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그렇지요?" 고개를 끄덕이기는 합니다. 너무 부정적으로 글어봤자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요? 여선은 확 틀어진 어깨를 인식하고는 발로 걷어차는 걸 시도해봤지만 방어벽에 막힙니다.
"아파라아." 패전전령가 때문에 드라마 한장면같아질지는 모르지만.. 그런 감상을 하지 않은건지. 못한건지. 뭘 해야하지. 라고 고민하긴 하지만. 스킬 랭크가 오른 어페어런트 데스를 강산에게 시전하려 시도합니다. 기절이 잘 먹히면 메스로 푹 찌르는 것도 시도해 볼 수 있을 거고요! 다만.. 처음 써보는 거라서 불안요소는 역시 처음 써본다는 점일까요?(*기절에 걸리는지. 얼마나 기절하는지는 처음 써서 불안요소라고 말을 했으니까 강산주가 원하는 대로요!)
혹시나 제 행동이 선을 넘었나 설렘과 긴장이 교차하는 순간의 시간에 나시네는 가슴이 조금 조이는 심정으로 그를 지그시 올려다 보았다. 이윽고 린이 여태 보아온 알렌과 똑같이 앞의 그는 이성의 접근이 익숙하지 않은 사춘기 소년처럼 어설프게 얼굴을 붉히고 물러선다. 그런 그를 앞에 두고 그녀는 눈을 반으로 접고 입가에 손을 올리고서 작게 까르르 웃음 소리를 흘린다.
"그러니까 바보라고 불리는 거에요. 초보 기사님." 물러서는 와중에도 솔직하게 예쁘다니,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니 지나치게 솔직하게 말함은 부러 미숙한 채 하는 게 아닐까 드문드문 의심이 들게끔 하는 태도일지도 몰랐다. 어느새 옆으로 다가가 팔 어림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톡 건드리며 장난스레 웃어보인다. 당연히 오래 보았다면 오래 지켜본 그녀이기에 단지 그가 당황하여 항상 행동하던 대로 저도 모르게 말을 가리지 않고 감상을 꾸미지 않고서 말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단순히 예쁘다라는 사실에 대한 감상을 그의 평소 성정대로 담백하게 사실을 고할 뿐이니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조금은 씁쓸한 마음을 내리고 나시네는 투명하게 다시 미소지었다.
어쩌면 그녀은 그가 자신을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기대하면서도 두려워하므로.
"아, 저도 모르는 곳이라서 혹여나 아실까 하고." 눈을 살짝 내리깔아 잔잔히 미소를 지으며 알렌의 답에 역시나 그렇구나, 라 속으로 생각한다. 그는 제 꿈에 맺힌 현실에 대한 투영이니 당연히 그 주인인 그녀가 모르는 것을 그가 알 리가 없었다.
메스를 피하자 뒤이어 날아오는 발차기가 방어막에 막히고, 그 틈에 패전전령가의 한 소절을 연주해낸 강산.
"계속 유지할 필요는 없겠지."
그렇게 말하며 용도가 끝났다고 여긴 방어막을 거두는 그 순간 훅 들어오는 어페어런트 데스. 강산이 실수를 눈치채기도 전에 잠깐 의식이 끊어지지만...
"으악!! 뭐야 방금 뭐야!!"
그 잠깐은 여선의 메스 공격을 허용하기에 충분했다. 통증에 다시 의식이 돌아와 놀란 강산이 펄쩍 뛰며 여선에게서 황급히 전력으로 멀어지며 소리친다.
"이런 식으로 일단 눕혀놓고 기습을 하다니. 나한테는 살살 때리라면서 막상 붙으니 가차없네 어?"
물론 상대가 가깝게 여기는 친구이고 대련 중이라 일부러 약간 과장되게 소리치는 것도 있다마는, 잠시나마 무방비 상태에서 기습을 받아 놀란 것 또한 진심이었다. 의념보까지 쓰며 허공을 구르다시피하다 엉성하게 엎어지듯 착지하면서도, 강산은 다른 음악도 아닌 패전전령가를 고른 것이 핸디캡이 아니라 오히려 현명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찔린 부위가 다리이며 출혈도 일어난 상황이니 섣불리 다시 움직이기보단 건강을 강화해 출혈을 줄여보려 하며 여선의 다음 행동을 주시한다.
맑은 풍경에 잘 어울리는 청량한 웃음에 나시네도 따라 수줍은 듯 살포시 미소를 띄워본다. 평소 해맑게 굴어도 그 안에는 불길이 끓어오르는 걸 내리누르는 듯한 모습이었다면 지금의 그는 진정으로 이 시간을 즐기는 것 같았다.
"당신은 당신일 뿐이죠." 린은 부정하지만 나시네가 그저 결국 나시네일 뿐이듯 누가 무어라 정의하더라도 자신이 믿는 바를 향해 나아간다면 그 지나간 길이 자신이 아니고서야 무엇이겠는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것처럼 굴다가 린에게도 자주 보이던 비스듬한 미소를 옅게 지어보인다. 평소 미묘하게 요사한 심술이 덧대어져 있던 린의 미소가 나시네의 얼굴에 티 없이 그저 장난스럽기만 한 부드러운 곡선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알렌, 여태 꽤 무모하게 당신이 불의라 생각하는 것에 저항하고자 하지 않았나요. 자신이 걷고자 하는 길에 대해 칭해지는 칭호를 당연히 여기지는 말되 정당한 자신감은 가졌으면 해요." 겸허한 마음으로 찬사를 들으며 그에 걸맞는 당당함과 의연함으로 나아가길. 평소 담아두었지만 정확하게 구성하지는 못한 문장을 솔직해질 수 있는 공간에서 말한다.
"적어도 여지껏 저를 곤란하게 한 만큼은 말이에요." 일부러 응원에 한 템포 쉬고서 조금은 짓궂은 본심을 담아 저 자신의 말로 마무리를 한다. 은근한 장난기가 담긴 맑은 적색의 눈이 그를 힐끗 쳐다본다. 산책을 수락하고서 나란히 걸어가는 길에 점점 연한 녹빛 일색이던 초원에 조금씩 색이 더해지더니 어느새 주변에 각양각색의 꽃이 만개하여 난만했다. 한 걸음, 두 걸음 서로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약속한듯 익숙하게 걸음걸이를 맞추어 가며 함께 걸어가는 길에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청명한 바람과 다르게 나시네의 머릿속은 어쩐지 오락가락하며 화들짝 곤란하다는 듯 제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눈을 가리던 그의 반응에 머물러 있었다.
'평소에 알렌이 이렇게 자주 놀랐었나.' 그랬던 것 같다. 그렇지 않았다면 바보용사라 꿋꿋하게 부를 일도 없었을 테다. 린이라면 또 다시 예의 그 계산적인, 무언가를 재듯 의뭉스러운 미소를 지을 일을 나시네는 혹시나 저를 싫어한다는 말을 들을까봐 두려운 마음에 단순하게 의문을 매듭지었다.
"와. 꽃이 정말 예쁘게 피었어요." 사소한 고민거리로 제 자신을 어둡게 만들고 그마저 신경쓰이게 할 행동을 하기보다 이 짧고도 꿈만 같은 시간을 그대로 만긱하겠다. 당신이 저를 좋아하든 곤란한 이로 여기던 나는 당신과 이 곳에 있음이 기뻐서 다시 해맑은 웃음을 보이며 주변을 둘러보아달라 감탄과 함께 말한다. //8
계속 유지할 필요는 없겠다는 말을 하는 강산에게 굳이 대답하지는 않습니다. 그거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저도알고 강산씨도 아는 만큼 공격 기회적인 면을 주기 위해서라서! 일까요...
"뭐긴 뭐에요~ 공격이죠~" 말하는 여선..
"저 가차없는 거 모르셨구나요~" 장난스럽게 말하기는 하지만, 여선은 생각보다 무덤덤한 느낌으로 공격할 수 있지요.. 어페어런트 데스로 기절을 가한 뒤 공격이.. 먹히긴 하지만.. 일단 지금은 먹히는지 알아보는 거니까요. 그리고 다음 행동을 주시하는 것 같은 강산을 바라보며
"그럼..." 여선은 약점 간파를 쓰려 하네요... 아마도 출혈 쪽에 생기려나요? 아니면?
"가끔 보면 당신은 너무 예의를 차려요." 매우 정중하게 각잡힌 자세로 대하거나 혹은 속에 담아놓은 분노가 폭발하여 과격하게 굴거나. 조금 투덜거리듯 재잘거리던 나시네는 어느새 꽃밭으로 들어가 허리를 살짝 숙이고 꽃잎을 헨다. 본 적 없는 봄과 차가운 겨울만 보았을 테니까. 세계를 철저하게 이분된 둘로 보아왔으니 그러리라. 린은 세상을 위선과 절망으로 가득한 연옥으로 보아 끝없이 존재하지 않는 환각으로 얼어붙어 바스러져가는 마음을 포장해왔다. 마찬가지로 그의 세계도 그만큼, 어쩌면 그보다도 잔혹했기에 폭발하거나 혹은 아예 누르거나 극단적인 양 방향으로 태도가 굳어져 왔다며 그렇게 여겼다.
"조금 건방져도 당신이라면 그래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음, 아니에요. 다시 생각하니 생각만 해도 어색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생각이 전혀 나지 않을 것 같아요. 눈을 크게 뜨다 깜박이고서 이내 그 또래의 소녀처럼 티 없이 즐겁다는 듯 웃는다. 세상에 시건방지고 오만한 그라니. 갑자기 물욕이 없어진 토고 쇼코와 같은 급의 소리처럼 들렸다. 빙긋 웃는 얼굴로 살짝 돌아서 알렌을 바라보다 무언가를 찾은 것처럼 어느 한 켠을 바라보았다.
"저는, 저도 오래만인데..."
소녀가 시선을 멀리 던지고서 바라본 곳에 하이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나무의 숲이 가득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벛꽃, 목련, 복숭아꽃, 배꽃 등등에 이어 이름 모를 봄 꽃이 가득 피어 꽃잎을 흩날렸다.
"...아주 어릴 때 아버지와 같이 정원의 화단에 물을 주던 기억이 나요. 벚꽃이 꼭 저렇게 예쁘게 피었었는데." 그의 바보짓을 신경쓰고서 한 마디 다시 그러니까 바보라고 부르는 거에요라 하려다 이를 다 잊은 표정을 하고서 흩날리는 꽃의 비보라를 바라본다. 천천히 돌아 알렌의 눈을 바라보고서 하고 싶은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하는 사람같이 망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