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9 기타설정에... 없...? 아, 좀 애매하게 적어놨구나? 작년에 왔어요! 재작년, 즉 1학년까진 도쿄에 있다가 와장창 해픈드! 해버려서 그 뒤로 온거니까 아야카미 고등학교엔 2학년부터 스타트했단 느낌이네! 왜 1학년까진, 이냐구요? 얘가 다닌 학교가 설정상 중•고 통합시스템이라...
정당한 출퇴근 시간과 정직한 월급이 제공되는 안정적인 직장이야말로 모두의 꿈과 같은 것이지...
암만 헛치레 떨어봤자 피차 돌아갈 수 없음을 안다. 제 아비 넋빠진 몰골은 불초녀가 보기에도 심히 애절초절할 테다. 맞은편에서 일순 실소로 피식 흐느끼니 그만 함께 웃어버렸다. 덕담 주고받던 적이 이따끔 그립다가도, 이제 와 정녕 그때로 돌아가고 싶으냐 묻는다면 그럴 리 만무하다. 재 끼얹은 물을 갈아치우기엔 근간이 썩은 탓에 마냥 생긴 대로 살고자 거푸 속으로 강다짐했다. 찻잔에 뜬 담배 한 까치가 내 형편만큼 우습다. 제 아비의 방종이나 머리에다 각인하기를. 못되 처 먹은 심보로 불순물 채 단숨에 들이켰다. 떫고 밋밋한 맛이다. 두어 번 입맛만 다셨다. 가심거리 찾으려 애꿎은 부처나 노시했다. 시선 내리면 아래에 누운 인어가 보인다. 불규칙하게 떨리는 숨소리가 재탄생을 알린다. 반주검 눈 뜨기 전에 억지로 일으켜 등 받쳐 안았다. 짧게 숨 먹었다. 이제야 입에서 단맛이 돈다.
"구면이지? 네가 귀보 갖다 곤죽 만들어준 덕에 세상 사는 낙 하나 얻었다. 그래도 담부턴 함부로 대하지 마. 깝쳐도 그냥 미친년이겠거니, 넘겨줘. 얘한테 요 반반한 낯짝 빼면 뭐가 남을까. 보는 맛 떨어지게 자꾸 흠집 내면 재미없어."
부녀간 연 맺은지 하루도 안 되어 딸아이 멱살 잡긴 싫다. 불찰 갖다가 꾸중하기도 늦었다. 전후 사정 깨닫기 이전에 벌인 일 아닌가. 살점 찢겨봐야 내 손길 닿은 찰나에 전처럼 온전한 태를 갖춘다. 그를 알기에 외려 평이한 투로 말을 냈다. 그럼에도 귀보가 남의 손때 타게 둘 순 없어서 말끝을 단호히 세워 쐐기 박았다. 마주하던 눈 내리깔아 내 것에 뒀다. 역시 온갖 마땅찮은 구석 가운데서도 얼굴 하난 쓸만하다. 태양을 홀렸으니 웬만한 기녀보다 낫다. 슬그머니 딸내미 다시 눈여겨봤다. 아비로써 본보기를 보이진 못할 망정 한낯 미혹에 심취했으니 절 받을 자격도 없다. 제법 예우 지킨 동작 앞에서도 두어 번 목례 올리고 치웠다. 되바라진 눈빛 앞두고선 고개 모로 틀었다. 막바지에 눈길 둔 곳은 언제나 같다.
"내 배필로 삼으려고."
가녀린 손목을 잡아 들었다. 힘 없이 늘어지기에 곧 깍지 껴 단단히 묶었다. 내 것 아닌 손등이 밖을 향하게 두고서 여식 눈가로 가져갔다. 빨간 옥반지가 빛난다. 엮은 손아귀에 힘주면 화독내가 법당을 메운다. 인어가 뱉은 불은 바다색으로 탄다. 손등에서 시퍼렇게 이릉거리는 불길을 보며 그리 생각했다. 손목 휘저으니 불씨가 멎었다. 반송장을 한 쪽 어깨에다 들춰매고 일어섰다.
"진짜 개족보 따로 없네... 좋아.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우리 손주 생각해서 한 수 물려주는 건데. 걔 오늘 얼마나 잃었지. 어쨌건 속 꽤나 쓰리겠다. 후에 개평이라도 얹어줘야겠어."
등 돌려 읊었다. 발 아래로 불붙어 서서히 분진으로 돌아간다. 죽기 직전 입 마저 뻥긋거렸다.
"우리 딸, 만수무강하시기를."
//아니 저 필라테스하다 무리와서 목이 안 돌아가거든요 지금 ㅋㅋ 막레로 받아 주십쇼 ^^ 텀은 길었지만 너무 재밌었습니다 ㅎㅎ 수고 많으셨고 담엔 살살 부탁해용
>>900 으으음 약간 아지트 같은 느낌일까? 사람이 많던 자리에 혼자 남겨진 것은 또 마음에 안정감을 가져다주니까. 이제 더는 올 사람 없으니 편하게 있어도 괜찮겠다라는 그런 느낌. 우산 하나 쓰고 걸어가는 거 너무 좋지. 이제는 딱 달라붙어서 둘 다 어깨 젖지 않게 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