는데, 그 중에는 악세사리도 있기 마련이었다. 근처에 있는 여러 장신구 등을 살짝 바라보던 그는 손가락으로 그곳을 가리켰다.
"괜찮다면 저기 잠깐 들릴까요? 그래도 첫 데이트인데 커플 물품이나 하나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해서요. 팔찌라던가, 핸드폰 키링이라던가."
물론 본 목적은 다른 것에 있긴 했지만, 그 부분은 살짝 숨기면서 그는 그녀에게 그렇게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