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하고 왔단 말에도 시큰둥히 한 번 쳐다보다 말았다. 자꾸만 들러붙어 귀찮고, 옆에서 종알거리는 것도 시끄럽다. 연신 상정에서 벗어나는 짓거리 하니 신경 바득바득 긁히는 듯해 거슬린다. 그런 녀석 예쁜 구석 어디에 있다고. 그런데도 다가오는 것 밀어내지 않고 곁에 두는 까닭은, 그저 저것의 피가 단 탓이다. 품에 파고들며 자욱하게 흘러넘치는 향취 나쁘지 않기에 그러할 따름이라고. 여전히도 손 머리 뒤로 돌린 채 부러 딴청이나 피웠다. 무신 골나게 한 만큼 저 녀석도 애 좀 태워 보라며. 그런데 할 것이라면 눈길까지 딴 데로 돌릴걸 그랬다. 푸르른 눈 물 먹자 문득 그것에 심정이 동한다. 아, 지금이 가장 탐스러울 때라고. 저 녀석이 해 달란 대로 굴기는 싫어 쭉 목석처럼 있으려 했다가도 그 생각 오래 가지는 못했다. 어차피 모든 게 덧없는 판이다. 자존심 부려봤자 무엇하나. 짧은 한숨과 함께 혀 차더니 한 손 요괴 녀석의 머리 뒤로 뻗어 제게 오도록 당겼다. 뒤로 느슨하게 기댄 자세만은 여전했으니 그대로 무신의 위로 엎어지다시피 한 형세 되었으리라. 그대로 물기 서린 눈 위에 입맞추었다. 탐미하듯 차례로 아래를 향한다. 뺨을 타고 입술로, 그로부터 멈추지 않고 목선 진득이 짓누르며 내려간다. 누수淚水의 함미와 피에 젖은 혀 모두 고스란히 취하며 마침내 목덜미에 닿는다. 이후로는 언제나 있어 온 포식이다. 목 졸려 붉었던 살갗 위로 피가 번진다. 이를 박고 날카롭게 곤두선 치아로 꿰뚫린 살 안을 비튼다. 상처 헤집히며 배어나는 얼룩 점차 크기를 키워가니, 마침내 맞붙은 숨 온통 혈성으로 가득하다. 채 온전히 머금지 못하여 바깥으로 새는 핏물 혀로 훑다 문득 탐란하길 멈추었다. 피로 벌겋게 얼룩진 얼굴에서 제법 심기 나아진 티 나지만, 공연히 볼멘소리나 튀어나온다.
제 앞으로 당기는 손길 퍽 우악스럽고도 다정하다. 남들이 뭐라 느끼건간에 이 어린 요괴에게는 그렇게 느껴진 손길이었다. 부드러운 손길 이어 제 주인의 입술 그대로 제 눈가에 닿는다. 눈가를 시작으로 뺨으로, 입술로. 진득히 눌리며 닿는 감촉 한없이 경탄스럽다. 이것이 신이 제 소유물을 완애하는 방식이다. 피에 젖은 입술에서 마침내 앓는 소리 선연히 터트려낸다. 언제나 그래왔던 것이지만 목덜미가 꿰뜷리는 감각은 고통이다. 어린 요괴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따끔하다. 아파, 아프다. 하지만 제 주인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어서, 제 주인이 마음껏 음미하는 동안 그 품을 꼬옥 껴안았다. 검은 머리칼이 그대로 제 주인의 주변에 드리웠다.
“카가리 신님……… ”
어린 요괴의 속삭임 그대로 제 주인의 귓가에 닿는다. 한없이 달콤한 속삭임 계속해서 이어진다.
“아야나는, 카가리 신님이 좋사와요. 너무너무 좋사와요. 신님만을 경애하여요… ”
고통에 찬 소리로 사랑을 속삭이는 것은 참으로 이질적인 감각이다. 그러나 이 어린 요괴에 있어선 이제 이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이 속삭임 듣는 것 제 주인에게도 일상이 되었으리라. 혈성으로 가득한 숨결 이윽고 맞닿는다. 스미스미 선배님은 원치 않는 입맞춤일 경우 혀를 씹으라 하셨는데, 제 주인이 행하는 모든 일 기쁨일 지니 전혀 바라지 않을 이유 없다. 살짝 흐르려 하는 핏물 고스란히 그대로 다시 품었다. 짓눌리고 짓누르길 수 차례 반복한다. 껴안은 손길에 힘이 순간 실린다.
뺨을 쓸어넘기던 오른손 서서히 아래로 향하더니 기어이 제 주인의 손을 맞잡으려 들었다. 맞닿으려 하는 손 한없이 작고 보드랍다. 쥐려 하면 한 손에 고스란히 담길 정도로. 자그마한 손 조심스레 제 주인의 커다란 손에 깍지를 끼려 든다. 감히 제 주인에게 스스로 결박되려 시도하는 모습 잔망스럽기 그지 없다. 후히히 웃는 저 미소. 아무것도 모른다는 저 미소. 하지만 한없이 올곧은 저 눈길.
“카가리 신님. ”
한없이 경애하고도 애정 어린 눈길로 내려다보며 이 어린 요괴 나직이 제 주인에게 속삭인다.
“아야나는, 카가리 신님만의 것 맞지요? “
답을 들을 생각 없다는 듯 어린 요괴 곧바로 제 주인의 숨을 앗으려 하였다. 맞닿는 감촉 한없이 조심스럽다. 단내가 짙어 어지럽다. 대답은 필요없다. 오직 맞닿는 것으로 답변한다.
누가 저를 다른 곳으로 앗아가려 한대들 나는 오로지 당신만의 것이다. 당신만의 소유물. 당신만의 강.
스산한 기운이 맴도는 가운데. 미야비의 시선은 키 작은 꼬마 옆에 선 차분한 얼굴에 닿는다.
…그래, 이런 걸 원했던 거네, 나. 입꼬리에 싸늘한 미소가 걸치는 대로 몰래 곱씹는 목소리. 작고 온순한 토끼는 일말의 저항조차 못해 늑대의 아가리 안으로 천천히, 천천히 삼켜진다. 그리고 그 연약한 귀를 잡아챈건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고. 처음이 아냐, 줄곧 그랬다. 교정을 밟은 첫 날부터. 그 곁을 쫓아다니며. 바라보든 바라보지 않든. 이정도 거리감 만으로도 충분히 두근댔으니까.
"앗, 아아아야아-"
끊어질듯 당겨지는 거친 손길에 히데미는 창백한 손목을 붙잡은채 비명을 지른다.
꼬맹이의 둔한 감이 그제서야 멍청히 눌러 앉은 심장을 빠르게 뛰게 만든다. 이런 기분은. 또다시 느껴볼거라고 생각조차 못했을테니. 특히나 고교라는 공간 속에서는 더더욱.
"아아, 잘됐네- 항상 형아야랑 누나야랑 친해지고 싶다고 했잖아 히데군. 어때, 우리랑 어-엄청 재밌는 추억 만들어 볼래?"
나기군은 두번 묻는걸 싫어해, 혹시나 그의 인내심 짧은 호기심이 금방 그칠까 미야비는 소년의 대답을 재촉했다. 겁 먹은 얼굴 아래 뚝뚝 끊기는 호흡에 입술을 꽉 깨물게 되었을때. 억, 악, 짧은 비명과 퍽, 시선을 가리는 묵직함에 얄상스런 얼굴이 눈 앞에 가까워진다. 고이 정리된 머리카락은 헝클어지고, 파르르 떨리는 눈동자가 꼴불견이라 고통 섞인 호흡을 외면한채 작게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돌렸다.
"꺄하, 뭐야, 가쓰군. 덕분에 분위기 X창 났잖아~ 어쩔거야 진짜~"
볼품 없는 몸짓은 매사 있는 일이라. 사에코는 조소를 피식 터트린다. 군침이 새어나온 뺨을 비뚤한 눈빛으로 톡톡 두드리며 등 돌린 시선으로 눈을 겨눈다.
"야. 미친년, 너가 선이래."
생글거리던 목소리는 그곳에 닿기 무섭게 싸늘해져 옆으로 자리를 비킨다.
미야비는 어깨 너머 천천히 고개를 돌려온다. 커다란 손아귀에 잡힌 얼굴이 퍽이나 안쓰럽고 X신같다. 너 진짜 X신 같아, 또각 또각, 몇걸음이 그 앞으로 닿아 찰싹,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퍼진다. 옆으로 돌아간 고개로 머리카락이 내려앉아 덮여버린 표정. 기다리고 있던 다음 손길이 반대쪽 뺨을 후려갈긴다. 그 키득이는 표정과 다르게 앞선 뺨에 남은 표정은 왠지 모르게 떨떠름하다. 감춰진 낯빛 아래로 무슨 생각이 흐르고 있을지. 조금은 알게 되어서일지도.
"하아, 그런거 아니라니까."
괜히 다른데 신경질적인 척.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문 밖으로 나가버렸다. 사에코는 급히 사라지는 뒷모습에 "쟤 왜저래?"라며 어이를 상실한 코웃음을 터트린다.
"켈록... ㅇ, 앞으로 잘할게.. 한번만 봐주라.."
목덜미가 바스라질 정도로 꽉 붙잡힌 가쓰는 숨이 막힐듯 기어가는듯한 목소리로 힘겹게 말을 내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