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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턱이 없는 나는, 아니, 알아도 어쩌라고 했겠지만 아무튼 은우가 바쁘든 말든 내 용건을 들이밀 작정이었다. 음료는 핑계일 뿐이었지, 말을 걸기 위한.
그도 그럴게, 내가 말을 걸고 싶어 하겠냐고, 최은우한테.
"쉬엄쉬엄은 안 되도, 제 말 들어줄 짬은 있나 보네요. 친절하시긴."
쯧!
까칠하게 가시 박힌 말에 대놓고 혀차기까지, 대체 얘가 왜 이러나 싶은 언행을 이어가며 남은 복숭아 이온음료를 가져왔다. 근처에 빈 의자 아무거나 끌어와 은우의 책상 옆에 놓고 털석 앉아 캔음료의 따개를 틱, 틱, 건드리며 말했다.
"1학년에게 잘못은 몰라도 저 개인적으로 원한? 그런 건 좀 있죠. 알고 계실지 모르지만, 제가 세은이랑 초등학교 시절 사이가 좀 좋았어야죠. 이런 시궁창 같은 곳에서 사귄 첫 친구인데, 오죽하겠어요, 그쵸?"
따개를 건드리던 검지가 툭 튕기며 손끝이 찌릿해졌다. 눈을 꾹 감으며 얼얼해진 손을 가볍게 흔드는데, 눈썰미가 좋다면 손톱 없이 밋밋한 손끝이 보였을 터였다. 나는 따지 못 하는 캔을 들기만 한 채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뭐 중간이야 어쨌든 여기 와서 다시 만난 거야 아무래도 상관 없는데, 이게 멀어진 시간이 길어서 그런가, 도통 세은이를 이해할 수가 없어서요. 그래서 거리를 둘랬더니 세은이 본인이 이젠 안 그럴 거라며 고집을 바락바락 부리질 않나..."
사람 속도 모르고 말이지.
"어떡하나 답답하던 차였는데 때마침 뭘 좀 발견해서요. 부장님 앞으로 온 편지라던가. 그런 건 확실히 태워서 없앴어야죠, 허술하시긴. 아무튼 그런 이유로 그 편지와 관련된 얘기를 듣고 싶네요. 솔직히 부장님 만이면 패스하겠는데 세은이가 얽혔으니까, 제 이해도 도울 겸 두 사람 얘기 좀 해주시죠. 세은이는 모르고 부장님만 아는 것들요."
어쩔거냐는 표정으로 은우를 응시했다. 세은이를 걸고 넘어진 건 치사하다고 생각하지만, 완전한 거짓도 아니었으니 나는 당당했다.
"그건 둘이서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 아니야? ...걔 내 말 잘 듣지도 않는 거 알잖아."
솔직한 심정으로 은우는 그걸 왜 자신에게 따지는지 모르겠다는 마음이었다. 그야 둘이 친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세은과 친하게 지내던 이들은 어릴 때 본 적이 있었고 그 중에는 혜우도 있었으니까. 물론 딱히 친하게 지내진 않았다. 세은이가 소개해주는 것은 극히 거부했었으니까. 즉, 은우에게 있어서 그녀는 어디까지나 존재와 이름만 아는 이였을 뿐이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세은과 잘 지내줬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이뤄질지는 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겠는가. 자신이 끼일 수는 없었다.
"...아. 그거 읽은거야? 그래서?"
편지를 구겨서 넣은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은우는 딱히 놀라지 않고 태연하게 그녀를 바라봤다. 물론 그것을 굳이 꺼내서 읽었다는 것은 조금 놀랍긴 했지만 쓰레기통에 있었으니 누가 읽었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태워서 없애야했다는 말에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쓰레기를 버린 것 뿐인데,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하는 심정이 더욱 강했다. 사실 그보다 방금 전 이야기와 편지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그로서는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그야 세은이도 얽혀있지. 내 고모와 고모부라는 것은 세은이의 고모와 고모부니까. 이야기를 해달라고 해도 말이지. 뭘 알고 싶은건데?"
세은이는 모르고 자신만 아는 것들을 이야기해달라는 그 말에 은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완전 적대적인 분위기를 강하게 풍기면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지만 애초에 그녀는 뭘 알고 싶은 것일까. 그것부터 감이 안 잡히는 탓이었다. 이어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 혜우에게 물었다. 그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차분했다.
"그러니까... 나와 세은이와 고모와 고모부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거야? 아니면 따로 알고 싶은 것이 있는거야? 전자라면... 왜 그걸 알고 싶어하는지도 알고 싶은데? ...나는 입부 면담을 할 때 가족에 대한 것은 딱히 묻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와 세은이의 가족에 대해서 알고 싶은 이유가 있어?"
비꼬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왜 그걸 알고 싶냐는 궁금증만을 입에 담으며 은우는 콜라를 땄다. 그리고 한 모금 마신 후에 쭈욱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혜우의 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0 "한동안 말이 많았었지여. 공룡의 후손은 조류고, 그중 가장 가까운 존재가 닭이라구여." [어쩌다가 양서류가 파충류가 되고, 거기서 또 조류로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지금으로선 가장 유력한 가설이거든. ...설이 아닐지도 모르고,] "그 사이에 시조새도 있었고 말임다. 사실 공룡도 정말 파충류라 분류해도 좋은건진 모르겠지만... 원래 공식석상에서두 말빨 좋은 사람 말이 맞는 말이잖아여." [그렇게 말해버리면 학회에서 증거들을 내밀면서 열변을 토하는 사람들 노력이 대똥꼬쇼 같아보이거든...] "뭐 어때여~ 용이 실존했다면서 나온 화석이 상당히 작위적이라던가, 분명 화석인줄 알았던 고대 파충류의 흔적이 사실은 동물성 물질로 정교하게 그려낸 거라던가 말임다." [뭐, 최근엔 그런 일도 있었다지...]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며 화면에서 분주히 오가고 있는 데이터들을 눈으로 보고, 머리로도 읽는 중인 그녀의 옆에선 마치 늘 있는 풍경이라는양 바나나 푸딩을 한입씩 먹고 있었다.
[근데 그거랑 이거랑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거든?] "아, 이번 과제 말임까? ...사실 그게 말임다~" [...또 연구소 서버 털어서 꺼낸거면 들킨 순간 선생님이 환멸의 서드불릿을 날리실지도 모르거든.] "...데헷~★" [...난 정말 요즘 애들 이해 못하겠거든.] "유라두 요즘 애들이잖아여." [...Aㅏ?]
"이게 뭐야? 이건 그냥 설사약이잖아?" "샹그릴라라면서 대체 이딴 걸 누구한테 산거야?" "스킬 아웃 얼그레이가 암시장의 마지막 물량을 모두 선점했다고 하는 정보를 듣고..." "샘플 실험도 안한거야!!" "실험 결과는 모두 진짜 샹그릴라였습니다!" "정말이야? 실험 도구가 잘못되거나 방법이 잘못된 게 아니라?" "그럴리 없습니다! 구매한 지 얼마 안되는 신제품입니다! 주위 실험실에서도 사용하는 제품이어서 믿을 수 있습니다!"
철현은 도청기로 이 모든 상황을 낄낄거리며 듣고 있었다.
"얼그레이라...어쩌다가 스킬 아웃 '얼간이'가 '얼그레이'라는 멋진 이름을 갖게 되었지?" "뭐, 덕분에 쓰레기 같은 연구소의 연구비를 털어먹었으니 나야 고맙지" "그 도구 판매상이 제대로 된 사람인지, 진짜 그 회사 직원인지부터 알아봐야지~ 멍청아"
자신의 과실도 있다는 말에 은우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는 알고 있었으나 그에 응답할 생각은 조금도 없는 탓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 말은 적당히 한 귀로 흘렸다. 고작 그 정도로 화를 내거나, 열을 낼 생각은 없었다. 무엇보다 아직 자신은 좀 더 해야 할 일이 있었으니 그 전에 그 '책임'을 질 순 없었다. 아직까지는.
"너는 여기에 오기 전의 세은이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지? 세은이라면 아마 여기에 오기 전의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했을테니까 아예 모를려나?"
하지만 혹시나 친한 친구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진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예 모른다는 가정하에 이야기를 하기로 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무관계한 이라면 적당히 넘기겠으나 세은의 친구라고 한다면 알 권리가 있다고 판단한 탓이었다. 사실 이런 것은 세은에게 듣는 것이 좋겠지만, 그 애가 모르는 사실도 있었기에.
"그 전에 약속을 해줄 수 있을까? 너는 세은이가 모르는 사실까지도 나에게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는데... 그 관련은 듣는다고 해도 세은이에겐 비밀로 해줄 수 있을까?"
물론 별 거 아닌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은우는 그 사실을 요구했다. 만에 하나라도 세은에게 전해지지는 않았으면 하는 사실이 있었기에. 그의 표정은 차분함에서 진지함으로 바뀌었다.
"그게 힘들다면, 나도 말해줄 수 없어."
그 부분에 대해서 그는 강하게 선을 그었다. 조금은 차갑게, 냉정하게. 그리고 숨을 후우, 내뱉은 후 은우는 이어 혜우에게 이야기했다.
"덧붙여서 그 작자들이 온다고 하더라도 세은이와 만나게 할 생각 없어. 내가 만나고, 내가 처리할거야. 그러니까 세은이에게 피해갈 일도 없어. 이것만큼은."
>>862 일단은 움직이지 않을 것 같긴 한데 저기서 더 설치거나 더 사고를 치면 그땐 아마 에어버스터가 움직이지 않을까 싶네요!
퍼스트클래스와 안티스킬의 관계. 이건 퍼스트클래스마다 다 관계가 달라서 딱 뭐라고 하긴 힘드네요. 일단 에어버스터만 이야기를 하자면 약간 비즈니스 관계에요. 에어버스터 쪽에서 안티스킬이 가지고 있는 자료가 필요하면 요청해서 받고, 안티스킬도 에어버스터의 힘이 필요하면 지원 요청을 하는 느낌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