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마냥 퉁명스럽게 들려오지 않았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말에 대해서 그는 그녀의 속마음을 나름 유추하려고 했다. 그러니까 지금 이 관계가 불안하다는 것일까.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기에, 마치 흔들릴 것 같기에 불안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본질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그 말에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골랐다.
어쩌면 자신과 그녀는 처음에 이야기했던 가볍게 서로 알아가고자 하는 단계를 넘어선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자신이 왜 그녀를 좋아하느냐라. 두 가지만 말해달라는 그 말에 그는 눈을 다시 떴다.
답은 여러가지 이야기할 수 있었다. 물론 그녀는 스스로 아니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어디까지나 이 부분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떻게 생각을 하느냐가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그 답에 대해서는 그녀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고민하지 않고, 그저 순수하게 생각하는 것을 그는 입에 담았다.
"원하는 것을 얻고자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저는 좋아요. 요조숙녀처럼 얌전하게 있는 이도 좋지만, 지금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확실하게 해주는 그런 이가 전 더 좋거든요. 뭔가 당당하게 서로 시선을 마주하는 것 같아서 말이에요. 지금만 해도 그렇잖아요? 그냥 조용히 축제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에 대해선 이렇게 분명하게 이야기를 해주는 그런 모습이 전 예쁘고 멋지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다른 이를 보좌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연애에 대한 것까지 누군가를 보좌하고 싶진 않거든요."
어느 한쪽에게 일방적으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요구할 수 있는 모습. 물론 그녀와 정말로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것은 아니었으나, 그녀는 퉁명스러운 시선이나 목소리를 내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요구해왔다. 꽤나 당돌한 것도 있으며, 당황스러운 것도 있었으나, 그럼에도 그런 모습이 상당히 좋게 보인 것 또한 살이었다.
"그리고 두번째. 이건 특히나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히나를 보다보면 절로 웃음이 나올 정도로 귀여운 면이 많거든요. 지금만 해도 그렇고요. 그래서 괜히 눈길이 가고 함께 있으면 편안해요."
퉁명스럽게 이야기를 하지만 손을 뿌리치지 않고 오히려 끌어당기는 모습이 특히나 그러했다. 지금만 해도 조금씩 손을 끌어당기는 것 같았으나 유우키는 일부러 얄밉게 웃으면서 살짝 힘을 주며 끌려가주지 않았다.
"연애 해보자고 제안했을 때 저를 불러낸 방식도 그렇고, 이후에 보인 행동도 그렇고. 의식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중에 나오는 것들 같아서 특히나 귀엽다고 생각해요. 후훗. 여기서 추가로 말하자면, 사랑을 느껴보고 싶다면서 저에게 연애를 제안한 그 날. 당신의 답변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보통 사람들이라면 못 들은 것으로 하고 넘어가도 이상할 것이 없었지만, 당신은 오히려 당신에 대한 것을 이야기해줬잖아요. 그 후에 한 말도 그렇고... 그때부터였어요. 당신이 어떤 이인지 알고 싶고, 당신에게 흥미가 생겼어요."
참으로 특이한 아이. 하지만 그렇기에 흥미롭고 호감이 가며, 더욱 알고 싶어지는 아이. 그렇게 시작을 끊은 것이 어쩌면 계기가 아니었을까. 참으로 당돌한 가랑비라고 생각하며 유우키는 어깨를 으쓱했다.
"소설이나 만화에 나올 정도로 열정적이고 극적이고 뜨거운 것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전 당신이 좋아요. 스스로도 딱 정의할 순 없지만 아무렴 어떤가요. 제가 그렇게 느끼는데."
동일한 마음은 아닐지도 모르고, 어쩌면 자신 혼자서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그에게 있어서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동일하지 않더라도 이 마음은 오로지 자신의 것이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