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목을 더듬어본다. 그야 요즘 잠은 부족하고 빈백에 웅크려서 자고 있는 일이 다반사니까 그야 당연히 뻐근하긴 하다. 파스 붙여줄 사람이 있으면 땡큐지. 사실 손이 안 닿는 등이라던가도 붙여주면 좋을 거 같은데— 그건 너무한가? 너무 딸처럼 부려먹고 있는 건가? …하지만 메이사에게는 친밀하되 선을 그어주는 일이 필요한 거 같기도 하다. 원래 남녀 사이는 편할수록 아무 일이 안 생기는 법이니까, 차라리 이런식으로 조금씩 편하게 하는 게 나을지도? 그렇게 머리를 좀 굴려보고 나온 결론.
“마침 잘 됐잖아, 그럼 나 어깨도 붙여줘.”
서랍에서 파스를 꺼내주고, 웃옷을 갈아입듯이 끌어올린다. 얼룩덜룩한 목과 맨 등짝을 바라보는 메이사의 표정은 등진 채 “아니 거기보다 좀 더 위?” “어어 거기.” 하며 파스를 다 붙이고 나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조카가 거실로 들어온다. 나보다 체격이나 키가 좀 작고 왜소하며, 마찬가지로 좀 퀭한 눈에 마른 느낌의 남학생… …갸루삐의 우마스타그램에서 본 기억이 있는 얼굴일지도. 유레카에게 헤드락 당하는 모습으로.
“얜 내 조카 유우키. 올해 중3이던가? 유우키, 이쪽은 내 담당 우마무스메인 메이사 프로키온.”
“안녕ㅎ세요…” 라고, 사춘기 남학생 특유의 얼버무리는 인사를 꾸벅 해보인 유우키는 어쩐지 거실 구석에 찐따처럼 구겨져 앉더니 폰만 하기 시작했다. 이내 누나가, 환복한 아버지가 들어오시고, 누나는 날 흘긋 보더니 “파스 붙였네~”라며 히죽히죽.
아무튼 이렇게 히다이가 전원+손님이 다 모였고, 어머니가 딱 봐도 때깔이 엄청난 고기와 스키야키용 냄비를 들고 나오며 저녁 식사의 시작이다.
달군 냄비에 소기름을 녹히고 고기를 굽고, 다시간장을 뿌리고는 두부, 팽이버섯, 표고버섯, 토치로 지져놓은 두부, 실곤약, 어슷썰기한 파들을 잘 배치한 뒤 그 위 쑥갓. 그리고 뚜껑을 덮은 채로 기다리며 날계란을 각자 잘 섞다보면 스키야키는 금방 완성.
날계란을 집다가 부모님이 자연스레 손을 잡고, 누나가 “뭐야 둘이 사귀어~?” 짓궂은 질문도 던지고, 어머니가 빨개져선 “아니거든?!” 이라고 답하는, 화목한 가정다운 이벤트도 있었던 좋은 식사자리였다. 맛도 좋았던 건 물론이고.
🙄 그냥 제가 느끼기에 가족들 다 생활하고 모이는 공간에서 헐벗은 몸을 더듬는데 조카한테 다 보여진다는 게 뺫 너네 뭐하는 거야🫣였어서 말이죠... 가족들이란 건 편리하죠... 적절한 곳에 던져놓으면 상황이 20%정도 더 엣치치해지니 말이에요 😏 2번이 나왔으면 얌전히 목에만 파스 붙일 예정이었답니다...
다행이야. 왜 그걸?처럼 거부하는 일 없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붙이는 쪽으로 흘러갔다. 아아 진짜 다행이다. 이걸로 아버님 앞에서 마킹으로 얼룩덜룩한 목을 보이는 건 피할 수 있어! 이미 유우나씨랑 어머님에겐 들켰지만. 그...건... 뭐... 어쩔 수 없다고 치고. 아무튼 안도의 한숨과 함께 파스를 건네받고, 웃옷을 올린 유우가의 등을 본다. ....다른 가족들이 없었다면 그냥 확(...)이었을테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지. 얌전히 어깨에 파스를 붙이고, 뒷목에도 잘 가려지게 붙인다. ...응. 이걸로 수습 완료!
"네. 다 됐습니다~ 응?" "아, 유레카랑 친해보이던...! 안녕하세요!"
짤막하게 인사를 주고받고선 거실 구석에 자리잡는 유레카의 히또미미 장난감...이 아니라 친구. 조용한 타입인가~ 이어서 들어온 아버님에게도 인사를 드렸다. 이번엔 혀 안 깨물고 무사히 넘어갔다고! 파스를 붙였나는 말엔 머쓱하게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음 뭐.. 네.
"와아! 잘 먹겠습니다~"
그리고 한상 가득 차려진 스키야키. 그야말로 이상적인 스키야키 그 자체였다. 그리고 간간히 보이는 화목한 가정의 이벤트까지. 응. 좋은 집이구나.
"맛있다아~ 이 고기 진짜 맛있네요! 엄청 좋은거구나!" "야채랑 실곤약도 맛있어~"
맛있다는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 시간이었다. 오늘은 트레이닝 없이 공부만 하고 왔으니까. 히또미미 1인분 정도만 먹어도 배가 부르네~
"잘 먹었습니다~ 우우 배부르다아..."
배가 부르니 자연스럽게 졸리네에. 그러고보니 오늘은 유우가한테 장난치느라 낮잠도 못잤고.. 나른하게 눈을 깜빡이며 내가 쓴 식기를 차곡차곡 정리하고 있었다. 졸려도 할 건 해야지...
우리 가족은 티는 내지 않았지만 메이사를 좋아했다. 아버지는 늘 과묵하신 분이라 메이사의 인사에도 "음." 정도의 반응이었지만, 그 표정은 꽤나 귀여운 소동물을 보는 느낌이었고. 어머니는 워낙 츤쿨데레라 좋아한다고 티는 내지 않았지만 가끔 "계란 더 필요해요?" "프로키온 양 배불러요? 우동 먹지 않을래?" 하는 식으로 챙겨줬고. 누나는... 뭐 애초에 마음에 들어하는 듯 했다. 이 미친 먹보여자는 2인분 정도 처먹었는데, 메이사가 눈치 볼까봐 내가 계속 고기를 집어다줬고. ...유우키는 왠지 모르게 메이사를 겁내 하는 눈치였다. 왕년엔 싸움질도 하던 녀석이 왜 이렇게 찐따가 됐는지 몰라.
아무튼, 우리 가족은 메이사를 아주 내켜했고, 메이사에게 식사 자리 한 켠을 내어주는 걸 앞으로도 마다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있었다.
다들 대식가답게 맥주와 스키야키, 곁들여 먹는 밥과 남은 다시, 그리고 다시간장으로 우동까지 넉넉이 해먹고 난 뒤에야 정리를 했고. 설거지는 역시 아버지 담당. 누나는 철도 없이 메이사의 무릎을 베고 드러누워선 볼록 나온 배를 문지르고 있었다. 덕분에 메이사가 옴짝달싹도 못해서 손님주제에 설거지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 고마웠다만.
"졸리냐?"
그런 누나가 엄마를 귀찮게 굴러 갔을 때 쯤, 슬슬 돌려보낼까 싶어 메이사의 정수리를 문지르며 물어봤다.
무릎을 차지하던 유우나씨가 일어나고, 졸린 눈을 비비적거리고 있자 정수리에 뜨끈한 느낌이. 올려다보면 유우가가 내 정수리를 문지르고 있었다. 요술램프가 된 기분이네...가 아니라.
"웅.... 같이 갈래..."
나가면 선선한 바람에 잠도 깨고, 그러면 뛰어가는 데는 문제없겠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유우가랑 같이 가고 싶으니까. 그리고 스쿠터 타고 가면 꼬옥 붙을 수 있어서 좋기도 하고. 그런고로 애초에 거절한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슬그머니 유우가에게 기대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같이 가자~
가자는 말이 나왔으니 미적거릴 순 없지.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갈 채비를 한다. 채비라고 해봤자 가방을 챙기고 겉옷을 챙기는 정도지만. 그렇게 준비를 하는 동안 배웅하러 나오신 분들께 꾸벅 인사도 하고 말이다.
일단 방 안에 있던 더플백에 봄옷이라던가, 서랍장의 그것이라던가를 집어 넣고 나오려 했는데. 어머니가 반찬이라던가 채소들을 조금 싸주셔서 그것도 받아버렸다. ...그나저나 이것들 스쿠터에 다 싣고 가긴 좀 그런데.
"이거는 네가 잠깐 들고 있어주라."
하면서 메이사에게 더플백을 맡기고 스쿠터 바닥쪽에 어머니가 담아주신 장바구니를 놓았다. 그렇게 하니 안정적으로 출발할 수 있었는데... 등에 느껴지는 메이사의 온기랑, 나와 메이사 사이에 놓인 더플백 안의 말랑한 감촉... 이라던가, 이것저것 느껴져서 조금은 심란했다. ...젠장, 자꾸 떠오르잖아 그 상황이. 물론 성인이 그런 거 사는 건 개인 취향이고? 떳떳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합법이지만? 젠장... 키스한 녀석한테 이런 거 보이고 싶진 않았다고. 없던 일로 했지만 일단 신경은 쓰이는데. 최대한 아무일 없던 척 대하려고 해도 진짜...
내일 안 타는 쓰레기로 배출할 거야.
진짜로.
그렇게 다짐하며, 스쿠터를 하야나미 앞에 세웠다. 춘곤증인지 가물가물해보이는 메이사의 볼을 살짝 꼬집어 당긴다.
"졸리면 무리하지 말고 일찍 자."
...생각해보니까 역시 열받는다. 메이사의 남은 볼 한짝도 꼬집어 당겼다. 아까보다는 야악간 힘을 주면서.
유우가가 맡긴 더플백을 안은 채로 스쿠터 뒤에 타고 있다가 무심코, 그래, 정말 무심코 내려다 봤는데... 지퍼가 다 잠기지 않은 사이로, 그리고 옷으로 감싼 것 같지만 사실상 옷에 엉켜있다고 표현해도 좋을 그것이 슬쩍 들여다보였다. 약간 핑크빛이 도는 그것은... 그것...은.....
"......"
슬쩍 유우가의 눈치를 살핀다. 눈치라고는 해도, 유우가는 스쿠터를 모느라 전방을 주시하고 있고, 이 뒤까지 돌아볼 여유는 없는 상황. 그렇다면.... 슬쩍 자세를 고치는 척 하면서 더플백 지퍼를 열고, 한 손을 열어 뒤적인다. 사실 뒤적일 것도 없이 쉽게 잡을 수 있었는데. 으악! 이거 생각보다 감촉이...! 처음 만져보는 거라 그런가, 뭔가 뭔가... 뭔가야.... 금방이라도 '히익 헤엑 으엑' 소리가 나올 것 같은 걸 꾹 참아가면서 내 가방으로 옮겨 담는다. 그리고 더플백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닫아두고서야 한숨을 돌린다. 으악, 마침 빨간불 걸렸네. 까딱하면 유우가가 뒤돌아봤을수도....
혼자 미션 임파서블을 찍는 사이에 어느새 우리는 하야나미 앞에 도착해 있었다. 괜히 뭔가 아쉬워서, 유우가의 허리를 감은 손에 힘을 꾸욱 줬다가 풀고나서야 스쿠터에서 내렸다. 아쉬운 것과 별개로 졸리긴 졸려서... 잠시 멍때리고 있다보니 유우가에게 볼을 꼬집혔다. 힉, 드, 들켰나?!
"으에— 아겟서—"
뭐야. 들키진 않았나. 다행이다. 살짝 늘어난 입가 덕분에 발음이 좀 새긴 했지만, 알겠다는 대답을 돌려주...기가 무섭게 반대편 볼도 잡혔다. 히이익! 진짜 들켰나봐!
"아으아—!!" "므우... 그치만 그렇게 말하면 더 열어보고 싶잖아..."
서랍 얘기구나. ....더플백에서 빼낸 건 들키지 않은 것 같네. 다행이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면 당연히 열어보고 싶지! 이건 유우가 잘못도 있으니까! 애초에 그런 걸 넣어둔 서랍을 왜 잠그지 않은 건데!?
"아무튼! 그... 그래도 오늘 즐거웠어. 유우가네 가족분들, 다들 좋은 분들이셨고." "그럼... 잘 가, 유우가. 내일 또 봐!"
그렇게 말하면서 가방을 꼭 끌어안았다. 아쉽지만, 내일 또 만날테니까. 오늘은 이만 바이바이네.
>>676 귀여워... 결국 가져는 가는 거구나 😏 이걸 막레로 받을게요 이번 일상 엄청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어서 최고였는걸요...😇😇😇😇 완전 성불... 멧쨔주는 신이야...
>>677 ...다른 것도 아니고 왜 하필 그거인지 프로키온씨조차 영문을 모를 거 같아서 웃어버렸습니다 차라리 다른 종류면 납득이라도 가는데wwwwwwwwwwww 우리딸... 소꿉친구랑 찐하게 놀더니... 결국 그런 성지향성을 알게되어버린 거구나...😌 마마는 존중하니까
>>684 😒"..."하는 메이사앞에서 망신살을 주체하지 못하고 😳 "뭐 어때서!? 아 아 아니 난 성인이고 성인이 이런 거 사는 게 불법도 아니고 내 돈이잖아!?" 식으로 대꾸하다가 멧쨔가 그런 걸 주문하기 시작했을 때 똑같이 반박먹고 아무말 못하는 걸 봐버렸어요 그리고 서랍장의 2번째 칸은 메이쨔의 그런 물건으로 가득차 버리게 되는데...😏
그리고 역시 일상이라던가 썰풀면서 생각하는 거지만 유우가는 주기적으로 능지가 으?헤해지는 게 분명하다니까요... 멧쨔랑도 이런저런 터치를 반자의적으로 자주 해버린 끝에 가을 쯤에는 자기도 모르게 여친 대하듯히 허리 잡고 끌어오다가 🙄 oO(내가... 무슨 짓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싶어졌어요 여미새의 능지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