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한양의 시선이 향한 사람은 다름 아닌 선경. 둘이 먼저 눈이 마주쳤나 모르겠지만, 리라는 곧 다정하게 선경에게 한양의 소개를 해주었다. 리라가 한양을 소개해주는 동안 한양은 속으로 작게 안심을 했었을 것이다. 전에 봤던 모습과는 매우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한동안 리라의 눈치가 보여서 무사히 퇴원했냐는 질문을 건네지 못했었다. 혹여나 정말로 잘못되어도, 리라는 부원들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다는 이유로 밝은 모습을 보였겠지. 그래서 질문을 못했다. 혹여나 아픈 곳을 건들까봐. 하지만 다행이야. 퇴원소식을 차마 접하지지를 못했는데, 건강하셔서 다행이야.
선경의 반갑다는 얘기에 한양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고, 고개를 살짝 숙이며 " 아, 예예.. 안녕하세요.."라고 어색하게 인사했다. 역시 처음 보거나 아직 안 친한 사람은 힘들어. 아, 저 사람이 힘들다는 게 아니다. 한양이 힘든다는 거지. 현장이나 부실에서 부부장으로서의 모습을 보여도, 역시 천성적으로 내성적인 성격은 완벽히 숨기지 못했겠다. 사실 대화를 이어나감에는 문제가 없지만, 이렇게 만남이 시작될 때가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었겠다. 오너의 손으로는 당장 서술할 수 없는 그런 어색함. 그것도 한양 본인만 느끼는..
이어지는 리라의 말. 언젠가는 한양을 센터에 초대할려고 했었다고 한다. 한양은 머쓱 웃으며 말했다.
" 에이, 무슨 초대까지 해. 리라양도 나중에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들의 소중한 사람을 지켜주세요. 그거면 됐어요. "
" 아, 내가 굳이 말 안 해도 그렇게 할 사람이지, 리라양은. 뭐 어쨋든 간에.. "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말을 끝냈을 것이다. 텍스트로만 보면 무안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지만, 입으로 뱉는 톤과 어투는 잔잔하고 온기가 있었다. 건네주는 호의에 무안을 주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그냥 한양이 칭찬에 약해서 나오는 서투른 표현이었다. 이어서 신경은 한양에게 늦게 인사를 드려서 미안하다고 말했고, 한양은 두 손을 작게 흔들며 괜찮다고 말하였다.
" 죄송할 필요 없으셔요. 건강하셨으니깐..굳이 얼굴로 안 봐도, 그게 가장 크고 반가운 인사죠. "
선경의 걱정어린 눈빛. 한양은 선경을 후송하고나서, 순간적으로 매우 과도한 힘을 사용했기에 병실에 누웠다. 사실 치료랄 것도 없이, 링겔 하나 맞고 하룻동안 휴식을 취한 게 전부이긴 한데.. 이걸 듣지는 않았겠지?
" 저 완전 멀쩡해요! 다음 날에도 쌩쌩하게 돌아다녔는 걸요. 선생님 지금까지 걱정하셨겠네. 괜찮으니깐 이제 내려놓으셔요. "
코피가 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무리한 보람은 있었는지, 몰려오던 천마리의 괴생물들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둔해졌다. 그래도 채엑이었던 설탕시럽을 밟지 않은 개체는 동료를 밟고 넘어오려나 싶어 긴장을 놓지 않는데... 어라? 천장 위에서 동월의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천장이 말 그대로 내려앉아 깔끔하게 괴물들이 있는 곳만을 깔아뭉개는 광경에 새봄은 눈만 끔뻑이다, 정신을 차리고 동월이 걸터앉은 천장을 향해 다가가 위로 올라섰다. 그러고는 그가 건네는 말이 저를 향한 칭찬임을 인지했음에도 답할 틈도 없이 청각과 시각을 곤두세웠다. 혹시나 깔리지 않은 벌레가 있어 이쪽으로 올라올 지도 모른다. 그러나 숨을 죽이고 있어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새봄은 그제야 숨을 돌리고 동월을 향해 생글 웃으며 대답했다.
"아하하, 그냥 평범하게 살아서 졸업하고 싶은 레벨 0이면 위기상황에 이 정도는 하지 않을까요? 어쨌거나 칭찬 감사해요."
뭐 목표가 생존이 아니라 결사항전이 될 뻔도 한 것 같지만, 그래도 이번 경험 덕에 어지간한 실전은 어우, 노래도 부르면서 할 수 있을지도? 뭐 잠입같은 거라면 노래 부르면 안되겠지만.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앤이에요. 앤 셜리. 한 때는 제럴딘, 코델리아 피츠제럴드같은 근사한 이름을 가지고 싶었지만, 지금은 포기했어요. 제가 그렇게 불러달라고 해봤자 저만 우스워진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아! 저는 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에이번리에 있는 그린게이블즈에 살고 있어요. 그리고 빨간머리랑 주근깨가 컴플렉스니까 그걸로 놀리시면 석판으로... 아참참! 제 소개를 하자면 끝이 없으니까 이쯤 마무리하고 제가 놓인 상황에 대해 말해볼게요.
저는 분명 방과 후에 다이애나와 집에서 놀기로 약속해서 수업이 끝나자마자 정신없이 교실을 빠져나왔는데, 세상에! 학교가 이상해졌지 뭐예요! 건물도 이상하고 여긴 다이애나는 물론이고 제인도 루비도 조시 파이조차도 없어요. 그래도 화단의 꽃들은 무척 아름다워서 무심코 매료당한 탓에 그 앞에 쪼그려 앉아 뭐라고 이름을 붙여줘야 하나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웬 흰 가운을 입은 분들이 저를 신새...봄? 뭐 그런 이상한 이름으로 부르더니 절 우악스레 끌고 가시지 뭐예요! 제 이름은 앤 셜리고 사람 잘못 보셨다고 침착하게 말도 해보고 발버둥도 쳐봤지만... 소용 없었어요.
앗, 그래도 한 분은 말이 좀 통하시더라구요! 제가 앤 셜리라는 것도, 이상한 학교에 조난당한 것도, 심지어 화단의 꽃의 이름을 이사벨라라고 하고 싶다는 것도 다 들어주시더니, 제가 겪고 있는 기현상에 대해 설명해주셨어요. 이야기하면 길지만, 중요한 건, 이 세계에서의 저는 상상력과 먹을 수 없고 살아있지 않은 물건들만 있으면 맛있는 것들을 만들 수 있다는 거예요! 게다가 며칠간 여기에 머물면서 달콤한 것들을 만들어내면 (그게 실패작이라도 괜찮으니) 집으로 보내주시겠대요! 그래도 다이애나와의 약속에 늦을까봐 걱정이 돼서 지금 보내주시지 않으면 안되냐고 했는데, 지금은 곤란한 가봐요... 그래도 할 일을 마치고 에이번리로 돌아가면, 교실을 나온 바로 그 순간으로 돌아갈 거래요! 마법의 힘이라나요~.
그래서 훈련실이라고 하는, 정말 제가 본 실내시설 중 가장 재미없게 생긴 방으로 들어가서 커다란 대야에 접시를 넣고, 그걸 사과파이로 만드는 상상을 하게 됐어요. 제가 파이는 정말 잘 굽는답니다! 그래서 눈을 감고, 마릴라 아주머니와 함께 파이를 구웠을 때를 상상하며 열심히 떠올렸어요. 새빨갛게 익어 싱싱한 향을 풍기는 사과의 껍질을 벗겨 노란 속살을 드러내고, 자그마한 주사위 모양으로 썰어서 흑설탕, 레몬즙, 계피가루를 넣으면 새콤달콤한 속이 완성되지요. 그런데 왜일까요? 상상을 하면 할 수록 머리가 아파져서 생각이 끊겼더니 접시는 온데간데 없고 보글보글 끓는 사과파이 속재료만 웅덩이를 이루고 있지 뭐예요. 속재료만 따로 있으니까 영 맛이 없어보이네요... 그래도 실패작이라 해도 괜찮다 해주셨으니, 전 곧 에이번리로 돌아가 다이애나와 놀 수 있겠죠? 그 애가 저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제 방이라고 안내해주신 곳에서 이렇게 일기를 쓰고 있답니다! 돌아가서 오늘 겪은 일들, 앞으로 겪게 될 일들을 말하면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어쩌면 좋은 소설의 소재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오늘은 이만 하고 자야겠어요. 내일은 파이보다 간단한 걸 만들어 봐야겠네요!
내 태도가 어느새, 아니 처음부터 적대적이었음은 두말 할 것도 없었다. 대화 중에 존경심이 새로이 솟았다 한들 그만큼 원망이 줄어든 것이 아니었다. 단지 최은우라는 인간에게 새로운 감상이 추가되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니 내 이런 거슬리는 부분을 지적한다 해도 코웃음을 쳤겠지만 단 한 번의 지적도 들어오지 않았다. 되려 그 포용하는 듯한 태도에, 흘려넘기는 저 태도에 나만 긁혀가고 있었다.
그 태도로 나를 대한다는게 참을 수 없이-
"...생각 정도는 해본다니 참 여유가 넘치시네요."
웃음기 없이 메마른 목소리로 대꾸했다. 이어지는 말에는, 바로 뭔가 말하지 않고 잠시 눈을 감았다.
그러고보면, 나는 내 원래 성격이란 걸 몰랐다. 집- 그 저택에서는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죽은 듯이 있어야 했고 데 마레에서는 미움 받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착한 아이인 척 해야 했고 영락에서는 하루하루 미쳐버리지 않게 정신을 붙잡고 있는게 고작이었고 같은 말이라도 표정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걸 알았고 무표정보다는 웃는게 인간으로 받아들여지기 쉬운 걸 알았고 그래서, 그러니까, 그랬으니까.
그러므로 내가 지금 취해야 할 태도는.
"...습, 후-..."
눈을 감고 고개를 숙여서 심호흡을 했다. 내가 아주 잘 아는 것을 하면 됐다.
감정을 죽이고, 기분을 죽이고, 이 상황을 넘기면 돼.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그래.
나는 차분히 감정을 가라앉히고 고개를 들었다.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로 말했다.
"부장님의 의견은 잘 들었어요. 분명 사람마다 다른 생각과 가치관이 있으니, 저와 생각이 다르실 수도 있겠죠. 저는 용서하고 용납하고 그러지 않을 거에요. 거기에 대해선 세은이하고는 이미 얘기가 끝난 상태에요. 이제 세은이 차례일 뿐이죠. 세은이 본인이, 다시 친구가 되겠다고 직접 말했으니까요. 직접 한 말을 지킬지 이번에도 버릴지는, 세은이 하기 나름이에요. 전 그저 지켜볼 뿐이구요."
나는 마시지 않은 이온음료를 챙겼다. 완전히 미지근해진 캔을 후드집업 주머니에 넣었다.
"태오와 희야에 대해서는, 말하실 것이 없다면 그런 줄 알게요. 말하지 못 한다는 사실 만으로 충분해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멋대로 끌어온 의자를 제자리에 넣고 부장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귀한 시간 낭비하시게 하여 죄송합니다. 저는 이만 귀가할 테니 마저 일 보세요. 안녕히 계세요."
나는 돌아서 내 자리로 가 내 가방을 챙겼다. 가방을 한 쪽 어깨에 올려 걸치고서 부실 입구로 갔다. 뒤에서 붙잡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한, 나는 주저없이 부실을 나갔을 것이었다.
//은우야 고맙다 덕분에 초기 혜우 생각이 났다 혜우 잡는거 아니면 그냥 가버릴 거라, 이걸로 막레 해도 되고 따로 막레 써줘도 좋다
다소 어색하고 머쓱한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그저 만족스러웠는지 똑같이 미소지으며 한양을 바라볼 뿐이다. 특히 선경은 한양의 현 상태가 양호하다는 것을 확인한 후 눈에 띄게 안심한 기색을 보였다.
'다행이네요. 한양 학생이 그 일 때문에 계속 아팠으면 마음이 안 좋았을 거 같은데.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또한 리라는 이 광경에 다른 의미의 안정을 느낀다. 여러모로 강력한 스크래치를 내고 지나간 초여름의 사건은 관계의 재정립과 안정을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거대한 트라우마를 남겼으니. 약의 종류와 양은 늘어났고 길어지던 상담 텀은 다시 짧아졌으며 종종 괴로운 기분이 되곤 했다. 하지만 역시 이런 광경을 보고 있으면 그 모든 고단한 일들이 마냥 의미없이 일어난 사건만은 아니었구나 하고 재차 느끼게 된다. 파도 쓸려간 자리에도 남는 것이 있다.
'사실 나는 리라가 저지먼트를 한다고 했을 때 조금 걱정했었어요. 하지만 한양 학생 같은 좋은 학생들과 어울리면서 점점 더 밝아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이네요.'
내부의 일—이를테면 그림자와 위크니스 같은 것들—을 모르는 만큼 일면에 불과한 감상이었으나 그 또한 진실의 일부분이다. 리라는 저지먼트와 함께하며 옆 사람의 손을 잡고 일어나는 법을 배웠으니까.
"물론! 좋은 건 잘 배워서 써먹어야죠. 그게 후배가 할 일 아니겠어요?"
다른 이의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일. 한양의 말에 리라는 웃는다. 마땅히 그러할 것이다.
'만난 김에 뭐라도 사 주고 싶은데. 혹시 음료수는 이미 마셨나요? 어디 보자... 아, 여기 있다.'
그러던 중 어깨에 맨 가방을 뒤적이던 선경의 손에 작은 플라스틱 용기가 하나 딸려나왔다. 선경은 그것을 한양에게 내밀었다. 투명한 플라스틱 덮개 안에는 분홍색, 노란색, 연두색의 다식이 각각 2개씩 들어있었다.
'내가 만든 거예요. 답례라기엔 약소하지만 가져가서 한번 맛봐요. 음... 아니면 고등학생인데 케이크 같은 게 더 좋을까?' "한양 선배님 떡이나 녹차 같은 것도 좋아하세요. 부실에서 간식 드실 때 보면 그런 거 자주 드시더라고요."
당장 봄에 마니또를 할 때도 건넸던 간식들에 대부분 긍정적 반응을 보여줬던 걸 고려하면 이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차라리 더 나을지도? 그건 한양이 가장 잘 알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