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몇 개인가의 줄이 치렁치렁 늘어져있었다. 가만히 바라보면, 전기선도 보이고, 수액관같은 것도 보인다. 전기선이 약 2줄인가 3줄쯤, 수액관이 4줄쯤 되어보인다. 그 끝을 따라가보면 어느 한쪽에는 링거며, 투석기는 아닌데 무언가 펌프질하고 있는 기계며, 용도를 알 수도 없는 전자기기 같은 것들이 가득 도열해앉아 저마다의 불빛을 희미하게 빛내는 게 보일 것이고, 그 반대쪽 끝을 따라가보면 병상에 죽은 듯이 누워있는 훤칠한 키의 실루엣이 보일 것이다. 이불을 덮고 누워서, 잠잠히, 가만히.
죽은 것은 아니다. 잠이 든 것도 아니다. 그저 거기에 누워있을 뿐이다.
와글와글. 머릿속이 시끄러웠다. 많은 이들이 떠들고 있는 것 같았다. 다른 이들과 비교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이인지 생각이 드는 순간 숨이 턱 막혀오는 감촉이라거나. 총상을 입고 돌아온 아들을 마치 고칠 수 있는 물건 대하듯 무미건조하게 대하는 아버지의 태도에서 느껴지는 싸늘함이라거나. 딱히, 이번에도 내가 굳이 이러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가져다주는 허탈함이라거나. 결국 자신이란 얼마나 소용없는 사람인가, 하는 자각이 짓눌러오는 중압감이라거나. 결국 나는 또, 아무 짝에도 소용없는 일을 위해서─
불빛이라곤 의료기기의 LED 램프들뿐인 어두운 방 안에서, 성운은 가만히 침잠해 있었다.
그러나 그 빛 없는 어둠의 진흙탕 가운데서도, 무언가 비쳐드는 빛이 있었다.
위잉 하는 진동음과 함께, 성운의 머리맡에 놓여져있던 핸드폰에 더럭 켜지는 화면. 성운은 무언가 꽂혀있지 않은 팔을 들어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유준 선생님이라는 이름이 거기에 찍혀있었다.
<[ 너 시간 없냐 지금 ]
······이 사람이 내게 연락할 이유라고 한다면, 하나뿐인데. 그래서 성운은, 지금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기로 하고 그대로 답신을 한 손으로 쓰기 시작했다. 빈발하는 오타를 한자 한자씩 지워가며 쓰다 보니, 한 마디를 적어내는 데에도 시간이 조금 걸렸다.
[ 무슨 일인가요 ]>
병원을 나오는 것은 쉬웠다. 링거 바늘도 다 잡아뽑아 버렸고, 관자놀이며 심장에 붙은 패치도 다 떼어버렸다. 갑자기 신호가 끊긴 기계가 삑삑대며 경보음을 내긴 했지만, 성운은 가볍고 사뿐하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찌뿌둥하긴 했지만, 그래도 퍽 움직일 수 있을 정도였다. 가볍게 몇 차례 뜀뛰기를 해본 다음에, 성운은 복도로 나왔다. 저 멀리서 다급하게 달려오는 의료진들이 보였다.
“미안해요, 선생님들.”
성운은 그렇게 예절바르게 사과를 남긴 다음에, 고개를 홱 돌렸다. 달려오던 의료진들이 그대로 허공으로 붕 들려올라가서는 무중력 상태에 처음 진입하는 사람들마냥 휘적거리며 균형을 잡지 못하고 허공에서 허우적대는 꼴이 되었다. 성운은 저벅저벅, 슬리퍼에 환자복 바람으로 그들의 반대방향으로 걸어갔다. 창문이 보였다. 가만히 바라만 보는 것으로 유리창은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와장창 찌부러지듯 무너져내렸다. 그리고 성운은 가볍게 몇 걸음 도움닫기해서, 그대로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
차가운 바람이 성운의 몸을 쓸고 지나갔다. 아직 채 다 잠을 깨지 못한 인첨공의 새벽 야경이 한 편의 차분한 조감도가 되어 성운의 앞에 고스란히 펼쳐지고 있었다. 성운의 몸은 마치 한 마리 날다람쥐나 알바트로스처럼 새벽 공기를 가르며 활공하고 있었다. 누워있는 동안 노래라도 들으라고 서헌오 박사가 마련해준 이어팟을 성운은 귀에 꽂고, 눈을 감았다. 바람 나부끼는 소리를 타고, 마쉬멜로우의 덥스탭이 귓전을 울린다.
저 너머에 네가 기다리고 있었다.
환자복 차림으로 인첨공의 야경 한가운데로 활공해 내려가면서, 성운은 문득 귓가에 울리는 노래의 가사를 한 번 곱씹어 흥얼거렸다.
I'm so alone, Trying to find my way back home to you.
>>353 >>355 결국 그 모든 고뇌와 고통 끝에도 자신이 돌아가길 원하는 자리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아버린 열여덟살 고닥생은 때론 저렇게 좀 청춘의 특권인 막나가기를 남용할때도 있다는 거죠 랑이도 중상으로 입원해 치료받던 중이라도 리라가 유아퇴행 일으킨 채로 자신을 찾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마찬가지로 병원 뛰쳐나올 거라 감히 무단적폐캐해를 해봅니다
유준은 내가 열이 날 때마다 손목에 카테터를 박아 놓곤 했다. 워낙 자주 열이 오르내리다보니, 수시로 약물을 주사해야 했는데 그 때마다 혈관을 찔러대다간 오히려 혈관 내출혈을 일으켜 한동안 팔을 못 쓰게 되어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예 미리 꽂아놓은 채로 고비를 넘기기 전까지 수액과 주사를 번갈아 쓰곤 했다. 덕분에 다시금 고열로 혼절해도 빠른 약물 처치가 가능해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진 않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한숨 돌리는 김에 성운에게도 연락 했던 것이었다.
>[애 열 났다고 한 건 봤냐] >[그게 심해서 정신이 어릴 때랑 좀 오락가락하는데] >[그 와중에도 널 찾길래 그런다]
유준은 대놓고 오라던가 급하다던가 그런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시간이 시간이었고, 내가 지금 모습을 성운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할 것도 잘 알고 있어서였다.
하여 그 이상의 말은 하지 않고 답이 없는 것을 본 후 다시 나를 돌봤다. 열이 다시 내려간 걸 확인한 뒤, 내 얼굴과 머리를 대충 추슬러주고 자리에서 일으켰다. 이부자리의 정리를 위해 나를 잠시 거실로 데려다 놓을 셈이었다.
"아이고- 이게 사람이냐 짐짝이냐 아주 그냥-"
투덜거리며 나를 안아 든 유준은 성큼성큼 걸어 방을 나갔다. 최근 사용하게 되어 천을 걷어놓은 소파에 나를 내려놓고 여분의 담요를 가져와 내 위에 푹 덮어주었다.
"이잉... 시르어..." "이게 진짜."
그 사이 정신이 희미하게 돌아와 그게 싫다고 칭얼대는 소리를 내자 내 볼을 약하게 쥐고 누른 유준이 얌전히 있으라며 방으로 돌아갔다.
우우우, 불만의 표시를 작은 신음소리로 흘린 나는 흐릿한 눈을 굴려 거실을 둘러보았다. 방과 달리 티비조차 없어 삭막한 거실에 두터운 암막 커튼 틈새로 스며드는 달빛 만이 한 줄기 비추고 있었다.
기묘할 정도로 맑고 밝은 달빛을 멍하니 응시했다. 마치 심해 밑바닥까지 내리꽂히는 것 같은 빛이 해가 아닌 달빛이라는게 어쩐지 신비로웠다. 빛이라곤 닿을 일 없을 줄 알았던 밑바닥에 상냥한 폭격처럼 쏟아졌던 그 별빛 또한-
똑똑.
한 순간, 빛줄기가 이지러졌다고 느꼈다. 그 직후, 노크 소리가 들렸다. 현관문, 이 아니라, 빛이 새어들어오는 그 유리창에서, 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몸은 여즉 뜨겁고, 정신은 아직도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유영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어쩐지, 저 소리엔 내가 가봐야 할 것 같았다.
한 걸음, 두 걸음, 비틀거리면서도 서서히, 발코니로 다가갔다. 이 집에 온 후로 환기할 때가 아니면 열어본 적 없는 발코니였다. 그 큰 창 앞을 가린 커튼을 흔들리는 손으로 잡아 천천히 옆으로 밀어 젖혔다. 때아닌 달빛이 눈부시게 쏟아져 들어오고 그 앞에는-
달빛을 등졌지만, 그 빛보다 반짝이는 새하얀 머리카락이 있었다. 나를 향한 눈동자만큼은 어느 때보다 선명한 보랏빛을 띈 눈동자가 있었다. 달칵, 잠금을 풀어 발코니로 향하는 창을 열자 희미한 의식을 겨우 수면 위로 붙들어주던 온기의 윤곽이 실체를 띄고 그 너머에 있었다.
"...성운, 아..."
메마른 목이 내는 목소리는 버석하고 갈라졌지만 똑바로 그의 이름을 그 혀 끝에 담았다. 펄펄 끓는 체온 임에도 창백한 얼굴은 눈 앞의 연인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쏟아지듯 그의 품에 안겨-
"보, 고, 싶었, 어..."
지나가버린 과거도, 어중간한 미래도 아닌, 현재의 그를 반겼다. 유일하게, 나를 지금 이 순간에 붙들어놓는 그를.
그러한 의식의 영향이었을까. 내가 성운을 인식한 순간부터, 정확히는 발코니의 창을 연 직후부터 성운의 몸에 남은 부상의 흔적들이 전부 회복되었을 것이었다. 총상도 자상도 찰과상도 골절도 전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흉터조차 남기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 일련의 과정이 순식간이라 눈치 채는 것이 조금 느렸겠지만 아무렴 어떨까, 적어도 성운이 나와 함께 아파 누울 일은 없을 거란 의미였다.
"얌전히 있으라니까 또 뭘 하는- 어? 뭐야. 왔냐."
그보다 한 박자 늦게 거실의 소리를 듣고 나온 유준이 발코니를 통해서 온 성운을 보고 태연히 왔냐고 말했다. 그리고 환자복 차림인 걸 보고 미간을 찡그렸다가 가까이 와서 외상 자체는 다 나은 걸 보고 대뜸 그런 말을 했다.
"마침 잘 왔다. 이 녀석이 식은 땀을 하도 흘려서 씻기던가 해야 하거든? 온 김에 네가 좀 해라. 내가 할 순 없잖냐. 그치?"
눈매가 퀭하게 패인 유준은 대뜸 그런 말을 던져놓고 낄낄 웃으면서 방으로 들어갔겠지. 과연 그 말을 들은 성운의 반응은-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열병이 나은 것도 아니었으니, 누구 속도 모르고 그저 좋다고 헤실헤실 웃으며 품에 파고들기나 하고 있었겠지.
>>375 일단 유준씨 톡에는 어디로 가면 될까요? 하고 답신 보냈을 테고, 그러면서도 이미 혜우네 집으로 향할 생각을 하고 있었겠죠. 도착해서는 나도 보고 싶었다고 혜우 와락 끌어안고 다독다독해주다가 유준씨 폭탄발언에 아마 >>372랑 비슷한 얼굴 되지 않았을까... 아마 열에 달뜬 혜우 몸으로도 성운이 체온이 훅 올라가는 게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어버버하고 있다가 어떻게든 물티슈같은 걸로 팔다리만이라도 어떻게 해주려고는 했겠네요.
>>376 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순백의 숙맥 반응 귀여워 유준이 슬쩍 나와가지고 "농담이아 농담 거 수건 적셔줄 테니까 그걸로 대충 보이는 곳이나 닦아줘" 이러고 다시 감ㅋㅋㅋ 근데 문제는 혜우가 품에서 안떨어짐 떼어놓으려고 하면 히잉8ㅁ8 하고 울먹울먹함 나 놓고 가지마아 시러어 이런 소리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