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루의 몸은, 떨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지만... 지금 이 순간. 마음만큼은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리고 있었다.
곤충이라니, 곤충이라니!! 소녀와 같은 감성 지닌 여리디 여린 테루에게, 그것은 무리였다. 게다가 손바닥만한 크기인 장수풍뎅이?
이건... 진심 무리. 생리적으로 무리.
하지만 어찌하랴, 레이스는 시작한 것을. 테루는 우선 곤충이 있을 법한 곳— 가로수를 심어둔 곳을 찾아봤다. 그 걸음에서 주저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속으론 정말 싫어했지만!
생명이 싹트는 계절, 여름. 곤충도 예외는 아니었는지 나무에는 곤충이 드글드글했다. 나무에 붙어 자신의 짝을 찾는 매미, 부지런히 움직여 삶을 구가하는 개미, 인분을 뿌려대며 날아다니는 나방, 그리고 테루의 피부에 침을 박아넣으려다 조각상의 단단함에 역으로 침이 부러지고 만 모기...
"안 보여."
그러나, 장수풍뎅이는 그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았으니. 과연 쉽사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곤충의 왕 다운 고고함이었다.
첫 번째 나무. 두 번째 나무. 세 번째 나무. 학교의 가로수를 다 돌고, 포기해야 하나. 그리 생각했을 때 쯔음—.
자그만 스피커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귀 듣기에 낯설었지만, 부드럽고 다정했다. 흘러든 것에 손에 든 휴대폰을 살짝 얼굴에서 떼어놓고, 그 화면에 입을 가져다 대며 작게 거짓말했다. "저번에 알려줬잖아요." 하면서 툭 끊어버린 전화. 이후의 소녀는 분주했다. 창문 쪽으로 다가서서, 옷 틈을 벌리고 안에다 칙, 한 번 뿌리는 섬유 향수, 이전에 인터넷서 주문했던 아쿠아 블루 향. 잔잔하게 코를 찌르는 뭇 남자 설렐 냄새. 만족스런 표정으로 가슴팍을 탁탁, 두드리면서. 밖에서 들려올 발소리를 기다렸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부실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 남자친구 목소리. 발소리 죽이고 다가가서, 철컥. 문틈 사이로 빠끔 내미는 얼굴. 수줍음을 연기하는 어색한 미소. "안녕." 한마디 하고서, 그가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한 발짝 옆으로 비켜주고서는. 확실히 안쪽으로 들어왔다면, 그 뒤쪽으로 걸어가 문고리를 밀며, 찰칵, 잠기는 소리. 그대로 뛰어들어 품에 안기고픈 충동을 겨우 참아내며 한쪽으로 걸어가 책상을 톡톡 두드려, 여기 앉아보라 말했다. 저번에 같이 앉았던, 평범한 테이블이었다.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이 있는 듯, 가방을 힐끔힐끔 돌아보면서, 저번에 그가 그랬듯, 그와 달리 성급한 손길로 말갛게 빛 들어오는 커튼을 쳤다.
자신이 알려준 것은 라인 아이디지, 전화번호가 아니었다. 라인 아이디를 알려준다고 해서 전화번호를 알 수는 없었다. 자신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구나. 나중에 자신 주변 사람들 ㅡ당연하지만 아야나도 포함이었다.ㅡ 을 탐문해서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유우키는 굳이 더 캐묻지 않았다. 어차피 전화가 끊어지기도 했지만.
어쨌든 선도부실의 문을 노크하자 문틈 사이로 히나의 얼굴이 빼꼼 튀어나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유우키는 응? 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머리색을 확인했다. 마치 자신과 비슷한 색으로 바뀐 그녀의 머리카락색. 그리고 이전과는 또 달라진 머리스타일. 그 두 변화가 우선적으로 유우키의 눈을 채웠다. 물론 스타일이 바뀐 것은 그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 있었다. 정확하게 모든 것을 다 들은 것은 아니나, 일단 들은 사실이 있었으니까. 자신도 카와자토 가를 모시는 이인만큼. 허나 머리색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그는 두 눈을 깜빡였다. 이내 그녀가 비켜주자 그는 문 안으로 들어왔다.
"네. 안녕하세요. 오늘도 혼자인 모양이네요? 다른 이들은 오후에는 따로 활동하지 않고 집으로 바로 가나요?"
이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딱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이 선도부원들은 아침과 점심시간에만 일하고 하교 시간이 되면 바로 다들 가버리는 것일까. 물론 그게 방침이라면 자신이 뭐라고 할 생각은 없었다. 외부인이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봐야 불필요한 간섭이 아니겠는가. 한편 철컥,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리자 유우키는 바로 고개를 홱 돌려 히나를 바라봤다. 누군가가 들어오게 하지 않으려는 것이겠지. 다들 바로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오늘 활동 자체가 끝이 난 것이겠구나 하고 유우키는 이어 판단했다.
"머리색 바뀌었네요? 이전의 색도 예뻤지만 지금의 색도 괜찮은걸요? 잘 어울려요. 좀 색다른 느낌도 들고요."
마치 자신과 비슷한 색을 지닌 그녀의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유우키는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다 그녀가 테이블을 가리키자 유우키는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웠다. 저기에 앉으라는 의미겠지? 일단 그녀가 요구하는 대로 그는 이전에도 앉았던 그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커튼을 치고 있는 히나를 바라보며 유우키는 이어 물었다.
"그건 그렇고 무슨 일인가요? 안 그래도 히나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전화가 왔을때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그런데..."
부실 안에 풍기는 잔잔한 향. 묘하게 편안한 느낌을 주면서도 마음에 드는 그 향을 느끼며 유우키는 생각에 빠진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히나에게 물었다. 향수 뿌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