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두드리는 장마의 빗살. 신과 요괴에 얽힌 소년의 고민을 듣기에는 시의적절한 공간이다. 소년이 다른 것도 아닌 태양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라면 더욱 그렇다.
"기묘한 일이라, 그 말씀을 들으면 마치 류지 군은 신의 존재를 믿는다는 것 같네요. 현대인인 주제에."
"막 이래."
뻔뻔한 단어를 입에 올리며 양손을 가지런히 포갰다.
"신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에 대해서라면, 사람이라면 신을 믿게 되어 있다고 대답하는 수밖에 없네요. 그 대상이 변할 뿐이에요."
머나먼 옛날에는 이름 없는 두려운 자연 그 자체를. 문명이 건설되고서는 온갖 대상에 저마다 이름을 붙여가며. 현대로 와서는 과학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이어진다. 그마저 언젠가 스러진대도 기어이 다른 대상이 빈 신위에 옹립될 것이다. 결국 사람은 무언가에 기대지 않고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기에. 단지 사람의 필요에 따라 언제 모셔졌냐는 듯 결결이 스러지고 뒤처질 뿐. 그렇게 영락한 존재 중 하나가 상담료를 받느냐고 퍽 조심스럽게 묻는 인간의 아이를 향해 마치 가면을 만들어 쓰듯 온도 없이 완벽한 미소를 지었다.
"상담료를 받는다고 하면 상담을 받고 싶은 마음이 없어질 것 같나요?"
신에게 답을 구하고자 하면 마땅히 가는 것이 있어야 한다. 점괘를 내고자 하면 복채를 바쳐야 한다. 오르고자 하면 반드시 내려두는 것이 있어야 한다. 신사神事와 제사祭事의 신이라면 응당 등한시할 수 없는 이치지만, 그것은 인간 사이의 일이라도 도무지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것은 인간으로서 자신을 보는 소년을 넌지시 떠보는 일이다. 꿰매듯 가로지르는 붉은 매듭이 장식된 소맷부리를 서로 겹치며, 남은 매듭은 얽어두어 이슬처럼 소매 밑으로 드리워두며, 명백한 위화감의 모습을 하면서, 너는 대가를 바치는 겨우 그 일이 두렵느냐며.
/주석: 장마=츠유지만 일본 옷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는 소매 매듭 장식의 늘어진 부분 또한 츠유라고 불린다.
"글쎄요~, 관점과 행동을 달리하기에 따라서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요. 어떻게 정하시겠나요?"
나는 그의 '위험인물'이라는 표현에 장난스러운 태도로 그렇게 말했다. 나의 행동에는 장난이 섞여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안에 든 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은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말 그대로 나쁜 것이라 하다면 나쁜 것이 될 것이고, 좋은 것이라 한다면 좋은 것이 될 것이다. 결국 판단하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판단을 하게 되려거든 나와 함께하면 알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어머, 제 것을 그렇게나 신경 써주신 건가요? 좋으신 분이시로군요."
이어서 내가 건넨 손수건을 거절했었던 행동에 관련하여 또 다른 말이 그로부터 나오면 나는 은근히 작게 웃고는 그렇게 말했다. 그의 말에 나도 동의하는 점도 있지만 결국 손수건은 그렇게 되기 위해서 있기에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 그저 언제 무엇으로 될 것인가에 단지 그뿐이겠지. 굳이 흙이 아니더라도 내가 그것을 계속 지닌채로 어느의미로든.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애용하는 좋아하는 것만큼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어쩌면 그럴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반대로 훌륭한 여흥이 될 수도 있을 거에요. 더불어 제가 아닌 축제가 지닌 불꽃 이라면요? 그것은 멈추지 않고 하늘로 나아가게 될 것이니까요"
그렇게 설명이 이어져간다. 이번에는 축제에 관련하여 것들. 그의 말대로 그 자체로는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축제에서 보거나, 듣거나, 가질 수 있는 것은 축제가 아니 여도 늘 사람들의 곁에 있던 것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축제라는 영역과 가치를 부여하여 모여 들어가는 것에는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기에 그렇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후후, 저를 이끌어 안내를 해주시는건가요? 그렇다면 부탁드리겠어요"
마지막으로 그가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한번 웃고는 바로 승락했다. 나는 그것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모처럼의 축제다. 이것도 인연이라고 할만 한 상대지 않던가 좀 더 함께 놀 수 있다면 나로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게다가 그로부터의 제안이라면 더욱 좋은 일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내가 굳이 수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니까
그런걸 한가지 사건만으로 판단하는건 멍청한 행동이라는건 그 자신도 알고있었고 여기서 '넌 나쁜 사람이야!' 라고 하기에도 모진 사람도 아니었으니 그녀의 말과 비슷한 대답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가 불꽃을 터뜨리려고 했던 이유를 알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가 그녀에게 건낸 제의를 생각하면, 지금에와서 그건 그렇게까지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지내면서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건 또 오랜만인데."
그런 고급품질의 손수건은 어디까지나 몸에 흐르는 땀과 눈물을 닦는걸로 족한 물건이다. 그 외의 물질을 닦아서는 그 손수건은 예전 그대로의 외견을 유지하지 못하겠지. 그건 아름다운 그 자수와, 부드러운 옷감에 대해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새삼, 그녀의 머리카락을 바라보았다.
"모든건 시작과 끝이 있는거라고? 혹시 마음에 영원히 남는다는 로맨틱한 말을 하는거야?"
그의 머릿속에서 생각할 수 있는건 이 정도였다.
"어어, 알았어. 그럼 일단 사격장인가..?"
아무리 그래도 축제중인데 탁구장에 가서 '특훈이다!' 라고 외칠정도로 그는 미친사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