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994 ㅋㅋㅋㅋㅋㅋㅋㅋ히히 좋아 나중에 혜성웅니 집 놀러갈 때 케이크 사가야지 🤔 금이랑 랑이랑 태오까지 끌어들여서 혜성이 생일파티 해버리는 상상
>>996 책상 책장이 가장 먼저 눈에 띄면 깔끔하고 단정한 느낌일 거 같네! 갈색이라... 차분하고 따뜻한 느낌일 거 같다 도서관 같은 느낌도 나고! 역시 저지먼트의 독서소녀... 귀여워... 너저분한 것도 귀여워 침대에서 공리주의 책 보다가 잠들 거 같아(?)
리라 방도 풀자면... 작정하고 어질러진 느낌은 아닌데 뭐가 많아서 약간 어지러운 느낌일 듯? 침대 근처 벽에는 인테리어용 포스터/엽서랑 led 줄조명 같은 거 달아서 꾸며뒀을 거고 커튼은 얇은 하얀색. 레이스 패턴? 하늘하늘함. 창가에 연꽃 모양 선캐쳐 달아둠. 침대는 헤드 없는 커다란 매트리스(낮음)에 쿠션을 마구 쌓아놓은 느낌. 잘 때 좀 치워야 할 정도로 많다. 의외로 인형은 적은 편 흰색 베이스에 파스텔(색 다양함 패턴도 있음)포인트일 거 같고 이불 위에 얇은 담요 있고 그 위에 찡찡이가 있다(?) 전신거울 있음
>>0 저지먼트 생활을 하다보면 가끔가다 스킬아웃들에게 암시장에 대한 정보 정도는 주워듣게 되는 법이었다. 불법적인 물건들까지 살 수 있는, 그런 곳 말이다. 어두운 골목에서 후드티를 푹 눌러쓴 청윤도 이곳에서 물건을 사려고 하고 있었다.
"그래서, 뭘 원한다고?" "위치추적기. 심을 수 있는걸로." "몸? 몸이면 좀 더 비싸고.."
청윤은 바로 현금을 다발로 꺼내더니 건네며 말했다.
"몸에 심진 않을거지만, 대신 충격에 강한 걸로 2개." "..여기. 연결 방법은..."
의외로 거래는 손쉽게 해결되었다.
"어이 아가씨, 돈 많아?"
아닌 것 같다.
어깨에 손을 올리자 청윤은 그 손을 뿌리쳤지만 거친 손이 청윤의 입을 붙잡았다. 그러자 청윤은 단숨에 팔꿈치로 괴한의 복부를 친 뒤 뒤돌아 공기탄을 3번 날려 쓰러트렸다. 쓰러진 괴한에게 다가가보니 상처는 없었다. 용캐 제압용 공기탄을 날렸던 모양이다. 그때,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들자, 청윤은 눈치를 보며 빠르게 그 자리를 벗어났다.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다. 이제 남은 건, 경찰서에 잠입해 신발 밑창에 위치 추적기를 다는 것. 그것 뿐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녀의 활동량은 나이나 성별 같은 것으로도 판단이 불가능했으니까. 마치 육중한 대형견이 주인을 끌고 다니는, '산책 당하는' 광경이 펼쳐질만한 비주얼이었을테다.
[예전부터 생각한 거지만, 맨날 그렇게 나자빠지면서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게 신기하거든...] "천성이랄지, 어릴때부터 피지컬은 남달랐으니까~ 게다가 자잘한 생채기 정도는 금방 나았었지 아마?" [하긴, 저번에 바늘에 찔렸을 때도 피나는 것보다 붙는게 빨라서 흔적이 남았던거 같거든.] "아, 그거 말임까? 여기여."
...라며 손을 뻗어보이는 그녀였지만 방금 전까지 이리저리 더미를 손보고 있던 탓에 먼지 같은 것들이 묻어 뭐가 뭔지 알수 없게 되었다.
[당장 저 모습만 봐도 저게 평범한 여고생인지 공순이인지 모르겠거든,,,] "어허!!! 갈!!! 즈가 평범한 여고생이 아니면 누가 평범한 여고생임까!" [나정도면 소시민이라 자부할수 있거든.] "얘?" [인첨공 평균 ㄹㅇㅋㅋ거든.] "쓰읍..." [뭣보다... 널 보고 평범하다 할 애가 과연 있을지 모르겠거든...] "이씨... 그렇담 내기 해보는 검다!!! 즈 친구들 중에 한명이라두 즈한테 거짓말이나 동정심 없이 평범한 사람이라 말한다면 즈가 이기는 검다! 바나나푸딩과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겠슴다!" [...할아버지는 처음 듣거든? 그리고 난 이씨가 아니라 성씨거든.] "나도 몰?루. 소장님도 그런건 말씀 안해주시니깐~" [여기 소장님은 그냥 말수가 적은 분이라 알고 있거든...] "아... 그건 후배인 내가 잘 알고 있어. 그 사람은 말수가 적은게 아니라 아얘 없는 거야." "우와... 세리쌤두 즈 아부지 뒷다마 까시는 검까?" "...너 지금 그거 은근슬쩍 탈룰라 시도하려는 거지? 나한텐 안먹히거든~" [난 대체 이 집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겠거든...] "저도 잘 모르겠네요~♥" [""...언제 왔대?!""] "어라~? 전 아까부터 있었는 걸요~♥" "아무리 내 딸이라지만 참 무섭단 말야..." "칭찬으로 받아들일게요~♥"
>>71 신출귀몰한 귀신집단 정도? 정체를 파악하지 못해서 악명은 그렇게 높다고 생각 안하는데...음 등장시키려는 스킬아웃집단이 비사문천에 의해 안티스킬에게 동료(?)가 몇번 잡혀들어갔다면 높을수도 있어 결론: 스트레인지 내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해서 반쯤은 도시전설급으로 인지도는 중간임. 대신 경험한 스킬아웃 집단은 각각 다름
>>92 상관은 없죠!! 다만 스킬아웃 특성상 레벨0가 일반적이고 높으면 레벨1이 고작인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요! 아무튼... 그런 능력이라...겹치지 않는 것에서 찾아보자면...
오펜시브 부스터(Offensive Booster) 개요: 몸을 카본섬유와 비슷한 형질의 물질로 감싸고 이후 능력 발동으로 정면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달려나가는 능력. 레벨이 올라갈수록 카본의 강도와 달려가는 속도가 올라간다. 몸을 둘러싼 물체덕에 시전자는 피해를 입지 않지만 한 방향으로만 질주가 가능하다는 것이 단점. 능력의 사용이 두 단계에 거쳐서 일어난다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이것이 제일일 것 같네요. 과거에 분배된 능력이긴 하지만... 지금은 시트를 내렸으니까요!
"바닥이 편하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봐. 오기 전에 대충 청소는 해뒀는데.. 혹시 바닥에 쓰레기 있으면 모르는 척 해주기다?"
불에 데인 것처럼 뜨겁고 격렬하지 않은 그저 미지근하게 일정한 온도로 데워지는 이 온도도, '좋아한다.' 라는 단어로 정의해도 될런지. 표정과 행동과 몇마디의 말에도 좋아함을 담는 상대를 이 미지근한 온도를 가진 마음으로 대해도 될런지. 이제는 일상처럼 느껴지는 매일 서로 주고 받아 쌓이는 안부 메세지들의 숫자를 '좋아함'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지.
혜성은 여전히 '좋아한다' 의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똑같은 일상 속에서 문득 이 아이가 떠오르는 게 '좋아함' 이라면, 지금처럼 뺨에 입맞췄을 때 놀란 것처럼 자신을 바라보는 이 표정에 장난기를 담아 짓궂게 웃게 되는 이 감정은 어떤 감정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혜성은 자신을 바라보는 금의 표정에 가늘게 눈을 접고 부드럽지만 짓궂음과 장난기가 가득 묻어나는 미소를 지어보인 뒤, 아이스크림을 베어물었다.
"인첨공이라도 내가 고 3이라는 건 변하지 않으니까. 어쩔, 수 - 없 ..."
혜성은 말을 채 맺지 못했다. 침대에 걸터 앉아있는 제 눈높이보다 높이 있는 비슷한 색감의 눈동자에, 제 어깨에 내려온 손에서 느껴지는 낯설고 익숙한 간지러움으로 인해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듯 작아졌기 때문이었다. 혜성은 먼저, 마주하고 있던 제 눈을 도륵 굴려서 피하고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무릎 위에 올려둔 말랑거리는 감촉이 기분 좋은 인형에 세게 힘을 주고 말았다.
익숙한 공간에, 이유모를 긴장감이 감돌아서 낯설게 느껴진다. 짜부되어 손에 쥐어진 인형을 애꿎게 만지작거리면서 혜성은 말단부에서 느껴지는 간질간질함의 정체를 파악하려 애썼다.
"학교 공부하고 있었어. 시간표 없이 약한 과목을 보충해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잖아? 고 3이기도 하고. 공부하는 척은 해야할 것 같아서 말이야. 금이 너는? 뭐하고 있었어?"
다른 방향을 보고 있던 새파란 눈동자가 흘끗, 옆에 앉은 금을 곁눈질로 잠깐 바라보다가 침대 아래 바닥을 딛고 있던 다리를 끌어올려 무릎을 감싸안고 턱을 기대며 대답했다. 아이스크림을 먹느냐고 발음이 살짝 뭉개졌지만 못들어줄 정도는 아니었겠다. 아무렇지 않은 금의 태도에 맞추듯, 혜성 또한 귀가 살짝 붉어져 있었음에도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중이었다.
혜우는 테크웨어나 캐주얼 스타일 입을 때 많다고 했고 혜성이는 무난한 듯한 스타일링에 아이템이 하나씩 파격적일 거 같다는 적폐로 골랐다 금이는 비니 쓴 걸 보고싶고(?) 애린이는... 몰라 그냥 보고싶었어 애린이같지않아?(이런발언) 수경이는 기럭지 부각될 만한 옷으로 골랐다
스트레인지에 위치한 작은 공원. 원래는 사람들의 휴계 공간으로 쓰이며 공연장에선 문화 생활을 위한 장으로 쓰였겠지만 버려진 스트레인지에서 율럭키의 영역인 이곳은 그저 모임을 위한 광장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스무명 정도 되어보이는 숫자의 스킬아웃들이 모여 있었고 그 앞 단상에서 율럭키의 보스가 새롭게 들어온 단원들에게 이런저런 말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세력을 빠르게 불려도 괜찮은걸지 모르겠네요."
좀 떨어진 스탠드에서 저들을 지켜보던 부하들 중, 파란색 스카프를 한 부하가 말했다.
"글쎄, 보스께서 생각이 다 있으시겠지. 사실, 요즘 그림자다 뭐다 바쁘잖아? 그 상황에서 박살난 조직들을 적당히 엮고 있는거라고 생각하면 돼."
안경을 쓴 부하가 답했다. 이때, 2인자인 애꾸가 달려왔다.
"깜짝이야, 뭐..무슨 일이..?" "비사문천이라고, 들어봤나?" "그 불교 나오는 사천왕 중 한명 아냐? 다문천왕."
안경을 쓴 부하가 말하자 애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요즘 1대 다수를 때려눕히고 있다던 자경단들 말이다." "아니.. 그게 에어버스터 얘기나 허풍이 아니라 진짜였다구요?
스카프를 맨 부하가 당황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지금 저기서 흰색 자켓을 걸치고 이상한 가면을 쓴 녀석이 오고 있어."
이에 움찔한 스카프를 맨 부하는 황급히 스텐드에서 뛰어내려 그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원한다면 훨씬 싼 값에 샹그릴라를 보급 받는다, 그게 우리 조직의 특징이다. 다만, 제공되는 양에는 한계가 있으며, 만약 개인으로 판매하다 잡힐 경우에는 조직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을..."
직접 샹그릴라를 보여주던 보스와 신입 단원들은 갑자기 뒤에 느껴진 바람에 급히 뒤를 돌아봤다. 엄청난 속도로 반대쪽으로 달려가는 중인 파란 스카프를 보고 다들 당황한 눈치였다.
한편 달려가는 방향에서 예상한대로 가면을 쓴 자경단원이 달려왔다. 파란 스카프를 맨 부하는 자경단원을 밀쳐버리려고 했지만 당연히도 자경단원은 피했다. 벽에 부딪혀 약간 충격을 받은 파란 스카프는 다시 자세를 잡고 자경단원에게 달려들려다 급히 옆으로 몸을 굴려 피했다.
바늘들이 마구 벽에 박혔다. 자경단원은 어떻게 재킷으로 막아내며 대부분 피했으나 갑자기 몸이 애꾸에게 끌려갔다. 실이 달린 바늘이었던 것이었다. 애꾸는 바늘을 더 꺼내 자경단원을 맞추려고 했지만 아슬아슬하게 피한 자경단원은 역으로 팔을 잡고 넘겼다. 그때, 파란 스카프가 달려들어 제대로 밀치자 자경단원은 싸움을 보던 단원들 사이로 던져졌다. 단원들은 급히 우르르 흩어지며 피했다.
"뭐야 저거! 비사문천 아냐!?" "우린 끝이야!" "저걸 봐! 거의 쓰러트리겠어!"
자경단원이 노린 건 단상이었다. 단상 위로 달려간 자경단원은 잠시 뒤를 보더니 급히 연막탄을 터트리고 자리를 피했다. 파란 스카프는 자경단원을 쫓으려고 했으나 보스가 말렸다.
"지금 상황에서 쫓는 건 힘들거야. 그냥 애꾸랑 함께 단상 근처로 와서 대기하라고."
파란 스카프는 고개를 끄덕이고 애꾸와 함께 단상 아래에 대기했다. 그리고 안경을 쓴 부하가 스텐드에서 외쳤다.
"봤겠지! 저 1대 다수를 늘 쓰러트린다던 자경단원은 우리 율럭키 2명을 상대로 후퇴했다는 사실을 말야! 우리 조직에 들어온 너희들의 아군이 바로 저들이다!"
단상 아래에서 급히 올라간 보스는 안경을 쓴 부하의 말에 파란 스카프와 애꾸를 가리키며 박수를 쳐주곤 마이크를 잡고 마지막으로 말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제군들!"
신입 단원들은 단체로 열렬한 박수를 쳤다. 하지만 그 사이 보스는 자그마한 빈 자루를 자신의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보스는 급히 단상 아래로 내려와 싸움을 구경하고 있었기에 단상 위에는 샹그릴라만이 놓여 있었던 것이었다.
잠금화면과 함께 알림 하나가 드러난다. 태오는 이 시간에 누가 연락을 보냈나 싶어 핸드폰 액정에 시선을 꽂았다.
[한결: 태오 학생] [한결: 커리큘럼을 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한결: 하루만 시간을 내줄 수 있을까요?]
태오는 손가락을 들어 알림을 스와이프 해 지워버렸다. 그리고 마저 일기를 쓰다가도 손을 멈췄다. 커리큘럼의 일환으로 그림일기를 쓰는 주제에 정작 담당 연구원과 만나지 않는다라. 우스운 일이지만 잠시 쉬고 싶었다. 누군가를 마주해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것은 적성에 맞지 않는다. 날것의 감정을 타인에게 드러내거나 질질 짜는 사람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태오는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잘 알기 때문에 지금 상황이 더 거북했다.
괜히 지금껏 쓴 일기를 되짚듯, 태오는 드로잉북을 뒤로 한 장씩 넘기기 시작했다. 사람을 만난 날에는 그 사람의 초상화가, 유달리 흥미가 가는 것을 보았으면 어렴풋한 생김새가, 그리고…….
1. 『죽고싶지 않아』 이 대사를 안 할 사람인데……. : "……아, 이렇게 죽는 건 바란 적 없는데." "미안한데, 한 번에 말고 좀 여러 번에 걸쳐서 죽여줄 수는 없을까요. 그러니까……. 네, 그쪽이 일격으로 보내주마, 라고 한 거요… 마음에 안 들어서요." "그런 방식으로는…… 영…… 수지가 들어맞질 않네요. 싫으면 내가 먼저 할게요."
"……실로 유감스러운 일이에요." "무덤은 하나만 파뒀는데, 내 명패는 새기지 않았거든요."
"서휘 형." "듣고 있는 거 다 알아요……."
2. 『사라지고 싶지 않아』 : "내, 봄의 좋은 시기 지나고 모란이 피었으니* 못내 아쉬워 눈에 담고 싶군요." "그러니… 부디 여름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겠나요."
"……오늘 짐승이 난리를 피워 하늘에서 재앙을 내린다고? 하하! 재앙은 내 한 걸음씩 다가서는 것이니 업보겠지, 천벌은 무슨." "내가 다가서지 않아도, 다른 짐승이 난리를 피우면 결국 이리 되는 법이니 어찌 통탄스럽지 않을까. 원망스럽다!"
"듣고 있는 거 다 안다니까……." "내가 뿌리 내릴 수 있을 기회인데 어서 잡아야지."
3. 『꺼져』 : "이 자리에서…… 내가 떠나는 것도 나쁘진 않겠어요. 네 그리도 움직임이 굼뜨니 조금이라도 빠른 사람이 피해주는 것이 맞지요." "네 지금껏 한 광대짓에 반응해주고자 하니, 재미 좀 봤길 바라요."
>>193 K와 U의 티키타카를 보며 오늘도 평화롭다는 듯 신경도 안쓰는 자경단들() 후드 걷으려는 시도까지 하냐구ㅋㅋㅋㅋㅋㅋK 오소소 소름돋아서 능력 써서 U한테 나이프 순간이동 시키고 U는 능글능글하게 막고 이혜성은 그 모습을 풍경 삼아 보고를 듣고 보고하는 다른 자경단들도 암시롱 않고
K:미...미친놈아 안티스킬로 끌려갈래? 빠져나오면 잡힐 때까지 신고해버린다? 혜성:친하게 지내는 것 같아서 보기 좋네요. K:누가 이딴 **랑 친하다는 건데!!! 눈이 삐었냐!!!(U를 걷어참)
"수수, 포도, 무화과..." "그리고...아르마냑." "단 하나를 위해 아타르...로 만들어지기라던가? 응.. 아타르는 많이 비싸니까." "무엇이 가장 유용할지.... 덕분에 시험은 여러 번 가능하잖니?" 다행이지? 라고 말한 그녀가 겨눈 나이프가. 볼을 스치자 수경은 그 나이프를 믈끄러미 바라봅니다.
"그래서. 어때? 내가 애타는 마음을 달랠 리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나이프가 박혔고. 고통보다는. 숨을 쉬기 어려워지고. 멍한 기분이 되어가는 기분입니다. 블라우스가 색이 변하는 것 같습니다. 아닌가? 따뜻한 기분인데요.
"나이프는 뽑으면 곤란하겠지?" ".....ㅇㅏ..." 하지만 나이프는 이동되거나.. 목에서 불길한 소리가 나고 손을 떨어뜨리고... 아니. 그것은 전부 꿈과 같은 것이었고. 깨어난 수경은 피 한 방울 없는 하얀 공간에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가. 사라졌습니다. 떠나버린 것이지요.
"그렇죠... 시험 같은 건 없었어요." "좋은 꿈 꾸셨나요?" 주인 잃은 질문만이 공허하게 울릴 뿐...
1. 『빚을 지겠네』 "고마워.. 여기서 누가 다쳤다는 걸 알면 혼란이 일어나서 상황이 더 악화될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똑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네." "저 애들에게 보여져봤자 좋을 것 없으니까..." "진 빚은 나중에 갚을게. 그러니까 끝날 때까지만 부탁해."
2. 『못 믿겠어』 "누군가를 미워해본 적 없는 사람은 미워하는 행위가 고통스럽다고 하더라. 내가 그런 사람이라서 지금 굉장히 힘들고 고통스러워." "....그런데, 네가 먼저 믿음을 저버렸잖아." "널 다시 믿을 바에야 차라리 그냥 평생 아파할게. 이제는 끝이야."
3. 『이룰 수 없는 꿈이라도』 "노력해봐야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이뤄지지 않을거라고 손 놓고 있는 것보다 뭐라도 해봐야지." "알고 있지만, 여기서 멈출 수 없을 만큼 아주 많이, 많이 와버렸으니 그대로 가보려고 해." "그렇다면 뭐라도 될거라고 생각하니까."
좋아한다는 감정을 모른다는 당신에게 그 감정을 알려주겠다는, 그리고 그 대상이 자신이 되겠다는 다짐은 일종의 계약처럼 이루어진 것이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서. 금은 당신만을 생각하고, 자신의 행동에 당신이 그런 미소만을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비극적인 미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있기에 충분했다. 당신이 그런 미소만을 보여준다면, 그것으로 비극적인 미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있기에 충분했다. 안도감으로 다가와 자신을 가득 채우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건 느린 발걸음으로 당신에게 다가가는 과정이었다. 당신과 함께 걸어가기 위한 과정. 언젠가 당신이 무언가를 고르거나, 어느 한때를 보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자신을 떠올리고, 그 자리가 다른 이로 대체되지 않을 거라는 걸 당신이 알게 될 때까지. 그러니 당신에게 진심으로 사랑을 표현하지만, 표현한 만큼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당신 눈앞의 후배, 금은 소중한 당신을 위해서 목숨은 물론, 모든 것을 내어주려 할지도 모른다. 당신이 쥐여준 면죄부를 쓰지 않은 채 말이다.
"...."
당신의 어깨에 손을 얹고, 당신과 눈을 마주쳤을 때 금은 생각했다. 두 명이 족히 누워도 남을 침대로 가볍게 힘주어 밀어볼까 하고서. 그렇지만 속에서 이는 감정을 자제하려고 담담하게 굴었다. 금은 공부를 하고 있었다는 당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림자를 저지하고 4학구에서의 사건을 막아내야 하지만, 우리의 본분은 학생이었으니. 인첨공을 구하면서도 그 본분을 저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자신은 아직 2학년이지만. 3학년, 졸업을 코앞에 두고 있을 당신에겐 최근의 사건들은 엎친대 덮친 격일 것일 텐데. 이제는 무사히 졸업을 할 수 있을지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부대장.. 아니 한양 선배와 이야기했을 때도 그렇지만. 최근 사건도 있고. 선배들은 다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습니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하던 금은 당신의 물음에 물끄러미 당신을 바라보았으니, 금의 얼굴에는 고요한 사랑의 빛이 어렸다.
"계속 언니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말을 끝내면 작게 웃음소리를 내었을까. 농담이라며 이어 말했던 금은 자신의 자취방의 상황을 간략하게 당신에게 설명하려고 했을 것이었다. 전기세를 아끼려고 에어콘을 들여놓지 않은 것. 그러니 선풍기로만 버텼던 것이 그만 망가져 버린 것.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바닥에 등을 붙이고 누워 가능 한 체온을 낮추고, 자주 찬물로 샤워를 하면서 버티고 있었다고. 그게 마치 익숙하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한 금은 제 무릎 위의 인형을 당신 무릎 위에 살며시 올려놓으며 묻는다.
아직 끝나지 않은 여름. 서한양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발견했다. 입학 초기부터 친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얼굴은 알고 지내던 동급생이 있었다. 높은 성적에 꾸준한 노력으로 능력도 서서히 강해지고 있었던 동급생. 성격도 좋아서 한양의 기억 속에서는 좋은 녀석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지금 이 광경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지.
" 너 지금 뭐 하냐? "
새벽에 잠이 안 와서 혼자 산책을 하고 있던 도중이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낯이 익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방학 전에도 듣던 낯익은 목소리. 하지만 말투와 목소리의 톤이 듣던 것과는 다르게 껄렁껄렁하고 차가웠다. 목소리는 한 골목길에서 들렸으며, 그곳으로 가보니, 동급생이 약해보이는 능력자들을 전부 제압한 뒤에 지원금을 뜯어내고 있었다.
" 하- 씨X.. 하필 걸려도 저 새X한테.. "
동급생은 서한양과 싸워봤자,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그대로 도주를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한양의 손에서는 저 녀석이 얼마나 빠른지, 얼마나 멀리까지 도망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무슨 시도를 하던 간에 순식간에 잡혀서 공중에 뜬 채로 무력화가 됐을 거니깐.
" 너 원래 이런 녀석 아니었잖아. 갑자기 이런 삐딱선은 왜 타는 거야? 착했던 녀석이.. "
동급생은 한양의 물음에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 풉. 나는 원래부터 이랬는데? 그거 알아? 너 앞이니깐 그냥 순진하고 착한 척을 하는 거야. 나만 그런게 아니고. 애들이 정말로 착한 줄 알아? 지X하고 자빠졌네. 착한 게 아니고, 잠시 너 앞에서는 착해지는 거야. "
" 다들 품 안에 칼 하나는 숨기고 살고 있어. 그런데 너 앞에서는 칼을 안 들지. 왜? 함부로 까불다가는 죽을 수도 있거든. 근데 너 이 병X은 세상에는 그래도 착한사람이 많다며 히히덕거리더라. 병X새X. 레벨만 높지, 세상물정은 X도 몰라. "
" 사람들 착한 거? 그거 진심 아니야. 정신 좀 차려라. 너가 완장질하는 저지먼트 애X끼들도 진짜로 착해서 그러는 줄 알ㅇ.. "
한양은 동급생을 그대로 뼈가 부러지지 않는 선에서 땅으로 박아버리며 말했다.
" 아오, 듣기 싫어. 더럽게 떽떽거리네. 내가 이 말을 듣고 흔들리는 게 목표였다면, 시원하게 말아처먹은 거야. 그냥 너가 X같이 연기질을 했다고 하면 될 것을, 으이? 왜 애꿎은 애들까지 끌어들여서 같은 사람으로, 응? 만들려고 지X이야. "
" 내 귀떼기가 팔랑귀가 아닌 만큼 남들이 하는 말은 진짜 들어처먹을 생각을 안 하거든? 내가 귀를 좀 안 연단 말이야. ' 입을 닫고, 귀를 열자. ' 이딴 거 몰라. 입도 닫고, 귀도 닫는 놈이어서 말이지. "
한양은 동급생의 양쪽 귀를 염동력으로 당기면서 말했다.
" 헬조선식 주입식 교육 좀 해보자. 복창해. ' 내가 쓰레기라고 해서, 남들까지 쓰레기는 아니다. ' "
혜우주야 뇌에 과부화 왔는데 푸는 썰이 기깔나는구나 이거 잇고 답레 쓰고 올게 (쓰담쓰담) 첫발길질ㅋㅋㅋㅋㅋㅋㅋU군아 그게 무슨 소리니 K가 환멸난다는 시선으로 볼거야ㅋㅋㅋㅋㅋ성별도 신경 안쓰는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순애보라고 생각해(이런발언) 선 그어두고 행동하는 거 보면서 이혜성은 왠지 자기랑 금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기시감을 느끼고(이런발언2)
이 아이가 자신을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어쩌다가 눈이 마주칠 때, 늘어가는 날짜처럼 쌓여가는 문자의 갯수가 늘어갈 때, 먼저 손을 내밀지 않더라도 자신이 내미는 손을 마주 잡아올 때. 그리고 지금처럼 자신에게만 보여주는 웃음으로 자신을 마주할 때. 자신을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지 말하지 않더라도 순간순간의 행동에서 엿볼 수 있는 그 감정이, 이 아이가 자신을 어떤 마음으로 좋아하고 있는지 혜성은 알 수 있었다.
양 손으로 전부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너의 애정과 사랑을 미지근한 온도로 대하는 자신이 받아도 되는지 고민할 만큼 제 받는 사랑과 애정이 크다고. 그래서 정말로, 이래도 괜찮을까하고 혜성은 지금도 생각한다. 가슴 한구석에 먼저 말하지 않을 것들을 잔뜩 쌓아둔 채, 네 애정을 받아도 되는지 고민한다. 그리고 혹시 언젠가 내가 네 마음에 응답하는 순간, 쌓아올린 애정의 댐에 균열이 가서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그럼에도 너는 날 이해해주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예감이 공존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따져가면 나는 결코 너에게 좋은 사람이 아닐 것일진데.
"눕고 싶은거야? 같이."
기어들어갔던 혜성의 목소리가 에어컨과 선풍기가 돌아가는 미약한 소음에 섞였다. 다른 방향을 보고 있던 눈동자가 곁눈질로 움직인다. 아이스크림을 입에 문 채 곁눈질로 금의 얼굴을 바라보던 혜성은 곧 제 말이 장난이라는 양 부드럽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을 것이다.
"다들 무사히 졸업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거 아닐까. 그래도 한양이나 은우에 비하면 나는 사정이 나쁘지 않아. 매고 있는 완장도 없으니까 좀 편하게 지켜볼 수 있고."
금을 바라보고 있던 혜성의 눈동자가 도륵 굴러서 자취방 천장으로 향했다. 한번씩 현장에 투입될 때 자신에게 후배들을 부탁하는 은우의 모습이라던가, 현장에 투입되면 침착하지 못하고 줄 풀린 망아지들마냥 이리저리 튀어나가기 일쑤인 후배들 얼굴이 몇명 떠올랐기 때문이다. 뭐, 내가 부장이나 부부장은 아니니까 당연한 노릇이긴 하다. 거기에 통제해야한다는 생각도 안하다보니 더더욱. 천장을 향했던 눈동자를 다시 도르륵 굴러서 제 옆에 앉아있는 금의 얼굴을 바라보며 한입 남은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은 혜성은 느리지만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금의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풍기가 망가졌으면 하나 구해다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뭣하면 새거 사줄 수 있고. 아르바이트 하고 있으니까. 금이 네가 원하면 쿨매트나 선풍기 사줄 수 있어. 어때?"
하지만 곧 이어지는 금의 말을 들은 혜성의 얼굴에 걱정과 염려가 깃들었다. 너무 열약한 환경인 것 같은데 괜찮을까. 여름은 한참 남아있고 그렇다고 여름 끝날 때까지 제 자취방에 머무르라는 말을 할 수는 없고. 걱정과 염려가 깃든 얼굴로 금을 바라보던 혜성은 손 뻗어 금의 뺨을 쓰다듬듯 감싸려했다.
"지금부터 공부해도 진학하는 건 무리일 것 같아서, 아마 취업으로 가지 않을까. 자세한 건 여름 방학 끝나고 담당 연구원한테 물어봐야겠지만- 외부 협력 관련으로 문의도 들어오고 있고."
무릎 위에 올려진 인형과 자신이 원래 끌어안고 있던 인형 두개를 졸지에 끌어안게 된 혜성은 인형 두개를 그대로 두고 아이스크림 막대를 입에 물고 대답했다.
>>284 오 U군아 힘내라 네가 캡틴 연애에 큰 도움이 될 것도 같고 아닐것도 같고!(?) 인첨공에서 보기 드문 < 이게 농담은 아닌게 U군은 스트레인지에 살지만 그렇다고 스킬아웃은 아님 회색지대에 있지만 자기 주체가 흐릿한 것도 아니고 항상 사는 목적이 뚜렷함 근데 이제 K를 만나버려가지고 신세한탄하는 찌질이가 되버리는(???) ㅋㅋㅋㅋㅋㅋㅋ 그야 스트레인지에서 술 푸면 K한테 보일지도 모르자너 밖에서 해야지
>>286 이게 무슨 소리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힘내보렴 U군! 진짜 맛도리인게 U랑 다르게 K는 스트레인지에 살고 스킬아웃이여서 발을 담굴 뻔했다가 뺀 케이스에 이혜성으로 인해 목적이 생긴 케이스(?)라서 U랑 정반대인게 맛도리임 신세한탄하는 순애찌질남 귀하다 귀엽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밖에서 술 퍼마시고 들어와서 K랑 마주치고 찌질찌질 우는 U 보고 싶은 새벽 5시
(배방구로 인한 2차 난리부르스) 그러니까 몸상태는 괜찮았어요! 아니 완전 멀쩡하냐면 그것도 아니긴 한데 그렇다고 힘들 정도는 또 절대 아니었구요 응... 네... 그냥... 초저녁에 약기운인가 잠이 아주 푸짐하게 쏟아져서... 컴퓨터를 키는대신 그대로 침대에 머리를 박았어요... 한 12시면 깰줄 알았지 11시간을 내리 때려잘 줄은........ (무릎에 부시럭부시럭 올라타기)
몇 개인가의 줄이 치렁치렁 늘어져있었다. 가만히 바라보면, 전기선도 보이고, 수액관같은 것도 보인다. 전기선이 약 2줄인가 3줄쯤, 수액관이 4줄쯤 되어보인다. 그 끝을 따라가보면 어느 한쪽에는 링거며, 투석기는 아닌데 무언가 펌프질하고 있는 기계며, 용도를 알 수도 없는 전자기기 같은 것들이 가득 도열해앉아 저마다의 불빛을 희미하게 빛내는 게 보일 것이고, 그 반대쪽 끝을 따라가보면 병상에 죽은 듯이 누워있는 훤칠한 키의 실루엣이 보일 것이다. 이불을 덮고 누워서, 잠잠히, 가만히.
죽은 것은 아니다. 잠이 든 것도 아니다. 그저 거기에 누워있을 뿐이다.
와글와글. 머릿속이 시끄러웠다. 많은 이들이 떠들고 있는 것 같았다. 다른 이들과 비교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이인지 생각이 드는 순간 숨이 턱 막혀오는 감촉이라거나. 총상을 입고 돌아온 아들을 마치 고칠 수 있는 물건 대하듯 무미건조하게 대하는 아버지의 태도에서 느껴지는 싸늘함이라거나. 딱히, 이번에도 내가 굳이 이러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가져다주는 허탈함이라거나. 결국 자신이란 얼마나 소용없는 사람인가, 하는 자각이 짓눌러오는 중압감이라거나. 결국 나는 또, 아무 짝에도 소용없는 일을 위해서─
불빛이라곤 의료기기의 LED 램프들뿐인 어두운 방 안에서, 성운은 가만히 침잠해 있었다.
그러나 그 빛 없는 어둠의 진흙탕 가운데서도, 무언가 비쳐드는 빛이 있었다.
위잉 하는 진동음과 함께, 성운의 머리맡에 놓여져있던 핸드폰에 더럭 켜지는 화면. 성운은 무언가 꽂혀있지 않은 팔을 들어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유준 선생님이라는 이름이 거기에 찍혀있었다.
<[ 너 시간 없냐 지금 ]
······이 사람이 내게 연락할 이유라고 한다면, 하나뿐인데. 그래서 성운은, 지금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기로 하고 그대로 답신을 한 손으로 쓰기 시작했다. 빈발하는 오타를 한자 한자씩 지워가며 쓰다 보니, 한 마디를 적어내는 데에도 시간이 조금 걸렸다.
[ 무슨 일인가요 ]>
병원을 나오는 것은 쉬웠다. 링거 바늘도 다 잡아뽑아 버렸고, 관자놀이며 심장에 붙은 패치도 다 떼어버렸다. 갑자기 신호가 끊긴 기계가 삑삑대며 경보음을 내긴 했지만, 성운은 가볍고 사뿐하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찌뿌둥하긴 했지만, 그래도 퍽 움직일 수 있을 정도였다. 가볍게 몇 차례 뜀뛰기를 해본 다음에, 성운은 복도로 나왔다. 저 멀리서 다급하게 달려오는 의료진들이 보였다.
“미안해요, 선생님들.”
성운은 그렇게 예절바르게 사과를 남긴 다음에, 고개를 홱 돌렸다. 달려오던 의료진들이 그대로 허공으로 붕 들려올라가서는 무중력 상태에 처음 진입하는 사람들마냥 휘적거리며 균형을 잡지 못하고 허공에서 허우적대는 꼴이 되었다. 성운은 저벅저벅, 슬리퍼에 환자복 바람으로 그들의 반대방향으로 걸어갔다. 창문이 보였다. 가만히 바라만 보는 것으로 유리창은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와장창 찌부러지듯 무너져내렸다. 그리고 성운은 가볍게 몇 걸음 도움닫기해서, 그대로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
차가운 바람이 성운의 몸을 쓸고 지나갔다. 아직 채 다 잠을 깨지 못한 인첨공의 새벽 야경이 한 편의 차분한 조감도가 되어 성운의 앞에 고스란히 펼쳐지고 있었다. 성운의 몸은 마치 한 마리 날다람쥐나 알바트로스처럼 새벽 공기를 가르며 활공하고 있었다. 누워있는 동안 노래라도 들으라고 서헌오 박사가 마련해준 이어팟을 성운은 귀에 꽂고, 눈을 감았다. 바람 나부끼는 소리를 타고, 마쉬멜로우의 덥스탭이 귓전을 울린다.
저 너머에 네가 기다리고 있었다.
환자복 차림으로 인첨공의 야경 한가운데로 활공해 내려가면서, 성운은 문득 귓가에 울리는 노래의 가사를 한 번 곱씹어 흥얼거렸다.
I'm so alone, Trying to find my way back home to you.
>>353 >>355 결국 그 모든 고뇌와 고통 끝에도 자신이 돌아가길 원하는 자리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아버린 열여덟살 고닥생은 때론 저렇게 좀 청춘의 특권인 막나가기를 남용할때도 있다는 거죠 랑이도 중상으로 입원해 치료받던 중이라도 리라가 유아퇴행 일으킨 채로 자신을 찾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마찬가지로 병원 뛰쳐나올 거라 감히 무단적폐캐해를 해봅니다
유준은 내가 열이 날 때마다 손목에 카테터를 박아 놓곤 했다. 워낙 자주 열이 오르내리다보니, 수시로 약물을 주사해야 했는데 그 때마다 혈관을 찔러대다간 오히려 혈관 내출혈을 일으켜 한동안 팔을 못 쓰게 되어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예 미리 꽂아놓은 채로 고비를 넘기기 전까지 수액과 주사를 번갈아 쓰곤 했다. 덕분에 다시금 고열로 혼절해도 빠른 약물 처치가 가능해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진 않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한숨 돌리는 김에 성운에게도 연락 했던 것이었다.
>[애 열 났다고 한 건 봤냐] >[그게 심해서 정신이 어릴 때랑 좀 오락가락하는데] >[그 와중에도 널 찾길래 그런다]
유준은 대놓고 오라던가 급하다던가 그런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시간이 시간이었고, 내가 지금 모습을 성운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할 것도 잘 알고 있어서였다.
하여 그 이상의 말은 하지 않고 답이 없는 것을 본 후 다시 나를 돌봤다. 열이 다시 내려간 걸 확인한 뒤, 내 얼굴과 머리를 대충 추슬러주고 자리에서 일으켰다. 이부자리의 정리를 위해 나를 잠시 거실로 데려다 놓을 셈이었다.
"아이고- 이게 사람이냐 짐짝이냐 아주 그냥-"
투덜거리며 나를 안아 든 유준은 성큼성큼 걸어 방을 나갔다. 최근 사용하게 되어 천을 걷어놓은 소파에 나를 내려놓고 여분의 담요를 가져와 내 위에 푹 덮어주었다.
"이잉... 시르어..." "이게 진짜."
그 사이 정신이 희미하게 돌아와 그게 싫다고 칭얼대는 소리를 내자 내 볼을 약하게 쥐고 누른 유준이 얌전히 있으라며 방으로 돌아갔다.
우우우, 불만의 표시를 작은 신음소리로 흘린 나는 흐릿한 눈을 굴려 거실을 둘러보았다. 방과 달리 티비조차 없어 삭막한 거실에 두터운 암막 커튼 틈새로 스며드는 달빛 만이 한 줄기 비추고 있었다.
기묘할 정도로 맑고 밝은 달빛을 멍하니 응시했다. 마치 심해 밑바닥까지 내리꽂히는 것 같은 빛이 해가 아닌 달빛이라는게 어쩐지 신비로웠다. 빛이라곤 닿을 일 없을 줄 알았던 밑바닥에 상냥한 폭격처럼 쏟아졌던 그 별빛 또한-
똑똑.
한 순간, 빛줄기가 이지러졌다고 느꼈다. 그 직후, 노크 소리가 들렸다. 현관문, 이 아니라, 빛이 새어들어오는 그 유리창에서, 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몸은 여즉 뜨겁고, 정신은 아직도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유영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어쩐지, 저 소리엔 내가 가봐야 할 것 같았다.
한 걸음, 두 걸음, 비틀거리면서도 서서히, 발코니로 다가갔다. 이 집에 온 후로 환기할 때가 아니면 열어본 적 없는 발코니였다. 그 큰 창 앞을 가린 커튼을 흔들리는 손으로 잡아 천천히 옆으로 밀어 젖혔다. 때아닌 달빛이 눈부시게 쏟아져 들어오고 그 앞에는-
달빛을 등졌지만, 그 빛보다 반짝이는 새하얀 머리카락이 있었다. 나를 향한 눈동자만큼은 어느 때보다 선명한 보랏빛을 띈 눈동자가 있었다. 달칵, 잠금을 풀어 발코니로 향하는 창을 열자 희미한 의식을 겨우 수면 위로 붙들어주던 온기의 윤곽이 실체를 띄고 그 너머에 있었다.
"...성운, 아..."
메마른 목이 내는 목소리는 버석하고 갈라졌지만 똑바로 그의 이름을 그 혀 끝에 담았다. 펄펄 끓는 체온 임에도 창백한 얼굴은 눈 앞의 연인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쏟아지듯 그의 품에 안겨-
"보, 고, 싶었, 어..."
지나가버린 과거도, 어중간한 미래도 아닌, 현재의 그를 반겼다. 유일하게, 나를 지금 이 순간에 붙들어놓는 그를.
그러한 의식의 영향이었을까. 내가 성운을 인식한 순간부터, 정확히는 발코니의 창을 연 직후부터 성운의 몸에 남은 부상의 흔적들이 전부 회복되었을 것이었다. 총상도 자상도 찰과상도 골절도 전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흉터조차 남기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 일련의 과정이 순식간이라 눈치 채는 것이 조금 느렸겠지만 아무렴 어떨까, 적어도 성운이 나와 함께 아파 누울 일은 없을 거란 의미였다.
"얌전히 있으라니까 또 뭘 하는- 어? 뭐야. 왔냐."
그보다 한 박자 늦게 거실의 소리를 듣고 나온 유준이 발코니를 통해서 온 성운을 보고 태연히 왔냐고 말했다. 그리고 환자복 차림인 걸 보고 미간을 찡그렸다가 가까이 와서 외상 자체는 다 나은 걸 보고 대뜸 그런 말을 했다.
"마침 잘 왔다. 이 녀석이 식은 땀을 하도 흘려서 씻기던가 해야 하거든? 온 김에 네가 좀 해라. 내가 할 순 없잖냐. 그치?"
눈매가 퀭하게 패인 유준은 대뜸 그런 말을 던져놓고 낄낄 웃으면서 방으로 들어갔겠지. 과연 그 말을 들은 성운의 반응은-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열병이 나은 것도 아니었으니, 누구 속도 모르고 그저 좋다고 헤실헤실 웃으며 품에 파고들기나 하고 있었겠지.
>>375 일단 유준씨 톡에는 어디로 가면 될까요? 하고 답신 보냈을 테고, 그러면서도 이미 혜우네 집으로 향할 생각을 하고 있었겠죠. 도착해서는 나도 보고 싶었다고 혜우 와락 끌어안고 다독다독해주다가 유준씨 폭탄발언에 아마 >>372랑 비슷한 얼굴 되지 않았을까... 아마 열에 달뜬 혜우 몸으로도 성운이 체온이 훅 올라가는 게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어버버하고 있다가 어떻게든 물티슈같은 걸로 팔다리만이라도 어떻게 해주려고는 했겠네요.
>>376 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순백의 숙맥 반응 귀여워 유준이 슬쩍 나와가지고 "농담이아 농담 거 수건 적셔줄 테니까 그걸로 대충 보이는 곳이나 닦아줘" 이러고 다시 감ㅋㅋㅋ 근데 문제는 혜우가 품에서 안떨어짐 떼어놓으려고 하면 히잉8ㅁ8 하고 울먹울먹함 나 놓고 가지마아 시러어 이런 소리도 함
입술 사이를 비집고 새어나가는 매캐한 흰연기에서, 어렴풋하게 달달한 딸기향이 감돌았으나 그 연기의 근원지를 붙잡고 있는 손가락의 주인의 표정은 괜찮아보이지 않는 얼굴이었다. 나이에 맞지 않는 피로감에 절어있는 창백한 낯으로 곰곰히 생각에 잠긴 것처럼 오래됐지만 튼튼한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상자를 물끄러미 응시하며 까만 담배를 태워내던 혜성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짓고 서있는 -그 중 한명은 면목없다는 양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사람들을 향해 도르륵 시선을 굴려 바라봤다.
"크게 다치지 않았으면 괜찮아요. 가면도 멀쩡하고, 얼굴을 들키지도 않았잖아요? 그리고... 본래 노리고 있던 물건도 회수했으니."
모든 게 괜찮을 겁니다. 느린 어조로 속삭이듯 중얼거리는 목소리의 톤이 부드럽다. 그와 동시에 잔뜩 긴장하고 있던 사람들이 한결 안도하는 표정을 짓고 고개를 끄덕여보였지만 단 한사람- 후드를 푹 눌러써서 표정이 보이지 않는 사람만이 혜성과 눈을 마주했다. 무슨 소리를 하려고. 담배를 끄는 자신과 다르게, 담배를 꺼내는 K를 바라보며 혜성은 피곤함이 묻어나는 눈가를 슬몃 찡그렸다.
"이대로 내버려둘 셈이야?" "집단의 복수를 실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많아요." "이봐요. 캡틴. 우리가 꼬리말고 도망쳐버리면 저 **들이 기고만장해서 여기서 날뛸거라는 거 알고 있잖아! **! 그러다가 에어버스터가 다시 오면? 그땐 어쩔 셈인데!" "나는 내버려두자는 말을 한 적 없어요. 집단의 복수를 실행할 수는 없지만, 귀찮게 만들 수는 있죠."
혜성의 새파란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천천히 그 이채가 감돌며 파리한 불꽃처럼 시퍼렇게 일렁거리는 눈을 깜빡이다, 혜성은 책상을 톡 두드렸다.
"기존의 활동은 지속하되, 감히 우리에게 피해를 끼친 그들을 귀찮게 해버리세요. 매일 한번씩, 한명씩 돌아가며 추격하고 기습하고 약을 회수하다보면 그쪽도 반응을 보일테니까요." "약이 없다면 어쩔까요?" "없다해도 목적은 바꾸지 않습니다. 3학구 스트레인지 구역을 다시 지저분하게 만드는 이들이 있는데 가만 있을 수는 없죠."
>>393 나라는 존재는 링크를 누르기 전과 후로 나뉘었다. 아둔하고 미련하던 과거의 나, 그리고 여전히 아둔하되 생의 아름다움을 마음 한켠에 담을채 살수 있는 나. 그림 한입 뜯어먹으면 (리라주: 먹지마 배은망덕한 자식;;) 카스테라맛 날거같다 나 리라주 특유의 깔끔한 선화랑 채도 선명한 채색 되게 좋 아 해 헤헤... 캐들 디테일 한명한명 다 살려준거 진짜 세심해서 리라주 연성 볼때마다 늘 감동이야... 특히 캐들 눈매 애들마다 묘사 다 다르게 해준거 보고 입이 안 다물어짐 우리애들 눈꼬리 올라간 고양이상 되게 많은데 그것도 한명도 안겹치게 캐릭터성 짙게 그려주구!! 애들 눈동자 디테일도 진짜 맛있었다 여로 죽은눈 설정 반영해서 하이라이트 뺀것도 그렇고 애린이나 아지 빤짝이 >1인것도 ㅋㅋㅋ 애들 성격 진짜 잘 보인다 리라주 매번 애들 설정 하나하나 신경 쓰고 물어보고 기억하는거 그림에서 늘 잘 보인다!! 고마워!! 리라 별하이라이트도 넘 맛있다 (고해성사: 별하이라이트 공설인지 아닌지 잘 몰랏어서 전에 리랑 그렸을떄 그렷다뺏다 하다가 그냥 뺏엇다 젠장 궁예실패...) 혜우성운이 하이라이트 다른 애들보다 상대적으로 작은것도 1호컵 특유의 가라앉은 분위기 잘 보여줘서 너무 좋아.......
ㄹㅇ 티민데 나 리라주가 전에 연성해준거 보고 경진이 면상캐해가 새로 갱신되었었다 이자식 화려하게 잘생겼구나 그리고 뒷머리도 뒤로 넘겻엇구나..(?) 리라주 천재캐해 덕에 내가 잊고있었던 경진이 와꾸설정 다시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 덕분에 요즘은 리라주 캐해 따라서 곱상하게 그리고 있다 후후... 사족이 길어졌는데 애들마다 캐릭터성 잘 해석해주고 애들 설정 풀리는거 하나하나 다 신경 써주는게 그림 디테일에서 너무 잘 보인다! 이렇게 세심하기 되게 어려운데 리라주 덕에 애듷 연구소 설정 많이 풀려서 늘 고맙다!! 반응은 요즘 못하고 있지만 나도 리라 훈련이나 조사독백 늘 잘 보고 있고 이게 앞으로 어찌 풀릴지 되게 기대한당 히히 :0 리라주 사랑해 리라주에게 한명의 팬이 있다면 그건 나고 리라주에게 팬이 한명도 없다면 내가 다1진거야
진짜 고생 많았다 나 요즘 그렇게 열심히 안 살았는데 이게 왠 포상이야 리라주 사랑해(2)(리라주 손목 맛사지) 하... 리라주도 가둬서 평생 그림만 그리게 해야하는데...
@저지먼트 전원 모두의 책상 위에 여러가지 장비들이 상자에 담겨서 주의사항이 적힌 쪽지와 함께 놓여 있다. 필요한 것만 골라서 가져가면 될 거 같다.
[모든 물건은 불에 약합니다. 불 조심!]
팔 다리 각반: 검은색. 단단한 재질. 공격력 강화, 외상으로부터의 보호
코뿔소 팔찌(업그레이드 버전): https://ibb.co/zSGg2qk 방어 아이템. 치명상에서 몸을 보호해준다. 형태는 이미지 하단 좌측 디자인 참고. 참은 은색. 줄은 검정색. 코뿔소의 눈 부분에 캐릭터들의 상징색이 담긴 보석이 박혀 있다. 참과 함께 작은 녹색 구슬 3개가 줄에 끼워져 있다. 공격 한번을 막아낼 때마다 구슬이 하나씩 검은색으로 변한다. 총 3번의 방어가 가능. 사용 후 달빛이 잘 드는 곳에 하룻밤 동안 놓아두면 구슬이 다시 녹색으로 돌아오며 방어 능력이 충전된다.
이어플러그: 음파를 차단할 수 있는 이어플러그.
EMP: 카페 진동벨 크기의 원형 기기. 노란색. 가운데의 붉은 버튼을 누르면 사용이 가능하다. 1회용.
음파 흡수 기계: 카페 진동벨 크기의 정육각형 모양 기기. 기존 진압방패(방패의 윗부분을 검지와 중지로 두 번 두드리면 일반적인 진압방패의 크기로 돌아온다. 오른쪽 측면을 같은 방식으로 네 번 두드리면 다시 카드 크기로 작아진다)의 앞면에 부착한 후 세 번 두드리면 음파 흡수가 가능해진다. 1회용.
방독면: 하얀색의 방독면. 얼굴 전체를 덮는다.
*소나키네시스 사용자에게 미니 확성기(목걸이 줄에 걸려있다. 목걸이 줄을 빼면 일반적인 확성기 크기로 돌아온다.)와 확성기 사탕(일시적으로 목소리를 커지게 해 준다.)을 추가 배분.
4학구의 사람들이 소멸한다고 예고된 날이 딱 하루 남았습니다. 아마 별 생각없이 보낸 이도 있을테고, 긴장하면서 보낸 이도 있을 것입니다. 확실한건 뭐가 어찌되었건 점점 그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저지먼트 부원들 중 오늘 은우와 함께 갈 이들. 정확히는 '크리에이터'일지도 모르는 원흉을 막으러 갈 이들은 부실에 모여있었을 것입니다. 아직 은우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세은이도 마찬가지고요.
각자 시간을 보내고 있다보면 은우가 자동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은우는 상당히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일단 자신의 자리로 갔습니다.
"...나와줬구나. 일단 나와준 이들은 모두 뭐가 어찌되었건 같이 가는 것으로 알고 있을게. 우선... 다들 와줘서 고맙고... 내가 그동안 찾은 조사 결과만 이야기를 할게. 먼저... 불렛. 보라는 아예 소식이 없어. 안티스킬을 통해서 알아보려고 했지만 '크리에이터'가 데리고 간 이후, 크리에이터 역시 소식이 끊어졌다는 모양이야. 안전가옥의 위치는 알아내긴 했는데 문제는 그 근처를 살펴보려고 했지만 CCTV는 물론이고, 위성카메라에도 그 모습이 노이즈가 담긴채로 나오고, 드론을 보냈는데 드론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 말 그대로... 그곳의 현 상태를 알 수 없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인 모양입니다. 뒤이어 은우는 한숨을 약하게 내쉬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크리에이터의 위크니스가 누구인지는 나도 알 수가 없지만... 꽃집을 하는 사모님과 그 딸은 현재 2학구에 있는 병원에 있다는 것 같아. 듣자하니 그 애. 심장발작이 생겨서, 일단 병실에서 회복중이라는 모양이야. 일단 이 둘 중 하나가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있긴 한데..."
이어 은우는 자신의 핸드폰에 있는 '네비게이터'를 바라봤습니다. 그러자 그 안에 있는 고양이는 스피커 기능을 이용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위크니스? 그런 거 모른다냥. -하지만 아린 주인님은 주기적으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야만 하는 몸이다냥. -태어난 이후에 어떤 원인인진 알 수 없지만, 심장이 매우 약해져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고 들었다냥. -마스터는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냥.
그 말을 들으며 은우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리고 모두를 바라보며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작전에는 월광고의 웨이버도 함께 하기로 했어. 리라야. 버튼을 눌러서 비상워프탈출 같은 것을 만들 수 있니? 만들 수 있다면 다른 이들에게 하나씩 만들어서 채워줘. 만일의 경우 모두 워프해서 퇴각할 수 있도록. 그리고 다른 이들도... 각자 준비를 해줘. 이어셋 같은 것도 미리 상태를 확인하고."
이어 은우 역시 자신 전용 이어셋을 끼운 후에 테스트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이들 중에서도 누군가는 하지 않았을까요? 그 순간이었습니다. 이어셋을 끼우고, 혹은 이어셋 상태를 확인하려는 이들, 혹은 끼우지 않는 이들이어도 알 수 있을 정도의 크기의 목소리가 이어셋 속에서 들려왔습니다. 그것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AI'로 만든 목소리였습니다.
ㅡ안녕. 코뿔소 여러분. ㅡ잠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ㅡ별 건 아니고... 제안을 하나 하고 싶어서 말이야. ㅡ누구냐고 묻는다면... '리버티'라고 대답하지.
해킹인 것일까요? 어쨌든 그 목소리는 분명하게 여기에 있는 이들에게 말을 걸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크리에이터를 치러 가는 날이었다. 사실 그림자라는 편을 둔 크리에이터를 상대하기에는 저지먼트 쪽이 심각하게 열세이지만, 그나마 웨이버가 붙어주었다. 하지만 아직 우리라고 가정해야 돼. 크리에이터와의 강함의 격차가 아직 정확하지 않을 뿐더러, 그림자의 전력도 정확하게 모르잖아. 하지만 내일이 D-DAY야. 뜸을 들일 시간이 없다고. 최대한 전력을 내야 된다. 크리에이터를 잡는데 성공하지는 못해도, 녀석들의 계획을 늦추기라도 해야 돼.
한양은 크리에이터의 안전가옥이 사실상 관측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작게 말을 내뱉었다.
" ....눈치 깠네... "
" 그 양반 지금 자기를 감시하고 있다는 걸 알아챈 상태야. 누가 감시를 하는지는 모를 수.. 아니, 그 사람 능력이면 어쩌면 알아챌 수도 있겠군. 어쨋거나 크리에이터도 습격에 단단히 대비를 하고 있을 확률이 높아. "
한양은 각종 감시기구의 오류를 통해 유추한 내용을 덤덤하게 말하였다.
" 위크니스라, 아내하고 딸..둘 중 하나일 것으로 추정되긴 하는데.. "
' 애초에 위크니스는 심장도 건강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약한 심장에 폭탄을 이식하는 과정에서 안 죽는 걸로 다행이고.. 게다가 어찌어찌 이식한다고 해도, 주기적인 치료를 놓치면 크리에이터도 같이 죽는 꼴이잖아. '
' 아, 근데 위크니스는 크리에이터가 정하는 게 아니지. 도대체 누구지? '
그렇게 서한양은 이어셋을 귀에 끼며 테스트를 하려고 하는데.. 들어본 적이 없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리버티? '
" 제안을 하기 전에, '리버티'가 뭘 하는 존재인지부터 설명 부탁드립니다. "
" 당신이 우리에게 연락을 했다는 건, 우리 저지먼트가 어떤 집단인지 이미 알고 있다는 의미고요. 그러니 우리에게도 당신이 어떤 존재인지 설명해주실까요? 그래야 대화가 원활할 것 같아서요. 아무래도 당신의 존재에 대한 인지를 배제하는 것보다는 훨씬 수월하죠. "
새삼스럽지만 지나치게 큰 일이다. 부실의 공기는 여름 습기 덜 가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건조했으며 또한 무거웠다. 이제 물품 상자를 꾸리는 것도 꽤 익숙해졌기에 준비는 신속하게 이루어졌고, 덕분에 잡념에 빠질 시간은 단축된다. 이윽고 은우와 세은이 부실에 발을 들이자 리라는 그들에게 시선을 두거 집중하기 시작했다. 심각한 얼굴. 이어지는 좋지 않은 신호들... 그 당시에 그렇게 순순히 맡기면 안 됐던 걸까. 하지만 여기 있는 그 누가 그 사람이 배신자라고 생각이나 했겠는가?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건 수습뿐이다. 리라는 은우의 지시에 고개를 끄덕인 다음 자리에서 스케치북을 꺼내들었다. 비상워프장치라면 손목시계 형태가 가장 보편적이겠지. 팔찌에 워프 장치까지, 손목을 여러모로 무겁게 만드는 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생명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녹색 버튼 달린 손목 밴드를 그려내고 있었다. 간단한 형태라서 그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지만 손을 종이에 두고 있으니 이어셋 끼우기는 자연스레 미뤄진다. 그러니 그의 귀에는 일반적으로라면 어떤 통신이 들려오지 않는 게 옳다.
"......해킹이 아주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네요."
왜 아날로그 기록을 신봉하는 사람이 생기는지 조금 알 것도 같고. 문득 반창고 붙은 관자놀이가 욱신거린다. 리버티라면 전에 그림자의 기록에서 보았던 의문의 조직이지. 그들이 왜 우리에게?
"탈출 밴드 완성됐어요. 채워 드릴테니 들으면서 계세요."
어쨌거나 주어진 일도 끝마쳐야 했으므로, 리라는 인원수대로 그려진(은우와 아라의 몫을 포함해서) 녹색 버튼 달린 검은 손목밴드를 실체화 시켜 모두의 손목에 걸어주려고 했다.
어떤 이유가 있는 지, 혹은 이유가 없는 지. 소년은 알 겨를이 없다. 남들보다 조금 더 타인의 깊은 곳으로 파고들기 쉬운 소년이라 해도 눈 앞에 없는 타인의 사고는 알 방법이 없다. 또한 엄밀히 말하면 그다지 관심도 없다. 활시위에 걸려있는 화살을 매만지며 소년은 받아 챙긴 장비들을 떠올렸다. 전보다 좀 더 본격적이라고 해야할지.
".."
EMP를 언제 사용해야할까. 기억 능력은 통하려나 그런 생각을 할 즈음에 문득 소년이 떠올린 것은 일전의 엿 본 기억.
다급하게 자신들이 있는 장소로 향하던 그의 모습이 소년은 아직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것은 자신과 같은 능력자를 염두에 둔 일일까 아니면...
"..하아.."
당장 고민해봤자 의미는 없었다. 하얀 소년은 숨을 뱉은 뒤.. 리버티라 자칭하는 목소리에 차분히 귀를 기울였다.
하루 남았다. 위크니스는 알 수 없지만 심장이라는 얘기를 들으니 정황상 아린이 유력한 것 같다.
"부모라는 것은 자녀에게 약하지요……."
자녀가 병약한 존재라면 제 심장이라도 바꿔주고 싶을 존재가 부모다. 그러니 그쪽이 위크니스일 확률이 높겠지. 물론 천륜을 진 존재라면 이 가정도 쓸모가 없다. 그렇다고 포기하는 사람은 아니다. 새로운 수를 쓰면 되기 때문이다. 자녀가 소중하지 않다면……. 태오는 전용 이어셋을 집어 들었다. 저지먼트니까 마음 속에 담아두었지만, 써야 할지도 모른다.
"……."
태오는 목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이어셋을 낀 것을 후회했다. 출동하기 전에 갑자기 제안이라고 하는 목소리를 들으니 귀찮은 일에 휘말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또 시작이네, 리버티라면 민우의 속에서 들었던 그 단체인가, 그것보다 상당히 불쾌하다. 신원도 밝히지 않으면서 제안을 건네는 것 때문이 아니다.
속내를 읽으면 누구인지 유추할 수 있을 텐데, 굳이 변조 프로그램이 아니라 AI로 얘기하는 것은 자신의 능력을 알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태오의 손이 이어셋을 향했다. 당장이라도 뽑고 싶은 탓이다.
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있었으니, 오래전부터 긴장을 늦추지 못해 정신적인 피로도가 굉장했다. 이전의 다른 사건들과 그 궤가 달랐으니, 날이 가까워 질 수록 무섭게 압박해오는 것이었을까. 이 순간에 그나마 절망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은 함께하는 저지먼트 동료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금은 리라가 만들어 둔 장비를 챙기고서, 다리의 각반을 좀 더 단단히 고정했다. 자신의 능력과 상성이 좋지 못해, 제 불에 쉽게 타버릴 수 있었지만. 자신이 조심한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었고, 또 지금에서는 뭐든지 쓸 수 있는 것은 다 써야 했다. 은우가 하는 말에 금은 한숨을 내쉬며 그저 고개를 내저었다. 불렛과 소식이 끊기고, 상황 조차 모른다는 것은 불안했다. 그때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기계적인 목소리에 금은 눈가를 찌푸렸다. 다른 이들의 반응과 표정으로 이는 모두에게 들리는 것 같았으니. 금은 입을 꾹 다문 채, 리버티가 무슨 말을 할지 귀를 기울였다.
생각도 못한 존재. 리버티의 통신은 은우로서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고서에 있었던 이름입니다. 정확히 어떤 이인지는 자신도 알지 못했습니다. 길을 돌아다니면서 비슷한 이름의 단체를 본 것 같기도 하지만 정확하지 않았습니다. 확실한 것은 그림자가 경게하고 있는 존재. 그 존재가 왜 자신들에게 통신을 건 것인지 알수는 없었으나 일단 은우는 조용히 침을 삼키며 말했습니다.
"한양이 말대로야. 너희들은 무슨 단체지? 그것부터 설명해줬으면 좋겠는데?"
ㅡ우리들은 인첨공의 어둠을 용서하지 않는 자. 진정한 자유를 쫓아 비상하는 날개를 품에 안은 존재다. 그렇기에 '리버티'지. 너희들이 지금 뭘 생각하는지 알고 있어. 제 4학구에 가서 크리에이터가 잡고 있는 레드윙을 구하려는 거잖아. 안 그래?
"...그걸 왜 알고 있지? 너... 뭐하는 녀석이지?"
ㅡ우리들이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아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문제야. 에어버스터. 중요한 것은 우리가 너희들의 작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생각하거든.
"...무슨 의미지?"
ㅡ우리들은 제 2학구를 조금 뒤에 테러할 생각이야. 그렇다고 한다면, 적어도 '그림자'가 관여가 되어있다고 한다면 꽤나 많은 병력이 줄어들지 않겠어? ...운이 좋다면... 너희들은 크리에이터를 상대하지 않고 생각보다 쉽게 구할 수도 있어. 어때? 적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유리한 상황이 될 것 같은데.
"테러? 무슨 의미야!!"
ㅡ말 그대로의 의미야. 2학구를 불태우고 가능하면 최대한 많은 것을 날려버릴거야. 그림자는 제 2학구에 본거지를 두고 있어. 본거지가 공격당한다는 것을 알면 좋건 싫건 방어하러 오겠지. 그리고... 그 외에도 너희들에게도 유리한 것이 많다는 것은 알잖아. 안 그래? 그러니까... 우리가 이렇게 지원을 해줄테니, 너희들도 우리들의 행동을 눈감아줬으면 좋겠는데. 윈윈이라고 생각하는데? 안 그래? ...아. 무고한 시민 어쩌고 하지 마. ...너희들, 진심으로 2학구의 있는 이들이 무고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2학구의 대부분은 '연구원'들이야. 너희들이 받았던 커리큘럼을 주도하고 이끄는 '연구원'들 말이야.
말 그대로 자신들이 2학구를 테러할 것이고 그것이 너희들에게 도움이 될테니 그냥 눈 감고 모르는 척하라는 말입니다. 어쩌면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말하면, 별다른 감흥이 소년에게 든 것은 아니었다. 그저 흔히 있는 과격파라고 생각하면 그럴듯했다. 단지 문제는, 저들이 일으킬 피해에 구분이 없을 것이라는 것 정도. 과격파인 만큼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얀 소년은 시선이 잘 닿지 않는 곳에서-그럼에도 누군가는 곧 잘 찾아내겠지만-턱을 톡, 톡, 두드렸다.
'대부분'은 연구원이라는 말은 아닌 사람도 있다는 뜻이며, 모든 연구원이 그림자의 뜻에 찬동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말들이 저들에게 닿지는 않겠지. 자신이 옳다고 믿는 테러리스트들은 역시 곤란했다. 그러니 일반적으로는 저들을 막는 것이 옳겠지만 문제는,
"...여력이..."
그래, 여력이 문제다. 크리에이터로 추정되는 상대를 방해하며 동시에 리버티라는 집단을 막아내기에 여력이 부족했다. 그나마 그림자 역시 전력이 나뉠 것이나 우리의 수가 적어지면 그 역시 별 의미가 없었다.
4학구의 소멸과 2학구에 대한 테러... 하얀 소년이 고개를 숙인 채 제 미간을 살며시 눌렀다.
커리큘럼을 진행하는 이를 증오한다고 하는 말을 라는 것에 애매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게 오히려 방해가 되면 보상해 주실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을까. 같은 생각을 했으니까요
"테러는 부상과 목숨과 관련되니까요. 돌이키기 꽤 힘든 편이고요...." 도움을 받는다와 도움될 수 있는 것은 많이 다릅니다. 그들이 도움이라 생각하는 것과 우리가 도움이라 생각하는 것도 말이지요. 안타깝게도 도움이 되고 되지않고는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닌 만큼... 이라고 생각합니다.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하시면 역시 저지먼트란.. 같은 거 하실 건가요?" 이건 그냥 궁금증에 가깝습니다.
' 자유를 쫓아 비상하는 날개.. 그래서 리버티군. 인첨공의 어둠을 용서하지 않는 자라.. 그런데 리버티가 우리들의 작전에 도움이 된다고? '
" 아뇨.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아는지는 당신들에게 안 중요하지, 우리에게는 중요한 문제라서요. 그, 제안을 드리는 입장이시면 우리의 조건에 좀 맞춰주려는 노력을 해주실래요? 그러면 우리도 당신들의 제안을 듣기 싫은데. "
분명 저 리버티란 녀석들도 일방적으로 도움을 줄 것 같은 구원자인 것처럼 말하지만, 우리에게 무언가 바라는 것이 있기에 먼저 찾아가서 연락을 하는 것이겠지.
' 오호라.. 미친 새X들.. 그냥 자유주의자도 아니고, 완전 아나키스트들이잖아? '
2학구에 그림자의 본거지가 있으니, 2학구를 통째로 타격해서 그림자를 유인한다라.. 그리고 2학구의 연구원들도 선량한 사람들은 아니다라.. 흐흠..
" 일단 제 말을 들어보실래요? 대부분이 선량하지 않다고 했지, 전부는 아니잖아요. 우리 저지먼트는요. 나쁜녀석들 100명을 죽이는 것보다 선량한 사람 1명을 구하는 것이 더 가치있게 여기거든요? "
" 아, 그렇다고 당신의 작전이 아주 실현이 안 되는 방법은 아니에요. 당연히 본거지를 광범위하게 타격하면 병력이 그곳으로 쏠리고, 우리가 뚫고자 하는 적의 종심을 뚫을 수 있겠죠. 구상 자체는 제법 훌륭해요. 뭐, 당신들이 진짜로 그걸 실현할 화력이 있는지는 우리로서는 아직 모르겠지만. "
" 그런데요. 우리는 당신들의 일에 협조 못해요. 이런 식으로 극단적으로 나오면 우리는 못 도와주지. 덜 과격하고 위험부담도 적은 작전이라면 모를까. 당신들 그거 알아요? 당신들이 그래요, 테러를 저질렀다고 쳐요. 그래서 그 뒤에는 어쩌려고? 그래, 레드윙 구했어. 그래서 망가진 2학구는 어쩌려고? 막 인첨공을 위해서였다는 명분이어도 테러는 테러이신 거 아시죠? 우리 중에서도 누군가가 양심에 찔려서 본인도 잠시 묵과한 거 벌받을 생각으로 당신들 다 불면 어떡하려고? 게다가 우리들만 목격할 줄 알아요? 아니? 우리들 말고도 분명 목격하는 다른 이들도 있을 걸? "
" 이건요.. 서로의 목에 폭탄을 차는 행위에요.. 서로 이념은 맞아서 반가웠지만, 행위의 강도는 서로 감당하기가 어려워요. 아까 말한대로 덜 과격하고 좀 더 안전한 방법이라면 모를까.. 제안은 여기서 끝내는 걸로 해요. "
확성기 목걸이와 사탕, 보호 팔찌만을 챙기고 나머지 물품엔 손 대지 않았다. 현장에서 응용 없이 소리부터 내질러능력을 전개하는 것이 리라의 눈에도 선했던 걸까, 목걸이를 차며 잠시나마 그런 가벼운 방향으로 혼잡한 생각을 정리했다.
억지로 붙들어둔 평화는 그만큼 쉽게 깨졌다. 2학구의 테러를 논하는 소리에 자신의 담당 연구원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얄팍하지만 그러기에 소중한 그 관계성을 되뇌이며, 경진은 은우를 슬쩍 보며 혀 끝에 머물던 물음을 겨우 뱉어냈다. 그리고 그 쓸데없는 질문 끝에 제 소견도 몇마디 내었다.
"세은 씨는 왜 이 자리에 없는 거죠?" "그들의 말을 과하게 신뢰해선 안됩니다. 크리에이터 그 남자가 그림자와 연관 있을수도 있다는 것이 신빙성 없는건 아니지만..."
잠깐 침묵했다. 그러다 다시금 입을 열었다.
"저는 테러가 마음에 걸립니다. 무고하지 않더라도 그게 죽어 마땅한 이유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부장님께서... 전력을 나누는 것에서 두 일 모두 그르치게 될 것이라고 판단하신다면,"
2학구를 테러한다. 말은 좋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할 부수적인 피해는? 우리가 감당해야 할 수고가 앞으로 어떻게 생기게 될지는? 저 리버티라는 놈밖에 모른다. 남이 짜놓은 판에 들어간다는건 그런거다. 리스크도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싸워야 한다. 당장에는 편할지 몰라도 나중에 가면 어떻게 되는데?
"우리와 협력하고 싶던거라기에는 타이밍이 참 악질적이네... 정신없고, 여력도 없고. 그런데 그때 짠 하고 2학구 테러라는 카드를 내민다니, 수상하기 짝이 없어."
종이나 대화로 작전이나 현황을 이야기한다면 제 아무리 해킹의 천재라고 해도 정보를 빼앗을 수 없을 것이다.
"역 제안을 할게."
철현은 리버티의 말을 곰곰히 듣고 사악한 미소를 띄었다.
"솔직히 말해서, 난 정의의 사도도 뭣도 아니거든?" "불렛을 구하는 것도 좋지만 난 복수를 하는 게 더 좋아." "2학구를 날려버리는 건 내가 하게 해줘. 직접 그 쓰레기들을 날려버릴 수 있는 기회가 눈 앞에 있는 데 누가 마다하겠어?" "연구원들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는 스킬 아웃들을 선동하고 너희에게 물건을 받는다면 충분히 교란이 가능할거야."
만약 리버티가 이 제안을 수락한다면 리라에게 부탁하여 분신들로 적당히 순찰을 도는 선에서 끝낼 것이다.
이미 시작부터 이들의 알량한 껍데기가 보이는 듯 했지만 뭐 일단 뭐라고 지껄이는지 들어는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들어보고 쓸 만 하면 그 때 말을 얹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 했는데...
"...세상에, 뚫린게 주둥이인 인간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네."
풉, 킥, 크크큭.
연달아 터지는 조소를 그대로 이어셋을 향해 흘렸다. 그리고 일말의 웃음기도 남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림자의 본거지를 알아낼 재주는 없고 2학구에서 난장을 칠 재주는 있나 보네. 어? 야, 뭐가 인첨공의 어둠을 용서하지 않아, 뭐가 진정한 자유를 쫓아 비상 어쩌구야? 니들 하는 짓거리가 그림자나 블랙 크로우 등등이랑 다를게 뭔데."
하- 짜증나.
"명분이라는게 그 주둥이로 싸지르지만 하면 다인 줄 알아? 그래봤자 니들, 1학구는 얼씬도 못 하는 병X들이잖아. 안 그래? 그냥 솔직하게 말 해. 2학구가 거슬리니까 뒤엎고 싶을 뿐이라고. 마침 거기에 퍼스트클래스도 없겠다, 그래서 그나마 만만해뵈는 2학구를 이 참에 허울 좋게 쑤시려는 거 잖아? 아니야? 야, 더 씨부려 봐 이 T발X끼야."
다른 이들은 이어셋을 껐을지 모르나 나는 끝까지 안 끈 채 뭐라고 더 말하나 기다렸다. 그림자 하나 만으로도 속에서 천불이 끓는데, 이젠 이런 듣보잡들까지 설치니 겨우 가라앉은 열병이 금방이라도 다시 도질 것만 같았다.
"공리주의자로써, 그건 전혀 찬성할 수 없으니까요. 2학구에 있는 사람과 3학구에 있는 사람과 4학구에 있는 사람의 목숨은 모두 동일해요. 4학구를 구하자고 2학구를 날려버리는 건 아무런 의미도 없다구요. 저들의 목적은 4학구가 아니죠. 사람들이 죽음에 익숙해지길 바랄 뿐이에요. 2학구에 있는 사람들이 죽어나가면 그건..."
굳이 테러를 예고까지 해 가면서 한다고? 단지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약통에서 두통약을 꺼내 털어 삼키면 딱딱한 정제와 차가운 물이 식도를 긁고 내려가는 게 느껴지는 동시에 정신이 조금 더 맑아진다. 그 사이 모두의 팔목에 비상 워프 장치를 채워준 리라는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 스케치북을 집어든다.
"좀 도발하는 것처럼 들리네요. 저런 테러 예고를 듣고 그럼 그렇게 하자, 대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여기 몇이나 될까요. '윈윈' 을 원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나는 난장판을 벌릴 테니 막고 싶으면 이리 오라고 하는 것 같은데."
그러면 전력이 분산되며 자연스레 일 처리가 어려워지겠지. 그걸 바라는 건가? 리라의 눈동자가 살짝 굴러 부실 유리창에 닿았다. 며칠 전의 커리큘럼 이후로 빛바랜 머리카락과 똑같이 하얗게 변해버린 자신의 속눈썹이 시야에 들어오면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들끓는다. 연구원.
"아무래도 2학구에 악감정이 많으신가 본데, 확실히 하죠. 사실 당신들은 우릴 도우려는 것도 누굴 구하려는 것도 아니지 않나요. 그냥 마음에 안 드는 걸 전부 터뜨리려는데 우리가 끼어들어서 거슬릴까 봐 얼결에 얽힌 걸 이쪽이 얻을 수 있는 이점인 척 들이밀 뿐이지."
그림자의 소탕만이 목적이었다면 2학구 전체를 테러하겠다는 소리는 아마 하지 않았을 거다. 결국 허울 좋은 명분을 내밀며 지껄이는 헛소리에 가깝지 않나.
"죄송하지만 당신들이 지금 말한 건 명백한 테러 예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걸 스스로 자각은 하고 있나요? 참 나. 누가 보면 정의의 사도라도 된 줄 알겠어요. 어둠을 용서치 않는다라... 세상 모든 일이 합법적인 루트로만 처리된다는 속 편한 소리를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놓고 범법행위를 저지르는 걸 나름대로의 정의관 아래 합리화하는 꼴은 저지먼트로서 보기 어렵네요."
물론 인간은 감정적인 동물이고 감정에 따라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때도 있다.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니. 그러나 저쪽은 무엇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조직. 누군지도 모르는 자의 감정에 공감해서 범법행위를 눈 감아줄 이유가 이쪽에는 없었다.
리버티. 자신들은 인첨공의 어둠에 대적하는 이들이라고 밝히는 것이었지만. 그들이 정말 순수하게 악을 처벌하기 위한 단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정의는 이익과 증오, 욕망에 쉽게 압도당하고는 했으니까. 그리고 그런 예감은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었을까. 어른들을 믿지 않는 금이라도, 그들이 하는 말에는 내면에서 밀려오는 혐오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폭력으로 이루어진 권력은 더 큰 폭력에 의해 뒤집힌다는 것일까. 그들이 말하는 '테러'는 그림자에게는 당연히 효과적인 피해를 입힐 것이었지만. 금은 쉽게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음으로써 이길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만들어 낼 결과는,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미래가 될 수 있을까. 금은 아무 말이 없었으니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접근 방식이 잘못 됐다. 태오는 이어셋 너머로 흐르는 소리에 제법 안타깝다는 듯 눈을 흘겼다. 자신이 아는 목화고 저지먼트는 이미 많은 사건으로 같은 저지먼트 부원이 아니면 타인을 절대 믿지 않는다. 무엇을 알고 있는지 얘기해서는 안 됐다는 뜻이다. 자기들만의 사회에서 똘똘 뭉친 사람들에게 강제로 끼워달라고 한다며 작전을 떠벌리면 반감만 살 텐데. 퍼스트클래스 말고도 배신자가 또 있나보구나, 인간이란 역시 덧없는 존재다.
"이미 저지를 생각이 만연하군요. 우리에겐 그렇게 될 것이라 통보하는 꼴이에요……."
그것보다 테러라. 태오는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안타까운 사람들. 아니, 멍청이들. 2학구에 테러를 하겠다고 이미 선전포고를 해놓고 이들이 연구원이니 뭐니 덧씌우는 꼴이 우습다. 2학구에 있는 연구원은 당연히 죽여버려도 좋은 인물들이다. 역하고 치졸한 것들을 치우는 것 좋다만, 저렇게 대놓고 언급하며 '진정한 자유'라고 합리화하는 꼴이 우습다. 이건 자유가 아니다.
"솔리스도…… 자신들을 괴롭게 만든 엘리트와 신앙을 저버리는 배교자를 처단했노라 했지요."
─와 다를 바 없지. 세뇌 당한 사이비 테러단체랑 다를 바가 없구나. 팔이 올라갔다. 태오의 노이즈가 꺼지더니 시선이 은우를 향했다.
"미안한데…… 관련도 없는 것들 구한답시고 고등학생 분수에도 안 맞게 소년병처럼 사지로 나서는 사람들에게…… 관련도 없는 것들 죽이겠다고 통보하는 버러지들의 대화도…… 들어야 하나요."
눈이 마주쳤든 말든 손이 올라가 슬쩍 가린 입술이 비죽비죽 올라가고 있었다. 드문 반응이었다. 태오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한 마디 뱉었다. "아, 인간이 다 이렇지 뭐."
대체적으로 상당히 부정적인 의견이 가득했습니다. 일단 은우는 그 말을 들으면서 경진을 우선 바라봤습니다. 세은이는 어딨냐는 말에 위험한 자리가 될테니까 여기에 참석시키지 않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세은은 위크니스고 은우의 목숨줄이니까요. 위험한 곳에 보낼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적어도 은우는 말이죠.
"아직 끊진 마. 난 이 녀석들이 이 조건을 우리가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고 제안이라고 말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진짜 목적은 따로 있겠지. 상식적으로 저지먼트인 우리가 이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할리가 없잖아. 그래서 진짜 목적은 뭐지? 리버티.
ㅡ후후후. 과연 에어버스터. 그리고 그 부하들도 꽤나 기가 세군. 그래. 처음부터 이 조건을 받아들일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역시 저지먼트라는 발언은 하지 않아. 역제안? 너는 신기한 녀석이군. 다른 이들이 다 반대적인 입장인데 너의 그 입장이 받아들여질 것 같진 않은데? 뭐, 애초에 우리도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고, 너의 제안 역시 거절하도록 하지.
ㅡ아무튼 진짜 제안은 이거다. 우리 쪽에서도 꽤 양보를 하는 것인데... 크리에이터의 목숨만 가져가도록 하지. 우리 쪽에서, 크리에이터의 존재를 용서할 수 없는 이가 있어서 말이야. 그래서... 크리에이터를 죽일 수 있는 절호의 수법을 사용할건데...그게 무엇인지는... 우리들만이 아는 방법이 있어서 말이야. 아. 에어버스터는 이해하고 있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그 말에 은우는 절로 침을 삼켰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을 리버티라고 말한 이는 여전히 AI음성을 사용해서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ㅡ어때? 나쁜 조건이 아니잖아. ㅡ너희들. 진심으로 크리에이터와 맞붙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ㅡ...먼저 일을 저지른 것은 크리에이터다. 너희들 입장에선... 이거야말로 진짜 바라는 좋은 수 아닐까?
즉, 크리에이터의 목숨만을 가져갈테니 간섭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왜 크리에티어의 목숨을 노리는 것인진 알 수 없으나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진짜 제안인 모양입니다. 마치 자신들이 많이 봐줬다는 듯이 스케일을 확 줄여서 정말로 노리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크리에이터를 이길 수 있을만한 확실한 방법은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이런 상황이라면 저 제안을 받아들이는게 맞다. 우리에게 확실히 필요한 패가 저쪽에는 있으니까.
"영... 탐탁치가 않은데..."
유한은 이번에는 입을 다물고 있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따르겠다는 태도였다.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어도, 마음 한구석으로는 내키지가 않는다. 무엇보다 이것 역시 리버티라는 얼굴 모르는 놈들이 짜둔 판에 발을 담구는건데... 단순히 들어서는 청사진조차 그려지지 않는 판이다. 섣불리 발을 담궜다가 무슨 일을 당할 줄 안단 말인가.
'잡상인 안 받음' 수준으로 자기들 아니면 뭉치지 않는 부원들 의기투합에 꼽사리 < 여기서부터 비호감 적립 테러 예고 < 가뜩이나 이번 일로도 힘들어 죽겠는데 비호감 적립2 ☆에어버스터와 그 부하☆ < 다른 건 몰라도 여기서 비호감 풀스택 우리가 은우의 부하같더냐 우리는 은우를 각종 정신 육체적인 요소로 괴롭혀 만성 두통과 위장염에 시달리게 만드는 일등공신이다
애초에 방금 전의 제안은 미끼였는지, 크리에이터만을 죽이겠다고 스케일을 확 줄여서 제안을 하는 리버티였다.
' 잠시만... 크리에이터의 목숨을 가져가겠다고 했는데, 그래서 우리에게 바라는 게 뭔데? 그렇게 크리에이터만 죽일 거면 바로 실행에 옮겼지, 우리한테 이렇게 말하지는 않았을 거잖아. 일단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을 하자. '
" 아니, 당신들요. 크리에이터를 죽이면 세상에 진실을 알리기가 꽤나 힘들어지거든요? 크리에이터라는 거물을 검거해야 무언가 큰 단서들을 얻을 수 있고, 제2의 크리에이터나 어둠을 막을 수 있어요. 그냥 위협되거나 용서 못하라고 죽여버리면 그 자리에는 새로운 어둠이 다시 자리를 잡을 걸요? 죽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에요. "
" 자, 그렇다면 크리에이터를 죽일 수 있는 약점을 우리에게 알려주시죠? 알려주신다면 우리가 그 약점을 가지고 크리에이터를 협박 혹은 협상을 통해서 스스로 잡히게 만들어주죠. 당신들은 크리에이터들을 도와주는 그림자와 싸우면 돼. 크리에이터가 잡히면 그가 알고있는 어둠들과 진실이 세상에 널리 퍼질 수 있게 우리가 도와주죠. 크리에이터는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형벌을 받게 최대한 힘을 쓸 테니깐. "
" 이렇게 하는 게 당신들이 원하는 '자유'로 더 한 발자국 나아갈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요? 독재자를 바로 죽인다고 자유를 얻을 수 있지는 않아요. 독재자가 진실을 말하게끔 시켜서 국민들을 '계몽' 시킴으로써 진정한 자유를 얻는 것이지. 그냥 죽이기만 하면 새로운 독재자가 자리를 잡는 것 뿐이야. "
한양은 날이 선 채로 말하는 다른 부원들과는 다르게 싱긋 웃고, 나긋나긋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 당신은 계몽가인가요? 아니면 그저 새로운 독재자인가요? "
한양이 제안하는 것은 진심이 아니다. 여기서 녀석들이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낌새를 보인다면 조금 더 알아봐야 되지만.. 거절을 해버리면 그저 복수와 살육에 미친 , '자유'라는 탈을 쓴 테러리스트임을 증명하는 꼴 밖에 안 된다.
맙소사, 태오는 속으로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자신과 같이 세상사 달관한 듯한 사람이 들어도 충격적인 발언의 연속이었다. 이미 저지를 것을 통보하고 시인한 것은 둘째치고, 대체 누가 부하라는 건지! 연속된 말실수로 부원들에게 반감을 최대한 샀으면서, 왜 자신의 말에 날카롭게 반응하냐며 적대적으로 나올까 두렵다. 그렇게 나오는 순간 본인이 얼마나 사회성 없는지를 만 천하에 드러내는 꼴밖에 안 될 텐데! 그 사회성 없기로 소문난 태오마저 이번 리버티의 접선은 참사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자신이 정체를 드러내면 그걸 모두 용인해줄 것이라 믿는 구석이 있는 사람이거나.
그래도 이래서는 안 됐다. 신뢰는 한 순간에 깨지기 마련이다. 크리에이터를 죽일 수 있는 절호의 수법이자 에어버스터가 이해하고 있다면 아마 위크니스일 것이다. 그리고 부원 중 경진이 '위크니스는 5살 아이'라고 발언했을 적, 태오는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멍청이들. 아니, 안타까운 사람들이다. 죽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가는 건데 왜 방해하지? "이해하지 못하든, 이해를 하든…… 누구도 모른다는 식으로 나서면 끝은 파멸일 뿐이라…… 하였을 텐데도."
어이 없는 소리에 가차없이 대꾸하며 혀를 찼다. 차라리 부하면 내가 그 따위로 속 곯을 일도 없었다.
이윽고 진짜 제안이라며 리버티가 떠들자 하하! 웃어버렸다. 동시에 날 선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 난 이래서 입만 산 놈들이 싫어. 그 망할 주둥이 X 같은 혓바닥만 살아서 나불나불 되도 않는 말만 떠들어대는 것들을 보면 정말- 몸에 관절 갯수가 몇 개인지 체감하게 만들어버리고 싶어. 아니다, 살점이 몇 점까지 썰릴 수 있나 머리만 살려놓은 채로 보여주는게 좋을까? 특히 그 혓바닥은 세포 단위로 나눠 버릴 수도 있을 거 같은데."
누가 들어도 적잖게, 혹은 과도하게 감정이 흐트러졌다는 걸 보일 법한 말들을 줄줄 늘어놓고 그걸로 시원해진 듯 숨을 훅 내쉬었다. 그리고 은우를 보며 말했다.
"이딴 것, 더는 들을 가치도 없어요. 결정하세요. 부장님. 2학구를 우선시 할 것인가, 크리에이터의 토벌과 레드윙의 구출을 우선시 할 것인가, 전력을 나누어 각 상황을 대치할 것인지."
양보? 조건? 이번에야말로 막을 틈 없이 표정이 찌푸려졌다. 지금 감히 어딜 흙발로 헤집고 들어와서 이득이네 보신이네 입 털어대는지. 긴 말은 필요없다고 여길 무렵, 한쪽에서 들려온 경진의 목소리에 마음 속에서는 이미 결단이 났다.
"......가뜩이나 피곤해 죽겠는데 별 같지도 않은 것들이 자꾸 속을 긁네."
되도록 나이에 맞는 좋은 이야기만 나누고 싶은데 무엇 하나 쉽지 않다. 그게 좀 화가 나서 속이 끓는다. 죽을 위기 앞두고 남이 대신 손 더럽혀주겠다는 제안은 언뜻 보면 솔깃할 법하다. 하지만 저들이 간과한 건 우리가 저지먼트라는 거다. 심지어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들에까지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저지먼트.
"그렇게 잘났으면 이딴 시간낭비 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안 그래? 너희가 지금 신나게 지껄이고 있는 이 화려한 계획들, 실천했으면 진작에 4학구의 평화도 무엇도 지켜지고 연보라 양도 안전해졌을 거잖아. 근데 왜 안 했어? 응? 아까도 물었지, 내가. 굳이 우리한테 같지 않은 해킹까지 해 가면서 제안 같은 입발린 소리 하는 이유가 뭐냐고."
사실 뻔하다. 애초에 의식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테니. 저쪽에서도 우리의 존재가 거슬린다는 뜻이리라. 때맞지 않는 웃음이 나온다.
"우리 입장에서는 너희가 자칭 정의의 사도인지 거짓말 하는 그림자인지 분간할 방법조차 없다는 걸 모르지 않을텐데... 아니, 모르나? 애초에 될 제안이 아니라는 생각은 그래서 못 했나 봐?"
피해자를 자처하고, 어둠을 용서하지 않는다는 명목하에 그들이 말하는 것은 하나같이 비겁하고, 낯선 사람들의 궤변일 뿐이었다. 그들의 선택은 또 다른 지옥으로 가는 선택지였으니, 이것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어둠이었다. 선택을 받아들인다면 '적'을 무찌를 수는 있더라도, 좋은 미래는 가져오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금은 이런 선택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었고, 다른 이들 또한 같은 마음일 것이라 생각했다. 모두가 덜 고통받는, 더 좋은 방법이 있을 테니까. 그것이 가장 어려운 길이라 하더라도. 똑바로 마주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야 했다.
>>800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럼 그 아저씨가 거부할 수 없을 만큼 엄청 맛있는 거여야 할 텐데. 그럼 그 안에다가 먹는걸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마약같은 걸 넣으시는 걸까요? 아니면 한입먹는 순간 입안에 들어간 음식을 엄청 크게 만들어 버린다거나?"
...앗, 심각한 상황같은데 너무 혹해버렸다. 선배님 때문에 음모론 모드 걸렸잖아요! 라고 하기엔 내가 먼저 음모론을 제기해버려서 할말이 없네. 실컷 떠들고 난 뒤라 엎질러진 물이지만 뒤늦게나마 머쓱한 얼굴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ㅋㄹ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ㄹ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위크니스는 크리에이터의 친딸. 그 말에 은우는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일단 대체적으로 리버티의 제안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정적인 것도 모자라 화를 내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으며 리버티라고 소개한 이는 이어 이야기했습니다.
ㅡ왜 쉽게 말할 수 있냐고? 당연하지. 우리들이 바로 그렇게 당해왔으니까. 평화롭게 살아온 너희들의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지옥을 맛 본 이들도 이 세상엔 존재하는 법이야. ...다른 이들은 우리들에게 그렇게 했는데 왜 우리들은 그렇게 하면 안되는거지? 신뢰? 애초에 신뢰가 이 관계에 있을리 없잖아. 그저 도움이 될 것 같으니까 제안한 것 뿐이야. 싫으면 그걸로 끝인거지.
ㅡ못할 것이 뭐가 있어? 자신이 있어. 우리는.
ㅡ첫번째 제안을 받아들였으면 그대로 시행할 뿐이야. 죽일 수 있는 약점을 알려달라고? 글쎄. 우리가 그걸 왜 알려줘야하지? 우리는 어디까지나 제안을 하는거지. 너희들과 협상을 하는 것이 아니야. 너희들이 좋다면 시행하고 싫다면 우리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을 뿐이지. 우리들이 계몽가와 독재자중 어디냐고? ...어느 쪽도 아니야. 우리가 원하는 것은 파괴. 그 자체니까. 이 인첨공 그 자체를 말이지.
ㅡ배를 터트려서 죽인다. 그것도 좋겠지. 차라리 그쪽이 덜 고통스러울테니 말이야. 아무튼 알겠어. 너희들의 뜻을 아주 잘 말이지. 적어도 우리들은 아군이 되긴 힘든 모양이네.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그럼 언젠가 우리들은 적으로 다시 마주하게 되겠네.
"잠깐."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은우는 모두를 바라봤습니다. 모두의 말은 제대로 들은 것일까요. 그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리고 리버티에게 통보하듯 이야기했습니다.
"너희들의 조건은 받아들이지 않을거야. ...할 수 있으면 해봐. 한 이후에 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너희들을 찾아내서 그 죄값을... 안티스킬이 아니라, 내 손으로 치루게 해줄테니까.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 너희들의 그 헛소리를 계속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난 어느 정도 예의를 지켰으니까."
ㅡ무섭네. 에어버스터. 알았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해봐. 하지만 너희들도 사실은 알고 있잖아. 너희들도 사실은 알고 있잖아. 크리에이터와 맞다퉈서...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말이야. 깨끗한 것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손을 더럽혀야지. 그게 인첨공의 이들이 아주 당연하게 하는 거 아니었나? 다른 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데, 너희들이라고 못할 것이 뭐가 있어?
"........"
ㅡ좋아. 지켜보도록 할게. 건들지 않을테니까 안심해. 건투를 빌게. 라이노.
이어 목소리는 뚝 하고 끊어졌습니다. 이어 은우는 잠시 침묵을 지키면서 숨을 후우 내뱉었습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했고 이어 이야기했습니다.
"가자. 제 4학구의 명진로 13길 45-12. 그곳으로 가자. 내 연구원에게 부탁했어. 그러니까 차를 타고 가자."
마지막 준비 시간입니다. 은우는 굳이 더 무슨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부실 밖으로 나가고 건물 밖으로 나가면 커다란 봉고차 한대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거기에 탑승하면 되는 모양입니다.
완전한 파괴를 원할 만큼, 인첨공이 그렇게나 부정적으로 보일 이들도 있구나. 놀랍지 않아야 할 사실인데도 그 미친듯한 이의 말을 듣고 나니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리라의 목소리, 조심하라는 한 마디가 들리자 회로 엇갈려 들이맞는 머릿속에서 퓨즈 하나가 겨우 손을 맞잡는다.
"헉... 그 생각은 못했는데!! 천잰데요, 선배! 그럼 저분 눈감아줄 필요 없이 저희가 직접 기회 되면 말린 미역 사다가 그 아저씨 밥에다가 몰래 섞으면 일이 쉬워질지도 모르겠는데요?"
히히히 나도 몰라, 진지한 분위기고 뭐고 재밌는걸. 그리고 저 선배는 나보다 선배니까 괜찮겠지. 나도 모르게 호들갑까지 떨면서 철현 선배와 만담을 나누고 있자니, 다른 선배들은 대체로 리버티라는 분의 제안을 거절하시거나 화를 내시기도 한다. 하긴 원론적으로는 우린 리버티같은 분들을 잡아야 하는 입장이니깐. 근데 배를 터뜨리는 게 덜 고통스러울거라니, 무슨 방법으로 죽이려고 했길래? 궁금은 했지만 왠지 들어서 비위를 버릴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미련을 버렸다. 내 훈련 실패의 결과물처럼 만들려고 그러나? 근데 그게 되면 우리가 개입하나 마나 별로 방해도 안될텐데. 아유, 모르겠다.
어쨌거나 리버티라는 분은 가버렸고 은우 선배가 4학구로 차를 타고 가자고 하셨다. 아이고, 드디어 실전이구나. 가볼까! 밖으로 나가려니 봉고차가 한 대 있었다. 여기 타면 되는구나. 남는 자리에 털썩 앉으니 어쩔 수 없이 좀 긴장이 된다. 눈을 감고 나만의 저지먼트 신참 레벨 0 행동강령을 떠올렸다. 하나, 선배 말씀을 최우선으로 듣는다. 하나, 적에게 유효타를 먹이려 욕심 부리지 않는다. 하나, 숨이 붙어있는 한 살아남는 걸 최우선으로 둔다.
"지옥? 평화롭게 산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 한 지옥이라고? 야, 뚫린 주둥이라도 말은 골라서 해. 니들이 겪은 지옥을 왜 남들에게 떠넘기려 해? 그건 니가 겪은 지옥이야, 네 속에 있는 지옥이라고, 그걸 너한테 선사한 놈을 조지는 거라면 X발 그러려니 해주겠는데, 그걸 핑계로 엄한 사람한테 화풀이를 하는게 맞냐 그게? 그냥 솔직해져. 어? 니가 겪은 지옥이 세상에서 제일 지독하고 아픈 지옥이니까, 그러니까 남들도 똑같이 아프고 괴로워야 한다고, 그렇게 만들고 싶다고!"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나 만이 피해자이며 나 만이 괴롭다 생각하는 것, 어느 시절의 나를 보는 것 같아 진절머리가 났다. 이런 것이 동족혐오일까, 아니면.
은우가 말을 끊자 그걸 신호로 이어셋을 껐다. 더 말 할 여력은 없었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내 속을 추슬러야 했다.
그 뒤, 주변에서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몇 번인가 목을 감싸쥐고픈 충동을 참아내며 잠자코 자리를 지킨 끝에 은우의 지시가 내려졌을 때는 비틀거리면서도 일어설 수 있었다.
"하."
부실 문을 나서기 전에 잠시 멈춰서 한숨을 내쉬었다. 누군가 명치에 손을 넣고 심장을 틀어쥔 것 마냥 답답했다.
제발, 이 미칠 것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그 답답함을 어거지로 삼키며 밖으로 나갔다.
말없이 준비된 차량에 탑승해, 성운의 옆에 앉아서 성운의 손을 찾아 꼭 쥐려 했다. 창백한 손이 완전히 희어질 만큼 강하게, 붙들어달라는 듯이.
어떤 것도 이상적일 수 없다. 잠자리 함께 해도 꿈이 다르다. 각자의 삶에서 겪은 고통의 크기는 다르다. 그렇지만 예상할 수 없을 정도의 지옥을 맛봤다며 떠벌리고 복수를 다짐하는 행동은 기만이다. 아직은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다는 뜻이니까. 새삼 리버티라는 존재를 이해할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마음에 담고 싶지 않았다. 어느덧 속에 있던 감정은 모두 흩어진다. 태오는 차분하게 손을 모았다. 그리고 폐목했다.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그 없는 가능성으로 내가 마침내 해방될 수 있단 희망을 품고 왔다고 입 벌릴 만큼 눈치가 없진 않다. 그리고 대화를 곱씹으며 고개를 들더니 허공을 향해 개목했다. 손가락이 무언가를 적어내리듯 두어 번 까딱였다.
"최소 2명인가……."
곱씹자니 AI의 어투가 달랐다. 아마 글을 입력하거나 명령하는 사람이 중간에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어렴풋한 추측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적어도, 인첨공의 현실을 잘 안다. 스트레인지 출신이라기엔 지나치게 교양이 있고, 동족이라기엔 멍청하며, 무엇보다 순수하다. 덧없는 존재들이구나. 태오는 창 너머 차를 보며 달관 속에서 떠오르는 속세의 생각을 애써 밀어놓고자 했다.
"완벽하네요! 그 아저씨가 만약에 안 죽어도 적어도 토하고 질식하느라고 정신없는 동안에 구속해다가 배후를 불게 만들어도 되구요. 말린 미역이랑 변비약 또 먹인다고 하면 아무리 서열 5위라도 잘못했다고 빌지 않을까요? 그래도 사람인데!"
첫 실전이고 뭐고 웃겨서 멈출수가 없다. 아무생각이 들지를 않아. 이 선배 재밌다는 거 말곤ㅋㅋㅋ
//그렇게 멈추지 않는 만담 ㅋㅋㅋㅋㅋㅋㅋㅋ
>>893 만약에 리버티가 세은이라면 새봄이는 놀라기도 놀라겠지만 나 너무 궁금해서 그런데 그 아저씨 어떻게 죽일 작정이냐고 물어볼거같은걸... (다른 사람이어도 마찬가지일 거같긴 하지만 말이야!) 그리고 인첨공에 불만이 없을 수가 없는 입장이라 테러에 대해선 이래저래 고민할거같고 말야:>
>>908 설정을 읽어보셨겠지만, 인첨공 1위에서부터 7위까지는 위크니스라고 해서, 해당 능력자와 가장 사이가 가까운 능력자 한 명을 지목해서, 일대일로 매칭되는 폭탄을 위크니스와 퍼스트클래스의 심장에 심어요. 이 위크니스가 죽거나 권한 있는 사람이 킬스위치를 누르거나 하면 위크니스의 심장에 설치된 폭탄이 폭발하며 위크니스를 즉사시키고, 이렇게 위크니스의 폭탄이 폭발했다면 해당 위크니스와 메이팅된 퍼스트클래스의 심장에 설치된 폭탄 역시 동시에 폭발해요.
그래서 퍼스트클래스들은 자기 위크니스가 누구인지 숨기고, 하다못해 위크니스라는 개념이 있다는 것도 극비리에 부치는데...
리버티가 크리에이터의 위크니스가 누군지 알고 있는 모양이에요. 아마 그 위크니스를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거겠죠.
가능성을 크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은우는 한양의 말에 그 정도로만 대답했습니다. 지금은 다른 것을 생각하고 싶진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한양을 바라보며 은우는 '만일의 경우에는 부탁해' 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대체 뭘 생각하는 것일까요. 이어 정하는 먼저 스쿠터를 타고 해당 장소로 향했습니다. 이어 차량이 천천히 출발했고 은우는 이어셋을 껴서 정하에게도 들릴 수 있도록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작전에는 크리에이터가 있을 가능성이 높아." "절대로 방심하지 말고, 무조건적으로 긴정하면서 행동해. 그리고 크리에이터의 영역에 들어가게 되면, 그 어떤 상상도 생각하지 마." "그 아저씨의 공간 속에선... 아저씨의 말이 진리이고 답이니까. 그런 능력자야."
말 그대로 현실조작을 하는 능력. '리얼리티 매니퓰레이션'. 그 능력의 무서움을 아주 잘 알고 있기에 은우는 긴장된 표정을 지었습니다. 질문을 하려고 한다면 바로 지금이 기회일 듯 합니다.
한편, 먼저 출발한 정하는 누구보다 먼저 저 편에 있는 가옥을 하나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2층으로 이뤄진 푸른색 지붕의 가옥은 그야말로 평범한 가옥과 비슷해보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바로 눈앞에서 새 한 마리가 날아가다가 갑자기 허공에서 뭔가에 쿵 부딪치는 느낌처럼 땅으로 철퍼덕 쓰러졌습니다. 그대로 질주할지, 아니면 멈출지는 자신의 자유입니다.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리라의 신경은 온통 크리에이터에게 쏠려 있었다. 정확히는 그의 능력에. 제대로 본 적은 얼마 없지만 그의 능력명이 사이버 리얼리티라는 것은 은우와의 대화를 통해 숙지하고 있었으니 유추가 아주 어렵진 않다.
"......문화센터에서 크리에이터가 불렛 팬들의 대피를 도울 때, '이걸 하고 있을 때는 움직이기 어렵다' 라는 말을 했었어요."
사이버. 무언가를 치는 듯한 동작. 그의 능력이 그림을 그려서 실체화 시킴으로서 기능하는 것이라면 아마도 상대는— 프로그래밍. 현실을 코드로 보고 그 코드를 조작하는 것일까.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그런 고민은 의미가 없다. 초능력이 언제부터 명쾌히 설명 가능한 영역이었다고.
"제 능력 같은 경우에는 손이 없으면 사용을 못하죠. 그리고 크리에이터도 손을 써서 뭔가를 조작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능력 사용하는 장면을 자주 본 게 아니라서 확실하진 않지만... 움직임을 봉쇄하면 조금이나마 빈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다만 그건 선공이 먹혀야 가능한 일인데. 어려운 일이다. 그저 할 수 있는 데까지 머리를 굴리고 애매한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정답인 상황은 갑갑하다.
차가 도착했다. 리라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막힌 듯한 허공을 잠시 바라보다가 가방을 뒤적였다. 위가 막혔으면 밑으로 들어가면 되지. 땅굴이라도 팔까.
자신들보다 월등히 강한 상대, 그 능력을 생각한다면 크리에디터와 맞서야 한다는 것에 걱정이 가득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어떻게든 역경을 이겨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번에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게 될까. 금은 차량이 멈추면 다른 이들을 따라 내리고서, 이어셋으로 들려오는 정하의 말에 앞에 있을 가옥을 바라본다. 영역에 들어가면, 그 어떤 상상도 하지 말라던 은우의 말을 떠올린 금은 그 경계를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있을지. 주변을 유심히 훑어본다.
"주제넘은 참견 죄송합니다만, 부장님께선 크리에이터와 맞붙을수 있습니까? 여전히 '아저씨'라 칭하는걸 보면 조금 흔들리시는것 같아 걱정됩니다."
은우에게 조용히 물어보았다.
안티스킬을 배반했으니 막아서려 한다면, 죽일 각오도 되어있다는 것일테다. 부정적인 회로만 타들어가는 것에, 경진은 그걸 내버려두려다 패닉에 빠질것만 같아 생각을 다른 것으로 돌렸다. 그래, 새봄과 철현의 만담을 기억해내자... 이런 상황에 그런 농담을 하는 두 사람이 어쩌면 제일 무서운 부류가 아닐까, 하는 깨달음과 함께 어느 정도 진정했다.
“···순간이동 같은 게 없는 건 아니지만 무턱대고 안으로 들어갔다가는 이후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겠죠.”
하차한 성운은, 특정 구역을 막고 서있는 불투명한 장벽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리라를 바라보았다.
“이리라. 혹시 '집어서 던지면 2초쯤 뒤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자갈들' 같은 것도 만들 수 있을까?”
리라가 그걸 그대로 그려서 구현해줬다고 하면, 성운은 그걸 집고 역중력으로 서서히 본인의 몸을 부상시켜 점점 위로 올라가면서 이 투명한 장벽이 어느 정도 높이인지를, 그 장벽의 높이에 한계가 있다면 그 한계만 넘어서면 장벽 너머로 진입할 수 있는지 아니면 지붕이 있어서 위에서부터의 접근도 불가능한지를 테스트해보려 할 것이다.
크리에이터의 앞에선 어떤 상상도 하지 말아야 한다, 라. 공간 안에서는 절대적인 존재고, 진리라고들 하지만 결국 진리는 없다. 깨달음은 그 허상을 찾는 행위로 위안을 얻는 것에 불과하다. 태오는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뭔가 질문할 것이 있나 싶어도 부원들이 전부 해줬으니, 달리 할 말도 없다. 아마 죽일 각오를 하겠지. 서술한 능력대로라면 있었던 흔적도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죽일 각오를 했으니, 자신들의 2주 룰을 걸고 넘어질 확률도 높다. 나는 죽일 각오를 했는데 너희는 그 각오도 없이 어떻게 싸우겠냐 한다면, 저 심지 단단한 듯싶으나 세월의 풍파에 바스라져가는 어린 퍼스트클래스는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마음으로 임할까.
다만, 그게 언제는 내가 상관할 일이었나.
누군가는 결의를 다지고, 누군가는 현실을 피하듯 대화에 매진하고, 서로 시선을 맞추거나 조용히 있다 한들 태오는 그 상황이 모두 지나가는 정경과도 같다는 듯 초연하게 자세를 유지했다. 내릴 때까지 한 마디도 없이 앉은 자세 그대로. 자리에서 내리면서도 입 하나 열지 않았다.
차량에 탑승해 이동하는 내내 속이 시끄러웠다. 어떤 생각이 뭘 말하는지 구분조차 할 수 없었다.
의식을 리셋할 수 있는 버튼이 있다면 당장 눌렀겠지.
하지만 인간의 몸에 그런 편리한 기능은 없으므로 가는 동안 맞잡은 성운의 손에 의지해 정신을 붙들었다.
네가 겪은 지옥은 네 속이 있는 지옥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임을 몇 번이고 되새기면서.
이윽고 이쪽의 차량도 멈추자 창 밖을 내다보았다. 평범한 2층 저택 하나가 그 밖에 있었다 그러나 먼저 도착했을 정하가 일정 거리 밖에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그 인근은 크리에이터의 영역인 것으로 보였다. 은우의 설명을 생각해보면, 진입부터가 문제일 듯 싶었다.
어쨌거나 나 역시 차에서 내려야 했다. 내리기 직전, 성운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쥐었다가 놓았다. 작게 중얼거리면서.
"...너무 다치지 마."
그 다음 내려서 모든 인원이 집합했는지 확인했다.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할 일은 해야 했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곤, 그 자리에 모인 부원들 전원을 대상으로 능력을 전개했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상처의 회복과 근육의 피로도 등을 해소시켜주는 쪽으로. 이제부터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니 진입 전에 육체적인 컨디션이라도 최상으로 끌어올려둬야 이후에 두 번 맞을 거 한 번으로 줄거나 하지 않을까.
어디까지나 바람일 뿐이지만.
모두가 보이지 않는 장벽의 테스트를 하고 있는 사이 나는 조금 물러나서 힙색의 도구들을 확인했다. 리라가 준 워프 팔찌와 방어 팔찌를 끼고 카드 방패를 미리 꺼내 주머니에 넣어두는 등 그냥 필사적으로 현 상황에 집중하려고 했다. 다른 생각이 들지 않게.
악마 아니 철현선배에게 엄지를 치켜들어보였다. 그러는 중간중간 은우선배 말에 귀기울여보니, 그 아저씨는 그 아저씨 영역속에선 뭐든 만들고 뭐든 이뤄낼 수 있는 아저씬가보다. 부럽네! 그 아저씨 레벨이면 부실을 과자집으로 만드는 정도는 껌이겠지? 우리도 과자집으로 만들 수 있을거고. 그럼 그 아저씨 영역으로 들어가면 반야심경 외워야겠다. 아니면 그 아저씨가 입고 있는 옷같은 걸 곤죽으로 만들면 부끄러워서라도 능력을 못쓰실까?
그런데 가까이 가보니 새 한마리가 날아가다가 버드 스트라이크라도 당한 양 허공에 쿵 부딛히는 듯 하더니 땅으로 털퍼덕 쓰려졌다. 뭐야? 투명 벽이야? 그러고보니 은우 선배가 그 아저씨의 "영역" 안을 조심하라고 했지. 그럼 저 결계(?) 안이 그 아저씨의 영역인가? 우선 사이드 테일을 묶고 있던 머리끈을 풀러 머리를 똥머리로 묶어 정리했다. 아무래도 싸울 땐 거추장스러우니까, 이 머리.
그럼 만약에... 새가 가던 진로 앞에 커다란 결계가 있다고 치자. 그럼 그 결계는 무생물...일거 아냐. 웬만하면. 그러면 그 결계는 내가 곤죽으로 만들려는 시도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난 레벨 0이라 실패해도 별로 그렇게 파급효과가 크진 않을것 같고... 아냐, 그래도 일을 치기 전에 선배들한테 물어는 보자. 동급생들 포함! 나보다는 경험이 많을 테니까.
"저기, 만약에 새가 날아가던 앞에 만약에 투명한 벽이 있고, 그 투명 벽이 만약에 무생물이라면 제가 먹을걸로 만들진못해도 만들다 만 먹을거로 만드는 시도 정도는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한번 해봐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