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카미 신사 예대제, 그런 이름이었던가. 평범하게 여름 축제를 즐긴다는 것은 16년을 살고 나서 처음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눈이 떠져, 무던하게 시간을 보냈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될 때까지 이불 속에 파묻혀 게으름을 만끽했다. 아무런 기대도 생각도 들지 않아 멍하니 침대에 앉아있다 보니, 문득 씻어야겠다는 생각이 관자를 찔렀다. 탈색으로 푸석한 머리는 생각보다 금방 건조해졌다. 이번에는 대강 올려 묶자. 당고머리라고 하던가, 이렇게 저렇게 머리칼을 꼼지락거리다 보면 금세 동그랗게 똬리를 틀어. 향수는 조금 과하고, 섬유 탈취제는 유치해. 지난번에 의뢰한, 섬유 향수. 시트러스 향 베이스에 톡 쏘는 시나몬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아. 특유의 단내라고 했던 것을 옷깃 제쳐놓고 가슴께에 두 번. 시중에 판매하는 향수보다는 상큼하고 독특해서 마음에 찼다. 이런 것으로 자존감이 찬다는 것이 조금은 우스웠다. 기억 속에 희미해진 포목점,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를 귀여운 주인장이 약속했던 유카타는 아니었지만, 검정과 붉음이 자연스레 어우러진 얇은 전통복을 입고서, 굽이 높은 게다에 발을 넣었다. 사람이 참 많다. 번잡한 것은 싫지만, 그 속에서 괜히 빛나 보이고는 싶다. 저 멀리서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는 남자친구의 모습. 웃어도 될까, 그냥 웃자. 냉큼 달려가서 두 손으로 팔을 끌어안았다. 무르지 않은 살결이 만지기 좋았다. 비스듬히 올려보며 혓바닥을 샐죽 내밀어 보이고서는,
나는 이번에도 장난스러운 분위기로 가볍게 눈웃음을 지어 보이는 것으로서 그의 말에 대신 회답했다. 뭐랄까 나는 어수룩해 보이는 듯한 그의 그 모습이 가볍게 재미있게 느꼈다. 아무래도 좀 더 내가 장난이라던가 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러한 축제에서 흔하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에게 관심과 흥미를 이끌 수 있다는 의미이겠죠. 수준의 차이는 있겠지만요? 곁에 있다 보면 그 익숙함에 젖어 들어서 단조롭게 느끼게 되곤 하여 저마다 느낌이 다르겠지요. 그러나 그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것은 별로라고 하겠지요"
그것, 행동 자체는 별것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어느 것이든 단순히 그 행동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거나 느끼고는 한다. 사람들이 축제라는 것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답은 이미 나와있는 셈이다. 그래서 나는 바로 그 '어디에나 있을 법한 축제의 놀이' 자체를 설명하듯이 말해보았다
"그런가요, 그런 명칭 이였던 것 같기도 하네요"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담담하게 나는 그리 대답했다. 나는 게임을 아예 하지 않는 편은 아니지만 크게 관심을 두는 편은 아니였다. 그저 할 수 있을만한 때 몇 번 해보는 뭐, 그런식 이였다. 사람들처럼 장기적이고 본격적인 거처를 마련하거나 가구나 가전제품 같은 것을 놓아두는 것도 아니 였고. 아무튼 그의 태도로 보면 그건 마치 당연한 것을 모르느냐는 것 같았다. 내가 그것을 모르는가 아는 가는 것은 별로 상관없는 일이다. 나는 그 물건에 큰 관심은 없었기 때문에 하지만 얻어낸다면 그렇게 한 김에 할 수는 있겠다
"그런 느낌의 물건이라면 이 행동에 대한 동기로는 충분하겠네요"
이어지는 그의 설명에 듣자면 그것은 단순히 그 물건의 기능 이상으로 물건 자체가 같는 의미는 큰 듯하다. 다른 학생들에게 과시할 수 있을 정도로. 그렇다면 더더욱 내가 하고자 하려 했던 행동에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그래서 나는 그렇게 말해보았다. 나는 그리 말하고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준비를, 자세와 함께 총구를 표적에 겨냥한다. 본래 내었을 것보다 강한 바람의 힘을 낼 수 있도록 기운을 이끌어 모으고 그렇게 홀연히 자연스럽지 않게 주변의 공기가 조금씩 틀어지는 것과 함께 방아쇠를 당기는 것으로 그 바람은 해방된다. 바람과 함께 표적은 떨어질 것이고 바람은 다시금 본연의 흐름을 보여 줄 것이다.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옷깃과 소매를 괜히 정리하기를 몇십번. 사람이 많긴 했으나 그럼에도 제 여자친구 모습은 훤하게 보였다.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어 자신의 존재를 알리자 그녀가 다가오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아니. 정확히는 달려오는 것이었다. 자신의 팔을 와락 끌어안으면서 밀착하는 그 모습에 자연히 그의 시선이 옆으로 살며시 돌아 그녀의 얼굴을 향했다. 당고처럼 둥글게 말아올린 헤어스타일이 색달랐으며 묘하게 달달하며 부드러운 향이 조금 독특하다고 그는 느꼈다. 이전에 맡았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자극적이거나 과하지 않고 은은하면서도 상큼한 향이 제 코끝을 간지럽히는 것에 그는 절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고개가 자연히 내려가니 자신을 향해 비스듬하게 고개를 올리는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혓바닥을 살짝 내밀면서 하는 말에 그는 조용한 미소에서 작은 웃음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글쎄요. 예쁜 히나 꼬시려고 잘생겼나? 일방적으로 빠지는 것은 불공평하잖아요?"
자신이 잘생겼냐, 못생겼냐에 대한 고민은 굳이 하지 않았다. 잘생겼다고 하니 잘생겼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제일이었으니까. 거기에 굳이 나는 잘새기지 않았고 히나는 예뻐요. 같은 묘하게 구차한 느낌이 드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어쨌건 그도 자존심이 있었기에. 무엇보다 고등학교 2학년인 남학생에게 있어서 잘생겼다는 말은 듣기 좋은 말이었으면 듣기 좋은 말이었지. 겸손해지고 싶은 말은 아니었다.
"헤어스타일 오늘은 바꿨네요. 향도 좀 바뀐 것 같은데. 이전의 것도 좋았지만 지금 것도 굉장히 괜찮네요. 거기다가 그 유카타도 말이에요."
검정과 붉은색이 자연스럽게 섞여있는 그 모습은 강렬하면서도 화려한 느낌이 있다고 유우키는 생각했다. 과하진 않지만 입은 이의 모습을 빛내주는 화려함을 눈에 가득 담던 유우키는 다시 히나의 모습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