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학 터지는 웃음소리에 진짜 좀 죽고싶어졌다... 왜 여기서 혀를 깨물어버린거냐고 나!!! 어이! 옆에 너무 웃고있잖아?! 적당히 웃으라고!! 마음같아서는 옆구리에 주먹이라도 풀파워로 때려넣고 싶었지만 어머님이 앞에 계시니 그럴 수도 없고. 그저 나는 새빨갛게 된 얼굴로 연신 고개를 꾸벅이며 어머님의 손을 맞잡고 악수하는 수밖에 없었다. 크으으으으윽... 유우가... 두고 봐아아....
"으, 으우우... 너무 긴장해서어.... 저두 잘탁드립니다.." "으으 진짜아! 따라하지마!!"
나 그렇게까진 안 했다고! 날 따라하며 놀리는 유우가를 찰싹찰싹 치면서(무지 열심히 힘조절했다) 화내보지만 응, 이거 겨울까진 놀림감 당첨이겠네. 젠장...!!
"으우우... 진짜..." "유우나씨 오기 전까지라..."
좀 놀고 있으라는 말에 잠시 두리번거리다 바닥에 누운 유우가를 빤히 바라봤다. 혼자만 그렇게 편하게 있고 말이야~ ....아. 그래. 이왕 본가에 온 김에 유우가의 방이라도 구경해볼까.
"그럼 유우가 방 구경해도 돼? 아, 자취방으로 옮기면서 창고처럼 됐다던가 그런 건 아니지?"
메이사가 말해놓고 보니 충분히 가능성 있었다. 우리 아버지는 못 버려 병이 엄청 심각한 타입이고, 그래서 창고에 온갖 수납 시스템을 설치해놓고서도 부족해서 다락방까지 온갖 것을 넣어놨으니까. 관서에서 이쪽으로 넘어올 때 제법 많이 덜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10년 쯤 지내다보니 또 뭔가 엄청 불어나더라. 완전 자리 잡을 셈인 거지.
...그러니까 이제 안 쓰게 된 방을 창고 대신 쓰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우리 집에선.
"그... 아... 아닐... 걸? 그래도 나 독립한지 몇 달 밖에 안 됐는데... 그 정도 온정은 있을 거야. 아마."
하며, 일단 내 방인 2층으로 올라가 본다. 2층에는 아무도 없는 듯이 고요했고, 익숙하게 내 방의 미닫이 문을 열어 보면... 오, 의외로 깔끔했다. 좌식 책상 위에 큰 박스 몇개가 쌓여져 있고 그 아래에도 자잘한 박스가 들어가 있는 걸 제외하면 의외로 양호해.
노을이 드리운 방 안에는 먼지가 보얗게 떠다니고, 벽에 붙어있는 책장에는 책이라곤 전혀 없이 트로피랑 메달 등이 장식되어 있었다. 아, 저건... 내 리즈시절 사진도 있네. 그리고 자주 입던 유니폼도 잘 개켜 넣어져 있었다. 가슴 한구석이 좀 쓰라린 기분이다.
"추억이네~"
내가 직접 보기엔 좀 마음이 안 좋아서, 중학생 때부터 써오던 침대에 냅다 누웠다. 나중엔 키가 너무 커져서 침대를 못 쓰게 돼서, 점프를 묶어다가 침대 발 아래에 받침대로 두곤 했지. 그러고 몇 년이고 살아온 게 대단하다 새삼.
슬쩍 매트리스 아래에 손을 집어넣어보면 익숙하게 만져지는 종이감촉. 이것도 아직 있구나아 생각하며 아무 일도 없었단 척 손을 도로 뺐다. 그나저나, 엄청 익숙한 냄새가 나서 무진장 그리워지네...
"아무튼, 자유롭게 둘러봐. 볼 것도 없긴 하지만."
실상 선수 시절의 흔적이랑 앨범 몇 개, 그리고 취직을 위해 마련했던 정장 셋업 말고는... ...헉.
지금은 안 쓰는 방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먼지가 좀 떠다니긴 하지만, 정리가 잘 되어 있고 창고처럼 쓰이는 것 같지도 않다. 박스 몇 개가 창고화의 조짐을 알리는 것 같기도 하지만... 책 대신 트로피와 메달이 자리한 책장을 눈으로 훑는다. 우리집에도 파파랑 마마가 트로피를 이렇게 소중히 장식해놨지... 아. 이거 유니폼인가? 승부복 같은 거지?? 이거 입은 유우가도 보고싶긴 한데... 사진으로 만족해야하나. 슬쩍 유우가를 보면 이미 침대에 벌렁 누워있었다. ....먼지 안 날리나...?
"알았어~ 우와, 이거 유우가 몇 살때야? 앗! 이거 우마무스메로 치면 승부복인거지? 이거 입고 뛰는 거구나~" "응? 서랍장?"
사진과 유니폼을 가리키며 꺄아꺄아 들떠서 말하기도 하고, 여기 침대 매트리스 아래에도 유우나씨가 말한 그거 있는걸까~ 하고 침대를 의미심장하게 보기도 하고(발치에 왜 점프를 쌓아둔거지?) 증명사진에서 본 거 같은 정장도 쓱 훑고, 그러다 서랍장 앞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노렸단듯이, 서랍장은 열지 말라는 말이 들린다.
"........유우가. 판도라의 상자라고 알고있지?" "열지 말라고 하면 더 열고 싶어지는 법이니까."
그러니까. 그런 말은 트리거라고 할까, 플래그 발언이라고 하는 거지. 히죽 웃으면서 손을 뻗어 서랍장을 열어재낀다. 침대에 누워있던 유우가가 반응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열어본 그곳에는.......
그래, 나는 내 무덤을 스스로 파버린 거다. 메이사의 얼굴이 소악마의 그것으로 변하는 걸 보자마자 나는 침대에서 튀어나가 서랍장을 열려는 그 손을 저지하려 했는데...! 침대에 벌렁 누워버렸던 게 패인이었던 거지. 나는 막지 못한 채, 메이사가 그것을 들여다보는 걸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말랑말랑하고, 조금 핑크빛도 돌고. 그 뭐야. ...아니건강한남성이라면한번쯤은그런거사보고싶지않아?!돈키만가도이런거널려있다고?나나도원래이런걸좋아하는타입은아닌데취직전에여친이오랫동안없었어서그냥호기심으로하나사봤지만딱히타입이아니었고이거안타는쓰레기로배출하기도좀그렇고엄청처치곤란이었다고젠장!!!
뭔가 변명을 하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하... 나는 힘빠진 메이사의 손에서 서랍장을 다시 밀어넣고, 긴 한숨을 내쉬고, 엄청 화끈거리는 얼굴을 가리며 이렇게 말하는 게 최선이었던 것이다.
서랍 안에는 그게 있었다. 그게. 그게.... 아니 그 뭐라고 해야하지 어설프게나마 어떤 용도고 어떤 물건인지는 알고 있고요 가끔 매수각희답게 그런 농담도 하곤 하지만 이게이렇게눈앞에선명하게놓인건처음이라서아니돈키나드럭스토어에서도팔긴하는데그건대체로포장으로잘가려져있고그냥보면잘모르니까이렇게적나라하게본건처음인데그그럼유우가는이런걸쓴다는건가아니본가에두고간걸보면지금은안쓰는건가그럼지금은뭘쓰(이하생략)
......잠시 그렇게 멍하게 있는 동안 서랍은 유우가의 손으로 다시 봉인당했다. 시야에 가득하던 그것은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서랍장을 밀어넣은 유우가의 손만 보이고 있었다. 크고 듬직한 유우가의 손...으로 예전엔 아까 그걸 그렇고 이렇고 저렇게 했다는.... 으아아아아아악! 그만! 내 머리 속에서 나가!!! 소리없는 절규를 하며 조용히 고개를 서랍장에서 돌렸다. 차마 유우가의 얼굴을 볼 수 없어서... 그리고 잊어주라..라는 말 다음 이어진 이 적막함을 견딜 수 없어서 뭔가 다른 주제를 찾기 위해 빠르게 눈을 굴렸다.
"그, 으...." "채, 책상 위 박스도 유우가 거야...? 뭘 넣어둔거야?"
애써 화제를 돌린다는게, 그것의 충격과 생각으로 가득한 머리로 쥐어짜낼 수 있는 화제는 한계가 있어서.. 아무튼 급하게 눈에 보이는 것중 하나를 골라 가리키며 물어봤다.
그리고 잊어주라는 말엔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 좀 충격적이긴 해도 그게 유우가 취향이라면야... 응...
...그러니까 남자는 가끔, 능지가 마비될 때가 있다. 평소처럼 돈키의 그렇고 그런 코너를 지나가다가도 여친이 오랫동안 없으면, 또 취직 스트레스가 심하고 그러면, 사람이 좀 빙글 돌아서 이런 걸 덥석 사버린다는 거다. 팔리는 데엔 이유가 있겠지 하며 헛된 기대도 좀 품게 되고 그런 거지.
그럴 때는 모른다. 이런 물건이 갖고올 폐해를... 그러니까 일단 현타가... 10배 정도 더 크고, 들키면 그날 밧줄에 매달릴까 고민도 하게 되고, 버리자니 이거 같이 사는 사람들에게 들킬까봐 또 노심초사 하면서 버리기도 좀 그런, 그런 상황이 생긴다는 거다. 이런거 독립할 때나 언제 봄 옷 가지러 올 때 대충 가방에 쑤셔넣어서 처리해버렸어야 했는데... 귀찮다고 미루고 미루다가 이렇게 됐다고.
그저... ...절망...
"이건... 내 거 아냐..."
뭔가 할 말도 없어져서, 현타가 20배 정도 크게 머리를 휘적휘적하고 가서 메이사가 애써 꺼낸 말에 대꾸조차 멀쩡히 못할 때쯤,
- 엄마~! 나 왔어어~!! 버섯 사왔다구~!
요란하게 콰당하며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누나. 나이스.
"일단...! 나... 나갈까."
메이사의 손을 잡고 일단 2층에서 내려오고, 누나가 식재료도 사왔겠다 그때부턴 져지를 벗고 에이프런을 두르고선 준비를...
"...뭘 봐?"
져지를 벗다가, 못 볼 걸 봤다는 듯이 토하려고 하는 누나의 표정과, '아... 미친. 빨리 장가가서 꺼져.' 하는 표정의 어머니. 둘은 나를 빤히 보다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왜 저래...?"
그 이유를 나만 모르고 있었다. 아무튼, 내가 부엌에서 엄마랑 스키야키의 준비를 하는 동안 누나는 메이사랑 거실에서 노가리를 까는 모양이었다.
.......어색한 침묵이 방을 가득 메운다. 화제를 바꾸려고 해도 대화가 이어지지 않으니 어색한 분위기만 증폭될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선 뭘 어째야하는거지!하고 괴로워하던 그 때, 구원같이 밖에서 시끌벅적하고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가...!! 유우가도 비슷한 생각을 한거겠지. 이때다 싶다는 듯이 손을 잡고 1층으로 이끌고 있었다. 나도 별 말 없이 따라 1층으로 내려갔고.
"아, 유우나씨! 안녕하세요~ 오늘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2층에선 아무 일도 없었다고 주장하듯 방긋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슬쩍 고개를 돌리니 저지를 벗은 유우가 와 그 목덜미에 내가 남겨둔 얼룩덜룩한 자국을 보고 속으로 아차 싶었다. ....아니! 나도 이런 일정이 있을 줄 알았으면 저렇게 안 남겨놨거든요!? 완전 모르고 한 일이니까!? 으악! 큰일이야!! 의식하니까 애써 외면하던 2층 일이라던가 이것저것 몰려와서 무지 부끄러워지고 있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 같아서 후다닥 유우가한테서 피하듯 거실 쪽으로 향했다.
이, 일단 유우가는 눈치 못 챈 느낌이니까.. 괜찮을까... 괜찮겠지.... 좌불안석을 그대로 그려낸 것 같이, 앉아 있는데도 마음이 편치 않고 조마조마해서 힘들다... 슬쩍슬쩍 주방을 힐끔거리다가 유우나씨의 말에 뜨끔해서 크게 움찔해버렸다. 으, 아, 그, 그렇죠.... 유우가 빼고 다들 눈치챈거겠죠 네. 저렇게 얼룩덜룩한데 눈치채지 말라는 쪽이 이상한거겠지...
"그, 그게에.... 조금 장난쳤다고 할까..." "저녁 같이 먹자는 말을 듣기 전이어서, 그, 미리 알았으면 안 했는데요... 네...."
허벅지를 쿡쿡 찔러오는 손길과, 히죽거리는 유우나씨의 웃음이 무거워.... 아니.. 진짜.... 이런 가족행사가 있다는 걸 미리 알았으면 안 그랬다고요.. 저 그렇게 비상식적인 우마무스메 아닌데요... 괜히 손을 꼼지락거리면서 변명 아닌 변명을 중얼중얼.
".......유우가한테 들키면 무지 혼날 것 같은데에... 우우..."
왜, 왜 그랬지...? 점심시간의 나, 대체 왜 그랬던거야.. 즐거웠냐...? 물론 즐겁긴 했지만. 으으. 이렇게 바로 업보가 돌아올 줄이야...
은근한 추임새를 넣어가며 메이사의 자백(?)을 듣던 유우나는, 어느 한 마디에서 턱을 괴던 손을 떼었다. 눈을 크게 뜨고 되묻는 말은...
"들키면...?"
다시 말해, 유우가는 저걸 모른다는 뜻. 유우가가 모르는 사이에 저정도로 얼룩덜룩하게 '이 남자는 내 것이오' 표시를 해뒀다는 건... 유우가가 의식이 없을 때 멋대로 해버렸다는 뜻. 학교에서 누가 후두부를 내려쳐서 기절시켰을 리는 없고, 낮잠을 잘 때 저렇게 장난감처럼 다뤄버렸다는 뜻이 된다.
"...어머."
"......어머머."
유우나는 그 한 마디를 듣기 전까지는 둘이 츠나센에서 대체 뭘 얼마나 해댄 거야 이녀석들 조만간 결혼하겠구만~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야기가 이렇게 되니 의외였다. 자빠뜨리라고 말은 했지만 이런 식일 줄은...
"메이쨩, 내 동생 망가뜨리면 안 돼...? 이제야 사람 구실 하게 됐단 말이야."
이 엣치치한 싱글맘 유부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다 큰 청년을 망가뜨리지 말란 말을 갓 성인이 된 학생에게 하고 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히다이가는 죄다 보케다.
- 뭔 얘기 하나 했더니... 내 뒷담 하냐?
에라이, 유우나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등장한 유우가. 가족 테이블에 가스 버너도 올려놓고 식기도 세팅하면서 바쁘게 오가는데 그 뒷목은... 메이사에게 메챠쿠챠 장난 당해서 이미 망가져있다구...
망가뜨리다니? 그, 그, 그럴 생각은 없는데요?! 그보다 뭘 어떻게 하면 잘때 몰래 츄~하거나 마킹하는 정도로 사람이 망가지는건데!? 유우나씨의 생각을 읽을 수는 없어서, 대체 뭘 상상하고 계신진 모르겠지만... ....사실 잘 때 몰래 했다는 거 자체가 떳떳한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뭐라 항변하는 것도 무리.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우와앗, 그, 그게. 아무, 아무것도 아니야!"
왜 하필 이런 이야기 할 때 오는 거냐구 유우가!! 당황해서 고개를 저으면서, 손까지 파다닥 흔들면서 아무 것도 아니라는 어필을 해본다. 그보다 아무렇지도 않게 걷어차는구나. 하긴, 우마무스메랑 다르니까 괜찮은가.
테이블에 이것저것 세팅을 하는 유우가를 보면 역시 뒷목이, 메챠쿠챠.... ..........점심에 너무 두근두근하고 들떠서 그만 너무.. 많이... 하긴 했지.....
이 녀석들 하츠모데 때도 지금도 가족들 앞에서 완전히 연애질하고 있잖냐wwwwwwwwwwwwww 히히... 저는 슬슬 졸려와서 답레는 내일 잇겠습니다...히히... 시니어 프리지아 뭔가 슴슴한 맛일 수도 있다 생각했는데 엄청 재밌는wwwwwwwwwwww 역시 엣치치는 만능이구나...😇
그랬으면 히다이 죽으려고 했을걸요...🙄 사실 전 멧쨔가 중학생때부터 유우가 향기가 농축된 침대에서 같이 뒹굴거릴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는데wwwwww 서랍장의 파괴력이 엄청 커서 둘다 산치 체크 들어간 게 너무 웃겼습니다...wwwwwwwwwwwww 나중에는 1층에 가족들 있는데에서 유우가 향기 폴폴 나는 침대에 같이 뒹굴면서 매트리스 아래의 책 낭독회하는 거구나...
- ...아니 그래도 누나는 좀 맷집도 있고 맞을 짓을 좀 한달까... 그보다 이런 거는 장난이잖아 장난!
메이사의 "심하긴 하네"를 싱글맘엉덩이독도킥의 이야기로 받아들였는지, 화들짝 놀라며 추한 자기변호를 하고 부엌으로 빤스런하는 유우가. 하지만 그의 누나 유우나는 제대로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유우가가 부엌에 쏙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선, 짐짓 인상을 쓴 채 설교를 시작했으니까.
"알았니? 메이쨩. 내 동생의 몸만 보고 좋아하는 건 그럴 만 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몸 말고는 딱히 뭐가 셀링포인트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남녀간에는!"
유우나는 손깍지를 엣치치하게 끼며,
"사랑이 있어야 한단 말이야아~!! 메이쨩 벌써부터 그렇게 몸만 보고 만나고 그런 발랑까진 소녀가 되면 안 되니까?!"
깍지낀 손끼리 비벼대는 게 오히려 외설적으로 느껴지는 건... 착각이다.
- 너 또 뭔 얘기하냐? "성교육입니다만." - 에라이.
밥솥에 적당히 밥을 안쳐놓은 유우가는 또 누나의 싱글맘엉덩이에 독도킥을.
- 성희롱하는 미친여자는 내가 처리했으니 안심하라고 메이사!
...이 인간은 서랍장 안에 있는 물건으로 성희롱을 했는데 말이지. 아무래도 유우 남매는 늘 이런 식으로 네가 등신이니 내가 정상이니 하며 티키타카하는 게 분명하다.
"―아무튼 메이쨩, 그런 식으로 하는 건 내 동생 뿐만 아니라 자기자신도 망치는 일이니까 말이지? 모든 건 사랑을 기반으로 성숙한 성생활을..."
...그래도 기죽지 않고 다시 일장 설교를 시작하는 걸 봐선, 그냥 엣치치러브러브 이야기를 하고 싶은 철없는 아줌마 같기도 하고.
그, 그, 그 손동작이 더 위험해보이는데요?! 어째선지 얼굴을 붉히게 되는 동작인데요!?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말엔 동의하지만 그, 그, 저 그런 건 하지 않았거든요?! 잔뜩 빨개져서 아, 아와, 아와와와...하고 있다보니 유우가가 나와서 또 독도킥을 날리고 갔다. 유우나씨의 맷집이 센 걸까 아니면 유우가의 킥이 예상보다 약한 걸까... 별로 타격은 없어보이네(?) 히또미미의 발차기는 약하구나....
"아니 그, 그...."
티키타카하던 유우가가 다시 주방으로 갔는지 힐끔거리며, 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아무리 그래도 역시 부끄럽거든요. 이런 얘기 하는 거. 그것도 유우가네 집에서 이런 말을 유우가의 누나분께 하게 되다니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대체!
"그....런 것까진 안 했어요.... 못한다고 할까.... 애초에 학교였고.." "그냥 엄청 푹 잠들었길래 살짝 장난치려고 자국만 남긴 거고 그... 실?전은 하나도 못했으니까아....." "그, 그, 그리고 몸만 보고 좋아하는 거 아니라구요.. 우우..."
사실 장난의 의미도 있긴 하지만, 뭐라고 할까... 진로조사서에 유우가의 바깥 양반을 적어서 낸 녀석과 담판을 지었을 때랑 비슷한 거라고 할까. 유우가, 인기가 없는 편은 아니니까. 슬쩍슬쩍 그런 눈을 한 녀석들이 때때로 보인단 말이지. 그래서 정식으로 담당이 되고 나서 말딸의 감을 200% 발휘해서 견제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찰렌타인데이쯤 엄청나게 견제하긴 했는데, 그래도 꿋꿋하다고 할까 '담당은 상관없잖아!'하는 녀석들이 있다고 할까... 그래서 좀 경고를 하는 거라고 할까.
결론은 그거다 그거. 장난 반, 독점력 반이 섞였다는 거.
근데 이런 얘기까지 하면 우 와 . . . 하는 반응이 올 것 같아서 이건 말하지 않는 걸로. 응.
어쩐지 실망(?) 한 것처럼까지 느껴지는 이야기. 흥미진진하게 듣던 유우나는 '헤에~ 그 정도밖에 안 한 건가.' 하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회고하는 것은 유우가의 제정신 아닌 전 여친 7명...
"그 녀석들은 죄다 몸만 보고 좋아했던 거 같은데 말이지~"
물론 혈육이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우웩 해버리는 점을 제외하고 보면 이해는 간다. 일단 키 크고 체격 좋고, 운동했기 때문에 잘 발달돼있는데 또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군살도 조금은 붙어있다. 얼굴도 유우나를 닮아서 꽤 봐줄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1n살 연상의 아주머니께 잡아먹혔어도 어쩐지 마음 한 구석은 납득해버린 것이다. 제정신 아닌 아줌마라고 생각은 했지만. ...아무튼.
"이해는 못하겠지만 유우가의 마음까지 좋아하는 메이쨩을 응원하니까 나는~!"
메이사를 덥썩 껴안고 기대오는, 우유 냄새를 풍기는 히또미미 유부녀.
"유우가는 사람 보는 눈이 없으니까 말이야? 진짜 착한 녀석들은 안중에도 없이 늘 이상한 애들이랑만 사귀었구... 그래서 험한 꼴도 몇 번 당했었단 말이지~ 메이쨩은 그러면 안 된다?"
...이렇게까지 전폭적인 응원 선언이라면 이것저것 물어봐도 저번처럼 다 말해줄지도. 아니, 오히려 이 아줌마는 입이 근질거리는 모양이다.
"당연하죠?! 제가 유우가를 좋아하는건 그, 그런 몸만 보고 그런 게 아니라구요." "유우가는 안 그런 것 같아도 상냥하고, 잘해주고, 처음으로 중앙이라는 꿈도 가지게 해줬고.... ....쭉 같이 있자고도 해줬으니까.... 에우우...."
우와 무지 부끄럽다! 아 아무튼 몸만 보고 그런 건 절대 아니니까. 그런 걸 전달하고 싶었는데 왜 내가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은거지... 엄청 뜨거워진 뺨을 두 손으로 가려본다. 으으, 뜨겁잖아... 아무튼, 그 녀석들이라는건 전 여친들인가... 대체 어떤 사람들을 사귀었던거야 유우가.... 그보다 방금 뭔가 실망한 것 같은데 유우나씨...? 그리고 험한 꼴은 대체 어떤 꼴을 말하는거지. 우와 무지 궁금한데....
다시 슬쩍 시선을 주방 쪽으로. 귀도 쫑긋 솟아서 주방을 향한다. ....응, 일단 지금은 이쪽으로 올 낌새는 없는 것 같네. 그럼.... 지금이 기회지! 저번에 물어보지 못했던 걸 물어보기로 할까. 주방 쪽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목소리를 낮춰서 소근소근 말했다.
"저기.. 전 여친들이 어떤 사람들이었길래요? 험한 꼴은 또 뭘 당한 거고... 참, 저번에 전 여친 얘기 하실 때도 한 사람은 그, 엄청 연상?이었던 것 같은데. 대체 얼마나 연상이었던 거예요?"
궁금한걸 와다다다 쏟아낸다. 아니 그치만.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고.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엄청 응원받고 있으니까, 어쩌면, 지금이라면 전부 답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메이사의 사랑 고백을 들으며 히죽거리던 것도 잠시, '어떤 연상'의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유우나의 표정이 똥씹은 얼굴이 된다. 유우나도 꽤나 연상인데다 만만찮은 여자인데, 이 여자가 '아줌마'라고 질려할 정도면 어떤 사람인 것인가.
"유우가를 꼬맹이坊や라고 부르던 사람이었지... 가슴 무지 컸고. 점도 있었고. 거―기까지는 괜찮아. 괜찮다 이 말씀이야."
질린 표정으로, 마치 PTSD를 풀어내듯 독백하는 유우나... 과연, 그녀가 읊어주는 정보만으로도 '엄청나게 만만찮은 연상' 이라는 건 알겠다.
"그런데 유부녀였다고...!!!!!"
개 만 만 찮 음 . . .
"남편으로도 모자라 고등학생을 손대?! 심지어 그 여자, 안카자카에서 유명한 영계 킬러더라!?"
테이블을 쾅! 내려치는 유우나.
"유우가는 그 때 숫총각?은 아닌가, 아무튼 경험치가 딸리니까 해봤자 삼십대 노처녀 정도로 생각했겠지만 그 여자, 넉넉잡아 삼십대 후반이었다니까?! 그런데 뻔뻔스레 남고생을 꼬시고 잡아먹다니 완전 돌아버린 작자 아냐? 게다가 유우가 그 녀석은 왜 만나는 여자마다 그런 느낌인 건지 전혀 모르겠다니까?"
그리고 유우나가 이렇게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싫어하는 걸 보아, 눈빛만 주고받고서도 여성 대 여성으로 개쳐발렸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겠다.
거리낌없이 아줌마라고 부르는건가. 뭐, 뭐어 마음에 안들면 누구든 아줌마도 되고 할망구도 되니까. 하지만 점점 듣다보니 만만찮은 사람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유, 유우가를 꼬맹이라고 불렀다고?! 가슴이 무지 컸다고? 슬쩍 시선을 내려 내 가슴팍을 확인한다. ...으, 으음... 점은 나도 있긴한데....
그런 생각을 한번에 날릴 정도로 충격적인 정보가 귀에 들어온다. 뭐라고요?
"유, 유부녀?! 그, 그, 그럼 불륜이었다는...?!"
테이블을 쾅 내리치는 소리에 몸이 움찔. 큰소리에 놀란 것도 있지만, 그, 말의 내용 쪽이 더 충격이었다. 다시 힐끔 주방 쪽을 보다가 유우나씨에게 시선을 돌린다. 아마 내 얼굴, 엄청 얼빠졌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