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투박하게 바람 가르는 소리가 나더니만, 육탄전이랑 섞어서 연습하느라 그랬던거군.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어쨌거나 우리가 본직 격투가는 아니니까. 진짜로 그 길로 갈게 아니면, 다소는 견제 용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용도를 가볍게 시범으로 보여준다. 탕탕, 휘어지는 탄환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꺾어들어가는 탄을 쏘고. 자연스럽게 상대가 회피 태세를 취할만한 루트인 왼쪽을 돌려차기로 차서 밀어넣는다. 이런 느낌으로, 탄막을 쏜 뒤의 빈틈이나 회피 경로를 차단하는 느낌이 보조로썬 꽤 유용하지 않을까.
"초대형 침식 게이트를 전개하는 상위 악신과 만난 접신을 해제할 만큼 용한가? 잘못 접촉하면 미쳐버릴텐데."
사격한 권총을 가볍게 돌리면서, 적당히 진지한 어조로 얘기한다. 능글맞게 대답하는거 보니 농담이라고 여기는 모양인데, 나도 농담이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그래도 탄이 퍼지는 샷건은 내가 쓰기엔 조금 그렇지만....권총류라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기관단총이나 샷건같은 연발, 혹은 산탄 형식은 역시나 단일탄에 집중하는 내 스타일엔 맞지 않는다고는 생각한다. 그래서 현재 생각하고 있는 것은 소총이나 권총류에 가깝다.
"찐으로 그 길을 가려는 건 아니고. 너무 총만 쓴 것 같아가 연습 중이다. 총기를 다루는 데에 있어서 너무 총만 생각한 건 아닐까... 싶어가."
그 전에도 내구성이 좋은 총으로는 방어와 같은 행위를 했었지만, 그건 총기를 너무나 혹사시키는 행위로 어디까지나 총기만 썼기 때문에. 그렇기에 맞춘다는 것에만 너무 집중했었던 것 같았다. 나는 탄을 휘게 만든다거나 무조건 명중하게 만드는 기행을 벌이지 못하니까 목각 인형의 공격을 손으로 쳐내며 다른 손에 쥐고 있던 총으로 몸통 사격. 그리고 발로 지면을 차며 뒤로 뛰며 총탄을 난사. 이런 식으로 시범을 보여준다.
"세상에 누가 그런 신을 만나가 개고생을 하는데? 크크... 심지어 만났다고 해도 멀쩡하게 돌아가서 해주 할 수 있을 것 같나?"
에잉.. 농담도. 토고는 애어른의 너무 진지하고 딱딱한 태도가 싫었다.
"한 발 한 발에 신중함을 걸고 싶다면... 리볼버도 나쁘지 않데이. 매그넘이라던가 하는 것도 있고. 저격총을 메인으로 쓰다가 견제용으로 권총을 쓸거라면 자동권총쪽이 좀 더 용이하지 않겠나?"
저격에 어울리는 권총류는 한 발 한 발이 강력한 대신 연사력이 떨어지는 권총. 저격과는 어울리진 않지만 견제용으로 좋은 것은 연사력이 뛰어나지만 위력은 떨어지는 자동권총... 기간단총과도 같은 건 저격과도 어울리지 않을 뿐더러 민첩하게 움직어야 할 긴급 상황시에 어울리지 않으니 추천에서 제외한다.
"그 맘 뭔지 안다. 뭐, 일단 써야 한다는 상황이 안 찾아오는 게 제일 좋지. 고것도 다 돈인데."
"총사가 총에 집중하는건 어느 의미론 당연한 얘기인 것 같기도 하지만....하기사. 너와 같이 애초부터 근접전에서 사격을 실행하는 스타일이라면, 나보다 더 느끼는 바가 많았겠지."
나는 다소 공감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왜냐면 나는 철저하게 쏘는 것이 역할이었고. 오로지 쏘는 것만 특화했다. 상대가 근접전을 시도한다면 맞받아치지 않고 거리를 다시 벌리는 것이 나의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토고도 상당한 숙련자니까 다소 의견을 존중할까 하면서 시범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런식으로 담론을 느끼다가, 누가 그런 개고생을 하냐고 하길래 덤덤하게 대상을 지칭하기로 했다.
"두개 다 꽤 좋은 추천인걸. 이론적으로는 사실, 자동권총류를 통해서 이미 메인으로 굳어진 대물저격총과 각각 거리와 용도에 따라 스위칭 하는 것이 유리할지도 모르지만....내 느낌적으로는, 리볼버나 매그넘 같은 한방의 위력이 강한 권총으로 중근거리의 거너로 전환해볼까....싶기도 해."
성격상 아군을 앞에 세워두고 원거리에 잠행하는게 영 안맞는 느낌이라서 말이야. 라고 덧붙이며 어깨를 으쓱인다.
"그것도 그럴지도 몰라. 정말 엄청나게 비싸더군. 발당 9만 GP로 5발을 사니 의뢰비를 다 썼어...."
의념으로 총알발싸! 가 표준이야. 기본적으로 무한탄이라서 구매 안해도 상관 없어. 다만 특수하게 제작된 실탄의 경우 실어서 쏘면 그에 따른 효과가 실린 인챈트탄 같은 느낌이 돼. 그렇다곤 해도 비싸고 불편해가지고, 거의 대부분이 의념으로 총알발싸! 하고 있음. 저 얘기하고 있는 건앤더머도 의념탄이 기본이고 비싼 특수탄을 비상용으로 몇발 챙겨둔 느낌임.
오비나의 정권 - 하쿠진의 독 탄환 ◀ *2 게이트 '에보니토마'의 보스 몬스터, 오비나의 행동을 본떠 만들어진 탄환. 특수탄 중에는 특이하게도 강력한 공격력 외에는 특별한 능력이 없다. 독기에 의해 오염되어 특이한 힘을 가졌다. ▶ 고급 아이템 ▶ 괴악스런 강권 - 사용 시, 2.3배 증가한 대미지로 판정한다. 다음 턴 행동할 수 없다. ▶ 하쿠진의 독 탄환 - 명중한 적에게 중독(D)를 가한다. 적의 저항력에 따라 디버프의 효과, 또는 등급이 감소할 수 있다. ▶ 잔악함 - 중독된 적이 사망 시 도기 코인 30개를 소모하여 발동할 수 있다. 독을 폭발시켜 피아를 구분하지 않는 독 속성 공격을 가한다.
이게 시윤이가 가지고 있는 특수 탄환(발당 9만 + 특수 아이템으로 독 주입)
▶ 하울링 파운터 * 1 ◀ 특수한 방법을 통해 가공, 정제되어 강력한 의념의 파장을 발산시키는 특수 탄환. 적에게 격발되는 즉시 강력한 파동을 탄환을 중심으로 발산하여, 내부에서부터 적을 흔들어버린다. 실수로라도 잘못 격발될 경우, 착탄된 곳을 완전히 파괴할 가능성도 있으니만큼 특수한 자격이 있을 경우에만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다. ▶ 숙련 아이템 ▶ 반복해서 부딪히며, 찢어버려라 - 착탄될 경우 관통 대미지에 진동 대미지 옵션을 추가한다. 적의 방어력을 크게 무시한다. ▶ 힝 손아파.. - 사용 시 다음 턴 공격할 수 없다. ◆ 제한 : 사격(B) 이상, 특성 '위험물 사용 허가' 보유.
"보통이라면 여기에 고르돈으로 방어하고 빵야 쏘겠지마는... 금마는 내구도가 다 떨어져가 갔뿟다."
쩝... 그래서 이렇게 연습을 하고 있는 거지만. 하지만 조준과 몸의 움직임을 동시에 생각하려니 시야도 어지럽고 머리도 어지럽고 뇌는 타는 것 같고. 아무리 의념각성자의 신체가 뛰어나다고 한들 360도로 회전하는 시야 속에서 격렬하게 움직이며 조준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거기다 상대방의 공격을 방어하거나 쳐내거나 하는 식의 액션을 취해야 한다니.
"뭐고... 진짜가? 허미. 고건... 내 뭐라 못 해주겠네. 교회에서도 오지 말라고 할걸?"
토고는 농담이 아닌 것 같아서 질색하는 표정으로 말해본다. 어차피 표정이야 보이지 않기에 질색하는 목소리만 들리겠지만.
"흐음, 어차피 권총으로 바꿀 시점에선 적이 코 앞까지 오거나 죽기 살기로 덤벼야 하는 시점이니께 고것도 나쁘지 않것다. 아니면 섬광수류탄 같은 걸 또 준비해두는 건 어떤데?"
임마 위험물 사용 허가증이 있던가?
"근처에 오면 수류탄 던져가 눈뽕하는 길에 기습으로 탕탕. 맥이는거지."
뇌내 시뮬레이션이지만 섬광수류탄은 진짜 나쁘지 않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나도 한번 구비해둘까?
"아, 그거 공감간다. 그렇다고 싼 놈을 사믄 금마는 또 효과가 금방 떨어져서 쓸모가 없어진데이. 내는 하울링 파운터라고 한 발에 8만GP짜리 샀는데 워메.. 효과는 끝내주는데 반동땜시 공격을 몬하겠더라."
"허어. 상당히 좋은 무기지 않았나? 전쟁 스피커랑 싸웠단 얘기는 들었는데, 고생을 적잖이 했나 보군."
나는 다소 놀란 기색이 되어선 상대의 고생을 짐작한다. 자세한 장비 정보를 본건 아니다만, 언뜻봐도 상당히 단단하고 고품질의 무기였다. 그게 내구도가 다해 박살날 정도면, 눈 앞의 그도 피가 말라가는 격전들을 치뤘다는 것이겠지.
"수리는 어렵나? 그렇다곤 해도, 그렇군. 원래부터 그렇게 근거리에서 공격을 총으로 받아내는 용도로 써서 내구도가 빨리 단걸지도. 새 무기를 구한다면 아예 그런 방호 기능이 있거나, 혹은 장갑류를 괜찮은걸 구해보는게 어때. 나도 그런 의미로 이 장갑을 맞춘거거든."
같은 거너끼리라 그런가, 다소 아이디어가 잘 나온다. 총기중에 애초에 측면에 작은 방호 기능을 걸어둔 무기가 없진 않을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면 장갑을 단단한걸 구매해두면 그 손등으로 다소 받아낼 여지가 늘어날지도 모른다. 나는 그러면서 토고에게 결자의 의식을 보여준다. 방어력과 밀어내기 기능이 달려있는 이 장갑은, 비용으로 정말 상당히 많이 지출했다.
"유감스럽게도, 진짜야. 그리고, 그럴거라더군...."
상위 악신에게 찍혀서 생긴 저주 같은 것이다. 어줍잖은 교회에 가서 정화 시도를 하려 했다간, 거품을 물지도 모른다.
"섬광수류탄이라. 괜찮은 아이디어인데......다만 솔직히, 당장엔 이러니 저러니 해도 무기를 바꿀 돈도 없어서 말이다. 사실 그런 부분에서 지원을 받으려고 UHN에 방문했다가 참사를 겪은거고...."
한숨을 가볍게 내쉰다. 이제와 지금보다 쓰고 있는 장비보다 더 좋은걸 구하려면, 기연이 닿거나 100만 GP 이상은 훌쩍 넘게 요구 될 것이다. 나는 두개다 없고, 그런걸 얻어보려고 협회에 방문했다가 위험한 회담 같은 것에 마주친 것이지.
"싼걸 사서 어설프게 효과도 못 보면, 애초에 구매한 의미가 없으니까. 비싸더라도 값을 기대할만한 녀석을 사야지....그리고 나랑 꽤 비슷한데. 내 쪽은 위력을 대폭 늘리는 대신, 아예 행동불능이 될 정도로 반동이 심해져."
이것이 다 경험이라고 토고는 생각한다. 가능한 겪지 않았으면 하는 경험이지만, 덕분에 토고도 무언가를 생각할 계기가 되었다. 입을 다문 그에게 약간은 고마움을 느끼다가 그 이후에 그가 하는 말을 듣고는 휘파람을 한 번 불어본다.
"X됐네."
짧은 말이지만 이 한마디에 모든 요약이 다 들어 있다. 기사재전... 내가 바티칸에 가지 않았더라면 나도 휘말렸을 가능성이 높았겠군.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토고는 목덜미를 매만지다가 그를 힐끔 쳐다보고는 "힘내라." 한마디만 해준다. 이 한마디가 얼마나 위력적일진 모르겠다. 그저 도울 수 없는 상황이기에 말 뿐이지만 그에게 힘을 보태주고 싶었다.
"딴 곳은 뭐, 우리들이 어케 해볼테니까 사는 데 집중해라. 가디언이 아니고 훈타니까. 자기 목숨이 제일이지 않겠나?"
최근이 자기 목숨이 우선이라는 것도 흔들리고 있지만, 이건 비밀이다.
"내랑 똑같네. 딱히 뭔가 이유가 있는 거도 아니고.. 그냥 스승님이 들가보는 게 어떤데? 하고 추천해줘서 들어왔다. 개인적으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이있지만, 이건 굳이 특별반이 아니더라도 이룰 수 있는 소망이고." "한 번 찐뜩혀이 생각해보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들의 목적을 말이다. 목적이 없는 탄환은... 오발탄. 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그리고....또 하나 짚이는건, 내가 역성혁명 초식이 어떤 자세냐고 물어봤었지. 저격총으로 쓰는거니까 반동을 잡기 위한 저격자세 여러개 찾아와서 이런 느낌들이냐고 물어봤는데 캡틴이 역성혁명은 극히 실전적인 기술이라 고정 초식이 없고 그 때 상황에 맞춰 쏜다고 했었는데. 그것도 '저격총으로만 쓸 수 있는건 아니다' 라는 암시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