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의 균열은, 사실 균열이 아니야. 부서진 물건의 단면을 맞춰 원형을 유지하게 만들어 본 적이 있나? 그래, 아슬아슬하게, 형태만 갖춰지게끔 말이야. 그렇게 두면,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세한 실금들이 보이지. 어떤 보강제도 없이 그렇게 두면 보기에는 좋으나 언제 무너질 지 모르는 상태가 되는 거야.
그녀가 바로, 그런 상태인 거야.
어째서, 라고 묻고 싶겠지. 그러나 나야말로 되묻고 싶군.
그저 흐르기만 한 시간이 어떤 약이 되어주나? 반복되는 좌절 속에, 그녀가 내민 손을 누가 잡아준 적이 있었나?
그녀의 눈에서 기어코 붉은 눈물이 흐를 때 누가 그녀의 곁에 있었나?
지금 당신이 아는 그녀는 정말로 '''그녀'''가 맞는가?"
3년 하고도 대략, 6개월 전. 연구소 영락의 카운셀링 룸.
"...그래요. 혜우 양. 지금 기분은 어떤가요?"
침묵.
"손목이 아프지는 않은가요? 제법 깊게 베었다고 들었답니다."
침묵.
"새 도구를 시험할 대상이 필요했다면 준비해 주었을 텐데 말이지요."
침묵.
"혜우 양."
침묵.
"혹시, 죽음을 바라고 몸에 손을 댄 것일까요?" "...그러면, 안 되나요?" "안 되긴요. 그것이 혜우 양의 의지이고 선택이라면, 저희는 그것도 존중한답니다. 다만, 그것이 결심한 의지라기엔 망설임이 보였지요. 망설였기 때문에, 혜우 양은 죽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에요."
침묵.
"저는 그것이 알고 싶답니다. 무엇을 고민하였고, 무엇 때문에 망설였는지요." "...선생님." "네에." "사람은, 왜 살아야 하나요?" "글쎄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것은 고민한 적이 있으나, 왜 살아야 하는가, 그것은 고민한 적이 없네요."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허허, 그것은 정답이 없답니다. 사람은 각자 다르게 태어나, 각자의 형태에 맞춰 살아가기 때문이지요." "...형태가 없는 사람은요? 스스로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은요?" "혜우 양은, 스스로가 그러하다고 생각하나요? 버젓이 천혜우라는 이름이 있고, 여기 이렇게 있는데도 말이지요." "제 이름은, 저를 버리기 위해 붙여진 것이고, 여기도, 데 마레처럼 스쳐가는 곳일 뿐이에요." "그래서, 형태 없는 자신을 죽이기 위해, 손목을 그었나요?" "...네." "하지만 혜우 양은 죽지 않았지요. 분명 길게, 깊게 베었으나, 그 정도는 이곳 병원에서 충분히 치료 가능한 수준이었어요."
침묵.
"어째서 망설였나요?" "...잘, 모르겠어요. 그냥..." "네에." "그냥, 이건 아닌 것 같아서, 그래서 멈췄어요." "아닌 것 같았다, 라. 무엇이 그렇게 느껴졌나요?" "...그, 방법이, 아니라고." "방법이?" "죽는 방법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어째서일까요? 죽는다면, 죽을 수 있다면, 방법은 아무래도 좋지 않을까요?" "모르, 겠어요. 잘..."
침묵. 침묵.
"혜우 양." "네..." "이곳 영락은, 소속된 학생이 원하는 형태의 커리큘럼을 진행하게 해 준답니다." "네..." "그렇다면 혜우 양은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죽음의 형태'를 찾는 커리큘럼을 해 보는 건 어떨까요?" "네...?" "혜우 양이 진실로 죽음을 바라지만, 추구하는 죽음의 형태와 방식을 모른다면, 찾으면 된답니다. 이곳 영락은 혜우 양의 의지와 선택을 존중하니까요." "내가 추구하는, 죽음..." "네에,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할 때까지, 이곳 영락은, 얼마든지, 도와줄 것이랍니다." "정말로... 그래도 되나요...?" "물론이지요. 이곳은 그러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니까요."
"...아."
늦은 저녁, 한 끼라도 떼우기 위해 내 집 부엌에서 건성으로 칼질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날 선 부엌칼이 궤도를 살짝 비껴간다 싶더니 그대로 손바닥 가운데를 길게 그어내렸다.
빠끔 벌어진 틈에서 기다려주지도 않고 새빨간 피가 흘러나와 재빨리 싱크대로 손을 옮기고 미지근한 물을 틀어 그 아래 손을 댔다. 줄줄 흐르는 투명한 물에 붉은 색감이 섞이는 걸 보며 문득, 옛 생각이 났다.
데 마레에서 영락으로 이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차후의 커리큘럼을 위해 외과 수술용 도구 한 세트를 새 것으로 받았는데 그 중 가장 날카롭게 선 메스로 손목을 그었다. 가로가 아닌 세로로, 메스의 날이 다 박힐 정도로 찔러넣고 북 그었는데 때마침 찾아온 연구원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출혈사 했을 지도 모를 만큼 많은 피가 흘러넘쳤었다.
하지만 사실 알고 있었다. 도구 세트를 전달해 준 연구원은 곧 다시 오겠다며 나갔었고 그 방의 복도는 발소리가 잘 울리는 구조였고 당시의 나는 이미 인체의 구조 따윈 다 파악하고 있었고 그러니까 방바닥에 피 웅덩이가 채 고이기도 전에 당장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을 수 있으리라는 걸.
그 뒤에 받았던 카운셀링에서 처음으로 인생의 목표라 할 만한 것을 찾았었다.
그냥 그랬다는 옛날 이야기였다.
피가 얼추 씻겨나가자 물을 끄고 손바닥을 보았다. 내 생각보다 앞서 손바닥은 이미 회복을 시작했고 잠시 후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깨끗한 손바닥으로 돌아와 있었다. 손을 쥐었다 펴도 아무런 위화감도 없는 것에 왠지 웃음이 나 실소를 흘렸다.
손의 물기를 닦은 뒤, 다시 야채를 썰었다. 양배추와 당근, 오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사과도 한 알 잘라서 가운데만 제거했다. 그것들을 한데 담은 샐러드 볼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온기가 없어 차가운 방 한 가운데 아무렇게나 주저앉아 가져온 것들을 기계적으로 집어 입에 넣었다.